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에서 사업을 시작하여 성공할 확률은 5%가 채 안된다고 한다. 5년 이내에 70%가 망한다고 하니, 암 환자의 5년 생존율보다도 훨씬 낮다. 중소기업에 근무해 본 적이 있는가? 10인 이하의 영세기업에 근무해 본적이 있는가? 직장을 선택하는 기준은 모두가 다르고, 평가의 그것도 다 다르겠지만 하나는 확실한 것은 모든 것이 대기업에 비해서 턱 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굳이 장점을 꼽아보라고 하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스릴감을 느껴볼 수 있다는 것 정도? 과거 소기업에 근무할 때에는 매주 매주가 살얼음판을 걷는 듯 했던 기억이 난다. 대기업으로부터 대금을 지급 받아야 그 돈을 가지고 먹고 살 수 있는데, 바로바로 주지도 않을 뿐더러, 그나마 주는 것도 어음이라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몇달을 기다려야 했다. 그 동안에 필요한 돈들은 융통할 수 있는 자금이 있다면 몰라도, 자금이 항상 부족한 소기업 입장에서는 결국 손해를 떠 안고 어음할인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적이 수도 없이 발생했다. 그뿐이 아니라, 애초에 납품 단가를 슬쩍 던진다. 경쟁 입찰은 형식적인 것이고, 가격을 적어내면 본인들이 원하는 금액을 회신한다. 받아들이면 하는 것이고, 못 받아들이면 다음 프로젝트부터 기회조차 없어질 수 있다. 울며 겨자 먹기로 하게 되면, 그 가격이 또 새로운 기준가가 되어 다음에는 더 가격이 떨어진다. 나중에 결산을 해 보면, 매출은 그럭저럭 괜찮은데 순이익은 거의 없거나 적자인 상황이 발생한다. 대기업들은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고 연일 뉴스에 나오는데, 반대쪽에서는 망하기 직전의 상황에서 울고 있는 것이다. 갈 수록 그 격차는 커져만 가고 있다고 한다. 일자리는 나날이 줄어들고, 정년은 낮아지고, 그에 따라 자영업자 수는 계속 증가하는데, 사업 성공률은 갈 수록 떨어지니.. 이 나라 앞날은 어떻게 될까? 이 책에 담겨 있는 내용들은 현재 대한민국 경제의 문제점과 해법에 대한 이야기이다. 경제 이론서는 아니다. 경제학 이론이 담겨 있는 책도 아니다. (물론 필요한 것은 설명이 있다.) 경제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현 대한민국 경제의 문제와 제도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그것이 발생한 원인과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론을 제시하는 일종의 경제보고서이다. 저자가 서두에서 밝히듯, 이 책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는 책도 아니고, 자극성 있는 주장을 통해서 대중의 인기를 얻고자 하는 책도 아니며, 진보와 보수가 주장하는 서로의 입장 차이에 대해서 각자의 입장을 정리하고 이해하고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자는 데에 목적이 있다. 그런만큼 해법이 아닌 다양한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책의 제목이 종횡무진 한국경제인만큼, 1부에서는 한국경제를 경제이념 -> 국민경제 -> 산업 -> 기업 순으로 종으로 분석 하고 있고, 2부에서는 재벌, 중소기업, 금용, 노동 등 주요 부문별 현황을 담아 각각을 횡으로 분석한다. - 신자유주의는 어떻게 대두되었는지.. 한계는 무엇인지.. - 경제 위기들은 왜 자꾸 반복되는지... - 대한민국 경제는 어떻게 성장을 했는지.. 그 과정에 발생한 문제점은 무엇인지.. - 재벌 위주의 성장정책은 옳은 판단이었던 것인지.. -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격차는 왜 점점 벌어지는지.. 그것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 왜 정부는 대기업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지.. -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재벌개혁을 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지... - 금산분리를 딱 부러지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 현재 노동시장의 문제는 무엇인지.. 수 많은 주제에 대해 수 많은 질문을 던지고, 이유와 해법을 던지면서 끌고 가는 저자의 내공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면서 보았다. 목차라던가 글을 풀어내는 방식에서도 어떻게 하면 쉽게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한 느낌을 받았다. 특히나, 재벌 자체의 문제뿐 아니라, 각종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경제 관료들의 입장과 그들의 행동, 그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어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이 책은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책이다. 첫번째로는 한 쪽으로 치우침이 없어서 좋다. 두번째로는 한국 경제의 과거와 현재를 시대 흐름 순으로 정리할 수 있어서 좋다. 세번째로는 무척이나 난해한 내용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여있어 좋다. 네번째로는 한 가지 상황을 놓고, 여러 경제 주체들의 생각과 사고방식을 알 수 있어 좋다. 다섯번째로는 큰 그림 뿐만 아니라, 세부적인 내용까지도 조밀하게 쓰여있어 좋다. 여섯번째로는 다양한 통계 정보들을 도표와 그래프로 그려 넣어 이해를 도왔다. 대중서라고는 하지만, 경제학 이론을 쉽게 풀어낸 책이 아니라, 현재 처해져 있는 경제 문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하려는 과정에서, 그와 관련된 세법, 문화, 정치, 경제, 사회, 역사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에, 생각없이 넘겨볼 수 있는 책은 아니다. 환율이나 금리와 같은 경제 기본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기업 경영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은 있어야 쉽게 이해하며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지만, 나처럼 깊이 있는 지식을 가지지 못한 사람의 경우 공부하겠다는 마음 가짐으로 봐도 좋을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여기저기서 주워 모은 큰 그림들로만 구성된 머리 속 지식을 체계화 하고, 세부 그림을 그려 넣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한 번에 전체 내용을 다 볼 필요 없이 한 챕터에 대해 이해가 될 때까지 수 차례 반복해서 읽고 관련 지식을 습득하면 경제 지식을 얻고 사회를 바라보는 눈을 키움에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이 된다. 우리 모두는 알게 모르데, 하나의 주체로서 경제 행위에 일조하고 있다. 어렵다고 무시하고, 나 혼자만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세상은 오래 전에 지나갔다. 알아야 당하지 않는다는 점은 모두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
|
장하준교수가 쓴 책은 전부는 아니래도 대부분 읽는 편이다. 진보고 보수를 떠나, 그가 말하는 경제에 관한 글들을 보면 일정부문 내가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책의 전작(前作)인 [쾌도난마 한국경제]에서 그가 주장한 내용들이, 지금의 현실에서 대부분 우리들이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을 읽게 만든 요인이기도 했다. 사실 나 자신이 보수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가운데, 진보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내용들이 얼마나 한국적 현실을 도외시 한 것인지, 그리고 과거 10년의 진보정권이 신자유주의 정권이라고 규정하는데, 심적으로 편안히 받아들일 수만은 없었다. 그렇다고 그런 것을 아니라고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오히려 장하준교수의 글을 읽고서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것들이 어떤 것들인지를 제대로 알았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 같다. 그러기에 이 책을 보면서 조금은 불편하게 느꼈던 생각도 접어두고, 끝까지 읽지 않았나 싶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시작된 복지에 대한 담론은 이제 대세가 된듯하다. 또한 정치권이 이들 담론에 가세하면서, 소위 진보진영에서는 재벌개혁이나 경제 민주화라는 새로운 담론이 형성되었다. 저자는 이러한 담론이 안고 있는 모순과 허구성에 대해서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먼저, 자유주의는 근본적으로 시장주의라고 그는 말한다. 우리는 자유주의와 진보를 착각하고 있지만, 그것은 미국에서 말하는 리버럴을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진보란 리버럴, 즉 자유주의가 만든 시장질서를 바꾸고자 하는 세력을 통칭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라고 한다. 시장주의는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자는 주의이다. 그런 시장주의 뒤에는 국제금융자본이 버티고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신자유주의와 함께 강화된 시장주의는 모든 통제를 하지 말라는 것, 모든 것은 시장이 알아서 해결한다는 것이다. 달리 말해서 국제금융자본이 통제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그들이 들고 나오는 것은 주주의 이익만을 최우선으로 하는 주주자본주의이다. 그들에게 국가경제고, 국민의 삶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오직 자신들의 이익에만 관심이 있고, 그것에 방해가 되는 것은 다 악(惡)이고, 규제고, 관치가 되는 것이다. 흔히 경제민주화를 말하는 사람들은 시장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이야기 한다. 그렇다면 민주적 통제는 누가해야 할까? 그것은 국민이 선출한 정부가 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장하준교수는 말한다. 또한 국가는 금융자본이 주주자본주의에서 벗어나도록 신용파생상품과 투기자본 통제를 엄격히 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국가가 이들 금융자본을 통제하는 것은 관치가 아니라, 국가의 임무라고 말하면서, 왜 이것이 관치라고 비난 받아야 하는지를 되묻고 있다. 진정으로 공정한 경제와 정의로운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재벌들 뒤에 있는 국제금융자본을 규제해야 되고, 재벌들 위에 있는 주주자본 시스템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장이나 자본주의는 공정을 실천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보수시장주의자들이나 진보 경제학자들 모두 주주자본주의나, 금융자본이 요구하는 공기업 또는 금융기관의 민영화에 대해선 말이 없다. 