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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마을 독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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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에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행정의 영역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관료가 모든 걸 결정하고 주민은 정해진 걸 따르는 기본 질서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공모라는 형태까지 깨어 부수진 못했지만, 주민들은 자신들이 하고픈 사업의 계획서를 직접 작성하고, 원하는 만큼 예산을 수령해 집행까지 하고 있다. 그 과정에 부작용이 없는 건 아니어서, 아직은 부족한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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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에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행정의 영역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관료가 모든 걸 결정하고 주민은 정해진 걸 따르는 기본 질서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공모라는 형태까지 깨어 부수진 못했지만, 주민들은 자신들이 하고픈 사업의 계획서를 직접 작성하고, 원하는 만큼 예산을 수령해 집행까지 하고 있다. 그 과정에 부작용이 없는 건 아니어서, 아직은 부족한 역량을 행정이 보완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행정이 하고자 했던 바를 주민의 이름을 빌려 하는 등의 일이 발생하고 있기는 하다. 그래도 한 번 시작된 흐름을 되돌리지는 못할 듯하다. 어떠한 정치 성향을 지녔건 민주주의 소리를 듣는 일에 반기를 들기란 힘든 법이다.

2년하고도 6개월 동안 변화의 흐름을 지켜볼 수 있는 행운과 함께했다. 과도기답게 지침은 수시로 바뀌었으며, 때로는 그 속도가 너무 급한 나머지 숨이 가쁘다는 비난에 시달리기도 했다. 실체가 잘 그려지지 않던 서울형 주민자치 시범사업의 시작도 보았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행했더라면 완성도를 높일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나, 모든 건 과정이요, 완성이다 여겨지는 순간에도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으므로 미련은 갖지 않으려 노력 중이다. 폭풍의 눈에 속했을 땐 파급력에 대해서까진 진지하게 고려하지 못했다. 그저 일선에서 이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위대하다는 생각이 앞섰을 뿐이다. 순간으로부터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이론을 접하니 갑자기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미천하나마 약간은 변화에 힘을 보탰는데, 내가 얹은 숟가락으로 인해 혹 엉뚱한 지점으로 변화의 방향이 뒤틀리진 않았나란 우려가 들었다. 

서울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은 동(洞)이다. 시(市)나 구(區) 단위는 민주주의를 논하기에 거대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시도는 그 동안 행해온 간접 민주주의 제도의 빈틈을 파고드는 방식이어야 했고, 누군가를 우리의 대표로 내세우는 게 아닌 스스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의 고안으로 이어졌다. 나에게는 동 단위도 직접 민주주의에 버금하는 무언가를 실현하기에는 거대하게 여겨졌는데, 행정의 기본이 동이어서 그 단위에 준했던 거 같다는 불온한(?)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내가 경험한 건 마을계획과 마을기금 등이었는데, 비슷한 것들을 책에서 만날 수 있었다. 현실에서의 마을기금은 마을계획으로 나아가기 위한 초보 단계 즈음으로 여겨졌지만, 책에서는 궁극적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주민 공동의 자산으로 마을기금을 여겼다. 많은 동에서 마을계획을 행하면서 자연스레 마을기금 사업을 접었다. 이론이 맞다면, 힘들다는 이유로 혹은 효과가 미진하다는 이유로 마을기금을 접어서는 안 됐다. 서울형 주민자치회로의 전환 과정에서 추진됐던 6시간의 주민자치학교 교육 이수와 추첨제 이야기도 책에서 다루어졌다. 특히 추첨제에 대해서는 큰 의미를 부여했다. 저자는 추첨제가 특정인만의 정치 진출이라는 대의제의 폐해를 없앨 수 있는 특효약이라고 보았다. 소정의 교육 과정만 이수하면 누구든 일종의 제비뽑기를 거쳐 주민자치위원이 될 수 있는 것이므로, 과거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라 칭할 만했다. 

제도는 제도일 뿐이다. 주민자치회로의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뤘다 하여 해당 지역의 민주주의가 완성됐다고 보아선 곤란하다. 주민자치회만을 놓고 보아도 시에서 구, 구에서 동으로 끊임없이 예산을 내려주고, 상위 기관에서 원하는 모델을 실현시키기 위해 촉진자인 동 자치지원관을 동에 배치하는 등 일명 톱다운(top-down) 방식을 따르고 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주민자치회가 곧 민주주의일 리도 없다. 같은 맥락이기는 하나, 저자는 그로부터 한 걸음 더 나아가 마을공화국의 꿈을 그렸다. 세계에 많은 국가들이 연방제를 구현했다. 그들 국가에선 작은 단위의 정부들이 대등한 지위를 유지한 채 모여서 하나의 거대 정부를 구성한다. 권력은 가장 낮은 곳에서 창출돼 높은 곳을 향한다. 안타깝게도 우린 아직 그와 같은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 중앙정부가 모든 걸 움켜쥐는 모습을 자연스러워 하며, 감히 정부를 감시하느냐는 식의 자아비판에 빠져들기도 한다. 지역의 사정에 따라 적합한 모델에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래도 단위를 쪼개고 또 쪼개어 마침내 모두가 공유재를 주인 없는 무엇 아닌 제 자신의 것으로 인식할 수 있는 체제가 이상적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민주주의의 기본 단위인 마을, 과연 실현 가능할까. 어렵다는 게 너무나 명확하니까, 3.1독립선언 100주년까지 언급하며 ‘마을 독립’을 저자가 외쳤던 것일 게다. 

이달의 사락 q*****2 2019.10.0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