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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시대를 살아가는 한 남자의 쓸쓸한 마지막 [도깨비불]
"미친 시대를 살아가는 한 남자의 쓸쓸한 마지막 [도깨비불]" 내용보기
피에르외젠 드리외라로셸(Pierre Eugène Drieu La Rochelle)... 솔직히 처음 들어보는 작가입니다. 발음하기도 어렵습니다. ^^;; 하지만 이 책을 잡게 된 이유는 순전히 제목 때문입니다. <도깨비불>, 왠지 판타지적인 냄새가 많이 나는 제목에 끌려 읽게 되었는데, 많지 않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수월하게 읽히지 않은 그런 소설이었습니다.    드외라로셸이라는 작가에 대해서
"미친 시대를 살아가는 한 남자의 쓸쓸한 마지막 [도깨비불]" 내용보기

피에르외젠 드리외라로셸(Pierre Eugène Drieu La Rochelle)... 솔직히 처음 들어보는 작가입니다. 발음하기도 어렵습니다. ^^;; 하지만 이 책을 잡게 된 이유는 순전히 제목 때문입니다. <도깨비불>, 왠지 판타지적인 냄새가 많이 나는 제목에 끌려 읽게 되었는데, 많지 않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수월하게 읽히지 않은 그런 소설이었습니다.

 

 드외라로셸이라는 작가에 대해서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되어 부록의 해설을 참고하면 일차대전에 참전하여 세 차례 부상을 당한 명예로운 시민이었지만, 이차대전 중 나치에 협력하지만 1년도 지나지 않아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고 전쟁이 끝나자 결국 자살을 선택한 작가라고 합니다. 어릴 적 부모의 불화와 유럽을 휩쓴 전쟁이 그의 가치관을 바꾸어 놓았고, 전설적인 여성 편력과 실패로 끝난 정치 참여, 그리고 자살로 마감한 그의 삶이 그의 작품을 어둠속에 머물게 하였지만 최근에서야 점차 빛을 보고 있다고 합니다.

 

 드외라로셸은 전후 1920년대에 자크 리고를 만났고, 그가 권총자살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회한에 차 <잘 가라, 공자그>를 썼다고 합니다. 이 <잘 가라, 공자그>도 실려 있는데, 불과 몇 페이지 안 되는 짧은 글이었지만 개인적으로 이해를 할 수 없는 부분이 많이 있어 <도깨비불>보다 더 난해하였습니다. 이 후 친구에게 재능이 없다고 했던 극언이 떠올라, 그 말 한마디로 한 인간을 죽음으로 몰았다는 자책에 빠져 쓴 글이 이 <도깨비불>이라고 합니다.

 

 이렇듯 이 <도깨비불>은 제목과는 암울한 느낌만 닮아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본 소설 중 가장 어두운 글이었습니다. 오로지 아주 돈 많은 부인네의 열성적 추천 때문에 받아 준 진짜 우울증 환자는 교묘히 피했고, 형편이 넉넉하고 안전한 만성피로증 환자에게만 매달린 라바르비네 박사의 요양소에서 치료중인 젊었을 때에는 잘생긴 외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어느새 삶과 마약에 찌들려 점점 파괴되어가는 주인공 알랭이 리디아와 잠에서 깨는 것으로 시작을 합니다. “수년 동안 여자 하나를 손아귀에 넣는 것이 그의 꿈이었다. 여자는 돈이요. 은신처요. 그를 몸서리치게 했던 모든 어려움의 끝이었다. (p. 12)"는 생각을 가진 알랭은 돈은 없지만 일은 하지 않고, 여자에게 받은 돈으로 방탕한 생활을 영위해 나갑니다. 이번에도 알랭은 리디아에게 받은 돈으로 방탕하게 지내며 그의 친구들을 한명 한명씩 만나며 일종의 삶의 마무리 작업을 합니다.

 

 “자네는 범속해. 자신의 범속함을 받아들이라고. 타고난 성품에 맞는 자리에 붙어 있으란 말이야. 자네는 그냥 한 인간이야. 자네가 단순히 인간이란 사실로 인해 자네는 다른 사람의 눈에 여전히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한 존재야. (p. 89)"라며 알랭을 위로하는 뒤부르도 만나고, 속물 팔레, 마약을 하고 있는 위르셀 등을 만나고 마지막으로 술집카운터에 자신과 같이 홀로 서있는 밀루를 만나 작가의 표현대로 샹젤리제 밤거리를 걸으며 사람과의 마지막 접촉을 연장합니다.

 

 읽는 내내 우울함이 뚝뚝 떨어지는 소설이었습니다. 특히나 알랭의 후반부 독백 “나는 나 자신을 속이려 들지 않는다. 이 점은 나도 스스로 잘 알고 있는 터이다. 내가 죽는 것은 돈이 없기 때문이다. 마약 때문이라고? 천만의 말씀이죠. 자 보세요. 오늘 저녁에 딱 한방만 맞았어요. 그런데 마약중독자라고? 얼큰해진 것은 오로지 술 때문이고 게다가 취하지도 않았어요. 사실 나는 곧 마약 주사를 한방 맞을 생각이고 이 헤로인이 뭔가 쓸모 있어야만 할 것이오. (p. 151)"은 거의 정점을 찍는 우울함이었습니다. 뜻밖의 전쟁 후 황폐해진 1920년대 피리의 젊은이의 극단적인 삶을 보여주고 있지만, 날로 거칠어지고 메말라가는 지금의 모습과도 교모하게 맞아떨어지는 소설이었습니다.

y********a 2012.11.19.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