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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하버드의 AMP과정을 수강할 수준의, 각국에서 포지셔닝을 잘하고 있는 고위층을
대상으로 한 강의의 정리본이다. 아마도 이 책의 독자보다, 강의를
직접 받고 있는 수강생들에게 맞게 모국이 처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또는 대안을 찾기 위해) 다른 나라는 어떤 정책과 전략을 취해왔고, 그 결과 어떤 정책과
전략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으며 어떤 것들은 실패했는지, 그리고 그 원인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개괄적인
내용을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일종의 퍼즐판이다. 그 안에 퍼즐 조각 대부분은 문제를 해결하거나 해결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며, 저자는 퍼즐판과 (전체 퍼즐 맞추기의 윤곽을 희미하게나마 알 수
있는) 약간의 퍼즐만을 끼어주는 식이다. 그리고 (저자게 제공하는) 그 퍼즐판과 약간의 퍼즐은 미국과 일본의 내용 위주로
구성하였다. (국가별 케이스 스터디는 일본으로 시작해서 미국으로 끝나고 있다. 또한 공동 저자는 미국인과 일본인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하는
국가도 미국과 일본이다!).
조금 더 파고 들어가보면, 이 책에서 말하는 개별 국가가 처한 상황을 고려해서 정해야 하는 정책과 전략,
그리고 그에 대한 충실한 수행 및 지속적인 보완의 기본적 잣대는 미국식의 자본주의다. 지금
세계의 패권을 지배하고 있고, 앞으로도 한동안 그 영향력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되고 있는 그 나라다. 하지만 ‘Pax’ 라는 이름으로 천년동안, 아니 500년을 지속한 나라도 아직 인류의 역사상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미국의 그 세계 표준 (한때 Global Standard라고 불리던)이 21세기 들어서 매우 흔들리고 있다. 어느 체제나 (경중에 차이는 있지만) 위기는 존재한다. 그 위기를 잘 극복하면 Pax의 역사가 좀 더 연장될 수는 있겠지만, 인류의 경험상 그런 역사는 과거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를 근거로 앞에 언급한 퍼즐판으로
돌아가보면, 그 퍼즐판은 미국식의 퍼즐판이다. 똑똑하고 현명한
그룹의 미국인들이 만든 퍼즐판이고, 어떤 외국인이 그걸 이해하지 못한다고 친절한 설명과 함께 같이 공동작업으로
퍼즐판을 완성하도록 협력하고 때로는 기다려 주는 이상적인 방법이 아니다. 이처럼 지구상 국가의 생존
논리는 아직 가야할 거리가 많이 남았다. 그럼에도 몇몇 나라들은 그 퍼즐판을 종교 경전처럼 무오류의
신앙 대상처럼 여기고 있다. 일본이 그렇고, 한국이 그렇게
되어가지 않나 싶다. (앞서의 논리에 관해 비판적 입장에 있는 분들께는 양해를 바라고 싶지만…) 그리고 이 책에는 각 국가별 전략 및 정책 분석과 함께 각 장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습관적으로 미국(그리고 일본)과의 관계 전망을 서술하고 있다.
한나라의 성장을 경제 발전이라는
변수로 측정하며, 경제 발전이 근대화(또는 현대화)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그 현대화의 최첨단에 서 있는 나라가
미국이며, 이러한 발전 과정을 저소득 국가에 계몽시키려는 식의 논리는 르네상스 이후 서구의 계몽주의의
연장 선상에 놓여있다. IT를 포함한 각종 과학기술의 발달과 의료/ 교통
등 각종 인프라의 발전으로 인류의 물리적인 편의가 보다 나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곧 행복으로 귀결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회의스럽다. 과거 우리를 뒤돌아보면, 식민지 통치시절의 독립운동가들이나 독재주의
시절의 민주화 운동가들은 스스로의 입신보다 나를 포함한 우리를 위해 자기를 희생시켰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런 활동에 대해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물질적/ 정신적 영역이 돈으로 귀결되어가고 있다. 국가의 경제적 성장, 개인의 가처분 소득 증대, 내가 속한 회사의 발전 등등. 결국 계량화된 확장의 척도는 교환단위로 출발한 돈으로 환원된다.
몇가지 사례로 들어가보자. 사우디 아라비아의 정교분리가 현대화의 걸림돌이라면, 미국처럼 준정교일치
국가는 어떻게 봐야 하는가? 일본이나 한국처럼 다종교 사회가 정교 분리가 사우디 아라비아가 가야 할
정교분리의 모델일까? 유럽의 성장이 점점 둔화하는
이유는 사회보장 프로그램에 지나치게 많은 자금을 투입해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지 않기 때문이라면 (미국이나
이번 정권하에서의 한국처럼) 신자유주의가 더 맞다는 말인가? 현재 글로벌 경제 위기의 한
축은 EU에 속한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여러 국가의 재정 적자 문제 (EU 통합 이후 재정 적자에
대한 강경 대응의 결과)이다. 미국인의 관점에서 보면 앞서
말한 사회복지제도와 국가간 통합으로 인한 재정 적자 문제는 유럽 지역의 가장 큰 이슈로 해석된다. 그런데, 역사상 전례없는 지역간 자발적 통합 과정에서 이 정도의 문제도 발생하지 않고 통합이 연착륙으로 진행될 수 있을까? 다른 나라의 문제점 대비 미국
금융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해결방안이나 고민거리의 심도가 그리 깊어 보이지 않는 것은, 자기문제는 객관적으로
파악하여 잘 해결하지 못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속성 때문일까?
저마다 다른 국가 전략과 상황을
국가 분석 이론을 통해 반복해 살펴보면 세계 각국이 어떤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지 자연스레 알 수 있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주장대로 세가지 국가 분석
이론 방법론 (경제 동향 분석, 국가 목표/ 전략/ 정책 분석, 전략과
처한 상황과의 적합성 분석)을 반복적으로 사용한다면 우리나라 그리고 세계 각국에 대해 보는 눈이 좀더
향상시킬 수 있다는 바램으로 이 책의 서평을 마무리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