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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유현준의 도시 에세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음에도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라는 책제목은 많은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도시와 별자리, 건축과 별자리 어느 조합을 떠올려도 선뜻 연관을 찾을 수 없어서다. 아마 나의 상상력의 한계와 고정관념이 그 이상을 가로막고 있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저자가 지내온 공간들과 좋아하는 공간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는 저자는 도시에서 살면서 행복했던 순간과 공간들을 기록하고 있다. 같은 공간이라도 그것을 바라보고 향유하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될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삭막하게 느껴지는 도시에서도 저자는 자신의 삶에서 반짝였던 순간과 공간을 찾아내고 그것을 자신의 별자리라 부른다.
그는 책에서 자신을 만든 공간들과 자신이 좋아하는 공간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그가 바라보는 공간들은 건축가적인 눈으로 바라보는 공간도 있고, 단지 그곳에 머물렀던 시공간이 좋았던 경우도 있다. 어느 경우라고 해도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공간이 될 수도 있지만 거꾸로 자신만이 좋아하는 공간일 수도 있다. 그래서 그 역시도 같은 공간이라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을 것이다. 그러기에 글을 읽으면서 조금은 밋밋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차라리 건축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건축가적인 눈으로 도시에 있는 공간들의 특성과 아름다움을 얘기해 주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그런 글이었다면 제목 또한 달라졌겠지만 말이다.
나는 서울에서 나고 자라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대부분을 서울에서 보냈다.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을 거쳐 회사에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하고, 그리고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인이 될 때까지 서울을 삶의 근거지로 삼았으니 서울은 내가 가장 오래 살았던 도시일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서울의 곳곳을 알지는 못한다. 물론 학교 다닐 때야 이곳저곳 찾아다닌 기억은 있지만 그 후론 삶과 연관이 없는 지역은 같은 서울이래도 새로운 도시마냥 낯설기만 하다. 그래서 인지는 모르지만 저자가 책에서 소개하는 공간들은 가본 곳도 있지만 말만 들어서 알고 있는 곳도 많다. 그중에는 나만의 공간이랄 수는 없지만 서울하면 떠오르는 곳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정동길이나 익선동 골목길이다. 아마 지금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겠지만 그곳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그곳을 걷던 시절과 함께 그리움으로 다가오고 젊은 날의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유년시절을 보낸 곳은 아니지만 꿈 많던 고등학교 시절과 처음 사회에 나와 보낸 곳이기에 더 애틋하게 다가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곳과 관계가 없어지고 나서 한참 시간이 흐른 후 그곳을 가보았을 때 전에는 있던 것들이 사라지고 못보던 것들이 새로 들어선 것을 보면서 나의 과거의 기억 한 조각을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으니, 아마 그 시공간이 저자가 말하는 나의 별자리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책을 읽으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곳 어디라도 자신만의 공간을 갖고 있다는 것이 필요하단 생각이 든다. 굳이 자신이 독점하는 공간일 필요가 없고, 도시이어야 할 이유도 없다. 살아오면서 희미하게나마 나에게 추억을 주는 곳이 없다면 지금부터라도 만들어가는 것이 어떨런지. 산속 어느 이름 모를 바위래도 좋고, 바닷가 어느 민박집이라도 좋을 것 같다. 그곳에 가면 자신만의 이야기가 떠오르고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그런 곳이라면 삶에서 별자리로 삼아도 충분하단 생각이 든다. 과거의 삶에서 반짝였던 순간도 좋지만 앞으로의 삶에서도 반짝이게 해줄 수 있다면 더 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소개하는 공간들을 시간과 함께 엮어가며 그렇게 생각하고 읽었다. 그러면서 내 주변에서 나만의 공간은 어디일까, 혹 있기는 한 것일까 생각해본다. 특별하게 떠오르는 곳은 없지만 어느 순간 나만의 공간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희미해진 기억을 더듬으며 나의 별자리를 찾아가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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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이고 길들여지다
