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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겨울 2018 - 박민정, 백수린, 서이제, 정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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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의 공기는 비슷하다. 아니 나에게 익숙하다고 하는 게 맞겠다.  과거의 어떤 사소한 사건으로 인한 관계의 파국,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뿌리째 흔들리고 있지만 표면적으로는 그럭저럭 현재를 살고 있다는 내용들 하지만 여기에 실린 서이제의 미신(迷信)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소설이다. 신선해서 좋다. 계속 말을 찾아 헤매이는 꼭 맞는 말을 찾고야 말리라는 의지, 다시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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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의 공기는 비슷하다. 아니 나에게 익숙하다고 하는 게 맞겠다.

 

과거의 어떤 사소한 사건으로 인한 관계의 파국,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뿌리째 흔들리고 있지만 표면적으로는 그럭저럭 현재를 살고 있다는 내용들

 

하지만 여기에 실린 서이제의 미신(迷信)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소설이다. 신선해서 좋다. 계속 말을 찾아 헤매이는 꼭 맞는 말을 찾고야 말리라는 의지, 다시 앞장으로 돌아가 읽어봐도 말의 무한한 변이. 그는 도대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가?

 

박민정의 사촌 리사 : 내가 기억했던 리사와 리사의 삶은 같지 않다. 나의 인생과 그 밖에 다른 인생들이 평행을 이루면서 옆을 달리는 우리는 만나지 못할 수 밖에 없다.

 

백수린의 시간의 궤적 : 사소한 말 한마디, 인간의 이기심(나는 아직 그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주인공은 나의 참지 못함 버젼인 것 같다) 때문에 일어난 관계의 파국을 그린다. 아주 조그마한 말로 튀어나오려고 하는 이기심은 절대 발설하지 말것, 영혼의 친구는 그리 자주 나타나지 않는 법이다.

 

서이제의 미신 : 말을 찾아 떠나는 네버엔딩 스토리.. 죽은 상태인지, 살아 있는 상태인지, 친구와 선생님, 내가 술래잡기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한다.

 

정용준의 사라지는 것들 : 정용준은 여전히 이야기에 강하다. 그의 이야기는 극진한 슬픔을 말한다. 마음을 지극하게 아프게 하면서도 살아날 힘을 주는 정용준이 좋다. 그의 장편은 프롬토니오만 읽었는데 투명한 문체에 비해 이야기의 힘은 조금 부족했다. 짧은 단편은 이리 좋은데

 

벌써 여름이 다가오고 있는데 올해 시리즈는 시작되지 않았다.

 

소설보다 : 봄, 여름이 어서 나오면 좋겠다. 문학 계간지를 읽지 않은 나이기에 새로운 소설을 기다리는 마음은 언제나 기대 가득이다.

 

개인적 감정에 대한 소설이나 쓴다는, 재미없는 이야기를 쓴다는 비난을 최일선에서 맞으면서 쓰고 또 썼을 우리의 소설가들에게 경의를, 과녁을 빗나간 화살을 쏘았을지라도 아낌없는 박수를, 어쩔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났기에, 대답없는 메아리지만 쓰고 또 쓰는 그들에게 격려를..

 

말로 한없이 하지 말고 소설책을 사자. 책을 사!!!!

k*****7 2019.06.04. 신고 공감 20 댓글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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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그 안에서도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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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정리하다 누군가가 보낸 메시지를 발견했다. 보낸 사람의 이름은 없었고 내용은 애틋했다. 한참을 생각하고 나서야 그녀가 누구인지 기억이 났다. 그녀만의 언어였다. 잘 지내고 있다는 걸 알지만 그녀와의 연락은 끊어졌다. 어떤 서운함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가만히 그 메모를 바라보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에 대해서 생각한다. 어쩌다 우리는 이렇게 서로를 알게 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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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정리하다 누군가가 보낸 메시지를 발견했다. 보낸 사람의 이름은 없었고 내용은 애틋했다. 한참을 생각하고 나서야 그녀가 누구인지 기억이 났다. 그녀만의 언어였다. 잘 지내고 있다는 걸 알지만 그녀와의 연락은 끊어졌다. 어떤 서운함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가만히 그 메모를 바라보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에 대해서 생각한다. 어쩌다 우리는 이렇게 서로를 알게 되었고 안부를 주고받으며 속상한 일까지 털어놓을 수 있는 사이가 되었을까. 한때는 영원을 약속했던 사이였지만 서로의 현재를 모르는 사이로 전락하기도 하는 이상한 관계. 함께 한 시간을 생각하면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어떻게 사랑이 변하냐는 영화 속 울부짖음처럼 묻게 될지도 모른다. 소설 안에서도 소설 밖에서도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과거에 당당하고 모두의 부러움을 샀던 아이돌로 활동했던 사촌의 만나 그녀가 프리터로 살아가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낸 박민정의 나의 사촌 리사, 낯선 프랑스에서 만난 인연에 대해 그들이 보낸 시간과 그 안의 내밀한 감정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백수린의 시간의 궤적, 처음에는 도통 무슨 이야기인지 몰랐지만 그 문장에 빠져들고 있다는 걸 고백할 수밖에 없는 서이제의 미신迷信, 딸아이를 사고로 잃고 그 상실로 인해 점차 무너진 가족의 현재를 마주하는 정용준의 사라지는 것들.

