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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편은 싫다. 뭔가 빠져들려고하면 끝나 툭툭 끊어지는 기분이 든다. 그런데 내용은 달라도 서로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면 또 다르다. 오히려 그런 구성은 색달라서 좋아한다. 초제가 그랬다. 각각의 내용은 등장인물도 내용도 시대도 다르지만 이들 전부 비오쿠라는 신비로운 땅과 관련되어 있다. 잠시 지나가듯 이름만 언급된 인물이 다음에 주인공이기도 하고 사람의 이야기인가 싶더니 어느것은 땅의 이야기이고 때론 기억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이것 전부가 모여 비오쿠의 이야기가 되고 그곳의 역사가 됐다. 좀더 없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쓰네카와 고타로라는 작가는 <야시>로 처음 만났다. 별로 무섭지 않았지만 특유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인상적으로 읽었던 책이었다. 작가 이름보다 새빨간 표지에 야시라는 까만 글자가 기억에 강하게 남아버렸다. 이후의 책을 못읽어 계속 아쉬웠는데 이번에 읽은 작품을 아쉬움을 모두 쓸어내주었다. 어딘지 자유로운 발상이 엿보이는 듯하고 자꾸만 보고싶게 만들었다. 표지에 있는 넓은 들판에 가보고 싶어지는 책이었다.
물론 상쾌하고 밝은 내용들은 아니다. 비극적이고 무겁기만 한것도 아니다. 그래서 조금 묘한 듯하다. 분명히 납득하기 힘든 무언가 알 수 없는 힘이 있지만 우리의 현실에 너무 태연히 섞여들어 조용히 존재하고 있다. 모든 단편이 전부 그런식이다. 쉽게 찾을 수 없고 아무나 드나들 수도 없는 신비의 땅 비오쿠는 사전에도 소개되어 있지만 아무도 모른다. 어떠한 계기로 그 땅과 연관이 된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경험을 한다. 그리고 그게 그사람의 현실이 된다. 억지스럽지 않아서 더욱 재미있다.
요즘의 공포영화는 그저 징그럽고 무서운 겉모습과 자극적인 소재에 집착하는것만 같고 추리소설은 반전이 너무 익숙해져 어떻게든 만들려고 애를 쓰는것만 같은게 많아졌다. 그렇지만 이 작품은 그런것이 없어도 빠져들게 한다. 환상소설이라고 하지만 경계와 비중을 잘 지켜 너무 자연스럽다. 이점이 이 책을 재미있게 만들고 더 보고싶게 한다. 내가 사는 지역에도 이런 이야기가 하나쯤은 있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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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라는 미니북을 갖게되어 알게 된 작가 츠네카와코타로님의 신간 초제입니다. 특유의 신비로움과 분위기로 어느새 이야기 속으로 끌려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릴 때도 지금도 가끔은 엉뚱한 상상을 하기도 하는데 작가는 그러한 상상을 글로 쓰고 그 것을 너무 이질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이 세계와 저 세계를 잘 융합해내어 그려낸다는 것이 너무나 신기할 뿐입니다. 꼭 영화가 불가능 하다면 애니로라도 나와 주었으면 하는 욕심이 생기네요.^^
이번에도 역시 단편의 이야기가 한권에 담겨져있는데요.. 5개의 서로다른 어떤이야기가 나를 기다릴지 읽기 전부터 너무 궁금했더랬습니다. 다 읽고나니 마냥 머릿속에 혼돈으로 가득차네요. 이야기는 전혀 다른 것 같지만 모두 하나로 이어집니다. 비오쿠. 5개의 단편이며 중심 인물들도 바뀌며 이야기를 진행하는 어투마저 바뀌어 한 사람이 쓴 것이 맞는가.. 싶은 생각이 들지만 이끌어가는 화자가 다르니 당연할 수도 있구나.. 싶습니다. 이야기들은 돌고 돌아 모두 한 자리로 돌아가는 느낌이 듭니다. 아~ 하는 것 말이지요. '비오쿠'라는 신비한 비밀을 가지고 있는 마을. 그 중심에서 일어나는 기묘한 이야기. 아무도 모르는 비밀스런 경험담을 들은 것 같은 느낌에 즐거운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짐승의 들판 지붕 위 성성이 풀의 꿈 이야기 텐게의 집 아침의 몽롱한 마을 위의 다섯 이야기들을 간단하게라도 이야기들의 줄거리들을 나열하고싶은데... 차마 간단한 몇문장으로 표현하기엔 너무나 힘이드네요.. 몇번을 적었다 지우기를 반복합니다.
