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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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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끼다박웅현북하우스/2018.12.24.sanbaram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리려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p.6)”라는 카프카가 친구 오스카 폴락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제목을 따왔다는 <책은 도끼다>는 2011년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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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끼다

박웅현

북하우스/2018.12.24.

sanbaram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리려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p.6)”라는 카프카가 친구 오스카 폴락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제목을 따왔다는 책은 도끼다2011년 경기창조학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된 강독회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저자에게 도끼였던 책들과 그 독법을 설명한다. 독법에 정답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 책이 다른 책으로 가는 다리가 될 수 있으리라는 작은 기대 때문에 책으로 엮어냈다고 한다. 1강 시작은 울림이다. 2강 김훈의 힘, 들여다보기. 3강 알랭 드 보통의 사랑에 대한 통찰, 4강 햇살의 철학, 지중해 문학. 5강 결코 가볍지 않은 사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6강 불안과 외로움에서 당신을 지켜주리니, 안나카레나. 7강 삶의 속도를 늦추고 바라보다. 등으로 되어 있다.

 

“<가난한 머루송이에게라는 작품입니다. 가느다란 가지 끝에 열일곱 개의 작은 머루송이가 달려 있습니다. 누군가가 겨우 요거 달았냐 묻습니다. 머루송이가 뭐라고 답했을까요 

최선이었어요

그 말에 질문한 이는 비난의 시선을 거두고 사과합니다.

 

그랬구나

몰랐어, 미안해!

그렇죠. 우리는 적은 머루송이를 보고, 요만큼밖에 못 달아놨느냐 혀 차는 소리를 하는데 머루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했을 겁니다. 그래서 최선을 다했는데 인간의 관점으로 적다고 말해 미안하다고 하는 거죠. 우리는 무심하게 흘려넘기지만 이철수는 사방 모든 것에서 스토리를 찾아냅니다. 비록 처음부터 그런 시선을 갖진 못했어도 책을 읽으면 따라갈 수 있게 됩니다.(p.24)”

이 글을 읽으면서 도끼날이 번쩍이는 느낌을 받았다. 볼품없다고 머루송이에 비난의 눈총을 보내자 최선을 다했다고 항변하는 머루송이의 말을 듣고, 바로 자기의 잘못을 시인하면서 사과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작가의 따뜻한 눈길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과에만 관심을 두지만 작가는 그 원인과 과정을 생각할 줄 아는 눈을 가졌기 때문이다. 우리들도 결과를 비난하기 전에 원인에 대해 생각해보는 여유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글이었다.

 

