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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힘]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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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서의 부름'에서 톨스토이 작품을 읽기로 했다. 톨스토이 이야기를 먼저 꺼낸 건 나였는데, 러시아어를 오래 배우면서 그의 작품을 좀 읽어봤기 때문이다. 대중적인 단편은 이미 많이 읽어서 새로운 작품을 찾아보았는데, 그때 눈에 띈 것이 '어둠의 힘'이다. 10월 초... 체호프의 단막극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게 9월 말이라 희곡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톨스토이가 쓴 몇 편  안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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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서의 부름'에서 톨스토이 작품을 읽기로 했다. 톨스토이 이야기를 먼저 꺼낸 건 나였는데, 러시아어를 오래 배우면서 그의 작품을 좀 읽어봤기 때문이다. 대중적인 단편은 이미 많이 읽어서 새로운 작품을 찾아보았는데, 그때 눈에 띈 것이 '어둠의 힘'이다. 10월 초... 체호프의 단막극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게 9월 말이라 희곡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톨스토이가 쓴 몇 편  안 되는 희곡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게 이 작품이었다.

이 희곡은 다브이도프 검사가 맡았던 꼴로스꼬프 사건에 기반한 작품이다. 그 사건을 요약하자면, 한 남성이 자신의 딸을 강간해 아이를 낳게 하고 아내와 함께 그 아이를 처리한 엽기범죄이다. 자신의 딸의 결혼식에서 죄를 고하고 시체를 찾기 위해 땅을 파헤쳤다고 한다. 

작품은 5막으로 이루어져 있다. 1막에서는 아니시야 (지주의 아내)와 니키타 (소작농의 아들)의 관계가 드러나고, 마뜨료나 (니키타의 어머니)가 아니시야에게 남편인 표트르를 죽이는 것이 어떠냐고 부추긴다. 2막에서는 그들이 계획을 실행하고 표트르가 죽는다. 3막은 니키타와 아니시야의 불행한 결혼생활을 다룬다. 표트르와 그의 전 아내 사이에서 난 딸인 아꿀리나가 니키타를 유혹한다. 4막에서는 아꿀리나가 누군가와 약혼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4막 두번째 장면에서는 니키타가 자신과 아꿀리나 사이에 난 아이를 죽인다. 5막은 아꿀리나의 결혼식인데, 니키타가 결혼식 한복판에 난입해 자신의 죄를 고한다.

이 작품은 적어도 세 차원에서 역겹다. 첫번째 역겨움은, 이 끔찍한 이야기의 원본이 되는 사건이 있었던 것이다. 이 이야기는 원래 사건을 순화시킨 것으로, 아꿀리나는 니키타의 친딸이 아니며 니키타는 얌전히 순경에게 잡혀갔다.

두번째 역겨움은, 등장인물이 다수 등장하고 은유적인 말과 농민의 언어가 뒤섞여 있는 가운데, 각각의 개성이 명확하고 이야기가 생동감있게 진행되어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재미있다는 것이다. 남편을 죽일까 말까, 죽인다면 어떻게 죽일까를 고민하는 아니시야와 마뜨료나의 대화나, 죄를 저지르고 술에 취해 아버지에게 큰소리 치는 니키타나, 아꿀리나의 자격지심 섞인 유혹은 작중 인물을 굉장히 사람처럼 보이게 하고... 결정적으로 재밌다. 원본이 되는 사건을 모르고 읽기 시작해서 초반에는 적당히 남편을 죽이고 니키타와 결혼한 아니시야가 또 바람을 피우고, 니키타도 맞바람을 피우는 러시아적인 내용일 줄 알았다.

세번째 역겨움은, 톨스토이가 이 작품을 각색하면서 의도적으로 '악녀들'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원본 사건의 범죄를 주도한 꼴로스꼬프를 자신의 옛 연인인 마리나와 헤어지고 아니시야와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며 무서운 어머니에게 휘둘리고 딸에게 유혹받는 인간으로 그리고 있다. 영아살해 역시 니키타가 주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여자들이 니키타에게 힘 좀 쓰라고 종용한 것이다. 이렇게 악녀 캐릭터를 추가하며 톨스토이는 꼴로스꼬프를 자신이 저지른 악을 인지하며 신에게 용서를 구하는 유일한 인물로 만들었다.

표현도 멋드러지고 등장인물도 사람같이 느껴지지만 전체적으로 끔찍한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인간의 심연을 보고 기분이 나빠지고 싶다면 읽어보세요.

k*******7 2023.10.3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