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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글쎄???" 내용보기
이 작품을 읽기 전에 1회 수상작부터 먼저 읽었다. <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 작가 임영태는 꽤 오래 전에 오늘의 작가상까지 받은 소설가다. 그런 그가 긴 시간이 지난 뒤에 왜 다시 문학상에 도전했던 것일까? 등단을 위해서는 아니었을 게다. 요즘은 오늘의 작가상도 많이 망가졌지만(<제리> 같은 작품을 보라. 참!!!) 한때 최고의 권위를 지닌 상이었다. 그런 상으로 등
"글쎄???" 내용보기

이 작품을 읽기 전에 1회 수상작부터 먼저 읽었다.

<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

작가 임영태는 꽤 오래 전에 오늘의 작가상까지 받은 소설가다.

그런 그가 긴 시간이 지난 뒤에 왜 다시 문학상에 도전했던 것일까?

등단을 위해서는 아니었을 게다.

요즘은 오늘의 작가상도 많이 망가졌지만(<제리> 같은 작품을 보라. 참!!!)

한때 최고의 권위를 지닌 상이었다.

그런 상으로 등단한 사람이 뭐가 아쉬워서

다시 등단을 위한 문학상이 필요했겠는가?

오랜 필력을 가진 작가답게

<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은 그의 기량을 잘 보여주기는 했지만

결국 한 황폐해진 작가의 처량한 회상기 이상은 아니었다.

미래를 보는 아내와 죽은 자의 영혼을 보는 남편.

아내가 죽고 난 뒤 대필 작가가 되어 살아가는 자신에 대해

혐오와 연민, 생존 본능, 그리고 주변의 이런저런 삶을

작가는 다소 막연하게 그려내고 있었다.

그 작품이 잘 쓰여진 것이라고 보지 않는 것은 둘째치고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의문은 제목의 정체다.

나는 그 제목의 의미로 그 작품이 끝나리라 여겼는데

왠 죽은 늙은 영혼과 함께 한강대교를 오가면서

이런저런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읽은 지 좀 되어 이제는 그 대화의 내용이 기억나지는 않는다.)

마무리되어 버린다.

그 작품에 대해 읽은 사람마다 느낌은 다양하겠지만

나로서는 이렇게 저렇게 연상되는 주변 정황들 때문에 조금은 씁쓸했다.

 

그리고 한 해가 지나 2회에서는

두 편의 작품이 당선작으로 나왔다.

<트렁커>를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두 작품은 아주 다른 내용과 형식을 가진 듯하다.

두 작품 모두 버릴 수 없었기에

(아니면 다 버려야 했기에?)

문학상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동시 당선작을 냈겠지만

심사위원들의 자신감이 아쉽다.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는

소재나 기법에 있어서

기존의 우리 문학에서 볼 수 없는 시도를 하고 있다.

책이라는 것이 가지고 있는 내면적 이미지와

그것이 유통되고 소비되는 형식에 대한 성찰,

궁극의 것에 도달하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 따위를

이 작품은 비교적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조금은 차가운 문체나

나레이터에 의해 지속적으로 제시되는 의문과 상황들.

그리고 그 상황들이 다음 상황을 도출하도록 만드는 장치들.

 

이 작픔은 무려 56개의 챕터들로 구성되어 있다.

340페이지 분량의 책이니

챕터 당 안배된 분량은 평균 6페이지도 안 된다.

(중간에 회색 종이로 각각 15페이지, 31페이지씩 차지하는 챕터를 빼면 더 줄 것이다.)

소설의 형식이 주인공이자 나레이터의 회상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따져보면 수많은 메모들로 짜여진 소설이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메모란 것이 무엇인가?

핵심적인 내용만 적어놓는 것이다.

과정이나 동기, 결과, 영향 등등을 자세하게 메모에 적을 수는 없다.

그래서 메모는 타인의 눈으로 보면 암호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분명 메모와 소설은 다르다.

메모를 모아둔다고 소설이 될 리 없고

소설을 아무리 잘게 쪼갠들 메모가 되어서도 안 된다.

 

출판 파동이나 분서, 국민대행동 등등의 정황은

처음에는 어떤 사건이나 상황에 대한 알레고리가 아닐까 여겼었다.

그런데 알레고리라고 보기엔 방향성이 일정하지 않았다.

단순히 <세계의 책>이라고 하는 한 서적을 손에 넣기 위한

보물 찾기가 이 소설의 주제는 아닐 듯한데

마지막까지 소설은 그런 문제에 대해

툭툭 궁금증과 단서를 던지는 듯하다가도

적당히 덮어버렸다.

 

앞서 메모 형식의 소설이라 했는데

반디라는 주인공이자 나레이터는

아홉 권의 책을 찾아나가면서

앞서 발견한 책이 다음 책을 찾는 방향을 담았다고 했지만

그게 뭔지는 조금도 설명하지 않았다.

메모라서 자세한 얘기를 할 수 없다고 한다면

참 곤란하다.

소설은 분명 긴장감도 주고 다음에 벌어질 일에 대해 궁금증도 불러일으키고

오랜 기간 창작 수련을 한 작가답게 자기만의 개성적인 문체도 가지고 있지만

소설의 진행은 철저하게 자기 만족적이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이 주고받는 대화는

대개가 평이하다.

심오한 듯하지만

사실은 일고의 가치도 없고

때로는 너무 진부해서 실소를 자아내게도 만들었다.

 

서울 어딘가에 일제 말기 때 만들어진 81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진

방공호?

(이 대목을 읽으면서 나는 예전에 읽었던 황당한 소설

<건축무한육각면체의 비밀>이 연상되었다.

건축기사 이상이 설계해서 완성했다고 하는

서울 시청 아래 지하에 조성된 거대한 건축물.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상상이 일탈하여 망상에 이르면 곤란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거대한 방공호가 서울 시내 모처에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내용으로 볼 때

가로 세로 각각 9개씩 81개의 방이 될 텐데

공간적으로도 넓은 구역을 차지하지만

무슨 방공호를 그렇게 건설할까?

휘발유통 하나 때문에 그 거대한 방공호가 홀랑 타버린다는 것도

(약간 모호하게 회피했기는 하지만,

그런 회피나 슬쩍 덮어버리기는 작가로서 무책임한 일이다.)

의아하다. 방공호는 건설 목적상 충격이나 화재에 잘 견디도록 짓지 않는가?

(뭐 일제 때 지어졌긴 하지만)

각 방마다 철제 문이 설치되어 있는데

그렇게 쉽게 화재가 번져 전소시킬까?

이런 데도 나비효과가 적용되어야 할까?

 

또 아홉 권의 책을 통해 완성해낸 단서는

결국 마방진의 행태를 띠었다고 했고

그를 통해 최후의 인물을 지하 방공호에서 찾아낸다.

(내용은 자세히 못 밝히니 양해바란다.)

나도 전에 마방진에 대해 좀 공부하다

하도 골치가 아파 포기한 적이 있는데

작가는 마방진이 뭔지는 분명 알 것이다.

숫자가 모두 채워진 마방진이 어떻게 81개의 방마다에서

앞쪽과 왼쪽, 오른쪽에 설치된 문 가운데

바른 문을 지시하는 것일까?

떡떡 다 찾아갔으니 뭔가 비밀의 열쇠는 있겠지만

작가는 '마방진'이란 말만 던져놓았을 뿐

그 비결에 대해 알려주는 데는 너무 인색하다.

 

그래서 찾아낸 사람이

들려주는 비밀은 또는 책은

그 길고 긴 어드벤쳐와 탐색의 과정을 등가적으로 보상하는 내용이 아닌 것 같다.

(그것은 주인공에게도 독자에게도 마찬가지다.)

 

작가가 만들어낸 가공의 책과 저자들의 프로필,

또 그런 책들이 담은 내용이나 성격 등에 대한 진술은

분명 대단히 흥미있고

이 소설의 백미편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결코 실패한 작품은 아니다.