그들에게 있어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행하는 논리는 모두가 선(善)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재벌개혁도 그 폐해를 잘 따져 보아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얼핏 들으면 재벌을 옹호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재벌로 통칭되는 기업집단과 재벌 가문을 분리해서 생각해야지, 무조건적으로 기업집단을 악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우리 경제가 전자나 자동차부문에서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일정부문 기업집단이었기에 가능했다고 하는 말은 이해가 되기도 한다. 결국 지금 담론화 되고 있는 경제민주화나 재벌해체란 결국 주주자본주의를 하자는 것이고, 그것은 그 기업과 관련된 사람들, 주주, 정규직 직원, 사모펀드를 위시한 국제금융자본에는 좋은 것이 틀림없지만, 비정규직, 하청업체 그리고 일반 국민에게는 한숨과 불안을 가져다 줄 뿐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장하준교수와 이 책의 공동 저자들이 경제민주화나 재벌개혁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방법이 다를 뿐이다. 경제민주화란 국가에 의한 금융자본 및 재벌을 국가경제에 맞도록 통제하는 것이고, 재벌개혁이란 재벌의 실체를 유럽에서와 같이 법으로 인정하여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주주자본주의자 들에게는 불리할 것 이기에, 금융자본을 비롯한 실체들은 기를 쓰고 반대하겠지만 말이다. 시장주의, 주주자본주의, 금융자본, 한미 FTA등, 난마처럼 얽혀있는 외부 요인들이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일반 국민일 뿐이다. 장하준교수는 이것들에 대한 해답으로 복지국가를 들고 있다. 그가 말하는 복지는 미국식의 선별적, 잔여적 복지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혜택을 받는 이른바 보편적 복지이다. 현대 경제의 발전은 복지국가 시스템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북유럽 국가의 예를 들어 설명하는 그는,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금을 빼앗기는 돈이 아니라 같이 쓰는 돈, 복지지출을 공짜가 아닌 공동구매로 보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결국 보편적 복지의 실현만이 현재 한국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노동, 교육, 부동산등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는 그는, 우리에게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를 묻는다. 자유주의인가, 더 나은 자본주의인가? 월스트리트인가, 탈(脫)월스트리트인가? 재벌해체인가, 재벌 책임 강화인가? 노동유연성인가, 고용 안정인가? 그리고 선별적 복지인가, 아니면 보편적 복지인가? 내가 원하는 것은, 그리고 내가 선택하고자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
|
현재 세계의 경제상황은 점점 나빠져가고 있고 많은 나라들이 위기라고 외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우리의 경제는 비교적 건실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이 보인고 규모면에서 확장되고 있다. 물론 우리경제만이 계속적인 발전을 거둘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더 좋은 실적을 위해서, 아니면 우리나라의 미래의 경제를 위해 지금부터 하나씩 고쳐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발전을 했다고 국민소득이 2만불 이상이니 하는 소리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분명 분배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 또한 열심히 일은 하지만 가난을 벗어날 수 없다는 워킹푸어가 만연한다면 무슨 희망을 가지고 일하겠는가?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잘못된 것들을 고친다면 더 나은 결과를 만들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문제는 재벌문제 그리고 경제관료들이 문제의 중심부에 있는 것 같다. 이런 경제에 관한 책이나 기사를 접하면서 우리들이 왠지 회피하고 보기 싫어하는 부분이 통계가 아닐까 한다. 하지만 통계를 모르면 속기 쉽다. 그리고 통계는 한 눈에 쉽게 추세 파악할 수 있다. 이 책에 실린 많은 유용한 통계가 한국은행 등에서 만들어지는지 아니 있는지도 몰랐다. 무엇보다 관심이 부족함을 인정해야 하겠다. 한국경제가 위기가 아닌 적이 언제 있었나 는 말에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우리경제가 세계경제의 격랑의 파도 속을 헤치고 나아가야 하기에, 자원도 부족한 우리의 현실이고 완전히 선진국도 아니고 그렇다고 후진국도 아닌 상황을 잘 인식해야 할 것 같다. 이 책은 경제 이데올로기부터 노동유연안정성까지를 크게 8가지 범주로 나누어 우리경제를 진단하고 나아갈 바를 제시한다. 중상주의에서 고전적 자유주의 그리고 포트주의에서 신자유주의로, 과거의 자유주의는 조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하에서 부의 집중현상이 강화되었기에 누구를 위한 자유주의인지 생각해볼 문제인 것 같다. 역설적으로 한국 진보, 계혁진영의 과제 “신자유주의를 극복하면서 동시에 구자유주의를 확립하는 것”이다. 이제는 이념보다는 현실에 바탕을 둔 현실감이 더 중요한 것 같다. 보통 ‘거시경제 문제”라고 하면 우리와 상관없는 남의 일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남의 일이 아닌 내 문제이다. 특히 수출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상황에서는 실생활과 경제에 바로 영향을 미치기에 알아둘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의 거시적 성과를 좌우하는 요인들로는 세계경제동향, 동아시아 지역의 특징, 한국의 특수한 상황 등이 있다. 그리고 우리가 경제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는 이념이 편견이 되지 않도록 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합리성의 갖추기 위함이다. 그리고 너무 신문이나 방송의 몇 %의 성장률에 민감할 필요가 없다. 진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성장했는가 보다는 어떤 성장을 했는가가 중요하다. 토건국가 대한민국, 투자부분에서 선진국에 비해 토건의 비율이 높고, 이 명박정부하에서는 그 비중이 더 높아졌다. 보통 선진국 중 영미형 국가들은 직접적인 민간소비 비중이 매우 높은 반면, 북유럽국가들은 정부가 공급하는 사회서비스를 통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민간소비의 비중도 낮고, 정부의 사회서비스 공급기능도 취약하다. 그러기에 사회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는 편이다. 우리의 오해 중 하나가 일본은 수출중심국가로 알고 있지만, 실재적으로는 방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구조이다. 큰 내수시장도 경제의 큰 디딤돌이 된다. 무엇보다 투자문제의 핵심은 평균투자율의 하락이 아니라 산업별, 기업규모별 투자율의 양극화에 따른 불균형에 있다. 현재 세계경제, 미국의 고금리 정책으로 전 세계의 자금을 빨아들이고, 달러화의 고평가로 연결되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더 늘리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 한국의 국제분업 구조상의 위치를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보통 환율이 급등하면 부채의 가치는 늘어나지만 수익은 그대로이므로 파산 압력에 직면한다. 또 경제학 이론은 금융위기 예측이나 예방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거시경제 특히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이 잘 짜여져야 한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에 대한 오해. 우리는 보통 제조업의 기반이 높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선진국에서는 서비스업의 비중이 높다. 단지 우리나라 같은 일반 요식업이나 소규모 상업이 아닌 정보기반 서비스나 금융서비스 등 산업서비스의 비중이 높다. 제조업에서도 아직 부품조달이나 기술면에서 많은 부분을 일본 등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제조업의 고용인구도 감소하고 서비스업의 종사인구는 늘어나고 있으나 생산자서비스나 사회서비스는 감소하고 있다. 아직까지 대한민국은 서비스 부문이 취약하기에 개방의 위험을 증가한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내 제도의 변화 및 집행과정을 정비하여야 한다. 영세화와 영극화현상, 우리나라 기업 특히 중기업들이 대단히 취약하다. 무엇보다 재별계 대기업의 하도급거래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기에 그 이익의 분배상 취약할 수밖에 없다. 재벌들의 내부거래와 연결재무재표가 없어 복잡한 출자구조로 현상 파악이 힘들다. 이것은 단지 보수냐 수구냐의 문제가 아니다 무엇보다 재벌의 지배구조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 분명한 것은 재벌은 전근대적 천민자본으로 경제력의 집중억제가 필요하다. 일부가 말하는 성장의 과실의 낙수효과는 생각보다 미비한 편이다. 우리나라, 삼성공학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삼성의 지배가 더 큰 문제이다. 무엇보다 재벌그룹들의 계열분리를 통한 분산으로 규제하기 어렵다. 제조업 부문의 동맥경화, 기업 지배구조의 문제,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를 해결하기 위해서, 재벌 개혁은 어려운 일이지만, 반드시 해결해 나갈 필요하다. 재벌들은 광고의 무기화를 통해서, 재벌경제연구소의 재벌이데올로기적 선전으로 자신들의 이념을 일반 국민들에게 세뇌해나가고 있다. 이 점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진보의 무능을 정책적 대안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그 진보적 대안의 실현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에 국민들에게 쉽게 잘 전달할 필요가 있다. 기업민주화와 재량권, 기업들은 이익을 위한 집단인 동시에 사회의 구성원이다. 보통 다수 이해관계자의 권익을 보호와 소수의사결정자의 재량권인정 어느 쪽에 비중을 둘 것인가? 