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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하지만 낡지 않은
흔히 교토[京都]를 천년 고도(千年 古都)라고 한다. ‘천년 고도’라는 어감 때문에 교토가 한국의 경주처럼 옛 선조들의 영광에 기댄 관광 도시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교토의 기본 형태는 1869년 도쿄[東京]로 천도했을 때나 현재도 당(唐)나라의 수도 장안(長安)을 모방한 계획도시에서 크게 바뀌지 않았다고 한다. 일종의 살아있는 화석인 셈이다. 덕분에 교토는 아날로그 문화를 사랑하는 일본인들의 ‘마음의 고향’과 같은 존재이다. 그런데 우리의 선입견과 달리 교토는 고도(古都)가 지니는 고즈넉함에 현재의 트렌디함을 잘 섞어 과거와 현재의 조화를 이루는 도시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교토의 거리는 쌉싸름한 녹차 향이나 알싸한 선향(線香)의 향으로 가득할 것만 같은 환상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그 거리엔 고소한 커피 향이 감돌고 있었다1)” [p. 22]라고 할 수 있는 셈이다.
이런 교토의 양면성을 잘 보여주는 것 가운데 하나가 부모와 조부모, 혹은 그 이상으로부터 전해지는 노포(老鋪)들이다. 어찌 보면 살아있는 교토의 역사라고 볼 수 있는 노포들의 발자취는 우리가 쉽게 넘볼 수 없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소개된, 주로 3대 이상 가게를 이어 온 노포들은 ‘전통을 잇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면서 동시에 혹시 자신의 대에서 가업이 끊기지 않도록 책임감과 의무감을 가지고 가게를 지탱해나간다. 미나토야의 20대 점주인 단즈카 가미코[段塚きみ子]씨의 발언도 이를 보여준다. “지금까지 이 가게가 이어져 내려오는 동안에도 힘들었던 때가 많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시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뒤를 이을 사람이 없어서) 어머니가 우지[宇治]에서 돌아오게 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였겠죠. 그래도 여기서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당신 대에서 무너져버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으셨을까요 ” [p. 224]
쉬운 일이 아니다. 단순히 전통을 묵수(墨守)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을 계승하면서 새롭게 혁신시켜 과거와 현재 혹은 미래가 공존하는 가게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니까.
교토의 진짜 얼굴을 만나는 여행
교토의 거리를 여행하다 보면 어딘가 독특하고 특색 있는 가게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에 소개된 10개의 가게뿐 아니라 교토만의 독특한 기질을 가진 가게들이.
“어느 가게를 취재해도 대부분, 다른 취재 대상 가게들과 알고 지내는 사이다. 또한 가게들은 계산대나 입구의 탁자에 인근 가게들의 명함을 비치해서 서로 홍보해준다. 심지어 라이벌 관계일 법한 동종업계의 가게 명함도 있었다. 경쟁이 치열한 도쿄 같은 대도시에서는 이런 풍경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교토에서는 가능하다. 이런 묘한 공동체에는 교토 사람들의 기질이 배여 있다.) 교토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개인주의자 성향이 있지만 그렇다고 이기주의를 조장하지는 않는다. 아니, 개인주의 본연의 가치를 인정하기 때문에 오히려 그들이 이루는 공동체는 건강하고 유연할 수가 있다. 남의 가게의 좋은 점을 좋다고 인정하고 널리 그 정보를 공유하고자 하는 아량도 자기 가게에 대한 다부진 자부심이 전제되어야 가능하니까.2)” 이들 노포들은 단순히 여행자를 위한 관광 상품을 파는 가게가 아니라, 대대로 지역민과 함께하며 성장하고 공존해온 가게들이다.
저자는 이러한 교토의 노포들 중 3대 이상에 걸쳐 가업을 이어온 열 곳의 가게를 선정해 인터뷰를 했다. ▷ 까다로운 교토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극상품 고등어 초밥집[이즈우] ▷ 목욕탕, 문화와 소통의 상징이 되다[니시키유] ▷ 동서양의 문화가 은밀하게 부딪혀 절묘한 맛을 내는 술도가[마쓰이 주조 주식회사] ▷ 중국황제도 사로잡은 전통 베이징요리를 일본에서 맛보다[토카사이칸[東華菜館]] ▷ 일본 불교의 역사가 오롯이 담긴 전통 게스트하우스[도나미 츠메쇼] ▷ 근대 일본의 사상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카페[프랑수아 찻집] ▷ 500년을 이어온 전설 속 사탕 가게[미나토야] ▷ 추억을 파는 도장 가게[다마루인보텐] ▷ 출판 불황의 시대에도 무너지지 않는 지식인의 보물창고[마루젠] ▷ 사진 작가가 만드는 소바는 어떤 맛일까?[혼케오와리야]
이렇게 저자가 선택한 열 곳의 노포는 맛집도, 관광지도 아니다. 어쩌면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교토의 민 낯을 볼 수 있는 공간일 것이다. 그렇기에 목욕탕 같은, 교토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곳을 선택한 것이 아닐까
SNS에 올릴 몇 장의 관광사진 대신 골목 투어처럼 그들의 삶을 살짝 느낄 수 있는 색다른 여행으로 바꿔보자. 그리고 그 경험을 다시 익숙한 우리 거리에서 다시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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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가 세련된 느낌에 늘 시시각각 변할 것 같다면 교토는 오래된, 하나부터 열까지 고스란히 그대로 간직한 채 항상 그 자리에 변함없는 모습으로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의 도시 같다. 그리고 그런 느낌과 어울리는 것이 '노포다.' (일본 표현으로는 '시니세'라고 한다)
[ 헤이안 천도 이래 에도 막부에서 메이지 시대까지 전란이 이어진 교토에서 수백 년에 걸쳐 영업을 계속해온 기업을 '노포'라고 부른다. ] p10~11
저자는 '교토에서 적어도 3대 이상 걸쳐서 이어오고 있는 가게 열 곳의 경영자를 인터뷰하고 관련 기록, 자료 등을 참조해(p12)' 가게에 얽힌 내력과 사연 등을 사진과 함께 담아낸다. 열 곳의 가게를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고등어 초밥이라 하니 몇년 전 제주에 갔을 때 보았던 싱싱한 '고등어 회'가 생각났다. 아빠가 무척 맛나게 드셨고 지금도 다시 한번 더 먹어보고 싶은 음식으로 떠올리는 걸 보면 꽤나 맛있었던 것 같은데, 그때만 해도 나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탓에 못 먹어봐서 그 맛이 더 궁금하고 꼭 한 번쯤 먹어보고 싶어진다. 물론 교토에 간다면 이즈우의 고등어 초밥도 꼭 먹어보고 싶지만. 고등어에 관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였다.
