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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오면서 많은 만남과 이별을 경험했다. 처음 하는 사랑의 이별에 너무도 가슴이 아파 죽을것만 같은 느낌을 갖기도 했고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과의 자잘한 이별들. 가슴이 아플 정도로 이별이 힘들었지만 그동안 많은 이별을 연습했던건지 이제는 이별하는데도 그렇게 마음이 아프지 않다. 서운하고 아쉽지만 또 볼 수 있겠지 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동안의 많은 이별 연습에 이별의 아픔에도 어느 정도 무뎌진것도 같다. 그래도 이별은 역시 슬프긴 하다. 마음이 약한 나는 저절로 눈물이 흐르기도 하더라.
나는 러브 스토리를 좋아한다. 러브 스토리만큼 나를 기쁘게 하는 것도 없다. 러브 스토리를 읽으며 나는 사랑을 꿈꾸고, 그들의 사랑에 동조하며 주인공 들의 감정에 깊이 이입되어 보게 된다. 그러면서 나는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기대되는 러브스토리를 읽었다. 알랭 드 보통과 공동기획한 장편소설로 알랭 드 보통은 사랑에 대한 낭만주의자인 40대의 남자 벤이 말하는 부부 이야기를 담았다면 정이현은 이십대 남여의 가장 보통의 연애 이야기를 담았다. 사랑에 대한 환상과 러스 스토리의 끝은 결혼이라는 해피앤딩을 다루지 않았다. 우리가 많이 겪어왔던 보통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들의 첫만남. 민아와 준호는 그들의 첫만남을 각각의 방식으로 기억했다. 서른 살의 준호. 그의 기억은 셔츠에서부터 시작됐다. 예전 애인의 200일 기념으로 사준 셔츠를 기억했고, 몇 번의 연애에서 그녀들이 사준 셔츠를 외면하고 다른 셔츠를 입고 가기로 한 준호. 그는 입고 있는 셔츠의 얼룩으로 인해 진한 녹색의 카디건을 하나 사 그 얼룩을 가리고 두살 연하의 그녀를 만나러 나갔다. 그를 이해해 줄 것 같은 여자를 만났다.
스물여덟 살의 민아. 두분이 모두 공무원인 그녀의 부모는 정년 퇴임 전에 결혼시키려고 은근한 채근을 하고 있었던 차에 대학 동창으로부터 소개팅을 제안받는다. 소개팅 날 머리를 감으려고 샴푸를 하려하지만 샴푸를 사야한다는 걸 깜빡한 민아. 그녀는 미용실로 향한다. 개인적인 욕실을 갖고 싶은 그녀, 그녀가 좋아하는 바닐라 향이 나는 샴푸를 오로지 혼자 사용할 수 있는 날을 꿈꾸는 게 그녀가 생각하는 결혼이었다. 소개팅에 나온 남자는 같은 동네에 살고 무언가 통하는 느낌이 들었다.
결혼을 꿈꾸는 미혼남녀의 사랑. 이들은 운명적인 사랑을 꿈꾼다. 그 사랑을 이루고자 하는 열망으로 사랑하고, 자신의 모든 이상을 꿈꾼다. 나의 모든 것을 이해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과 내가 감추고 싶은 것은 최대한 늦게까지 몰랐으면 하는 것. 언젠가는 말해야겠지 하지만 그게 마음처럼 쉽지는 않다. 감추고 있다가 우연하게 다른 사람으로 알게 되면 느끼는 실망과 신뢰에의 부정때문에 사랑하는 이들은 때로 힘들어한다. 내가 진짜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인지. 조금은 불안하다. 준호와 민아가 느끼는 점들을 각각 이야기한다. 그들이 사랑을 시작하고 어떠한 이유로 점점 시들해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사람의 이별이란 거의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구나 싶었다. 막 사랑에 빠져 있을때 어느 누구의 말도, 어느 누구의 시선도 눈에 들어오지 않지만 그 사랑이 무르익고 어느 정도 권태에 빠질 때쯤 아주 작은 사소한 것 하나에서 조차도 말다툼을 하고 자기 마음을 몰라 주는 것 같아 실망하곤 하는 것 같다.