 

이별과 상실은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주어지는 것일까. 네 편의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헤어진 누군가, 사라진 존재를 생각하고 있었다. 더욱 자주 연락을 하고 만남을 이어갈 수 있지만 어느 순간 안부만 전하는 사이로 변하는 사람들. 가족이란 울타리에 속하지만 그런 사이가 아니라 자신할 수 없다. 서로를 향한 마음이 줄어들고 있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의 절망감을 백수린은 감각적인 표현으로 전달한다.

 

잿빛 어둠 속에서 파도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짙푸른 물결이 이쪽으로 다가오다 부서지는 모습이 보였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 황금색으로 빛나던 장소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바람이 불면 파라솔의 몸체가 흔들렸고 이제 끝이란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끝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저 그런 생각이 들었고 옅은 슬픔 같은 것이 가슴 안에서 서서히 퍼졌다. (시간의 궤적중에서)

 

어찌할 수 없는 죽음 그 후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서이제의 미신迷信과 정용준의 사라지는 것들에서는 소중한 이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참혹한 일상을 느낀다. 왜 그들의 죽음을 막지 못했나. 정용준의 소설에서 어린 딸의 죽음에 대한 부분은 특히 그러하다. 아이를 돌봐주던 어머니가 왜 그때 그랬을까. 아주 작은 실수였고, 불운이었다는 걸 알면서도 가족은 조금씩 와해된다. 그리하여 어머니는 죽기로 결심했고 그 사실을 아들에게 전한다. 정용준의 소설을 읽으면서 어머니의 죽음을 마주할까 봐 내내 불안했다. 아들과의 불편한 여행, 그 짧은 시간 나누는 대화는 외롭고 쓸쓸했다.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삶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붙잡고 살아야 할까. 모르는 것투성이인 삶은 계속되고 우리는 때로 멍하니 서로를 바라볼 뿐이다.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아는 게 없다. 아무도 누구도 모르겠다.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애써 상상하면 떠오르는 건 온통 절망스럽고 나쁜 일들뿐이다. (사라지는 것들중에서)

 

 

r*********s 2019.05.15. 신고 공감 5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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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설을 읽다_056 (소설보다 : 겨울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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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이 생각해보면 수업시간에 읽은 책들을 제외하고는 한국 작가의 소설을 읽어본 적이 그리 많지 않다. 몇몇 작가의 글에 빠져 그들의 신작이 나올 적마다 찾아 읽은 적은 있지만 그런 작가는 손에 꼽힐 정도이다. 그래서인지 종종 외국 작가의 글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작가의 글도 편식하지 말고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시골아낙님의 리뷰로 이 책을 만났다. ‘소설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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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이 생각해보면 수업시간에 읽은 책들을 제외하고는 한국 작가의 소설을 읽어본 적이 그리 많지 않다. 몇몇 작가의 글에 빠져 그들의 신작이 나올 적마다 찾아 읽은 적은 있지만 그런 작가는 손에 꼽힐 정도이다. 그래서인지 종종 외국 작가의 글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작가의 글도 편식하지 말고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시골아낙님의 리뷰로 이 책을 만났다.

 

소설보다 : 겨울 2018’이라는 제목을 접하며, 계절별로 나오는 책인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겨울에 발표된 글인가, 아니면 겨울에 어울리는 책인가? 생각해 보기도 했다.