[ "이왕 태어났으니 재미있는 인생, 즐거운 인생을 살아야죠." ] p82
적극 공감되는 말이고 그리 살 수 있다면 더할나위없이 행복할 테다. 처음 그대로인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자신도, 타인과도 마주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지 않을까...?
[ 무엇보다 마시는 사람의 기쁨을 더하고 슬픔을 달래는 술이 가진 중요한 역할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p112
[ 술이 사람의 마음에 딱 붙어 기쁨이나 슬픔을 만들어내는 것은 거기에 수치나 화학식으로는 나타낼 수 없는 만드는 이의 마음이 녹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 ] p114
술을 담그는 데에도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마음이, 정성이 가득 담기는 듯 하다.
[ "교토라는 마을은 보수적인 경향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일부 배타적인 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한 번 교토의 것이라고 여겨지면 자신을 지켜준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아마 조부 때도 그런 일이 있었겠지만 내 쪽에서 성심성의껏 상대에게 마음을 주고, 진심을 다하면, 교토의 것이라고 인정받게 됩니다. ...(이하생략)..." ]p137
교토라면 정말 그렇지 않을까, 보수적일 수도 있겠다...생각했는데 이 문장을 통해 '교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달리 생각해보면 낯선 타국에서 정착하며 겪었을 어려움이 떠오르기도 하고.
[ '신앙의 숙소'는 결코 옹색한 마을의 집합소가 아니었다.
그런 나무 벤치에 앉아도 보고 싶고 편히 쉴 수 있을 듯 싶어 교토에 간다면 이곳에 머물러 봐도 좋겠단 생각이 든다. 시설도 깔끔하고 관리자인 친절한 소장님도 만날 수 있을 테다.
[ "눈부신 겉모습이 아니라 건물은 낡아도 좋으니 맛있는 걸 내놓을 것, 가게 안은 항상 깨끗하게 유지할 것, 그리고 손님에게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대하고 부담이 되지 않는 거리감을 유지하고 서비스를 할 것." ] p199
[ "자신을 소중히 여겨라" ] p200
자신의 신념을 지킨다는 것에 대해, 자신이 생각하는 바른 길로 나아간다는 것에 대해 한 번쯤 되돌아보고 생각하게 만든다.
[ 죽은 엄마가 아이를 살리기 위해 밤마다 사탕 가게에 와서 사탕을 샀다고 하는 이야기 ] p209
[ 아이가 부모를 잃은 슬픔이나 부모가 아이를 찾아 헤매는 마음은 하나다. 유레이코소다테아메에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는 부모와 자식의 인연은 죽음조차도 갈라놓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p225
생명을 이어주는 사탕 가게라니 참으로 매력적이지 않은가. 사탕에 얽힌 유래로 끈끈히 달콤히 계속 이어질 것만 같은 곳이다. 유레이코소다테아메는 어떤 맛일까? 느끼기에 단순한 사탕 맛은 아닐 것 같다.
[ 현실에서 '도장을 찍는' 일이 줄어들고 있다면 '중요한 장면'이나 '인생의 한 고비'에서 사용하는 도장은 특별한 마음이 담긴 상징이라는 성격을 가지게 될 것이다. ] p250
외국인에게 동물그림 스탬프가 잘 팔리고 인기가 있다니 좀 신기했다. 여기 가서 우후후 스탬프도 동물그림 스탬프도 보고 도장도 하나 팔 수 있으면 넘 좋겠다. 갓 만들어도 오래된 느낌이 들 것 같다.
[ '큰 것이 작은 것을 도태하는 세계가 아니라 다양한 개성을 존중해 공존하는 사회' ] p279
한국이나 일본이나 출판계가 느끼는 위기와 고민은 같은 것 같다. 니시카와 점장의 말처럼 사회가 이루어지면 참 좋겠다.
[ "가게를 지켜주는 종업원들, 와주시는 손님, 지역 주민,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와주시는 손님들이 모두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가게를 만들고 싶습니다." ] p301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접어두고 가업을 잇는다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맡은 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면을 무척 좋아하는 나로선 꼭 한 번 들러서 맛보고 싶은 가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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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에 갈 예정이라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면 좋겠고 맨앞에 인터뷰한 가게의 지도도 있어서 참고해 찾아가보면 더 좋을 것 같다. 오랜 전통을 잇고 사람의 마음을 잇는 가게를 직접 가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넘 신기하고 뿌듯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조금씩 가까이 다가가보자. 천년 교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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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 동안 일본의 수도였던 교토는 누구나가 동경해 마지않는 여행지이다. 나도 두 차례의 교토 여행을 했는데, 생각해 보면 거의 유명한 관광지 위주로 돌아다녔다. 금각사, 은각사, 기요미즈데라, 아라시야마, 철학의 길 등 거의 외관을 둘러보는 것에 그친 것 같다. 그리고 그 모습을 담은 사진으로 인증하는 것에 만족해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의 그런 패턴의 여행을 즐기고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 책은 교토의 오래된 노포들을 찾아다니며 다양한 내력을 듣는다. 한 가문의 노포 이야기 속에는 그들의 굴곡진 삶은 물론 근현대사의 격동의 시간의 흐름까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 생생하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일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골목 도쿄』는 거의 음식점에 관한 노포 이야기였는데, 이 책은 열 곳의 가게 중 음식점에 대한 것은 이즈우, 토카사이칸, 혼케오와리야 등 세 곳이고 나머지는 목욕탕, 게스트하우스, 술도가, 카페, 서점, 도장 가게, 500년의 역사가 있는 사탕 가게 등 다양한 업종을 골고루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그만큼 폭넓은 분야의 노포에 대한 장인정신 뿐만 아니라 가게를 둘러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맺음도 노포로 거듭나는데 지대한 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저자는 25년간 교토에서 살면서 교과서에도 소개된 대표적인 ‘문화’라고 부리는 것에 매력을 느꼈고, 오랫동안 대를 이어온 기업의 발자취와 그들의 증언, 자료로 남아있는 객관적인 역사를 재구성하여 살아있는 교토의 역사와 만나고 싶은 의도로 이 책을 기획했다고 한다.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한국어판으로 세 권이나 냈을 정도로 한국어를 잘하고 한국인보다 한국을 사랑한다는 특이한 이력도 놀라웠다. 여기서는 3대 이상에 걸쳐 운영되고 있는 노포들을 다루고 있다. 3대 이상이라면 부모나 조부모의 가업을 잇고자 하는 의지와 가문의 전통과 가치를 지켜나가려는 경향이 크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세월을 견디며 노포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그 이야기의 배경속에 빠지지 않는 것이 ‘사람’과 따뜻한 ‘사랑’임을 알 수 있었다. 거래처를 귀하게 여기고 손님들의 눈과 혀를 기쁘게 하는 것이 기본적인 자산이다. 일단 맛을 보증할 수 있다면 손님을 문전성시를 이루게 된다. 오늘에도 가게나 기업을 운영하는 행태를 보더라도 어떤 사업이 잘 된다고 하면 시세를 확장하기 바쁘다. 문어발식으로 확장을 하고 초심을 잊어버린 방만한 경영은 부도로 이어지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고등어 초밥으로 까다로운 교토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이즈우의 경우는 그러한 초심을 잘 간직한 사례다.