핑크빛 로맨스 소설을 기대했던 내게 이들의 덤덤함은 좀 의외였다. 연애소설은 연애소설 다워야 하지 않느냐고 외쳐보고 싶지만, 이 또한 연애소설의 다른 모습이니 할 말이 없다. 이들의 덤덤함이 너무도 사실적으로 다가와 우리 곁의 누군가를 보는 것 같았다. 많이들 이렇게 사랑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런 연애 한 번쯤 안해 본 사람이 없을 것이니, 사랑을 한 번쯤 해 본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우리들의 모습과 너무도 닮은 모습에 많은 공감을 할 것이다. 혹은 뜨끔할지도 모르지. 에필로그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졌다. 에필로그가 없었기 때문에 마음속에 잔잔한 여운을 오래도록 남기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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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무엇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다 다를 것이다. 개인이 겪은 사랑의 내용에 따라 제각각 다른 답을 내놓을 것이므로. 이 책을 덮고 나서 내가 내린 사랑에 대한 답은 ‘물음표에서 시작해서 마침표로 끝나는 외나무다리’ 다. 책에 적혀있는 대로 우리는 만날 때와 헤어질 때의 인사가 동일하다. 처음 만났을 때 안녕? 이라고 한다면 헤어질 때는 안녕! 이다. 물론 다른 다양한 인사도 있지만. 처음 안녕? 이라고 했을 때는 상대방에 대해 알고 싶다는 호기심이 들어있다. 그리고 상대방에 대해 안녕을 빌어줄만한 아량과 배려가 가득하다는 것을 몸과 마음으로 보여주려는 의지가 가득하다. 그러나 안녕! 이라고 느낌표를 찍고 나면 어쩐지 나머지는 알아서하라는, 상대방에 대한 책임감에서 놓여나고 싶다는 결연한 의지가 보인다. 사랑이란 상대방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해서 함께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동안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겪다가 -대부분 그 우여곡절은 아슬아슬하고 충격적이지만 발밑에 보이는 격랑을 함께 보는 즐거움과 적어도 그 격랑에 빠지지 않았다는 안도감에 행복감을 느낀다- 마침내 외나무다리를 지나 땅위에 발을 내딛을 때쯤이면 모험에 대한 즐거움 대신 보다 안정적인 느낌에 안도하는 것이다, 라는 메시지를 이 책에서 받았다. 이때 함께 한 시간을 추억으로 간직한 채 각자의 길로 걸어가는 사람이 있겠고, 그 즐거운 시간을 연장하고 싶은 마음과 함께 걸어온 외나무다리의 추억을 매일 매일 공유하겠다는 마음으로 결혼까지 이어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 등장하는 두 쌍의 연인들은 헤어짐을 선택한다. 안녕! 이라고. 티비 드라마가 문제라는 생각을 해본다. 어디서든 공격적으로 눈에 들어오는 드라마는 의례 행복과 즐거움이 넘치는 낙원을 묘사하고 있으며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한다. 불가능은 약간의 고통과 의지로 극복되고 드라마 속의 누추한 현실은 어느 덧 새로운 낙원이 되고 만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런 낙원을 보여주는 것을 극도로 조심하면서 되도록 현실에 가깝도록 조명을 비추고 싶어 한 하나의 연극 장면 같다. 물론 실제 현실의 누추함은 되도록 피해가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지만. 평범한 집안의 맏딸인 민아와 결국 평범의 범주 안에 들어가는 둘째 아들 준호, 준호의 친구인 도영과 그의 ‘궁극의 그녀’는 사랑을 결혼으로 연결시키지는 않았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들은 상대방보다 자신을 더 많이 사랑하고 있었다. 먼저 악역을 자처하지 않겠다는 이유로 열정이 식어버린 만남을 미지근하게 지속하고 있던 민아와 준호의 만남은 민아의 단기 어학연수로 인해 헤어짐을 사실화 한다. 그러나 둘은 민아가 어학연수에서 돌아와서 다시 한 번 만나는 시간까지도 그 무덤덤한 관계를 해결하지 않는다. 이런 걸 보면 차라리 한 쪽은 울고 불며 욕을 하고, 한 쪽이 나쁜 사람이 되는 그런 사이가 훨씬 더 인간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둘은 아무렇지 않은 채 다음을 기약하고, 또 서로가 그 다음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 안녕! 이라고 말한다. 마치 내일 또 만나는 연인들처럼. 요즘 말로 하자면 쿨 한 면의 정수를 보여준 거다. 누구나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먼저 상처받지 않으려고, 현재의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청춘들을 보면서,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동안 느꼈던 아슬아슬하면서도 즐거운 기분을 거기까지만! 이라고 외치는 청춘을 보면서 시대가, 기성세대들이 그들의 이런 현실을 만들어놓지는 않았는가 생각하니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이것은 현실 속에서 무수히 일어나는 한 단면 뿐 이라는 것을. 그리고 다른 많은 형태의 사랑들이 무수한 단면을 이루며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을. 그래서 시종일관 안개 속처럼 어슴푸레하기만 한 이 사랑의 이야기도 담담하게 인정하며 책을 덮는다. 사랑은 지극히 개별적이고, 모든 사람에게 다 다르게 적용하는 묘약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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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간의 사랑을 다루는 연애소설..호기심이 생긴다. 때로는 격정적인 사랑으로 흥분시키기도 하고 , 아기자기한 핑크빛으로 오글거리게도 하면서.. 소설에서 기대하는 사랑의 이야기는 이렇듯 평소에 내가 해보지 못한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 들인 것 같다 그래서 유난스런 커플들을 보게 되면 이런 말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소설 같은 사랑을 하고 있네... " 하지만 여기에는 '일반적인 보통의 연애'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소설이 있다.
