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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경계인의 고독과 중얼거림/ 2012/ 아메노모리 호슈/ 김시덕 아메노모리 호슈(1668-1755)는 임란 이후 세대로 쓰시마에서 외교관으로 활동한 실용 유학자 입니다. 아메 노 모리 즉, 비 우, 숲 삼 을 썼기에 동쪽의 우삼 즉 우삼동 이라는 이름으로 당시 우리나라 문헌에도 더러 등장하는 인물이라고. 나카사키의 중국 해관에서 중국어를 배웠고 쓰시마와 교역이 많았던 부산 왜관에서 또 한국어를 공부하여 한 중 일 삼국 언어에 능통했던 사람. 본래 의학을 하는 집안에서 태어나 가업을 이으려 했으나, 학자는 종이를 낭비하고 의학은 인간을 낭비하는 학문이라는 말에 충격을 받아 의학을 접었다고 하는데 그 말에 일리가 아예 없지는 않으나 그리 귀담을 말이었을까 생각합니다. 본래 모든 것이 낭비 되는 와중에 또 발전이 이루어지는 법이니까요. 저자는 이후 그 말과는 상관없이 학자로서 종이를 가까이 했고 의학과도 친근하게 지냈으며 문장 여러 곳에서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동양의 문필가들의 짧은 산문들을 모은 시리즈 물 중의 하나로 일본 역사 학자이자 한국 근현대 도시 역사 저자이기도 한 김시덕 작가의 글이라 굳이 찾아 읽게 되었습니다. 총 4단락으로 세상은 함께 사는 것, 사람의 마음이 다치지 않는 정치, 배움은 좋고도 두려운 일입니다, 연애하듯 공부하라 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금으로 봐서는 꼰대같은 이야기도 더러 나오고 (이를 테면 나라가 세금을 많이 걷고 재물을 모으는 것이 좋지 않다라고 하지만 현대 국가관에서는 세금이 부의 불평등을 완화시키는 재원으로 쓰이고 국부가 신장되면 좋은 일이니까요) 일본인으로서 일본다움의 소중함을 피력하고 그런 만큼 국뽕적 요소도 드러나지만 나름 냉정하게 삼국의 제도와 언어 풍습을 비교하면서도 외국의 좋은 부분은 잘 수용하고자 하는 개방적인 시선도 상당합니다. 언어와 문화에 대해서도 외국인으로서 한계가 당연히 있을 수 밖에 없지만 무조건적으로 중국의 것이 최고다 할 수 없는 것이 그 나라에는 그 나라에 맞는 음악이 있고 언어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라고. 그래도 아주 솔직하게 일본이 사무라이가 통치하는 무의 나라였기에 기록이 부족한 부분은 한탄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많이 인용되는 부분 중에 하나는 과거 제도의 유무와 그 장단점. 중국의 과거 제도를 받아 들인 한국과는 달리 일본에서는 과거 제도가 시행되지 않았고 그만큼 좋은 관리를 뽑는데 공평성이 부족했다고도 할 수 있으나, 일견 좋은 문장을 짓는 것이 훌륭한 정치인이나 관리가 되는데 있어 필요한 소양인가 의심하는 것은 타당하다 볼 수 있겠습니다. 책 여러 군데에서 한국인들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데, 정중함을 드러내기 위해서 조선인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주로 한국, 한국인이라는 단어를 씁니다. 한국인들이 글을 잘 짓고 똑똑하며 일화를 통해 유머러스하다는 것도 여러번 언급하죠. 조선 후기 우리 나라 학자들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아메노모리에게도 아쉬운 부분은 자연과학에 대한 이해 부족이었습니다. 학문을 하는데 있어서 좋은 자세를 언급하고 있지만 왜 밀물과 썰물이 있느냐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지금 급히 해야 할 일들이 선적해 있는데 그런 알 수 없는 것에 대해 궁리할 것이 무엇이냐고 하는 것은 역시 그 시대 동양인 학자가 가진 한계점이 그대로 드러나는 점. 근대 일본은 도쿠 가와 막부 시대 데지마를 통해 네덜란드와 교류하면서 이미 어느 정도의 서구 문물을 받아들였고 그것이 결국 어느 동양 국가들에 비해서도 빨리 서구화가 된 작은 발걸음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격동의 시대를 살았던 학자들에 대한 조명이 많은 만큼 그 이전 시대 인물들은 별로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겠지요. 하지만 그 시대에도 고민이 있었고 발전이 있었습니다. 한 학자로서 이런 저런 고민을 하고 매진을 하고 또한 한계를 느꼈던 일들이 고스란히 적힌 작은 책자. 그 당시 사람치고는 상당히 장수한 편이라 긴 세월 지켜보면서 남다른 시야를 가졌을 한 작가의 고독하지만 따뜻한 혼잣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