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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하학과 상상력』을 그냥 이름 보고 샀는데, 솔직히 처음엔 “이게 그 힐베르트 맞아? 왜 이렇게 얇지?” 하면서 좀 가볍게 생각했어요. 근데 막상 읽기 시작하니까 한 장 넘길 때마다 입이 떡 벌어지더라고요. 밤새워가면서 거의 먹지도 않고 읽었을 정도로 푹 빠졌고, 지금 돌이켜봐도 제 수학 인생에서 제일 큰 충격 중 하나였던 것 같아요. 평소 대수나 해석만 파고들던 제가 기하학의 진짜 맛을 제대로 처음 느껴본 책이에요. 투영기하학, 곡면의 위상, 다면체 규칙성, 특이한 곡선들 같은 평소엔 잘 안 다루는 주제들을 거의 증명 없이도 그림 몇 장으로 머릿속에 확 그려지게 만들어주니까요. 특히 투영평면에서 직선들이 어떻게 모이는지, 구면 삼각형 내각합이 왜 180도를 넘는지 그런 걸 눈으로 느끼는 순간은 진짜 소름 돋았어요. “아, 수학이 이렇게 예쁠 수가…” 싶더라고. 미분기하학이든 위상이든 나중에 강의 들을 때도 이 책에서 본 그림들이 자꾸 떠올라서 개념 잡기가 훨씬 수월했어요. 물론 다 이해한 건 아니고 아직도 몇 챕터는 건드리기 무서운 수준이지만, 그래도 가끔 심심할 때 책 펴서 그림 한 장만 봐도 기분 좋아지는 그런 책이 됐어요. 졸업하고 이사 갈 때도 제일 먼저 챙긴 책 중 하나였고, 앞으로도 절대 안 버릴 거예요. 수학을 진짜 사랑하게 된 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제겐 그런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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