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래식 음악을 무척 좋아하고 음악회도 자주가지만 오페라와 피아노 연주 쪽의 감상력이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성악 쪽은 아무리 들어도 그 깊이가 잘 잡히지않고, 피아노는 이상하게 매력적으로 와닿지 않는다. 그렇다고 피아노 연주를 안듣거나 하는 것도 아닌데 어쨌든 피아노 곡들에 내면적 끌림이 별로 없다. 아마도 고전음악 입문 때 추천을 받아 들은 쇼팽의 곡이 그 당시의 나에게는 난해하여 그다지 감흥을 못 느낀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러니 어쩌다 연주회에서 듣게되는 협연 말고는 일부러 피아노나 오페라 음반을 사는 일은 없었다. 만약 그 당시 음반보다 쇼팽의 '흑건'이 질주하는 <말할수 없는 비밀>이나, 거센 파도가 몰아치는 해변가에 피아노 한 대와 두 모녀가 서있던 <피아노>, The crave와 Enduring Movement의 감동이 휘몰아치는 <피아니스트의 전설>,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노다메 칸타빌레>를 먼저 추천받아 보았더라면 어땠을까? 아마도 지금보다는 피아노곡을 더 즐기고 있을 듯 하다. 작중화자는 T대 음대를 중퇴하고 의사가 된 '사토하시'이다. 그의 오랜 친구인 '겐이치로'에게서 온 편지에 이해할 수 없는 목격담이 담겨있다. 그들의 또다른 친구, 천재 피아니스트였던 '나가미네 마사토'의 연주 소식인데, 마사토의 손가락이 절단되는 걸 직접 목격했는데 피아노를 연주를 하다니... 이 책은 사토하시의 수기 형식으로 진행된다. 천재적 재능의 마사토와 함께 고교시절을 보낸 사토하시는 졸업을 앞두고 밤 늦게 찾아간 학교에서 우연히 마사토의 피아노연주와 여학생 살인사건을 목격하게 된다. 영롱한 달빛을 받으며 검은 피아노 앞에 앉아있는 마사토와 슈만의 환상곡, 그리고 물에 빠져있는 여학생 시체...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사토하시는 재수를 하여 어렵게 들어간 음대를 왜 그만두고 의사가 되었을까? 책은 본격적인 미스테리의 세계로 접어든다... 달빛이 내리비치던 그날 밤, 환상의 꽃은 단 한 번 붉게 피었다. "나는 내 인생에서 단 한 번뿐인, 최고의 <환상곡>을 연주했어. 그때 난 영혼을 팔았던 거야. 그 아이는 계약의 증표이자 악마에게 바친 보수였어. 나는 붉은 꽃이야. <숲의 정경>에 나오는, 어둠 속에서 인간의 피를 마시며 살아가는 붉은 꽃, 꽃이 어찌 만개하는 순간을 바라지 않을 수 있을까? 무슨 짓을 해서라도 꽃잎을 틔우는게 꽃의 사명이야. 아니 운명이야. 그래서 나는 괴물이 되었어. 인간을 잡아먹는 무서운 괴물이……! (280쪽~, 뒤표지의 글)
![]()
사건이 일어났던 그날 밤, 학교에 들른 사토하시가 우연히 듣게 된 마사토의 실제 피아노 연주곡. |
|
" 그것도 이제 와서 의미 없는 질문이리라. " " 그러나 나는 거듭 묻지 않을 수 없다. " " 묻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
" 그때, 나가미네 마사토는....(비밀스러운 생략)... 아니면........ "
< 손가락 없는 환상곡 >
과거에 읽었던 작품 <오르가니스트>, <히든 바흐>에서 찾을 수 있는 음악과 관련한 미스터리물.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분명 다른 점이 있는 오쿠이즈미 히카루의 <손가락 없는 환상곡>과, 그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구성적 독특함과 표현적인 매력들.
그것은 아마도, <손가락 없는 환상곡>에서 느낄 수 있는.. 음악에 대한 경외심 때문은 아닐지........