 

소설 보다이 계절의 소설선정작을 묶은 단행본 시리즈로, 1년에 네 권씩 출간됩니다. 계절의 리듬에 따라, 젊고 개성 넘치는 한국 문학을 가장 빠르게 독자와 함께 하겠습니다.

 

책날개에 적힌 글을 보니, 계절도 고려를 한 듯 싶다. 그래서일까, 여름이 찾아든 날에 읽으면서도 이야기들이 어딘가 황량하고 버석인다. 마치 찬서리가 내린 조용한 겨울아침처럼 말이다.

 

나의 사촌 리사 - 박민정

시간의 궤적 - 백수린

미신 - 서이제

사라지는 것들 ? 정용준

 

책에는 4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의도한 것일지 몰라도 4편의 이야기 모두 사람 간의 관계가 주요 소재이다(, 어쩌면 세상 모든 이야기가 사람 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글을 쓰는 나와 사촌 리사(나의 사촌 리사), 나와 언니(시간의 궤적), 나와 선생님, 또는 이군(미신) 그리고 나와 엄마(사라지는 것들)의 이야기가 그러하다.

 

네 편의 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백수린의 시간의 궤적이다.

 

주인공은 애인이 후배와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을 알자 마자, 학창시절 꿈꾸었던 미술사 공부를 위해 프랑스로 떠나고 그 곳 어학원에서 주재원으로 와 있던 언니와 만난다. 그렇게 둘 사이의 만남과 헤어짐이 짧은 글로 그려진다. 그 와중에 프랑스인 브리스를 만나 결혼에 이르는 이야기가 있지만, 내게는 그 과정 역시 그녀와 언니의 이야기를 풀어가기 위한 소재로 느껴졌다.

 

우리가 누군가와 가까워 진다는 것은 나의 좋은 면만이 아니라 좋지 않은(혹은 상대가 좋아하지 않을) 모습까지 함께 보여주는 것이다. 더 나아가 나의 약한 부분, 숨기고 싶은 부분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로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가까운 사람에게 한없이 잔인해질 수 있다. 그의 상처가 무엇인지 잘 알기에 그것을 교묘히 건드려 가며 말이다.

 

행복에는 정해진 양이 있어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타인을 불행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처럼, 다급히 내가 그건 나쁜 거 아닐까. 언니는 남의 가정을 망가뜨리고 싶어?”라고 언니에게 말했을 때의 그 눈빛. 억지로 웃으려고 하지만 끝내 물에 녹아내리는 물감처럼 한없이 희미해지던. pp.71-72

 

그 말을 내뱉는 순간 그녀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자신이 언니와의 관계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것을. 혹여 이 관계를 이어간다해도 이미 그들은 과는 다른 관계가 되었음을 말이다.

 

우리는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고는 한국에서든 파리에서든 다시 금방 보자고 작별의 인사를 주고받았지만 둘 중 누구도 먼저 연락을 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p.72

 

사람과의 관계는 예상치 않게 맺어지기도 하고, 또 그만큼이나 허무하게 끝이 나버리기도 한다.

 

지금도 그날을 추억하면 빗속을 뛰어가는 언니와 나의 모습은 손 끝에 닿을 듯 생생하고, 그러면 나는 어김없이 울고 싶어진다. p.74

 

그렇게 지나가 버린 관계는 혼자 울음을 삼켜봤자 다시 되돌리기 쉽지 않다. 아니, 어쩌면 많은 경우 사람들은 이야기 속의 그녀처럼 언니를 다시 만나기 위해 노력하거나, 다시 관계를 이어가겠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지나간 시간만을 붙잡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네 편의 이야기 모두 산뜻한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겨울의 이야기여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또 우리 소설의 특징인가 싶기도 하다. 솔직히 서이제의 미신은 읽으면서도 제대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뭔가 많은 말을 쏟아내고 있는데 내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이야기들은 묘하게 감정을 건드리는 부분이 있는데, 이런 것이 정서가 닿아있다는 것일까 싶기도 하다.