정이현과 알랭 드 보통의 공동기획 장편소설 <사랑의 기초> 그중 정이현의 <연인들>이다.. 정이현작가의 이야기를 오랫동안 기다렸다. 허리를 꼿꼿하게 곧추세운 느낌표(!)라고 생각했던 사랑이 이제는 말줄임표(...)로 이동하는 그 길 위에서 이 소설을 썼다고 하는 그녀의 이야기는 일반적으로 기대했던 연애소설과는 그 온도가 자못 달랐다.
스물일곱의 여자 민아와 서른의 남자 준호의 평범한 일상과도 같은 사랑이야기. 스물, 서른의 해를 살아가면서 많은 만남을 하고 또 이별을 겪게 되고 나름 그 만남과 이별에는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첫사랑과 끝사랑의 명확한 정의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처음으로 가슴 설레었던 기억을 첫사랑으로 사랑의 종착역이락 생각하는 결혼은 끝사랑으로 편리하게 정의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녀가 말하는 만남 두 개의 서로 다른 포물선들이 공중에서 조우해 마침내 하나의 점으로 겹쳐진 순간... 그 경이로운 기적.. 그 순간 평범함 일상속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사실들까지도 그들에게는 감격인 것이다.
사랑의 초기에 그들은 함께 들어선 이 성스러운 오솔길의 입구를 즐거이 복기하곤 했다. 입구에서 이미 한참이나 지나왔다는... 다시 입구까지 쭉 미끄러지는 퇴행은 없을 거라는 무언의 합의가 둘 사이를 팽팽히 조이고 있어야만 가능한 유희였다. 출구까지의 남은 거리에 관해서는 아니 그들이 움직이는 방향 끝에 필연적으로 놓여 있을 출구의 존재에 관해서는아예 떠올리지 않았다...(p109)
그러나 그러한 사랑도 시간이라는 것이 한층 한층 싸여가면서 그 경이로움도, 기적도 현실로 보이기 시작하고 상대방을 향해 일방통행을 하던 것들이 다시 쌍방통행으로 서서히 바뀌면서 왜? 나는? 이란 의문이 생기기 시작하고 점점 그 빛을 잃어가곤 한다. 일반적인 연인들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당연히 여겨지는 주말의 데이트 보다 집에서 뒹굴며 짜파게티 끓여 먹으면서 보는 <동물농장>과 <서브라이즈>가 더 그리워질 때가 있는 것.. 늦은 시간이 되어도 헤어지기 싫었던 때가 있었지만 그녀가 '심야영화라도 볼까?'하는 말이 피곤으로 다가오게 되는 때가 있는 것... 특별한 사랑. 연인이 아닌 그들의 이야기이기에 소설속의 특별한 연인들과 동일시하면서 가슴 설레기 보다는 뭐야 나도 소설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겠구먼 하는 공감을 느끼게 해주는 이야기였던 것 같다. 다만 나는 그냥 그렇게 무심코 지나쳤던 내 맘의 감정이나 소소한 것들이 작가의 말을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비유되고 맞아 맞아 그런 거였어 하는 맘이 드는 ...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 , 지금 달뜬 맘으로 한창 사랑을 나누고 있는 많은 연인들... 그리고 그런 폭풍은 이미 지나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작가가 말하는 두개의 포물선이 조우를 했다가 다시 각자 완만한 곡선을 그리게 될 수 도 있고 그 포물선이 같은 폭으로 평행이동을 해 하나로 일치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사랑은.. 그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또 하나의 사랑이야기가 나의 사랑을 다시금 떠오르게 해준다...
정이현 작가의 간결하고 일상적인 이런 이야기들이 나는 좋다..
사랑의 기초 <한남자>,,, 결혼으로 완성된 한 부부의 사랑이 일상속에서 어떻게 변해가는가... 이제 알랭 드 보통의 남자 이야기에 귀 기울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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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뭘까?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답을 가지고 있다. 단지 표현하는데 있어 서툴을 뿐이다.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정직하게 행동하지 못한다. 수능 시험을 보는 학생처럼, 면접을 보는 사람처럼...자신도 모르게 엉뚱하게 행동하고 자시도 모르게 말도 안 되는 말이 톡 튀어 나온다. 근데, 상대방은 그 사람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다 알고 있다. 행동과 말투, 표정이 이상해도 사랑의 감정은 자연스레 공기를 타고 전달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선수와 아마추어는 판가름 난다. 거리낌없이 쭉 들어오면 선수고 갈팡질팡 어설프면 아마추어다. 아마추어는 아마추어를 알아보고 선수는 선수를 알아본다. 굳이 연애판을 비교하자면 아마추어와 선수가 난립하는 고스톱판이다. 순간에 판은 결정된다.
살면서 연애를 몇 번이나 할 수 있을까? 한 10번이면 보통일까? 아니면 5번? 연애를 몇 번을 해도 결국 마지막에 같이 있는 사람과 결혼을 한다. 끝을 알고보면 연애만큼 시시한 것이 없다.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해도 마지막에 사귄 사람과 결혼하게 돼 있으니까. 당연한거 아냐?, 라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이 말의 뜻을 곰곰 생각해볼 일이다. 내가 만약 연애 경험이 10번이 있었다면 왜 난 10번째 그녀와 결혼한 걸까? 답은 간단하다. 결혼할 나이가 됐을 때 옆을 보니 10번째 그녀가 있었고 조건도 괜찮았고 평생 같이 있어도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아서다. 만약 4번째 그녀를 10번째 만났다면? 1번째 첫사랑 그녀가 10번째로 만났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그건 아무도 모르지만 대충 상상 가능한 측면이다. 이토록 사랑은 운명의 장난이다. 아주 기가막힌 장난......이게 운명이라면 운명이라 불리겠지만 말이다.