저는 책 읽기에 있어 다독 콤플렉스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독 콤플렉스를 가지면 쉽게 빨리 읽히는 얇은 책들만 읽게 되니까요.(p.34)” 올해 몇 권 읽었느냐, 자랑하는 책 읽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일 년에 단 몇 권을 읽어도 거기 줄 친 부분이 몇 페이지냐가 중요하다. 줄 친 부분이라는 것은 울림을 준 문장이기 때문이다. 그 울림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숫자는 의미가 없다. 보고 잊히는 것과 몸은 길을 안다이 구절 하나 건져내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 글을 읽으며 다독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내 독서습관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시이불견 청이불문(視而不見 聽而不聞). 제가 좋아하는 말입니다. 시청은 흘려 보고 듣는 것이고 견문은 깊이 보고 듣는 거죠. 비발디의 사계를 들으면서 그저 지겹다고 하는 것은 시청을 하는 것이고요, <사계의 한 대목에서 소름이 돋는 건 견문이 된 거죠.(p.49)” 이렇게 작은 것 하나도 마음을 담아 보고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삶은 목걸이를 하나 만들어 놓고 여기에 진주를 하나씩 꿰는 과정이라는 말처럼, 진주는 바로 그런 삶의 순간을 나타내며 그 순간을 행복하게 느낄 때 빛나는 목걸이와 같이 인생도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동받는 것이라고 한다. 감동을 잘 받는다는 건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는 증거다. 그래서인지 지식이 많은 친구들보다, 감동을 잘 받는 친구들이 일을 더 잘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봄의 흙은 헐겁다. () 봄 서리는 초봄의 땅 위로 돋아나는 물의 싹이다. 봄풀들의 싹이 땅 위로 돋아나기 전에, 흙 속에서는 물의 싹이 먼저 땅 위로 돋아난다. 물은 풀이 나아가는 흙 속의 길을 예비한다.(p.81)” 이 것이 김훈의 자전거 여행에 나오는 말이다. 겨울에 얼었던 땅이 봄이 와 따뜻해지면서 언 땅이 녹아 흙 속에 있던 물이 빠져나간다. 그러면 단단하게 얼음이 잡고 있던 흙이 헐거워진다. 빠져 나온 물기가 헐거워진 흙 사이를 뚫고 땅 위로 올라오는데 그게 물의 싹이라는 이야기다. 우리가 서릿발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 물의 싹이 돋아난 길을 따라 봄 풀의 싹이 올라올 길을 터준다고 말한다. 그래서 풀이 나아갈 길을 물이 예비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봄을 맞는 흙 속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있겠는가. 우리가 그냥 지나쳤던 모든 것들 속에 이야기가 있는 것이다. 가만히 들여다볼 때 비로소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김훈은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그 속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우리가 죽겠다. 힘들다 하는 건 영위하고 있는 삶의 일상적인 형태에 흥미를 잃었다는 거죠. 아침 먹고 출근하고 일하고, 점심 먹고 싸우기도 하고 저녁 때 사람 만나고 집에 가는, 이런 사소한 것들에 대해 아우, 지겨워라고 했는데 내가 내일 죽는다? 그럼 다 그리워지는 것이거든요.(p.126)” 삶의 조건들은 동일하다. 그러니까 결국 흥미를 잃은 것은 삶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 일상적인 태도라는 의미다. 알랭 드 보통에 의하면 마르셀 프루스트가 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의미는 바로 이것, 우리가 시간을 잃어버리며 살고 있다는 것이다.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며, 죽지 못해 산다면서 평생을 놓치고 있다. 그러니까 삶을 낭비하지 말고 삶에 대해 감사해하며 현재의 순간순간을 모두 사랑하라는 얘기를 알랭 드 보통은 프루스트를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고 말한다.

 

키치는 편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기가 해석하고 싶은 대로, 보고 싶은 대로 잘라서 편집하는 게 바로 키치가 아닐까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광고는 아주 키치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우리의 삶 또한 편집이에요. 편집이 없을 수 없죠.(p.230)” 키치의 세계는 보고 싶은 것만 골라서 보기 때문이다. 체제가 다를 뿐 모든 세계에 키치가 존재한다. 그래서 작가는 키치에 의해 유발된 느낌은 가장 많은 사람들에 의해 공감될 수 있어야만 하기 때문에 과감한 짓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옛사람들의 작품은 그들의 삶의 속도를 떠올리며 느껴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정보의 양이 다르고 만나는 사람의 범위가 다르고 물질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지금과 달랐던, 근대화, 산업화, 현대화가 이루어지기 전의 상태로 돌아가야 해요.(p.288)” 걸어서 여행하던 시절의 작품을 시속 100킬로미터 이상으로 달리는 차를 타고 생활하는 현대인의 감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마디 말을 전하기 위해서 몇 시간 또는 며칠 동안 생각을 곱씹으며 걸어가야 되었던 시절의 생각을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지금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평생을 사방 백리 안팎에서 살다 죽은 사람들의 생각을 세계여행을 하며 지구촌이 좁다고 생각하는 현대인들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그림의 경우 문인화와 화원들이 그린 그림을 보는 기준이 달라야 한다고 합니다. 이유는 화원들은 기능인이고 문인화는 아니다보니 인위적인 기교가 드러나는 것을 삼가기 때문이랍니다.(p.302)” 멋지게 보이고 잘 그리려고 노력해서 그린 그림은 티가 난다. 그런 그림은 썩 높이 평가하지 않는데, 열심히 그리려고 노력한 자취는 보는 이의 긴장을 유발한다. 또 심각한 것도 문제라고 했다. 심각한 것은 긴장을 하니까 참마음이 열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림을 노래하듯 편안하게 그리는 게 문인화의 정진이라고 한다. 또한 서양은 모든 것을 사람 중심으로 파악하니까 그림에도 자연물을 인간이 관찰한 모습대로 그린다. 때문에 원근법이 아주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그림에는 원근법이 없다. 어떤 그림은 여러 각도가 한 폭에 다 들어 있기도 한다. 서양의 관점에서 보면 엉터리일 수도 있다. 그런데 동양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기 때문에 한 가지 시선으로만 보지 않는다고 말한다.