건축가 이상현은 <길들이는 건축 길들여진 인간>(2013)에서 “사람은 자신과 관계된 모든 대상을 자연스레 길들이는 속성이 있다. 관계가 처음과 다르게 점점 변했다면, 그 대상에 대해 길들이기가 이뤄진 것이다. 다시 말해 대상을 대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은 것이다. 길들이기를 통해 처음에는 어색하고 서툴렀던 관계가 편안하고 익숙한 관계로 변한 것은 길들이기의 결과다. (이런 방식으로) 사람은 모든 대상과의 관계에서 길들임과 길들여짐을 반복하고 있다. 자신에게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기를 요구하고, 거기에 맞춰 스스로 변해가기 때문” [p. 19]이라고 했다.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라는 천문학에 대한 이야기일 것 같은 제목과 달리, 저자는 이 책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사람은 일생 동안 만나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태어난 직후에 만나는 부모님부터 시작해 형제, 친구, 애인, 선생님들과 함께한 기억은 찰흙을 빚는 손처럼 한 사람을 만든다. 책, 영화, 음악, 미술 등 예술도 한 사람을 이루는 모태가 된다. 시간을 보낸 공간도 그 사람을 만든다. 이 책은 나를 만든 공간에 대한 이야기다.” [p. 13] 어떻게 보면, 이 책은 그런 길들임이 개인에게 어떻게 반영되었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저자가 어린 시절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살았거나 특별한 추억이 있는 공간들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는 에세이를 모았다. 보통 이런 글은 대중들이 사생활을 궁금해하는 유명인이 쓴다고 생각했기에 ‘건축가인 저자가 왜?’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출판사에서 “도시에서 살아가는 이가 도시를 사랑할 수 있도록 함께 책을 만들어보자고 유현준 저자에게 제안” [p. 421]해서 이 책이 나왔다는 편집 후기를 보고 <알쓸신잡>에서의 얻은 유명세와 <어디서 살 것인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등의 저서로 어우러진 이미지와 의외로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나만의 특별한 공간
길들여지기 전의 공간은 평범한 열린 공간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공간이 나와의 상호작용에 의해 어떤 기억이 떠오르는 공간이 된다면 그 공간은 나만의 특별한 공간이 된다. 저자인 건축가 유현준의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1장 나를 만든 공간들: 유년 시절’에서 소개한 구의동 주택 공간은 그런 공간 중에 하나다. 사실 이 책에서 저자가 늘어놓은 사진과 이야기는 일기장처럼 내밀하면서도 사적(私的)인 부분이다. 그것은 아마도 각 장마다 저자의 유년 시절 사진과 그림 등이 실려 있어서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여기에 사진가 양해철이 촬영한 사진들이 묘하게 어울려, 한 권의 사진집 또는 포토 에세이를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물론 저자에게는 이런 것들이 다르게 다가오는 것 같다. “나는 공간을 감정과 연관시켜 기억한다. 다양한 공간과 그 공간에서 느꼈던 감정들이 한의원 약초 서랍처럼 여러 개 있다. 디자인을 할 때는 내가 그 공간에서 어떠한 느낌을 받기 원하는지를 먼저 생각한 후 그 서랍에서 필요한 공간을 찾아 대입하는 식으로 작업한다.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기억들이 나를 먹고살게 한다.” [p. 87]
누군가의 특별한 공간이 될 수 있는 곳들
‘나를 만든 공간들’을 다루는 1장과 2장이 개인적인 공간이라면, ‘보물찾기’를 다루는 3장 이후의 부분은 서울에 살았거나 살고 있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에 해당한다. 수십 개의 콘크리트 아치 구조로 받쳐져 있는 옥수동 두무개길, 반포대교부터 동호대교 사이의 강남에 있는 한강시민공원, 도심에서 가장 좋은 평지 공원에 해당하는 덕수궁과 같은 고궁, 소녀시대 윤아가 부른 “덕수궁 돌담길의 봄”(https://youtu.be/yuCbJykB32M)을 들으며 걷는 덕수궁 돌담길,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의 모델인 인왕산 수성계곡의 구름다리, 연세대의 청송대와 서울대의 버들골, 배를 타야만 갈 수 있는 남이섬[나미나라], 도심 속 인공의 강을 볼 수 있는 서울역사 옥상 주차장 등이 짧게 스케치 되어 있다. 예외적으로 저자가 한국식 산토리니라고 평가하는 부산의 감천마을처럼 서울 외의 지역을 다루는 경우도 있다.
어떻게 보면 무심하게 지나쳤던 공간들인데, 나만의 기억이 있다면 한번 비교해가면서 읽는 것도 좋을 듯하다. 나아가 코로나19 광풍이 지나간다면, 전문가의 사진이 아닐지라도 저자처럼 나만의 특별한 공간들로 내가 지나온 별자리를 엮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잠시 숨을 돌리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일 테니까.
p.s. 책을 좌우로 쫙 펼칠 수 있는 노출 제본을 선택한 덕분에 2페이지에 걸친 사진을 제대로 볼 수 있어 좋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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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도시는 부서진 장난감 더미와도 같다. 곳곳에 쓸모없는 공간들, 버려진 공간들, 쓰레기 같은 건축물들뿐이지만 그 와중에도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공간들이 있다. 건축가의 눈으로 보면 도시에는 재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많다. 우리가 프랑스어를 배우면 샹송이 들리듯이, 공간에 나만의 가치를 부여하는 방식을 배운다면 이 도시는 새롭게 재창조될 수 있다.'(P16)-플롤로그 中 책 제목이 꽤 낭만적으로 다가왔었다. 유년시절, 청년시절의 추억이 담긴 공간 외에도 보물찾기 같은 의미를 부여하며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많은 도시 공간을 알려준다. 특별함을 주었던 공간, 연인을 위한 도시의 시공간, 혼자 있기 좋은 도시의 시공간, 일하는 도시의 시공간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늘 우리가 접할 수 있는 흔한 공간임에도 관심을 두지 않으면 그저 스쳐지나가는 곳과 일생 동안 한 번도 가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장소까지 쉴 새 없이 우리를 안내한다. 건축가라는 저자에게는 공간의 의미가 각별한 의미를 가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의 글은 내 유년시절 추억 속의 공간들을 불러내기도 했다. 오랫동안 잊고 있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뭉클해지기도 했다.
