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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린다던 <레이디 호크> 리뷰 대신 이 작품 감상평을 쓴다. 꼭 어거지는 아니고, 그 작품과 지금 이 작은 대략 세 개 정도 공통점이 있는데 첫째 제목에 '호크'가 들어간다, 둘째 한국어 타이틀들에서와는 달리 띄어쓰기를 안 한다(전자는 몰라도 지금 여기선 뜻이 달라짐), 셋째 특정 세대가 무척 좋아들 하는 루트거 하우어가 매우 큰 비중으로 등장한다, 뭐 이 정도겠다. 이렇게, 닮은 점이 셋씩이나 있으니 미뤄진 숙제 레이디호크 리뷰를 충분히 대신할 수 있겠다 싶어 특별히 고른 작품... 은 아니고 그냥 어제 어느 채널('더 무비')에서 틀어 주길래.
슬라이와 루트거 하우어가 함께 나오는데도 국내에선 생각 외로 지명도가 그리 높은 것 같지는 않다. 보다시피 1981년작인데 국내 개봉은 6년이나 늦었다. 1981년이면 한국이 한가하게 외국 화제작이나 수입해서 틀 시절이 못 되었겠고, 저 당시라면 미국에서도 큰 화제를 과연 불렀을까 의심도 하던데 그렇지는 않고 아직 완전 입지를 굳히기 전의 스탤론(물론 <록키>로 일단 스타가 되었지만 <람보> 2편을 찍기 전이라 아직은 관망 필요한 영화인)이었지만 이 작은 흥행에 꽤 큰 성공을 거두었더랬다. 국내 개봉이 늦은 이유는, 마치 <록키 4>처럼 불법 복제 비디오(VHS)로 볼 사람은 다 봐서였을 수도 있지만, 몇몇 장면 때문에 수입 허가가 안 떨어져였을 수도 있다. 여튼 수입 업자 측에서는 1987년 시점에서 지나놓고 보니 엄청난 스타들이 되어 버린 캐스팅 면면이라 구미가 안 당길 수 없었을 것이다.
여기서 슬라이는 매우 유능하지만, 성향상 폭력적인 방법을 매우 싫어하는 형사 역으로 나온다. 이후 <코브라>라든가, <데몰리션 맨>에서 그가 수단 안 가리는 즉결처분형 마초 형사 역을 맡았던 것과 매우 대조적인 캐릭터 설정이다. 징계 차원에서 그는 ATAC(Anti-terrorist Action Command의 약칭이라고 하는데 물론 어느 나라나 테러 대응 헤드쿼터는 있겠으나 적어도 미국에 당시나 지금까지나 저런 이름을 단 공권력 조직은 없었다)으로 전보 발령되는데, 이곳에서도 그는 '난 사람 죽이려고 경찰 된 게 아니에요. 괴물과 싸우면서 똑 같은 괴물이 되어버리면 그게 대체 뭐냐고요.'라며 상관에게 징징거린다. 뭐 이런 장르에서 아주 익숙히 보는 패턴이지만 (앞서 말했듯) 이후 그가 몸 담게 되는 장르에서와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라 흥미롭다는 것이다.
슬라이와 그가 소속된 새 팀이 잡아야 할 괴물은, 소신파 혁명가를 자처하지만 사실은 그저 피에 굶주린 미친 용병, 살인마인 '울프가'이다. 이 울프가 역을 루트거 하우어가 맡았다. <레이디 호크>보다 4년 정도 앞선 출연이다. 여기서도 그는 적잖이 나이 든 모습인데 스탤론은 그에 비하면 (비슷한 또래인데도) 젊어 보인다. 스탤론은 본디가 늦깎이이고, 루트거 하우어는 겨우 이 작이 미국에서의 데뷔 퍼포먼스라서이다. 준수하고 샤프하면서도 사악한 기운이 뚝뚝 묻어나는 그이기에 이 데뷔작이 미국 관객들에게 과연 강렬한 인상을 남겼을 것이다.
이 영화에는 반가운 얼굴들이 많이 나오는데 스탤론(딕 역)의 파트너이고 나중에 놈한테 얼굴에 칼을 찔려 중상을 입고 간신히 목숨을 건지는 매튜 형사 역에 빌리 디 윌리엄스가 나온다. 일일이 대표작을 꼽기 어려울 만큼 많은 작품에 나왔었고, 다이애나 로스가 빌리 할리데이 역으로 나온 <레이디 싱즈 더 블루스>에서 그녀의 남편 역을 맡은 걸로도 많은 팬들의 뇌리에 남겠다. 비교적 최근에는 수사 미드 NCIS의 한 에피소드에서, 르로이 제스로 깁스 반장의 부친, 그 막역한 친구였다가 여자(...) 문제로 나중에 원수가 되어버린 노인 역으로 나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 적 있다. 한국어 자막에서 깁스 반장 면전에서 그 죽은 부친을 가리킬 때 '네 애비'라고 처리하여 황당함을 안기기도 했다(미친 놈 아님? 아들 앞에서 아버지를 욕하다니 살인 날 소릴). 영어에는 본디 존비법이 없고, 현대 한국인들은 무개념으로 오용하는 풍조가 빚은 웃지 못할 실수. 상황 파악 못 하는 늙은 닭대가리나 저지를 어처구니없는 무뇌짓.
