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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아주 강렬하다. 붉은 색을 바탕으로 검은색과 흰색만 있다. 검은색은 엄청난 크기의 손이 검은 펜으로 테두리를 그린다. 압도하는 힘의 무게가 느껴진다. 거기 흰 색의 작은 여성이 갇혀 있었나 보다. 너무나 대비되는 작은 인물이지만 분노하여 포효하고 있다. 한 발은 뒤로 쭉 뻗고 한 발은 검은 테두리를 밟으며 손으로 우지끈 테두리를 걷어내고 있다. 테두리가 마침내 균열을 일으켜 부숴 지고 있다. 뒤표지로 넘기면 온통 붉은 색이다. 자궁 속 같이 아늑한 둥들둥글 그곳에서 아이도 새도 나무도 동물도 평화롭다. 어떤 틀을 깨고 공존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야기 다섯 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수진이 이야기다. 수진은 거울과 함께 태어난다. 거울은 수진에게 누구인지 알려준다. 아기였을 때는 물고기, 어린이였을 때는 개, 청소녀였을 때는 나무, 아가씨였을 때는 훨훨 나는 새다. 수진은 뭐든 될 수 있다고 여긴다. 그리하여 힘차게 날아오른다. 그러나 화면 가득 가로막는 검은 인간들의 벽이 있다. 그것들은 수진에게 ‘여자’라는 옷을 입힌다. 여자라는 옷을 입자 수진은 흐릿해지고 이름을 잃는다. 목소리도 점점 잃어버린다. 흐릿한 수진은 그나마 모두가 잠든 밤에 가슴에 고인 말들을 흘려보낸다. 흘러간 말은 책이 된다.
책으로 남겨진 수진을 민주가 발견한다. 안경을 쓰고 머리가 하얗게 센 민주. 민주도 흐릿하기는 마찬가지다. 책은 민주를 비추는 거울이다. 그리하여 민주는 붉은 새, 수진의 책을 지키려고 한다. 새로운 세상으로 훨훨 날아갈 수 있도록 세상의 창문을 향해 높이 뛰어오르는 치타가 된다.
세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슬기다. 울타리에 갇혀 숨쉬기조차 힘들어하는 여자아이다. 갇혀 있는 슬기한테 수진과 민주가 다가온다. 새와 치타인 그들은 슬기를 가둔 울타리를 쪼아댄다. 마침내 울타리가 부서지고 슬기는 기지개를 켠다. 슬기는 자신만의 해방에 머무르지 않고 다른 누군가가 갇혀 있는 것을 본다. 그러고는 수진 민주와 함께 그를 울타리에서 꺼내 준다. 그들은 힘을 합쳐 갇힌 다른 이들을 꺼내 준다. 그렇더라도 갇혀있는 사람들은 너무 많다. 그렇다고 포기하지 않는다.
네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남자, 지훈이다. 지훈은 두꺼운 갑옷 때문에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 울타리를 그리는 사람이 된다. 모두가 힘을 합쳐 지훈의 벽을 깨뜨렸을 때 비로소 지훈은 자기가 누구인지 기억한다. 남자인 지훈도 남자라는 갑옷에 갇혀 자신을 잃고 살았던 것이다. 벽을 박차고 나온 이들은 곳곳에 남아 있는 벽을 향해 힘차게 달려간다. 그곳에 온전한 나, 앞으로 나아가는 우리가 있다.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어.
남자가 될 수도, 여자가 될 수도 있어. 둘 다 아닐 수도 있고.
여자를 사랑할 수도, 남자를 사랑할 수도 있지. 둘 다 사랑할 수도,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어.
언제나 나는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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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190 《새옷》 조예슬 느림보 2019.3.4. 우리가 입은 옷은 우리 몸입니다. 우리 몸뚱이는 우리 넋이 입은 옷입니다. 우리가 입는 옷은 우리를 드러내는 몸입니다만, 몸은 마음도 넋도 숨결도 아닙니다. 그저 겉눈으로 보이는 모습입니다. 우리는 옷차림이 이뻐서 만날까요? 때로는 이쁜 옷차림이 좋아서 만날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이쁜 옷차림이 좋아서 사귀는 사이는 얼마나 오래 깊이 즐겁게 나아갈 만할까요? 놀이동무라면 옷차림을 보지 않습니다. 놀이동무를 지나 마음동무가 되면 옷차림은 더더구나 따지지 않습니다. 마음동무를 지나 허물없는 둘이 될 적에는 옷차림은 아예 보이지 않아요. 오직 마음을, 넋을, 숨결을, 눈빛을 볼 테지요. 《새옷》은 온누리 가시내가 짊어져야 한 겉몸을 다룹니다. 이 땅에서 뭇사내는 뭇가시내한테 어떤 옷을 입혔을까요? 어떤 사슬을 채우고, 어떤 굴레를 씌우며, 어떤 주먹다짐을 했을까요? 그리고 뭇사내 스스로 어떤 사슬을 차고 굴레를 쓰며 주먹다툼을 벌였을까요? 헌옷은 실을 풀어서 새롭게 짤 수 있습니다. 헌책은 오랜슬기를 길어올리며 새롭게 읽을 수 있습니다. 이제 서로서로 따습게 어루만지며 어깨동무할 새몸으로, 새빛으로 깨어날 때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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