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나비 채집가이다. 나비의 아름다움에 심취할 줄 아는 사람이다. 다만 나비의 아름다운 빛깔이며, 변종나비의 그 독특함과 희귀함이며, 성충이 되는 나비의 젖은 날개의 하늘하늘함이며, 그런 아름다운 나비를 발견했을때의 가슴벅찬 느낌들을 사랑하는 사람일뿐이다. 자기 자신의 느낌만을 생각할 뿐이다. 그리고 그것을 표본으로 만들어 자신이 소유한다. 나비의 영혼 따위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솜덩어리와 같은 사람, 옷을 입고 있을뿐 옷을 벗기면 그속엔 그냥 텅빈 공간이 있을뿐인 사람 아무리 어떤 느낌을 공유하고자 말을 해봤자 튕겨져 돌아올 아무런 공감이 없는사람... 다만 "나는 당신을 사랑하오"라고 말하는 사람 미란다는 그말을 듣고 얼마나 공허함을 느꼈던가 그 세마디가 주는 절망감, 아무런 희망이 없는 말 마치 "나는 암에 걸렸오"하는 세마디의 말과 같은...그저 끝없는 절망감을 주는 말과 다름없다는... 그들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미란다는 그가 관심있는것이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과, 그가 기대하는 어떤것일뿐 그녀의 개성, 그녀의 생각, 그녀의 미래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이 사랑한다고 하는것에 절망했지만 미란다는 그의 개성과, 그의 생각과 , 그의 미래에 대해 이해하고, 그를 돕고 싶기까지 하지만 그를 사랑할수는 없는것이었다. 아아... 어쩌면... 그토록 부당하고, 그토록 억울하고, 그토록 답답할수가 있단 말인가. 오로지 자신의 생각에만 가득하여 나비의 운명을 송두리째 낚아채도 가슴벅찬 뿌듯함만을 느끼듯이 "미안하게 생각하오" 라고 하지만 자기로서는 어쩔수 없다는 변명. 기가 막히게 자기만을 위한 변명.... 결국은 늘 자신이 옳을 뿐인 변명... 급기야는 그녀의 잘못이라고 한다. 그리고 반성한다. 다음엔 좀더 강하게 해야한다고... 그녀는 미술학교 학생이다. 자신의 1년뒤가, 10년뒤가, 30년뒤의 미래가 너무너무 궁금한 20살의 아가씨이다. 자신이 누구와 사랑에 빠지게 될지, 어떤 아이들을 낳게 될지...너무너무 궁금한... 끊임없이 탈출을 시도하고, 마지막까지 탈출을 꿈꾸고, 결코 희망을 버리지 않는... 그를 이기기 위해서는 자신의 무기(도덕적인 무기)를 써야한다고 생각했던 여자 인생의 생생한 경험이 없어, 자신의 사유함만으로 호기심이 가득했던 여자 하지만 이 납치사건이 자신의 인생에서 없던 일이 되길 바라진 않는다던... 이 절망적인 상황이 자신을 얼마나 발전시켰고, 이런 일이 없었더라면 자신은 결코 지금처럼 발전할수 없었으리라고 생각하며 또한, 이대로 다시는 탈출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결코 이전의 자신으로 돌아가길 바라지 않는다는... 하지만 마지막의 그녀는 얼마나 절망했던가, 얼마나... 『내가 처음 G.P를 만났을때, 그가 나에게 들려준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수집가란 모든 사람들 가운데 가장 악질적인 동물이라고 그는 말했던 터였다. 이때, G.P는 물론 미술작품 수집가를 두고 한 말이었었다. 그때 나는 G.P가 한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니 과연 그의 말은 옳았었다. 수집가란 인생을 부정하고, 예술을 부정하고, 그 밖의 모든것을 부정하는 인간인게 분명하다.』 얼마전 대형할인마트에 갔을때, 개인물품보관함 앞을 지나는데 생소한 것을 보았다. "애완견 보관함" 그것은 개인물품 보관함과 같이 생겼으나 문에 구멍이 많이 뚫려 있었다. 개를 위한 "배려"인 숨구멍인가보다. 갑자기 소름이 끼쳤었다. 소유한다는것... 그것은 얼마나 숨막히는 일인가 소유 당하는것도, 소유한다는 것도... 미란다가 죽었을때 칼리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이젠 더이상의 걱정거리가 사라져 버렸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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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콜렉터는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미란다라는 이름으로 더욱 유명하다. 나는 "야한 연극-미란다"를 보지는 못했지만 여자연기자의 완전 누드로 화재를 모은 작품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내용은 잘 모를지라도 미란다하면 괜스레 야한 생각을 품게 된다. 그것이 콜렉터를 읽은 내게는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였다. 이 소설 콜렉터는 요즘말로 "엽기"일지언정 야한 소설은 절대 아니기 때문이였다. 연극으로 각색될때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몰라도 책의 내용을 제대로 소화해 냈다면 야한 연극으로 탄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콜렉터는 흥미진진하다. 사랑하는 방법에 있어 인간다움을 상실하고 오직 소유만이 있을 뿐인 나비체집가에게 체집된 아름다운 예술가 미란다..... 그의 틀 속에 갇쳐 서로 거짓과 욕망 그리고 죽음으로 다가가는 게임을 벌이는 과정인데 얼마나 사실적이고 흥미진진하게 썼는지 미란다의 시점에서 얘기가 진행될 때는 내가 마치 미란다가 된것처럼 숨막히고 괴로움에 휩싸이게 된다. 한마디로 끔찍하다.