미스터리다운 상황의 설정과~ 그 모든 내용들에 대하여 책을 읽으면서도 쉽사리 빠져들게 되는 몰입. 그 시절, 주인공과 마사토가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게 되는 사건의 진실들을 비롯하여, '다비드 동맹'을 통해 밝혀지게 되는 소통의 진위를 밝히는 일에서 찾을 수 있는 짜릿한 전율이라 생각이 된다.
작가인 오쿠이즈미 히카루가.. 진정으로 미스터리물이란 어떤 것인지를 보여줄 수 있는 소름 돋는 미스터리물, 그리고 환상적인 연주와 관련한 상상력의 결정체 <손가락 없는 환상곡>.
시간이 흘러가게 된 상황에서 찾을 수 있는, 과거 사건에 대한 진실 여부를 만나보고 싶다면, 꼭 이 작품의 말미까지..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당부를 남기고 싶을 뿐이며, 어쩌면 그것은, 음악적인 천재성으로 고뇌를 하는 <오르가니스트> 속의 주인공의 모습들을 만나볼 수 있고.. 바흐의 것으로 추정이 되는 악보를 발견하게 된 <히든 바흐> 속 인물의 모습들을 통해~ '다비드 동맹'이라는 약속된 소통의 수단과, 그 기록들에서 유추해낼 수 있는.. 성장기 인물의 갈등과 그 혼란스러운 삶의 방향과 그 이해는 아니었을까 생각을 하게 된다.
모쪼록, 가장 중요한 것은 사건이 발생하게 된 밤을 기억하게 된 지금 이 순간.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 다시금 재회 아닌 마주침을 앞둔 화자, '사토하시 유' 또한, 이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피아노 연주에 있어서는 천재성을 발휘하는 존재 '나가미네 마사토'와~ 독자로서는 이들의 이야기의 진위 여부와 그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진실들에 대해~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은 인물로의 '시카우치 겐이치로'에 대한 모습들을 하나하나 그려볼 수 있는.. '다비드 동맹'에 관한 각자의 성향과 약속들을 그려보는 일로도 충분히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일이니.....
단순히,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아닌~ 연주에 대해 들을 일이 거의 없었던 친구, '나가미네 마사토'에게 있어~ 주인공이자 화자인 '사토하시 유'는 단 세 번의 연주만을 그의 일생에서 들을 수 있었을 뿐이고, 어느 날 밤, 그의 연주를 무심코 듣게 되던 그 상황 중에.. 학교에서는 외마디 비명 소리와 함께~ 살인 사건이 발생을 하게 된 점에 대한 회자.
점차적으로 묻혀져 가는 그 사건의 진실들에 대해~ 이야기는 조금씩 틀리게 되지만, 정작 그 사건에 대한 본질을 꿰뚫게 되는 가설들이.. 속속들이 등장을 하게 되는 상황이라는 점이 미스터리한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키는 것만 같다.
중요한 것은, 어떠한 분야에 대하여 천재성을 가진 인물에 대한 배경과 고뇌를 이해하는 일. 평범한 존재로, 조금 더 나은 위치에 오르고 싶은 인물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일에 대해~ 대립 구도가 아닌 인물들 간의 마찰을 이해할 수 있는 일은.. <손가락 없는 환상곡>에서 결국....이라는 진실을 찾을 수 있는 과정에 대해~ 더 큰 극적 긴장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요소가 아닌가 판단을 해보게 된다.
모쪼록, 초반부에는.. 다분히 음악적인 이야기들로 인해~ 그 이야기가 어떤 전개 방향을 그려나가게 될지 의심이 될 수도 있겠지만, 과거 인물들간의 관계, 혹은 자아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갈등과 혼란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들을 통해... 조금 더 본질적인 이야기에 다가서는 우리의 추리와 유추의 과정들은... 진짜 범인이 누구인가... 그리고 누가 힘든 생각을 떠올릴 수 밖에 없었는가를 구분짓는 일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라는 tip을 전하며.....
무언가 신선한 구성 속에서 마주할 수 있는 미스터리물을 원하는 독자라 한다면, 내 스스로는 최근 작품들 중에서 이와 같은 <손가락 없는 환상곡>을 추천하고 싶을 뿐이다.
