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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드릴로. '미국 현대문학 4대거장'이라는 대단한 수식어를 가진 작가. 이탈리아계답게 굵직하고 선명한 얼굴에 머리가 시원하게 벗겨졌음. 1936년생인 이 노작가는 쉰이 가까운 나이에 [화이트 노이즈]라는 소설로 대중적 인기와 평단의 주목을 받으며 무명에서 벗어났다. 죽음과 현대인의 관계를 그려낸 <화이트 노이즈>는 그의 대표작이라 불리는데, <제로 K> 역시 비슷한 주제를 다룬다. 다만 보다 성숙해진, 보다 죽음에 가까워진 작가의 시선으로 주제를 발전시켰다는 느낌이 들었다. 읽으면서 두 작품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1)죽음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고자 거대자본의 지원을 받아 실험을 진행하는 비밀단체가 등장한다. 2)이 비밀 집단의 신기술에 처음 손대는 등장인물은 '자애로운 여성' '어머니' 역할을 하는 여성이다. 마치 선악과에 처음 손대는 이브와 같이. 3)이 여성의 파트너이며 그녀를 따라 하려는 남성은 구세대이며, 누군가의 아버지이다. 4)테러, 추락, 파편화된 디스토피아적 이미지의 난무 사실 85년작인 [화이트 노이즈]는 요즘 세대가 보기에는 좀 레트로스럽다. (이미 지난 세대의 유물이 된 라디오 포함)전자 소음이 난무하고 가공된 이미지가 떠다니는 일상과, 그 앞에 놓인 인간의 감정들이 꼭 80-90년대에 나온 SF 영화가 표현하고자 하는 어떤 풍경을 닮아있달까. 2016년작인 [제로K]는 최근작이어서 그런가, 작가가 나타내고자 이미지가 보다 확실히 그로테스크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20세기적인 가정을 이룬 [화이트 노이즈]의 주인공과 달리 [제로K]의 주인공은 가정과(심지어 안정적 연애에도) 속박되지 않은 요즘 젊은이다. 아이들을 비교해 보면 이 두 작품의 인상적인 공통점과 달라진 점이 더 뚜렷이 보이는데,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스포가 되니 그만하겠다. 여기까지는 나의 얕은 독서경험에서 쥐어짜낸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과 해석이었다. 보다 깊이 들어가려면 한번 더 읽어보아야겠지만 귀찮으니 이쯤에서 마무리할까 한다. 결론, <화이트 노이즈>를 인상깊게 읽은 기억이 있다면 이 작품을 꼭 읽어보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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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핀천, 필립 로스, 코맥 매카시와 더불어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포스트모던 소설의 대가로 평가받는 돈 드릴로의 신작 장편소설'' 이라는 문구에 무조건 샀다.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코맥 매카시나 필립 로스는 상당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줄거리라고 할 만한 내용은 단순하다. 암에 걸려 죽어가는 아내 '아티스'를 냉동시키려는 갑부 '로스 록하트'는 '컨버전트 프로젝트 센터'로 아들 '제프리'를 부르고 제프리는 아버지의 계획에 반대하지만 아버지는 한술 더 뜨는 계획을 이야기한다. '신체 냉동 보존'은 이미 신선한 소재가 아닐 정도로 익숙한 듯한데 이 책은 신체 냉동보존 기술이나 SF적인 느낌의 책이 아니다. 죽음을 앞둔 인간이 냉동을 통해 죽음을 비켜갈 수 있는지, 미래에 과학이 인간에게 영생을 줄 수 있는지, 인간에게 죽음이란 어떤 의미인지, 인간이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지, 통제할 수 있는지, 죽음을 사이에 놓고 인간은 관계를 어떻게 끌고 갈 수 있는지... 이런 많은 질문들과 생각들이 줄거리 사이에 맥락없이 등장하고 제프리는 확실한 의견이나 주장없이 주변을 부유하고, 냉동을 준비중인 아티스의 독백은 살아도 산 것이 아니고 죽어도 죽는 것이 아닌 난해하고 두려운 느낌을 준다. 드릴로의 다른 작품은 모르겠으나 내게 이 책은 친절하지도 않고 재밌지도 않았다. 장바구니에 드릴로 책을 잔뜩 넣어놨는데... 고민해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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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계 미국소설가인 돈 드릴로의 소설을 우리말로 번역한 "제로 K"는 작가 드릴로의 관심주제중에 하나인 '죽음'에 관한 것이다. 사실 1985년에 "화이트 노이즈"로 유명세를 굳힌 돈 드릴로는 다작의 작가로 1988년에 발표한 케네디대통령의 암살범 오스왈드에 관한 작품 "리브라"는 냉전체제의 이면들 살펴보게 만드는 작품이고, 1992년에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언더월드"는 야구장에서의 유명한 홈런볼이 그려내는 곡선과 핵미사일의 탄도가 그려내는 곡선이 중첩되면서 전쟁테크놀로지와 인간문화에 관한 주제를 다루어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그러나 "제로K"는 사실 표지의 인공지능 로봇이미지에 속아넘아가 혹 과학소설sci-fi이 아닐까 호기심을 유발하지만 정작 본문을 읽어보면 표진 일종의 마케팅차원이었고, 시한부 삶을 사는 아내 아티스 와 억만장자 부자인 로스 록하트가 죽음의 공포를 넘어서려는 시도로 - 미래를 위해 정자를 보관하는 것처럼 - 냉동인간을 시도하는 과정등을 아들인 제프리가 묘사해가는 소설이다. 사실 그 소제가 흔하디 흔한 영생, 또는 죽음의 초월같은 망상적 욕망에 관한 것이고, 그 인물들의 태도가 다소가 집착적이거나 애매한 심리여서 작품 자체의 플롯이 주는 공감은 그리 많아보이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