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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학은 어느 학문보다도 우리의 삶과 가깝고, 우리의 삶을 공간적으로 주목한다. 지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 생활 깊숙히 자리잡아 있다. 지리학자인 저자는 이러한 지리학과 일상의 조우를 이 책에서 보여주고, 우리의 삶을 지리적으로 보면 더욱 공간적 문제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최근에 언론에서 이슈가 된 주제들과 지리적 이론과의 관련성을 설명하면서, 이슈들을 지리적 관점으로 보는 방법을 제시한다. 지구온난화, 해운대 이안류, 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서울 우면산 산사태, 백두산 폭발 등의 주제들을 다룬다. 특히 "지구온난화로 한반도의 겨울은 더 추워진다?"(p.29) 부분은 상층대기의 제트류를 언급해서, 흥미로우면서도 유익했다. 또 "해운대 비상! 이안류를 막아라"(p.59) 부분은 마치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자연현상인 듯해서 더욱 공포스러운 이안류에 대해서, 지형학적 개념을 통해 설명하고 대처방안을 제시해준다. 그리고 우리 일상과 관련이 깊은 주제들을 지리적 시선으로 주목하여, 지리적 시선이 우리 일상을 설명하는 효과적 수단임을 말해준다. 스마트폰, 다문화사회, 커피의 지리, 슬로시티, 새 주소 등의 주제는 흥미로우면서도 저자의 지리적 시선으로 바라보니 새삼 다르게 느껴지기도 했다. "슬로시티, 새로운 도시 형태의 출현일까?"(p.154) 부분은 지자체에서 관광을 목적으로 유치한 슬로시티가 진정성이 없다고 비판하는데, 공감이 많이 갔다. 사실 도시에 계속 살아온 우리는 도시를 포기하기 힘들기 때문에, 농촌지역에 가서도 도시적 삶을 유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농촌을 도시적 명칭으로 부르는 '슬로시티'인 것이다. 진정한 느린 삶을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해 볼 수 있는 주제였다. "집은 가만히 있는데 주소가 바뀌었다"(p.160) 부분은 새주소 변경 과정에서 사라지는 지명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지명은 그 장소의 자연, 역사, 문화가 묻어나는, 그 자체로도 지리적 연구주제가 된다. 새주소는 아직도 어색하다.
특히 4장 '문학을 담은 지리 교실'은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본 부분이다. 우선 저자는 소설 속의 공간이 오로지 상상의 산물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실제 공간을 바탕으로 한 역사 소설은 물론, 반지의 제왕, 찰리와 초콜릿 공장 등 판타지 소설 속의 공간 역시 현실적 공간을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다고 한다. 그러므로 작가는 소설을 쓰기 위해 지역, 공간을 탐구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실존하거나 실존할 만한 시간과 공간을 바탕으로 소설을 지으므로 아무런 근거 없이 상상력만으로 위대한 소실이 나온 것은 아니다. 작가들은 작품을 만들기 전에 혹은 어떤 작품을 의도하면서 시간과 공간을 연구하고, 조사하며, 탐문하고, 기록하고, 기억한다. 소위 대작은 철저한 고증 혹은 조사가 따른다. 박경리의 <토지>, 허만 멜빌의 <백경>이 그러하고,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가 그러하고,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이 그러하다."(p.184~185) '지역 이해'를 통하여 소설가는 소설을 쓸 것이고, 기자는 기사를 쓸 것이고, 지리학자들은 논문을 쓸 것이다.(p.185) 이렇게 소설을 통해 재현된 공간을 지리적 시선으로 바라본 것이 이 장이다. <무진기행>의 사실적 배경은 전라남도 순천으로 보고 있다. 김승옥의 유년기 성장지가 순천이고, 소설의 여러 장면묘사가 순천과 겹친다는 것이다. 물론 무진과 순천이 완전히 일치될 수는 없지만, "실존하는 공간에서 받은 감정과 인식에서 완전히 동떨어질 수 없는(p.192)" 소설가이기 때문에 소설 속 공간과 실제 공간의 비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유명한 대중소설인 <연금술사>에 그토록 지리적 용어, 개념이 많이 나오는지도 처음 알았다. 아예 <설국>,<표해록>,<어린왕자>의 경우는, 저자는 이 글의 주인공들을 지리학자로 평가한다. 그만큼 지역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시선이 날카롭다는 뜻일 것이다. 4장의 관점만으로 자연지리학자가 자연지리적 시선을 통해서 책을 따로 한 권 쓰는 것도 의미있다고 생각된다.(인문지리 쪽에서 문학지리 책은 몇 권이 있다.) 관련 논문은 몇 편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대중적 서적으로 출간된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분야는 지리학의 저변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이한 문체, 그리고 많은 그림이 포함되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지리전공자들의 논술교재로 쓰여졌다고 하는데, 중, 고등학생이나 일반인들이 교양서적으로 읽기에도 충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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