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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유명 미술사학자이며 비평가인 저자가 13세기부터 현대의 추상회화에 이르는 53점의 작품을 중심으로 그림을 어떻게 보고 해석해야 하는지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누군가가 그림을 각각 비교하면서 설명하고 있어서 좋다고 이 책을 추천해주었는데, 일단 흑백 도판이라 그림들의 색채 비교가 절대적으로 되지 않았고, 미술사에서 보통 인정하는 이야기 외에 저자의 개인적인 견해도 좀 들어가 있어서 기대만큼 좋지는 않았다. 일단 어떤 예술 작품에 대한 개인적 취향이라는 최초의 인상에서부터 미술비평의 객관적 진술에 이르는 과정에서 첫째로 요구되는 것은 교양이라 설명한다. 예술적 교양이란 오직 감수성과 사고의 균형이 잡혀 있을 때에만 예술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를 획득할 수 있다면서 예술적 미라는 것은 그 자체로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으며, 그림 전체로부터 주제, 내용 혹은 물질적 요소들인 형태, 선, 조형성, 색채 등을 분리시킨다는 것은 예술 작품을 파괴한다는 뜻이라 말한다. 이 모든 요소들이 하나의 조화로운 융합으로 통일되었을 때 예술은 생명력을 지니게 된다는 말이다. 개별 그림에 대한 비교는 지오토의 회화로부터 시작한다. 지오토가 사실주의적으로 그림을 그렸지만 이미지의 비례는 자연 속의 사물의 모습에 의존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사람에 더 주목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양들보다 더 크게 그렸으며, 바위산을 표현할 때는 실제의 산이 아니라 예술적 이미지로 부각될 수 있게 그렸다는 것이다. 대신 지오토는 조형적 형태를 구성하며 구조에 열정적으로 집착했다고 말한다. 이에 대비해 시모네 마르티니가 그린 "수태고지"는 색채표현에 주목했다고 말한다. 극도로 절제된 명암 대비는 빛과 그림자 효과를 실현하지 않을 뿐 아니라 화가가 그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음도 증명하고 있다면서, 그의 화면 구성은 평면 위에서 펼쳐지는 만큼 그 색채의 조화 또한 단일한 채도를 띤 단면 위에서 펼쳐진다고 설명한다. 즉, 시모네 마르티니의 "수태고지"는 색을 극도의 세련 속에서 완성시키고자 하는 반면 지오토는 어떤 점에서 색채를 구조적 요청에 가장 밀접하게 일치되게 만들고자 색채에서조차 그 외양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서 15세기 피렌체 회화의 원칙적 경향들을 설명하고 있다. 마사치오는 지상 낙원에서 추방되는 아담과 이브를 묘사하면서 조형적 견고성을 부각시키고자 인물의 양괘감과 무게를 더 확실히 표현했으며,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는 기하학적 형태의 화면을 구성했고, 안토니오 폴라이올로는 풍경에 회화적 가치를 배려하고 해부학과 운동에 근거한 인물을 묘사했다고 설명한다. 반면 산드로 보티첼리는 "봄"을 그리면서 조형 효과를 한결 더 단순화시켰고 선이 다른 모든 요소들을 지배하도록 했으며,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윤곽이 부드럽게 약화되는 스푸마토 기법을 활용하여 조형적 효과 대신 회화적 효과를 강조했다고 말한다. 라파엘로의 "성 식스투스의 성모"는 명암대비의 게임을 통해 조형적 효과의 인상을 주려고 했으며, 대신 화폭에 재현된 이야기는 별로 흥미롭지 못하다고 말한다. 성모는 인간적이거나 신적인 것이거나 그 어느 것도 표현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그가 그린 "아테네 학파"의 경우 그리스 철학의 요약이라는 것을 잊어버리고 그의 시각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배경 건축물은 그리스식도 로마식도 아닌 친구인 브라만테의 것이며, 공간적 거대성을 통해 고대 문명의 영웅들 앞에서 체험했을 라파엘로의 황홀경을 전달해주고 있다고 말한다. 지오르지오네는 자연에 관심을 가지고 자연을 찬미했으며, 그가 그린 "폭풍우"에서는 그림 속에서 이야기가 소멸된 상황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모티프, 다시 말해서 내용의 주관적 측면이 강조되는 것으로, 화가의 예술적 감정을 보다 분명하게 나타낼 수 있어서 획기적이라고 말한다. 