정이현이란 작가를 좋아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술술 읽히는 것은 물론 감수성을 자극한다. 평범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고, 톡톡 튀면서도 결코 번지지 않게. <사랑의 기초>에선 연애가 무엇인지 소설로 풀어준다. 특별하지도 않고 평범하지도 않은 남녀 주인공을 통해. 두 남녀는 소개팅에서 만나 사랑에 빠지고 헤어지기까지. 그 과정들이 우리가 아는 테두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도 급류에 휩쓸리듯 빠져들게 만드는 작가만의 매력은 여전했다. 완벽한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불안전한 인간은 어디든 존재한다. 우린 모두 불완전한 인간인 것이다. 스스로 느끼기에 평생을 불완전함을 채우며 살아간다. 어떤식으로든 말이다. 상처가 있는 불완전한 인간들은 사랑으로서 치유하려 발버둥 친다. 잠시나마 그 안에서 완전한 인간이 되길 바라는 것처럼. 그래서 사랑은 항상 둘이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메꿔준다. 그렇게 한동안은 서로 잘 맞는다 생각한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깨닫는다. 사랑은 착각이었구나, 결고 서로의 상처를 메꿔줄 수 없구나, 라고. 자신의 상처를 다시 확인하며 그렇게 사랑은 멀어져만 간다. 프로메테우스처럼.....
사랑에 대해 말하라고 한다면 난 밤을 새서라도 말할 것만 같다. 후회만 남은 사랑, 용서할 수 없는 사랑, 가슴 아픈 사랑, 보고 싶은 사랑, 잊고 싶은 사랑. 아직도 방황하는 나의 모습에 조금이라도 위안은 없었다. '사랑' 이 마법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모르는 헤리포터처럼...항상 모험만 하며 살고 싶다.
정이현 작가의 <사랑의 기초>에 연탄이 있다. 사랑도 인생도 삶도, 그저 처음과 끝이 있을 뿐. 우린 그 상황에서 언제 꺼질지 모르는 연탄처럼 힘껏 불타면 된다. 누군가를 위해 단 한 번이라도 연탄이 될 수 있다면, 난 주저 없이 불구덩이로 뛰어들 것이다. 그게, 나의 사랑이고 모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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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색 백지 스프링 노트에 이름을 적어 본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은.. 하지만 생각처럼 쉽게 바로 이름을 적지 못한다.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 경우도 있고 이름이 가물가물해 적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우린 과연... 사랑했을까?
상위 몇 퍼센트의 소위 금줄을 입에 물고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면 우린 다 거기서 거기인 평범한 사람을 만나 평범하게 사랑을 하고 평범하게 결혼을 한다. 전혀 다른 생활 공간속에서 움직이고 생각하고 웃고 울다가 우린 그 사람을 만난다. 3자들에게는 아무렇지 않았던 행동이, 3자들에게는 그렇고 그런 평범한 얼굴이 어느 날 나에게는 큼직하게 가슴 안으로 들어와 마음을 움직이고 들뜨게 하고 핑크빛 세상으로 물들게 만든다.
준호.. 많고 많은 이름. 위로는 형이 있고 부모님은 이혼하셨다. 웹 에이전시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는 서른 한 살의 평범한 남자. 민아.. 엄마와 할머니의 고부간의 갈등을 보고 자란 스물아홉 평범한 처녀. 스물아홉이 되면서 부모님은 말씀하신다. 당신들이 현역에 있을 때 결혼해야 하는 것은 아니냐고.. 그렇게 둘은 만났다. 준호의 후배, 민아의 동기 남자아이의 소개로. 사랑은 해피엔딩이 좋고, 사랑은 무조건 이뤄지는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 책은 은근하게 매력이 있다. 한 사람이 한 사람을 만나 사랑하고 이별하기까지의 과정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간결하게 잘 표현했다. 헤어지면서 눈물 한 바가지 흘리지 않아서 좋고, 네 탓이네, 내 탓이네, 구질구질 하지 않아서 좋다. 헤어진다는 것은 긴 시간을 함께 했던, 짧은 시간을 함께 했던 크고 작은 상처를 가슴에 남긴다.