슈만에 대한 천재성과 삶을 이해하기 전, 그의 기본적 의미를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진 않을까?! |
|
[손가락 없는 환상곡] 슈만에 휘감긴 청춘과 광기
"슈만에게서 얻은 아이디어를 전편에 배치하여
교묘하게 엮어낸 이 작품은 그에 대한 오마주이자 불완전한 청춘군상에 대한 보고이며,
음악으로 상징되는 ‘완벽’에 대한 인간의 끊임없는 갈망을 다룬 수작이다." - 출판사 서평 中'나'는 음대 피아노과를 중퇴하고 의대에 입학해 지금은 의사로 일하고 있다. '나'는 의대 재학 시절엔 고등학교 동창으로부터 편지로, 의대졸업 후엔 음대 동기에게 구두로 어떤 소식을 전해 듣는다. 고등학교 동창인 나가미네 마사토가 피아니스트로 활발하게 활동한다는 것이었다. 이상한 일이다. 나가미네는 고등학교 시절 사고로 손가락이 잘려 피아노를 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한 것은 이 소식을 전한 친구들은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병과 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다. '나'는 이 미스터리에 대해 30년이 다 되어가도록 침묵했고 애써 부정하였다. 그러나 그 오랜 시간이 지나도 '나'는 나가미네 미사토를 잊을 수 없었고, 수기를 쓰며 지난 날을 회고하기 시작한다.
'나'가 그렇게 나가미네 미사토에게 집착하는 이유는 그가 '나'의 청춘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나'가 슈만에 빠지고, 어쭙잖은 음악평론을 쓰고, 뒤늦게 입시를 준비해 재수까지 하며 음대에 진학했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나'는 나가미네와 함께 했던 자신의 청춘시절을 어제일처럼 또렷히 기억하며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누구에게나 청춘은 잔인하고 불완전하지만 아름답다는 것을 반증하듯, 시간 앞에 육체는 쇠락하지만 청춘의 감정과 기억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음을 반증하듯 중년인 '나'의 수기는 생생하고 풋풋하다. <손가락 없는 환상곡(원제: 슈만의 손가락)>은 2010년 슈만의 탄생 200주년과 일본 최대 출판사인 고단샤의 창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출간한 책이다. 제목처럼 이 책은 이슈만의 생애와 음악에서 소설 설정의 모티브를 얻거나 적극적인 인용을 하면서 전개된다. 실제로도 고등학교 때 이후로 50대인 지금까지 음악을 하고 있는 작가는 피아니스트인 친구의 도움을 받아 소설을 완성했는데, 그래서 이 책은 작가가 슈만에게 헌정하는 오마주의 결정체인 동시에 어느 정도 자전성이 가미된 청춘 독백이기도 하다. 원제가 소설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슈만의 존재를 강조했다면 번역 제목은 손가락과 환상곡의 주체인 작중 인물에 주목한 느낌인데 어떤 관점에서 감상해도 흥미로운 작품이다.