또한 지오르지오네는 중간 색조로서가 아니라 그가 사용했던 것 같은 강렬한 색채로 빛과 그림자의 효과를 실현하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는 빛을 암시하는 색과 그림자를 암시하는 또 다른 색을 활용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회화에서 색조의 원리로 굳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티치아노의 "아담과 이브의 유혹"의 경우 색채의 덩어리로 표현되었으며, 신체의 특성은 그 자체로서 보여지지 운동의 기능에 따라 보여지지 않기에 조형적 명확성을 띠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카라밧지오의 광선효과는 사실주의적이지만 그 빛과 어둠의 날카로운 대립으로 형태를 보다 뚜렷이 만들고 있으며, 그가 좋아하는 것을 보여주거나 혹은 감추기 위한 임의적인 것으로 빛과 어둠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볼륨을 강조하려고 색채의 성질을 무시했는데, 빛과 그림자의 대립적 선명성을 조형 효과에 최대한 근접시키고자 한 것이라 설명한다. 렘브란트의 주요 관심사는 대비가 아니라 뉘앙스, 색이 아니라 희미한 빛이라고 말한다. 그가 자신의 그림들 속에서 소개한 세부들이 얼마나 되거나 간에 그들의 형태는 언제나 일반적인 미광에 종속되어 있다고 말한다. 이어서 역사화는 점차로 예술 작품의 특성을 상실하면서 도해, 즉 삽화의 성격을 띠게 되어 역사적 사건을 회화적 사건으로 변용시킬 줄 아는 극히 드문 화가들만 남겨 놓았다고 설명한다. 한편 17세기에 사실주의가 주로 초상화에서 발현되었다고 할 때, 19세기는 일종의 새로운 사실주의가 사건의 초상, 혹은 도해로서 제시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 대표적인 예로 프란시스코 고야의 "5월 3일의 처형"을 들고 있다. 이 책에서 내 눈길을 가장 많이 끌었던 대목은 저자가 밀레의 "삼종기도"를 예술작품이 아니라고 평한 부분이다. 이 그림에서 밀레는 농부들을 시적인 인물들로 보고 있으며, 그 장면은 감상적이라 언급한다. 그의 그림은 능란한 변호사가 그려 보이는 변론으로 그가 아끼는 농부들을 보다 더 잘 이해시키고자 기만하고 있다고 평한다. 또한 그의 그림에서 밀레가 성취한 도덕적 행위는 진지하지만 단지 그것만으로, 그 도덕적 행위의 실행만으로 하나의 예술 작품이 되기에는 충분하지 못하다고 말한다. 게다가 밀레의 데생은 그 화면 구성보다 더 나을 것이 없다면서 그 자체로서는 능숙하고 세심하지만 창조적이지 못하다고 평한다. 밀레의 채색법은 그 데생보다 더욱 관례적이고 또 전체의 감상성을 부추긴다고 설명한다. 즉 지나치게 의식적이고 지나치게 계산되었으며 관례적이며, 허구적 농부들과 관습적 감정, 능숙한 데생과 빈곤한 채색은 예술에서의 정직성과 부합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이어서 책의 뒤편에는 카미유 코로, 컨스타블, 니콜라 푸생과 같이 풍경화를 그렸던 화가들의 이야기가 이어지며, 그 다음으로 인상주의에 대한 이야기도 전개된다. 예술속에 도입되었던 역사적, 정치적, 문학적 외양에 있어서 인간 감정에 대한 반항으로, 낭만주의에 대한 반작용으로 인상주의가 등장했으며, 이러한 인상주의를 가장 신속히 인정받게 했고 또 가장 명백했던 자질은 16세기 이후 모든 다른 회화보다 더 밝은 색의 계조를 사용했다는 데 있다고 말한다. 파랑과 노랑 두 물감을 섞으면 원색적인 파랑과 노랑보다 덜 강한 회색조를 띤 초록을 얻게 되나, 만약 화폭 위에 파랑과 노랑을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병치한다면 우리 눈은 두 물감의 혼합에서 생기는 것보다 훨씬 강한 초록이 발생하는 것을 보게 된다고 말한다. 인상주의 화법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르느와르는 항상 자연과 인공의 균형을 지켰으며, 객관적 이미지와 주관적 스타일 사이의 균형을 지켰으나 툴루즈-로트렉이 속했던 후기 인상주의는 작위성과 주관성을 편애했다고 설명한다. 그 밖에 정신적 미의 시대를 열어젖힌 것은 오노레 도미에와 폴 세잔이며 자연에 지나치게 묶여있다고 비난 받았던 사실주의와 인상주의에 대한 반작용으로 추상미술이 등장했는데, 예술에서의 본질과 진실, 절대를 찾아내고자 새로운 화가들이 사물의 형태를 파괴하기 시작했고, 이어서 모든 자연적 형태로부터 자유롭고 독립적인 새로운 형태들이 창안되었다고 말한다. 이 책 후반부에 언급되고 있는 피카소나 브라크 같은 현대 작가들의 이야기는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