다시 한 번의 연애를 위해 아무나 만날 나이는 아니었다. 그것이 반드시 결혼을 의미하는 게 아닐지라도 그는 이제 안정적인 상대와의 안정적인 소통을 희구했다. 마지막 여자 친구였던 지선도 자기 인생에서 안정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강조하곤 했다. 그녀가 말하는 안정의 의미와 자신이 알고 있는 의미가 서로 같지 않다는 것을 이별이 닥쳐서야 확인했다(87) 사랑을 바라보는 남자와 여자의 시선은 사뭇 다른 모양이다. 사랑하기에 같이 있고 싶었던 사람들도 어느 순간 사랑만으로 살 수 없음을 안다. 기왕 늦게 시작하는 거 남들보다 아니 친구보다 더 좋은 조건을 찾는다. 기반을 마련한 친구와 동급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긴 요즈음 남자들도.. 사랑에 모든 것을 걸지 않는다. 기왕이면 좋은 조건의 처갓집을 원하는 거 보면...
만나지 못하는 날은 잠들기 전까지 긴 통화를 했다. 얼굴을 대면하지 않고 나누는 언어, 귓속에서 속살거리며 울려 퍼지는 언어는 잠시의 빈틈이나 어색한 공백 없이 물밀듯 밀려들었다 (113) 처음 사랑을 시작하면 전화기가 뜨거워질 정도로 이야기 한다. 잠자는 시간이 아깝고, 만나지 못하는 시간이 미칠 것 같다.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나오는지 모를 만큼 이야기하고 들어준다. 모두... 그렇게 사랑을 시작하고 그렇게 사랑에 빠지고 그렇게 사랑은 영글어 간다.
사귄지 백 일이 지난 커플은 하루에 몇 번 정도 연락을 해야 ‘정상’일까? 연애의 초심자는 아니었으므로 민아는 연락의 횟수가 애정의 척도를 재는 바로미터라는 사실에 흔쾌히 동의하지는 않는다. (125) 슬슬 사랑이 안정권에 접어든다. 시간이 날 때 마다 통화했어야 하는 연락들이 하루에 한 번 혹은 이틀에 한 번이라도 용서가 되고 이해가 된다. 속으로는 마음이 상할지라도...
누군가가 능력 있고 잘난 남자친구를 ‘잡았다’는 소문은 친구들 사이에 빠르게 퍼지곤 했다. (155) 많은 친구들이 결혼 적령기가 되면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문들. 사귀고 사랑한다가 아니라 잡았다라고 표현하는 거 보면.. 사랑은 사랑만으로 충만한 기운을 발휘하는 건 아니다. 시간이 지나고 지금의 남자친구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보기 시작하면서 합리화를 시킨다. 누군가의 인생에 무임승차하듯 살고 싶어 몸부림 치지는 않아...
연애의 종착역이 결혼이어야 할까? 통념상으로야 그럴 것이다. 하지만 질문을 조금 비틀면 문제는 달라진다. 이 연애의 종착역이 결혼인가? (159) 점점 현실의 나와 남자친구를 저울질 한다.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다만 현실의 내가, 혹은 남자가... 보이기 시작하는 거다.
민아가 어학연수를 떠나고 혼자 남은 준호는 후배 지애를 만난다. 그리고 서로의 헤어진 혹은 떨어져 있는 애인에 대해 이야기 한다. “원래 그런 사람들이 있어요. 관계가 끝난 걸 빤히 알면서도 모르는 척, 끝까지 자기가 악역을 맡기 싫은 거예요. 미적미적 상대방이 알아서 정리하기를 바라는 거죠.” (194)
몸이 멀어지고 마음이 조금씩 멀어진다. 분명 끝난 관계라는 걸 알고 다시 시작할 수 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먼저 헤어지자고 말하지 못한다. 가느다란 실끈이라도 부여잡고 생각한다. 나는 악역은 싫어.
사소하게 꿈꾸고 사소하게 절망하고 사소하게 후회하기를 반복하다보면 청춘은 저물어갔다. 세상은 그것을 보편적인 연애라고 불렀다. 대개의 보편적 서사가 그러하듯이 단순하고 질서정연해서 누군가에겐 아름답게, 누군가에겐 참을 수 없이 지루하게 여겨졌다. (201)
그렇게 사랑은 저문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느낌으로, 눈빛으로 이별을 예감한다. 이젠 이것도 추억이 되는 거구나... 사랑이 전부일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랑은 전부를 채우지 못하고 저물어 간다. 그 아픔 안에서 교훈을 얻고 다른 사랑을 할지 고민에 빠진다.
누가 나에게 다시 사랑을 시작하라고 하면.. "이젠 싫어"라고 말할 것 같다. 누군가에게 적응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게 나이를 먹어선지 귀찮아지고 피곤해진다. 왠지 그놈아가 다 그놈아 같고, 감정을 가지고 밀당하는 것도 골치가 아프다. 그래선지 아직 미혼인 친구들은 말한다. 이젠 혼자가 너무 편해. 사랑의 결실 = 결혼은 아니다. 불같은 사랑에도 때가 있는 법. ‘사랑밖에 난 몰라’를 외치는 그때가...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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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기-승-전-결'이 있다면, 이 책은 그 네 가지 모두를 담고 있다.
소개팅으로 첫 만남을 가진 남과 여 둘이서 어떻게 친해지고, 어떻게 사랑에 빠지는지... 영원할 것 같던 행복의 클라이막스 순간을 지내다... 점차 오해가 쌓이고, 기대가 조금씩 허물어 지면서 삐걱대다가, 끝내는 이별에 이르는... 처음과 끝이 모두 들어있는 한 연인의 이야기다.
