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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여인’ 올렌카는 남자의 사랑을 받는 수동적인 개체에서 아이에 대한 모성애라는 능동적인 사랑을 발휘하게 된다. 올렌카가 처음으로 스스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도 우리의 진정한 자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진창’에서 스콜스키와 크류코프는 수산나와 비밀스런 경험을 하게 된다. 이들은 하지 말아야 하지만, 이길 수 없는 유혹에 빠져 고뇌한다. 우연한 ‘입맞춤’에서 시작된 라베크의 순수한 사랑과 그에 따른 실망을 보여주며 체호프는 ‘찌질’하지만 한 남자의 애잔한 심리를 묘사한다. ‘자고 싶다’는 생각뿐인 유모 바리카는 그저 피곤한 자신의 몸이 쉬길 바라며 범죄를 저지른다. 이렇게 순수하고 악의 없는 범죄를 저지른 바리카는 자신의 평안을 위해 타인의 희생을 바라는 우리를 대변하고 있다. 그 누가 바리카를 욕할 수 있을까.
체호프의 소설에는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이웃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겪어봤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내놓지 못한 심리들을 보여준다. 일탈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대리 만족을,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우리를 몰입하게 한다. 하지만 익숙함에 매몰될 때 가끔씩 찾아오는 반전은 체호프의 소설을 계속 찾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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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안톤 체홉의 단편을 읽고 싶었는데, 마침 핸디북으로 나와서 좋았다. 안톤 체홉은 작가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작가들이 작가이기도 하다. 많은 작가들이 단편을 쓸 때 체홉의 단편소설로부터 영감을 얻었다거나 단편 소설의 이상으로 거론하는 것도 많이 봤었다. 안톤 체홉은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하다가 그가 죽고나서 점점 더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기대만큼, 아니 기대보다 훨씬 재미있고 흡입력이 좋아서 지하철에서 읽다가 역을 놓칠 뻔 하기도 했다. 안톤 체홉의 단편은 생각보다 매우 유쾌하다. 체홉의 <벚꽃 동산>이라는 연극을 보기도 했었는데, 단편 그가 쓴 희곡에 비해 단순하게 보일 수도 있다. 체홉의 희곡에는 꽤 극적인 사건을 배치를 되지만, 단편 소설은 좀 달랐다. 갑자기 주인공이 죽어버리기도 해서 처음에 읽었을 때는 그래서 이게 무슨 얘기지? 하다가도, 다시 읽다보면 처음엔 알지못했던 인물의 변화가 포착된다. 여러 번 읽지 않더라도 인간의 섬세한 갈등과 누구나 겪었을 법한 딜레마를 둘러싼 묘사가 아주 현실적이라서 책을 꼭 붙잡고 읽게 됐다. 그렇다고 해서 내적 묘사로서만 끝나지 않는다. 인간의 탐욕과 인간이 가지고 있는 사리 분별, 이기심이 복합적으로 깔려있다. 그래서 나의 이야기로 읽혔다가도,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로 읽혔다가도, 사회에 대한 이야기로 읽히기도 했다. 여기 실리지 않은 다른 단편들도 모조리 찾아서 읽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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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호프는 늘 소설에 마법을 부린다. 사랑 없인 살지 못하는 한 평범한 여인의 일생을 짧은 분량 안에 녹아내면서도 그녀의 감정, 그녀가 사는 마을의 냄새 따위를 독자에게 전염시킨다.
“난 당신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당신은 정말이지 참으로 좋은 사람이에요.” ... 그녀는 여름에는 현관 계단에 앉아 있었고, 겨울에는 창가에 앉아서 쌓인 눈을 바라보았다. 봄바람이 불고 성당 종소리가 울려 퍼지면, 갑자기 지난날의 추억이 한꺼번에 되살아났다. 달콤한 감상이 가슴을 옥죄는 듯해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마음은 다시 공허해졌다. 그녀는 자신이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지 생각할 수 없게 되어 버린 것이었다. ... 그녀는 커다란 학생모를 쓰고 보조개가 팬 이 소년에게 사랑의 기쁨과 눈물, 그리고 목숨까지 기꺼이 바칠 각오가 되어 있었다. 이렇게 된 이유가 뭐냐고? 그것이 무엇인지 누가 알 수 있을까.
<귀여운 여인>의 주인공 올렌카의 한탄 섞인 울음과 사랑할 때의 반짝임은 몇 줄로 충분히 묘사된다. 체호프 소설의 주인공들은 늘 올렌카 같은 평범한 소시민이다. 하급 관리, 삼류 작가, 군인들... 거대 담론이나 인생에 대한 깊은 철학을 담기보다는 이들의 ‘생활’ 속에서 묻어나는 누추하고 핍진한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것이다.
내가 체호프의 단편을 읽는 분명한 이유는 ‘재미’있기 때문이다. 대단한 서사시도 아니고, 자기 탐닉에 빠져있는 진부한 욕망표출도 아니다. 하지만 체호프의 글 속에는 우리의 마음을 졸이게 하고, 우리를 전율하게 하고, 우리를 슬프게 만드는 인생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그들의 인생이면서 또 나의 인생이기도하기 때문에 재밌다. 어쩌면 무심하고 소소하고 하찮아 보이지만 빛나는 이야기들.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또 보편적인 인간사들인 것이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체호프 단편선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나약한 다윗들’의 시대다. 빈곤과 불평등을 일소하자며 개혁이니 혁신이니 하는 말잔치가 난무하지만 이런 시대일수록 체호프의 세계관이 절실하다. 그 어떤 나약한 존재라도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 훌륭한 사상이나 선명한 구호 이전에 이들부터 기억해야 한다는 사실을 체호프의 작품에서 느껴보자.” 체호프 단편선에 등장하는 수많은 다윗들을 만나 작은 위로를 받아보길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