 

다시 말하지만 다독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많이 읽었어도 불행한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안나 카레니나에서 톨스토이가 말한 것처럼 기계적인 지식만을 위해 책을 읽는 사람도 있거든요,(p.317)” 다독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라, 책이 얼어붙은 내 머리의 감수성을 깨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저자의 말처럼 감수성을 갖고 천천히 읽는 훈련을 해야겠다. 그랬을 때 유홍준이 말했듯 훈련한 만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독을 해야 할지 정독을 해야 할 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은 책이라 생각된다.

 

저자는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대학원에서는 텔레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다. 제일기획에서 광고 일을 시작해 지금은 TBWA KOREA에서 크리에이티브 대표cco로 일하고 있다. 자신만의 들여다보기 독법으로 창의력과 감수성을 일깨워준 책들을 책은 도끼다다시, 책은 도끼다에서 소개했으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창의성과 소통의 기술을 전하는 인문학으로 광고하다를 냈다.

 

이달의 사락 k******4 2019.02.23. 신고 공감 10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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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독 컴플렉스에서 벗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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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책 읽기에 있어 ‘다독 콤플렉스’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독 콤플렉스를 가지면 쉽게 빨리 읽히는 얇은 책들만 읽게 되니까요. 올해 몇 권 읽었느냐, 자랑하는 책 읽기에서 벗어났으면 합니다. 일 년에 다섯 권을 읽어도 거기 줄 친 부분이 몇 페이지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줄 친 부분이라는 것은 말씀드렸던, 제게 ‘울림’을 준 문장입니다. 그 울림이 있느냐 없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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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책 읽기에 있어 다독 콤플렉스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독 콤플렉스를 가지면 쉽게 빨리 읽히는 얇은 책들만 읽게 되니까요. 올해 몇 권 읽었느냐, 자랑하는 책 읽기에서 벗어났으면 합니다. 일 년에 다섯 권을 읽어도 거기 줄 친 부분이 몇 페이지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줄 친 부분이라는 것은 말씀드렸던, 제게 울림을 준 문장입니다. 그 울림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숫자는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보고 잊히는 것과 몸은 길을 안다이 구절 하나 건져내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p.34

 

이달의 사락 k******4 2019.03.04. 신고 공감 8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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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생은 전인미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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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생은 전인미답이에요. 비슷할지언정 어떤 인생도 전인미답이 아닌 게 없어요. 아무리 오래 살아도 어떤 상황에 처음 닥쳤을 때 내 감정 상태를 모르거든요. 이게 사랑인가? 질투인가? 미움인가? 정의 인가? 잘 몰라요. 그런데 이 책(안나 카레니나)을 읽고 나면 완벽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길을 잃지는 않을 거예요.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된 한 여자를 중심으로 뻗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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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생은 전인미답이에요. 비슷할지언정 어떤 인생도 전인미답이 아닌 게 없어요. 아무리 오래 살아도 어떤 상황에 처음 닥쳤을 때 내 감정 상태를 모르거든요. 이게 사랑인가? 질투인가? 미움인가? 정의 인가? 잘 몰라요. 그런데 이 책(안나 카레니나)을 읽고 나면 완벽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길을 잃지는 않을 거예요.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된 한 여자를 중심으로 뻗어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은 골목골목 세밀하게 표시된 지도처럼 보편적인 인간의 심리를 잔인할 정도로 정확하게 보여줍니다.  p.251

