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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에 이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는 분명히 그저 그랬다. 어수선한 환경에서 시디를 틀었던 이유도 있었겠지. 오늘 오후에는 책장과 시디장을 정리했다. 이구석 저구석에 마구 꽂아둔 책을 정리하고, 오디오 위에 수북히 쌓아둔 시디탑(CD Tower)을 한 장 한 장 걷어내면서 제짝 시디 케이스에다가 넣어줬다. 읽고, 보고, 듣고 나서는 아무데나 팽개치는 내 습관 때문에 몇 달에 한 번씩은 꼭 하는 개인 행사다. (애들이 본받길 싫어하면서도 이 어수선한 내 습관이 나는 맘에 든다.) 그런데 시디탑 중간 쯤에 있던 시디 한 장에는 아무런 글자가 써 있질 않았다. 가끔 그런 방종한 시디가 있긴 한데, 이 시디는 낯설어서 누구의 시디인지 알 수 없었다. 시디 케이스 짝을 찾으려면 그 시디를 듣는 방법 뿐. 아니 이런 오만방종한 시디를 봤나! 하면서 오디오를 켰다. 후두둑 장맛비 쏟아지는 일요일 오후.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책장 정리를 하면서 그 시디를 들었다. 하비누아주의 데뷔 EP. 몇 달 전에 들었을 때하고는 분명히 다른 느낌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차분한 피아노와 어쿠스틱한 연주. 아마추어처럼 순수하면서도 반대로 세련된 느낌. 앨범 전체에 자유, 그리움, 설렘, 이별, 아픔, 후회, 상념 그리고 우정의 감성들이 곱게 그리고 아프게 버무려져 있다. 음악을 만들고 피아노를 연주하는 전진희와 보컬의 뽐므가 동창생으로 만나서 밴드를 결성했다고 한다. 전진희가 만들고 뽐므가 부르는 뽐므에게를 들으면 정말 둘의 우정이 멋있게 묻어난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첫곡 기억의 초원은 어쿠스틱 기타로 시작했다가 재즈적인 변주와 마지막에 열정을 담은 밴드 연주가 좋다. 앨범 전체적으로 피아노를 뺀 다른 악기는 자칫 단조롭다고 생각 할 수 있었는데 세 번째 곡 바람, 바람에서 담백한 일렉트릭 기타의 사용은 그런 점에서 적절했다. 하지만 하비누아주 음악의 매력은 역시 보컬에 있다. 청아하고 맑고 고운 음색의 뽐므의 목소리는 하비누아주 사운드의 중심이다. 뽐므의 고운 목소리에 집중하다 보면 그 맑은 음색과 함께 깨끗한 노랫말들이 내 귀에 쏙쏙 박히는 기분이다. 노랫말에 감성을 불어넣고, 음악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참으로 매력적인 보컬이다. 특히 마지막 곡 안녕은 피아노 반주 하나만 가지고 노래를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보컬 뽐므의 매력은 마침내 카리스마로 돌변해서 눈이 부실 정도로 빛이 난다. 굽굽하게 비만 오는 그저 그런 내 개인행사 날에 노래 여섯 곡을 집중해서 다시 들을 수 있게 해준, 아무것도 안 적힌 그 방종한 시디가 새삼 고맙다. (아...왠 센티멘탈......) (이 EP앨범에 있는 곡은 아니지만, 2011년 탑밴드 경연 무대에서 부른 김정미의 "봄"을 올려본다. 긴장했는지 처음에는 음정이 조금 불안하다. 하지만 점점 자기 목소리에 자신감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노래를 들었다놨다 가지고 놀고, 또 청중의 마음을 들었다놨다 가지고 노는 모습이 천상 가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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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보컬. 독특한 감성을 지닌 그룹의 탄생. 인디계의 아이돌이 될수 있을 것 같다. KBS2TV 의 탑밴드를 통해서 처음 접했던 하비누아주 하비누아주는 기쁘다는 의미의 Ravie, 구름이란 의미의 Nuage 두 단어의 조합이라고 한다. 그룹명처럼 멋진 노래 계속 들려주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