그래서 결국은 느낌만을 주루륵 나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야기는 스산하고 두근거리고 매력적이고 신비로우며 정신없고 무거우며 가볍고 슬프고 샤라락 녹아드는 듯합니다.
저만 느낀 것 일 수도 있지만 한번이라도 읽은사람만이 이해 할 수 있는 느낌일지도 모르겠네요..
야시를 통해 그의 이야기에 매력을 느꼈고 그래서 초제도 큰 기대감을 안고 읽게된 책이지요. 기대치가 컸던만큼 책읽기가 즐거웠습니다만 실망은 아니지만 아쉬움도 함께하네요. 뭐랄까 야시때보다 이야기속의 공간에 폭 빠지게하는 흡입력이 덜했던것 같아요. 그치만 그래도 역시 라는 생각은 변함 없습니다. 어쩜 이런 이야기가 나올까요?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보는 듯, 하울의 성을 보는 듯 눈앞에 상상의 나래를 맘껏 펼친 재미난 순간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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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소설들을 보면 유독 신을 다룬 이야기들이 많다. 신들 뿐 아니라 텐구나 갓파와 같이 신화적인 존재들도 인간들의 삶에 깊이 개입되어 있는
이야기들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아마도 고대 이래 스스로를 신의 나라, 즉 신국이라 불러온 영향과 함께 신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일상생활에 배어 있는 생활을 영위해 왔기 때문인것 같다. 책의 제목인 초제(醮祭)는 제신(諸神)에게 지내던 제사를 말한다. 제사가 제목인 것
처럼 이 작품
또한 산자와 죽은 자,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오가는 신비로운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평소 신과
인간이 공존하는 일본 이야기들을 자주 접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으로 몰입할 수 있었다. 책은
일본의
'비오쿠'라는 마을을 배경으로 각기 다른 5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이야기는 비오쿠 마을의 좁은 골목과 수로가 이어지는 길을 따라가다보면 나오는 드넓은 들판에서 시작한다. 어느 날 갑자기 행방을 감춘 친구 하루를
찾아나서게 된 유야는 금지된 곳을 침범한 죄로 점점 괴물이 되어 가는 하루의 모습을 보게 된다. 두번째 이야기는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후지오카 미와와 조왕신의 만남을, 세번째 이야기는 유일한 혈육인 숙부를 죽이고 말을 잊은 텐구의 이야기를.....모든 에피소드들은 이렇듯
일상에서 쉽게 만나기 어려운 신비로운 존재와의 만남을 담아내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보여준다. 이미지를 상상해보면 비가 내리기 직전의 안개 낀
숲속같은 이미지가 떠오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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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네가와고타로의 작품은 처음이다.초제(草祭)는 자연과 들,풀들이 우거지고 평화로운 느낌을 안겨 주는 오키나와의 미오쿠(美奧)마을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일본의 민간 설화와 전설에 바탕을 둔 몽환적인 이야기이다.현실 속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이지만 약간 주술적이고 민간 신앙적인 색채가 강하기에 읽는 도중에 내면 속의 마음이 '둥둥'떠다니기도 하고 신비적인 이야기에 매료되기도 하였다.
방충망을 친 창문 너머로 개구리가 쉴 세없이 울어대고 사위는 어스름한 분위기로 휩싸여 가며 주인공이 좋아했던 여자가 행방불명이 되고 더럽다는 뜻의 '노라누라' 즉 불길한 짐승이 들판에 출현할 거 같은 으시시한 얘기부터 마을 주민들끼리 상부상조의 정신이 강한 지붕 위의 성성이는 이웃간에 훈훈함이 살아 있다.또한 일본에는 축제 행사가 빈번하기에 축제(히나 마쓰리 등)를 통한 몽환적인 얘기도 빼놓을 수 없는 가경(佳境)이라고 생각된다.
