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을 읽고 나서도 읽는 중에도 섣불리 빨리 읽을 수 없었다. 이유는 금방 눈에 들어오지 않은 단어때문이 아닌가 싶다. 어휘집을 만들 정도로 독특한 어휘력을 자랑하는 면과 나로서는 생소한 금어들이 쓰는 어휘, 굿할 때 사용되는 명칭들과 노래가락들, 또는 현대소설인 '깊은하늘'과 '오버더레인보우'에서 어김없이 사용되는 전문가적 용어와 외래어들이 마치 누에에서 실을 뽑아 한올한올 정성스럽게 베틀로 짠 실크를 연상할 정도였다. 그런 단어들로 꼼꼼하게 묘사하고 치밀하게 서술한 점은 실크를 만들어내는 초보자가 아닌 능숙한 단련가의 솜씨라고나 할까? 또한 심리묘사의 완벽성까지. 먼저 젊은작가지만 전통적이 소재와 전통적인 글쓰기 방식으로 현대인에게 잊혀져 가는 민간신앙과 불교, 특히 금어들의 고된 훈련 속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예술혼을 나타냄으로써 인스턴트처럼 빨리, 척척 물건이 나오기를 바라는 현대인들에게 반기를 드는 이 작품을 읽고 작가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한 것 같다. 또한 책을 읽는 동안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게 했으며 말미에서는 짜릿한 감동까지 가져오게 했다. 그러면서 한가지 궁금증이 일었었는데, 이 작가는 대체 몇살일까, 이런 생활을 직접 경험 했을까, 하는 의문점들 때문에 프로필을 자꾸만 보게 했다. 작품 소재를 다루는데 있어서의 전문가적인 지식도 훌륭하다고 본다. 독자에게 이 작자가 작품 중의 '석이'같은 느낌을 가질 수 밖에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첫번째 작품 '꽃으로 짓다'는 제목으로 미루어본다면 단청을 그리는데 있어 노사에게 칭찬을 듣지 못하는 석이가 청소하러 오는 젊은 여자와 성관계를 가짐으로써 붉게 달구어지는 것을 꽃이 핀다, 라고 묘사를 했는데, 이런 상황이 제목과 일치하는지, 그럴 경우에 이 작품의 주제가 무엇인지, 하는 의문점이 남았다. '기청제'에서는 보살이 죽었을 때 보살의 아들이 굿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보살은 양아들에게 자신의 몸신을 물려주려고 하나 그는 자꾸외면해버린다. 그 신은 지팡이 속에 머물게 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지팡이가 부르르 떨기도 한다. 마침내는 창문 밖으로 날아가 버린다. 이런 장면들. 솔직히 이런 장면을 목격한 적은 없지만 일반 사람들의 상식으로 생각하기에는 약간 '오버(?)'한다고나 할까, 하는 의문점이 있었다. 이런 상황으로 말미암아 감동으로 이어지고 재미가 더해지지만 이 책을 읽는 독자로서 불만스럽기도 하다. '깊은 하늘'과 '오버더레인보우'은 너무 전문가적 지식을 나열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과 치밀한 심리묘사로 인해 독자에게 지루함을 선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도중 짜릿한 감동과 함께 절에 가고 싶다는, 혹은 불교미술에 관심을 갖고 인터넷에서 체크를 해봤다는, 또는 신기가 든 여인처럼 가슴속에 붉게 타오르는 불덩이를 안고 있다는 기분을 느꼈다. '청동거울을 보여주마'쓴 민경현씨의 처녀작을 읽음으로써 그의 팬이 됐으며 아울러 다음 작품집도 빨리 보고싶은 나의 바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