‘나를 만든 공간’들은 유년 시절의 장소와 청년 시절 공부했던 곳과 여행지의 장소들을 보여준다. 유년 시절의 골목길 등 학교 계단, 운동장 등의 공간은 평화로움이 느껴졌다. 다정했던 형과 마당에서 놀던 모습의 사진 등 가족 이야기를 통해서 여유 있고 다복하게 살아가는 서울 사람들의 가정은 이런 분위기였구나 싶었다. 그렇게 행복한 공간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 것에 큰 자부심이 느껴졌고 부럽기도 했다. 시골에서 자란 나의 어린 시절은 무엇이든 결핍의 일상이었다. 학용품도, 비오는 날 쓰던 우산도. 초등학교 시절 몹시도 바람 불고 비 오던 등교 길에 파란 비닐우산이 뒤집혀 부끄럽던 기억도 떠올랐다. 집에서 제일 먼저 나서야만 제대로 된 우산을 갖고 갈 수 있었던 시절. 지금은 웃을 수 있는 아련한 추억이지만. 그는 그동안 지내온 좋아하는 공간들을 추억하면서 글을 쓰는 동안에도 무척 행복했을 것 같았다. 역시 글을 쓰는 과정을 통해 자신을 더 들여다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자신이 지냈던 공간은 어떤 모습으로든 한 사람의 평생 동안에 각인 된 이미지로 남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P156. 한남대교 다리 밑 공간.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다리 밑 공간이 아닌가. 한남대교 아래에는 거대한 콘크리트 기둥이 1킬로미터 넘게 줄을 서 있는데 저자는 이 모습이 이집트 신전 기둥보다 멋진 모습이라는 찬사를 보낸다.
<사진> 두무개길(P168)옥수동, 금호동 한강변에 있다는 두무개길. ‘건축에서 ’아치arch‘는 특별하다. 다른 예술과 달리 건축만의 아름다움이라고 한다면 중력을 이기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그런데 아치는 중력을 이기는 모습이 우아하면서도 긴장감 있는 곡선으로 드러나 보이기 때문에 더 아름답다. 위대한 건축가 루이스 칸은 이런 이야기로 아치를 설명하기도 했다. “벽돌은 아치가 되고 싶었다. 그러자 건축가가 아치는 비싸서 안 된다고 말했다. 그 말에 벽돌은 슬퍼졌다.” 그만큼 아치는 만들기 어려운 건축양식이기도 하다.’(P166)
이렇게 아름다운 건축 양식임에도 비싸고 만들기 어려운 특성 때문에 아치 구조를 찾아보기 힘든 가운데 서울에 이런 건축물이 존재한다니 정말 신기하고 반가웠다. 반원형의 아치 사이로 들어오는 빛의 풍경을 보는 일은 색다른 경험일 것 같다. 저자는 마치 르네상스 시대 빌라에서 아치 창문으로 서울 풍경을 보는 듯한 느낌이라고 했다. 공사비를 절약한다는 착상으로 건축되었지만, 채광과 통풍은 물론 보기에도 아름다운 아치 구조를 갖게 되었으니 그 아이디어도 대단하다.
서초동 경부고속도로 옆. <사진>P287. ‘건축에서 벽이 얼마나 위대한 건축 요소인가를 느끼게 해주는 공간이다. 벽은 이러한 반전의 공간을 만든다. 벽은 단순히 소통을 막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안 좋은 요소를 차단함으로써 새로운 공간을 만들기도 한다.’(P287) 방음벽을 사이에 두고 가장 빠른 경부고속도로와 나무가 울창한 산책로가 펼쳐진 가장 느린 공간이 하나의 장소에 공존할 수 있는 이유를 알려준다. 벽이란 대개 부정적인 이미지로 그려지지 않았나 싶다. ‘벽창호’가 그렇고 살면서 수없이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히기도 하고. 벽은 그렇게 걸림돌을 제거하고 반전의 공간을 만드는 존재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삶에 대한 깊이를 더 느끼려면 죽음은 그림자처럼 따라야 한다. 삶이 빛이라면 죽음은 그림자다. 그림자는 빛을 느끼게 해준다. 가끔씩 죽음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찾아가보는 것도 의미있는 삶을 위해 좋을 것이다.’(P340) -현충원 어렸을 적 고모네 집에서 돌아가신 고모부의 신주를 모시는 공간을 보았고 마을에는 사당이 있었다. 자주 볼 수 없었지만 어쩌다 그런 곳에 들어가면 왠지 쭈뼛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때만 해도 죽은 사람들과 함께 한 공간에 있었구나 싶었다. 지금 우리 현실은 많이 달라졌고 영원히 살 것처럼 생각하기 쉬운 환경에서 살고 있다. 가끔은 죽음을 떠올리면서 현재의 삶을 돌아보고 가꾸어야 한다는 뜻으로 들린다.
