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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 미친 선비, 조선의 화훼백과를 쓰다'.이 책은 꽃에 탐닉했던 18세기 어느 지식인의 같은 제목의 시문집을 번역한 것이다. 조선 후기의 지식인 사회에서 어느 한 주제에 빠져서, 그와 관련된 것들을 중점적으로 수집을 하는 등의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들에 대해 지나치다는 의미로 '벽(癖)'이나 '치(痴)'라는 접미사를 붙이기도 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책을 읽는 바보'라는 뜻으로 자신을 '간서치(看書痴)'라고 칭했던 이덕무이다.
<화암수록>의 저자인 유박(1708~1782) 역시 꽃을 너무 좋아해서, 자신의 집 주위에 온갖 꽃을 심고 가꾼 인물이다. 온갖 꽃이 있는 곳이란 뜻으로 자신의 집을 '백화암'이라고 칭하고, 그곳에서 꽃을 키우며 생활하는 모습을 기록하였다. 그리고 그에 관한 내용을 시문으로 엮어 남겼는데, 꽃에 관한 시와 함께 지인들과 주고받은 편지들도 수록하였다. 그동안 이 책자의 저자가 잘못 알려져 있었는데, 역자가 이를 고증하여 저자를 확인하여 바로잡아서 번역까지 한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에 수록되기도 한 전체 9수로 이뤄진 '화암구곡'이란 연시조 작품은 그동안 작자가 송타란 인물로 잘못 알려져 있었다. 고전시가 전공자인 나 역시도 그러한 내용을 당연시하고 있었고, 이것이 학계에 통설처럼 인정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역자가 <화암수록>이라는 문헌을 발굴하고 그 저자를 밝히면서, 그 곳에 수록된 '화암구곡'이란 시조의 원작자를 바로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역자는 이 책을 일컬어 '조선시대 꽃의 백과사전'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는데, 시문집의 맨 첫 부분을 자신의 관점에서 9등급으로 구분해서 정리한 '화암구등품제'가 차지하고 있는 것이 이채롭다. 저자가 창작한 시들과 함께 지인들과의 서간들도 수록되어 있는데, 이 역시 대부분이 꽃에 관한 의견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저자의 모습은 조선 후기 과거를 통한 입신이 점점 어려워지던 시대, 차라리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빠져 지냈던 당시 지식인들의 일면모를 보여주고 잇다고 해석되기도 한다. 역자가 직접 보내준 책인데, 시가 전공자로서 그에 화답하는 의미에서 조만간 '화암구곡'의 작품론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차니)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