사람보다는 냄새,감촉,미물들의 존재감에 대한 관심에서 산적을 토벌하는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의 숙부로부터 들은 독과 약에 얽힌 이야기부터 작은 동물,벌레,식물로부터 독을 채취하는 법과 약이 되고 지혈이 되는 삶의 유용한 지혜를 터득하고 숙부가 죽고난 뒤 날벌레의 날개소리를 통해 숙부를 연상하게 되는데 자신 안에 자신 아닌 누군가를 발견하는 몽환적인 경지에 이르면서 흡인력을 더해 가고 쿠사나기라는 신통하고 영험한 약을 통해 죽은 자를 살려 내고 혼수상태,환각,운신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도 일본인만의 갖고 있는 독특하고 신비스러운 묘미를 느끼게 된다.
비오쿠(美奧)로 향하는 협궤열차의 바깥 풍경은 얼룩조릿대와 만발해 있고 그 꽃은 오렌지색으로 되어 있으며 비탈길을 오르면서 안개가 전개되고 순간 옛날이야기 세계로 푹 빠져 버리는데 더불살이 했던 단조롭고 삭막한 일상을 떠나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그리고 지나간 시절의 더럽고 형태가 불분명한 괴물,오물 덩어리를 회상하게 되며,유부녀와 불륜관계가 발각되면서 재판까지 이르기 되는 다양하고 다채로운 소재가 주인공의 내면에 아로새겨지면서 인간의 죄의식과 치부,내면의 세계를 넘나들게 만드는 기기묘묘한 세계와 조우하게 되었다.
5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글의 주제를 딱히 정할 수는 없지만 비오쿠라는 마을과 자연 속에서 주인공들이 사람과 자연,축제,민간 신앙,전설 등이 적절히 어우러지고 때때로 등장하는 일본 문단계의 거장들의 얘기를 통해 세속에 찌들고 욕망에 사로잡힌 현대인들의 흐트러진 몸과 마음을 다잡아 주게 하며 삶의 끝은 '노라누라'와 같은 똥물보다 더 더러운 세속을 벗어나 찬란하고 환희에 가득찬 세상을 꿈꾸고 있음을 나름대로 발견했다는 점이 커다란 소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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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책을 읽다보면, 그저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작가가 누군지 알 수 있는 경우가 있다. 그만큼 자신만의 색이 뚜렷하고 개성 넘친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살펴보자면 '츠네카와 코타로'도 자기 색이 무척이나 뚜렷한 작가 중 한 명이 아닐까 싶다. 현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이야기 속에 그만의 세계관이 확고히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벌써 몇 년도 전에 <야시>를 읽은 적이 있는데, 시간이 흐른 뒤 이번 작품을 읽으면서 츠네카와 코타로는 여전하구나, 하며 감탄했다.
뭔가 다른 생물이 되고 싶으냐고 자문해본다. 모르겠다. 내가 되고 싶은 것으로 변한다는 보장도 없고. 애당초 인간은 매일 조금씩 다른 존재가 되어가는 게 아닐까.(-p322)
<초제>에는 '비오쿠'라는 가상의 도시를 중심으로 한 다섯 가지 이야기가 펼쳐져 있다. 그리고 그 근간에 존재하는 것이 '쿠사나기'라는 금단의 비약(秘藥)이다. 생사를 주관할뿐만 아니라 하나의 존재를 전혀 다른 또 다른 존재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신비로운 힘을 가진 약이다. 가족간의 갈등이나 학교 안에서의 괴롭힘처럼 현대인이 안고 있는 고뇌를 이와 같은 환상적인 요소와 버무리면서 독특한 느낌을 자아낸다. 그 결과물들은 때론 그로테스크하면서 자비와 같은 어렴풋한 희망을 비춰주기도 한다.