“올라간다고 해서 언제까지나 계속 올라갈 수는 없어. 올라가면 언젠가는 떨어질 때가 오는 법이야. 일을 크게 벌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일단 크게 벌인 것을 줄이는 일은 힘들단다. 고용한 사람들을 해고하거나 빚을 갚도록 해야 하니까.”(p40)
참으로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이렇게 단순한 것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노포 이야기 속에서 삶의 처세도 찾을 수 있다. 호황이던 시절 가게를 넓히자고 했지만 선대의 지혜롭고 확고한 운영 방침으로 230년이나 되는 전통을 갖게 된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술이란 인간관계를 매끄럽게 해 주는 도구이기도 하다. 술을 잘 못하지만 술에 관한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흥미롭다. 오래전 전통주를 지키려는 장인에 대한 드라마를 본 적이 있는데, 고유의 맛을 유지하고 생산하는 과정도 간단한 일이 아니지만 판로 개척이나 마케팅 전략 또한 만만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마쓰이 주조는 1726년에 창업한 일본 전통주를 만드는 회사인데, 13대 마쓰이 하루지에게 데릴사위로 들어가 가업을 잇는 경우라서 흥미를 끌었다. 지금도 일본은 여성의 사회 참여가 소수에 그칠 정도로 가부장적 권위가 짙다고 하는데, 그 당시 처가의 성을 따르면서도 전통의 명맥을 이었다는 점이다. 전통과 가치를 그만큼 중시했다는 것이겠지.
또한 맥주, 소주, 와인 등 각국에서 수입되는 술이 넘치는 세상에 어떻게 그렇게 많은 세월을 버티며 살아남았을까 궁금해진다. 2013년 교토 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건배조례(교토 시 청주 보급 촉진에 관한 조례)를 교토 시장과 시의회가 힘을 모아 제정해서 상당한 효과를 보게 된다. 건배조례의 목적은 ‘시의 전통 산업인 청주로 건배하는 문화를 만들어 청주의 보급을 통해 일본 문화의 이해 촉진에 기여하는 것’이란다. 전통주의 명맥을 유지하고 판매의 활성화를 위해서 관 차원에서까지 힘을 보탠 것이다. 우리의 경우는 어떤 상황에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책을 좋아해서 여행 때마다 서점을 둘러보게 된다. 고서점 거리로 유명한 도쿄의 진보초나 여러 지역에 분포되어 있는 츠타야 서점을 여러 차례 가보았다. 1872년 창업한 마루젠 서점은 좀 생소하다 싶었는데, 몇 년 전 도쿄 여행때 오차노미즈 역 근처의 서점에 더위도 피할 겸 들어갔던 곳이 바로 마루젠이었다. 1869년 하야시 유키치가 설립한 마루야마상사가 그 전신이라고 한다. 그는 개업의로서 의료 도구나 약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등 서양 문물을 폭넓게 수입해 판매하는 것으로 일본인에게 근대화를 실감케 하였다. 이러한 근대화의 상징이었던 마루젠 교토 지점은 2005년에 문을 닫게 되는 위기에 처한다. 그로부터 10년 후 놀랍게도 마루젠 서점이 부활했다는데... 서점마다 사람들이 북적였던 그들의 분위기를 봐 온 터라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후계자들이 현대식 교육을 받고 일부는 유학생활을 한 엘리트들도 있었는데 가업을 잇기까지의 과정도 흥미로웠다. 직장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한 이유로 또는 어려서부터 부모의 일하는 모습을 보고 성장하여 자연스레 가업을 잇는 쪽으로 진로를 결정하는 사례가 많았다. 몇 년에 걸쳐 혹독한 수행을 거치며 준비를 하는 과정도 대단했다. 전통과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태도와 분위기가 자연스레 스며든 가풍이 가업을 잇도록 이끄는 것 같았다. 특히 혼케오와리야의 점주가 된 프리랜서 사진작가였던 이나오카 씨가 가업을 잇게 된 계기는 감동을 준다. 외국을 동경해서 해외에서 살고 세계를 여행하면서 사진을 찍었지만 자기 안에 뿌리내리고 있던 어릴 적 교토 풍경이나 추억이 이어져 있다는 것을 강렬하게 느꼈다고. 이런 것을 볼 때 가업을 잇고 전통과 가치가 축적된 노포를 만드는 영광은 ‘의무감’ 보다는 사람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 아닐까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자신의 이익보다는 맛을 찾고 어릴 적 향수를 그리워하는 단 한명의 손님이라도 반갑게 맞이하는 따뜻한 마음 말이다. 이러한 교토의 대표적인 노포들에 대한 이야기는 여행에 대한 다른 관점을 알려주었다. 너무 현대적인 건물의 외관과 시세 확장으로 업종도 자주 바뀌는 우리의 경우를 볼 때 분명히 부러운 이야기였다. 돈보다는 사람들과의 관계, 추억을 소중히 여기는 문화에서 노포는 탄생하지 않을까.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다음 교토 여행은 그들의 시간과 역사가 켜켜히 쌓인 노포를 돌아보고 싶다는 기대감에 충만해졌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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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집안 일을 대대로 이어서 하기도 한다.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집안에서 하는 일이 있으면 그 집 자식은 어릴 때부터 마음 한쪽에 언젠가 자신이 그 일을 이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겠지. 집안에서 하는 일이 아니어도 아버지나 어머니가 하는 일을 자식이 보고 자라고 하기도 한다. 그건 일본만 그런 건 아니구나. 어느 나라 사람이나 부모 등을 보고 자라니 부모가 하는 일을 자식도 하는 경우 드물지 않겠다. 오래 이어온 기술을 잇거나 가게를 잇는 건 쉬운 일이 아닐 듯하다. 오래되면 오래될 수록 부담스러울 듯하다. 집안 대대로 한가지 일을 하는 건 대단한 느낌이 든다. 그게 싫어서 다른 걸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이 다른 걸 하다가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겠다.