콜렉터의 작가 존 파울즈는 영문학의 위대한 전통을 가장 확실히 재창조할 작가로 인정받았다는데 콜렉터는 이 시대의 충격이라 할 정도로 찬사를 받았다고 한다. 내가 봐도 이만큼 잘 쓴 소설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인상깊은구절] 그녀가 학교 기숙사에서 돌아와 집에 머물 때면 거의 매일 그녀를 볼 수 있었다. 그녀의 집이 시청 부속실 바로 맞은편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와 여동생은 이따금 젊은 남자와 함께 집을 들락거렸는데 나는 그것이 싫었다. 서류정리 등의 일에서 벗어나 잠시 한가해지면, 나는 창가에 서서 유리창 너머로 길아래를 내려다보곤 했다. 그때 처음에는 X로 표시했는데, 나중에 그녀의 이름을 안 뒤에는 M으로 적어 넣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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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내가 좋아하는 책이다. 이 책은 책 자체보다는 '미란다'라는 연극으로 더 알려져 있는, 그 연극을 본적은 없지만 그 연극 포스터는 눈 앞에 희미하게나마 그려지려 하는, 한때 논란성을 불려 일으켰던 작품이 아니였나 싶다. 그당시 어린 나이이였기에 그 연극을 보지는 못하였지만, 연극보다는 책이 더 주인공의 내면을 느끼기가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내게 위로가 된다. 이 책의 내용은 '광적인 사랑'이다. 주인공의 집착스러운 사랑이 미란다라는 여자를 감금하고 만다. 그 사랑이 과연 사랑으로 인정받을수 있을련지, 아니면 책 속의 미란다가 소리쳤던 것 처럼 그의 정신이상이 불러 일으킨 행동이 아닌지 결정지어야 한다면, 비록 그 행위가 집착으로 분류되어 미란다를 죽음으로 까지 몰고 간 것이지만 그 집착의 근원 역시 사랑에서 비롯된다는 생각. 지하실에 감금되어 죽어버리고 만 미란다와 함께 동반 자살을 생각하지만 칼리반은 미란다가 남긴 노트 속 에서 단 한번도 자신은 그녀의 사랑이 된 적이 없음을 읽어버리고 또 다른 우연으로 미란다와 닮은 제 2의 미란다를 발견하고 그녀를 관찰하는 것으로 이 소설은 끝이 난다. 간결한 문체와 꽤 두꺼운 책이지만 한 페이지도 그냥 넘겨 읽을수 없게 꽉 짜여진 내용, 그리고 남자와 여자의 수기로 나눠여진 독특한 전개인 이 소설은 너무나 강렬하고 너무 특별한 소설이다. [인상깊은구절] 그를 다루는 데는 오직 한 가지 방법이 있을 뿐이다. 바른 길을 취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레디몬트에게 행한 것 같은 ' 바른 방법'을 뜻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내가 옳다고 느끼는 바른 길을 택하자는 것이다. 나 자신이 믿는 바른 길을... 나는 도덕적인 인간이다. 또한 나는 내가 도덕적이라는 사실을 조금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 나는 칼리반이 나를 비도덕적 인간으로 만들지 못하게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