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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 언 몸을 녹이기 위해 재빨리 쉽게 조리해 먹는 물메기탕은 별미이다. 해마다 물메기가 많이 잡히는 것은 아니라 메기탕을 맛보기 힘들었던 작년에 이웃이 메기 한 마리를 선물해 무를 삐져 넣어 탕을 끓일 요량이었다. 메기를 손질하기 위해 배를 갈랐더니 그 안에 플라스틱이 들어있어 충격을 받았다. 청정 해역이라는 남해에서 잡히는 어종도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버린 플라스틱을 먹는다 생각하니 안심하고 먹을 생선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더했다.
미국 출신의 세계적인 생태예술 사진작가 ‘크리스 조던’은 알바트로스가 미드웨이 섬을 떠난 때, 섬에는 플라스틱을 먹고 죽은 들의 참혹한 알바트로스 시체 사진들을 찍었다. 자본을 중심으로 한 대량 소비사회의 병폐를 고발하는 사진은 유한한 자연 환경을 훼손하는 인간들의 무분별한 행동을 질타한다. 생태환경주의자인 작가는 그동안 찍어 온 알바트로스 사진을 전시하며 과소비로 많은 쓰레기를 양산하고 버리는 행태를 문제 삼는다.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을 먹이인 줄 알고 알바트로스는 새끼의 입에 넣어준 것 때문에 자기 새끼 목숨을 앗아가는 악순환이 지속된다.
인간보다 훨씬 작은 뇌를 가졌지만 영리한 알바트로스는 서로 교감하고 사랑하며 지내는 아름다움을 지녔다. 세상을 경험하면서 삶의 기술을 만들어가는 알바트로스는 주변 환경을 이용해 둥지를 만들고, 서로 춤을 추며 자신에게 맞는 짝을 찾는다. 작가가 태평양의 작은 섬인 미드웨이를 찾았을 때, 수만 마리의 알바트로스가 죽어 땅에 널려 썩어가고 있는 충격적인 모습은 절망감을 더했다. 하지만 두 번째로 미드웨이를 찾았을 때 알바트로스가 자유로이 비상하는 모습을 보고 원형의 상태를 보존하는 일에 관심을 두고 죽어가는 알바트로스를 살려내는 다큐를 제작하였다.
자연적 질서를 중히 여기며 근원적 아름다운 모습을 오랫동안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우리가 사는 환경은 피폐해지고 있다. 편의성과 효용성을 추구하는 이들의 소비 성향에 맞춰 자본 중심의 소비지향적인 삶은 가속화되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을 만들고 있다. 귀찮다는 이유로 잘 썩지 않는 플라스틱을 생각 없이 사용하고 있다. 무심히 쓰고 버려진 플라스틱물건들은 해류를 타고 바다로 흘러들어 이를 바다 새, 물고기들이 먹고 그것을 인간이 다시 먹는 악순환이 지속되어 인류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
때가 되어 한 개체의 생명이 이승을 떠나 한 줌의 재로 화한다는 사실은 아픔을 수반하는 일이다. 비통한 아픔도 해를 거듭할수록 그 슬픔도 희석되어 잊혀져가는 죽음이 늘어만 간다. 세상을 뜬 사람과 유대가 깊은 사람일수록 심연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애도로 통렬한 아픔을 더한다. 플라스틱을 잔뜩 먹고 죽어 간 알바트로스의 주검을 애도하는 마음에는 생명체를 향한 사랑의 감정이 자리한다. 출생과 더불어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생명체의 죽음을 앞당기는 일을 막아내는 작은 실천은 각자의 의식적인 행동에서 촉발되어야 한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일회용품 사용을 근절하는 일이다. 미드웨이 섬 위로 비상하는 알바트로스를 만나러 가는 걸음이 가벼웠으면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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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대부분 1면 글, 1면 그림으로 되어 있어서 예술 관련 책을 산 것처럼 아름다워요. 보는 내내 알바트로스와 모습들을 만나는 게 직접적으로 다가와지고요.