오쿠이즈미 히카루는 경력이나 작품 수에 비해(1986년 등단) 국내에는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인 1994년 작 <돌의 내력>만 몇 년 전 번역되었기에 국내 독자에겐 낯선 작가이다. 가장 최근작인 <손가락 없는 환상곡>은 작년 일본의 각종 도서차트에 오르고 관련 음반이 나오며 폭발적인 반응이었는데 국내 반응은 어떨지 궁금하다. 이 책의 장르를 음악소설, 청춘소설, 미스터리소설 정도로 논할 수 있는데, 놀라운 것은 이 소설이 장르문학이 아닌 순수문학이라는 점이다. 그만큼 미스터리·스릴러적 요소를 가미하고, 몽환적이고 탐미적인 문체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서 장르문학보다 장르성이 강한 독특한 순수문학 작품이다. 음악, 청춘, 미스터리를 종횡무진 오가고 순수문학과 장르문학 사이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이 소설의 다채로움은, 매력인 동시에 보는 관점에 따라 약점이 되기도 한다. 작품의 얼굴이 많아 다양한 측면에서 소설을 해석하고 즐기기 좋은 작품이지만 그래서 어느 쪽으로도 강하게 집중하질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이 소설을 전적으로 장르문학적 관점에서 접근하면 아쉬움이 더 클 수 있다. 하지만 순수문학으로 보면 특이하고 실험성 강한 의미 있는 작품이고, 즐길 거리가 다양한 것은 분명 미덕이다. 한편 옮긴이의 말과 참고문헌은 작품 이해에 도움을 주며 이번 번역판엔 한국 독자를 위해 작가가 따로 서문을 써 인상 깊다. 서술의 격정이 절정에 치달을 때 '나'의 수기가 붕괴되기 시작한다. 그 불완전한 틈 사이로 자잘한 반전을 거듭하며 독자들의 판단을 흐리면, 그 모든 것을 뒤집는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슈만을 걷는 이 청춘과 광기의 환상곡은 오쿠이즈미의 히카루의 유미적 문장에 날개를 단다. 슈만의 광적 추종자로 행보조차 슈만을 닮았던 나가미네와 그런 나가미네를 동경하며 그의 비밀을 알고 의문을 품는 '나', 30여년 만에 봉인을 풀고 좇는 환상곡의 손가락은 무엇을 가리키고 있을까. 음악을 소재로 청춘의 불안과 완벽에의 집착을 어우른 소설 <손가락 없는 환상곡>, 여러모로 묘했던 작품이었다.
|
|
언어로 음악을 더 없이 아름답게 표현할 줄 아는 작가, 오쿠이즈미 히카루.
나는 슈만을 알지도 못하고, 클래식이라면 더더욱 모르는 클래식 초보자이다. 사실, 책을 처음 읽을 때에는 모르는 전문 용어들도 있고 교양책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쉽지만 않은 음악 설명에 주눅이 들었다.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많았고, 이해가 가려고 노력하면서 읽었지만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초반에 좀 지루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뒤로 가면 갈수록 책을 손에서 놓기 힘들어졌다. 책 속에 빨려들어간다고 해야 맞을까. 긴박한 스토리 전개도 아닌데도, 무엇인가 슈만적인 느낌의 이 소설을 중반 이후부터는 책장을 빠르게 넘길 수 밖에 없다.
나가미네 마사토.
이 소설 속의 나가미네 마사토는 철저히 화자의 시점에서 그려진, 매력적이고 어딘가 알 수 없게 그늘지고 고독한, 그러면서도 가녀려 보이는 피아니스트이다. 그의 음악론을 읽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화자처럼 충실한 나가미네 마사토의 학생이 되어 그의 음악론에 흠뻑 빠진다. 클래식엔 정말 초보라서, 그의 음악론을 보고 피아니스트들은 이렇게 악보를 보고 스토리를 떠올리면서 분석하고 이해하는구나.. 라고 느꼈다. 이 것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어렵다고 지루하기는 커녕 더 재미있었고 각 악보들마다 개성이 있어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게다가 언어로 음악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는, 정말 탁월해서 그 음악을 모르지만 마치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을 듯 내 환상의 음악이 귓가에 맴돈다. 슈만의 환상곡을 들으면서 읽으면 더 없이 좋았을테지만, 그러기엔 상황이 열악해서 그럴 수가 없었다ㅠㅠ
다른 클래식 거장들에게 가려져 그에 걸맞는 빛을 보지 못하는 슈만. 이 책을 계기로 앞으로 슈만의 곡들을 함껏 즐겨볼 것 같다. 화자의 표현에 의하면 어딘가 그늘지고 음울한, 기형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그의 곡들을.