여기서 울프가의 캐릭터는 특이한데, 앞서 말했듯 그저 피를 보고 사람 죽이는 게 좋아서 테러에 뛰어든 주제에 무슨 대의명분이나 실천하는 듯 위선과 과장을 일삼는다는 점이다. 태어날 때부터 종자 자체가 잘못된 악종인데, 차라리 본성에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하면 뭐라 말을 안 하겠는데 끝까지 거짓말에 허풍에 과대선전이다. 테러 단체도 세계 민중에 어필하는 이미지라는 게 있어서 애꿎은 시민이나 특히 부녀자, 아이들을 살상하는 건 대체로는 피하려 드는데, 얘는 그런 게 없고 무작정 죽이는 게 좋아서 죽인다. 이러니 테러 단체들조차 그에게 일감을 줄 리 없고, 밥을 굶게 생긴 그는 체면 회복을 위해 인질극을 시도하며, 인질을 풀어 주는 대가로 '유명한 테러리스트' 몇을 석방할 것을 요구하는데, 모하메드 야피나 미로슬라프 야코비치는 이해가 되는데(뒤의 이름은 지금 생각해 보니 이 시대와 안 맞음ㅋ) '류 찬 타오'는 대체 뭔가? 1인당 국민소득 300불(같은 시기 한국의 1/5~1/7 수준)을 자랑하던 레드 차이나에서 세계에 공산 혁명 과업을 위해 파견한 전사이기라도 한가?(당시 쟤네들은 그럴 여유조차 없었음)
(스포일러)
케이블카에서 납치한 인질들을 버스로 옮겨 태우고 도주하는 게(그 운전수로는 딕 형사를 강요함) 그의 계획이었는데, 승객 중 한 명으로 위장하고 울프가를 엄호하는 악질 파트너(여자) 샤카만 잡아 내면 의외로 진압이 쉬운 형세였다. 이 점을 알고 경찰에선 일부러 도발하여, 단세포인 샤카를 발끈하게 만들어 타깃을 잡아낸 후 바로 사살해 버리는 전술을 쓰는데 이게 멋지게 성공한다. 인질들은 구출되지만 약아빠진 울프가는 그새 도주해 버리고, (이런 영화에서 흔히 보듯) 모든 걸 잃게 된 놈은 이제 형사의 가족을 노리며 비열한 복수를 시도하는데...
(심각한 스포일러)
극은 여기서 의외의 방향을 트는데 시대를 감안하면 꽤 기발한 트릭이었다. 영화는 다음 타깃이 딕 형사의 아내가 되겠음을 암시하며, 밤에 귀가하는 그녀의 뒤를 쫓아 문을 따고 들어가는 울프가의 동작을 긴박감 넘치게 담는다. 헌데 놈이나 우리 관객이나 영락없이 와이프인 줄 알았던 분은 바로 여장한 딕 형사 자신이었고, 놈은 드디어 외나무다리에서 임자를 만나 숨통이 끊어진다.
이건 일종의 수미쌍관 효과를 노린 영화상의 위트이기도 한데, 극 처음에 딕 형사가 노숙자 여인으로 변장한 후 살인자를 잡아내는 함정 수사를 펼치는 씬이 또 나오기 때문이다. 반전도 반전이지만 이런 유머까지 곁들여진 덕에 이 작품의 마무리는 꽤 호평을 받았다.
자, 과연 스탤론은 여장이 어울리는 배우일까? 그는 어떤 관점에서도 미남으로 보기 힘든, 사람에 따라 흉측하게까지 볼 수 있는 그런 외모이다. 각본이나 제작 컨셉 등에서의 재능이 사실 그의 진면목이고, 주사를 잔뜩 맞아 부풀린 근육으로 용을 쓰는 건 아마도 본인이 전혀 원치 않던 광대짓이었을 것이다. 희한하게도, 여장이 그럴싸하다는 건 반드시 예쁘다거나 하는 뜻이 아니라, 보는 사람 마음이 전혀 동하지 않아도 '희한하게 잘 어울리긴 한다'는 뜻이 될 수도 있는데 이 작에서의 스탤론이 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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