크리스 조던이 미드웨이의 섬에 가서 보았던 것들, 아름다운 알바트로스 내면에 우리의 행위들로 인해 피해받는 새들을 사진으로 글로 직시하게 해줍니다. 책을 읽으시면 이 부분에서 아무런 감정없이 넘어가시기 힘드실 거에요. 사실 전 크리스 조던을 인디고 서원에서 주최하는 2018 유스 북페어에서 뵌 적있는데요.그때 다큐멘터리 미드웨이를 보면서 정말 많이 울고 진심으로 사람이 아닌 생전 본적 없는 새에게 공감과 애도, 사랑을 느꼇어요. 이 책을 보시면 글과 사진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곱씹으면서 읽으실수 있을거라 들어요. 영화보다 더 깊은 감동과 사랑을 느끼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구요. 제가 영화를 보고 크리스 조던을 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정말 또 다큐멘터리와는 다른 감동을 주더라구요. 뒤에 3부의 인터뷰와 그 이전 내용들을 보면 정말 진실함을 느낄 수 있어요. 우리의 생각치도 못한 행위들에 대해서도요. 이 책을 보면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이 없을 거라 생각해요. 아이들이 읽기에도 글이나 단어의 부분에서 어려운 것들 없어요. 그리고 미래를 이끌어나갈 아이들이라면 단연코 필요한 부분들이라 생각해요. 이 책을 읽어보지 못한 이들을 탄식합니다. 나에게 처음으로 지구적 사랑이란 무엇인지 일깨워준 책.. 무엇이 진정한 공감인지 알려준 크리스 조던과 알바트로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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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인문책시렁 90 : 플라스틱을 버렸으니 플라스틱을 먹지 《크리스 조던》 크리스 조던 인디고서원 2019.2.18. 하와이에 사는 사람들은 미드웨이섬을 ‘피헤마누’라 부르는데, 이는 하와이어로 ‘우렁찬 새소리’라는 뜻이다. (22쪽) 부모는 알을 깨는 것을 도와주는 대신 노래를 불러 주고 부드럽게 밀어주면서 토닥일 뿐이다. (36쪽) 어미새가 모르는 사실은 배 안에 든 먹이에 독극물과 날카로운 것들이 함께 들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들은 새끼의 연약한 뱃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44쪽) 제가 이 모든 과정을 통해서 얻은 가장 중요한 가르침은 슬픔을 느끼라는 것입니다. (77쪽) 여러분 주위에서 나의 존재에 대한 억압이 시도 때도 없이 가해질 겁니다. 집중해서 잘 들어 보면 내가 아니라 사회가 가지고 있는 두려움의 목소리입니다. (90쪽) 우리 집에서 열세 살을 누리는 어린이는 새를 즐겁게 그립니다. 날아오르는 새를 보고는 아직 척척 그리지 못하지만, 나뭇가지에 앉은 새를 바라보면서 착착 그려냅니다. 아침 낮 저녁으로 언제나 새가 노래하는 집에서 살아가니 척 보면 어느 새인지 알아차리고, 무엇을 하며 어떤 열매를 즐기는지도 알아요. 요즈막에는 노랫소리를 듣고는 “아, 이 새로구나.”라든지 “저 새가 무슨 일일까?” 하고 말합니다. 아주 마땅한 일인데, 새는 찍찍 짹짹 깍깍 하고 울지 않습니다. 늘 다르게 소리를 낼 뿐 아니라, 새마다 소리가 달라요. 우리는 이 다른 새를 얼마나 다르다고 여기면서 만날까요? 사람이 새한테 무슨 짓을 일삼는가를 사진으로 담아서 온누리에 알린 이야기가 흐르는 《크리스 조던》(크리스 조던, 인디고서원, 2019)을 읽습니다. 새를 사진으로 찍는 이분은 아름답거나 멋스러이 날아오르는 새도 사진으로 찍지만, 새가 먹이인 줄 알고서 삼킨 플라스틱 쓰레기를 사진으로 낱낱이 찍습니다. 새소리가 우렁차게 들린다는 섬에서 새하고 동무나 이웃으로 같이 지내면서 그곳에서 그만 죽고 만 새를 보면 배를 가른다지요. 아니, 배를 가를 일도 없다지요. 어느새 죽고 말아 살점이 사라진 주검을 보면 새뼈 한복판에 그동안 삼킨 온갖 플라스틱하고 비닐이 잔뜩 있대요. 새는 왜 플라스틱을 삼킬까요? 더구나 새는 왜 플라스틱을 새끼한테 먹이라며 줄까요? 새로서는 플라스틱인 줄 모르기 때문이지요. 사람들이 이 별나라 바다이며 땅뙈기를 온통 플라스틱 쓰레가터로 망가뜨리기 때문이지요. 우리 집에 깃드는 마을고양이 가운데 더러 비닐이 목에 걸려 캑캑대는 아이가 있습니다. 바람에 날리는 비닐을 먹이로 잘못 알고 확 달려가서 낚아채어 입에 넣었다가 캑캑대더군요. 새하고 고양이뿐일까요? 바다에 사는 고래나 상어를 비롯한 숱한 바다님도 비닐이며 플라스틱이 몸에 쌓일 테지요. 그러니까 사람인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이 다시 우리 밥차림으로 오르는 셈입니다. 땅에 파묻은 플라스틱 쓰레기는 땅뙈기에 찬찬히 스며들 테니, 논밭에서 자라는 모든 열매에 플라스틱 기운이 스밉니다. 둘레를 봐요. 밭자락에 가득한 비닐을. 