‘인생은 차선(次善)이 모여서 최선(最先)이 되는 것이다. 원래 최선들이 모여서 최선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온갖 멋진 옷과 고가의 액세서리를 다 하고 나면 완전 촌스러워질 수 있다. 모자라는 듯한 것들이 모여 조화를 이룰 때 아름답다. 그러니 내가 원했던 길이 막힌다고 해서 속상해하지 말라. 때로는 그게 빨간 신호등처럼 조금만 기다려도 파란불로 열리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옆길로 가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지금 열린 길이 최선이 아닌 것으로 보일 것이다. 그렇지만 결국에는 그런 길들이 모여 예상치 못한 멋진 곳으로 인도해주기도 하는 것이 인생이다.’(P403)-남산 순환도로 우리는 누구나 인생이 고속도로에 직선도로이기를 갈망한다. 하지만 뜻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이 삶 아닌가. 길을 가면서 그 길의 끝이 보이지 않더라도 좋은 것을 상상하면서 희망을 거는 일, 그것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인지도 모른다. 구불구불 돌아가지만 경치 좋은 남산순환도를 애용한다는 저자는 지금 우리가 돌아가는 길이 남산순환도로 일지도 모른다면서 일단 길이 열리는 데로 걸음을 떼라고 말한다.
‘인생을 살면서 모든 순간이 아름다울 순 없다. 순간순간이 아주 가끔 아름다울 뿐이다. 우린 그 순간들을 이어서 별자리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 삶이 모두 대낮처럼 밝을 수 없고 약간의 별빛만 있다면 우리는 그 별빛들로 별자리를 만들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 삶을 아름답게 만들려면 희미하지만 검은 하늘에서 빛나는 별들을 찾고, 잇고, 이야기를 만드는 ‘시간’을 들여야 한다.(P411) 밝고 찬란한 빛은 아닐지라도 희미한 불빛 같은 희망으로도 우리는 살 수 있다. 그 희미한 ‘별빛’을 이어서 우리만의 ‘별자리’를 만들고 이야기를 만드는 시간을 갖자고 한다. 그것은 지치고 힘든 현실에서 우리에게 위안을 주고 다시 나아가는 삶의 메시지가 될지도 모른다. 소박하고 인정미 넘치는 ‘재래시장’의 냄새부터 미술관의 세련된 공간 등 수많은 도시의 시공간들을 눈앞에 소환시켜 닫혀 있던 우리의 감각을 깨운다. 건축가의 글이 이렇게 감성적이어도 되는 것일까. 마치 건축을 하듯 세밀한 언어를 짓는 듯 소박함과 세련미가 느껴지는 공간에 대한 통찰에 감탄했다. 사진가 양해철이 촬영한 공간들의 멋진 시각적 이미지와 더불어 이 책을 빛나게 하는 것 같다. 이제 우리도 지금 머무는 공간, 앞으로 마주 할 공간을 그냥 지나치지 말고 나만의 의미를 부여하며 다른 눈으로 바라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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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끊임없이 우리 주변의 공간들을 의미가 있는 공간으로 채색을 해야 한다. 채색을 하는 붓은 전봇대 같은 기둥이 될 수도 있고, 가로등일 수도 있고, 의자일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이 정도의 변화는 여러분이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209쪽) 여러분 주변에 이런 '등잔 밑' 공간을 찾아두면 좋다. 집은 작을지라도 이 도시 속에 그런 공간을 많이 아는 사람이 부자인 것이다. 내 것은 내 것대로 쓰고, 숨겨진 주인 없는 공간도 내 것처럼 쓰는 것이 이 도시 속에서 부자로 사는 방법이다.(279쪽)
별자리는 밤하늘의 별들을 연결해 만든다. 제목은 띠지에 쓰여 있듯이 저자의 기억 속 별들을 연결해 만들어지는 별자리를 의미한다. 저자의 기억은 굉장히 다양하고 많은 것들로 채워져 있다. 저자만의 사적인 공간들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사적인 공간도 기억의 수면 위로 떠오른다. 저자의 기억 처음 공간은 햇빛이 비쳐드는 마루다. 저자가 기어다닐 때가 아닐까 싶다. 나는 그렇게 오래된 기억은 없다. 돌을 지내고 서울로 올라왔는데 그 이전의 목포에서의 기억은 너무 어릴 때라 나지 않는다. 홍대 앞 서림제과 옥탑방, 돌이 지난 때, 그곳부터 기억이 나는데 아주 희미하고 그 이후라고 해서 선명하지는 않다. 홍대 앞에 작은 공원이 있다. 그곳에 돌로 된 커다란 미끄럼틀이 있었는데 세 살 기념으로 서림사장의 사진사님께 아빠가 부탁해서 미끄럼틀 위에 앉아서 사진을 찍었고 그 사진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그 날이 기억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없어진 돌로된 미끄럼틀이라는 공간은 기억한다. 