교토에 가지 않고 교토 이야기를 여러 번 보는구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일본편》 두권과 이다혜가 쓴 《교토의 밤 산책자》 그리고 이번에 만난 《천년 교토의 오래된 가게 이야기》다. 아마 교토가 배경인 소설도 조금 봤을 거다. 교토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말은 천년이나 수도였다는 거다. 천년은 그리 짧은 시간이 아니다. 천년 뒤에 수도를 바꾼다고 했을 때 말이 많지 않았을까. 영원한 건 없다는 말이 떠오른다. 오래전에 교토에 살던 사람은 언제까지나 교토가 수도겠지 하는 마음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한국 수도가 서울이지만, 이것도 바뀔 수 있을 거다. 예전에 수도 옮긴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는데 그때는 잘 안 됐구나. 교토와 비슷한 곳은 경주다. 교토에 문화유산이 많은 것처럼 경주에도 문화유산이 많다. 그런 게 앞으로도 남을지. 기후변화로 자연재해가 일어나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요새 난 기후변화를 자주 생각하는구나. 이렇게 되고 몇해 지난 듯하다.
오래된 가게는 교토에만 있지는 않겠지. 이 책에서는 교토에서 삼대 이상 이어온 가게 열곳을 말한다. 앞으로도 이어질 만한 곳도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를 곳도 있다. 사람이 사는 게 달라지니 예전에 많았던 게 지금은 줄어들기도 한다. 예전에는 일본에 대중목욕탕이 아주 많았는데 지금은 얼마 남지 않았다. 이건 한국도 마찬가진가. 한국은 대중목욕탕이 많이 없어지고 찜질방이 생겼구나. 요새는 찜질방 어떨까. 난 한번도 못 가 봤다. 교토에서 1927년에 문을 연 대중목욕탕 니시키유는 지금 3대째다. 3대 주인 하세가와는 나이가 많다. 다음에 누가 대를 이을지. 하세가와는 대중목욕탕에서 여러 가지 행사를 해서 사람을 끌어들였다. 지금은 관광객이나 다른 나라 사람이 간다. 교토는 관광객이나 다른 나라 사람이 많이 가는 곳이다.
만화영화 같은 걸 보면 음식이나 무언가를 만드는 기술을 바로 가르쳐주지 않고 훔치라고 한다. 그건 어느 나라나 비슷할까. 어깨너머로 배울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을 듯한데. 재능이 있는 사람은 보는 것만으로도 익힐까. 가르쳐줘야 하는 사람이 말하기 귀찮아서 자신이 하는 걸 보고 배우라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런 생각을 하다니. 고등어 초밥집 이즈우는 230년이나 되었다. 먹을거리는 앞으로도 찾는 사람이 있고 7대 사장 뒤를 이을 사람도 있다. 이제 7대 사장은 뒤로 물러나고 가게 일을 아들한테 맡겼다. 그렇다고 7대 사장이 아무것도 안 하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7대 사장은 그동안 신세진 사람한테 그걸 갚는 걸 했다. 오래된 가게는 가게 사람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기는 하다. 한 가게가 오래 이어오려면 여러 사람 도움이 있어야겠지. 여기에서 말하는 열곳은 거의 그렇다.
별나게 중국사람이 이어온 가게도 있다. 전통베이징 요리를 하는 토카사이칸이다. 전통베이징 요리기는 해도 일본 사람 입맛에 맞게 음식을 만들겠지. 그곳에 찾아오는 다른 나라 사람한테 맞추기도 한단다. 아주 오래된 사탕 가게도 있다. 아이를 가진 여자가 죽은 다음에 아이를 낳고 그 아이한테 주려고 여자는 밤마다 가게에서 사탕을 사 갔다. 그곳이 마루야고 그 사탕 이름은 ‘유레코소다테아메’다. 유레는 유령이고 코소다테는 아이 기르기고 아메는 사탕이다. 유령(귀신)이 아이한테 사탕을 먹여 기른다고 하면 될까. 처음에는 사탕 이름 왜 이렇게 길어 했다. 그런 전설이 있는 사탕이 있다니 재미있구나. 그 사탕 어떤 맛인지 먹어보고 싶다. 먹어보기 어렵겠구나. 내가 일본 그것도 교토에 갈 일은 없을 테니. 도장은 한국에서도 이제 잘 안 쓸 것 같다. 요즘은 도장을 사람이 파지 않고 컴퓨터가 파는 것 같다. 그건 일본도 다르지 않겠다. 그래도 여전히 손으로 도장 새기는 사람 있다. 다마루인보텐은 도장 가게다. 여기서는 도장만 새기지 않고 그림이나 캐릭터를 새기기도 한다. 연하장에 찍을 그림을 새기기도 한단다.
오랫동안 이어진다고 해서 그게 그대로는 아니다. 바뀌는 세상에 맞추기도 한다. 오래된 곳과 새로운 곳이 어우러지면 더 괜찮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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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단순히 오래된 가게여서 노포로 불리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많게는 500년, 적게는 몇 십년 이어온 가게들이다. 선대의 가치와 철학을 기계적으로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곁에서 보고 느끼고 존경에까지 이르러 가게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체화하였다. 자부심과 책임감을 동시에 가지고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조금 부럽기도 했던 것은 우리나라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만 겪지 않았더라면 역사가 제법 긴노포들이 존재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다.