그러나 솔직히 이 소설이 방대한 문헌을 섭렵한 결과로 얻어진 것 같지는 않고

그저 약간만 관심을 가지면 얻을 수 있는 단편적인 지식을 잘 버무렸다는 점에서

노고를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국문학을 조금만 깊이 전공했으면 알 만한 내용인데,

그런 정보를 적절하게(?) 배치했으니

그것도 작가의 능력이라면 능력이겠다.

 

읽기 시작했을 때는

뭔가 새로운 소설 세계를 접하리라는 예감이 들었는데

읽어나갈 수록 김이 샜다.

(정말 적당히 얼버무리는 소설이 아니기를 빌었다.)

 

근래 읽은 소설 가운데 그래도 수작에 속한다고

애써 위안을 삼지만

너무 많은 부분이 내게는 함량 미달로 보인다.

어쨌거나

이 작가의 다음 소설을 조금은 기대해본다.

YES마니아 : 골드 y*****n 2010.12.20. 신고 공감 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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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 내용보기
상상력의 끝이라고 표현을 해도 과언이 아닐듯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쩜 이런 생각을 해낼 수가 있는지, 보면 볼수록 정말 판타지같은 이 이야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너무 기발함에도 불구하고, 그 소재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남녀노소 누구라도 공감이 갈 만한 이야기의 흐름이 너무 좋았다. 하긴, 처음 이 책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었을 때에도 그저 우리나라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 내용보기

상상력의 끝이라고 표현을 해도 과언이 아닐듯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쩜 이런 생각을 해낼 수가 있는지, 보면 볼수록 정말 판타지같은 이 이야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너무 기발함에도 불구하고, 그 소재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남녀노소 누구라도 공감이 갈 만한 이야기의 흐름이 너무 좋았다. 하긴, 처음 이 책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었을 때에도 그저 우리나라의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관심이 동하긴 했던 건 사실이다. 제2회 중앙장편문학상을 수상한 우리나라 신예작가인 오수완 작가의 지적 판타지가 이 정도 수준일 줄은 몰랐지만, 여튼 너무나도 재미있는 신비로운 세계였음은 물론이고 보는내내 우리들의 상상이 과연 어느정도까지 펼쳐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해볼 수 있었던 기회가 아니었는가, 생각해보게 되었다.

 

책 속의 주인공이기도 한, 책 사냥꾼인 반디는 자신이 겪게 되는 현재의 사건들과 과거의 기억들이 한 때 읽었었던 책과 함께 찾고 싶은 책, 그리고 여전히 찾지 못하고 미궁속에 있는 책들과, 또한 잃어버린 책과 그와는 반대로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책에 대한 이야기가 서로 얽히고 설킨 가운데에서 차례 차례 어지러이 서술이 된다. 이러한 반디의 발자취를 따라가다보면은, 어느 순간에 이르러서는 자기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현실과 허구의 이야기의 그 경계를 뚜렷하게 알지 못한 채 우리들마저도 그러한 무한한 상상의 세계에 초대되어, 가상의 책과 또한 실제로 현실속에 존재하는 책들이, 또 허구적인 인물과 역사적인 인물들이 서로 뒤죽박죽 뒤섞여 들어 있으며, 또 이 세상에는 엄청나게 많은 이야기와 책들이 자연스럽게 존재하고있음을 우리는 깨닫게 된다. 정말 당연하리라 생각했던 사실을 가지고도 이렇게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엮어낼 수 있는 작가의 능력에 다시 한 번 경악을 금치 못했다. 경악할 정도로 너무나도 숨가쁘게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었고, 또 속도감있게 전개되는 이야기의 흐름속에 푸욱 빠져서 정신없이 쫓아가다보면 정말,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흐름에 빠져들게 되어가지고는 이 책을 들고 있는 나 자신조차도 가상속의 상상만 해오던 인물들 사이에서 어지러이 이야기를 전개해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몰입을 하다보면 이 책에 동화되기란 시간문제라는 말씀!

w******z 2011.01.09.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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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세상에는 밤하늘의 별만큼 많은 책이 있다
"다행히도, 세상에는 밤하늘의 별만큼 많은 책이 있다" 내용보기
“전 세계에서 1년에 출간되는 책이 100만 종. 한국에서 출간되는 책은 4만 종 이상. 하루에는 1,000종 이상. 부수로는 1억 부 이상. 그 대부분은 국가자격시험을 비롯한 각종 시험을 위한 문제집, 수험서, 참고서.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서적은 130만종. 한편 보통 사람이 일하고 공부하고 밥 먹고 잠자고 남는 시간을 쪼개고 쪼개 매일 다섯 권씩 책을 읽는다면 1년에 1,825권. 이 짓
"다행히도, 세상에는 밤하늘의 별만큼 많은 책이 있다" 내용보기

전 세계에서 1년에 출간되는 책이 100만 종. 한국에서 출간되는 책은 4만 종 이상. 하루에는 1,000종 이상. 부수로는 1억 부 이상. 그 대부분은 국가자격시험을 비롯한 각종 시험을 위한 문제집, 수험서, 참고서.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서적은 130만종. 한편 보통 사람이 일하고 공부하고 밥 먹고 잠자고 남는 시간을 쪼개고 쪼개 매일 다섯 권씩 책을 읽는다면 1년에 1,825. 이 짓을 100년간 하면 182,500. (중략)

아무도 읽지 못한, 띠지도 벗기지 않은 11쇄의 책들이, 제지 공장으로 들어갑니다. 이것이 책의 지옥이죠

 

, 이처럼 자세히 알아본 것은 아니지만, 이 지구상에서 매일 얼마나 많은 책이 태어나고 사라질지 궁금했던 적이 있었다. 그나마 도중에 멈추지 않고 근면하게(!) 지속하고 있는 유일한 취미가 독서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세상엔 저자의 말처럼 하늘의 별만큼 많은 책들이 존재할 터인데, 거기에 매 초마다 또 얼마나 많은 책들이 보태어질 것인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웠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것이 무엇에 대한 두려움인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이 책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최근 어느 사진작가가 자신의 사진을 위해 200년이 넘은 나무를 무참히 베어버렸다는 소식이 자꾸만 겹친다. 그의 무참한 정신상태 역시 심히 측은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우리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나무들을 순전히 우리만을 위해 베어내고 있는지 생각조차하기 두렵기 때문이었다. 저 수많은 책을 만들어내기 위해, 우리가 매일 매일 무심코 버리는 수많은 종이들을 만들기 위해, 또 이런 저런 쓰임을 위해 얼마나 많은 나무들이 지금도 베어지고 있을까.

 

때문이다. 책은 밤하늘의 별처럼 많겠지만, 우리는 항상 그 별들이 아름답고 또한 다른 이들을 비출 수 있는 것이기를 바라며 만들어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야말로 쓰레기와 같은 책들을 만들어내기 위해 소중한 나무를 마구 베어버리는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는, 아주 당연한 바람을 가져본다. 그리고 아주 먼 훗날이 될 지도 모르지만, 만약 내가 책을 펴내는 날이 온다면, 부디 그 책은 어둠이 아닌 빛을 간직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함께 갖는다.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만.

 

이 소설은, 책에 대한 이야기다. 책을 위한 찬가이자, 책들의 무덤에 대한 이야기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책들의 이야기이며,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책들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또한 곧 사라질 책들, 또 곧 태어날 책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놈의 직업병이 문제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 작가의 길고 긴 문장의 호흡에 적응키 어려웠다는 고백을 해야겠다. 무조건 문장은 간결하고, 가능하면 짧은 것이 좋다는 기자로서의 강박관념이 감히 소설이라는 전혀 다른 글에 까지 적용되려 한 것이다. 하지만 글에 대한 평가나 기준은 그야말로 엿 장수맘이 아니던가. 그 엿을 얼마나 많은 이들이 받아들이고, 달디 달게 먹는가는 다른 문제이겠지만 말이다.