보통 이해관계자는 확정청구권자이고 주주는 잔여청구권자이기에 누구를 중시하느냐가 중요한 문제이다. “기업지배구조개선은 투명성과 책임성을 필요하고, 혁명이 아닌 진화의 문제이다.” 5%의 지분으로 40%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는 하는 재벌들, 문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외이사는 독립이사여야 하는데, 실제는 대부분 거수기 역할에 지나지 않은 현실이기에 외부통제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의 적극적 역할과 주주대표소송(일종의 공익소송) 등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법의 중심이 되는 법치주의가 실행되어야 하나, 법 집행의 이중 잣대를 넘어서는 새로운 법제도적 접근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법은 기업집단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오직 개별기업만을 규율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고, 또한 준내부조직(시장도 아니고 조직도 아닌, 그 중간적인 성격을 갖는 관계)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도 문제이다. 최근 재벌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 기업간의 거래를 중, 소기업 설비투자 실행비율 급락, 하도급 거래구조, 제조 중소기업의 수출 고전, 1차 수급기업이 많은 현실이다. 중소기업보호를 위해 경쟁자보호냐 지배력 남용행위규제냐? 무엇보다 중소기업들 상호간의 수평적 협력기반구축과 공개시스템(정보 등)이 필요하다. 과연 이익공유제냐 성과공유제냐 시장과 은행. 현재는 대마불사를 외치던 거대기업과 거대 은행이 망하는 시대이다. 금융은 실물의 흐름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그러기에 가장 중요한 금융산업은 금산분리(경제개혁의 혁식과제), 공적자금, 금융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차입기업과 주거래은행간의 준내부조직적 관계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모델을 구성하는 핵심요소 중 하나다. 금융산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세분화, 전문화가 필요하고, 무엇보다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산업자본의 은행지배를 경계해야 하고 공평한 손실분담의 원칙, 공적자금의 관리, 금융감독체계, 거시건전성 감독체계, 금융위와 금감원 관리감독 강화가 필요하다. 노동시장. 우리 보통사람들 대부분 관심을 갖는 부분일 것이다. 이전에 없었거나 적었던 비정규직이 50%에 육박하고, 임시직, 일용직은 점점 늘어나고, 정규직은 줄어들고 있다. 왜 그 많던 정규직 일자리들은 어디로 사라져 버렸는가? 그리고 정부의 취업통계 발표는 전혀 신뢰할 수 없을 정도이다. 물론 취업자의 요건, 능력, 의사, 수입에 의해 구분, 경제활동인구와 비경제활동인구 구분 기준이 애매모호하다. 현재 노동시장은 고용률 하락, 근로시간 증가, 고용의 질 하락, 중심노동시장과 주변노동시장, 비정규직 비중 높음, 상용직과 임시일용직, 기업규모, 고용형태, 근로빈곤함정, 빈곤의 대물림 증가하고 있다. 노동자간의 계층과,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둘러싼 상황에서 분열되고 있다. 누구를 위한 노조인가? 소위 노동귀족들이 득세를 하는 대한민국의 노조도 현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비정규직 보호냐? 비정규직 철폐냐? 그러나 상대적으로 덜 알려지고,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자영업자들, 자영업자의 소득파악률, 저숙련 함정, 단체협약 적용범위 확대 등이 필요하다. 노사관계는 자율적인 협의와 사회 대타협, 다양한 제도의 상호보완성, 유연안전성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노조는 대기업-남성-정규직 중심, 즉 상대적으로 강한 보호를 받고 있는 핵심 노동자 중심으로 조직되어 있다.” 실질적으로 더 보호가 필요한 비정규직이나 임시직에 대한 노조의 지원은 과연? 이 책은 읽다 보면 다른 책에 비해 비교적 균형을 가지고 사회현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통계를 통한 설득력 있는 설명이 장점인 것 같다. 물론 통계도 필요한 통계만을 사용하여 설명하기에 왜곡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정부나 준정부기관에서 작성한 신뢰(?)적인 정보에 의한 통계이고, 비교적 대규모의 자료를 이용한 지속적인 통계이기에 많은 도움이 된다. 우리들 각자가 어떤 입장에 서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현 상황을 잘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대응이 필요한 것 같다. 그리고 어떤 한 쪽만이 정답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상황에 맞게 대응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경제는 “개방경제로서 해외 발 충격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어있는 한국경제, 잠재력은 있지만, 잠재력을 현실화하는 데도 장애요소가 있음”, 우리의 미래는 경제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 중요한 문제이기에 국민들의 힘을 한데 모아서 이 역경을 극복하고 발전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가야 할 것 같다. 그러기에 위해서는 현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 또한 중요한 것 같다.
|
|
촛불로 온 나라가 뜨겁던 2008년 초여름 MBC 100분 토론에 나온 김상조 교수를 똑똑히 기억한다. 반대편 정부쪽 패널로 나온 국회의원과 평론가의 어이없는 주장과 비논리적이고 비상식적인 생떼를 웃음으로 받아 넘기며 조목조목 데이터와 통계자료를 제시하며 쉽고 논리적으로 정부쪽 패널의 입을 하나씩 다물게 했던 그 분이었다. 자그마한 체구에 교수라는 직업이 정말 잘 어울리는 외모와 목소리, 분위기를 가진 사람이었다. 완전히 원사이드한 토론이 되어버려서 정부쪽 패널들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 지켜보는 나는 얼마나 시원하던지~ 어려운 경제 분야에 대해서 시청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주장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런데 이분이 [경제개혁연대]라는 단체의 소장이시고 한국의 경제를 위협하는 가장 큰 골칫덩어리인 삼성과 수년을 싸워온 전사라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이 책 「종횡무진 한국경제」는 사실 좀 어려웠다. 100분 토론에 나와서 농담과 비유를 섞어가며 하는 주장과는 사뭇 달랐다. 그림책을 방불케 할 정도로 도표와 그래프가 난무한다. “이 책의 주된 목적이 개혁과 진보의 ‘실체적 내용’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접근하는 ‘방법론’을 고민하는 것.” (p.13) “흔히 나는 진보경제학자라 불리지만, 케인스주의자라고 평가하는 분들도 많다. 맞다. 그만큼 국가의 역할을 강조한다. 그러나 국가 개입의 현실적 수단인 관료를 신뢰하지 않는다.” (p.19)
[경제개혁연대]는 1997년 설립된 이래 줄곧 재벌과 싸워온 민간단체이다. 창립선언문에서도 <작고 소중한 성공 경험의 축적을 통해 과거로 회귀할 수 없는 변화를 만들어갑니다>라고 주창했다. 일반인은 잘 모르지만 이제껏 아무도 하지 않았던 재벌을 향한 계란 던지기를 계속해서 해오고 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덤빌 엄두조차 내지 못하던 재벌의 불공정한 하도급 거래, 편법 상속·증여, 탈세 등등 수많은 경제범죄에 대해 쌍심지를 켜고 달려들었다. 표창을 주어 마땅한데 리뷰를 쓰기 전 [경제개혁연대] 홈페이지에 들어 가보니 열악함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하긴 그렇다. 한국에서 삼성과 싸운다는 것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어쩌면 목숨까지도) 불구덩이에 기름통을 움켜쥔 채 뛰어드는 것인데 참 대단한 분들이다. 일각에서는 김상조 교수를 진보경제학자라느니, 좌파경제학자라느니 말이 많은 듯하다. 이건 뭐 재벌에 조금이라도 비판적 자세를 견지하면 모두 빨갱이니 뭐. 그런데 자신도 진보냐 보수냐 이념의 실존적 자세에 대한 의미보다 어떻게 해야 경제의 진보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실한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목적이라 한다. 또한 책의 곳곳에서 모피아(금융 정책과 관련된 전·현직 관료들이 정부정책과 산하기관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비판적으로 표현한 용어)로 불리는 경제 관료들도 개인적으로 만나면 진실한 국가와 국민에 대한 충정과 고민이 있지만 공적체제에 예속된 직장인으로서의 공무원이 되면 그렇게 이기적일 수 없다는 것이다. “총수 일가가 5%도 안 되는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황제처럼 경영하는 불건전한 기업지배구조의 문제, 특히 경영권을 자식들에게 승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불법행위의 문제는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전근대적 잔재의 상징이기도 하다.” (p.176) “기업인 범죄에 대해, 검찰은 불구속 기소에 그치고, 법원은 집행유예를 선고하며, 곧이어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다시 경영일선에 복귀하는 관행이 되풀이되는 법치주의의 이중 잣대 속에서는 경제성장은 물론 민주주의의 발전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p.192)
대단한 수사를 할 것처럼 재벌총수를 잡아들이지만 휠체어 타고 검찰청으로 들어가는 퍼포먼스 한 번 보여주면 그것으로 만사 오케이다. 이후에는 일사천리로 검찰과 법원의 과정이 진행되고 적절한 타이밍에 사면복권~! 늘 하는 얘기는 ‘한국 경제를 위해서…….’ 개가 뿔 뜯어 먹을 소리다. 한국의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이상한 방식으로 변형되어 온 것이다. 책의 제목처럼 1부에서는 경제사를 다루며 거시적 경제정책에서부터 역사의 곳곳에서 태동된 경제담론을 다루는데 서구 경제가 400년에 걸쳐 수없이 만들고 부수며 만들어 낸 경제체제를 한국은 단 60년 만에 만들어 버렸다. 안 맞는 장기를 몸 속 깊은 곳에 이식해 놓다 보니 이곳저곳이 여차하면 한순간에 끝장날 것 같은 살얼음이다.
“한국경제는 중상주의(박정희식 개발독재 모델)에서 신자유주의로 바로 건너뛴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서구의 고전적 자유주의가 이룩한 성과, 즉 법치주의 내지 ‘법 앞의 평등한 정의’로 요약되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매커니즘이 확립되지 못했다.” (p.57) 쉽게 말하자면 서구의 경제가 오랜 기간 수많은 갈등을 몸으로 받아내고 상처를 싸매고 봉합하고 또 다른 체제를 만들어 내면서 그에 따른 정치적 제도도 뒷받침되고 국민들의 의식도 동반 성장하고 하는 과정이 전혀 없는 것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월남에 가라고 해서 가고 신작로라는 이름으로 논과 밭이 파헤쳐지고 집을 허물어버리면서 ‘잘 살아 보세’ 노래에 맞춰 길을 닦고 집을 만들었다. 잘 살게만 되면 그만이다!! 박정희, 전두환 군부 독재는 충분히 이것을 가능하게 했다. 국가통제를 극대화하여 특정 수출산업을 육성해 외화를 끌어 모으는 일이 가능했다.