책의 저자는 일본인이지만 한국인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매료되어 수없이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말 그대로 인간 가교 역할을 보이지 않게 한,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런 이력의 저자가 왜 일본의, 그것도 교토의 노포 이야기를 할까. 우리나라에 남은 노포들과 시간의 길고 짧음으로만 비교하여도 상대가 안될 정도로 일본에는 노포가 많은데 1000년이나 수도로 역할을 했던 교토라면 더 말할 것 있을까. 저자는 열 개의 노포 이야기를 담으며 일본인과 한국인의 성향 차이를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만들었다. 한국인이 쓴 노포 이야기였다면 이렇게 종합적으로 이야기를 엮어내지 못하였을 것이다. 일본의 막부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교토라는 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이야기를 담아내었으니. 거기다 전후 사회주의 운동의 보이지 않는 지원처였던 프랑수아 카페 이야기까지 읽다보면, 지금의 극우색 묻어나는 일본이 맞는지 놀라움이 부풀어 오른다.
여행의 트렌드가 도시 문화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고 추천사를 쓴 분의 말에 크게 공감하였다. 지난 겨울 끝머리에 다녀온 교토는 20대에 느꼈던 교토와 차원이 달랐다. 교토에 대한 기억이라곤 금각사를 찾아 헤매다 만난 영어 잘하는 친절한 노인과 흐린 날씨 속에서도 연못에 비친 금각사를 감탄하며 보았던 그 감정 정도이다. 마흔이 되어 간 교토는 청수사니, 은각사니 하는 문화재에 대한 감탄이 아닌, 그곳을 오르내리던 길과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보았던 현지인들이 사는 골목들, 작은 가게들, 오래된 건물들 사이에서 몇 번이고 발을 멈췄던 흐뭇함이 더 컸다. 교토가 이런 곳이구나,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교토매니아로 또가고 또가고 하는 곳이 교토이구나, 라고 느꼈다. 그런 교토를 느끼게 해준 것은 교토의 색을 유지하는 데 큰 일조를 한 이 노포들일 것이다. 이런 가게 자체가 교토의 역사이고 교토 시민들의 자부심일 것 같다.
고등어 스시, 목욕탕, 과자점, 양조장, 카페, 소바집, 도장집, 서점 등. 그 중 몇 곳은 다음 교토 여행 때 꼭 둘러볼 곳으로 새겨두었다. 다음에 교토를 가면 일주일 이상 머물며 교토를 즐기기로 했다. 서로의 문화는 좋아하면서 두 나라의 얽힌 정치 현안이나 역사 앞에선 대립각을 세운다. 세계 무대에서 만나는 일본은 반갑지 않은데 일본 속에 들어가 만나는 일본 사람들과 문화는 정감있고 내밀해서 매력적이다. 그 교착지점을 이런 책이 윤활유 역할을 해준다. 교토의 화재가 얼마나 잦았는지, 현대사로 넘어오며 이념을 둘러싼 치열한 시기도 건넜다는 것, 그들의 문화와 전통을 유지하기 위해 연대하고 애써 온 노력들을 보니, 일본을 참 몰랐다는 것에 괜한 미안함과 친근함을 느꼈던 시간이었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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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후기] '천년 교토의 오래된 가게 이야기' - 세월을 이기고 수백 년간 사랑받는 노포의 비밀 -
지은이 : 무라야마 도시오 옮긴이 : 이자영 펴낸곳 : (주)북이십일21세기북스 발행일 : 2019년 3월 6일 1판1쇄 도서가 : 15,000원
일본의 역사를 살펴보면 구석기시대에서 조몬시대라 일컬어 지는 신석기시대를 거쳐 부족국가가 출현하기 시작한 야요이시대, 그리고 4세기경 호족들의 연합정권인 야마토 정권의 고훈시대까지를 보통 고대시기라 합니다. 7세기경 시작된 아스카시대와 8세기에 성립된 나라시대들 거쳐 8세기말에 헤이안(平安, 지금의 교토)으로 천도하게 되면서 들어선 헤이안시대로 이어지고 12세기 가마쿠라막부가 들어서게 되는데 이때까지를 일본의 중세시기라 한답니다. 14세기경 성립된 무로마치막부와 15세기 각 지방마다 다이묘들이 난립한 센코쿠시대를 거쳐 16세기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쇼쿠호시대, 17세기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에도막부시대를 거쳐 19세기말 메이지유신이 성립될 때까지를 근세시기라 하구요. 794년 간무일왕 때 교토(京都)로 천도하면서 성립된 헤이안시대는 이후 1968년 메이지 유신과 함께 도쿄(東京)로 천도할 때까지 천이백여년이란 장구한 세월 동안 일본의 수도 역할을 했답니다. 그래서 교토를 천년수도라 불리우게 되었다지요. 지금은 우리의 경주(慶州)와 같이 수많은 문화재와 고풍스런 유적들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는 관광도시로 유명하답니다. 이번 이야기는 그러한 교토에 있는 노포(老鋪)들을 소개하는 <천년 교토의 오래된 가게 이야기>라는 도서 후기입니다. 수록된 가게들의 이야기들을 보면 일본의 문화는 물론 그들의 가치관도 엿볼 수가 있는데요. 프롤로그에 저자가 말하는 것과 같이 대를 거듭하면서 이어져 온 오래된 가게들을 통해 그들의 역사와 그들의 또다른 얼굴을 만나보는 것도 꽤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특이하게도 한국인보다 더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에 관심이 많아 1986년말 서울로 어학연수를 왔던 1953년생 일본인입니다. 한국에 오기전에는 1974년 대학을 중퇴하고 공장에 취업했었다는데요. 님 웨일즈가 조선 독립운동가 김산(본명:장지락)을 중국인터뷰하고 저술한 전기 '아리랑'을 계기로 한국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답니다. 말로만 많이 듣던 님 웨일즈의 <아리랑>을 여기서 또 접하게 되네요. 언젠가는 꼭 읽어보려고 하는 도서들 중 한권입니다.^^
책은 <교토 노포 지도>와 <추천의 글>, <프롤로그_교토의 또 다른 얼굴, '노포'를 만나는 여행>으로 시작되어 <1.이즈우>, <2.니키시유>, <3.마쓰이 주조회사>, <4.토카사이칸>, <5.도나미 츠메쇼>, <6.프랑수아 찻집>, <7.미나토야>, <8.다마루인보텐>, <9.마루젠>, <10.혼케오와리야>까지 10개의 노포들을 소개한 다음 <에필로그_교토가 아름다운 또 다른 이유>로 마무리됩니다. '추천의 글'과 '프롤로그'에서는 이 책을 읽어 나가는데 먼저 알아두면 좋을 내용들, 노포를 선정한 기준이나 노포와 교토 역사와의 관련성들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고, '에필로그'에서는 이 책이 일본인 독자를 고려하지 않고 순수하게 한국인들이 교토라는 도시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매력을 알 수 있게 저자가 집필하였다는 걸 알게 해줍니다.