 

책은 매우 흥미롭다. 저자의 해박함(이 정도의 단어로 표현이 될까 싶을 정도로 엄청난 독서량을 가늠케 만드는)에 감탄하고, 또한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 빠져들며 다시 한 번 감탄. 어떤 독자들은 결말이 조금 허무하다고 평가하기도 했지만, 나로서는 그리 나쁜 마지막도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결국 끝은 끝이 아닐 것이기에.

세상에 존재하는지조차 확실치 않은 책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은 전직 책 사냥꾼 반디는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 소리를 위해 의뢰를 맡게 된다. 그리고 책을 찾아 단서를 찾아 헤매는 동안, 점점 그 책이 또 하나의 책을 찾기 위한 단서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곧 무언가 더 큰 무엇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상황과 만남이 이어지게 된다. 그가 찾으려 한 책은 과연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 반디가 겪은 모든 일들이 애초 일어나기는 한 일이었을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상상인지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바고 그 순간의 존재함.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대는 책에 대한, 출판사 등 책으로 먹고 사는 이들에 대한 극심한 탄압이 절정을 이룬 때로 표현된다. 출판사들을 규탄하는 관제데모가 벌어지고, 책들을 모아 불태우는 퍼포먼스가 벌어진다. 정부는 강력한 정책으로 출판문화를 규제 혹은 변화시키려 하고, 책이 사라질수록, 오히려 어떤 책들은 더 높은 가격에 어둠 속에서 거래된다. 허구의 시대이지만, 과연 작가가 보여주고 있는 그 허구가 허구인지도 역시 나는 어지럽다.

 

모든 권력은 문화를 통제하려 노력한다. 그리고 거기에 빌붙어 열심히 충성을 바치는 이들이 항상 존재한다. 그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허영과 욕망을 온전히 다 바치며, 찰나의 존재감, 찰나의 권력에 취한다. 그리고는 다시 어둠 속으로,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사라진다.

 

그동안 그리 많은 책을 읽지는 못하였다. 물론 책의 수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많은 책들을 어설프게나마 읽다보면 쓰레기를 발견하는 일도 가끔 발생하기 마련이다. 정치적 목표를 위한 위선과 거짓으로 가득 찬 책, 자신의 어설픈 지식을 늘어놓으며 결국은 되도 않는 훈계나 일장 연설로 마감하는 책, 처음부터 난 돈을 벌고 싶어 미치겠어!’를 노골적으로 선포하며, 독자들의 주머니를 털려는 자기계발서, 투자안내서 등 그리 반갑지 않은 책들도 적지 않게 만났던 것 같다. 물론, 그것도 누가 어떠한 상황에서 읽느냐에 따라 다른 평가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겠다.

 

책을 주제로 이렇게 재미있으면서도, 진지하게 생각게 하는 작품은 적어도, 무지한 나로서는 처음이었다. 책은 과연 나에게 무엇인지, 인간에게 책은 어떤 존재이자 의미인지, 그리고 우리는 어떤 책을 만들고 어떤 책을 버리며 어떤 책을 남기며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하게 만든 책이다.

 

작지만 신념을 가지고 의미 있는 책들을 펴내는 소중한 출판사들이 있다. 물론 그 반대가 더 많지만. 돈이 된다면 박근혜든, 박정희든 그 어떤 무엇이 되던, 높이 칭송하고 떠받들며 온갖 역겨운 소리들을 지껄이는 책들, 우리들의 마음속에 욕망과 증오와 갈등을 부추기는 책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펴내는 그런 곳들도 여전히 많다. 그리고 그런 곳들이 그렇지 않은 곳들보다 많은 돈을 버는 것 역시 사실이다.

 

하지만 책은 밤하늘에 떠 있는 별처럼 많고 우리는 그 많은 별 중 하나하나를 우리의 의지로 선택할 수 있다. 그 선택은 언제나 자유로울 것이며, 또한 무거울 것이다. 우리의 선택으로 밤하늘은 아름다울 수도 있고, 암흑 그 자체가 될지도 모른다.

 

책에 대한 작가의 애정과 애증과 욕망과 고뇌가 모두 다 느껴지는 책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가 책이라는 화두를 오래 붙잡으며, 우리에게 또 다른 책 이야기를 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은 그의 후속작을 살펴보다 이미 현실이 되었음을 확인했다.

 

소설이 전해주는 재미와 감동 그리고 그 이후의 난처함까지 온전히 전해준 작품이다. 즐겁고도 난처한 경험이었다.

 

YES마니아 : 로얄 w*******7 2014.07.20.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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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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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을 들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흥미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돈을 주고 사면 되는 책을 사냥한다니 말이다. 그러나 세상엔 사냥해야 하는 책도 있는 모양이었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시절에는 책과 그것에 관계된 삶을 사는 이들이 고통에 처한다. 그들의 세상에서 책은 더이상 우리가 아는 그런 책들이 아닌 것이다. 그들의 책은 책을 위하여 전재산을 내어놓을 수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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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제목을 들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흥미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돈을 주고 사면 되는 책을 사냥한다니 말이다. 그러나 세상엔 사냥해야 하는 책도 있는 모양이었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시절에는 책과 그것에 관계된 삶을 사는 이들이 고통에 처한다. 그들의 세상에서 책은 더이상 우리가 아는 그런 책들이 아닌 것이다. 그들의 책은 책을 위하여 전재산을 내어놓을 수 있고, 혹은 죽을 수도 있으며 또는 책으로 모든 것을 바꿀 수도 있다. 책의 표지를 얼핏 보았을 땐 모자를 쓴 단정한 여인이 책 속에 눈을 두고 있는 그림이지만, 자세히 보면 그 여인의 턱에 수염이 삐죽삐죽 자라고 있음이 보인다. 그는 여인이 아니다. 그는 변장한 책사냥꾼인 것이다. 책사냥꾼인 그들은 책을 찾아다닌다. 그들이 찾는 책은 단 한 권이다. 그러나 그 책을 본 이는 아무도 없고 오로지 전설 속에서만 존재한다. 수많은 책들이 <세계의 책>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안내서라는 이름으로 그들을 현혹한다. 그러니 이 책은 세상에는 없는 책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주인공 반디는 반딧불이에서 따온 이름이다. 그는 책과 관계된 일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 전설적인 존재인 책사냥꾼이다. 반디는 검은 목적으로 책을 사냥하지 않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어린 시절 말을 더듬던 그는 책과 함께 하면서 삶의 평온과 안정을 찾았고 그와 책은 하나나 마찬가지였다. 어린시절 자신을 꿈꾸게 한 한 구절 "세상에는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은 책이 있다."(본문 22쪽) 를 떠올리며 그 구절로 시작되는 책을 찾고자하던 헌책방 반디는 어느날 책사냥꾼의 중앙인 미도당으로부터 <베니의 모험>이라는 책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그리고 이어서 그에게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은 반디를 오히려 쫓기게 만든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 채 이어지는 책들을 찾아 다니던 반디는 드디어 비밀의 열쇠를 풀었다. 그러나 그에게 남은 것은 텅 빈 방과 작은 책상 뿐이다. 수많았던 책들도, 사랑했던 친구와 여인도 모두 떠나고 그는 홀로 남아 자신의 일을 적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떤 문장으로도 시작하기에 어려운 이야기였다. 누구의 삶이라고 쉬운 말로 쓸 수 있을 것인가. 그러니 반디의 삶은 우리 모두의 삶이기도 하다.