 

*덧붙이는 말

책을 주문하며, 가격(3,500원)에 잠시 놀라기도 : )

 

YES마니아 : 로얄 w*****y 2019.07.21. 신고 공감 5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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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우리를 어디로 데리고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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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힘든 일이다. 약속을 잡고 장소에 나가 기다려야 하고 흥미 없는 이야깃거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차라리 그 시간에 책을 읽는 게 좋다,라는 건 나만의 생각이지만, 그래도 책을 읽는 게 좋다.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날 수는 없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를 읽을 수는 있다. 소설을 읽어가는 일은 근사하다. 처음에는 문장을 중간에는 이야기를 끝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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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힘든 일이다. 약속을 잡고 장소에 나가 기다려야 하고 흥미 없는 이야깃거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차라리 그 시간에 책을 읽는 게 좋다,라는 건 나만의 생각이지만, 그래도 책을 읽는 게 좋다.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날 수는 없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를 읽을 수는 있다. 소설을 읽어가는 일은 근사하다. 처음에는 문장을 중간에는 이야기를 끝에서는 주제를 따라가는 일. 문지에서 계절별로 소설을 모아서 내는 '보다' 시리즈를 읽으면 한 계절이 끝나가는구나 실감한다. 『소설 보다 겨울 2018』을 읽었으니 겨울이 끝났다고 여기기로 한다. 


네 편의 소설은 네 개의 시절. 네 편의 소설은 네 개의 세계. 백수린은 김신식과의 인터뷰에서 사회, 세상, 세계 중 어느 단어가 끌리라는 질문에 세계라고 답했다. 나 역시 그중에서 고르라면 세계라는 단어를 고르겠다. 소설과 문학을 이야기하는 자리이기에 이런 근사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어느 모임에서 이런 질문을 던지고 답하겠는가. 문학이 있기에 가능하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살고 싶은 네 개의 세계에서 전해오는 목소리를 듣는다.

『소설 보다 겨울 2018』에 실린 첫 번째 소설 이야기. 박민정의 「나의 사촌 리사」는 메타 픽션이다. 어린 시절 일본에서 아이돌로 활동한 사촌 리사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고 싶어 하는 화자가 나온다. 동경의 대상이었던 리사는 나이가 들어가는 채로 프리터로 살아간다. 누구에게나 있었지만 이제는 없는 영광의 자리를 더듬어 가지만 결국 실패하고 만다. 실패라고 썼지만 실패하기 위해 소설을 쓰는 태도를 그린다.

최근에 좋아하게 된 소설가 백수린의 「시간의 궤적」이 제일 좋았다. 백수린은 대중적인 조해진 같다. 문장으로 소설을 쓰려는 게 반. 서사를 중심에 두려는 게 반. 반반이 모여 소설이 된다. 프랑스에서 만난 한 인연의 궤적을 소설은 충실히 따라간다. 이방의 얼굴로 만난 서로는 시간이 지나 흐릿한 추억이 된다. 그때를 생각하면 울고 싶어지기도 한다. 세계라는 단어를 좋아하는 작가라면 계속 소설을 읽어가도 좋을 것 같다. 소설의 표현대로 취향이 같은 한국인을 만나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

세 번째 소설, 서이제의 「미신迷信」은 소설가가 되면 한 번쯤은 써야 할 소재를 가져온다. 과거를 통과한 사람이라면 가지고 있을 상실의 흔적. 소설의 문장은 그럴지도 모른다와 아니었다를 반복한다. 우리는 우리를 모른 채로 살아왔기 때문에 소설은 과거의 기억을 복원하기를 주저한다. 현재로 넘어온 우리에게 과거란 죽은 자들과의 대화일 뿐이다.

정용준의 「사라지는 것들」은 죽음 이후를 그리고 있다. 딸아이를 사고로 잃어버린 가족의 현재를 보여준다. 제목처럼 삶은 사라지는 것들에 포함되어 있다. 살아있지만 죽음으로 건너가기 위해 애를 쓰는 어머니와 여행을 하는 아들의 이야기는 겨울을 그리는 풍경화처럼 다가온다. 하이쿠를 읽는 어머니. 아내가 즐겨듣던 노래 속 가사를 되뇌는 아들. 그들은 시가 되지 못한 사연을 가진 채 겨울 바다에 서 있다.