교토에는 노포자원이 풍부하여 백년 이상 된 가게만 골라도 충분히 책을 쓰고도 남을 정도랍니다. 하지만 책에는 저자가 나름대로 정한 기준을 가지고 선정한 교토의 10개 가게가 수록되어 있죠. 이들 가게의 살펴보면 가장 오래된 곳이 1465년 창업한 소바집 '혼케오와리야'이고 1945년 창업한 베이징요리점 '토카사이칸'이 가장 최근으로 창업한지 1백년도 안되는 가게가 4개나 됩니다. 책 부제에 쓰여진 '수백년간 사랑받는 노포'과는 좀 안맞는 듯 보였는데요. 하지만 프롤로그에서 저자가 말한 노포의 선정기준과 그 이유를 생각함 수긍이 갑니다.
노포 선정기준은 '교토에서 적어도 3대 이상 걸쳐서 이어져 온 가게'랍니다. 그 이유는 쿄토엔 1백년 이상된 가게들이 거의 대부분 포목이나 화과, 주조와 같은 전통산업 업종에 집중되어 있기에 이들만으로는 교토 노포의 매력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네요. 책에 수록된 가게들을 보면 초밥집, 목욕탕, 술도가, 중국요리점, 전통 숙박업소(츠메쇼), 카페, 사탕가게, 도장가게, 서점, 소바가게인데요. 의외인건 3대가 이어진 노포에 목욕탕, 카페, 서점, 도장가게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이러한 업종의 가게들이 대를 이어 운영한다는게 상상 조차 할 수 없는 일이겠지요..
책은 수록된 노포들을 표시한? 지도로 시작됩니다. 그런데 가게들이 어느 한 구역에 주로 분포되어 있어 보이길래 그곳이 번화가인가 싶어서 지도 찾아보니 가보았던 기요미즈데라(淸水寺)에서 가깝더군요. 언젠가 다시 한번 교토를 찾아가게 된다면 최소 한번쯤은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좋은 정보 자료라 여겨졌습니다.^^
일본에는 대를 계속 이어가는 것에서 가치를 찾는 전통 기업이 많이 남아 있답니다. 그 이유에는 일본 왕실의 혈통이 단 한번도 끊이지 않았다는 만세일계라는 일본의 사상과 무사가 가문의 존속을 제일 중요시해왔다는 전통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하네요. 무엇보다 저자는 가게를 이어 온 힘의 원천은 경영자들의 노력에 있다고 본답니다. 그것은 가게나 기업을 이어온 경영자가 흔히 말한다는 "내 대에서 망치고 싶지 않다"는 말에서 알 수 있다는데요. 가볍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그 말을 들어면 그 이면에 내포된 계승자의 진지한 자세와 필사의 의지가 강하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흐흠... 그럼 우리나라에는 그러한 진지한 자세와 필사의 의지가 없어서 노포가 별로 없는건가 싶었죠.ㅎㅎ
책에 소개된 노포들을 모두 소개하긴 그렇고 가장 인상적인 곳 하나만 소개하렵니다. 그 가게의 업종은 뭐랄까.. 찾아보니 시설서비스업이라고 나오는데 바로 '니시키유(錦湯)'라는 대중목욕탕입니다. 책에 묘사된 목욕탕 정경을 보면 제 어렸을 적 당시의 목욕탕 모습과 매우 흡사해 보였습니다. 물론 포렴과 같은 일본 특유의 모습들도 있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비슷하게 느껴진다는 것이죠. 교토도 역시 대중목욕탕이 감소추세에 있다고 합니다. 주인은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하여 지역 커뮤니티의 공간으로 사람들을 불러모았고 이제는 전국, 전세계에서 이곳을 찾아온다고 합니다. 포털에서 니시키유를 검색해 보니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몇몇 분들이 후기를 남겼더군요.
책은 교토에서 최소 3대 이상 대를 이어 운영해 온 노포들에 대해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자가 직접 각 노포들의 현 계승자와 인터뷰를 한 이야기 내용도 그대로 보여주고 있구요. 가업을 어떻게 승계받게 되었는지에 대한 인터뷰 내용 중에는 데릴사위로 들어와 이어받은 경우도 나옵니다. 성까지 처가쪽 성으로 변경하였다는 대목에선 좀 놀랍기까지 했는데요. 일본에는 그런 관습이 있었기에 오랜 세대를 거쳐 가업을 이어올 수 있었겠구나란 생각이 들었죠.
