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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여인- 버지니아 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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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은 세 명의 여자이다. 첫 번째는 책제목에서 연상되는 1923년의 런던 교외에서 사는 울프 부인, 1949년 LA의 로라 브라운 부인, 마지막은 1990년대의 뉴욕에 살고 있는 댈러웨이 부인이다. 어떻게 각각 다른 시대를 살고 있는 세 명의 여인들을 묶은 구성이 독특하고 훌륭하다. 정말 훌륭하다. 99 퓰리처상 수상작으로 퓰리처상의 명예에 조금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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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은 세 명의 여자이다. 첫 번째는 책제목에서 연상되는 1923년의 런던 교외에서 사는 울프 부인, 1949년 LA의 로라 브라운 부인, 마지막은 1990년대의 뉴욕에 살고 있는 댈러웨이 부인이다. 어떻게 각각 다른 시대를 살고 있는 세 명의 여인들을 묶은 구성이 독특하고 훌륭하다. 정말 훌륭하다. 99 퓰리처상 수상작으로 퓰리처상의 명예에 조금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혹자는 상을 타는 작품은 난해하고 재미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책은 재미있다. 글자도 크고 여백도 있어서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까지 상탄 작품이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던 사람들은 그 선입견을 깨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인상깊은구절]
여보. 또다시 미치고 말 거라는 확신이 느껴져요. 또 한 차례의 어려운 고비를 이제는 잘 넘길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이번에는 회복될 것 같지도 않고요. (중략) 나에게서 모든 것이 다 사라졌지만 당신의 선량함에 대한 확신만은 남아 있어요. 저는 더 이상 당신의 삶을 망칠 수 없어요. 저는 생각할 수 없어요. 우리보다 더 행복할 수 있었던 두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l******e 2000.12.27.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울프'의 재창조 - 커닝햄이 말하는 '세월'
"'울프'의 재창조 - 커닝햄이 말하는 '세월'" 내용보기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려있던 피천득의 수필에 언급되었던 버지니아 울프의 '세월'과 그 무렵 책받침이나 연습장 표지로 자주 실려있던 박인환의 시 목마와 숙녀에 나오는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하는 대목을 보면서 사춘기 시절의 감성을 익힌 나는 어려서부터 막연히 버지니아 울프의 '세월'에 대한 동경을 갖고 있었다. 언젠가는 그 버지니아 울프
"'울프'의 재창조 - 커닝햄이 말하는 '세월'" 내용보기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려있던 피천득의 수필에 언급되었던 버지니아 울프의 '세월'과 그 무렵 책받침이나 연습장 표지로 자주 실려있던 박인환의 시 목마와 숙녀에 나오는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하는 대목을 보면서 사춘기 시절의 감성을 익힌 나는 어려서부터 막연히 버지니아 울프의 '세월'에 대한 동경을 갖고 있었다. 언젠가는 그 버지니아 울프의 '세월'이란 책을 꼭 읽어야지 하는 생각을 항상 품고 있었다. 얼마간의 세월이 지난 후 영국의 여류감독 '샐리포터'가 감독한 영화 '올란도'를 보았고 그 원작자가 버지니아 울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때마침 일어난 페미니즘 텍스트들의 붐에 힘입어 나는 다시 버지니아 울프라는 작가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문고판으로 이미 나와있던 소설 '댈러웨이 부인'과 수필 형식을 띤 '자기만의 방'을 거쳐 나는 마침내 울프의 소설 '세월'을 찾아내어 읽을 수 있었다. 