그렇게 기획한 것은 아니지만 『소설 보다 겨울 2018』에 실린 소설은 죽음을 곁에 둔다. 생각해보면 모든 이야기가 죽음에 관한 이야기다. 소설이란 살고 죽는 것의 변론이다. 소설을 읽다 보면 생각한다. 왜 살아야 하는지를. 소설을 이야기하다 보면 깨닫는다. 어떻게 죽어야 하는지. 백수린의 소설 「시간의 궤적」에서 그린 인연의 이야기는 순식간에 사람에게 몰두한 어느 시절로 데리고 간다. 정용준의 「사라지는 것들」을 읽으며 죽음을 책임질 수 없이 살아가는 현재란 지옥이라는 것을 인식한다.

소설은 인식의 도구. 『소설 보다 겨울 2018』의 마지막 장을 덮는다. 다시 봄이 오다니 놀랄 일이다.

s*****m 2019.03.03.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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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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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게 너무 많다. 아는 게 없다. 아무도 누구도 모르겠다.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애써 상상하면 떠오르는 건 온통 절망스럽고 나쁜 일들뿐이다. (「사라지는 것들」중에서)  정용준의 소설을 읽는다. 태생의 슬픔과 절망을 그려놓은 듯한 느낌이다. 물론 지금 나의 상태에 비친 느낌이다. 다른 시간에 다른 속도로 읽으면 다른 무언가가 보일 것이다. 백수린의 소설을 읽은 일도 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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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아는 게 없다. 아무도 누구도 모르겠다.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애써 상상하면 떠오르는 건 온통 절망스럽고 나쁜 일들뿐이다. (「사라지는 것들」중에서)

 

 정용준의 소설을 읽는다. 태생의 슬픔과 절망을 그려놓은 듯한 느낌이다. 물론 지금 나의 상태에 비친 느낌이다. 다른 시간에 다른 속도로 읽으면 다른 무언가가 보일 것이다. 백수린의 소설을 읽은 일도 즐겁다. 이런 시리즈가 이렇게 착한 가격으로 지속되기를 바란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기다리는 시리즈가 있다는 건 정말 즐겁고 다행한 일이다.

r*********s 2019.03.20.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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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적 작품, 격조 있는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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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 네 명의 단편을 모은 작품집이다.신예(?)들의 작품답게 소재나 서사, 주제의식과 문체 모두에서 싫험정신이 엿보인다.우선 박민정의「나의 사촌 리사는 재일 한국인의 디아스포라와 노동자와의 연대 등 개념 있는 주제를 녹여낸 작품이다. 소재도 아이돌 출신 프리터의 건강한 삶을 다루고 있어 신선하다. 화자를 소설가로 설정하여 작품 구상을 위한 취재여행 중 인상을 다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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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 네 명의 단편을 모은 작품집이다.

신예(?)들의 작품답게 소재나 서사, 주제의식과 문체 모두에서 싫험정신이 엿보인다.

우선 박민정의「나의 사촌 리사는 재일 한국인의 디아스포라와 노동자와의 연대 등 개념 있는 주제를 녹여낸 작품이다. 소재도 아이돌 출신 프리터의 건강한 삶을 다루고 있어 신선하다. 화자를 소설가로 설정하여 작품 구상을 위한 취재여행 중 인상을 다루고 있는데 진척이 잘 되지 않아 고뇌하면서 사촌 리사의 충고를 새기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백수린의「시간의 궤적」역시 외국에서의 생활담을 다루고 있어 박민정의 작품과 결이 유사하게 느껴진다. 프랑스에 유학을 갔다가 현지 주재원과 친분을 쌓으며 서로의 내면을 털어놓는 가운데 시간의 흐름, 인연의 무상함을 그리고 있다.

서이제의「미신(迷信)」은 샤머니즘 분위기를 풍기는 작품이다.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고 과거와 현재가 겹쳐지는 가운데, 묘한 표현법에 매료되었다. 사실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서사와 문장이 독특한 아우라를 보여준다.

정용준의「사라지는 것들」은 남자의 작품이다. 당연한 말 같지만 앞 세 작품과 감수성, 문체 및 소재 등 거의 모든 면에서 결을 달리하기에 단박에 느낌이 온 것이다. 남성성과 여성성도 시대와 상황에 따라 의미와 맥락이 다르고 바뀌겠지만 현 시점, 내가 지니고 있는 고정관념에 비추자면 내면의 섬세한 결을 헤아리는 앞 세 작품과 다르게 성글고 선이 굵은 면모를 보여준다. 자칫 서사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게 아닌가 우려되기도 했지만 나름의 영역을 공고히 구축하고 있었다.