무엇보다도 이 책을 마치는 순간, 와, 하며 탄식을 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결말이랄까. 상상도 못할 반전이 충격을 안겨준다. 그리고 그 느낌은 좋다고도, 나쁘다고도 할 수 없다. 아쉽기도 하고, 하지만 이러한 결말만큼 좋은 결말이 있다고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일본 문학 특유의 느낌에 흠뻑 빠져보았다. 좋았다. |
|
진심으로 기대됐던 소설. 슈만의 음악에 미스터리가 녹아져있는 소설. 표지부터 몽환적 분위기를 마구마구 뿜어내 주고 있는 이 책은 오쿠이즈미 히카루가 '슈만'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며 써낸 책이다. 어떤 분 블로그에서 보니 슈만은 어린나이(?)에 무리한 연습으로 인한 손가락 마비로 연주자의 길보다 작곡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고 한다. 슈만의 곡이 어려운 이유는 자신이 연주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던가? 그렇게 봤던 것 같다. 얼마전에 노다메 칸타빌레를 또 열심히 보았던지라 슈만이란 이름은 다행히 어색하지 않았다. 피아니스트, 작곡가 슈만을 동경하는 마사토와, 사토히시의 이야기. 손가락이 두마디나 절단되었던 마사토가 피아노 연주를 하는 것을 봤다는 편지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처음 부분부터 흥미진진 하지만, 정말 클래식이 어려운 사람들은 조금 지루할 수도 있지 않았나 싶다. 그렇게 큰 분량이 아닌데 중반까지 너무 공부하는 느낌이 든달까? 하지만 작가가 슈만을 얼만큼 동경하고 사랑하는가가 정말 여실히 드러나있는 소설이 아닌가 싶다. 다 읽고 나면 진짜 이 작가가 이 작품을 얼마나 치밀하게 썼는가가 느껴진다. 초반은 사실 조금 지루했는데 뒤로 갈수록 흥미진진해지는 소설. 미스터리에 음악을 살짝 가미한 소설이 아니라 음악을 바탕에 둔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작가의 말이 떠오르는... 정말 오감 만족 소설이 아닌가 싶다. 매력적인 슈만의 음악과 같이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소설!
|
|
저자인 오쿠이즈미 히카루가 슈만탄생 200주년을 기념하여 발표한 소설이다. 또한, 고단샤의 창립 100주년기념 시리즈로 출간되어 성공한 작품이기도 하다. 소위 말하는 장르문학이 아닌 순수문학을 지향하는 작가임에도 미스테리물이나 허구와 현실을 적절히 혼합하여 작품을 완성하는데 정평이 나있다고 한다. 이 작품 역시, 슈만을 신봉하는 연주자를 등장시켜 슈만이라는 음악 거성의 작품세계와 숨겨졌던 이야기들을 소개함과 동시에 미스터리의 기법을 가미하여 쓰여진 책이다. 그리고 원제는 "슈만의 손가락"이었는데, 국내에 번역 출판을 하면서 "손가락 없는 환상곡"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원제에 비해서 훨씬 나은 제목이 된 것같다. 아울러 표지의 사진과도 잘어울려서 멋진 책이 된듯하다.
|
|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그저 카라얀 컬렉션에 들어있던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 A단조를 들었을 때, 단번에 그 서정적이고 애상적이며 몽환적인 선율에 흠뻑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어린 시절 처음으로 들었던 그의 곡 트로이메라이는 당시보다 나이를 먹고 난 뒤에 그 악상에 크게 감응하여 감동해 마지 않았듯이, 나이가 든 뒤에 듣는 슈만은 하잘 것 없는 인생의 깊이와 삶의 무게가 더해져 그 매력과 참맛이 가슴을 깊이 파고드는 것 같다. 외려 현실을 잊고 머나먼 환상과 이상의 세계로 아득히 침전沈澱하는 부동의 시간인지라 철이 덜 들었다는 반증인 듯도 하다. <손가락 없는 환상곡>의 원제는 <슈만의 손가락(シュ-マンの指)>이다. 제목부터 그렇지만 이 작품은 슈만을 위해 쓰여진 헌정곡과도 같은 소설이다. 실제로 지난 해 슈만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여 집필했다고 한다. 따라서 철저히 추리 미스테리 작품으로 믿고 읽는 분들은 조금은 배신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의문과 한 살인사건에 대한 미스테리는 제법 추리소설다운 면모를 갖추고 있고, 읽는 이로 하여금 참을 수 없는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가운데 손가락을 잃은 피아노 천재 나가미네 마사토가 어느 날 유럽에서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했다는 믿기 힘든 사실이 전해져 온다. 그 소식으로 말미암아 젊은 날 나가미네 마사토와의 추억이 되살아나고, 마사토가 환상곡을 연주했던 그날 밤 학교에서 있었던 여학생 살해사건의 전모가 떠오른다.
