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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후보와 누가 봐도 이상한 후보 중 후자가 당선이 됐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선거 무렵 미국인들은 죄다 잠이 덜 깼던 걸까. 어쨌건 결과에 따라 현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다. 그가 성공한 이민자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기업을 잘 겅영했다 하여 나라도 잘 이끌지는 않는다는 걸 우린 이미 경험을 통해 배웠다.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도 기이한 행동으로 많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트럼프는, 사람은 갑자기 바뀌면 죽는다는 걸 입증하기로 작정이라도 한 것 마냥 대통령이 된 이후로도 일관성을 유지 중이다. 이번에 읽은 책 제목처럼 트럼프는 미국의 ‘붕괴’를 완성하기 위해 태어났을지도 모른다는 강한 확신마저 들 지경이다. 저자는 트럼프를 일탈적인 개인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슬프게도 그의 태동은 오바마 시절에 이미 어느 정도 예고 돼 있었다. 지나고 나니 이상적인 것마냥 느껴지지만, 실상 오바마 정권도 문제는 많았다. 아니, 저자는 오바마뿐 아니라 앞선 클린턴 정권에 대해서도 같은 평을 했다. 다만 겉으로 드러난 모양새의 차이로 인하여 착각 아닌 착각에 많은 사람들이 빠져들고야 말았다는 것이다. 즉, 꼭 트럼프가 아닐지라도 트럼프보다 더한 인물이 등장했더라도 당선될 일련의 흐름이 형성됐다는 것인데, 안타깝게도 이 말이 어느 정도는 일리 있게 들렸다. 한 때 미국인들을 자긍심으로 부풀게 만들었던 ‘위대한 조국’ 신드롬은 거품이 빠지기 시작한 지 오래다. 일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었기에, 사람들이 선택한 건 실패가 아닌 변화였고, 트럼프는 이제까지 등장한 이들과는 분명 다른 캐릭터였다. 강준만 교수 등은 트럼프의 선전을 알고 보면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는 두 집단 간의 비교 과정에서 나타난 부각 즈음으로 여겼으나, 저자는 이를 아니라고 보았다. 트럼프를 비롯한 이들이 원하는 건 과거의 향수다. 이제는 소수로 전락한(적어도 그들은 이렇게 믿고 있다.) 백인 남성이 다시 한 번 주도권을 손에 쥔 사회. 때마침 경제적 위기가 찾아왔다. 최근 각광 받고 있는 각종 홍보 매체(SNS 등)를 잘만 활용한다면 극우 포퓰리즘의 기치 하에 잃어버린 영광 재현을 꿈꾸는 백인 남성들을 충분히 결집시킬 수 있다. 미국인들은 다분히 이성적으로 판단했다. 다시 한 번 위대한 미국을 선사해 줄 인물로 트럼프가 제격이라고 그들은 믿었던 것이다. 미국은 우리와는 다르다. 같은 대통령제를 취한 듯하지만 미국에서 의회의 힘은 보다 막강하다. 따라서 대통령은 끊임없이 의회와의 소통에 힘을 쏟아야 하며, 때론 타협도 할 수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트럼프는 기존 정치 체제에 순응할 만큼 세련되지 못했다. 있는 시스템을 활용해도 모자랄 판국에 그는 주변을 말끔히 정리했고, 급기야 직언할 수 있는 베테랑 정치인이나 행정가들이 그의 곁에 전혀 남지 않게 되었다. 과거가 트럼프라는 괴물 잉태의 씨앗이었다곤 하나, 트럼프는 이로써 스스로의 탄생을 가능케 한 토양과의 결별에 성공했다. 그것은 끔찍한 자기 혁신이었다. 아무것도 이룰 수 없으며, 결국에는 아무도 곁에 없는 나머지 붕괴하고야 말 역설적인 혁신. 트럼프 이전에도 유사한 캐릭터는 존재했다. 당선되지 않았기에 잘 몰랐을 뿐이다. 저자의 기록을 읽으며 난 ‘극단적인 막말과 부흥회를 연상시키는 강력한 원초적 에너지’를 특징으로 했다던 월리스라는 인물에 대해 상상하느라 바빴다. 트럼프는 가능한데 월리스는 불가능하란 법은 없다. 물론, 지금의 트럼프보다 더 세련된 형태의 제2, 제3의 트럼프가 등장해 세상을 줘락펴락 할 수도 있겠지 싶다. 시대가 달라진 것이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슈미트의 후계자 트럼프와 레닌의 후계자 시진핑이 서로를 보완하는 시대가 오늘날이다. 트럼프급 조커의 출현이 필수는 아닐 테지만, 왠지 붕괴의 완성을 위해 탄생했다며 트럼프를 밀어낼, 트럼프보다 더 강렬하고도 투박한 인물이 등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희망도 매력도 클라이맥스도 없는 게 미국이라 했던 장 보드리야르의 말이 무얼 의미하는지 알 것도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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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거의 언제나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왔습니다. 소련과의 패권 경쟁이 한창일 때, 레이건의 공화당 행정부는 가능한 한 최대한 동맹국들의 체면과 이익을 챙겨 주는 듯한 제스처를 폈으나, 의회는 그때에도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었죠. 이 당시 민주당은 가장 강한 보호무역정책을 펴서, 이른바 슈퍼 301조의 발동으로, 우리 같은 개발도상국들을 몹시도 괴롭혔습니다. 일반특혜관세(GSP)가 폐지된 것도 그 즈음의 일입니다. 1980년대의 실정이 이랬고, 1970년대에는 닉슨이 달러 금 태환을 정지하는 초유의 조치를 취했습니다. 언제나 미국은 좀스러울 만큼 미국 우선주의를 관철해 왔던 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