그러면서 재벌은 완전한 왕이 되어 버렸다. 세계 어느 재벌에서도 유래를 찾을 수 없는 문어발 경영, 족벌세습, 온갖 경제범죄가 국가의 비호와 경제 관료의 묵인아래 자행되어 왔다. ‘재벌이 잘돼야~~’, ‘낙수효과를 볼 수 있다~~’라는 말로 미혹해 왔다. 하지만 김상조 교수는 줄곧 낙수효과의 허구를 줄곧 지적해 왔고 이 책에서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투명성과 책임성의 원칙이 확립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주주 자본주의는 천민자본주의가 될 뿐이고” (p.201) 투명성, 책임성 따위는 쿨하게 개나 줘버리는 우리네 재벌님들은 왕국에서 사시기 때문에 전혀 개의치 않으실 것이다. 오죽하면 동네 빵집 상권까지 위협하는 지경이겠나. 그것도 재벌 3세의 경영수업을 위해……. 참……. 무심코 던진 돌팔매에 연못에서 놀던 개구리가 맞아 죽는 것처럼 ‘아~ 할아버지 저 이제 사업 좀 해 볼래요’, ‘음~ 그래 빵집이나 한 번 해보렴.’ 한국의 재벌은 안하무인이다. 제멋대로다. 그래도 걔네들이 왕이다. 권력은 이미 시장에 넘어간 지 오래다.
작년에 읽었던 「복지국가 스웨덴」에 제시된 경제체제가 현 시대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라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는 덴마크 모델을 스웨덴 보다 진일보된 것으로 소개한다.
“덴마크에서는 실업 후 최대 4년간 실업 전 소득의 90%를 지급하는 관대한 실업급여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것이 노동자에게 큰 저항 없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받아들이게 하는 조건이 된다.” (p.338) “실업급여의 지급기간은 90∼240일, 소득대체율은 49%에 불과하고,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은 OECD 최하위권이다.” (p.340) 위는 덴마크, 아래는 한국의 현실이다. 노당자들에게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강제로 떠넘기면서 전혀 현실성 없는 대책을 떠드는 한국과는 참 다르다. 그래서 더 슬프고 절망적이다. 실업의 상태에 있어도 소득대체율이 90%에 달하고 4년간 실업급여가 나오고 그것에 그치지 않고 재취업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주기 위해 의무적으로 직업교육을 받게 해 주는 덴마크와 한국은 떨어져 있는 지리적 거리만큼이나 다르다. 그래서 더 슬프다. 덴마크 모델을 소개 받으니 더 암울해 졌다.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바위를 깨뜨리기 위해 작은 계란이 되어 몸을 던지는 일이 [경제개혁연대]의 창립선언문처럼 소중한 경험과 자산이 되어 언젠가는 비뚤어지고 굉장히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한국의 경제체제가 제대로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들의 무모한 도전과 제 정신이 아닌 용기에 박수를 보내지만 찝찝하고 답답한 마음은 숨길 수 없다.
“경제 공부를 하는 이유는, 이념이 편견이 되지 않도록 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합리성을 갖추기 위함이다.” (p.67)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경제학자만이 쓸 수 있는 문장이다. 간결하지만 폐부를 찌른다.
다음 책은 조금만 더 쉽게 써 주셨으면 한다.
|
|
소액 주주운동과 차분하게 토론하는 태도로 알려진 경제학자 김상조 교수, 그렇잖아도 요즘 통 토론 프로에서 뵐 수가 없어서 안부가 궁금하던 차였는데, 이렇게 그가 쓴 대중경제서'종횡무진 한국경제' 접하게 됐다. '종횡무진 한국경제'를 펼쳐들면서 품었던 의문이 있었다. 요즘 경제학을 공부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하는 하는 것이었는데, 쓰나미처럼 휘몰아친 금융위기에 대해 또 국내 경제문제에 대해서도 신자유주의 핑계만 댈 뿐 이렇다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걸 보면서 경제학의 유용성에 대해 의문이 들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시대에서 살고 있기에, 그래서 더욱더 경제에 대해 이해하고 관심을 가져야만 하는 업보를 갖게 된건지도 모르겠다.
같은 케인즈학파 안에서도,우파,좌파,국제적 협조주의 등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경제의 거시, 미시 정책에 어떤 것인지도 일러준다. 덕분에 헷갈렸던 개념들이 정리가 됀다. 왜 개혁이 어려운지, 경로의존성이나 제도적 상호 보완성이론을 들어 설명해주는 것에서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다. 80년대 초반 세계 청소년 축구대회 4강에 들었던 당시 우리나라를 비롯한 그 4강들이 모두 외채가 많은 나라였다는 사실을 오랜 만에 떠올리기도 하고, 제목대로 세계경제와 국내 경제사를 종횡무진 누비며 경제의 흐름을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선별주의와 보편주의 논쟁에 대한 설명도 인상적이었다.
비록 경제학에 대해 일천한 지식을 갖고 있지만, '종횡무진 한국경제'가 지닌 장점만큼은 금방 발견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필자 김상조 교수가 진영논리에 치우지지 않고 저술해갔다는 점이다. 그가 개혁을 지향하는 경제학자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개혁만이 답이라는 논리에 입각해서 독자들을 이해시키려 들지 않았다는 점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다.
솔직히 요즘 보수, 진보 양쪽 모두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어떤 사실에 대해 지나치게 진영논리에 입각해서 논리를 펼치면서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견강부회한다는 느낌이 들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적어도 김상조 교수는 자신의 지향을 밝히면서도 상대방의 논리를 무조건적으로 폄하하지 않고 있다. 차분하게 학문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문제점이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가 지적한 한국경제의 근본적 문제는 구자유주의의 결핍이라 좀 뜻밖이었다. 신자유주의는 과잉인데 비해, 구자유주의가 결핍됐다는 것이다. 서구가 4백여동안 거쳐온 과정을 우리의 경우 박정희식 개발독재에서 바로 신자유주의로 건너뛰다보니 서구의 고전적 자유주의적 경험을 겪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과정은 바로 법치주의 내지는 법 앞의 평등한 정의로 요약되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매커니즘을 확립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왜 아니겠는가 전적으로 공감한다. 멀리가지 않더라도 삼성가의 소유지배구조나 증여방식을 보자면 탈법이 난무하고 법은 이를 제재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가 모피아(과거 재무부의 영어 표기인 MoF와 이탈리아 갱단인 마피아 Mafia의 합성어로 특히 금융정책과 관련한 전현직 관료들이 정부정책과 산하기관을 좌우하는 것을 비판적으로 표시한 것)를 경계하라고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연장선에서였다. 종합해서 말하자면 공정하게 설계되고 엄정하게 집행되는 제도와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개혁과 진보의 전제조건이라는 점을 김상조 교수는 힘주어 말하고 있다. 그리고 밑에서부터 변화에 대한 욕구를 분출하고 있는 다이나믹한 대중들 역시나 개혁에 힘이 될 것이라는 것을 긍정하고 있다.
경제현안에 대한 진단하고 처방하기보다는 근본적으로 상호 협력하고 신뢰할 수 있는 큰 틀을 만들자고 하는 처방을 듣다 보면 그는 길게 보고 가는 원칙주의자에 긍정론자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클린턴은 문제는 경제라고 말했지만,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공정함과 엄정한 법집행과 공정한 절차는 필수적이다. 요약하자면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제도와 법이라는 비경제적인 요소의 힘 또한 선결돼야 한다는 것. 아무리 불확실성이 높아진 경제 여건이라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경제학의 역할은 막중하다는 것.
|
|
요즘 이 남자의 목소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제전문가이자 세금혁명당 대표, <나꼽살>의 선띨 선대인이다. 그를 통해 '모피아와 토건 마피아'를 제대로 알게 됐고, 그런 중에 '김진표 OUT'이란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그런 그가 <문제는 경제다>란 야심찬, 참혹한 경제서를 선보였다. 예전 김광수경제연구소 시절부터 숫자 놀음만 하는 경제학자가 아니라, 한국 경제의 밑바닥, 밑동에 뿌리내린 분석과 주장으로 많은 호응을 얻었다. 반면 보수, 기득권에게 철저히 찍혔다. 우석훈 님과 마찬가지로.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 It's the economy, stupid - 1992년 미국 대선에서 빌 클린턴이 내세운 캐치프레이즈로, 당시 현직 대통령인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를 누르고 승리하는 데 큰 효과를 거뒀다.
우석훈 님은 <디버블링>을 통해 2012년은 대한민국 경제의 잿빛, 핏빛 미래를 예견한 바 있다. 불행한 결말은 틀림 없지만, 그나마 좀 덜 불행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를 했었다. 선대인과 우석훈 님의 주장에 동의하는 단 하나의 이유를 들자면, '정권만 바꾸면 한국 경제가 살아날 수 있을까?'란 물음에 '아니다'라 답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민주 세력 10년의 집권 기간동안 우리네 삶은 예전보다 더 피폐해졌다.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명박 씨의 출현으로 당시 경제정책에 대한 반성과 논의가 부족해졌지만, 불행의 단초는 노무현 정부 때부터 시작됐다. 자본이 정치, 경제, 언론을 통치하는, 대한민국의 삼성공화국화가 시작된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선대인 님은 정권은 교체했지만, 경권은 교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모피아와 토건 마피아가 '삼성장학생'으로 줄을 대면서, 모든 경제 정책은 대재벌, 삼성에 의해 세워지고, 실행되며, 그들의 입맛에 맞게 법제화되기에 이르렀다. 결국 '이명박 심판'은 물론 자본에 기생하는 관료들을 갈아치워야 몰락 직전의 대한민국호를 바로 세울 수 있다. 그래서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선 이들을 몰아내는게 급선무다. 그 중심의 대표격인 김진표 OUT은 시대의 요구인 셈이다.