그 미끄럼틀이 치워졌을 때 얼마나 서운했는지 모른다. 내게는 정말 소중한 추억의 공간이기 때문이었다. 현재는 놀이터가 아닌 공원으로 만들어져 주말이면 벼룩시작이 열린다. 그 놀이터를 이용할 어린이가 현재는 그 동네에 살고 있지 않으니 어른들의 공간으로 바뀐 것이다. 이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는 이렇게 저자의 기억 속 공간들을 말하고 있다. 그 공간들은 저자만의 공간이지만, 독자에게도 교집합이 일어나는 공간이 많다. 아무 것도 없는 빈공터에 돌로 선을 긋고 친구들과 외발로 뜀뛰기를 하던 기억, 계단을 오르며 친구들과 가위바위보를 하던 기억 등이 함께 떠오른다. 저자의 사적인 기억이지만 개인적이지는 않다. 저자의 기억 속 공간을 들여다보면 물론 MIT나 하버드 같은 특별한 공간도 있지만, 그 보다는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거리의 벤치, 아이비가 있는 시멘트 벽, 마포대교의 난간, 다리 밑의 공간, 징검다리, 우산 속 공간, 자동차 안 등 우리 주위에 존재하지만, 우리가 눈여겨 보지 않았던 소소한 공간들이 많다. 그 작은 공간들을 사랑하고 좋은 기억으로 저장함으로서 그 점들을 이어 커다란 별자리를 만들고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저자의 감성이 나를 설득시키는 그런 책이다. 지금은 우산 하나 드는 것이 싫어서 비 오는 날을 싫어하지만, 분명 어릴 때 첫 우산을 갖게 되었을 때 둥근 우산을 방에서 켜들고 비가 오기를 기다리던 그런 날이 내게도 있었다. 나는 무심코 지나쳤거나 잊어버린 공간을 저자는 세심하게 바라보고 순간순간의 좋은 감정을 기억한다.생각해보면 내가 좋은 느낌을 받는 공간은 그 하나가 아니라 곳곳의 작은 것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좋은 감정이 드는 공간이 된 것인데 말이다. 저자가 소개하는 많은 공간 중 한남대교 다리 밑 공간이 있다. 저자는 이곳을 이집트 신전 기둥보다 멋지다고 말한다. 복잡한 도심 속에서 자동차도 사람도 보이지 않는 공간이 영원히 펼쳐질 듯 보이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하며 영원의 공간이라고 표현한다. 다리 밑 사진을 보지 않고 글로만 보았어도 궁금하고 그곳에 대한 환상이 생겼을 터인데 함께 실린 세 장의 사진은 저자의 말이 어떤 뜻인지 보여주고 있다. 찰랑이는 강물 위로 드러나는 하얀 교각이 어둠의 끝을 향해 늘어선 모습이 그것도 조금 다른 교각이 두 개가 놓이 모습은 현실 세계가 아닌 듯한 착각까지 준다. 신을 모시는 강물 위 아무도 모르는 공간 같은 느낌을 준다. 내가 저자를 통해 배운 것은 순간순간 느꼈던 소중한 감정들을 기억하라는 것이다. 그것들이 모여서 커다란 별자리를 만들고 삶을 공간을 도시를 사랑하게 된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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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에 대한 최초의 기억은 모래 언덕이었다. 부모님께서 작은 공장을 운영하실 때다. 용도는 기억나지 않지만, 집근처 공터에 모래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아마도 건물을 짓기 위한 용도였겠지만, 나에게는 좋은 놀이터가 되어 주었다. 모래 언덕을 기어올라 혼자서 장난을 쳤던 기억이 난다. 공간에 대한 다음 기억은 두려움이다. 도시를 떠나 아버님의 고향집으로 이사를 했다. 당시 집은 개량되기 전의 기와집이었다. 도시의 이기를 벗어난 집이었다. TV는 전파조차 잡히지 않았고, 난방은 아궁이를 이용하는 시골집이었다. 당연히 화장실은 푸세식이었고, 집 주변 대나무 숲은 공포였다. 중간에 주택 개량을 통해 보일러도 놓고, 싱크대도 설치했다. 비록 추웠지만 욕실도 만들었고, 온수도 나왔다. 화장실은 그대로였는데, 종종 내가 기르던 강아지들이 빠져 죽어서 화장실만은 더더욱 무서워졌다. 간혹 도시에 사는 친척집을 가면 부러움을 감출길이 없었다. 시골의 탁 트인 공간이, 문명의 이기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이 너무도 싫었다. 그렇게 몇 번의 이사 끝에 도시에 살게 되었다. 독립하고 가난한 형편에 고시원, 반지하, 열악한 공간들을 전전하며 도시에서의 삶을 살다보니 예전 기억이 난다. 어느 집으로 이사를 가더라도 두 번째 공간의 두려움보단 못했다. 그때는 온통 풀색으로 뒤덮인 동네가 숨 막히게 느껴졌건만, 지금은 느낌이 다르다. 사실 항상 숨 막히지는 않았다. 아궁이 잔불에 고구마도 구워먹고, 밀도 구워 먹었던 기억. 내가 배설한 X에서 수박이 자라나서 애지중지 키웠던 기억. 