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위 책의 번역본이 바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이다. 번역본을 먼저 읽은 관계로 영어 원본이라 할지라도 쉽게 읽어 내려갈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내 착각일 뿐이었다. 대학에 다니면서 접한 원서라곤 전부 전공 서적일 뿐이었다. 당연히 생명공학적 단어들에만 익숙했을 뿐, 이런 사화과학 서적에 어울리는 단어들은 처음이었다. 덕분에 한 페이지를 모르는 단어 없이 넘어가는 적이 없었다. 최소한 한 문단에 한 단어 이상 모르는 단어가 튀어나왔다. 얼마 전 새로 마련한 영한사전을 열심히 뒤져가며 다시 학생이 된 기분으로 영어 공부를 하게 되었다. 탈북한 기자인 주성하씨는 김일성종합대학 영문과 출신이다. 평양 출신도 아니면서 김일성대에 들어간 것을 보면 출신 성분은 그렇게 좋지 않지만 지방에서 엄청나게 공부를 잘했었을 것이다. 그런 그가 우리나라의 영어 원서 번역본에 대해 북한에 비한다면 번역의 품질이 많이 떨어지는 편이라고 하였었다. 북한은 필요한 영어 원서가 있다면 국가가 나서서 번역을 하기 때문에 그 품질이 매우 뛰어난 편이라고 한다. 번역은 또 다른 문학의 창작이 아니던가. 다만 남한이 북한보다 번역되는 양은 어마어마하게 많다고 한다. 다만 러시아어나 중국어도 된 서적의 경우는 북한의 품질이 훨씬 뛰어나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원서에서는 조금 다른 의미로 쓰였는데, 번역을 거치며 조금 다른 느낌 또는 내용으로 번역된 곳들을 많이 발견하게 되었다. 원서에는 '전제'(全提)라는 의미의 영어 단어가 쓰였는데, 거꾸로 번역본엔 '모티프'로 엉뚱하게 바뀌어있기도 했다. 한글에 또는 영어에 익숙한 세대이다보니 굳이 한자어로 바꾼 것이 아니라 영어를 썼을까? 이 책에서는 1930년대 독일의 히틀러와 이탈리아의 무솔리니같은 아웃사이더들이 어떻게 권력을 쥐게 되었는지, 그리고 1960~1970년대 남미의 여러 국가들에서 어떻게 독재 국가가 형성되었는지 밝히고 있다. 그들은 모두 주류 정치인들이 아니었고, 한 번도 선출된 권력을 쥐어본 적이 없었던 사람들이었지만 주류 정치인의 선택이나 지지, 또는 대중의 환호를 배경으로 그 권력을 쥘 수 있었다. 어떤 과정을 거쳐 권력을 쥐게 되었든 그들은 처음부터 독재를 주창하지 않았다. 서서히, 합법적인 틀 안에서, 또는 전격적이거나 대통령령같은 방법을 통해 천천히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했다. 미국 남북전쟁이라는 극단적 대립을 겪기도 했다. 이는 노예제에 대한 남부와 북부의 대립이기도 했지만 정치적으로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싸움이기도 했다. 비록 남북전쟁이 북부의 승리로 끝나기는 했지만 흑인의 투표권을 둘러싼 다툼은 계속되었다. 그들의 투표권을 그냥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인두세, 재산요건, 읽고 쓰는 능력, 이해하기 어려운 투표 용지 등으로 투표권을 차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1930년대에 불어 닥친 대공황은 행정부의 권한을 더욱 강력하게 했고, 그것에 대한 의회의 견제는 무력해지기도 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도 견제와 균형같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규범을 통해 민주주의는 성숙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 이러한 규범은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은 서로 권력을 쟁취하고, 정치를 이뤄가는 상대방으로 인정하는 전통이 지금은 무너져 가고 있는 것이다. 서로를 적이라 칭하고, 상대방을 정치의 동반자가 아니라 거의 죽여 없애야 할 대상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도 먼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닌 듯 하다. 우리나라는 어떠한 선출된 권력을 거치지도 않았던 정치 신입생을 대통령으로 뽑고 말았다. 그런 정치 초보가 벌이는 온갖 악행들이 현재 진행형으로 벌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뉴라이트가 득세하고, 신 친일파가 설치는 세상이 되었다. 노무현과 문재인으로 이어진 세상으로 인해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도 최소한 우리나라는 시스템적으로 잘 돌아갈 줄 알았다. 하지만 결국 제왕적 대통령제의 극단을 결국 우리는 마주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쉽게 무너질 줄은 몰랐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으니, 한 번도 정치의 가운데 서 있지 않았던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는 일이 벌어졌으니 말이다. 다만 그의 두 번째 임기를 하지 못하고 민주당에 대권을 넘기고 말았다. 저자들은 어떻게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쉽게 흔들리는지 그 역사적 과거로부터 현재적 시점에서 벌어지는 일들까지 나열했다. 그렇게 민주주의는 허약하기만 한 제도였던 것인가? 아마도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 어떻게 민주주의를 회복할지에 대해 조금은 조심스럽게 몇 몇 방안을 제시한다. 그것들은 전혀 새로운 것도 아니고, 과거에도 있었던 일들이었다. 과연 저자들이 제안한 방법이 우리나라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과연 뉴라이트나 신 친일파를 척결하지 않고, 그들은 상대방으로서 존중해 주어야 할까? 어쩌면 그들이 행했던 방법과 비슷하게 그들을 몰아내지 않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회복할 수 있을까? 