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뷰]저급한 술과 상류사회-음료의 문화사로 보는 사회 경제 발전 과정
![]() 제일 좋아하는 책의 장르는 소설이지만 가끔 흥미로운 주제의 사회학 관련 책을 찾아 읽기도 한다. 이번에 고른 책은 <저급한 술과 상류사회>, 제목에 '저급한'과 '술'이 동시에 들어간 것부터 심상치 않다. 이 책은 저번에 한번 리뷰했던 <음식과 전쟁>과 같은 출판사인 '루아크'에서 나왔는데 두 책의 표지가 세트처럼 되어 있어 더욱 만족스럽다. <저급한 술과 상류사회>는 자주색, <음식과 전쟁>은 짙은 남색으로 두 책 모두 고급스러운 금박으로 제목이 인쇄되어 있다. 책장에 전시하는 용도로도, 책 내용으로도 모두 백점 만점이다. 특이 이 두 책들은 각 주제에 맞는 흥미로운 이야기와 함께 온갖 그림 자료를 실어서 좋다. 글과 함께 관련 그림을 보는 재미가 있다. 보통 '설명'을 목적으로 하는 책은 따분해지기 좋은데 이렇게 화려한 그림이 함께 하니 글이 좀 지겨워질 때쯤엔 그림을 보게 되어 있다. 게다가 그림 자료 하나하나도 훌륭하고 모두 출처가 명확하게 나와 있어 관련 자료를 조사하는 사람에게도 좋은 책이다. 또한 유럽 여행을 자주 하거나 유럽의 역사적 그림을 자주 본 사람에게는 익숙한 그림이나 그림풍이 종종 등장하기 때문에 친근감을 불러 일으킨다. <저급한 술과 상류사회>는 한 때 사회학 관련 책 중에서 알라딘의 첫 페이지를 차지했던 책이다. 먼저 책 표지에 반했고, 두 번째 제목이 흥미로웠고 마지막으로 <음식과 전쟁>과 비슷하게 시리즈처럼 나온 책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고민없이 구매했다. 잡학지식과 중세 풍의 그림을 좋아하는 나의 취향을 완전히 저격한 책이었다.
이 책은 술, 넓게 보면 음료와 관련된 사회, 경제 발전을 중점적으로 다룬 책이다. 인류사에서 '술'은 언제나 중요한 자리마다 빠지지 않았다. 술이 금지된 문화권이라 하더라도 술을 대신하는 음료(예를 들면 커피 같은 것)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게다가 여전히 '술'은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하여 인간들의 경제, 사회 활동에 기여하거나 유흥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이 책은 음료와 관련하여 크게 6가지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제목은 여관통신, 와인바 사교계, 서민의 선술집, 카페인과 함께하는 거래, 진의 길에서 진 궁전까지, 차와 여성 참정권운동이다. 이미지도 책에서 큰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미지 출처가 각 그림 밑, 또는 다음 페이지에 설명되어 있을 뿐 아니라 아예 이미지 출처만 따로 정리해 놓은 페이지가 있다. <저급한 술과 상류사회>를 읽을 때는 반드시 '들어가는 말'부터 읽어야 한다. '들어가는 말'이 저자의 집필 소감이라기 보다 이 책의 '도입'이라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도입이 첫 챕터인 여관통신의 배경 설명이나 다름 없다. 기원 전 알코올이 인간의 삶에 존재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중국의 지아후 지역 무덤의 유적부터 시작하여 이집트 왕조 시대에 계층마다 마시는 알코올이 분화된 것, 아즈텍의 음주문화, 플라톤이 술에 관해 언급한 것, 로마인들의 음주 문화까지 역사적으로 이어진 알코올의 문화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한다. 특히 아즈텍의 음주 문화가 굉장히 재미있다. 