<문제는 경제다>를 읽으면서 선대인 님의 분노를 고스란히 느껴야했다. "그리고 수없이 분노했다. 혼잣말로 욕을 하기도 했다. 이 참혹한 배경 위에서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는 재벌들이 온갖 특혜를 받고도 여전히 가계와 하청 기업들의 더 많은 희생을 강요하는 파렴치함에, 이들에 대한 특혜를 남발하면서도 '오뎅쇼' 등으로 서민 코스프레를 하는 정치인들의 기만적 행태에, 서민들의 분노와 아픔과 절규에 대해 제대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정치권의 무능과 무기력과 탐욕에 그리고 대기업 광고주에게 목맨 채 1% 기득권의 이해만을 대변하는 언론들의 사태 왜곡과 본질 호도에 분노했다" -P7. 프롤로그 중에서
선대인 님이 제기하는 대한민국 경제의 10대 위기와 그에 대한 대책을 간략하게 짚어보자.
<한국 경제가 마주하게 될 10대 위기> 0%대 성장률이 현실화된다. 부동산 수요는 반토막 난다. 실업 문제, 청년을 넘어 전 세대로 확대된다. 최저임금, 햄버거 하나 사먹을 수 없게 된다. 빌딩 부자들이 몰락한다. 재벌 3, 4세가 산업 생태계를 질식시킨다. 세계 경제위기 2막이 도래한다. 기업가 정신은 사라지고, 멕시코형 경제로 간다. 고령화로 인한 한국식 회색 쇼크, 멀지 않았다.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기회> 경제 민주주의가 우선이다 - B급 인생도 살 수 있는 생활인 국가. 99%를 위한 세금혁명. 지금 당장 바꾸고 실행하면 10년 후 한국경제 미래가 달라진다.
저성장 시대를 돌파할 상생 전략 - 딥팩터를 개선하라. 따라잡기 전략을 버려라. 상층부가 아닌 피라미드 밑바닥을 겨냥하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 때, 기업 생태계가 안정될 수 있다.
앞으로 10년, 개인 생존 마인드를 바꿔라 - 성장률 0% 시대, 투자와 지출에 대한 개념을 바꿔라. 개인도 경제활동에서 거품을 빼야 한다. 실제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하라.
엄청난 고민, 학자적 양심, 방대한 경제지표와 수치, 최대한 쉽게 쓰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 곳곳에 묻어난다. 어쩌면 <문제는 경제다> 한 권만 제대로 읽어도 한국 경제의 현상과 문제점, 대안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을 것 같다. 단군 이래 최악의 대통령인 명박 씨의 실정 때문에, 한국 경제는 엉망으로 망가져있는 상황이다. 그의 통치관은 단 하나다. '1%를 위한 대한민국'. 이를 부정하거나 문제 삼는 이에게는 가차없는 보복으로 꼼꼼하게 조져주신다.
이렇게 서민과 젊은이를 못살게 들들 볶아대는 나라는 없지 않을까. OECD의 각종 자료를 분석해보면 이 같은 사실이 여실히 드러난다. 비정규직 비율 세계 최고 수준, 극심한 청년 실업, 자살률 1위, 출산율 세계 188개국 가운데 186위, 고령화 속도 세계 1위, 세계 최고의 산업재해율, OECD 최장 노동시간, 소득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의 주택 가격, 경제력 대비 지나치게 높은 생활 물가, 저임금 비율 OECD 1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 세계 1위, 공공 사회복지 지출 세계 꼴찌, 대학 등록금 세계 1위, 고교와 대학의 사립 비율 OECD 1위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온갖 악성 지표들이 가득 차 있다. - P120
책 내용의 80% 이상이 살 떨릴 정도로 우울하고, 치명적이며, 분노할 수밖에 없는 내용들이다. 어떻게 이 지경에 이르도록 나는 모르고 있었나, 싶다. '부정부패, 비리, 불공정'으로 얼룩진 정치권만 탓했지, 경제에 대해선 '경기가 나빠서'라고만 생각했었다. 강만수라는 시대의 띨띨이가 '저금리, 고환율, 부동산 경기부양' 등으로 재벌들만 배를 불릴 때, 월급 동결되고, 회사에서 잘리는 나를 '스스로 못나서'라고 생각했었다. 이젠 말할 수 있다. 99%가 힘든 이유는 1%, 썩은내 진동하는 너희들 때문이라고. 열심히 살면 살수록 손해만 보는 이 아비규환은 너희들이 만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화차'에 이명박과 이건희, 조용기를 같이 태워서 보내고 싶은 심정이다.
또 하나, 선대인 님이 주장 중에 '과로 체제 해소' 부분이 특히 눈길을 끈다.
과로체제를 해소해야 한다. 그것이 기업이 사는 길이다. 한국은 2007년 기준으로 노동자 전체의 평균 노동시간이 2316시간으로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길다.... 노동시간이 OECD 평균인 1768시간보다 연간 548시간이나 많다....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은 "한국은 세 사람이 할 일을 두 사람이 밤을 새며 해서 불행하고, 다른 한 사람은 일자리가 없어서 불행하다"고 한국 노동문제의 핵심을 갈파한 바 있다. -P355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란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나중이란 없다. 지금 행복한 게 중요하다. 노동 생산성이 미국의 50%도 안되는, 말도 안되는 '야근 권하는 사회'. 업계 현실이 그러하니, 참고 견뎌라,고 말하는 꼰대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경권 교체를 주장하는 선대인 님이지만, 그 첫 번째 실천으로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의 경제민주화 세력의 집권을 손꼽는다. 1%를 위한 기득권 정당인 새누리당 심판과 이명박과 도플갱어 수준인 박근혜 씨의 저지에 나 또한 목소리를 내고 싶다. 오늘 아침 야권단일화로 통합진보당 4인방이 단일 후보로 선출됐다. 이제 3주의 시간이 남았다. 당장 '한미 FTA'란 프레임으로 끌고 간 강남을 김종훈 VS 정동영의 대결에서 정동영 후보의 압승을 기원해본다. 강남도 사람이 사는 세상이란 걸 보여줬으면 한다. |
|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도 몇 달이 지났다. 몇 달 사이 박근혜정부가 국민들에게 심어준 인상은 최근 일어난 스캔들과 불소통 그리고 인사 문제 만이 가득한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이 노인들에게 준다고 했던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을 것이란 소식에는 많은 노인들이 분노했다. 창조경제를 비롯해 야심차게 공약했던 것들이 벽에 가로 막혀 있고 국민 경제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최근 방미로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얻은 성과도 있지만 북한을 필두로 한 우리나라를 향한 불안정한 시선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작년 부산 비엔날레를 갔을 때 가장 먼저 보게 된 전시품은 쌍용자동차 부당해고된 노동자들의 작업화를 한 데 모아 놓고 장식해놓은 예술품이었다. 여전히 쟁의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희망을 가지기엔 부족한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몇 년전 나온 이 책은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작년 장하준 교수가 쓴 '그 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 에 답변을 내놓은 '장하준이 말한 23가지 이야기'는 현 정부와 주류경제학이 말하고자 하는 답변을 내놓은 것 같았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지도 못했고 사람들의 공감 또한 얻지 못했다. 이 책을 보고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이야기는 '복지를 통해 생산을 하자.' 는 이야기 였다. 파이를 나눔으로서 더 키우자는 이야기 였다. 어떤 대책을 말하고자 할 때 대화를 통해서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말로 끝 맺는 대책은 아주 무책임한 대책이라고 생각한다. 조화를 이루는 것 그것이 가장 핵심적인 대책인 까닭이다. 이 책에서는 두루뭉술한 책들보다 보다 나은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스웨덴식 복지를 통해 좀 더 나은 나라를 건설하고자 하고 있는 데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데 많은 지면을 할애 하고 있다. 그럼으로서 좀 더 구체적인 대안을 이야기 하고 있는 데 변화의 열쇠를 쥔 기득권 층이 듣는다면 듣기만 하고 절대 따르지 않을 말들이 많다. 법의 제정과 사회구조의 개혁으로 우리 사회의 많은 병폐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하고 있는 데 이 것 이 실제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사실 요원해 보인다. 현 정치인들의 경제와 사회에 대한 인식은 1차 적인 것에 그치는 경우도 많아 보이고 또 압력을 받는 것도 많아 보인다. '88만원 세대'를 저술한 우석훈 박사는 이 책을 절판하면서 젊은이들의 뛰어나오길 원했는 데 생각한 만큼 되지 않아서 결국 절판을 선택했다는 취지의 인터뷰를 했다. 여전히 젊은이들은 현실에 들어가기 위해 혹은 안주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고 어느 날 아침 백마탄 초인이 나타나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 책은 우리나라를 걱정하는 많은 사람에게 한 번 쯤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나온지 시간이 지났고 또 정권도 바뀌었지만 여전히 이 책은 현 사회에 연결되어 있고 또 미래에 대한 비전을 계속 제시해 주고 있다. 비록 비판 하는 사람들이 많고 또 당장 실현되기 어려울 지라도 언젠가 우리가 우리나라의 방향의 선택해야 될 때 혹은 우리의 무의식적 행동이 우리나라가 나아가 선로를 만들 때 이 책에서 제시한 방법들은 분번 특별한 가이드라이이 될 것이다. |
|
내가 김상조 교수를 처음 보았던 건 '100분 토론'에서 패널로 나왔을 때였다. 오래도록 경제개혁연대 소장으로 일하시고 소액주주운동을 현실화시킨 분이라는 건 알았지만 실물로 본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어려운 경제 개념을 조리있게 조근조근 설명해주시는게 인상 깊었다. 책으로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때가 때인지라 나름대로 MB 정권 4년간의 우리나라에 대해 이쪽 저쪽으로 알아보는 중이다. 정치적인 면에서 얼마전 변상욱 기자의 '굿바이 MB'를 읽었고 FTA에 관해선 '한미 FTA 완전정복'을 읽었다. 거기에 계속해서 경제쪽을 살펴볼 생각이었는데 그런 내 마음을 누가 엿보기라도 했는지 마침 그 4년간의 경제를 패널 때 처럼 조목조목 알려줄 이 김상조 교수의 '종횡무진 한국경제'를 만나게 되었다.
