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사의 숨겨진 이야기에 대한 나의 평가는 단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처음 만난 사람과 만날 땐 세 개만 외워가세요."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물을 것이다. 이 말은 교분이 없던 사람들과 커피를 마실 때, 술잔을 주고 받을 때 나눌 수 있는 부담이 없는 이야기들을 묶은 책이란 것이다. 버번 위스키의 유래와 햄버거가 결코 함부르크에서 기원하지 않았다는 것, 카레는 일본인들이 만든 것이란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는 이야기들...그러나 결코 그 사실이 우리의 생활엔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결국 한 여름 밤의 더운 열기를 식히기 위해 길을 나선 사람들이 어울려 나눌 수 있는 이야기들이 얽혀있다. 쓰지하라 야스오는 이 책을 통해 나를 흥미진진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어떤 모임에 가도 주절주절 떠들 수 있는 능력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결코 어렵지 않은 이야기로 그 자리를 주도할 능력을 얻을 수 있었던 나는 미팅도, 소개팅도 두렵지 않다. 일단 말문이 트이면 그것보다 쉬운 만남은 없기 때문이다. 이성 앞에선 얼어서 무슨 이야기를 꺼내야 할 지 모르는 사람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그러나 이 책에 실린 내용을 다 믿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건 그냥 말 그대로 믿거나 말거나이고 심심풀이 땅콩 수준이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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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세계사의 숨겨진 이야기]이지만, 내용은 역사보다는 인문지리에 가까운 내용이 많다. 그나마도 허접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든데,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러하다. 첫째, 이 책은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90년대 후반 꽤 유행했던 "가벼운 인문지식을 모은 잡학 서적"류다. 그러고 보면 "햄버거는 함부르크에서 만들어졌다" "만우절의 기원" 등의 많은 주제가 식상하다고 할 만치 여기 저기 책에서 다루어졌던 것들이다. 이런 류의 책을 처음으로 접하는 사람에게는 배울 것이 많겠지만.
둘째, 그렇게 가벼운 잡학성 인문 서적 중에도 나름대로의 품격과 메시지가 있는 책들이 있다. 가령 세계사의 이면을 살펴보고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과 어긋나는 사실을 제시함으로써 "역사는 광기와 우연에서 비롯되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는 너무 서구 중심적이 아닐까" 등의 문제를 생각하게 해주는 책들이 그런 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런 메시지를 찾을 수 없으며,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가령 컬럼버스가 처음 상륙한 섬이 정확히 어디였나 하는 문제는 지리학자들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일반인의 관심 대상과 교양이 되기에는 어색하다.
셋째, 이 책은 일본인 저자에 의해 일본인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집필된 책이다. 그러다 보니 일반 일본인들에게는 흥미로워도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별로인 주제들이 여럿 다루어졌다. 가령 광적으로 카레를 즐기는 일본인들은 카레가 인도의 오리지널이 아니라는 사실에 놀라고 큰 관심을 갖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심드렁할 것이다. 또 기독교 인구가 거의 없는 일본인들을 위해 이 책은 유태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기원과 차이를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그 정도는 상식 중의 상식에 속한다.
그래도, 건초더미를 뒤지다보면 보석을 발견하기도 하듯, "건질 만한" 내용도 없지는 않다. 가령 영국 신사의 가치관과 생활상의 묘사, 평균적 미국인의 모습 같은 주제는 다른 책에서 쉽게 볼 수 없으며, 흥미만점의 주제다. 하지만 이 바쁜 세상에 건초더미를 뒤지고 다닐 시간은 별로 없을 터. 사기는 아깝겠고, 만약 빌려볼 수 있다면 심심풀이 정도로 읽어볼 만은 하다고 권하고 싶다. [인상깊은구절] 대부분의 미국인에게 공통되는 독특한 국민성이라는 것은 확실히 존재하고 있는 것 같다.... 말하자면 '개방적이고 명랑, 싹싹하고 친절, 개척자 정신과 독립성이 강하며 일반적으로 단순하고 성실 정직, 획일성이나 격식 차리는 것을 싫어하고 자기 주장이 강하여 때로는 독선적인 강요를 하는 점'과 같은 것이다. 구체적인 행동의 예로는 사람을 알게 되면 상대를 금방 퍼스트 네임으로 부른다든가 등이나 어깨를 만지는 식의 묘한 친근감의 표시, 조금은 과장된 듯한 제스츄어, 유머를 사랑하는 조크의 연발과 상냥한 말씨, 이사하기 좋아하고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각종 스포츠를 좋아하는 것 등을 들 수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