이달의 사락 k******4 2019.03.16. 신고 공감 7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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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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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불충분한 자료에 기초하여 사랑에 빠지며, 우리의 무지를 욕망으로 보충한다.”매력적이고 좋다고 생각한 뒤 나머지 부분은 다 상상으로 채우죠. 그 상상은 나의 욕망으로 채워집니다. 예를 들면 사랑에 빠질 나이에 누군가를 발견했는데 호감이 가면 상상을 하는 겁니다. 상대가 밥을 먹을 때는 이렇게 먹고, 지적 수준은 어느 정도일 거라는 등 두세 가지만 확인한 후 상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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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불충분한 자료에 기초하여 사랑에 빠지며, 우리의 무지를 욕망으로 보충한다.”

매력적이고 좋다고 생각한 뒤 나머지 부분은 다 상상으로 채우죠. 그 상상은 나의 욕망으로 채워집니다. 예를 들면 사랑에 빠질 나이에 누군가를 발견했는데 호감이 가면 상상을 하는 겁니다. 상대가 밥을 먹을 때는 이렇게 먹고, 지적 수준은 어느 정도일 거라는 등 두세 가지만 확인한 후 상대에 빠져들어요. 그리고 나머지는 다 나의 욕망으로 채운다는 말이죠. p.105

 

이달의 사락 k******4 2019.03.03. 신고 공감 7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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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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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도장깨기 하듯 읽어가던 시절이 있었다. 이해를 하든 못하든 이름 들어본 작품은 다 읽어보고 싶었다.   내게 세상은 텅 빈 직소 퍼즐판이고 책들은 그림을 완성할 퍼즐 조각이다. 퍼즐을 맞추다 보면 한두 조각만 봐서는 어떤 그림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지만 조각들이 아직 제자리를 찾지는 못했어도 열 개 백 개의 퍼즐 조각을 가지고 있을 때는 어떤 그림이겠구나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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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도장깨기 하듯 읽어가던 시절이 있었다. 이해를 하든 못하든 이름 들어본 작품은 다 읽어보고 싶었다.

 

내게 세상은 텅 빈 직소 퍼즐판이고 책들은 그림을 완성할 퍼즐 조각이다.

퍼즐을 맞추다 보면 한두 조각만 봐서는 어떤 그림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지만 조각들이 아직 제자리를 찾지는 못했어도 열 개 백 개의 퍼즐 조각을 가지고 있을 때는 어떤 그림이겠구나 하는 어렴풋한 느낌이 생긴다.

읽었지만 제대로 이해 못한 책들은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한 퍼즐조각이다.

 

책은 도끼다같은 책을 통해 깊이 있는 고전 분석을 접할 때면 남의 완성된 퍼즐을 보는 기분이다. 당장 내 퍼즐이 맞춰지진 않아도 조각의 제대로 된 위치가 여기쯤이 아닐까 하고 다시 자리를 잡아본다. 아직 안 읽어본 작품이라면 퍼즐조각이 더 필요하구나 싶어 다음에 읽을 책의 목록에 추가하기도 한다.

 

저자인 박웅현 님은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생활의 중심등의 광고를 만든 카피라이터다.

 

늘 거기에 있었지만 미처 눈여겨보지 않았던 것들에 시선을 주어 매일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진짜 사는 재미라고 생각한다.(p.3)

 

책 전체를 통해 저자가 강조하는 말이다.

명징하게 머릿속에 쏙쏙 박히는 광고 문구를 만드는 사람답게 일상을 새로운 눈으로 발견하는 것이 그의 일이고 재미라고 한다. 돈이나 명예를 좇아 사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고 재미있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으니 직업적인 성공은 자연스런 결과로 보인다.

