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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이 책의 원제는 <명화의 불평>이라고 한다. 미술사를 조금은 안다고 자만하면서 이 책을 펼쳐들었다. 그런데... 오만이었다. 원제가 알려주듯, 이 책은 박제된 지식을 주입식으로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새롭고 재미있게 작품을 해석하고 기술한다. <왜?>, <어떻게?>라는 부분을 설명해주는 책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묘한 매력이 있다. 일단 다른 책들이 설명없이 넘어가는 부분을 상세히 설명한다. 천사의 계급은 물론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의 이름이 그리스명/로마명/영어명으로 도표화되어 있다. 신들의 지배영역, 상징물도 씌어져있다. 사실 다 아는 척 넘어갔지만 이거... 매번 헷갈렸다. 게다가 천사하면 연상되는 angel은 수많은 천사계급에서 제일 아래 계급이란 것도 다시금 인식하게 되었다. 천사를 가리키는 말이 이렇게 많았을 줄이야... 또 이 책은 미술사의 흐름에 따르면서도 당시의 사회적 배경, 시대, 공간, 공동체가 움직이던 질서에 바탕해 작품과 사조를 분석한다. 묘사 대상과 화가의 인간적 매력에 또한 주목한다. 가령 18세기에 수많은 프랑스의 화가들이, 루이 15세의 연인이었던 퐁파두르 부인의 초상화를 그렸던 점에 저자는 주목한다. 루이 15세의 공식 정부였던 이 부인이 예술가와 지식인의 후원자였던 점, 그녀의 일생 등이 기술된다. 이 책을 읽으면 이 아름다운 초상화가 단지 로코코 양식 회화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묘사 대상인 풍파두르 부인, 그리고 당시의 사회상까지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전유럽을 강타하고 이후에는 동아시아에도 영향을 미친 계몽주의가, 이 패트론의 영향으로 성장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뿐 아니라 종교화, 초상화, 풍속화, 풍경화, 네덜란드 회화 등이 왜, 어떻게 유행하게 되었나, 형성되었나가 알기 쉽게 기술된다. 사실 이런 거 써주는 책 많이 없었다. 나는 7장 풍경화 파트가 특히 재미있었다. 종교화와 필사본에 등장했던 사실적인 풍경에 대한 분석, 주제와 풍경이 역전된 현상도 콕 짚어낸다. 분류법도 한번에 머리에 들어온다. 네덜란드의 풍경화를 사실적인 풍경화, 이탈리아의 풍경화를 이상적인 풍경화로 분류한 점이다. 18세기 영국 풍경화, 19세기 프랑스 인상파 전야까지 읽고 나면 풍경화라는 키워드로 유럽 역사와 사회, 예술을 모두 훑은 기분이 든다. 쉽게 읽히면서도 머리에 남는 게 많아서 배부른 기분이랄까? 때로 문제제기도 하면서, 배경을 상세하게 설명하기 때문에 결코 주입식도 아니다. 한마디로 말해 이 책은 <그림을 읽는 법>을 배우는 책이다. 허들이 높지 않으면서도 읽고나면 뿌듯해진다. 초심자도, 또 전공자도 일독할 만한 책. 역주도 상세해서 이해하기 쉽다. 사실 조금 더 깊이있게 두꺼운 책으로 나왔어도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저자의 상큼한 시각을 그만큼 더 알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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