'민아'와 '준호' 두 사람 다 연애가 처음은 아니다. 비슷 비슷한 스토리를 연애 경험으로 간직하고 있는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이다. 호기심과 호감으로 시작해 열정과 기쁨의 순간으로 확~ 타올랐던 사랑이, 시간이 지나면서 색이 바랜 허름한 벽지처럼 초라해 지고 결국 이별이라는 수순을 밟는 게 사랑의 사이클 이라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다시 시작되는 사랑을 크게 믿지 않는다. 영원하리라는 믿음으로 시작했지만 이별이라는 끝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영원이란 말을 다시는 '사랑'이란 단어 옆에 두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그런 조금은 닫힌 마음을 가진 두 사람이지만, 상대를 처음 본 순간, 함께 나누는 대화를 통해 그들은 이전의 지나간 사랑과는 다른 느낌이다. 떠난 사랑의 고통을 잊을 만큼, 자신들이 세운 '사랑의 정의'를 무시할 만큼 서로에게 빠져든다. 천생연분! 딱 맞는 맞춤형 옷을 입은 듯이 대화가 잘 통하고, 취향과 좋아하는 것도 많이 일치한다. 첫 만남에서 공통점이 많다는 건 연인이 될 확률이 높다는 말과 같은 뜻이리라. 그렇게 그들은 짧은 시간에 사랑하는 연인이 되었다.
그런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기에 틈이 생긴 걸까? 어디서부터 오해가 쌓이기 시작했을까? 정말 영원한 사랑이란 없는 건가?
소설은 민아와 준호의 시점으로 서로 번갈아 가며 이야기를 들려준다. 상대를 보며 생각하는 것과 느낌들을 자신의 입장에서 들려준다. 싸움이 일어난 현장에서 중재를 해야 한다면, 누군가의 부탁으로 카운셀링을 해줘야 한다면, 이쪽, 저쪽 모두의 의견을 듣고 최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조언을 해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은 민아의 얘기와 준호의 얘기를 동시에 들려주고 독자로 하여금 어떤 조언을 해줄지 판결을 기다리는 것 같다. "자! 두 사람 얘기 잘 들으셨죠? 당신은 어떤 조언을 해줄 건가요?" "민아는, 준호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랑이 미지근함을 넘어 차가운 온도로 치닫고 있는 연인들에게 어떤 얘기를 해줘야 할까?
이렇다 저렇다 할 조언을 하진 않으련다. 두 사람이 쓰는 역사에 끼어 들어서도 안되고, 주제넘게 충고랍시고 해줄 얘기도 딱히 없다. 그저 재미난 타인의 '러브 스토리'를 본 걸로 만족한다.
소설은 역시 재미가 있어야 한다. 짧은 시간에 휘릭~ 읽어 버린 정이현의 소설 <사랑의 기초> 였다. 이제 알랭드 보통이 쓴 사랑의 기초를 읽어봐야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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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일기장을 읽어내려가는 기분이다.. 거기다가 나랑 비슷한 또래의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 서로 만나서 사랑을 했고, 추억과 시간을 나누고.. 하지만 끝내는 이별을 해야만하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
누구나가 한번쯤은 겪어봤을법한 그런 이야기.. 그리고 던져지는 물음.. 과연 성공적인 연애의 끝은 결혼일까..?? 라는 물음.. 이런면에서 봤을때 남자주인공인 준호는 쫌 현실적이랄까..
왠지 연애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다.. 그리고 너무나도 지극히 현실적인.. 또.. 헤어지자고 말하는게 얼마나 어려운지도.. 정말 명확한 시작과 끝맺음이란 없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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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았다. 한국의 인기 소설가 정이현과 프랑스의 '일상의 철학자' 알랭 드 보통이 공동으로 기획해 펴낸 소설 <사랑의 기초>(<연인들><한 남자> 합본 총 2권, 톨 펴냄)를 읽고 든 생각이다. 달달한 소설일 줄 알았다. 두 남녀 작가가 교류하며 펴낸 '로맨스' 소설이라니, 사춘기 시절 눈물을 훔치며 읽었던 <냉정과 열정사이>가 먼저 떠올랐다. 사랑에 대해 현실적이고, 심지어는 냉소적이기까지 한 정이현의 전작들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사랑의 기초>라는 제목과 '첫 사랑도 마지막 사랑도 아닌, 바로 지금 우리의 사랑'이라는 표지문구는 '정이현이 이번엔 혹시?'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기 충분했던 것이다. 게다가 올해는 <건축학 개론><내 아내의 모든 것>과 같은 달달한 멜로 콘텐츠가 전례 없는 흥행을 거둔 해 아닌가. 그러나 '혹시'가 아닌 '역시'였다. <사랑의 기초>는 달콤하지 않았다. 오히려 냉소적이었다. 아니, 차라리 도발적이었다. 그러면서도 부정할 수 없을 만큼 현실적이라, 소설을 읽으며 '멘붕'이 올 지경이었다.