 이 책의 특별한 점은 이 책에 등장하는 수 많은 책들에 대한 소개이다. 그 책들은 실제 있는 책일 수도 있고, 가공의 책이기도 하다. 소설이라는 것이 개연성이 있는 허구라고 할 때, 이 작가의 역량이 새삼 크게 느껴진다. 인물과 사건과 배경이 너무도 생생하여 실제 현실같지만, 어쩌면 이들의 세상은 두 개의 달이 뜨는 곳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하다.

e*****j 2011.02.2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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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 초반만 잘 지나가면 재미있다.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 초반만 잘 지나가면 재미있다." 내용보기
제 2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이라는 대단한 감투와 함께 제목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끌릴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 에 하루키, 보르헤스, 에코에게 던지는 한 방의 충격 같은 소설이라는 띠지에 홀딱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어디 장미의 이름처럼 멋지고도 멋진 작품일까 기대를 잔뜩하며 읽어내려갔다. 오잉~ 처음 부분부터 좀 지루하다. 뭔가를 말하려고 하는데 좀 장황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 초반만 잘 지나가면 재미있다." 내용보기
제 2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이라는 대단한 감투와 함께 제목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끌릴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 에 하루키, 보르헤스, 에코에게 던지는 한 방의 충격 같은 소설이라는 띠지에 홀딱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어디 장미의 이름처럼 멋지고도 멋진 작품일까 기대를 잔뜩하며 읽어내려갔다. 오잉~ 처음 부분부터 좀 지루하다. 뭔가를 말하려고 하는데 좀 장황하다. 본질이 뭔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참고 읽어보자. 오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드디어 술술 풀려나간다. 일단 작가가 엄청난 노력을 하고 많은 책을 읽었으리라는 점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요즘, 소설들을 얼마나 쉽게들 쓰나. 그렇지만 진짜 소설가답게 열심히 참고책을 읽고 정말 기발한 책속의 책들을 꾸며내느라 엄청난 상상력과 노력을 발휘했을 생각을 하니 그랬다. 그리고 끝까지 읽은 소감은 음..좋은 소설이다. 재미도 있고 그래 에코같은 위대한 작가들 포스도 가끔 느껴졌고 그래도 별을 다섯개 다 못 준 것은 2% 부족했기 때문이다. 장황설을 좀 줄이고 이야기에 좀 더 집중했더라면 크고 작은 사건들은 오히려 쉽게 지나가 버리고 그 비밀의 방들도 다소 싱거웠다. 하지만 비밀의 방을 풀기 위한 여러가지 정보가 담긴 열쇠(keyword)들은 괜찮았다는 생각이 든다.
 
앞서 썼듯이 이 책에는 책속의 책들이 많이 등장한다. 꽤 자세한 줄거리로 말이다. 그런데 솔직히 책 속의 책들에 나는 더 반해버렸다. 그 소설들이 진짜 소설들이라면 정말 기발할 것이다. 정말로 있을만한 해외 여러나라의 작가들의 이름에 연도까지 표시되고 제목까지. 그리고 그 속에 담긴 내용들은 더 그럴듯 했으니 말이다. 어떻게 하나하나 이런 이야기를 담은 책들로 가상의 책들을 다 만들었을까. 그게 정말 대단했다. 가령 페이스들(faces) 라는 해외의 사진집은 희귀본인데 200명 가량의 불편한 표정들의 인물을 담고 있다. 그런데 그 인물들이 대부분 죽었거나 실종되었다는 사실이 나중에야 발견된다. 사진집의 작가가 연쇄살인마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 사실이 알려지고도 더욱 희귀본이 되었다. 이 전체 소설의 시점은 대한민국의 서점이 책 파동을 1차 2차로 연쇄적으로 일으켜지며 책들이 모두 불타거나 서점이 사라진다. 이제 인쇄된 책들은 더 이상 거래가 되지 않고 헌책방이나 책사냥꾼을 통해서 거래가 이루어진다. 책 사냥꾼들은 사립탐정처럼 여러가지를 다 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했다. 결국은 어둠의 세력(조직 폭력배)같은 이들과 결탁하는 책 사냥꾼도 생긴다. 검은별같은.
 
이 책의 주인공인 정도형은 '반디'라는 책사냥꾼으로 더 알려졌다. 최고의 책 사냥꾼으로 알려지면서 '검은별' 이라는 자와 함께 아주 그 계통에서 유명하다. 그는 개인적으로 '찰리이야기'의 또 다른 버전을 찾고 있다. 그런 그에게 윤선생이라는 '미도당' 의 당수가 '베니의 모험'이라는 희귀한 책을 찾아달라고 한다. 그리고 그 책을 포함해서 아홉가지의 책을 다 찾게 되는데 이 세상에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엄청난 책 <세계의 책> 이라는 책에 한 걸음 다가가는 책이라는 것이다. 검은별이라는 놈이 항상 반디를 따라다닌다. 더 이상 언급하면 스포가 될 수 있다. 암튼 얽히고 설킨 매듭이 드디어 시작되고 드디어 소설은 엄청 재미있어진다. 중반부를 지나면 정말 책은 훨훨 날개를 단다. 끝부분의 '장미의 이름'에서 모티브를 따 온 장면도 인상깊었고 하나하나 맞물려 결말에 이르는 재미가 있다. 일본 미스터리 소설에 점차 질려가고 있었는데 우리나라의 이런 재기넘치는 소설을 접하니 우리나라도 나오키상이니 본격 미스터리니 하는 대중들이 모두 아는 상이 생겨서 그 순위에 오르는 책들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소설가들의 노력만큼 입소문이 나도록 말이다. 암튼 오랜만에 지적 판타지의 소설을, 그것도 국내의 소설을 하나 잘 만났다.


h*****o 2011.01.16.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 - 책과 인간에 대해 성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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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책에 대한 저자의 지적 능력에 놀랐던 작품이다. 헌책방을 운영하던 책 사냥꾼 반디는 어느 날 책 사냥꾼들의 ‘중앙’인 비밀 조직 미도당의 총수로부터 『베니의 모험』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반디는 『베니의 모험』이 책 사냥꾼의 세계의 전설로 내려오는 단 한 권의 완전한 책인『세계의 책』과 연결되어 있다는 비밀을 풀고는 묘한 쾌감에 빠져든다. 책 사냥꾼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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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책에 대한 저자의 지적 능력에 놀랐던 작품이다.

헌책방을 운영하던 책 사냥꾼 반디는 어느 날 책 사냥꾼들의 ‘중앙’인 비밀 조직 미도당의 총수로부터 『베니의 모험』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반디는 『베니의 모험』이 책 사냥꾼의 세계의 전설로 내려오는 단 한 권의 완전한 책인『세계의 책』과 연결되어 있다는 비밀을 풀고는 묘한 쾌감에 빠져든다. 책 사냥꾼으로서의 동물적인 본능이 되살아난 반디는 책을 좇기 시작하고, 다른 책 사냥꾼은 반디를 쫓기 시작한다.

 

추리라는 형식을 띄면서도 책과 사람에 대한 심도깊은 성찰을 할 수 있는 책이였다.

주인공인 책 사냥꾼 반디의 주변 인물들을 통해서 인간의 믿음, 거짓이라는 본성에 대한 탐구를 경험해볼 수 있다.

책이 인간의 삶에 끼치는 영향, 책이 태어나면서 없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철학적으로 사유해볼 수 있었다.

하루에도 수많은 책들이 태어나고 사라지는 세상, 넘쳐나는 책 중에서 과연 우리는 책을 얼마나 진심으로 읽고 있는가...

반디가 세계의 책을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주변인물들과의 관계가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아는 과정이 심도있게 그려진다.

책에 관한 이야기가 많아서 좀 어려운부분도 많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기를 추천하고 싶다.