아즈텍에서는 누가 언제 술을 얼마나 마실 수 있는지 법이 엄격하고 복잡하게 규정되어 있었으며 그만큼 다양한 술이 존재했다. 노인 공경 차원에서 쉰두 살이 넘으면 술을 마음대로 마실 수 있었으며 이들 외에 자유로운 음주가 허용된 집단은 이들이 경멸하는 집단(노예로 추정된다)뿐이었다고 한다. 또한 음주를 관장한 신은 '신성한 400마리 토끼'인 센트손 토토치탄이락 하는데 이 400마리의 토끼는 모두 다른 상태로 취해 있는 것을 상징한다. 나중에 이 400마리의 토끼가 각각 어떤 상태로 취해 있는지 한번 찾아봐야겠다. 이렇게 알코올은 계급과 사회적 역할에 따라 마실 수 있는 술의 종류와 양이 달랐다. 주로 제의를 치르거나 종교적인 장소에서 마실 수 있었으나 점점 술을 마실 수 있는 장소도 전문적으로 생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여관이 발달하는 모습에 대해 설명해 주는데, 중세시대 또는 과거 서양을 배경으로 2차, 3차 창작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흥미로운 사실들이 많다. 여관에도 취급하는 물건에 따라 급이 나누어져 있다든가, 우편이 여관을 통해서 발달되었다든가 하는 사실 등이다. 이 외에도 상류층들이 주료 즐겼던 와인바 사교계, 서민들의 술 문화, 술이 금지되었던 오스만 제국에서 발달했던 커피하우스 등 식음료에 대한 재미있는 역사적 사실들을 알 수 있다. 이런 잡학지식이나 사회학, 또는 술의 역사적 역할 등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같은 '루아크'출판사의 <음식과 전쟁>
|
|
책의 원제는 Rough Spirits & High Society: The Culture of Drink이다. 제목을 직역한 건 아닌 모양이다. '저급한 술'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가 하여 책을 읽는 내내 생각해 보았는데 명쾌한 답은 얻지 못했다. 내가 읽은 바로는 이 책 속의 술은 전혀 저급하지 않았고, 작가도 저급하게 다루지 않았는데 제목이 가리키는 바가 무엇이었는지, 나는 끝내 알아내지 못한 채로 덮게 되는 모양이다.
술을 아주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에게 한 달에 한 번 정도 술 대신에 술과 관련된 책을 선물하다가 보게 된 책이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뒤에 적당하다 싶으면 선물하려고 했는데 그런 용도로는 안 맞는 것 같다. 그저 흥미롭게 읽고 넘길 책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술에 대한 전문적인 자료를 찾는 사람, 특히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오 랜 역사를 거쳐 오는 동안 술이라는 게 어떤 식으로 변하고 발전해 왔는지를 알려 준다.
글보다는 실려 있는 자료들이 더 귀하게 다가온다. 술을 마시는 그림이나 술과 관련된 오래된 서류들이 생생하게 실려 있다. 술이라는 것을 얼마나 좋아했으면 이렇게 자료들을 찾아다니고 모을 수 있었을까, 수집의 가치와 보람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였다.
다만 나는 게으르게 읽었다. 굳이 기억했으면 싶은 내용도 없었고, 기억한다면 아는 척 하거나 다른 책을 읽을 때 도움을 얻을 수 있기는 하겠지만, 이제는 그럴 만한 투지가 없다. 그림과 그림에 대한 설명을 더 주의해서 보고 본문의 내용은 설렁설렁 넘겼다. 대단하군, 신기하군, 그렇군... 하는 정도로. 그림을 보다가 다시 본문의 글로 돌아가야 하는 그 짧은 순간의 읽기 방식도 내게는 꽤나 귀찮은 경로이기도 했고.
술은 좋기는 한데 잘 마시지를 못하니, 이 또한 내게는 섭섭한 노릇이다.
