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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운 세월에 바른 정신을 지니며 살고자 책상 위 공책에 날마다 하루하루의 다짐을 적고 또 적었다. 세월과 정신은 한번 시들면 다시 되돌릴 수가 없으니, 눈앞의 시간을 아껴 소중하게 보내야 한다. 이덕무는 열 여덟살때 조하를 추구하는 집이란 의미로 자신의 거처에 화암(和菴)이란 이름을 붙였다. 마음이 밝지 않으면 욕심에 절로 가려지고, 몸에 규율이 없으면 게으름이 절로 생겨난다. 몸과 마음을 다스리려면 또한 마땅히 닦아야 하고 곡데 해야만 한다. 지금 가지 않으면 갈 수가 없다. 아무런 것도 없이 가서는 안 된다. 삶을 향유하는데 모든 것을 걸고 열정으로 뛰쳐 나가야 한다. 활력을 가지고 지속적인 열정으로 활화산처럼 폭발적인 에너지를 가지고 갈 길을 개척해야 한다. 그것을 알면서도 하루의 생활에 발목이 잡혀 넘어지기만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가슴 절절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하루를 살아가는 하루살이 인생이라면 오늘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지 못하면서 내일을 논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간서치 이덕무에게서 배워야 할 것은 정신력이다. 오직 한 가지 일에 빠져 집중하면서 살아 온 그 열정의 세월에 감복할 따름이다. 출세의 수단으로 공부를 하던 시절은 지났다.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공부에 모든 것을 걸고 뛰어가자. 그것이 옳은 선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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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으로 내 삶의 거울을 삼아야 할까 옛사람들의 글을 읽다가 내가 사는 이 시대와는 사뭇 다른 삶을 살아간 모습에 보면서 종종 놀라는 일이 있다.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상상을 초월하는 삶의 태도를 접할 때가 그 중 하나다. 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태도를 보면 지금의 나이와는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차이가 난다. 무엇이 그런 차이를 만드는 것일까. 사람들이 삶을 영위하는 생각과 태도는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를 반영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205여 년을 사이에 둔 차이를 어떻게 이해하는 것이 맞을지 여전히 의문이다.
이런 의문을 갖는 까닭은 열여덟 살 이덕무가 지었다는 글을 읽으면서 드는 당혹스러움으로 시작된다. 이덕무의 무인편戊寅篇은 실린 짧은 문장들에 담긴 자기성찰의 내용은 현대 나이로 열여덟 살과 비교가 가능한 일일까. 열여덟 살이 아니라 중년의 나이에 들어선 나 스스로를 돌아봐도 쉽지 않은 내용들이다.
이덕무(李德懋, 1741~1793)는 18세기 조선의 문예 부흥을 주도한 문장가이자 북학파 실학자이다. 홍대용, 박지원, 박제가, 유득공 등과 교류하였으며 사가시인(四家詩人)의 한 사람으로 청나라에도 이름을 알렸다. 정조에 의해 규장각 검서관으로 발탁되어 정조의 총애를 받으며 활동하였다. 사후에 어명으로 유고집 ‘아정유고(雅亭遺稿)’가 규장각에서 간행되었으며, 여러 저작을 묶은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가 ‘있다.
이 책 ‘열여덟 살 이덕무’는 이덕무가 "열여덟 살에서, 스물세 살 나던 젊은 5년간의 기록들이다. 이를 정민 교수가 옮겨 번역하고 자신의 해설을 엮어 발간한 책이다. 여기에 수록된 글은 ‘무인편戊寅篇’, ‘세정석담歲精惜譚’, ‘적언찬適言讚’, ‘매훈妹訓’ 으로 젊은 날 이덕무가 세상과 스스로를 바라본 태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이야기 되는 글들이다.
여기서 관심이 가는 글은 공부하며 스스로 경계로 삼아야 할 내용을 짤막한 글로 써서 모은 ‘무인편’과 ‘쾌적한 인생을 살기 위한 여덟 단계 ’적언찬‘이다. 특히, 무인편의 첫 번째 글인 ’거울과 먹줄‘은 길게 잡더라도 반평생을 훌쩍 넘긴 사람이 읽어도 자성하게 만드는 내용에 머리가 서늘해진다.
여기에 적언찬병서(適言讚幷序)에 담긴 식진(植眞), 관명(觀命), 병효(病?), 둔훼(遯毁), 이령(怡靈), 누진(?陣), 간유(簡遊), 희환(??) 등 여덟 가지 단서는 진실한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적언찬병서(適言讚幷序)는 이덕무가 벗인 삼소자 윤가기의 책 ’적언(適言)‘의 여덟 장절에 자신이 시를 지어 선물했던 내용이다.
나이를 무색하게 만드는 간담이 서늘해지는 내용들을 접하며 이덕무의 삶을 한층 더 가깝게 볼 수 있는 기회다. 무엇으로 남은 삶을 꾸려가야 할지 성찰의 시간을 제공해주는 이덕무의 젊은 날의 초상이 서늘하게 다가온다. 이덕무의 무인편 첫 번째 글을 다시 읽는다.
“거울을 닦듯 마음을 닦고, 먹줄을 치듯 몸가짐을 곧게 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