 

"서가에 매대 위에는 잉크도 채 마르지 않은 살아 있는 책들이 쌓여 있었다. 이 책들 역시 언젠가는 낡고 헤어져 책으로서의 삶을 끝낼 테지만 그 전에 누군가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거기서 다시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할 것이다. 책은 사람이 태어나듯 태어나고, 사람이 살듯 살아가다, 사람이 죽듯 죽어갈 것이다."



YES마니아 : 로얄 s*****0 2011.01.03.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독특한 이야기 전개와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색다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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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Occult) 용어 중에 “아카샤 기록(Akashasic Record)"라는 말이 있다. 아카샤(Akasha)란 공간에 가득 차 있는 대기 중의 영기(靈氣), 또는 유광체(幽光體)를 나타내는 말로 전 우주에서 과거에 발생했거나 현재에 일어나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모든 현상과 사건들이 이 아카샤에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어 이 기록을 읽는 방법을 배운다면 전 시공간의 비밀을 알 수 있다고
"독특한 이야기 전개와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색다른 소설" 내용보기

 오컬트(Occult) 용어 중에 “아카샤 기록(Akashasic Record)"라는 말이 있다. 아카샤(Akasha)란 공간에 가득 차 있는 대기 중의 영기(靈氣), 또는 유광체(幽光體)를 나타내는 말로 전 우주에서 과거에 발생했거나 현재에 일어나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모든 현상과 사건들이 이 아카샤에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어 이 기록을 읽는 방법을 배운다면 전 시공간의 비밀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노스트라다무스나 진 딕슨 등 유명한 예언가들이 바로 이 기록을 읽고서 과거를 맞추거나 미래의 일들을 알아맞힐 수 있었다고 하며, 히브리 신학자들은 아카샤 기록을 “신의 기록을 담은 책”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뜬금없이 아카샤 기록을 언급하는 이유는 제2회 중앙장편문학상을 수상한 오수완 작가의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뿔(웅진문학에디션)/2010년 11월)>에서 이야기하는 신과 자연, 우주의 비밀 등 이 세상 모든 비밀이 적혀 있다는 완전한 책인 <세계의 책>이 바로 이 아카샤 기록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물론 작가가 의도했는지 아니면 전혀 무관한지는 알 수 가 없지만.

 

 앞에서 언급한 대로 이 책은 <세계의 책>을 추적하는 “책 사냥꾼”들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책에 대한 이야기이긴 한데 설정이며 배경들이 낯설어 사전지식이 좀 필요한 책이기도 하다. 먼저 완전한 책으로 설정한 <세계의 책>에 대해 작가의 말을 인용해본다.

 

<세계의 책>은 모든 책의 참고 문헌이었다. 만약 당신이 아주 아름다운 책을 읽었다면 그 책의 모든 것이 <세계의 책>에 있다. 만약 당신이 가장 지극한 비밀을 어딘가에 적었다면 그 모든 것이 <세계의 책>에 적혀 있다. 당신이 이 우주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찾는다면 그 이야기는 <세계의 책> 속에 있다. 당신이 신과 자연과 우주의 비밀에 대해 알고 싶고 당신의 운명과 인간의 본질에 대해 알고 싶다면 그건 <세계의 책>에 나와 있다. 당신은 언젠가 모든 책이 파괴되고 불태워지고 사라져도 단 한 권의 책이 남아 불타 사라진 모든 책들을 다시 부활케 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이 <세계의 책>이다. - P.36.

 

책 사냥꾼들은 바로 이 세상에 단 한 권 밖에 없다는, 그 실존 여부마저 전설로 취급되는 <세계의 책>을 추적하는 사람들이다. 작가는 책 사냥꾼에 대해서

 

아주 오래전에 아주 훌륭한 책이 한 권 있었다. 그 책은 『세계의 책』이라고 불렸다. 그 책은 없어졌고 그래서 어떤 사람들이 그 책을 다시 찾기로 했다. 그들은 책 사냥꾼이라고 불렸다 (중략). 책 사냥꾼은 밤에 걷고 낮에 머물며 눈길이 머무는 곳을 피해 다니다 벽 뒤에 이르러 한숨을 쉰다. 도둑과 강도와 칼잡이 들이 책 사냥꾼의 친구이며, 도둑과 강도와 칼잡이들과, 그리고 책 사냥꾼과 경찰이 책 사냥꾼의 적이다.

 

라고 설명하는데, 마치 영화 <인디아나 존스>나 <내셔널 트래저>로 익숙한 "보물사냥꾼(Treasure Hunter)"가 연상된다. 책 사냥꾼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물론 <세계의 책>을 찾아내는 것이겠지만 책에서는 주로 의뢰를 받아 고가(高價)의 희귀 장서들과 고서(古書)들을 찾아내는 - 때로는 도둑질과 폭력 같은 강압적인 방법을 동원해서 - 일을 한다. 그리고 시대적 배경은 현재로 설정하고 있는데, 지금 그대로의 현실이 아니라 정부의 강압적인 사전검열과 통제로 많은 책들이 금서(禁書)로 지정되고 - 대표적인 책이 생땍쥐베리의 <어린왕자>다 - 출판사들이 줄줄이 망한 <책의 암흑기>라 부를만한 그런 상황을 설정하고 있다. 책에서는 책 도입부에 이 책의 주인공이자 저자이기도 한 "반디(螢)"가 이러한 <세계의 책>과 "책 사냥꾼"에 대해 이야기하고, 말더듬이에 소극적이었던 자신의 유년시절, 그리고 대학 시절과 책 사냥꾼으로서의 경험, 시대적 상황들에 대해 간략히 들려주고는  본격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반디(螢)”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했던 전설적인 책 사냥꾼이었지만 지금은 은퇴해서 조그마한 헌책방을 운영하며 조용히 살고 있는 “나”에게 어느 날 희귀서적 거래업자이자 정재계에게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의문의 조직인 “미도당” 총수인 윤선생이 찾아온다. 윤선생은 나에게 또 다른 유명 책 사냥꾼이자 악명 높은 ‘검은별’에게 빼앗긴 <베니의 모험>이라는 책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한다. 나는 찾아달라는 책이 바로 <세계의 책>을 찾기 위한 일종의 안내서임을 직감하고 의뢰를 수락하고 책 사냥에 나서게 된다. 검은별의 흔적을 찾아 첫 번째 책을 손에 넣게 되지만 그만 검은별에게 납치된 나는 검은별이 바로 자신과 대학시절 절친했던 친구이자 또 다른 친구 “소리”를 가운데 두고 서로 연적(戀敵)이었던 “제롬”임을 알게 된다. 검은별이 협박해오기도 했지만 자신 또한 책 사냥꾼으로서의 강렬한 본능에 이끌려 계속 책을 찾아 나선 “나”는 책들이 제시하는 단서들을 토대로 9권의 책을 차례로 찾아내고, 결국 9권의 책이 미도당 지하에 있다는 거대한 서고(書庫)를 안내하는 일종의 지도임을 알아낸다. 그 과정에서 또다른 대학 친구인 “고박사”가 사실은 국가기관에서 책에 대한 단속을 맡고 있는 공무원이고, 혼자 짝사랑했던 “소리” 또한 고박사가 파견한 일종의 간첩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고박사”의 도움으로 검은별의 마수에서 잠시 벗어나지만 검은별은 나와 사랑을 나눴던 미도당 실장을 협박하여 나를 미도당으로 불러들이고 나는 미도당 지하에 있는 비밀 서고에 들어가게 된다. 미도당의 비밀서고는 일제 시대 원주인이었던 일본인이 비밀리에 건설한 가로 세로 9칸씩 총 81칸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의 비밀 서고로 온갖 희귀서적과 고서들이 잔뜩 진열되어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미도당 윤선생의 아버지를 만나 미도당의 주인이 되어달라는 제안을 받지만 거절하고, 뒤이어 들어온 윤선생이 이에 격분하여 들고 온 휘발유통에 불을 지르면서 순식간에 비밀서고는 불에 휩싸이고 나는 간신히 탈출하게 된다. 부상을 입고 집으로 돌아온 나에게 남은 거라고는 보유하고 있던 책을 몽땅 도둑 맞아 휑한 책장과 화재 중에도 들고 나온 책인 <또 다른 찰리 이야기>라는 책사냥꾼에 대한 책과 가물거리는 기억을 되살려 자신이 겪은 일들을 두서없이 기록한 이 책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 두 권 만 남게 된다. 즉 이 책은 전직 책사냥꾼이었던 “나”의 일종의 회고록이자 자서전인 셈이다.