작금의 사회는 시간이 갈수록 기술발전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기에 다양한 분야에서 급격한 변화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수많은 것들이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사라지게 되고 있지요. 디지털 사회로의 진화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에게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주는 것들을 그리워하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그러한 것에 끌리는 편이구요. 아련한 기억으로만 남아 있는 목욕탕과 명절때면 가래떡 뽑으러 갔었던 방앗간, 학창시절 많은 시간을 보냈던 음반가게들, 지금은 찾아 보기 힘듭니다. 우리에게도 오래된 노포들이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경제적 측면으로 볼 때 과연 가능할까 싶네요. 일본의 사례를 보니 참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어려운 상황을 타개해 나갔던데 우리도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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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한 공간에서 터를 잡고 장사를 영위할 수 있었다는 건 큰 변란을 겪지 않았다는 말이다. 한국에서 천년의 역사를 가진 공간이 몇 개나 될까 단순히 역사서에 기록된 그런 공간이 아니라 지금도 천년 전에 만들어진 건축물이 있고 그 안에서 대대손손 이어가며 장사를 하는 가게가 있다는 걸 전제한다.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그런 곳이 없다. 전쟁의 화마가 훑고 지나가서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이상스럽게도 우리는 좀 오래된 것에 대한 거부반응이 있는 것 같다. |
![]() 평범하면서도 확고한 것들의 가치, 천년 교토의 오래된 가게 이야기 천년의 도시라 불리는 교토, 수 대째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 일본에서 내가 꼭 가보고 싶은 곳. 그래서 이 책에 관심이 생겼다. 교토의 노포들 중 3대 이상에 걸쳐 가업을 이어온 열 곳의 가게를 선정하여 교토에서 25년간 거주한 저자가 인터뷰를 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저자와 공존해온 교토의 노포들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저자의 이력 또한 신선했다. 대학 시절부터 한국문화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던 무라야마 도시오는 1983년 지바 현에 한국도서자료실 ‘녹두문고’를 열었고, 1986년부터 2년간의 한국어연수를 마치고 서울에서 일본어강사로 근무했다. 이후 일본에서 한국어통역사로 일하다가 1994년 제7회 도쿄국제영화제 교토대회에서 통역을 맡은 것을 계기로 안성기와 인연을 맺게 되었고, 한국영화 전반으로 관심을 넓혀왔다고 한다. 현재 교토에서 한국어교실 ‘녹두학원’의 대표로 일하며, 한국어 학습서를 내는 등 언어를 통해 한국의 역사와 문화, 삶과 생각을 전달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천년 교토의 오래된 가게 이야기>는 처음부터 순수하게 한국인들이 교토라는 도시가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매력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쓴 책이다. 이 책의 교토의 사례가 한국 사회에 뿌리를 내려온 평범하면서도 확고한 것들의 가치를 다시 보게 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저자는 지금 역사가 있는 가게를 이어받아 경영하고 있는 이들의 부모, 조부모의 대에서 있었던 일이 교토의, 일본의 근현대사를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 그 자체였고, 그런 의미에서 교토에서 대를 거듭하면서 영업을 이어온 여러 기업의 발자취를 아는 것이 살아 있는 교토의 역사를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듣기로 한다. 그렇게 시작된 책이 바로 <천년 교토의 오래된 가게 이야기>다. 교토에서 적어도 3대 이상 걸쳐서 이어오고 있는 가게 열 곳의 경영자를 인터뷰하고 관련 기록, 자료 등을 참조했다. 저자는 이 책이 '지금 역사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과의 공동 작업으로 탄생했다는 말을 강조한다. 그 절실한 생각이 독자의 마음에도 닿았으면 좋겠다고. 이 책에 소개된 열 곳의 가게는 한 분야에 겹치지 않도록 다양한 분야의 가게를 선별했으며 다음과 같다. 입맛 까다로운 교토 사람들이 줄 서서 먹는 극상품 고등어 초밥집 이즈우, 역사와 문화가 스며 있는 작은 콘서트홀 같은 목욕탕 니시키유, 동서양의 문화가 은밀하게 부딪혀 절묘한 맛을 내는 술도가 마쓰이 주조 주식회사, 중국 황제도 사로잡은 일본의 전통 베이징요리 토카사이칸, 일본 불교의 역사가 오롯이 담긴 전통 게스트하우스 도나미 츠메쇼, 근대 일본의 사상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카페 프랑수아 찻집, 500년을 이어온 전설 속 사탕 가게 미나토야 유레이코소다테아메, 추억을 파는 도장 가게 다마루인보텐, 출판 불황의 시대에도 무너지지 않는 지식인의 보물창고 마루젠, 사진작가가 만드는 소바 혼케오와리야 ![]() 1726년 창업. 14대 주인인 마쓰이 씨는 13대 마쓰이 하루지의 데릴사위로, '전통이란 혁신을 반복하면서 양성된다'는 신념으로 가업을 잇게 된다. "요리에 맞게 와인을 고르는 것처럼 다양한 일본 요리와 그에 어울리는 술의 만남은 상승 효과를 일으켜 요리를 한층 더 맛있게 만듭니다. 거기서 일본 술의 좋은 점을 알게 된다면 앞으로 계속 일본 술을 즐기게 되겠죠. 그런 의미에서 외국인들에게는 첫인상이 될 술을 어떤 술로 내놓을지 신경을 아주 많이 쓰고 있습니다." "기계로 만드는 것과 손으로 만드는 것의 차이는 손은 마음과 통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손으로 만드는 것이 좋은 이유는 만드는 사람의 기분과 마음이 손을 통해 상품에 담기기 때문입니다." ![]() 근대 일본의 사상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카페, 프랑수아 찻집 1934년 창업. 호화 여객선의 객실을 본떠 만든 프랑수아는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고 정치나 예술 논의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노동운동, 공산주의 운동의 시대 상황과는 동떨어져 보인다. 그러나 이곳은 파시즘의 싸움으로 이어지는 정신의 통로이자 양심을 끝까지 지키려는 최후의 보루였다. "눈부신 겉모습이 아니라 건물은 낡아도 좋으니 맛있는 걸 내놓을 것, 가게 안은 항상 깨끗하게 유지할 것, 그리고 손님에게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대하고 부담이 되지 않는 거리감을 유지하고 서비스를 할 것." ![]() 사진작가가 만드는 소바는 어떤 맛일까, 혼케오와리야 1465년 창업. 창업자인 이나오카 텐자에몬의 550년 역사를 새긴 소바 가게를 잇고 있는 현재16대 이나오카 아리코의 경력은 노포 계승자 중 이색적이다. 16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10년간 거주하며 프로 사진작가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자기발견여행'에서 '이 가게를 지켜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고향으로 귀환해 정식으로 혼케오와리야의 점주가 된다. "모든 분들이 친절하고 사이가 좋습니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관계를 맺어오다 보니 예전부터 할아버지에 대해 잘 아시는 분들이 제가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가르쳐주시기도 합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런 연결고리가 있는, 교토 특유의 모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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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문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입니다. 일본을 보면 늘 부러운 것은 혼란스러운 시기도 있었지만 그들의 문화를 무사히(?) 유지하고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이 아픈 과거가 없었다면 이보다 더한 전통을 이어갔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오만가지 감정이 나오기도 했었죠. 오랜 전통을 이어져 온다는 것...세대를 거쳐 그 다음 또 그 다음 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다짐'이 큰 차지를 하는 거 같습니다.