한눈에 파악하기에는 꽤나 복잡한 설정의 작품이지만, "현실도피"라는 한 단어로 이 작품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갖가지 고민을 껴안고 있는 등장인물들에게 환상의 탈출구를 준비해주고 그 과정을 생동감있게 표현한 것이 이 작품이라고 할까. 흔히 '현실도피'는 비람직하지 못한 것으로 간주된다.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나약한 자들이 저지르는 과오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인간의 과한 자신감이고 오만이 아닐까 한다. 괴로워 버둥대는 인간의 숨통을 틔여주는 '현실도피'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고, 다음 단계로의 발전을 위한 발판이 되어 준다. 이 복잡스럽고 기괴한 이야기들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초원의 상쾌함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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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츠네카와 고타로의 책은 처음 접할 뿐만 아니라, 환상소설이라는 장르도 처음이다.
대체 환상소설은 무엇을 말함인지 궁금하기도 하여, 이 책을 들었다.
내가 이 책을 잡았을때는 밤이었던지라 의도치 않게 여름밤에 읽게되었는데, 처음엔 이게 뭐가 으스스하다는거야 생각하다가
불을끄고 잠드려는 순간. 정말 뭔가 그러한 세계로 가는 길이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라는 착각마저 들정도로 스토리에 빠져있었다.
분명 환상의 세계인데, 마치 현실인 것 처럼, 현실에서 환상의 세계로 넘어가는 이야기는 너무나 티나지 않게 자연스럽다.
그 경계를 넘나들며 이야기가 전개되는 배경은 비오쿠,, 전설속에서나 이뤄질만 한 사건과 일들이 이곳에서 마구 벌어지고 배경과 너무나 잘 어우러진다. 그리고 각기 다른 다섯편의 이야기가 서로 주인공이 겹쳐지기도 하면서,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닌 하나로 묶여있는 이야기인 것만 같다.
너무나 몽환적이고 일본 특유의 정서, 문화도 약간 반영이 되어있어서 이러한 장르를 처음 접하는 분이라면 꼭 이책을 추천하고 싶다. 나또한 환상소설의 장르를 좋은 책으로 시작했다. 츠네카와 코타로의 조만간 꼭 보게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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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끝없이 펼쳐진 들판을 보고 있어도 아지랑이때문에 모든 것이 흐릿한 줄 알았다. 아지랑이도마뱀 같은 것일까. '초제'에 담겨진 다섯 편의 이야기는 나에게 낯선 느낌보단 아련한 그리움 같은 것을 전해주었다. 짐승의 들판 같은 무서운 곳이 있어도 한번쯤 가보고 싶은 곳, 비오쿠는 나에게 그랬다.
'초제'에 담겨진 이야기들은 현재에서 과거로 시간을 거슬러 간 것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내게 기묘한 느낌을 주었다. 한 소년이 마을에 풀어 놓은 쿠사나기에 의해 폐허가 되고 탓페이, 코헤이 쌍둥이와 오야붕이 있는 텐게의 집이 생겨난 것은 아닐까. 혹은 끝이 보이지 않는 짐승의 들판이 생겨난 것이 아닌가 하는 것들. 소년의 숙부가 10년 만에 봤다는 선홍빛과 주황, 노란색 줄이 있는 여덟 장의 꽃잎으로 이루어진 '오로치바나'가 나의 눈에 자주 보이는 것은 사람들이 다가가지 못하게 하는 음산한 기운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사람들 곁에서 무심하게 살아가는 오로치바나로인해 이곳이 비오쿠임을 느낀다.
다섯 편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탓페이, 코헤이 쌍둥이와 배불뚝이에 약간 파마기를 띠고 있는 머리를 한 오야붕은 이들이 비오쿠에서만 살아가며 내가 살아가는 현실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사람들인 것만 같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여자와 역시 정체를 알 수 없는 쇼타까지 이들은 결코 우리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것만 같으며 이로인해 각 단편들이 불가사의한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로 느껴지게 한다. 그러나 이것이 무섭지는 않으며 오히려 아련함을 느끼게 한다.