 

 참 독특한 재미가 느껴지는 그런 책을 만났다. 작가 약력을 보니 오수완 작가는 사실상 이 책이 첫 등단 작품인데 신인작가라는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만만치 않은 내공을 선보이고 있다. “뭔가 이야기하고 싶다면 첫 번째 문장을 제대로 적어야 한다...... 훌륭한 이야기는 모두 훌륭한 시작을 갖고 있다”라고 시작하는 이 책은 먼저 책에 대한 설정을 미리 설명하거나 또는 시간 순으로 사건을 전개하는 일반적인 방식이 아니라, 주인공 반디가 모든 사건을 겪은 후 과거의 경험을 돌이켜 보며 하나 하나 기록해나가는 그런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두서없이 자신의 어린 시절과 경험을 뒤죽박죽 섞기도 하고, 명확하지 않은 주인공의 기억에만 의존해서 가상의 책을 소개하기도 하며, 계속적으로 문구를 반복하는 등 전문 작가가 아닌 아마추어가 적은 글이라고 저절로 알 수 있게 하는 그런 구성을 취하고 있어 마치 실재하는 책을 편집하지 않고 그대로 활자화한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한다. 물론 이러한 구성이 일반 소설 전개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책 초반에 몰입하기가 영 힘들게 하는 약점으로도 작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어느 정도 구성에 익숙해지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미도당 윤 선생이 찾아오는 장면부터는 읽는 데 재미와 탄력이 붙기 시작해 중반 이후부터 책 읽는 속도가 빨라지고 점점 책에 몰입하게 되는 것을 느낄 수 가 있었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작가의 상상력 또한 놀라운데, 책 속에 등장하는 각종 책들이 실재하는 책들이 아니라 모두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 낸 허구의 책 - 책 속에 등장하는 몇 몇 책들은 실재하는 책인가 싶어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기도 했다 - 이라니, 그리고 시치미 뚝 떼고 책에 대한 소개와 문구를 꼼꼼히 실어놓은 것을 보면 상당한 공과 시간을 들여 이 책을 준비했다는 것을 절로 알 수 있게 한다 - 실제로 이 책을 쓰는데 4년 여 가까이 걸렸다고 한다 -. 문학상 수상 여부를 차치하고 이 책만 놓고 보더라도 작가의 기상천외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쉽게 만나기 어려운 독특하고 색다른 재미를 보여주는 수작(秀作)임에는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세계의 책>과 “책 사냥꾼”이라는 설정이 이번 한 작품에만 등장하는 일회성으로 끝나지 말고 후속편들로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책 속에 잠깐 잠깐 소개하고 있는 <세계의 책>의 구체적인 전설과 조금은 명확하지 않은 <안내서>들에 대한 개념들, 과거 세계 유명 책 사냥꾼들의 영웅담들과 주인공 반디의 과거 책 사냥꾼 시절 활약들을 다시 한번 만나보고 싶기 때문이다. 작가의 다음 작품이 내 바램처럼 책 사냥꾼의 후속편이 될지 아니면 전혀 다른 설정과 세계관이 될지 알 수 는 없지만 나에게는 후속 작품이 기대되는 그런 작가로 기억될 것 같다.

a*****7 2010.12.28. 신고 공감 1 댓글 1
리뷰 총점 종이책
리뷰를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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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이 책을 읽을 사람들을 위한 글이 아니다. 오로지 나를 위한, 뒷날 내가 이 책을 다시 읽게 될지 몰라서 써 두는 글이다.)   일단, 내 취향의 소설이 아니었다.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책 소개글에 매력을 느껴 구입한 것이었는데,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무언가 곧 빨아들이는 게 있겠지 하며 진득하게 읽어 나가고자 하였으나 오십 쪽이 넘도록 내 마음의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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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이 책을 읽을 사람들을 위한 글이 아니다. 오로지 나를 위한, 뒷날 내가 이 책을 다시 읽게 될지 몰라서 써 두는 글이다.)

 

일단, 내 취향의 소설이 아니었다.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책 소개글에 매력을 느껴 구입한 것이었는데,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무언가 곧 빨아들이는 게 있겠지 하며 진득하게 읽어 나가고자 하였으나 오십 쪽이 넘도록 내 마음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고,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그만두었다. 대충 좌르륵, 책을 끝까지 넘겨 보기는 했다. 혹시 내가 놓친 무언가가 샛별처럼 내 눈을 사로잡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놓지 않으면서. 끝까지 실패했다.

 

예전에는 굳이 리뷰를 쓰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책일 경우, 낮은 평가를 내리는 대신에 아예 등록을 하지 않았다. 내가 리뷰를 쓰는 책일 경우 적어도 한 쪽 짜리 감상문을 남기고 싶을 만큼의 가치는 있었다는 증거로 삼으려고. 

 

그랬는데, 내게 있는 비교적 오래된 책에 대한 리뷰가 없는 경우, 이제는 기억이 나지 않는 현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책을 내가 읽은 건지, 읽고 리뷰를 안 쓴 건지, 아직 안 읽은 건지. 심지어는 같은 책이 표지만 바뀌어 다시 발간된 것도 모르고 또 사는 경우도 생기기 시작했다는...(이 때도 책 소개글에 유혹되어 저지르는 구매이지만)

 

지금 마음에 들지 않는 책이 앞으로 시간이 흐른 뒤에 마음에 들게 되는 경우가, 어쩌면 생길 수도 있을지 모른다. 내 취향이 쉽게 변할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그렇게 시간이 흐른 후에 내 마음의 변화를 알아볼 수 있게 하기 위해, 이 메시지를 남겨 두는 것이다.

 

나는 왜 이 책이 재미가 없었던 것일까.      

YES마니아 : 로얄 j***6 2010.12.30. 신고 공감 1 댓글 5
리뷰 총점 종이책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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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1억원 고료, 제2회 중앙장편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혼자 드신 건 아니고요, 고은규 작가의 <트렁커>와 공동 수상을 한 작품입니다. 그런데 별점은 그 작품과 같은 별 셋을 주기는 합니다만, 수준 차이를 느끼지 못할 상황은 아닌데 말이죠, 심사위원들은 뭘 좀 다르게 보셨나 봅니다. 제 경우엔 두 작품을 놓고 하나를 선정하지 못해서 공동으로 하지는 않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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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은 1억원 고료, 제2회 중앙장편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혼자 드신 건 아니고요, 고은규 작가의 <트렁커>와 공동 수상을 한 작품입니다. 그런데 별점은 그 작품과 같은 별 셋을 주기는 합니다만, 수준 차이를 느끼지 못할 상황은 아닌데 말이죠, 심사위원들은 뭘 좀 다르게 보셨나 봅니다. 제 경우엔 두 작품을 놓고 하나를 선정하지 못해서 공동으로 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말해서 <트렁커>는 뭔가 연줄이 있어서 당선된 느낌처럼 아마추어적인 분위기라면, 이 작품이야말로 실력으로 당선된 듯한 느낌을 풍기는, 그러니까 완성도가 두 작품 중에서는 그래도 더 높은 소설이었습니다. 

