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완결된 애장판 "붓다"를 일요일 하루종일 읽었다. 새벽 두시까지.
계급, 고통, 죽음에 대한 끝없는 고뇌. 지금까지 읽은 만화와는 전혀 다른 깊이의 감동을 준다.
1. 이것은 종교가 아닌 철학에 대한 만화이다. 고통이란 무엇인가,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만화이다. 그래서 적어도 내 영혼의 유일한 안식처가 하데스의 집이라는 확인이 들기 전까지는 내가 겪고 있는 고통과 갈등을 특정 종교에 의지하는 대신 끊임없이 생각하고 탐구하면서 죽는 날까지 찾아나가려는 나의 의지를 투영한 듯한 느낌을 준다.
2. 이 만화는 픽션이다. '칠실삼허'도 아니고 '일실구허' 정도 된다고나 할까. 그럼에도 붓다의 철학을 그의 생애를 통해 보여주려는 작가의 땀이 곳곳에 배어 있다. 타타가 실존인물이 아니면 어떠한가. 붓다의 메시지를 전하기에 적합한 인물이라면 그것이 그의 '존재의 이유'인 것이다.
3. 시간이 앞서가기도 하고 역진하기도 하는 특이한 전개방식 최근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를 읽으면서 고대 희랍 서사시의 구성방식에 놀라는 중인데, 그래서 그런지, 이 작품도 그것을 의식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약간 복잡하다. 데즈카 오사무의 얼마나 선구자적인 사람인지 알 수 있다.
4. 고대의 사건을 다룬 이야기이지만 현대적 용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는 유머감각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우리나라의 故고우영 화백이 이의 영향을 직접 받지 않았나 싶다. 그 외 붓다가 스스로를 의사와 같다고 하면 그의 얼굴이 블랙잭으로 변하는 등 센스가 뛰어나다.
이 만화를 읽고 그의 생애와 철학을 다룬 문학작품들이 읽고 싶어서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를 집어들었다. 아버지가 젊은 날 감명깊게 읽었다는 책이다. 그 다음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붓다'가 될 듯 하다. |
|
사실 이 책을 구매했을 때는, 비록 만화지만 붓다의 어떤 철학이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최근 불교공부에 열을 올리느라 그 기초서적 쯤으로 보면 좋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붓다 전권을 읽고 난 나의 느낌은, 이 역시 만화의 한계인가? 하는 점이다.
이 만화책은 마지막 10권 후기에도 나와있듯이, 데즈카 오사무의 스토리로 허구와 가상인물등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어떤 역사적 사실을 배우기 위해서 보면 절대 안된다는 걸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사실,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중국, 일본 고전을 보고 구매한 나에게는 약간 실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에서의 느낌은 약간 다르다. 일단, 만화책이고 데즈카 오사무라는 만화가의 작품으로서는 꽤 놓은 점수를 주고 싶다. 데즈카 오사무는 분명 이 만화를 그리기 위해 붓다의 인생을 충분히 공부한건 사실이다. 하지만 허구를 넣어 보다 역동적으로 재미있게 구상했을 수도 있다. 그것이 만화가 가진 특권이지 않겠는가? 게다가 이 만화는 하나하나의 스토리에 집중하기 보다는 붓다의 인생 전반에 대한 그의 사상에 충실한 점에서는 다시말할 필요가 없다.
만물의 생명을 사랑하고 존중하며, 현재의 삶이 내세의 삶을 결정 짓는다는 윤회사상, 그리고 끝없는 수행을 하는 그의 노력
붓다를 신격화 하지 않고, 수행을 통해 해탈을 한 한 인간의 모습을 그린 데즈카 오사무의 붓다는, 어쩌면 매우 현실적이고 사실적일 수도 있겠다 싶다. 붓다를 신격화하는 사람들이 보면 약간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픽션을 감안해서 만화책으로 붓다의 인생을 상상해 보고자면 참 좋은 책이지만, 불교입문서나 기타 기초지식 습득용으로는 사실 별로인 책이다. 그냥 재미있게 붓다의 삶은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