오사후네가 만든 마을에서 볼 수 있는 그림자들은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토해 놓은 기억들로 나에겐 다른 세상의 일인 것만 같다. 그러나 카나에의 눈에만 보이는 괴물 노라누라는 '짐승의 들판'에서 살아가는 괴물이 된 하루보다 더 현실적이다. '텐게'라는 게임을 통해 모든 괴로움을 벗어 던질 수 있다면 '무'의 상태로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것은 기묘한 일임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나는 유카가 아홉 번의 텐게 게임을 한 후 정말 고통도 없이, 망설임도 없이,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가고 죽을 것인지 궁금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려나 상관없는 일이다. 번뇌와 고통 없이 살아갈 수는 없으니까. 오사후네가 쿠사나기를 먹은 후 무엇으로 변했을까, 정말 쿠사나기가 존재하긴 했던 것일까에 대해 더이상 궁금하지 않은 것은 비오쿠가 내게는 잠시 스쳐가는 꿈과 같기 때문일 것이다. 정녕 비오쿠를 본 사람이 있을까. 있다해도 이제는 우리들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전해줄 사람들이 없을 것이다. 오사후네가 만든 마을에서든 비오쿠의 어느 곳이든 어디에서든 결코 빠져 나오지 못했을테니까.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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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제 츠네카와 코타로 지음 북홀릭
'성신(星辰)에게 지내는 제사' 라는 뜻의 초제. 이 글을 쓴 츠네카와 코타로는 네이버에서 검색하니, 츠네카와 고타로로 검색이 된다. 밤과 꿈과 환상이 얽힌 기묘한 이야기 서정적이고 신비로운 환상세계를 그려내고 있는 『야시』가 데뷔작이다. 일본호러소설대상을 수상하며 데뷔하였다고 하는데, 호러소설보다는 환상소설에 가까운 분위기를 가진 작품을 주로 쓴다고 책 표지에 소개되고 있고, 이 책도 아름다운 마을 비오쿠에서 일어난 환상적인 이야기 다섯 편을 엮은 것이다.
『짐승의 들판』 바람끼를 주체할 수 없는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소년 시아노 하루. 하루의 곁에서 이런 상황을 지켜보게 된 단짝 유야. 유야에 대해서는 다음 편의 『지붕 위 성성이』에 '모치다 유야'라고 소개되는 인물과 동일 인물인 듯하다. 하루는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짐승의 들판'에서 어머니를 살해하고, 그곳에서 늑대 인간이 되어 세상을 떠돌게 되는 걸일까? 환상적으로 그렸다고 하니, 사실일지 환상일지는 독자의 마음이리라~
『지붕 위 성성이』 성성이란 말레이어 'oran hutan'에서 유래. '숲에 사는 사람'을 의미. 속명인 'pan' 은 그리스 신화에서 숲, 목양의 신으로 일컬어지는 그리스의 신 pan 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짐승의 들판』에서 시아노 하루, 모치다 유야와 같은 중학교 비오쿠 제2중학교에 다니던 후지오카 미와는 사토 아이와 함께 모리가오카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고 우연히 타카히로라는 신비한 남자아이를 만나게 되는데, 타카히로는 성성이에게 수호신이 되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것이다. 같은 반의 키노시타 코노미, 야마조에 쿄코, 사가노 시호에게 따돌림의 표적이 된 후지오카 미와는 타카히로의 작전 때문에 타카히로를 찾았다가 타카히로의 뒤를 이어 성성이 수호신의 일을 맡게 된다는 믿거나 말거나 이야기~