       그러나 공동 수상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은 또 아닙니다. 단순히 재미 면만 보자면 <트렁커>가 확실히 더 나은 면이 있었으니까요.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 그것이라 전제하자면 나머지 모든 상황에서 책 사냥꾼이 앞선다고 해도 트렁커가 위너가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이 작품은 작가의 문장이 상당히 안정되어 있었습니다. 고은규 작가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참 많이 준비하고 공을 들였다는 게 여실히 드러나기도 했고요. 하지만 많은 문헌과 작품 내에 등장하는 어떤 몇몇 장면 때문에 하루키의 위트와 보르헤스의 상상력과 에코의 광대한 지식을 모두 갖추었다고 표현하는 건 아주 심각한 오버이고요. 이 문장이 심사위원의 발언인지 편집자의 표현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가 보기에 가슴에 s자만 그리면 다 슈퍼맨으로 보일랑가 몰라도 터무니 없는 수식은 오히려 반감을 일으킨다는 사실도 좀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로 매우 싫어하는 치명적인 흠을 이 작품은 안고 있었는데요, 그게 불필요한 글장난입니다. 운율을 맞추려고, 혹은 어떤 다른 목적이든 굳이 필요하지 않는 나열을 벌이는 문장이 정말 엄청나게 많아서 짜증이 날 정도였습니다. 그것만 없었어도 페이지가 350쪽에 육박할 이유도 없었고 결정적으로 지루함에 고개를 떨어뜨리지도 않았을 거로 여겨질 정도입니다. 이 점을 더 부정적으로 해석하자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몰라 문장으로 장난질을 치다가, 간신히 돌파구를 찾아 이야기의 맥을 잇고 또 막히면 비슷한 수법으로 시간을 끌면서 아주 산만하게 이야기를 엮어가는 듯 보입니다. 중반부로 넘어가면서부터, 그러니까 이야기가 풀려나가면서부터 그런 글장난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걸로 보아 초반 그런 문장의 나열은, 더욱 할 이야기를 찾지 못해 아무 문장이나 운율이나 맞춰 끄적이자, 하는 것처럼으로밖에 보이지 않더군요.

       그러므로 소재와 상상의 설정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이야기를 가진 것이 이 작품의 치명적인 흠이었습니다. 이야기를 시작해놓고 책임지지 못하고 있달까? 폭발적인 이야기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면, 전개는 거의 정체된 상황에서 글장난이나 치고 있을 지면이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야기가 없는 소설이어서 작가 스스로도 어찌할 바를 몰라 서로 지루한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소설의 뉘앙스로 보아 자신도 아는 듯 싶더군요.

 

       물론 모든 소설이 폭발적인 이야기를 지녀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 작품이 품은 소재와 상상은 반드시 폭발적인 이야기의 전개가 전제되어야 하는 소재였습니다. 아라비안 나이트와 같은 소재와 스케일을 가진 이야기를, 말재주가 없는 이야기꾼이 느슨하고 지루하게, 무엇보다 집중력 있게 이야기를 들려주지 못해 모두 집에 돌아가버리게 만들고 마는 타입의 소설이었다고나 할까요? 쓸데 없는 부분, 전체 이야기와 상관도 없는 부분을 열 페이지 이야기하면, 정작 이제부터 이야기가 파도처럼 흘러가야 할 대목에서는 걔가 이겼어, 하는 식으로 결론만 던지고 다시 지루한 이야기로 빠지니, 이 작품이 소설로서의 재미를 만들 수 없었던 요인이 바로 거기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디테일이 전혀 없이 스케치만 대충한 듯한 느낌이었다고나 할까요? 그 대충한 스케치를 뽀샵으로 정리해서, 그러니까 잡다한 지식의 나열로 커버해버렸죠. 지능적이긴 했으나 맛깔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재주가 없다는 사실까지 감추기엔 무리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소설이 재미말고 뭔가 더 그럴듯해 보이는 문장과 지식이 가득하면 그게 더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이 보기엔 이 작품이 좋아보일 수도 있는 것이지요. 저 역시도 그런 부분에서 만큼은 확실히 인정합니다. 그러나 저는 일단 소설의 가치는 재미로부터 시작한다고 믿는 부류여서 수많은 지식의 무장도 중요하지만 내러티브가 무엇인지를 이 작가는 좀 더 공부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슈퍼에서 초코바를 훔치는 이야기라면 어떻게 긴박감을 주어 그 과정을 섬세하고 생동감 있게 그려내는 가를 더 중요시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상상력의 결과인데요, 이 작품은 그저, 수퍼에서 초코바를 훔친다는 상상만 펼쳐놓을 뿐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것을 훔치는 가에 관한 상상력이 대단히 빈약한 거였습니다. 결국 디테일은 다 빠지고 훔치려는 의도와 훔쳤다, 라는 결론만 존재했어요.

 

       중반부부터 조금 재미있어지기 시작해서 별 넷까지 상승하고 아주 만족스러워지다가 결국, 마무리가 완전 바닥을 치는 바람에 실망감이 두 배가 되어버린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서사의 힘과 디테일의 상상력이 너무 부족한 작품이라 아쉬웠지요. 큰 그림과 그것을 기술적으로 뒷받침할 좋은 문장을 지니고 있음에도 디테일을 그려낼 수 없는 섬세한 상상력이 부족해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이리저리 이야기를 엮고 반전을 만드는 잔재주보다, 단 하나의 장면, 이를테면 파리가 방안을 날아다니는 장면 하나를 묘사해도 몇 페이지는 거뜬히 맛깔나게 전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상상력이 절실했던 작품이었습니다. 

       작품의 듬성듬성함을 지식으로 무장했던 느낌이 얼핏 김언수 작가의 타입을 좀 떠오르게 했습니다. 이야기는 존재하고 엎지락 뒷치락도 하지만 뭔가 밀도감이나 쫀쫀함이 없이 엉성히 흉낸만 낸 것 같은 느낌 말이지요.



b******k 2011.05.02.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 - '독자'를 외면한 소설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 - '독자'를 외면한 소설" 내용보기
http://blog.naver.com/thinker777/119249917     당초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에 가졌던 나의 기대와 관심, 애정은 대단했다. 소설을 즐겨 읽지않았던 나에게 이 소설은 분명, 특별한 일이었다. 그래서 두 손에 받아들었을때는 다른 책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읽었다. ...그러므로 언제나 가장 중요한 건 첫 번째 문장이다. (8p)저자의 진중함과 뭔가 특별하게 재미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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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naver.com/thinker777/119249917

 

 

당초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에 가졌던 나의 기대와 관심, 애정은 대단했다. 소설을 즐겨 읽지않았던 나에게 이 소설은 분명, 특별한 일이었다. 그래서 두 손에 받아들었을때는 다른 책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읽었다.

...그러므로 언제나 가장 중요한 건 첫 번째 문장이다. (8p)
저자의 진중함과 뭔가 특별하게 재미난 이야기를 쏟아낼 것 같은 기대감을 갖게하는 문장이다.

...나는 책에 대해서 적을 것이다.(13p)
저자는 분명 책에 대해서 적을 것이라 명시했다. 옳거니, 내가 바라던 것도 오수완의 책이 풀어가는 책의 세계, 세계의 책, 바로 그것이었다. 그 찬란한 구슬들을 저자는 어떻게 꿸까하는 것에 온통 관심이 쏠렸다. 
두터운 책 두께와 함께 쓰려는 방향에 대한 적시는 더욱 신뢰감을 갖게했다.

'아주 훌륭한 책'(36p)인 세계의 책을 알고 있는 책탐정 찰리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찰리이야기'는 책 사냥꾼에 관한 책으로는 내가 읽은 첫 번째 책이다.(31P)
숨이 턱 막히게 이어지는 책들의 유래와 서지학에 관한 지식들, 그리고 그 책들의 배경을 스키마로 구성되어지는 소설, 나는 더디나가는 책장만큼, 심혈을 기울여 한자한자를 판독해나갔고 밑줄을 그으며 다음장을 기다렸다. 