울프의 '세월'은 내 막연했던 추측과는 달리 피천득 수필의 감상적 분위기와 박인환 시의 낭만적인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책이었다. 실망한 건 아니지만, 그 소설을 읽을 만한 삶의 경험을 가지고 있지 못하던 당시의 나는 여러 명의 등장인물이 등장하고 오랜 세월에 걸친 인간사를 세세하고 담담하게 묘사했다는 책 정도로 그 책을 기억 속에서 밀어내고 있었다. 또다시 몇 년의 세월이 지난 후, 열렬한 독서가는 아니지만 이따금 서점에서 시간을 죽이는 일을 즐기고 최근엔 인터넷 도서 할인점도 가끔씩 뒤적이던 나는 예스 24인가 하는 어느 인터넷 서점에서 마이클 커닝햄이란 다소 낯선 작가의 소설 '세상 끝의 사랑'을 발견하게 되었고 커닝햄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다시 그의 근간 소설 '세월'을 구입해서 읽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커닝햄의 '세월'은 책장을 덮은 후 다시 한번 더 들춰보고 싶은 매력을 가진 작품이라 말하고 싶다. 특히 버지니아 울프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거나 그녀의 작품 '델러웨이 부인' '세월'을 읽은 사람이라면 단순한 독서의 재미 이외에 이 책들을 비교하며 읽는 이중의 지적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의 대표적 한 경향인 패러디 문학의 형식을 갖고 커닝햄은 감히(!) 버지니아 울프에 도전장을 내민 셈이고 결과는 99년 퓰리쳐 상과 펜 포크너 상 수상이라는 영광으로 문학계의 인정까지 받은 셈이다. 나 역시 커닝햄의 '세월'을 읽으며 문득문득 책장을 덮고 울프의 책을 뒤적거려가며 감탄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물론 커닝햄의 '세월'은 단순한 울프의 패러디에 그치지 않고 그 나름대로의 독자적인 깊이를 갖추고 있으며 굳이 울프를 모르거나 관심없는 이들이 읽어도 충분히 빠져들만한 소설적 재미 또한 있다고 생각한다. 간결한 문장과 대화체를 이용해서 일상의 비밀들을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민감하게 건드리며 죽음, 고독, 에이즈, 동성애 등 내면의 문제와 사회적 문제들까지 지나친 감정이나 주장으로 포장하지 않고 담담히 서술함으로써 뜻밖의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아무튼 이 소설은 울프의 소설을 현대의 미국으로 옮겨와서 그 당시 울프의 소설이 가졌던 사회적 영향보다 한 발 더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것이 아닌가 하는 섣부른 평가까지 내려본다. 외국 소설들의 번역작품들이 항상 그렇듯이 그 소설이 씌여진 시대의 사회적 배경과 소설가에 대한 약간의 이해를 더한다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커닝햄은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이고 남자애인과 동거하고 있는 '커밍아웃'한 동성애자이다. 그의 작품에는 동성애자가 늘 등장하고 마약이나 히피문화, 뉴욕이라는 독특한 문화적 배경이 자주 등장한다. 이 소설에서는 세 가지 이야기가 번갈아 가며 전개된다. 한 가지는 실존 인물 '버지니아 울프'가 자살하는 1923년의 런던에서 일어난 일이고, 다른 한 가지는 1949년 미국 LA의 로라 브라운이라는 평범한 주부의 하루동안의 일탈, 마지막은 1990년 뉴욕에서 댈러웨이 부인이라는 별명을 가진 클래리사 보건이 자신의 친구이자 작가, 에이즈 감염인인 리처드와의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 그것들이다. 세 가지 이야기는 당연히 독립적으로 전개되지만 마지막 장에서 독자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면서 하나로 합쳐진다. 일례로 울프는 리처드와 겹쳐지기도 하고 로라브라운은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과 또한 클래리사는 작가와 혹은 '델러웨이 부인'과 혹은 울프의 '세월'에 등장하는 엘리너와 겹쳐지기도 한다. 아무튼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삶과 죽음의 비밀을, 시간의 비밀을 엿보고 싶어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마이클 커닝햄의 소설 '세월'을 권한다. 아울러 가족의 해체와 새로운 인간관계 맺기를 시도하는 그의 소설 '세상 끝의 사랑' 또한 읽어보길 권한다.
j******n 2000.01.2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