『풀의 꿈 이야기』 산 타기의 달인인 숙부에게서 독과 약에 대한 기술을 배운 소년은 자신이 만든 독을 사용해 충동적으로 그 숙부를 살해하고 만다. 이 이야기만은 배경이 과거, 영주가 존재하는 무사시대 쯤이 아닐까 싶다. 그 후에 승려 린도를 만나게 되고 린도의 딸 키누요와 키누요의 딸 카린을 만나 '텐'이라는 이름도 갖게 된다. 이들이 사는 마을 하루자와 영주의 장남이자 산적이 되어버린 오누키에게 키누요가 죽음을 당하자 텐은 숙부에게 들은 쿠나사기를 떠올리고 오로치바나를 찾아 쿠나사기를 만들려고 한다. 요염한 선홍빛과 주황, 노란색 줄이 있는 여덟 장의 꽃잎을 가진 신비한 오로치바나로 만든 쿠사나기에 대한 전설, 생사를 초월하는 비약이라는 것과 만드는 법을 아무도 모르는 금단의 기술이라는 것. 텐이 쿠나사기를 제대로 만들었는 지는 모른다. 텐이 만든 쿠나사기 덕분에 키누요가 올빼미로 다시 살아났으리라는 것도 사실인지 환상인지.. 『텐게의 집』
비오쿠 마을 모치즈키네 성에 살고 있는 모치즈키 유카는 건축가 아버지의 '가난해서 한심해.', '부자라서 즐거워.'라는 생각을 형편없는 남자라고 생각해 몹시 싫어하게 되었다. 중학생이 된 유카는 우연히 만난 쌍둥이 탓페이, 코헤이를 통해서 어느 낯선 집에서 경험하는 신비하고 기묘한 카드게임 ‘텐게’에 대한 이야기이다. 다섯 판째 카드 게임을 앞두고, 유타는 딸을 찾아온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30년 전에 아버지도 이 집에 와서 '텐게' 카드게임을 했다는 것과 오야붕과 쌍둥이 엄마가 그 때와 전혀 변하지 않은 모습이라는 이야기와 딸을 찾아다닌지 반년이나 흘렀다는 믿을 수 없는 소리를 듣게 된다. 과연 카드게임 텐게를 하는 이 쌍둥이의 집은 실제로 존재하는 공간일까? 아니면 환상의 세계일까? 처음 방문한 집에서 자고 가라는 말에 선뜻 응하는 여중생 유타, 방 안에서 전통적인 방법으로 목욕을 하는 모습, 아무리 나이 어린 동생이라지만, 남자 아이들과 한 방에서 자는 모습 등, 우리 정서로는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어서 다소 혼란스럽다. 이 책에 실린 다섯 편의 단편들을 서로 연관성을 갖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유카가 만나는 레이는 첫 단편 짐승의 들판에서 유야가 하루의 아버지와 전화 통화를 하는 중에 살짝 그 이름이 언급된다.) 『아침의 몽롱한 마을』
'비오쿠'라는 지명이 실제로 존재할까? 하는 궁금증이 갑자기 일었다. 비오쿠는 검색이 안되는 것을 보니, 실제로 존재하는 마을은 아니고, 작가가 만들어낸 곳이다. 현실에 기반을 두고는 있지만 불가사의한 세계인 비오쿠에서 일어나는 신화와 전설을 토대로 펼쳐지는 이야기의 배경으로 그저 '비오쿠'를 삼았을 뿐이다. 영화 <도가니> 영화를 보면서, 실제로 '무진'이라는 지명이 있다는 착각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친구의 아내와 불륜을 맺고 그 친구에게 살해당한 남편으로 인해 큰 충격에 빠진 카나에는 오사후네를 만나서 몽롱한 마을 비오쿠, 즉 상상의 마을을 만나게 된다.(여기서 카나에의 남편 우라사키 토오루는 첫 단편 짐승의 들판에서 유야가 하루의 아버지와 전화 통화를 하는 중에 살짝 그 이름이 언급된다.) 그리고 짐승의 들판에 등장하는 괴물 '노라누라'도 등장하고, 세 번째 단편인 풀의 꿈 이야기에 등장하는 쿠나사기도 언급되는 연관성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초반에 등장하는 카나에의 딸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서 그 딸이 남편 토오루의 딸인지, 아니면 오사후네의 딸인지를 알 수가 없다. 그저 몽롱함은 몽롱하게 즐겨야 하겠지? 2012.6.3. 일본 작가의 환상적인 단편을 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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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곳 어딘가에도 지금껏 알지 못했던 신비로운 장소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끔 혼자서 조용하고 외진 길을 걸어가다 보면 그런 생각을 더욱 많이 하게 되는데 그럴 때면 괜히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한다. 소설의 무대가 되는 ‘비오쿠’라는 마을은 초자연적인 현상이 일상처럼 일어나는 곳으로 그런 곳에 살게 되면 너무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무섭다기보다는 기묘한 분위기에 슬픔이 깃들어 있는 ‘초제’의 세계관이 무엇보다 내 감성을 자극했다.