이러한 때일수록 극단주의자들을 배제한 엘리트들의 연합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여당에도 건전한 생각을 가진 보수도 있을 것이고, 최소한 그들과는 정파를 떠나 같이 연합을 형성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아마도 저자들이 바라보는 민주주의의 회복 방법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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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HOW DEMOCRACIES DIE - 지은이 : Steven Levitsky & Daniel Ziblatt - 옮긴이 : - 출판사 : Broadway Books - 미국의 민주주의의 어떻게 죽어가는지 이야기 하고 있다. 미국 민주주의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양당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다른 소수정당은 사실상 설 자리가 없는 구조이다. 이러한 양당 체제에서는 선거나 국정운영 등에서 불문율이 있다. 일종의 묵시적 인내(용인)(tolerance)와 관용(관대)(forebeance이 존재한다. 이러한 암묵적 인내와 관용이 무너지면서 미국의 민주주의가 무너져 가고 있다고 한다. 특히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 상대방에 대한 혐오, 비난 등이 폭주하고 있고 그로인해서 일반사람들이 그저오 혐오, 비난은 용인이 되는 분위기가 되고 있고 이는 더 심각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즉 트럼프보다 더 심한 극우적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되면은 미국은 심각한 독재 국가로 기울 가능성이 있다. 만약 미국이 그냥 아프리카의 국력이 약한 나라라면은 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작으므로 미국 지식인이나 세계의 여러나라들이 걱정을 덜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전 세계 경찰을 자처하는 나라이고 세계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나라이다. 이러한 나라의 대통령이 예측 불가한 독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라면 특히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골치아픈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죽어가는 미국의 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 일은 바로 다민족적이면서 동시에 진정한 민주적인 국가를 운영하는 일이다. 이러한 일은 역사상 아주 소주의 국가만이 이루어 낸 일이다. 그러지만 이는 미국에게 기회이고 만약 미국이 이러한 일을 이루어낸다면은 우리나라도 그러한 일을 이루어 낼 수 있다. 왜내하면 우리나라도 미국 못지 않게 민주주의가 죽어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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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서문에서부터 상당히 흥미로운 주장을 펼친다. "오늘날 민주주의의 붕괴는 다름 아닌 투표장에서 일어난다"는 것. 그리고 1장에서는 이솝우화를 인용하면서 논지를 펼친다. 말과 사슴이 싸움을 벌였는데 말은 사냥꾼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사냥꾼은 흔쾌히 응하면서도 조건을 달았다. 자신이 잘 조종할 수 있도록 말 너에게 마구를 채우고 고삐로 연결해 안장에 앉겠다는 것. 말 역시 동의했고 덕분에 사슴을 물리칠 수 있었는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마구와 안장을 이제 풀 것을 요구하자 사냥꾼이 거절한 것이다. "뭘 그렇게 서둘러? 이제 막 시작인데!" 하면서. 이솝우화에 이렇게 흠칫하고 섬찟한 일화가 있었다니. 사냥꾼은 결코 무력이나 어떤 압력을 이용해 말을 통제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아주 '민주적'인 절차로 상호간에 합의에 의한 것이었고 도움을 먼저 요청한 것도 말이었다. 마지막에 가서 일이 이상하게 되었다 해서 누굴 딱히 탓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되버린 것. 그래서 민주주의는 "너는 백성 민이고 내가 주인 주"라는 웃픈 이야기까지 나오는 것 아닐까.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전제주의를 암시하는 네 가지 신호"가 있다는 점이었다. 즉, 민주적인 절차로 투표를 통해 지도자를 뽑는 데 있어 그 지도자가 실은 전제주의를 옹호하는 지독한 독재자는 아닌지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이 있다는 점이다. 1. 민주주의 규범을 거부하거나 그걸 지키려는 의지가 부족 2. 정치 경쟁자에 대한 부정 3. 폭력에 대한 조장이나 묵인 4. 언론 및 정치 경쟁자의 기본권을 억압하려는 성향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가 있지 않나? 맞다. 바로 도널드 트럼프다. 책에서도 그를 직접 지목한다. 1. 그는 재선 실패 후 선거 불복 의사를 내비쳤고 정당성마저 부정한 적이 있다. 2. 상대 정당을 근거도 없이 범죄 집단으로 몰아세운 적 있다. 3. 그의 지지자들이 광폭했을 때 비난이나 처벌은 커녕 오히려 암묵적으로 동조한 적 있다. (작금에는 푸틴을 대놓고 옹호하고 있음) 4. 자신의 성향과 맞지 않는 언론인은 출입을 금지 시키거나 발언권을 제한한 적 있다. 트럼프가 워낙 위 기준들에 꼭 맞는 전형적인 인물이라 그렇지 실은 그 비스무레한 정치인들은 상당히 많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자본주의와 더불어 민주주의 역시 그 한계를 직접적으로 지적하면서 그에 대한 대안 혹은 쫌 더 과격하게는 체제 자체를 변화 시키려는 움직임 역시 우리가 관심을 덜 가져서 그렇지 생각보다 많이 있다. 대선은 지났지만 선거는 아직 남아 있다. 책에서 제시한 저 네 가지 기준들만 놓고 재봐도 적어도 4가지 없는 정치인들은 걸러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