슈만을 예찬하고 지극히 애정해 마지 않는 나가미네 마사토와 어린 시절부터 각광받은 마사토를 무한히 동경하는 음악도 나(사토하시 유). 두 사람 사이에서 오고간, 정확히 말하자면 마사토의 입을 빌어 작가가 쓴 슈만에 대한 평과 찬양이 소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미소년 마사토라는 인물은 작가의 슈만에 대한 동경이자 슈만의 현신, 화신 그 자체다. 음악의 우주속에서 보일듯 말듯한 은빛 끈으로 닿은 사랑과 애정, 동경과 질투, 온갖 혼재된 감정으로 그를 바라보는 사토하시는 슈만을 애끓는 눈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투영일 터.
슈만 애호가나 슈만을 공부한 이가 이 소설을 본다면, 이 소설의 뼈대와 탄생의 원류를 읽어낸다면, 사건의 진상을 보다 쉽게 눈치챌 지도 모르겠다. 결정적인 힌트는 필담으로 오가는 '다비드 동맹' 노트. 그리고 슈만의 생애. 아울러 슈만을 애정하는 이에게는 갖가지 현학적인 수식어로 쓰여진 슈만의 음악에 대한 평과 감상이 반갑고도 기쁠 것이다.
그러나 슈만 애호가가 아니라면, 클래식 애호가가 아닌 이들에게는 어떨까?
나는 들을 때마다 어색함을 느끼면서도 재치 있는 그 표현에서 묻어나는 그가 자란 '문화'의 감촉을, 나의 그것과 너무나 동떨어진 '세계'의 감촉을 느꼈다. -p.86
작중 '나'가 마사토의 이야기를 들으며 느끼는 감상이다. 그러나 이는 곧 일반 독자들이 느낄만한 감상을 너무나도 잘 표현해주는 문장이 아닐까.
슈만광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지만 다행히도 나는 슈만에 호의를 가지고 슈만을 찾아듣는 쪽에 속하기에 비교적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듣지 않았던 작품을 온갖 수식어로 평하고 써놓은 부분들은 그저 문자 그대로만 남아있을 뿐, 스스로 음악이 되어 그 속에서 튀어나오지는 않았다.
"나는 연주 안 해. 그야, 연주할 의미가 없잖아. 음악은 이미 여기에 있어." -p.45
'다비드 동맹 무곡집' 악보를 놓고 주장하는 마사토. 혹은 그의 변명.
틀렸다. 천재적 감성으로 마치 완벽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의 변명은 철저하게 틀렸다. 음악은 연주되고 그것이 타인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켜야 비로소 존재가치를 가진다. 공상 속에서 울려퍼지는 연주와 자아에 고립된 음악은 그저 공허일 뿐이고, 그저 소음일 뿐이다.
마사토의 가치관과 연주를 꺼리는 모습들. 이것들도 결국은 반전의 힌트가 된다.
그리고 마사토의 환상곡이 울려퍼지던 그 달밤에 일어난 살인사건. 달빛 속에 자아가 흔들리고 내 존재에 대한 실존마저 의심스러운 그 밤에, 하필 연주된 곡도 환상곡(Fantasy in C major, Op.17)이라니. 살인사건에 대한 전모가 밝혀지고, 마사토가 손가락을 잃은 사연, 손가락을 잃은 마사토가 훗날 어떻게 연주를 할 수 있었는가에 대한 의문과 해결. 그 모든 것은 마치 '손가락 없이 연주된 환상곡'처럼 몽환적이고, 보일 듯 말 듯 한 정체의 숨바꼭질처럼 아스라히 처리되고 이루어졌다. 그리고 내게 남은 것은 손에 닿을 듯 말듯 쉽게 닿지 않는 음악의 우주에 대한 무한한 동경.