먼저 책 제목에 대해 잠깐 얘기해 보자면 이 책의 제목이 '종횡무진'인 것은 총 2부로 되어 있는 이 책이 1부엔 종으로 2부엔 횡으로 한국경제를 진단하기 때문이다. 1부가 종이라는 것은 추상적이지만 거대 담론인 신자유주의로 부터 시작해서 가장 미시적인 기형적으로 양극화된 기업구조까지 점점 그 시야를 초점을 맞추듯 좁혀 들어가기 때문이고 2부가 횡적인 이유는 한국 경제를 이루고 있는 가장 주된 부분들, 그러니까 재벌, 중소기업, 금융, 노동분야를 고루 짚어주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제목 그대로 한국 경제의 전반적인 것을 모두 짚어준다고 할 수 있다.
선거가 끝나고 읽었기 때문에 일단 프롤로그에서 읽은 이 말이 가슴을 울렸고 그래서 이 책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지게 되었다. 내 가슴을 울린 말은 바로 이것이었다.
자, 무엇이 중요한 문제인가? 물론 나는 재벌과 금융의 개혁이 한국경제의 진보를 위한 근본적인 과제라고 생각하지만, 지금 당장의 주가와 부동산가격 문제에 온통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일반 시민들의 인식과 행동을 존중하지 않고서는 어떤 개혁도 노력도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10여년 동안의 시행착오를 통해 체득했다. 집권세력 또는 집권준비세력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올바른 해결책만 고민한다면 유권자들이 그 진정성을 지지하고 인내할 것이라는 믿음은 완벽한 착각이다. 다시한 번 강조하건대, 최종 목표지점을 설계하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과도기 동안 발생할 각종 위험요소들을 관리하는 능력 역시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P.18 - 하필 페이지수가 이 글을 읽고 났을 때의 내 기분과 이리 맞아떨어지다니 뭔가 운명 같다.)
나는 이것이 바로 이번 선거 대패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거시적인 올바름에만 기댄 나머지 현실적인 유권자들의 바람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 말이다. 그만큼 야권연대가 너무 안일하게 선거를 치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김상조 교수의 말대로 자신들이 정당하다고 올바르다고 해서 무조건적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은 정말 헛된 망상이다. 그래서 진보 진영에서 흔히 일어나는 도덕 논쟁 역시 내겐 빨리 벗어버려야 하는 구습으로 보인다. 유권자들은 도덕적 무흠결 보다는 검은 고양이가 되었든 흰 고양이가 되었든 쥐를 잘 잡는 그렇게 뭔가 현실적으로 자신들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능력자를 더 원하기 때문이다. 정권심판 같은 거대 담론이 아니라 의무 급식 같은 실제 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고 그래서 얼마나 생활이 더 잘 나아질 수 있는지 깨달을 수 있는 그런 현실적 정책의 실현을 더 원한다. 아마도 야권은 오늘의 패배를 뼈 아픈 교훈 삼아 앞으로 대선은 정말 여기에 집중을 하고 선거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정치는 현실이다. 대중이 가지고 있는 욕망과 거리가 있는 이상은 그저 외면받을 뿐이다. 너무나도 내 마음을 대변한 듯한 문장을 만난지라 이야기가 잠깐 다른 쪽을 새고 말았는데 아무튼 다시 본 줄기로 돌아와서 말하자면 이 글을 보아서도 알겠지만 김상조 교수는 현실적 제약을 인정하는 차원에서 자신의 논의를 전개한다. 그래서 더욱 설득적인데 그는 이러한 현실제약성을 두 개의 개념으로 치환하여 그것을 이 책의 전체 논의를 떠 받치는 두 개의 기둥이라 설명한다. 말하자면 그 두 기둥이란 한국경제가 가지고 있는 현실적인 제약으로 프랑스 봉기와 같은 혁명이 아니면 뒤엎을 수 없는 한계 같은 것이다. 그 두 개념이란 바로 '경로 의존성'과 '제도적 상호보완성'인데 경로 의존성은 쉽게 말해 정착된 과거는 쉽게 바뀌어 질 수없다는 것이고 제도적 상호보완성이란 제도들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어떤 제도를 바꾸더라도 그것이 성공적인지 아닌지는 그 제도 하나만으로는 알기 어렵고 서로 다른 보완된 제도들까지 다 살펴봐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앞서도 말했듯이 이 두 기둥은 진보적 개혁이 우리 한국 경제에 있어 얼마나 어려운지 말해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고 완전히 무시하고 나아가면 그야말로 그것은 모래 위에 세워진 성이나 마찬가지다. 즉 이것은 김상조 교수가 어디까지나 실현가능한 개혁적 전망을 위해 인정하고 깔아놓는 출발점과도 같은 것이며 때문에 우리는 공허한 탁상공론이 아닌 보다 실제적인 전망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그의 전제는 한국 경제를 주로 분석하는 기준 역시 결정짓는데 그는 이 책에서의 한국 경제 분석을 무엇보다도 통계에 근거를 둔다. 통계란 한국 경제의 실제적인 모습을 수치화한 것이다. 그러니 그 수치에 한국 경제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상조 교수는 오로지 이 통계적 사실에 근거하여 한국 경제가 가진 모든 문제점을 밝히며 아울러 그 대안의 당위성 또한 드러낸다. 바로 이와 같은 분석적 시각의 전제와 방법으로 그는 한국 경제를 종적으로 그리고 횡적으로 세부적으로 조목조목 분석한다.
그래서 낸 결론이 바로 재벌과 모피아에서 탈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모피아란 마피아와 미국 재무부 관료를 뜻하는 영어의 합성어로서 한 마디로 마피아처럼 자기들 마음대로 정부정책을 좌지우지하는 현직 관료 세력을 말한다. 즉 그러니까 오늘날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구조적으로 너무 재벌에 편중된 것과 여전히 국가의 부를 양적으로 늘이는 것에만 집착하는 중상주의에 함몰된 관료들에게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그들의 지배적 구조를 개혁하려 들지 않는 한 그리고 관료들이 보다 질적인 발전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한 수렁에 빠진 한국 경제는 헤어날 길이 없다는 뜻이다. 물론 이것은 내가 이 책에서 받은 전체적인 느낌을 아주 대략적으로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사실 김상조 교수의 이 책은 저런 문장으로는 다 담아낼 수 없을 만큼 아주 미세하고도 다채롭게 한국 경제가 가진 문제점들을 짚어주고 있다. 한 정권의 과오도 아니고 오래도록 축적된 구조적인 모순을 말이다. 일부러 이 말을 언급하는 건 혹시나 내 리뷰 때문에 이 책에 대한 어떤 선입관이 생길까 우려해서이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아마도 당신이 한국 경제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이야 말로 거기에 합당한 책이 아닐까 한다. 무엇보다 한국이 가진 현실에 철저히 기대어 논의를 전개한다는 점. 그리고 억지로 이론적 틀에 꿰어 맞추는 것이 아니라 수치가 보여주는 사실에 천착해 있는 그대로의 현상을 통해 분석한다는 점이 무엇보다 장점이다. 한국 경제란 한국만의 특수한 경제를 말한다. 각 나라가 처한 특수한 현실은 늘 그렇듯이 보편적 이론으로 다 담아낼 수 없다. 더구나 경제란 그 무엇보다 아주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현상이다. 따라서 한국 경제를 말하는 책은 무엇보다 한국적 현실에 천착해야 하고 바로 그러한 점에서 이 책은 제대로 된 입장을 가지고 있다 하겠다. 아무튼 읽는데 들인 시간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하는 책이다. 기꺼이 추천드린다.
|
|
현재 세계 어느나라도 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경제도 보면 앞날이 암울해보인다. 서울 집같은 경우 현재 젊은이가 구입하기란 부모가 모기업 사장내지는 회장 아니면 불가능해보이고(심지어는 로또 1등 당첨되되더라도!) 경제고로 자살하는 사람, 그것도 젊은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으며 물가는 계속 오르기만 하고 있다.
그런데도 보면 해외브랜드 상품은 여전히 잘 팔린다고 하며 삼성이나 이른바 대기업은 매번 새로운 흑자이득을 기록하며 잘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 일단 성장하고 있다고 하고 실업률도 줄었다고 하는데 어째서 실제로 체감하는 경기는 왜이리 뼈속 깊이 시려운 걸까?
지금 우리나라에서 사는 젊은이들은 누구라도 이런 의문을 품게 될 것이다. 그 의문에 가장 답을 잘 해줄 수 있는 게 바로 이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IMF위기 이후 급변한 경제정세와 그 원인, 해결책을 다루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재벌 이데올로기와 부동산 거품이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이 비정규직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건 내가 최근에 한동안 일본에서 잠시 지낸 적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더 와닿은 내용이었다. 가기전에 물가 높다는 이야기에 지례 겁을 먹긴 했다. 물론 교통비나 우편 요금 같은 건 확실히 비쌌다. 하지만 먹는 건 우리나라와 비교해서 오히려 싼 것도 많았었다. 게다가 실제로 알바비가 1시간 당 700엔 이상이었고. 그렇게 보면 일본이 물가가 비싸다고 할 수 없을 정도 였기에 그 부분을 자꾸 일본과 한국을 비교하게 되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일단 의식주가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식은 꼭 필요한 부분으로 생활비에서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그런데 이 식, 먹는 것의 물가가 자꾸 올라가면 사람들의 삶의 질은 당연히 떨어지게 될 것이다. 확실히 우리나라는 땅덩어리도 좁고 농업도 쇠퇴하니까 자급자족이 무리인 부분도 있겠지만 일본 역시 자급자족률이 높다고는 할 수 없지 않는가.