낭만적 사랑, 지속될 수 없는 건가요
사랑에 대한 정이현의 언어는 언제나 현실적이었다. 때론 정도가 지나쳐 우울해질 정도로. 그는 데뷔작 <낭만적 사랑과 사회>에서 '차가 없는 남자애는 피곤하다'며 투스카니를 모는 남자친구를 불러내고, '진정한 승부사는 건곤일척한다'는 경구를 되새기며 '부유한 집 막내아들'이자 '미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로스쿨 학생'에게 순결을 바치는 20세기 말의 (일반적인) 여성을 그렸다.
또 드라마화되어 인기를 끌기도 했던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는 제목과 달리 결코 달콤하지만은 않은, 결혼적령기 여성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사랑의 기초 : 연인들>도 다르지 않다. 알랭 드 보통은 이 소설을 읽고 '로맨스 없는 로맨스 소설'이라 평했다. 정말 그랬다. 나를 혹하게 만들었던 표지의 한 마디, '첫사랑도 마지막 사랑도 아닌, 바로 지금 우리의 사랑'은 결코 달콤한 말이 아니었다. 문자 그대로, '바로 지금' 우리의 사랑을 그렸다는 이야기일 뿐이었다. 사랑에도 기승전결이 있다. 정이현은 이렇게 쓴다. "연애의 초반부가 둘이 얼마나 똑같은지에 대해 열심히 감탄하며 보내는 시간이라면, 중반부는 그것이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를 야금야금 깨달아가는 시간이다"라고. <연인들>은 이 '사랑의 기승전결'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주인공 민아와 준호를 이어주는 것은 '우연'이다. 정이현이 쓴 대로, 둘은 서로가 얼마나 '같은지'에 대해 끊임없이 감탄한다. 그들은 사는 동네가 같고 좋아하는 음악이 같으며, 심지어는 우연히 동네의 도서 대여점에서 마주치기까지 한다. 이 부분에 작가가 붙여놓은 소제목, 이름하여 '기적의 비용'. 둘은 불타오른다. 준호의 말을 빌리면,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이 행운아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어느 연인들처럼 둘은 모텔에서 사랑을 불태우고, 수시로 전화를 걸어 사랑을 확인한다. 그러나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사소하지만 현실적인 몇 가지 오해들(작가는 이를 '사소한 그림자'라는 소제목으로 표현했다)로 둘은 차츰 멀어지고, 급기야는 헤어지게 된다. 그리고 이 헤어짐에 대해 정이현은 짧게 덧붙인다. "눈물은 오래지 않아 마를 것이고 그들은 머지않아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것이다. 다시 사소하게 꿈꾸고 사소하게 절망하고 사소하게 후회하기를 반복하다보면 청춘은 저물어갔다. 세상은 그것을 보편적인 연애라고 불렀다."
결혼은 사랑의 완성? 낭만 대신 '현실' 택한 책 자신을 행운아로 지칭했던 <연인들>의 준호는 민아와 멀어지자 이런 생각을 한다. '연애의 종착역이 결혼이어야 할까? 통념상으로야 그럴 것이다. 하지만 질문을 조금 비틀면 문제는 달라진다. 이 연애의 종착역이 결혼인가, 라고 한다면 말이다'라고. 그렇다면 연애의 종착역인 결혼에 이르면, 과연 거기엔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까. 알랭 드 보통은 그의 소설 <한 남자>를 통해 이를 부정한다. <한 남자>는 '열렬히 사랑해서 결혼한' 남자, 벤의 이야기를 다룬다. 정이현이 <연인들>을 통해 커플들의 사랑과 이별, 그러니까 '보편적인 연애'를 그렸다면, 보통은 '사랑의 완성'이라 불리는 결혼을 그려낸 셈이다. 공동 작업자이자 최초의 독자인 정이현은 이 소설을 '판도라의 상자'라 표현했다. 낭만적 사랑의 영속성을 굳게 믿고, 그 꿈에서 영원히 깨고 싶지 않다면 이 소설을 열지 말라는 뜻이다. 그의 말마따나 소설 속에서 낭만은 찾을 수 없다. 낭만 대신 소설을 채우는 것은 권태와 회의다. 그리고 정이현과 보통은 이것이 '진실'이라고 말한다. 주인공 벤은 런던에 거주하며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39살의 중년 남성이다. 그는 한 술집에서 아내 엘로이즈를 만났다. 그리고 그는 '사랑의 존재'를 추호도 의심하지 않으며, 엘로이즈가 곁에 없다면 다시는 삶의 의미와 기쁨을 알 수 없으리라는 생각까지 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유쾌하지 못한 결혼 생활과 권태 속에서 그는 결국 깨닫게 된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하는 이와 함께 살고 그 사람을 소유할 수 있으리라는, 연인들의 첫 번째 기대가 실은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를 깨닫는 순간, 그 사랑은 최대의 시련과 맞닥뜨린다는 것을." <사랑의 기초>, 우리의 사랑에 돌직구를 던지다
