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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눈이 송이송이 나리는 밤 벌포마을 사내 대여섯 노루꽁지만 한 하루해 싹둑 잘라먹은 선창가 폐선처럼 누운 선술집 뻘건 갈탄난로에 둘러앉아 시린 해풍에 저린 몸을 미역처럼 말린다
이따금 토해지는 굽갈래 기침 소리 갈탄난로 위 여린 꼬막들은 해소끼 같은 허연 거품을 내뿜고 먼 바다 거센 파도 수만 번 접었다 폈을 늙은 사내는 구릿빛 마디 굵은 손 뚝뚝 꺾으며 누런 양푼에 찬 소주를 친다
바다의 삶이란 때론 만선의 깃발마냥 펄럭이던 것인가 맞바람에 시린 냉가슴 쓸어내는 일인가 때 아닌 난파에 찢긴 걸그물 같아 저마다 순항치 못한 빛바랜 날들을 호명하며 짠기 밴 시린 눈을 연신 껌벅인다
막배 끊긴 벌포 선창가 눈은 허풍쟁이처럼 푹푹 나리고 몇은 더 이상 비울 것 없는 가슴에 찬 술을 붓고, 또 몇은 오래전 목젖 깊숙이 삼켜버린 질기디질긴 뿌연 침묵을 밤새도록 찌개처럼 끓인다. 진도 벌포마을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