재벌 이데올로기는 나도 이제껏 속고 있던 부분이기도 했다. 그런데 실제로 보면 재벌이 잘 나간다고 해도 우리나라 일반 사람들이 잘 사느냐 하면 그건 아니지 않는가?
이 책 뒷부분에는 해결책도 나와 있는데 차기 대통령 누가 되든 이 해결책 중 하나라도 직접 써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
|
F 세대에 묻다
솔직히 이 책을 읽고 조금 충격을 받았다. - 워낙 책 읽고 매번 충격 받는 스타일이라 감안해주시길 바란다 - 내용은 어렵지 않고 대담형식으로 서술된 경어체라 전달방법도 무척 친절하다. 예도 많이 들고 비교도 많고 추상적인 문구 없이 상황 정리도 명쾌하다. 주로 <시사 IN>의 이종태 팀장이 아젠다를 펼쳐내 어떻게 생각하시냐 질문을 하면 장하준 교수와 정승일 위원이 답을 하는 구성이다. 최근 시즌을 맞아 반 MB정서, 반 자본주의에 몰두해 있던 나로선 이들이 주장하는 논리가 새롭다기보다 낯설었달까. 정확히는 당황스런 수치심이다. 이 책엔 한마디로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진보, 좌파에 대한 일침이 한 가득이다. 당신들의 주장과 논리는 여기서부터 이렇게 틀려먹었으니 정신 차리고 올바른 선택을 하라는 말로 들린다. 마침 책 제목도 선거철을 맞아 무엇을 택할 것인지 - 결국 누구를 택할 것인지 - 묻고 있지만 덮고 난 심정이 책의 결론처럼 분명하지만은 않았다. 그것은 아마도 독자로서 개인적인 한계일 것이다. 이 책에 대한 개인적인 바램이 있다면 나와 같은 세대들이 앞으로 대선에 출마하는 후보들의 주장을 면밀히 비교해보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뭘 알아야 비교도 해 볼 것이니까.
나와 같은 세대라 한정지은 것은 내 세대가 요즘 언론에서 자주 언급하는 잊혀진 세대, F 세대이기 때문이다. 60년대 말에서 70년대 초에 태어나 80년대 컬러시대에 청소년기를 보내고 90년대 말에 결혼해 2천 년대에 아이를 낳고 지금은 학부모가 된 사십대. F는 ‘Forgotten’, ‘Fire’, ‘Facebook’, ‘Formidable members’를 두루 의미한다. 민주화 운동권 선배를 두었지만 데모는 하지 않았고 취직해서 결혼할 무렵에 IMF를 만났을 것이다. 사교육 열풍 속에서 아이가 걸음 떼기 시작했을 때부터 영어 유치원에 보내었을 것이다. 집값이 자꾸 오르자 불안감에 무리하게 대출하여 집이라도 장만했다면 분명 이자에 허덕이며 ‘하우스푸어’로 전락했을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들 사십대가 2030세대와 합쳐지면 유권자의 반이 넘어가기 때문에 표심을 결정할 중요한 변수로 생각한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보았듯이 박빙일 때엔 이들이 보수로 기우느냐 야권으로 기우느냐가 당락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할 때 이 F세대의 특성을 말해보라 누가 묻는다면 한마디로 ‘뒤쳐지지 않는 삶’이라고 본다. 사실 사십대에 들어서 직장인으로서 서울 어느 구에라도 번듯한 아파트를 한 채 장만한 부부라면 그 삶은 지난날 지겨운 경쟁에서 잘도 살아남은 축에 속한다. 대학입학, 취업, 결혼, 육아, 집장만에 이르기까지 그 이십 여 년의 세월은 분명 메인 프레임에서 탈락하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었을 것이다. 이들에게 중요한 건 이념투쟁이라는 추상적 가치보다는 개인의 행복이나 실질적인 혜택 등의 실용적 가치이다. 그래서 명예나 도덕을 따지는 사람은 위선이라 여기며 속물정신이나 편법 등의 수법으로 성공한 사람을 크게 비난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신도 언제든 기회만 되면 그렇게 해서라도 한 계단 올라갈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평준화 속에서의 궁극적 차별화. 삼성을 욕하지만 삼성에 들어가고 싶고 이명박을 욕하지만 이명박처럼 재산을 불리고 싶어 하는 마음이, 얼마나들 많았는가.
역사의식과 사회참여도 도덕성, 지식수준도 386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 심지어는 머리가 나빠 공부도 못하고 날라리만 많은 세대라 - 운좋게 취직해 지금은 사회의 중진이 되었건만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한 세월을 보내고 있을 사람들. 이들에게 향후 십년은 이제 막 은퇴가 시작된 베이비 붐 세대의 십년과도 다르며 결혼과 육아를 늦추고 있는 삼십대의 십년과도 다르다. 이들의 미래 십년은 정확하게 한국이 선진국으로 돌입하는 시기와 일치한다.
그런데 지금부터의 십년은 F 세대의 자녀들이 성장해 성인이 되는 세월이다. 지출항목이 더 많아지고 커지기만 하는 시기, 평범한 직장생활로는 더 이상의 재산증식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시기이다. 여기까지 잘 달려온 세월에 미안해서라도 새로운 도전을 하기가 쉽지 않고 어쩌다 추락할까봐 두려운 시기이다. 그 전에는 성장이나 발전도 중요했지만 지금부터는 복지라는 말이 아주 구체적으로 와 닿는 시기이기도 하다. 지난 4년 동안 양극화 때문에 느껴지는 상대적 박탈감에 분노와 절망을 감추기 어려웠던 시기인 것이다. 보수신문은 지난 일년 내내 복지를 과하게 시행하면 나라가 망하는 수가 있다며 다음 세대를 위해 복지포퓰리즘은 안 된다 주입해 왔다. 하지만 서민이라면 그 기사 때문에 나라 걱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중간하게 가난하면 복지혜택은 받기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늘 재벌개혁하자는 불가능하고 진부해 보이는 진보쪽 보다는 '생애 맞춤형 복지'라는 그럴듯한 대안을 내세운 박근혜가 우리에게 더 유리한가? 이런 생각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마치 방황하는 F 세대를 위해 적절한 시기에 복지교본을 툭, 제공한 느낌이다. 혹시라도 언뜻 구호만 보고 내가 지지하는 후보는 무조건 옳고 합리적인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면 이제라도 자세히 살펴보아야 한다.(고 이 책은 말한다)
F 세대는 공정 한가
불안한 F세대는 부자의 재산을 나누어 빈곤층에 나누어주는 식의 미국식 잔여 복지에 끌린다. 하향식 평준화는 아무래도 나의 추락을 방지해 줄 안전망으로 기능할 것 같기 때문에. 그러나 더 생산적인 의미의 북유럽 식 복지, 즉 퇴출당해도 실직수당이 보장되어 있고 직업 교육, 그를 통한 재취업이 보장되어 있는 선순환 식 복지도 흥미롭다. 언제 조직에서 나가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이 책에서 주장하는 복지는 북유럽식 복지이다. FTA 가 발효되면 농업, 제조업, 제약업 등에서 피해자가 생길 것이므로 악영향을 최소화 하려면 복지 국가를 만들어 피해자들이 재기를 할 수 있도록 만들자는 것이다. FTA는 분명 해서는 안 되는 계약이었지만 비준까지 한 상태에서 폐기는 말이 안 되니까, 지금 상황에서 대책을 세우자는 것이다. 스웨덴, 노르웨이 같은 북유럽은 단순히 생활을 보조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구조, 생산체제와 통합되어 있기 때문에 패자부활전이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그러기 위해선 재벌이나 부자의 세금을 더 걷어서는 택도 없으므로 어쨌든 국민이 세금을 더 내는 수 밖에 없는데 장하준은 이를 두고 ‘복지 공동구매’라는 개념으로 복지를 재정립하자고 한다. 누구에게나 필요한 ‘탁아, 교육, 의료, 노후대비, 질병 등에 대한 보험을 온 국민이 공동구매해서 가격을 낮추자는 것’이니 세금은 공동구매를 위한 자금임을 강조한다.
이 책을 읽고 느낀 건 새삼 박근혜가 치밀하다는 것이었다. 야권에서 누가 후보가 되건 박근혜보다 치밀하진 않을 것이다. 박근혜는 이미 이슈만으로는 ‘보편적 복지’를 선점했다. 공식만으로는 아버지의 잘한 점, 이명박의 잘못한 점, 그리고 야권의 오류를 다 더해 복지 밑그림을 짜 놓은 듯 하다. 다만 큰 그림만 있고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없는데 이 부분은 아마 상대가 나오는 것을 보고 준비된 시나리오를 척척 끼워 맞출 것이 분명하다. - 그러니까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게 전략인데 야권에서 박근혜 복지는 내용이 없다고 비난하는 건 걸려드는 것이다 - 좌파가 더 공부해야 할 것은 새누리당이 기존에 잘못한 것들을 나열하여 그것을 극복하겠다는 것보다 자신들도 잘못한 것을 빨리 정리해서 그동안의 오류를 업그레이드하겠다고 선점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꾸 우리가 한 잘못은 니들이 한 것에 비해서는 새발의 피도 안 된다는 식의 논리를 펼치는데 이것은 결코 바람직한 전략이 아니다.(그것이야 말로 도둑질은 나만 한 것이 아니라는 보수 프레임에 갇히는 꼴이다) 어차피 나도 잘못한 것이 맞다면 이걸 반복하지 않는 방안이 더 중요하다. FTA든 재벌이든 비리든 사찰이든 노무현도 했지만 이명박은 더 하지 않았느냐, 는 논리를 제발 거두어 주었으면 한다. 노무현이든 이명박이든 한 것을 인정하고 앞으로의 정부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를 박근혜보다 먼저 말해야 한다. 글쎄, 정치 문외한인 내가 이 책을 읽고 가장 먼저 느낀 점이다.