 

꽃이 지는 모습을 자신만의 눈으로 관찰하고 아름답고 군더더기 없이 표현하는 작가 김훈.

사랑이나 불안 같은 주관적인 감정을 카데바 해부하듯 객관화시킨 알랭 드 보통.

귀족 부인의 일탈이라는 진부한 소재에서 인간의 본성을 발견하고 적확하게 묘사하여 작품으로 남긴 톨스토이.

이 외에도 책에서는 판화가 이철수, 니코스 카잔차키스, 알베르 카뮈, 밀란 쿤데라, 등 저자에게 도끼가 되어준 작품들과 작가들을 소개한다.

카피라이터의 글이라서인지 시처럼 감각적인 문장이 많고, 시각이 참신해서 좋았다.

 

책을 읽었다고 리뷰를 남기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좋은 리뷰를 남겨 독자로 하여금 읽고 싶도록 만드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성공한 광고인답게 소개하는 모든 책을 다 사서 읽어보고 싶게 글을 쓴다.

책 전체가 광고 카피 같다.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되는 거야.

-19041, 카프카, 친구 오스카 폴락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내가 읽은 책들은 나의 도끼였다. 나의 얼어붙은 감성을 깨뜨리고 잠자던 세포를 깨우는 도끼. 도끼 자국들은 내 머릿속에 선명한 흔적을 남겼다. 어찌 잊겠는가? 한 줄 한 줄 읽을 때마다 쩌렁쩌렁 울리던, 그 얼음이 깨지는 소리를. (p.7)

 

살벌한 느낌의 제목이 의아스러웠는데 카프카의 글에서 인용했다고 한다.

예쁘고 고상한 말들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었을 텐데 굳이 도끼라는 단어를 넣은 걸보면 저자가 얼마나 진지하게 책을 대하는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책에서는 계속 다독보다 적게 읽더라도 제대로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권해주는 책들을 정독하고, 그 책의 이해를 돕는 다른 책들을 찾다보면 읽을 책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양에 집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어느 정도의 다독은 숙독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머리를 도끼질하고 온 몸을 촉수로 만드는 게 일과인 광고인이다.

지금도 충분히 남들보다 예민하지만 언제나 더 많은 촉수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음악, 미술, 문학 작품을 많이 경험한다고 한다.

 

그러나 좋은 작품일지라도 누구에게나 도끼일 수는 없다.

일상이 누구에게는 그저 일상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감동이 되듯

훌륭한 작품이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도끼도 될 수 있고 아무 의미 없을 수도 있다.

 

겉모습만 보면 책은 도끼가 아니라 그저 인쇄된 종이 묶음이다.

그 안에서 지혜를 찾고 감동을 볼 줄 알아야 비로소 도끼가 된다.

카프카가 읽고 저자가 읽은 책의 원형이 도끼가 아니었다.

그들이 가진 통찰력이 책을 도끼로 만들었다.

 

저자는 안나 카레니나를 읽으면 표정이나 말투로 그 사람의 마음 상태를 알 수 있게 되고, 곰브리치의 서양 미술사를 읽으면 피카소 작품이 왜 좋은지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겉핥기로만 읽은 나는 책을 도끼처럼 쓰는 저자의 내공에 감탄할 뿐이다.

 

안나 카레니나를 보고 사람의 마음을 읽고 서양 미술사를 보고 피카소 작품에 감동 받으려면 얼마나 많은 경험과 사유가 필요한 걸까.

 

책은 냄비받침일 수도 있고, 수면제일 수도 있고, 도끼일 수도 있다.

무엇이 되느냐는 읽는 사람의 몫이다.

 

나에게 책은 아직 빈 곳이 많은 그림을 완성시켜줄 퍼즐조각이다.

이 책도 퍼즐판 어디선가 제자리를 찾기를 기대한다.