환희와 평안 속에 애수와 우울, 불안의 그늘이 스치는 것은 낭만파 음악의 특징이다. 어둠을 품지 않는 빛은 없으며, 어둠에는 반드시 빛이 있다...(중략)... 슈만의 음악은 뭐라 꼭 집어 말할 수 없는, 불온한 의미를 띤 평이한 꿈과 유사했다. -p.55
슈만에 흥미가 없는 분들도, 클래식을 즐기지 않는 분들도 슈만의 환상곡(Fantasy in C major, Op.17)과 피아노 협주곡(Piano Concerto in A minor, Op. 54)은 한 번 들어보시길 권한다. 지극히 서정적이고 애상적인 그 선율에 감화되고 감응하지 않더라도 아, 이런 음악 세계도 있구나, 이런 우주도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는 그 것만으로 로베르트 슈만에 대한 헌사와 위대한 찬양이 될지니. |
|
클래식 음악을 소재로 한 독특한 추리소설이 있다고 합니다.
손가락 없는 환상곡. 작가는 오쿠이즈미 히카루입니다. 이름이 일본이름입니다. 일본 작가의 일본소설입니다.
왠지 액션영화의 한 장면 같습니다. 적을 눈으로 보지 말고 마음으로 봐라 라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클래식 음악 중에서도 슈만에 대해 자세히 쓰여 있습니다. 독특합니다.
신선합니다.
다른시각으로 음악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존케이지를 검색해 봅니다.
<존 케이지(John Milton Cage Jr., 1912년 9월 5일 ~ 1992년 8월 12일)는 미국의 작곡가였다. 우연성 음악의 개척자로 평가받고 있으며, 조작된 피아노 기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음렬주의, 전자 음악 등의 음악을 작곡하였다. 대표작으로 4분 33초, 가상 풍경(Imaginary Landscape) 등을 작곡했다 플럭서스 운동에 참여하였다. 1년정도 쇤베르크의 제자였던 적이 있으나 화성이나 이론에는 자기 적성에 안 맞다며 유럽으로 떠났다.>
위키백과에서 참고합니다. 손가락이 없는 환상곡을 모두 읽습니다. 추리소설이지만 스릴러에 가깝습니다. 모두 읽고나니 클래식음악에 대해 상당히 많이 알게 된 느낌입니다. 좋습니다.
추천버튼과 공감버튼을 눌러주세요. 힘이 납니다.
|
|
일단은 읽기가 녹녹치않은 작품이었다. 클래식을 모토로 한...한사람의 회상록인데... 주로 슈만을 다루고 있고.. 안그래도 클래식에 좀 약한 나로선 더더욱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않은 슈만이라는 작곡가의 일생과 더불어 작품속에 이야기가 녹아들어간 형태라 읽으면서 공감하기가 좀 어려워 속상했다. 이때만큼 클래식에 문외한인게 속상하고 속상했다. 항상 느낀거지만 일본에는 일반인들 중에서도 그렇고, 전문가적 기질을 보이는 사람이 많은것 같다. 이책을 쓴 작가 오쿠이즈미 히카루 역시 상당한 클래식 애호가인듯... 방대한 양의 지식과 클래식..특히 슈만에 대한 이해와 곡을 해석하는 힘은 잠깐의 공부로 절대 알수 없는 거란걸... 이책의 일부분만 읽어봐도 알수 있을정도다. 수기의 형식으로 시작되는 이책은... 어린나이에 국제적인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을 한 나가미네 마사토라는 인물을 몹시도 동경하며 우상화 하다시피한 주인공이, 마사토와 또 한명의 친구인 시카우치 겐이치로와 엮은 다비드 동맹이라는 기록이 주를 이루고 있다. 거기에다 한밤중...학교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주인공 사토하시는 우연히 그 사건현장에 있어 목격자가 되고 그때 당시 마사토가 피아노실에서 친 슈만의 환상곡은 평생에 ...가슴속에서 꺼지지않는 음악으로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그렇지만 마사토는 그 이후로 점점 내리막길을 걷게 되고 음악에서 기교만 남은...음악이 없는 음악을 하게 된다. 사토하시는 그 이유가 살인사건과 깊은 관계가 있음을 무의식적으로 알게되고... 마사토를 지키고자 하는 맘에 마음속 깊이 밀봉해버린다..