그런데 200여 페이지를 넘어가면서 침통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소설은 끝의 반전을 봐야하기에 마지막장까지 따라갔다.
마지막 장을 본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는다.
뭔가 멍해진 기분으로 괸시리 책날개와 책뒤편의 글들을 읽었다.
당혹감이 든다.
이제는 서평을 써야하는데, 쓸말이 없다.
책장을 다시 넘기면서 빨간색연필 칠한 곳들을 흝어보는데도 도통 쓸말이 없다.
YES24 수퍼리뷰어들이나 네이버 대형블로거들처럼 그럴싸하게 미사여구로 치장하는 미화의 기술이 내게는 없다는 걸 느낀다.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는 크게 두 가지 점에서 상반된 평가가 나올 것 같다.
한 가지는 책이 처음 모티브로 삼은 것을 얼마나 일관되게 잘 살렸으며 창의적이냐는 면, 그 점에서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는 분명 그 모티브를 잘 살려냈고 저자의 노고또한 잘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중앙장편문학상에 투고된 작품들이 대략 70여편이라고 들은 것 같다. 그 작품들중에서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는 독특한 소재와 추리형식의 결합, 그리고 어르고 주물러 만든 가상의 여러 책들을 포트폴리오처럼 전시하고 있다는 것이 강점이었다. 적어도 심사위원들에게는 꽤나 '설득력'이 있는 작품이었고 역시나 좋은 평가를 부여한 것 같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꼭 독자들의 평가와 같지만은 않다는게 이 작품의 현실인 것 같다.

전자의 좋은 평가와는 달리, 나쁜 평가를 피할 수 없는 치명적인 단점을 살펴보자.

이 책의 치명적인 단점은 저자가 '책'이야기말고 다른 이야기는 너무 무성의했다는 것이다.
어쩌면 '나는 책에 대해서 적을 것이다.(13p)'라는 포석이 그런 의미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단 두 달만에 원고를 속성으로 다시 쓴 탓일까?  
저자는 책에 관한 서지학적 정보나 서지학사, 가상의 책에 얽힌 비화들을 기록할때는 '동공'이 밝아졌지만, 소설의 줄거리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는 주도면밀하지 못했으며 '불쾌'하게도 어물쩡 넘어가거나 무시해버리려는 태도가 노골적으로 나타났다.오수완의 명민함과 상상력은 '책'이라는 소재에만 국한되어 있었다.
   
저자의 본문을 인용하여 평가한다면, '그래서인지 에릭 브로이 홀메이든의 어떤 소설(67-68p)에 대한 평처럼 '사건은 맥빠지고..구성은 형편없다'와 다름 없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이 책의 약 200여페이지가량은 9권의 책들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저자가 무궁무진한 상상의 나래로 책에 관한 잡학상식을 풀어간것도 이를 위한 전초작업이었다.
이 소설이 발을 딛고 있는 형식은 어찌됬건 추격전과 탐색전, 심리전등이 교차하는 '추리소설'의 형식이다.
저자는 바로 이런 형식에서 본인의 소설이 재미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했나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이 추리소설형식의 소설을 김빠지게 했다.

그것은 '독자를 전혀 유념해두지않았다'는 것이다.
추리소설의 성격상 독자는 추격상황이나 심리상황, 추리상황의 그 전 과정에 개입해서 같이 풀어나가기를 바란다.
적어도 그렇게 착각하게라도 해 주어야한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을 읽었다면, 적어도 이보다는 잘 썼어야했다. 356-358p)
하지만 단서의 책 9권을 찾는 동안, 그 모든 부분에서 '독자'의 개입은 원천봉쇄당해있었다.
책은 '반디'가 찾을 것이니, 독자는 뒷찜지고 계시라는...
책을 보면서 그런 느낌도 처음인데, 독자가 주인공에게 '외면'당한다는 느낌, 그것과 비슷했다.

9권의 책을 찾아가는 과정을 잠시 정리해보면 더욱 그런 느낌이 든다.

도서관에서 촌락의 구성과 역사에 대한 자료를 열람한 후, 찾으려던 건물은 두바퀴 돈 다음 손쉽게 발견한다.(128p-129p)
경찰서에서 나온 뒤, 터미널의 식당 창가에 있는 3단짜리 책장에서 2번째 책인, '어둠속의 방랑자'를 쉽게 발견한다. 황당하게도 이 책을 찾는 과정을 이렇게 줄여 말하고 있다.
'책은 있을 거라 생각되는 곳에 있었다.(140-141p)

161-162p를 보면 더욱 황당하다.
'제롬의 일행과 몇 권의 책을 더 찾아냈다. 논산 근처의 초등학교에서는 학급문고에서 책을 찾아냈다(3번째). 부산에서는 폐업한 서점이었다(4번째). 군포의 창고에도 갔었다. 마지막에 간 곳은 북 시티(6번째)였다.'
4번째 책, 박씨전은 제롬이 부하를 시켜 서점에서 발견한 것을 건네 준 것
6번째 책, 미로해법 상권은 북시티 고서점
7번째 책, 도시의 천사 서울의 대학도서관
8번째 책, 천국으로 가는 첫 번째 계단은 쓰레기처리장
9번째 책, 본인 헌책방

358p의 책 중에서 200여 페이지가 넘는 '책'찾는 과정이 거의 이런 식이었다.
이 부분이 이 소설의 정수이고 가장 재미있어야할 부분인데, 왜 이렇게 무미건조하고 무료한 것일까?
'독자'는 이 소설을 보면서 같이 개입하고, 같이 추리하고, 같이 생각하고 싶은데 도데체 어디서 그런 맛을 느낄 수 있을까?
게다가 '반디'가 책을 찾는 과정도 굉장히 엉성하고 짜임새있는 구성도 아닐뿐더러, 긴박한 상황이나 감정의 전달이 될 부분에서 불청객처럼 튀어나와 맥을 끊는 책정보들을 저자는 그냥 방치했다.
'박씨전 출판사의 지은이는 염종훈, 신광문화사, 경성에서 찍었고, 1942년 출간, 세로쓰기 딱지본' 따위의 서지학사 상식이나 허구적인 작품의 면면을 피력(170-171p)한 노고를 다른 부분에도 쏟았더라면 '해방부터 최근까지 발간된 40만권의 장서'들이 보관된 81개 '마방진'의 방들이(115p, 299-300p, 303p) 휘발유통 하나에 전소된다는 어린이 만화영화같은 줄거리는 피했을 수도 있었다.
적어도 썩 그럴싸한 줄거리와 구성에 여력을 집중할 수도 있었다.

한마디로 작가후기에서 소설의 '재미'를 중요시 하면서 적었다는 말은 실소를 자아내게했다.
진중권이 심형래의 영화, '라스트갓파더'를 보고 느낀 심정을 이해할 것 같다. (본인도 이 영화를 봤다.)

이 책을 보면서 나는 깊은 실망감을 느꼈다.
그것은 '중앙장편문학상' 선정위원들의 선전경위와 후기를 믿었기 때문이고, 4년간의 내공을 지닌 저자의 공력에 대한 기대때문이었고, 리뷰를 실었던 이른바 대형블로거나 대형리뷰어들의 찬양일색 영혼없는 후기에 미혹됬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가혹한 평을 할 수 있는 것도 개인적인 공부였다는 생각이 들며 저자가 추후 계획한 작품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조심스레 가져본다. 아마 그 때도 나는 오수완의 작품을 읽고 서평을 쓸 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저자의 책에 있는 금과옥조와도 같은 구절 하나 담아간다.

'책은 사람이 태어나듯 태어나고, 사람이 살듯 살아가다, 사람이 죽듯 죽어갈 것이다...그러면 나는 누구의 마음속에서 살아가고 있는걸까.' (346p) 

 

 

 

t********7 2011.01.10.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