![]()
|
|
자고로 술이 있으면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모이면 말이 모여서 변화를 이룬다. 그래서 만국 공통의 독재자들은 사람들이 모이는 걸 두려워해 모임장을 없애고 3명 이상 모이면 신고하게 했다. 하지만 그 어떤 독재자도 이를 성공적으로 막은 적은 없다. 이 책은 술의 발전에 따라 사회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쓴 책이다. 조선시대 주막처럼 영국의 여관은 여행자들을 위한 숙소였는데 이 숙소에서 술을 파니 동네 사람들도 모여든다. 여관에 여행자가 모이고 동네 사람들이 모이니 우편 시스템이 생긴다. 여관은 우체국이 되고 여관 주인은 우체국장이 된다. 주요 여관을 우편마차가 돌아다녔고 이는 나중에 로열메일이 되는 근간이 된다. 그리고 우편마차를 사람들이 함께 타면서 기찻길이 되는 루트가 됐다. 나처럼 고귀한 사람이 천한 것들이 모이는 여관에서 술을 마실 순 없지!라고 해서 생겨난 게 와인바다. 와인바에서 셰익스피어가 영감을 얻고, 정계, 법조계 사람들이 모여 사교활동을 한다. 각종 로비와 문학 생활이 여기서 시작된다. 선술집에선 Ale을 판매했다. 당시 Ale은 막걸리처럼 만들고 나서 빨리 마시지 않으면 상해서 버려야 했기에 저절로 남에게 판매를 하게 했고, 이것이 선술집으로 이어졌다. 선술집에선 서민들이 모였다. 직업을 얻는 장소가 됐고, 기술자들이 모여서 모임을 만드는 장소가 됐다. 여기서 기술자들이 직업을 얻지 못하면 실업급여를 주는 노조의 개념이 생겨났고, 선술집 주인은 외상으로 술을 주거나 물건을 받고 술을 주는 식으로 금융업까지 확장된다. 한편 귀족들은 커피를 마신다. 오스만제국에서 커피를 기가 막히게 잘 끓이는 시종을 데려온 대니얼 에드워즈는 런던에 돌아와서도 커피를 마셨는데 이 커피 맛을 접한 친구들이 친구의 친구를 불러서 대니얼 집에 오는 바람에 대니얼은 커피하우스를 만든다. 우리 집에 그만 오고 여기서 마셔라!라는 뜻으로 만든 커피하우스에서 귀족들이 모여 정보를 나눈다. 주로 무역과 주식, 선박에 대해 정보를 나누다 이 커피하우스들은 증권거래소가 된다. 여관에서 제공하는 술과 와인은 기껏해야 5%의 알코올함량을 가지고 있었다. 드디어 40도가 넘는 술인 Gin이 등장하는데 이 술은 '한잔집'이라고 해서 길거리의 푸드트럭처럼 작은 매대에서 술을 팔았다. 산업화로 인해 런던에 몰려들었던 빈민층은 빠르고 저렴하게 취해야 추운 거리를 걸어갈 수 있었다. 그래서 길에 보이는 '한잔집'에서 도수 높은 Gin을 마시고 더워진 몸으로 집에 갔다. 이 도수 높은 술의 등장으로 사회는 마약이 등장한 것처럼 경악하고 많은 금지 법안을 만들었지만 주정뱅이들을 막을 순 없었다. 특이하게도 Gin부터 여자들이 마시기 시작했는데, 산업화로 고된 일과 함께 집안일을 같이 해야 했던 여자들이 그렇게 Gin을 마셨다고 한다. 그래서 Gin을 마시는 여자는 아이를 버리는 무책임한 여성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었으나 술 마시는 여자들은 늘어만 갔다고 한다. 근로자 계층 여성들이 독한 술을 길에서 마셨다면, 지식층 여성들은 차를 마셨다. 무역을 통해 차 공급이 많아져 차의 가격은 낮아졌고, 덕분에 집에서 주로 마시던 차는 체인점 찻집에서도 모여 마시게 됐다. 더 많은 여성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찻집은 여성 종업원을 고용했다. 이 찻집에서 여성들은 참정권 운동을 시작했고, 찻집의 여성 종업원들은 참정권 운동에 쓰이는 돌을 주인 몰래 찻집 구석에 숨겨둬 여성 참정권 운동가들이 망치와 돌팔매로 창문을 깨는 데 도움을 준다. 당시 여성참정권 운동가들을 도와준 찻집은 창문이 안 깨졌으나 그렇지 않은 찻집은 창문이 다 깨져서 항의를 했는데 이에 대한 여성참정권 운동가들의 글이 아래와 같이 실렸다. 100년 전 글인데도 여전히 익숙한 글이다.
이렇게나 술과 차와 커피가 무섭다. 사람들을 홀려 모이게 하고, 세상을 바꾸게 하니 이보다 더 무서운 게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