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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전직 대통령들의 재주는 놀라웠다. 권력이 손에 들어왔을 때 추구할 수 있는 모든 걸 추구해야 한다고 굳게 믿었던 듯하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돈이 그들의 손으로 들어간 것 같았다. 그렇게 29만원을 가지고 십 수 년 이상을 큰 무리 없이 살아가고 있는 인물도 탄생했다. 모든 거래는 투명해야 한다. 내 호주머니로 들어온 돈의 출처는 명확해야 하고, 나 또한 돈을 지출함에 있어 어떠한 비리도 저지르지 않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체크카드나 신용카드 사용은 바람직하다. 현금결제와 달리 누가 어디서 얼마의 금액을 썼는지 바로 파악이 가능하다. 게다가 편리하기까지 하다. 거액을 매순간 갖고 다녀야 한다면 불안감이 상당할 것이다. 돈에 이름을 써 두는 것도 아니므로 누군가가 훔쳐간다면 되돌려 받기가 요원하다. 카드는 다르다. 혹 분실하더라도 바로 분실 신고를 하면 제3 자가 제멋대로 내 돈을 사용하는 걸 막을 수 있다. 신용카드 없는 사람이 별로 없는 현실에 힘입어(?) 몇몇 프랜차이즈 매장은 현금 없는 매장을 표방하고도 있다. 아직까지는 큰 불편을 느끼지 않고 있다. 이미 나는 현금보다 체크카드의 사용이 잦다. 어플을 이용한 결제도 심심찮게 한다. 현금이 사라져도 나쁘지는 않을 거 같다. 그와 같은 시대를 살아보지 않았지만 왠지 그럴 것만 같다. 이런 나의 생각이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인물이 등장했다. 이른바 ‘현금 없는 사회’에 반기를 든 인물은 영국인 기자 로스 클라크다. 그는 현금을 없애려는 각국의 시도가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며, 특정 집단의 이익에 철저히 부합하는 결과를 낳을 것임을 예측했다. 이미 많은 국가가 현금이 유통 아니 되는 사회를 표방하고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우리나라도 그의 구분에 따르면 이 분야에서 꽤 앞선 축에 속해 있었다. IT 강국이니까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소위 선진국이라 하는 국가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이웃나라 일본은 국민들의 저소비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오래 전 들었는데, 카드 등의 결제 수단 사용에 있어서도 도통 마음을 열지 않고 있었다. 단지 그들이 짠돌이여서는 아닐 것이다. IT 분야에서 우리보다 사정이 좋지 않은 국가들의 경우, 현금이 유통되지 않음으로 인해 겪는 불편함이 제법 컸다. 영국만 해도 그랬다. 와이파이(wifi) 등을 아무곳에서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영국에서는 폰을 통해 결제하는 일이 마냥 편리하지만은 않았다. 얼마 전까지 현금으로 납부할 수 있었던 주차 요금을 휴대폰 어플을 통해서만 납부할 수 있게 방법이 변경되면서, 사람들은 어플을 깔고 결제 수단을 등록하기 위해 적잖은 시간을 허비해야만 했다. 중간에 버튼을 잘못 누르는 식의 실수가 발생하는 건 개인의 잘못이므로 배제하더라도, 연결 상황이 좋지 않아 과정 도중 끊기기라도 하면 낭패였다. 시간이 초과돼 처음부터 다시하라는 메시지를 받아 든 이들의 망연자실한 표정이 그려지는 듯했다. 어떠한 통계치에서도 이와 같은 시간까지 계산에 포함시키진 않았다. 당장 사람들이 겪고 있는 불편함은 외면한 채 현금을 사용 않음으로써 각종 대기 시간을 혁혁하게 감소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과 같았다. 상대적으로 스마트폰 등에 익숙하지 않은 장년 이상의 세대라면 불편함은 더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세상엔 어르신들이 무지를 공략하는 악한 사람들도 존재한다. 현금 없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선 비용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무료로 행할 수 있었던 일반 거래마저도 현금 없는 사회에선 수수료 부과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현금으로 납부할 땐 부과되지 않던 각종 수수료가 카드값에 덧붙는다. 소액이니까 별로 티가 나지 않는다고? 우리 속담엔 ‘티끌 모아 태산’이란 말이 있다. 주로 소액 결제를 수시로 하는 빈곤층이라면 더더욱 많은 수수료를 납부해야만 하는 역설에 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법인세 폐지를 그토록 부르짖는 이들이 누구의 이익을 위해서 그와 같은 구호를 망설임 없이 외치는지는 분명하다. 현금 없는 사회를 구현해야 한다 주장하는 이들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 것도 같다. 뭇세상이 말하듯 현금 없는 사회가 여성 등의 인권 신장에 긍정적이라는 말은 옳지가 않다. 오히려 우리의 소비 패턴이 읽히고, 우리의 삶 전반을 지배하는 빅브라더의 등장을 앞당길 가능성이 농후하다. 저자는 신용카드 등의 결제 수단을 부정하진 않는다. 일단 편리하다. 편리함은 한 번 맛보면 포기가 안 된다. 저자가 주장하는 건 현금을 없애지 말라는 것이다. 현금 또한 다양한 결제 수단의 하나로 존재해야만 한다. 내가 내 소비를 현금으로 하고 싶다면 그럴 수 있어야 한다. 카드가 편하다면 그 또한 가능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