가족여행 한 번 제대로 못해봤지만, 온 가족이 동네 산 정상에 올랐던 기억. 도랑에서 미꾸라지를 잡아서 추어탕을 해먹었던 기억... 동년배들과는 조금은 다른 경험과 기억들은 나만의 ‘별자리’가 되어 주었다. 그리고 그 기억과 경험들이 나를 있게 만들었다. 유현준 교수의 신작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는 개인적 공간에 대한 이야기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다. 희미한 별빛이다. 이 책은 “희미한 별빛들을 연결해서” 유현준 만의 “별자리를 만들려는 시도(p.440)”다. 이 별자리를 따라가다 보니 기존의 저작들에서 유현준 교수가 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느낌이 온다. 사람이 도시를 만들지만, 도시도 사람을 만든다는 것. 우리 주변의 삶의 터전을 조금씩 바꿔 나가야 한다는 것. 한 번에 도시를 바꿀 수 없지만, 조금씩 나은 공간을 만들어 나갈 때 나은 내가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들 말이다. 공간에 대한 인식과 고민이 지금의 유현준을 만들었듯, 그렇게 유현준의 별자리를 바라보며 나의 별자리를 생각해 봤다. 예전에도 그랬듯이 현재의 공간을, 지금이란 시간을 너무도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녹색이 숨 막혔지만 지금은 그립듯이, 이 순간, 현재의 공간이 나를 만들고, 나의 희미한 별빛이 되어 줄 테다. 나름 열심히 살았다고 믿는다. 지금 이 소중한 내 공간, 이 순간들을 바라보며 그렇게 위안을 얻어 본다. 늘 좋은 선택만을 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차선을 선택하고 살고 있다고, 그리고 내 풍경, 내 별자리는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겠다고. 마치 SNS에 올라오는 포스트 같지만, 내용은 많은 것을 고민케 한다. 당신의 별자리는, 희미한 별빛은 어떠신지 --------------------------------------------------- 노스텔지어는 모두에게 각자의 집을, 고향을, 도시를 만든다. p.108 내가 즐겨 가던 가게가 사라지는 것은 일종의 수몰지역 난민이 되는 기분이다. 가게가 사라지면 나의 추억과 그 시절 그 시간도 함께 사라지기 때문이다. 홍대나 가로수길의 임대료가 비싸서 원주민 가게가 떠나는 것이 안 좋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p.114 버려진 공간은 소중하다. 이 공간들은 모두 여러분이 써주기를 기다리는 공간이다. 버려진 공간이 여러분의 상상력과 만나면 대단한 장소가 된다. p.125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가장 많은 삶을 빚는 공간이다. 그곳이 좋아야 그 사람의 삶의 질도 좋아진다. p.132 김정운 교수의 정의에 따르면 리스펙트는 ‘당신 이야기를 들어보고 내 생각이 틀렸다고 인정하고 나의 생각을 바꿀 수도 있는 상태’라고 한다. p.161 디자인은 장식이 아니라 필연적인 이유에서 나올 때 아름답다. 몽당연필, 조각보, 마포대교의 난간 등을 보면 아름다운 디자인은 필연적인 이유에 앞서 아름다운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p.170 그래서 어느 곳이 되었건 이끼가 많은 곳은 특별하다. 이끼가 있는 공간은 이끼의 양만큼 소외되고 조용하고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p.203 예전에 살던 동네를 혼자서 가보는 것도 좋다. 그곳에 가면 물리적으로는 예전과 같은 공간이라도 다르게 느껴진다. 그 이유는 내 몸이 커져서다. 고안은 항상 사람의 ‘몸으로’ 느끼는 것이다. 예전에 내가 살던 곳에 가서 커져버린 나의 몸을 끼워 넣어보는 것은 마치 성장기에 작년에 입던 옷을 입고서 내가 얼마나 자랐는지를 알아보는 것과 마찬가지다.(p.220) 같은 크기의 몸이라도 마음이 커져서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러한 차이를 통해 지금의 내 현재 위치를 알 수 있다. p.221 계단은 관계를 쌓는다. p.222 건축에서 중요한 원리 중 하나는 ‘감시를 받는 공간은 안전한 공간’이 된다는 점이다. p.235 건축은 나의 위치에 따라 의미가 결정되는 상대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 p.252 클럽은 사람이 인테리어다. 클럽 입구에서 들어오는 손님을 고르는 문지기가 인테리어 디자이너라고 할 수도 있겠다. p.258 배를 타야만 갈 수 있는 공간은 구분된 특별한 공간이다. 연결이 단속적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p.271 도시 속에서 우리에게 허락된 곳은 모두 움직여야 하는 공간뿐이다. 