YES마니아 : 로얄 s*****e 2022.06.06. 신고 공감 5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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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눈에 들어올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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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나이 드는 게 좋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인다고 했는데요. 이유가 있어요. 젊은 사람들은 나뭇잎이나 꽃 말고 예쁜 여자도 봐야 하고 멋진 남자도 봐야 하고 볼 수 있는 것들이 참 많아요. 그런데 조금 지나고 나면 자연이 눈에 들어오죠. 그리고 만약 화가라면 봄을 들여다보고 그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화폭에 드러난다는 겁니다. 우리 그림의 경우 문인화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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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나이 드는 게 좋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인다고 했는데요. 이유가 있어요. 젊은 사람들은 나뭇잎이나 꽃 말고 예쁜 여자도 봐야 하고 멋진 남자도 봐야 하고 볼 수 있는 것들이 참 많아요. 그런데 조금 지나고 나면 자연이 눈에 들어오죠. 그리고 만약 화가라면 봄을 들여다보고 그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화폭에 드러난다는 겁니다

우리 그림의 경우 문인화와 화원들이 그린 그림을 보는 기준이 달라야 한다고 합니다. 이유는 화원들은 기능인이고 문인화는 아니다보니 인위적인 기교가 드러나는 것을 삼가기 때문이랍니다. 멋지게 보이고 잘 그리려고 노력해서 그린 그림은 티가 난다는 거죠. 그런 그림은 썩 높이 평가하지 않는데, 열심히 그리려고 노력한 자취는 보는 이의 긴장을 유발한답니다. 또 심각한 것도 문제라고 했습니다. 심각한 것은 긴장을 하니까 참마음이 열리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래서 그림을 노래하듯 편안하게 그리는 게 문인화의 정진이라고 합니다. p.302

이달의 사락 k******4 2019.03.19. 신고 공감 5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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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의 바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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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기는 다른 말로 ‘다른 생에 대한 동경’이에요. 다른 곳에 더 나은 인생이 있을 것 같은 막연한 동경이죠. 결혼하고 이게 더 심해지는 이유는 결혼과 동시에 다른 선택의 문이 닫혀버리기 때문이에요. 다른 세계, 다른 가능성, 다른 즐거움, 다른 쾌락에 대한 문을 닫는 게 결혼이라는 제도잖아요. 그래서 안나가 유난히 감수성이 있어서가 아니라 단순히 결혼생활 중 다른 생을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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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기는 다른 말로 다른 생에 대한 동경이에요. 다른 곳에 더 나은 인생이 있을 것 같은 막연한 동경이죠. 결혼하고 이게 더 심해지는 이유는 결혼과 동시에 다른 선택의 문이 닫혀버리기 때문이에요. 다른 세계, 다른 가능성, 다른 즐거움, 다른 쾌락에 대한 문을 닫는 게 결혼이라는 제도잖아요. 그래서 안나가 유난히 감수성이 있어서가 아니라 단순히 결혼생활 중 다른 생을 갈망하는, 다른 말로 바람기를 숨기지 못하는 인물인 것이죠. p.250

이달의 사락 k******4 2019.03.17. 신고 공감 5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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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의 이방인은 현재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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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르트르가 분석을 합니다. 그가 제시한 <이방인>에 대한 논점의 핵심은 이방인은 현재를 산다는 점이죠.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 그리고 그 현재를 파편적으로 살아요. 마리와 섹스를 하고 엄마 장례식에 가야 하니까 가고 해수욕을 하고 싶어 바다에 들어가고,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 카뮈가 한 것이 문장을 다 독립시켜놓은 겁니다. 보통 우리가 쓰는 글들은 앞의 구절을 받아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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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르트르가 분석을 합니다. 그가 제시한 이방인에 대한 논점의 핵심은 이방인은 현재를 산다는 점이죠.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 그리고 그 현재를 파편적으로 살아요. 마리와 섹스를 하고 엄마 장례식에 가야 하니까 가고 해수욕을 하고 싶어 바다에 들어가고,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 카뮈가 한 것이 문장을 다 독립시켜놓은 겁니다. 보통 우리가 쓰는 글들은 앞의 구절을 받아서 이어가는데 이방인의 문장들을 그런 게 없어요. 과거로부터 현재를 빌려오지 않고 미래를 담보하지 않아요. 실존적인 삶의 태도와 맞물리죠. 그런 내용을 전달하는 형식을 똑같이 차용한 것이 이 책의 대단한 점이라고 사르트르가 극찬을 합니다. p.185