총 5편의 에피소드가 현실과 전설을 넘나들면서 독자의 상상력을 한껏 증폭시키는데 그 흥미진진함의 흡인력이 대단하다. 금지된 땅에 우연히 들어간 이후 친한 친구가 점점 괴물이 되어 가는 모습을 보게 되는 소년의 이야기,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던 소녀가 성성이라는 수호신 소년을 만나게 되고 자신이 다음의 수호신 성성이로 선택되는 이야기, 비오쿠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땅이 생겨나게 된 기원을 다룬 신비한 약 쿠사나기와 한 여인을 사랑한 소년의 이야기, 부모님의 불화에 집을 나온 소녀가 이상한 쌍둥이 형제를 만나 불가사의 한 집에서 텐게라는 게임을 하게 되는 이야기, 많은 아픔을 간직한 여인이 비오쿠에서 경험하는 신비한 일과 앞의 이야기들과의 연관성이 돋보였던 마지막 이야기.
각 이야기들은 미스테리한 일을 배경으로 깔고 있으면서도 하나하나 큰 주제를 담고 있는 듯하다. 점점 본 모습을 잃고 사라져 가는 친구를 끝까지 포기하지 못하는 소년의 모습에서 우정을 보았고, 왕따의 문제를 독특한 방법이지만 화해로 이끌고 용기와 자부심을 주는 것에 속 시원함도 느꼈다. 그리고 실로 대단한 사랑의 힘과 성장통을 겪으면서 자아를 찾아가는 모습도 보였으며, 마음속에 남아 응어리져 있던 것들을 모두 털어버리는 시간 속에 잔잔함을 느끼기도 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쿠사나기’라는 약에 대해서 생각이 떠나지를 않는다. 살아있든 죽어있든 본래의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게 해주는 그 약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단순히 비오쿠라는 마을의 탄생 비화를 만들기 위해서만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한 여행자가 숲속에서 처음으로 그 땅을 밟았을 때 느꼈던 평온함이 나에게도 전해지는 듯해서 읽는 이에 따라 이 부분에 대해 어떤 해석을 내리는지 무척 궁금해지기도 한다.
잠깐 눈을 감고 상상의 세계에 빠져든다. 촉촉하게 이슬을 머금은 듯한 청량한 공기와 새벽의 푸르스름함이 조용히 다가와 낮게 깔린 안개 속에 살짝 드러나는, 약간은 고풍스러우면서도 옛날의 향수를 간직하고 있는 마을의 모습,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비오쿠다. 소설 속의 주인공들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듯한 착각에 괜히 웃음도 지어본다.
책을 다 읽어 갈 때 즈음에는 왠지 이 세계에서 벗어나기 싫어 일부러 되풀이해서 읽었던 곳을 또 읽게 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많은 일들을 경험하고는 하는데, 그리 생각해 보면 지금 살고 있는 이곳이 어쩌면 비오쿠와 같은 신비한 세계일지도 모른다. 단지 그 세계에 익숙해져 버려서 인지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일 뿐. 현실과 상상의 세계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 한 권의 책에 빠져 있었던 이 시간이 너무나 행복하다. |
<야시>로 우리에게 이름을 알린 작가 츠네카와 코타로의 따끈따끈한 신작이 북홀릭에서 발간되었습니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만 같은, 혹은 막 비가 그치고 햇살이 비출 것만 같은 푸르른 들판의 표지가 참 매력적 인데요. 표지와 꼭 어울리는 <비오쿠>라는 신비로운 마을을 무대로 한 다섯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원래 단편집을 읽다 보면 제일 맘에드는 것 두어 편, 그리고 실망스러운 두어 편 정도가 있기 마련인데, <초제>는 다섯 편 모두 순위를 정하기 힘들 정도로 저를 매료시켰습니다. 작가는 어느 동네에나 전해져 내려오기 마련인 '옛날옛적에... 다더라' 라는 할머니가 여름 밤의 도깨비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우리를 신비로운 <비오쿠>로 데려다 놓습니다. 여름이 한껏 다가온 지금, 풀 향기가 잔뜩 묻어나오는 <초제> 한 권, 어떠실까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