두 권의 책은 모두 짧다. <연인들>이 200페이지를 조금 넘는 수준이고, <한 남자>는 소설 부분만 따지면 150페이지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짧은 분량에 비해 내용은 묵직하다. 마치 돌직구인냥, 우리가 알고, 또 믿고 있던 사랑에 잔잔한 균열을 낸다. 읽는 내내 씁쓸했다. 두 작가가 그려낸 주인공이 단순히 소설 속의 인물이 아니라, 현실 속 우리와 너무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정이현은 "글을 쓰면서 계속 고민한 것은 평범한 이십대 남녀가 나누는 가장 보통의 연애는 어떤 모습일까"였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런지 <연인들> 속의 두 남녀는 지극히 평범하다. 직업도 무난하고, 성격도 모나지 않다. 그야말로 '바로 지금 우리'의 연애를 그려낸 것이다. <한 남자>의 주인공 또한 마찬가지다. 소설의 공간적 배경은 영국이지만, 마치 한국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주인공은 아내와의 섹스 때문에 고민하고, 죄책감을 느끼면서 약간의 외도도 저지르나, 끝내는 이 '지극히 평범한 삶'을 꾸려나가는 일이 최대의 용기임을 깨닫는다. 한국의 평범한 중년 가장이라면 누구나 해봤을 생각 아닌가. 주인공이 평범하기에, 이 두 개의 소설은 보편성을 획득한다.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라, 마치 '너희들의 사랑도 결국엔 이렇게 끝날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이런 소설에 붙여진 제목이 <사랑의 기초>라니, 그것 참 아이러니하고도 우울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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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 빠져들면서 나는 잠시 착각을 했었다. 점심시간에 준호의 담임선생님과 함께 식사를 하던 선생님의 딸이 민아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소개팅을 하게 된 두 사람이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이며, 적당히 독특한 취향의 음악 듣기를 즐긴다는 사실을 알았을 떄, 짜릿한 스릴감 넘치는 소설이나 영화의 깜짝 놀랄만한 엔딩이나 우여곡절을 겪은 두 사람이지만 결국은 사랑으로 귀결된다는 착한 해피엔딩을 상상했다. 민아와 준호. 과하지도,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았던 두 남녀의 무난한 사랑은 그렇게 지속되리라, 생각했다. 이미 사랑의 1/2 결말이라 볼 수 있는 결혼을 한 내 입장에서는 더욱 그랬다.
하지만 사랑의 기초였다. 제목에 대해 한참을 생각했다. 그리고 책을 읽었다. 정석대로의 사랑 이야기가 이어진다. 몇번의 연애를 한 두 남녀가 새로운 만남을 통해 사랑에 빠진다. 이 땅의 모든 연인들의 기본 코스이듯, 수줍은 첫 만남에 호감도가 상승하고 서서히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통해 시간을 나누어 간다. 일정 시간이 지나 자신있게 공개할 수 있는 좋은 점들에 대한 소개가 끝나고 나면 더 깊은 관계로 빠져든다. 더 깊은 관계라 함은 더 위태로운 관계로의 발전일 수도 있겠다. 그 위태로움을 어떻게 서로 덮어주느냐에 따라, 혹은 어떻게 덤벼드느냐에 따라 두 사람의 엔딩이 결정되는 것이 평범한 연인들의 과정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랑의 기초, 연애. 만남과 호감, 사랑과 갈등, 그리고 이별은 연애라는 행위의 전형적인 코스이다. 앞서 말한 갈등으로 인한 위태로움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한 시절을 함께했던 옛 연인이 되느냐, 혹은 평생을 함께할 반려자가 되느냐가 정해진다. 현대식으로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결혼이라는 행위 앞에서, 연애는 필수불가결한 조건이 된다. 그래서, 사랑의 기초는 연애이다. 특히, 민아와 준호가 함께 그려갔던 연애는 더욱 기초적이다. 어색하지만 풋풋한 만남이 그랬고, 서로가 이 세계의 중심축이라 믿었을 법한 사랑에 빠져가는 과정들이 그랬다. 민아나 준호 또래의 독자 입장에서는, 무한 공감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두 사람의 연애가 사랑의 기초라는 제목 하에 조금의 어색함도 없이 진행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뭔가 다시 시작될 수도 있을 것 같았던 두 사람이지만, 비행기에서 샀다는 초콜릿이 아니라, 상대를 생각하며 골랐던 티셔츠가 준호의 손에 들려있었다면, 두 사람은 안녕을 말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내일이라도 다시 만나 커피를 주문하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았던 두 사람의 안녕은, 그래서 조금 더 슬프다. 하지만, 두 사람은 결코 슬프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사랑의 기초 과정을 한 번 더 경험한 셈치며 인생의 기초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을테니까. 한때는 인생의 전부라 느껴졌던, 기적같은 사랑의 기초는 어쩌면 인생의 기초라는 분야에서는 한없이 작은 흔적에 불과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아, 그리고 언제나 느끼듯, 정이현 작가의 술술 읽히는 스토리 전개는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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