쉽지않은 책이지만 어느정도 읽으면서 점점 클래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도 익숙해져갈 무렵... 느닷없이 터져나온 살인 사건...거기다 마사토의 고백... 중간이후부터 갑자기 빨라져가는 이야기의 흐름에 정신없이 빠져들 무렵 느닷없이 펑!!! 터지는 결말... 갑작스럽고 놀라웠다... 앞으로 되돌아가 다시 읽어야할까 싶을 정도로...
이책을 읽고 느낀건...역시 클래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거랑 슈만에 대해 좀더 알고 싶어진거다. 부끄럽게도...그의 음악은 거의 들어본 기억이 없을 정도니... 특히 피아노 소나타3번은 꼭 들어보고 싶다...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나같은 사람에겐 좀 어렵고 아쉬운 작품이지만... 클래식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 읽는다면 재미가 훨씬 배가될것이다... 그점이 못내 아쉬울따름이다...
|
|
손가락 없는 환상곡~! 환상곡인데 손가락이 없다...참으로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그 끝이 없는거 같다. 대충 보면 음악적인 소재로 쓴 광기어린 음악가에 대한 이야기인가...하는 생각이 순간 스쳤다. 개인적으로 음악이야기는 좋아하는데 좀 어려울꺼 같다는 느낌도 살짝 비춰졌다. 하지만 그 걱정은 첫 장을 넘기면서 서서히 없어져 갔다. 어렵다는 생각이 점점 잼있다 라는 반응으로 다가온 것이다. 슈만의 음악세계를 이해하는데 아주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음악과 추리라는 어울리지 않는두 소재의 움직임은 나를 점점 책 속으로 빨려들어가게끔 했다.
음악적 이야기의 궁금함도, 미스테리한 사건의 궁금함도 어느것 하나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나를 휘감아 버린것이다.
책의 제목은 작품의 내용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손가락을 다쳐 연주를 못하게 된 후 비로소 완벽한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슈만을 경애하는 마사토와 그런 그를 열렬히 숭배하는 마사토. 하지만 마사토는 “어떤 연주도 작곡가가 의도한 음악을 완벽하게 재현할 수 없어. 음악은 상상 속에서 가장 또렷하게 모습을 드러내.”라며 좀처럼 연주를 하지 않는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어느 날, 밤늦게 학교를 찾은 나는 우연히 슈만의 <환상곡>을 연주하는 마사토를 보게 된다. 숨조차 쉴 수 없는 아름다운 연주에 얼어붙어버린 나는 찢어질 듯 날카로운 비명에 정신을 차리고, 곧이어 여학생의 시체를 발견한다. 범인이 잡히지 않은 채 나는 졸업하고 마사토와의 관계도 소원해진다. 이후 마사토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 그는 내게 가슴 깊이 묻어두었던 진실을 고백한다.
주인공 ‘나’의 수기로 진행되는 작품 곳곳에 슈만의 음악이 장치되어 있는데, 이 작품을 위해 음악이 만들어진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그 배치는 절묘하다. 문학에도 조예가 깊었던 슈만은 ‘오이제비우스’와 ‘플로레스탄’이라는 두 개의 이름을 사용하여 집필 활동을 하였는데, 이는 슈만의 내성적인 자아와 외향적인 자아를 대변하는 인물이다. 또한 그것은 이 작품의 중요한 테마인 ‘기억하고 있는 것’과 ‘경험한 현실’이 반드시 같지 않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같이 '나'인 마사토의 음악적 성숙도를 슈만이라는 음악천재의 내적 외적인 자아를 통해 간접적으로 표현하려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스토리 자체가 감미롭고 부드럽기에 부담이 안됐다는 요소들을 강점으로 꼽는 반면, 살인사건의 느낌을 너무 부드럽게 묘사하려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 역시 작가의 의도된 표현력이라 생각하고 그렇게에 멋진 이 작품이 나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
음악을 좋아하고 사랑한다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미스터리 참혹 환상극이 아닌가 생각해 보며 글을 마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