이 책의 큰 미덕은 매 작품이 끝난 다음 작가와 평론가의 대담이 실려 있어 격조 있는 작품 해설과 작가의 소신과 변명을 날것으로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작가들이기에 대담 내용도 문학적 감수성으로 넘쳐난다.

짧지만 즐거운 독서 경험이었다.

a*****7 2019.08.0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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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소설--- [한국소설-소설 보다:겨울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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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출판사에서 이렇게 고마운 기획을 해 주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아무렴, 모름지기 이 정도의 출판사라면 이 정도의 사업쯤은 해 줘야 하는 거다. 나는 소설가도 아니면서, 고작 독자일 뿐이지만, 이 기획으로 조금이라도 소설을 쓰는 우리의 작가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좋은 소설이 많아진다면 작가를 넘어서 독자가, 다름아닌 내가 행복해지는 일일 테니까.   단편소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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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출판사에서 이렇게 고마운 기획을 해 주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아무렴, 모름지기 이 정도의 출판사라면 이 정도의 사업쯤은 해 줘야 하는 거다. 나는 소설가도 아니면서, 고작 독자일 뿐이지만, 이 기획으로 조금이라도 소설을 쓰는 우리의 작가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좋은 소설이 많아진다면 작가를 넘어서 독자가, 다름아닌 내가 행복해지는 일일 테니까.

 

 

 

단편소설 4편에 정가 3500원. 소설 한 편을 얻는데 1000원이 안 드는 값이다. 노래 한 곡을 구입하는 것보다 조금 더 되는 정도인 것 같기는 한데, 커피 한 잔보다는 아주 싼 편이라고 여겨진다. 글과 노래와 커피를 돈으로 비교하는 게 참 우스꽝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해 본다. 이게 얼마만큼의 가치를 가진 것인가 따져 보고 싶기도 하고.

 

 

 

우리 소설이 늘 내 마음에 드는 건 아니다. 당연한 일이다. 다 마음에 든다면 그게 이상한 일이지. 노래도 그림도 춤도 각기 취향이 있는 것처럼 글도 마찬가지일 테니까. 그럼에도 자꾸자꾸 글은 생산되어야 한다. 자꾸자꾸 생산되어야 마음 맞는 누군가에게 척 붙잡히게 될 것이고. 작가들이 자꾸자꾸 생산하려면 글을 쓰고 발표하는 일로 먹고 살 수 있어야 한다. 이 또한 당연한 일이다. 작가는 쓰고 출판사는 책을 내고 독자는 사서 읽고. 다시 되풀이, 끝없이, 어느 것이 처음이고 어느 것이 나중인지 구별이 안 되어도 좋을. 

 

 

 

지금까지 세 권이 나와 있다. 나는 지금 시점과 가까운 책부터 읽는다. 4명의 젊은 작가를 만나고 실린 글에 대한 인터뷰도 읽는다. 그래그래, 이런 마음으로 이런 글을 썼구나. 굳이 이 내용이 없어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기획에서는 이 편집도 소중하게 여겼나 보다. 독자만이 아니라 작가에 대한 배려이기도 한 것 같다. 조금 더 친절한 마음을 전하고자 하는 느낌?

 

 

 

확 끌린 글을 만나지는 못했다. 그래도 나는 이 책을 계속 구해 보는 것으로 우리 소설가들을 소심하게 응원하려고 한다.        

 


YES마니아 : 로얄 j***6 2019.05.0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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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겨울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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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촌 리사 - 박민정 화자인 나는 지난겨울 사촌 리사를 만나러 도쿄에 간다. 화자의 도쿄 방문에는 특정한 목표가 있었는데 리사에 대해 쓰려고 마음먹고 도쿄까지 갔지만 정작 리사를 만나자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아 리사가 일하는 카페에 앉아서 그저 관찰만 한다. 리사는 나가 쓰려는 글이 어떤 건지 모르면서 한 줄도 못 썼다는 말에 걱정스런 표정을 짓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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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촌 리사 - 박민정

화자인 나는 지난겨울 사촌 리사를 만나러 도쿄에 간다. 화자의 도쿄 방문에는 특정한 목표가 있었는데 리사에 대해 쓰려고 마음먹고 도쿄까지 갔지만 정작 리사를 만나자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아 리사가 일하는 카페에 앉아서 그저 관찰만 한다. 리사는 나가 쓰려는 글이 어떤 건지 모르면서 한 줄도 못 썼다는 말에 걱정스런 표정을 짓는데 리사의 어머니인 고모가 나가 소설가가 되었다고 하자 자신들의 이야기는 쓰지 말라고 해 어떤 이야기인지 궁금했다.