지금의 현대 도시민은 상어와 같다. 부레가 없어 물에 빠지지 않기 위해 계속 헤엄을 치고 움직여야 하는 상어처럼 우리는 현관문(p.281)을 열고 나오자마자 계속 움직여야 한다. 인도 위를 걷거나 차를 타거나 삼을 가거나, 도시 속에서 값을 지불하지 않고 앉아 있을 수 있는 자리는 두 곳이다. 도서관과 벤치, 그중 벤치는 야외 공간에서 앉아서 쉴 수 있는 곳을 제공한다. p.282 공간이라는 것은 이동하는 속도에 따라 같은 공간도 다르게 느껴진다. p.297 권력자들은 다른 사람을 옆에서 볼 수 있고, 아랫사람은 권력자를 볼 때 고(p.333)개를 돌려서 봐야 한다. p.334 삶에 대한 깊이를 더 느끼려면 죽음은 그림자처럼 따라와야 한다. 삶이 빛이라면 죽음은 그림자다. 그림자는 빛을 느끼게 해준다. 가끔씩 죽음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찾아가보는 것도 의미 있는 삶을 위해 좋을 것이다. p.365 보통 어느 사람이 그 도시에 애정을 느끼기 시작하는 시점은 도시의 도로망을 파(p.373)악하면서부터라고 한다. 도로망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나 타임스퀘어 같은 랜드마크 장소가 필요하다. p.374 옆자리에 누가 앉느냐는 그 공간의 성격을 만드는 결정적인 요소다. p.380 우리의 대학생활이 좋은 이유는 우리 진화의 시간 중 가장 긴 시간을 차지했던 수렵 채집의 시대와 가장 흡사한 시공간 경험이기 때문이다. 아직 대학 졸업 전이라(p.385)면 이 수렵 채집 시절의 공간을 잘 즐기기를 바란다. 취업하면 끝이다. p.386 거리는 갈등을 지우는 힘이 있다. p.405 비어 있는 커다란 공간을 쳐다보는 것은 머리와 가슴에 영양가 있는 음식을 주는 것과 같다. p.411 사람의 권력은 그 사람이 소비하는 공간의 체적에 비례한다. p.415 인생도 마찬가지다. 계획했던 길이 막히면 다른 길로 가면 된다. 그리고 그것이 모여서 새로운 평경이 되는 것이다. p.428 인생은 차선이 모여 최선이 되는 것이다. p.429 인생을 살면서 모든 순간이 아름다울 순 없다. 순간순간이 아주 가끔 아름다울 뿐이다. 울니 그 순간들을 이어서 별자리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 삶이 모두 대낮처럼 밝을 수 없고 약간의 별빛만 있다면 우리는 그 별빛들로 별자리를 만들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 p.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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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인스타에서 유현준작가의 [어디서 살것인가]란 책을 본 기억이 남아있는데 유난히 호평이 많아 궁금했었던 책이었다. 아쉽게도 책을 아직 읽어보진 못했지만 그의 신간인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란 책을 먼저 만나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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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 교수님은 알쓸신잡을 통해 알게 되었다 건축과 공간, 그 속에 담긴 의미와 삶에 대해서 반추하면서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을 가져다준다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본 저서는 저자가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겪어온 공간과 느꼈던 단상에 대해서 기술하고 있다 아주 개인적이고 신변잡기적인 것이 아닌가 할 수도 있는데 그 속에서도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
| 알쓴신잡 방송 이전부터 교수님의 책을 읽었고, 지금도 좋아하는 저자인지라 이번에 크레마 구입 후, 첫 이북으로 구매했습니다. 이전 책들은 주로 ‘도시에 관한 지식’이 주였다면, 이번 책은 도시에 대한 기억 및 잔상에 대한 에세이입니다. 특히나 특정 장소에 가면, 떠오르는 기억들에 대해 교수님의 추억을 따라가다 보면, 나에게 비슷한 기억을 갖는 장소는 어디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아마 교수님께서 독자로 하여금 한번더 도시를 단순히 사는 곳이 아닌 추억이 어린 하나의 장소로 기억하기를 의도하여 저술해주신 것이라 생각이 들더라구요.