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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톰보이 리벤저> 리뷰를 쓰면서, 같은 월터 힐 감독의 <와일드 빌>을 잠시 언급했다. 와일드 빌 역시 이른바 즉결처분형 영웅으로서 오늘날 관점에서 보면 단순히 무법을 밥먹듯이 저질렀다는 사실 외에 정치, 사회학적으로 평가할 때 진보좌파 진영으로부터 끔찍한 악마 취급을 받을 법한 행적으로 그 일생이 가득한 인물이라 영화화가 힘들 법한 소재이다. 근데, 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올해 3월 개봉) 브루스 윌리스 주연으로 리메이크 된 '데스 위시' 같은 걸 생각하면 쉽사리 단정짓기 어려운 문제이긴 하다.
이 영화에서는 와일드 빌의 추악하고 비겁한 족적보다는, 늘그막에 들어서 깊은 회의를 품게 된(그러면서도 총솜씨만큼은 여전히 단호한) 인생 말년을 주로 조명했다. 그에게 반드시 응징을 가해야겠다는 여러 '라이벌'들이 등장하는데, 물론 전투 스킬이나 침착성이나 노련미 면에서 상대가 안 되므로 모두들 비참하게 나가떨어진다. 와일드 빌을 마냥 미화하는 게 아니라, 앞서 말한 것처럼 가장 가까운 지인들이나 그로 인해 이득을 본(역시 와이오밍 주 안의 정치공학, 계급 구조 등을 고려해야 함. 어떤 거물이든 개인의 기질이나 솜씨만으로 유명해지는 게 아님) 작자들조차 그를 성큼 지지하는 데 주저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지 같이 고민하는 과정에 영화의 재미가 있다(굳이 찾자면 말임).
어제 리뷰에서도 말했지만 남자인 와일드 빌 못지 않게 성격 드럽고 총도 곧잘 쏘는 편인 컬래미티 제인이 등장하여 이 빌어먹을 와일드 빌 옆에서 일생의 동반자 노릇을 하....려고 시도하지만 둘 다 성격이 장난 아니기 때문에 그마저도 쉽지 않다. 컬래미티 제인은 실물로 와일드 빌과 나이 차가 제법 나지만, 이 영화에서의 엘런 바킨은 외견상으로는 그 정도가 아니어 보여도 제프 브리지스(<아이언 맨>1편에서 오너인 토니 스타크 뒤통수 치는 CEO, 또 <R.I.P.D>에서 카우보이 복장하고 귀신 잡으러 돌아댕기는 저승사자)와 별 차이가 안 난다. 놀랍게도 컬래미티 제인을 연기한 배우들 중에는 정말로 당대의 한다하는 스타들이 많았는데, 진 아서(이분은 역시 같은 시대의 와이오밍 주가 배경이었던 <셰인>에서 그 농장주의 아내이자 셰인에게 묘한 연정을 품는 분으로 나옴. 가상 캐릭터인 셰인은 말하자면 이 와일드 빌과 정치적으로 정반대 포지션의 영웅이라고 볼 수 있음)라든가 (무려) 도리스 데이가 있다. 이들 선배들에 비하면 오히려 엘런 바킨은 커리어의 무게가 현저히 떨어지는 편이다.
엘런 바킨이 술집에서 괄괄한 성격을 부리며 찌질한 주정뱅이(물론 남자)들을 주먹으로 후려치는 장면 같은 건 보는 이에 따라 후련하다고도 하고 어설퍼서 민망하다는 반응도 있다. 어제 내가 <톰보이 리벤저> 리뷰를 올리고 나서 네이버 영화 Db에 잠시 들어가 보니 대뜸 처음 눈에 띈 글이 '... 남자로 분장한 미셸 로드리게스 연기 때문에 영... ' 같은 것이었다. 나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라기보다 오히려 차라리 반대. 남자 연기가 더 나았다는 생각ㅋ), 여기서의 바킨 연기도 그럭저럭 매력 있게 보였는데(물론 컬래미티 제인은 아무리 그래도 100% 여자임. 무슨 수술 받으신 분 아님) 아마 이에 대해서도 사람들마다 대충 반응의 결이 비슷할 듯하다.
세상을 덜덜 떨게 만든 무법자가, 아무것도 아닌 찌질이라든가, 캐어 보면 자기 자식일지도 모르는 애송이한테 '등 뒤에서 총을 맞고' 허무한 최후를 맞는다는 이야기는, 특히 미국에서 꽤 인기 높은 테마이다. 그래서 정말로 실물의 총잡이들이 어쩜 그렇게 공통분모를 그리면서 한 세상 마쳤나 싶어도, 과연 어디까지가 대중의 윤색이고 어디서부터가 팩트인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아직 리뷰는 안 썼는데 예컨대 이 영화보다 28년 먼저 나온 <황야의 분노> 같은 경우, 프랭크 탤비라는 가상의 무법자를 주인공으로 삼았는데, 닥 할리데이와 와일드 빌, 혹은 제시 제임스 따위를 적당히 섞은 티가 너무도 뚜렷하다.
초반에 휠체어를 몰고 과거 불구자가 된 복수를 하겠다며 싸움을 거는 윌 플러머 역이 인상 깊을 텐데, 이분은 <쥬라기 공원 1>에서 늘씬한 각선미를 자랑(마이클 크라이튼의 원작 소설에도 이 구절이 있음)하는 엘리 새틀러 박사로 나왔던 로라 던의 부친인 브루스 던이다. 이분 얼굴이 워낙 눈에 익어 딸 얼굴을 보면 이분이 겹쳐 떠올라 약간 메스꺼워지기도 하는데 아버지와 닮은 딸들에게 공통적으로 겪게 되는 난감한 체험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이 영화는 은근 호화 캐스팅인데 다른 영화에서처럼 깔짝깔짝거리며 아는 척하다 한 대 대차게 얻어터지는 찰리 역에, 작년에 죽은 존 허트가 나왔고, 그 외에도 다이언 레인, 키스 캐러딘(데이빗 캐러딘의 동생인데, 형 데이빗 캐러딘은 <위기의 핵잠수함>에서 인상 깊은 조역이었고 무엇보다 <킬빌>의 '타이틀 롤'이었다는 게.... ) 등 반가운 얼굴이 줄줄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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