YES마니아 : 로얄 b******m 2021.11.0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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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보다 여름 2018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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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정, 백수린, 서이제, 정용준 작가의 소설 보다 : 겨울 2018 책 리뷰입니다. 2018에는 작가님이 4분이나 계셔서 좀 놀랐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3편씩 들어가있는 현재가 조금 더 편한 것도 같아요 메리트도 있구요 계절에 맞춰서 나오는 것도 마음에 들어요! 이건 다른 년도의 작품들보다 조금 더 풍족하게 작품들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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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정, 백수린, 서이제, 정용준 작가의 소설 보다 : 겨울 2018 책 리뷰입니다.

2018에는 작가님이 4분이나 계셔서 좀 놀랐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3편씩 들어가있는 현재가 조금 더 편한 것도 같아요 메리트도 있구요

계절에 맞춰서 나오는 것도 마음에 들어요! 이건 다른 년도의 작품들보다 조금 더 풍족하게 작품들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만족합니다.

k*****l 2021.07.1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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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겨울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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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맞춰 나온 책이다보니 상실과 차가움이 느껴지는 이야기 네 편이 담긴 단편집이었습니다.(괜히 갖다 붙이는 것 아닌지 모르겠지만요.) 정말 개인적이고 치졸한 사정으로 이 단편집의 존재를 알면서도 읽지 않고 있었는데 책이 무슨 죄가 있으며 이 이야기를 놓친 손해는 내가 보지 않는가? 하는 생각에 그냥 읽기로 했고 역시 읽어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총 네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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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맞춰 나온 책이다보니 상실과 차가움이 느껴지는 이야기 네 편이 담긴 단편집이었습니다.(괜히 갖다 붙이는 것 아닌지 모르겠지만요.) 정말 개인적이고 치졸한 사정으로 이 단편집의 존재를 알면서도 읽지 않고 있었는데 책이 무슨 죄가 있으며 이 이야기를 놓친 손해는 내가 보지 않는가? 하는 생각에 그냥 읽기로 했고 역시 읽어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총 네 편의 단편 중에서 가장 공감이 가고 단편이라 아쉬운 이야기는 <나의 사촌 리사>였습니다. 저도 잘난 사촌을 두고 항상 비교를 당하면서도 사촌이란 저 멀리 어딘가에 아스라이 존재하는 사람 정도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기에 글의 화자가 갖는 감정을 잘 이해할 수 있었어요.(물론 제 사촌은 지금도 잘 살고 있습니다. 이것이 현실과 픽션의 차이!) 아주 많이 민감할 수 있는 소재를 다루면서 그것을 가볍지 않게 다루려 노력하며 끝까지 반성하는 작가의 마음도 정확히 전달되는 이야기라 더 좋았어요. 무거운 소재를 일회용으로, 가볍게 다루는 책들을 읽다 보면 이래도 되나? 싶기도 하고 괜히 마음이 더 무거워지기도 하고 그랬거든요.

 

네 개의 이야기 모두 묵직한 소재를 다루고 있고 그래서 한 번에 다 읽다 보면 정신이 아득해질 수 있는데 책이 작고 가벼워서 언제 어디서나 들고 다니며 끊어 읽기 좋다는 점이 제겐 아주 큰 장점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종이 질! 고급 종이가 아니라서 좋았어요. 굳이 고급 종이에 비싼 제본을 하면서 값을 올려서 독자에게서 멀어질 필요가...있을까요. 책을 보호하고 고급스럽게 만들려고 양장본을 내는데, 막상 양장본은 조금만 험하게 다루어도 바로 티가 나서 손이 잘 안간다는 점이 아이러니입니다. 그런 면에서 막 읽고 여러번 읽어도 티가 잘 나지 않는 이런 종이와 제본이 좋아요.

s********g 2021.05.2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