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전에 책들을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도시에 관한 전문적인 건축학적인 해석이 더 들어가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은 아쉬움이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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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유현준 작가의 121가지의 공간과 순간.... 어느 곳에 있든지 벤치는 항상 좋다. 이 도시 속에서 우리에게 허락된 곳은 모두 움직여야 하는 공간이다. 지금의 현대 도시민은 상어와 같다. 부레가 없어 물에 빠지지 않기 위해 계속 헤엄을 치고 움직에야 하는 상어처럼 우리는 현관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계속 움직여야 한다. 인도 위를 걷거나 차를 타거나 산을 가거나, 도시 속에서 값을 지불하지 않고 앉아 있을 수 있는 자리는 두 곳이다. 도서관과 벤치. 그 중 벤치는 야외 공간에서 앉아서 쉴 수 있는 곳을 제공한다. 내가 지금 앉지 않더라도 비어 있는 벤치는 기분을 좋게 한다. 그런 빈 벤치는 나중에 쓸 수 있게 저금해놓은 통장을 보는 듯하다. 벤치가 좋은 또 다른 이유는 다른 사람과 함께 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두 개의 의자를 둔 것과는 달리 벤치는 여러 사람이 앉을 수 있게 의자 상판에 경계가 없다. 그래서 두 사람이 가갑게 앉을 수 있다. 전봇대와 가로등은 멋진 콤비다. 기둥이라는 건축 요소는 참 묘하다. 아무것도 없으면 더 좋을 것 같지만 어떤 때에는 빈 공간에 기둥이 하나 박혀 있으면 그 공간이 내 영역이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골목길이 다 같은 길 같지만 전봇대 기둥이 하나 박히면 그 주변으로 영역이 형성된다. 개들이 전봇대 옆에다 오줌을 누어 영역을 표시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기둥에서 받는 공간의 영역성이라는 느낌은 인간도, 개도 느낀다. 그것은 동물의 본능이다. 밤이 되어서 전봇대에 등이라도 하나 있으면 금상천화다. 사람이 소득이 늘어나면 처음으로 예인해지는 부분이 청각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1970 ~1980년대에는 카세트플레이어인 워크앤이나 마이마이가 인기였다. 1970년대에는 음악다방의 DJ가 인기 있는 직업이었던 시장이다. 좀 더 부자가 되면서 자동차를 사는 마이카 시대가 열렸다. 이때부터 서울 근교의 카페가 장사가 되기 시작했다. 일인당 국민소득이 더 올라가면 냄새에 민감해진다. 그래서 1990년대부터 남자들이 향수를 쓰기 시작했다. 그다음 단계는 촉각이다. 그래서 지금은 만질 수 있는 애완동물 시장이 커진다. 우리나라는 이제 애완동물이라는 단어 대신 반려동물이라는 단어를 쓸 정도다. 21세기에는 쓰다듬는 가전제품인 스마트폰이 나왔다. 서점은 21세기 디지털 정보의 시대에 종이인쇄라는 아날로그 감성이 남아 있는 동시에 촉각의 공간이다. From a distance 가사를 보면 전쟁 중에도 멀리서 보면 평화로워 보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처럼 거리는 같등을 지우는 힘이 있다. 먼 산을 볼 때 더 좋은 것은 나와 산 사이의 넓은 공간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내가 혼자 소비하는 공간은 나의 권력 양을 측정한다. 말단사원의 책상보다 회장님 방이 더 큰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 도시 속에서 나의 공간을 소유한다는 것은 어렵다. 넓은 공간을바라볼 기회도 적다. 그런 상황에서 먼 산을 바라보는 것은 실내 공간은아니지만 잠시나마 큰 공간을 소비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그런 여유는자주 가져도 돈이 들지 않는다. 몬드리안이 말했다. "수직선은 신과 같은 존재를 향한 인간의 의지가 담긴 것이며, 수평선은 모든 사물과 그 사물에 대한 포용을 의미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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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유현준 2.0 / 5.0 건축가인 유현준이 자신의 사적인 경험담을 통해 장소에 대해 이야기하는 에세이입니다. 유년시절, 청년시절 유현준을 만든 공간들에 대해 소개하고 도시의 특별한 요소에 대해 말합니다. 특히 연인을 위한 도시의 소공간 파트가 좋았네요. 건축가라서 그런지 저와는 보는 관점이 달라서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