집의 가업을 이어 받어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은 쉽지가 않습니다. 하물며, 이 책에는 7대가 하는 가게를 소개하기도 합니다. 다양한 업종이 소개되어지는 그 과정에는 오로지 좋았던 날만 있지 않았습니다. 물질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처할 때 이웃들이 도와줘서 지금까지 존재할 수 있었답니다. 여기엔 물론 그들만의 생존 방식이 있었다는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노력없이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앞서 설명했듯이 업종을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사탕가게, 온천,도장 카페 등등 낯설 면서도 왠지 익숙한 가게였죠. 특히, 동물이나 그림으로 첨가한 도장 카페는 최근 어떤 프로그램을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 도장을 자주 사용하지 않아도 흔한 것이 아니라 나만의 독특한 도장을 소유하고 있다면 왠지 더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닌 감성을 움직였기에 가능했나 싶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어느 관광도시라 생각을 했었답니다. 하지만, 화려하지 않아도 이들이 전통을 이어 유지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대단했고, 교토를 아직 가 본 적이 없는데 가게 된다면 책 속에서 소개 된 곳을 가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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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토하면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그 이미지는 만화나 영화나 소설 등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현대식 건물은 없고, 일본 전통 가옥만 가득한 풍경이다. 그 동안 읽거나 본 수많은 소설 등에서 주로 근대 이전을 다루었기에 이 이미지가 고착되었다. 여기에 유명한 사찰 등의 이미지도 이것을 더욱 굳게 만들었다. 가끔 현대물에서 교토가 나오는 경우가 있지만 이 문제 많은 머리는 아직 이 이미지를 쌓아둘 힘이 없는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 나오는 열 곳의 오래된 가게 이미지를 보았을 때 조금 낯설게 다가왔다. 어떤 부분에서는 익숙한 일본의 풍경이지만.
열 개의 가게. 많은 숫자가 아니다. 우리가 일본 노포라고 생각할 때 이 정도는 너무 적은 숫자다. 저자는 이 열 곳을 음식점만 다루지 않고, 목욕탕, 술도가, 게스트하우스, 카페, 도장 가게, 서점 등까지 포함한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조금씩 다르다. 현재까지의 가게 역사와 주인 인터뷰를 넣지만 업종 등에 따라 시작하는 방식이 다르다. 특히 도나미 츠메쇼의 경우는 혼간지가 불탄 역사를 중심으로 풀어내면서 그 집에 머문 사람들 이야기가 더 많다. 당연히 이 역사 속에서 일본 억불 정책의 한 모습을 보게 되고, 불자들의 노력도 같이 읽을 수 있다. 현재 게스트 하우스로 운영되는데 얇은 칸막이벽을 떠올리면 현대 삶의 방식과 좀 동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도 든다.
초밥과 소바를 좋아하는데 이즈우의 초밥과 혼케오와리야의 소바 맛이 궁금하다. 이즈우 초밥의 경우 문인들의 기록과 에피소드가 노포의 힘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현재 일본 스시의 원형일수도 있는 고등어 초밥과 이 맛을 지켜내려는 노력은 일본 장인 정신을 확인하는 기회다. 다른 식당에 보내 초기 훈련을 시키고, 일정 수준 이상 올라온 후 점포를 이어가는 모습은 한국도 배울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오너 가문의 일원이라고 낙하산처럼 내려와서 고속 승진하는 한국의 기업 문화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은혜 갚기라는 부분에서는 시각 차이도 분명 존재한다.
미국에서 사진작가로 활약하던 아줌마가 직원 300명을 거느린 소바집 주인이 되었다. 그녀의 삶을 잠시 보여주고, 이 노포를 이끌고 성장시킨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대단한 일인지 은연중에 보여준다. 전통에 따르데 새로운 메뉴 개발에 공을 들이고, 새롭게 온 주방장의 교육에 온힘을 다하고, 매일 육수의 맛을 보는 가장 기본적인 일들을 잘 보여준다. 오래 가는 식당들 이유를 간결한 설명 속에 녹여내었다. 마쓰이 주조가 보여준 모습과 어느 정도 일치하는 부분이 있어 새삼 일본의 저력을 생각하게 된다. 좋은 술과 소바에는 좋은 물이 필요한데 교토의 물맛이 좋다고 하니 언젠가 한 번 맛보고 싶다. 뭐 먹고 나면 그 깊이를 제대로 알 수 없어 실망할지 모르지만.
니시키유 목욕탕 내부 사진을 보고 어릴 때 다니던 동네 목욕탕이 떠올랐다. 며칠 전 읽은 마스다 미리의 <여탕에서 생긴 일>이란 목욕탕 에세이를 본 후라 그런지 눈길이 많이 갔다. 점점 줄어드는 목욕탕의 숫자를 보고 조금씩 공감한다. 노포를 살리기 위한 주인의 다양한 이벤트와 그 곳의 추억은 아련한 기억의 한자락을 들춘다. 전통 베이징요리를 만드는 토카사이칸의 주인은 화교다. 이제 일본에서 중국인의 숫자가 재일조선인의 숫자를 넘어섰다고 한다. 놀랍다. 한 중국집이 이렇게 오랫동안 유지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음식을 맛보고 싶다. 괜히 음식 가격을 걱정해본다. 이 가게의 외관은 나의 잘못된 교코 이미지와 너무 달라 낯설게 다가온다.
프랑수아 찻집은 노포라고 하지만 연역이 그렇게 오래된 가게가 아니다. 토카사이칸도 마찬가지지만. 찻집의 역사보다 일본 근현대 공산주의 이야기가 솔직히 더 끌렸다. 부를 축적하는 것보다 다른 방식으로 이 부를 나눈 부분에서 이 오래된 찻집이 존경스럽다. 500년을 이어온 전설 속 사탕 가게라고 하는 미나토야 유레이코소다테아메는 이제 직접 사탕을 만들지 않는다. 다른 곳에서 만들어 와서 팔고 있는데 레시피는 그대로라고 한다. 하루에 하나도 팔지 못하는 날이 있다고 한다. 마쓰리가 있는 날이면 사탕이 동 난다고 하지만 결코 쉬운 경영이 아니다. 마루젠 서점이 문을 닫았다 새로 연 것처럼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모르겠다.
출판 불황일까? 전통 유통구조의 몰락일까? 마루젠 이야기를 읽다가 한국 도서 정가제가 떠올랐다. 확실히 주변을 둘러봐도 책보다 게임을 더 즐기는 사람들이 더 많다. 일부 장르의 경우는 완전히 전자책으로만 발간된다. 예전 종로서점을 기억하기에 마루젠이 문을 닫았을 때 있었던 감상들에 공감한다. 도장을 사용할 일이 거의 없다. 한국도 일본처럼 인감증명서가 필요한 경우가 있지만 사인으로 점점 대체되는 분위기다. 다마루인보텐의 도장들도 이제는 전통적인 도장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컴퓨터로 도장을 파는 현실에서 손으로 도장을 파는 이곳이 계속 이 방식을 고수할지 궁금하다. 그나저나 다양한 칭찬 도장이나 동물 도장은 나도 하나 가지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