물론 노무현 정부의 실정을 인정하기 싫은 건 이명박 정부가 사악하기 때문이라는 걸 안다. 안 죽어도 되었을 사람이니 면죄부 주고 싶은 심정 너무나 잘 안다. 그러나 지금의 이 모든 불행의 원인을 박정희 시대로 끌어올려 결국 그의 딸인 박근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로 밀어붙이는 식은 자신들의 잘못을 덮으려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장하준은 우리가 외적 성장에 비해 내적으로 행복하지 않은 이유를 외환위기 이후 지속, 강화되어 온 ‘신자유주의 논리화’의 결과라 말한다. 금융개방, 노동시장 유연화, 자유무역협정(FTA) 등이 그것이다. 좌파들이 말하는 경제민주화, 재벌개혁도 결국 신자유주의 프레임에서 벗어난 방법이 아니고 외려 재벌해체로 적대적 M&A를 불러와 엉뚱한 해외 큰손들만 재산을 늘리게 되었다 주장한다. 주주중심 경영도 결국 단기수익에 집착해 점점 신규 개발을 꺼리게 되어 국가적으로 경쟁력을 키우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양극화가 된 건 금융자본과 주주 자본주의가 문제인 것이지 재벌이나 이명박 때문이 아니라는 것. 모든 걸 박정희와 재벌 탓으로 돌리는 건 박근혜는 절대 안 되고 이건희만 물러나면 다 저절로 해결된다는 식으로 들린다. 그러다보니 야권의 주장은 늘 재벌해체이고 국가의 개입은 절대 안 된다는 식이다. 관치와 토건주의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 재벌에 대한 분노가 얽혀 정작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할 일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우려가 되는 것은 혹시 이러한 주장들이 역으로 재벌옹호나 박정희 찬양, 혹은 박근혜 복지의 홍보의 수단으로 쓰이게 될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이 책은 좌파도 우파도 잘못된 정책은 공정하게 비판했다고 보여 진다. 중요한 건 더 많이 알고 더 분석하여 더 적절한 대안을 구상하는 일일 터이다. 그런 면에서 F 세대들이 더욱 역사적 위치를 인식하고 책임의식을 가졌으면 한다. 더 이상 우리는 젊지만도 그렇다고 완전한 기득권층도 아니다. F 하면 퍼뜩 Fair(공정)이 떠오르는데 이는 언급되지 않았으니 우린 공정함을 주요가치로 내세우진 않았나 보다. 그래서 문득 F 세대는 공정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오늘 우리의 경제 현실이 왜 이렇게 어려워졌는지를 보여 주고 있는데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 경제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도 묻고 있다. 경제를 내세웠지만 결론은 경제민주화가 복지의 다른 말이라 가르친다. 복지가 향후 정치의 핵심이라 알려준다. 복지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처럼 30년에 걸쳐 시행하면 북유럽을 따라 갈수 있다고 그 처음 5년을 누구와 시작할 것인지 묻는다. 아니 누가 되더라도 복지는 필연인데 당신들은 어떤 복지를 택할 것인지 묻는다. F 세대는, 과연 공정할 수 있을까.
F 세대여 돌을 던져라
저자들은 이탈리아 무시하지 말고 그리스 비난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이탈리아가 마피아 조직만 있고 선진국하고 한참 거리가 멀 것 같아도 복지 수준은 OECD 중간이고 우리가 이탈리아를 따라가려면 십년이 걸린다고 한다. 또 그리스가 최근 재정위기에 빠졌다고 국민이 게을러서 혹은 은행이 방만해서라며 비난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난주에 그리스의 은퇴한 약사 한 명이 국회의사당에서 약 100m 떨어진 아테네 중심가 신타그마 광장에서 권총으로 자살을 해버렸다. 놀랍게도 그는 사회빈곤층이 아니라 94년 은퇴할 때까지 35년간 약사로 일하며 성실하게 연금을 납부했던 전문직 출신이었다. 긴축재정에 나선 그리스 정부가 복지 축소로 연금을 삭감했기 때문이다. 장하준은 보수와 수구언론이 마치 그리스가 복지를 시행하다가 재정위기가 온 것처럼 떠들고 있다고 반박한다. 유럽의 재정위기는 복지와 아무 상관이 없고 단일 통화를 사용하지만 단일한 연방국가가 아닌 유로 존 때문이라 말한다. 유로 존에서는 화폐만 통합되었을 뿐 자유무역으로 인한 소득격차, 생산성 격차는 모두 각국의 소관이다. 쉽게 말해 관광업 발달한 그리스는 제조업 발달한 독일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다. 그런데 독일이나 프랑스, 국제 금융 자본가들은 그리스의 방만한 경영, 그리스의 내재적 결함이 재정위기를 초래했다고 18세기식의 청교도 윤리를 들이대는 것이다. 이 모습은 지난 97년 외환 위기 때 우리가 들었던 비난의 내용과 꼭 같다. 우리가 그렇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남들도 그런 줄 아는 것이다. 보수가 강력히 주입해온 가치들은 다시 우리가 보수적인 시각으로 남의 나라를 판단하는 잣대가 된 듯하다. 장하준은 같은 유로존 속에서 그리스를 도와주지 않는 유럽 국가(특히 독일)들을 강원도가 부도났는데 나라가 해결하지 않는 것에 비유하며 상당히 비윤리적인 행태라 꼬집었다.
또 인상적이었던 것은 재벌은 원래 성질이 나쁜 개인데, 누가 돌을 던져서 개가 미친 듯이 사람을 물려고 하면, 돌을 던진 사람에 대해서도 말해야 한다고 한 정승일 위원이었다.(장하준보다 더 예리하다고 느꼈다) 즉. 중소기업 단가를 깎는 재벌이 나쁘기도 하지만 그보다 먼저 주주들이 자기이익만 생각하기 때문에 하청단가를 내려칠 수밖에 없는 경영방식의 근본이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는 것. 인원감축하고 단가를 깎아야 주가가 올라가는 비정한 현실은 단지 대기업의 문제이기만 한 것인가. 이런 식이라면 대기업에는 공정한 내실경영이겠지만 중소기업엔 불공정이 따로 없다. 이렇듯 금융자본과 주주자본주의에 대한 냉철한 비판을 하지 않고 단순히 공정을 주장하거나 불공정을 비난해선 안된다 말한다.
결국 이 책은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좌파에 대한 따끔하고도 현실적인 충고. FTA 발효 이후 벌어질 현상에 대한 대책. 그 준비로서의 복지에 대한 개념 정립. 복지의 구체적 실천 방안으로서의 증세에 대한 공감대 형성. 재벌을 공격하기보다 이미 커져버린 재벌을 잘 이용하자는 현실적인 방안들을 잘 정리한 모습으로 탄생했다. 다행히 이 책의 장점은 너무 먼 미래로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추상적인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한국은 전후 아프리카 가나의 절반에도 못 미치던 소득 수준에서 눈부신 신흥 공업국으로 성장했다. 그렇게 국민의 힘을 모으면 복지 또한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결론이 미래를 위해 국민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로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세금 더 내라는 말 하려고 이렇게 길고 복잡하였던 것인가,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완벽한 정부도 시행착오가 없을 순 없다. 정권의 말기엔 언제나 집권 정당과 현직 대통령이 모든 잘못의 원흉이었다. 이 책이 10년 뒤 우리 다음 세대들이 사회에 나왔을 때 지금처럼 절망에 가득한 분노로 그 이전의 정부와 정책을 비난하지는 않도록, 부디 우리 아이들의 희망에 일조하는 정보가 되길 바란다.
선택이란 것은 늘 새롭게 느껴지지만 우리는 ‘새로운 선택’을 늘 같은 방식으로 하며 살아왔다. 선택이 새롭다기 보다는 선택으로 새로워지길 바란다가 맞을 것이다. 그러니 같은 방식, 같은 생각으로 선택을 해놓고 새로워지길 기대하면 안 되는 것이다. 다른 방식은 선택하기 전까지 집요하게 따지고 묻는 것이다. 그리고 비교하는 것이다. 그리고 오년만이 아닌 십년 후, 이십 년 후까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내가 아는 F 세대는 투쟁에 익숙하지 않고 누가 돌을 던지면 같이 동조하거나 아니라 생각했다면 침묵으로 고개를 돌릴 사람들이다. 고독한 독립투사보단 외롭지 않은 연대를 택할 사람들이다. 2002년의 삼십대는 이제 노란저금통의 추억으로 남았다. 십년이 지나 어느덧 중년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가 택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하나 분명한 건 그 공감대의 키워드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지금 우리와 같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지난 십년을 반성하는 기회도 될 것이다. 더 이상 우린 삶의 단기이익을 좇아서는 안 된다. 공무원이 꿈이라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우리의 책임이 있다. 개를 향해 돌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힘을 모아 박을 터뜨리는 심정으로 돌을 던지자. 개는 이미 개가 된 이상 우리가 아니라도 개의 삶을 면할 수 없다. 그러나 행운의 박을 향해 함께 던지면 돌도 빛나는 희망이 될 것이다. 그렇게 집어들어 선택된 돌이라면 F 세대가 앞장서도 될 것이다. 역사에서 잊혀진 세대가 이번엔 맨 앞줄에 서서 돌을 던져볼 기회인 것이다.
그렇게 모두 친구Fellow가 되어 파이팅Fighting하는 물결Flow이 되자. 세상을 향해 Follow me!, 한번은 이렇게 외쳐보자. 꼭 한번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