마늘밭도 배추밭도 상추밭도 그저 비닐투성이입니다. 무엇을 먹어야 즐거울까요? 무엇을 심어야 아름다울까요? 우리 곁에 누가 있는가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크리스 조던》은 군말을 붙이지 않습니다. 먼먼 옛날부터 온누리를 마음껏 날아다니던 새가 가슴에 품은 플라스틱을 사진으로 차곡차곡 담아서 보여줄 뿐입니다. 생각은 이 사진을 바라보는 우리 스스로 하라고 이끕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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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태평양 미드웨이섬에서 번식하는 알바트로스는 사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날개를 펼치면 한 쪽만 1-2미터에 달하고, 물리면 피가 날 것 같은 날카로운 부리를 가지고 있다. 50만 마리가 넘는 그 새들이 축구장 크기만한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고, 그 길 한가운데를 크리스 조던이 걸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새들이 전혀 도망가지도 않고 날아가지도 않는다. 도망은커녕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다가온다. 알바트로스에게는 상위 포식자가 없기 때문에 두려움이 없다. 그래서 그들은 둥지를 땅 아무 데나 만든다. 새끼가 알을 까고 나오는 모습을 보고 있어도 알바트로스 어미는 신경 쓰지 않는다. 다만 만지려고 손을 내밀면 깨물려고 한다.
크리스 조던은 미드웨이섬을 8년 동안 오가며 그곳의 알바트로스를 사진과 영상으로 담았다. 모든 인간 존재와 3천 킬로미터 떨어진 태평양 한가운데서 비극을 알게 되었고, 그것이 인간의 과오로 지쳐가는 지구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미드웨이섬에 처음 가서 그가 본 것은 알바트로스의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라 플라스틱이 목에 걸려 숨이 막혀 죽어가는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고 절망에 빠져 무기력하게 지내야 했다. 그러다가 친구의 충고로 다시 미드웨이섬을 반복해서 찾으면서 슬픔이 조금씩 바뀌는 경험을 한다. 슬픔의 경험을 통해서 가장 깊은 내면의 공간, 곧 세상에 대한 사랑에 다다르게 된다.
알바트로스는 플라스틱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알바트로스는 수백만 년 동안 그들의 조상이 그래왔던 것처럼 바다가 제공하는 것들을 믿고 먹을 뿐이다. Albatrosses can't know what plastic is. Their instinct is to trust what the ocean provides, as they and their ancestors have done, for millions of years.
새의 고통을 줄여줄 방법이 저에게는 전혀 없다는 사실이 저를 괴롭혔습니다. 그때 생각한 유일한 것은, 어떻게든 이 새를 외면하지 않아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목격자가 되려고 하였습니다.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 존재 앞에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그저 함께 있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저는 오히려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심장에 있던 자물쇠가 열쇠를 통해 열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시간이 천천히 가는 것처럼 느껴졌고, 주변에 있는 자연의 색감이 찬란하게 빛나는 그런 순간이 있습니다. 새들이 죽는 마지막 순간에, 목숨이 떠나는 그 순간 마지막 몸짓 같은 것을 보고 말았습니다. 그 몸짓을 보며 주어진 삶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선물인지 깨달았습니다. (75 - 76쪽)
제가 바라는 한 가지는 우리 전부가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무기력하게 희망하는 대신에, 이 세계와 우리 삶을 능동적으로 사랑을 행하는 것입니다. 저는 우리의 세상이, 생명체들이, 그리고 우리 서로가 얼마나 아름다운지가 대화의 공공연한 주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20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