이달의 사락 k******4 2019.03.14.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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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햇살을 소중히 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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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사고를 형성하는 데 날씨는 아주 큰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남프랑스를 배경으로 하는 좋은 그림이 많은 건 좋은 햇빛을 모르는 척 못 하고 이젤을 들고 나오는 사람들이 많아서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p.144지중해 지방은 햇볕은 뜨겁지만 그늘로 들어가면 아주 서늘하더군요. 더운 날씨지만 전혀 짜증스럽지 않죠. 그런 곳에서 살다보니 그곳 사람들은 아등바등할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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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사고를 형성하는 데 날씨는 아주 큰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남프랑스를 배경으로 하는 좋은 그림이 많은 건 좋은 햇빛을 모르는 척 못 하고 이젤을 들고 나오는 사람들이 많아서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p.144

지중해 지방은 햇볕은 뜨겁지만 그늘로 들어가면 아주 서늘하더군요. 더운 날씨지만 전혀 짜증스럽지 않죠. 그런 곳에서 살다보니 그곳 사람들은 아등바등할 일이 없습니다. 먹고살기 위해 생을 바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 바로 지중해 사람들입니다. 숲에 조금만 들어가면 먹을 만한 게 있고, 삶이 고통스럽지 않고 하루하루가 행복해요. 하지만 반대로 그래서 그들은 삶이 없어진다는 것이 누구보다 슬픈 사람들입니다. 그 찬란한 축복의 나날이 사라지는 거니까요. 그래서 그들은 순간을 즐기며 삽니다. 오늘 하루의 햇살을 소중하게 여기면서요. p.147

 

이달의 사락 k******4 2019.03.10. 신고 공감 4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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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물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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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흙은 헐겁다. (…) 봄 서리는 초봄의 땅 위로 돋아나는 물의 싹이다. 봄풀들의 싹이 땅 위로 돋아나기 전에, 흙 속에서는 물의 싹이 먼저 땅 위로 돋아난다. 물은 풀이 나아가는 흙 속의 길을 예비한다.”겨울이면 땅이 얼잖아요. 봄이 오면 따뜻해지면서 언 땅이 녹아 흙 속에 있던 물이 빠져나갈 거고요. 그러면 단단하게 얼음이 잡고 있던 흙이 헐거워지겠죠. 빠져 나온 물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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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흙은 헐겁다. () 봄 서리는 초봄의 땅 위로 돋아나는 물의 싹이다. 봄풀들의 싹이 땅 위로 돋아나기 전에, 흙 속에서는 물의 싹이 먼저 땅 위로 돋아난다. 물은 풀이 나아가는 흙 속의 길을 예비한다.”

겨울이면 땅이 얼잖아요. 봄이 오면 따뜻해지면서 언 땅이 녹아 흙 속에 있던 물이 빠져나갈 거고요. 그러면 단단하게 얼음이 잡고 있던 흙이 헐거워지겠죠. 빠져 나온 물기가 헐거워진 흙 사이를 뚫고 땅 위로 올라오는데 그게 물의 싹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 물의 싹이 돋아난 길을 따라 봄 풀의 싹이 올라올 거예요. 그래서 풀이 나아갈 길을 물이 예비한다는 것이고요. 이렇게 보면 봄을 맞는 흙 속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있는 건지요. 우리가 그냥 지나쳤던 모든 것들 속에 이야기가 있는 거예요. 들여다보면 발견하게 되는 거죠. p.81

세월에 저항하면 주름이 생기고 세월을 받아들이면 연륜이 생긴다

 

이달의 사락 k******4 2019.03.05. 신고 공감 4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