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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행의 행운 하나 [산문-긴 여행의 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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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이라면 누구나 저만의 여행을 하고 있다는 말, 좋다. 꼭 사람이 아니어도, 불곰이라도 카리부라도 무스라도, 야생화까지도 저만의 길고 긴 여행을 하고 있다는 말이니, 모두들 같은 생을 나누는 입장이라고 생각해 보면 애틋하지 않은 목숨이 없다(그렇다고 해충까지 고려할 만큼 내가 넉넉해진 것은 아니고).  알래스카에 가 보고 싶다는 욕심을 갖게 해 준 사람도 이 작가였
"내 여행의 행운 하나 [산문-긴 여행의 도중]" 내용보기

 살아 있는 이라면 누구나 저만의 여행을 하고 있다는 말, 좋다. 꼭 사람이 아니어도, 불곰이라도 카리부라도 무스라도, 야생화까지도 저만의 길고 긴 여행을 하고 있다는 말이니, 모두들 같은 생을 나누는 입장이라고 생각해 보면 애틋하지 않은 목숨이 없다(그렇다고 해충까지 고려할 만큼 내가 넉넉해진 것은 아니고).

 

알래스카에 가 보고 싶다는 욕심을 갖게 해 준 사람도 이 작가였다. 다행히 얼렁뚱땅 다녀왔고, 작가의 알래스카 범위에는 단 1%도 미치지 못할 곳들을 헤맨 셈이 되고는 말았지만, 그래도 이만큼이 어디냐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나는 가깝게 느껴진다. 작가에게도 알래스카에게도. 나도 이제는 잠깐씩 고단할 때면 멀리 극북의 빙하와 어두운 숲과 파릇한 이끼와 새초롬한 꽃들을 떠올릴 수 있으니까. 그리고는 내 생명과 내 가족의 생명과 내가 아끼는 이들의 생명과 내 곁에 있는 모든 생명체들을 고맙게 여길 수 있게 되었으니까. (내가 조금만 더 마음이 넓어질 수 있다면 용서하는 폭도 넓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 그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다.)  

 

유고집이라고 한다. 오래 전 취재 중에 불곰에게 습격을 당해 목숨을 잃고 만 사진작가다. 글도 담백하게 잘 쓰는 사람. 이 작가의 책을 대부분 갖고 있고 읽은 터라 새삼스럽게 다가오는 내용은 아니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지루하지가 않다. 비슷한 말, 비슷한 생각, 비슷한 상황을 계속 늘어 놓고 있는데도 계속 읽고 있어도 좋구나 하는 생각만 든다. 책으로만 읽어서 그런가, 살을 엔다는 추위는 느껴지지 않고 광활한 극북의 풍경에는 가차없이 빠져들면서 못내 황홀해진다. 상상만으로도 충분할 만큼. 사진도 단단히 제 몫을 한다.

 

일본인이면서 알래스카에서 살고 알래스카 원주민들만큼이나 그곳의 모든 것을 아끼고 지키려고 애를 썼던 사람이다. 결코 쉽지 않았을 선택이고 결정이고 삶이었을 텐데 그저 숙연해지기만 한다. 나는 알래스카의 곳곳을 탐방하는 작가의 여정을 따라다니면서 마치 내가 지구를 쓰다듬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지구와 내 손바닥이 감히 비교할 대상이 되랴마는 생이 저만의 여행이듯 저만의 지구를 쓰다듬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하면서.  

 

현실로 돌아오면 곳곳의 악다구니 모습을 보게 된다. 다들 저만의 여행에서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일 테지. 그동안 억울했던 사람들의 사정은 알래스카의 봄처럼 풀렸으면 좋겠고, 한치 앞을 모르고 욕심을 부리는 이들의 머릿속으로는 알래스카의 말갛고 차가운 겨울 바람이 지나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문득 정신을 차리고 서로를 돌아보다 함께 지구 위에서 살아가고 있는 동료들이자 가족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제발 다른 생명을 해치는 생명체로 살아남는 건 아니었으면 좋겠다.  

 

날이 점점 더워지고 있다. 알래스카에는 이제 푸른 빛이 늘어날 것이다.

 

YES마니아 : 로얄 j***6 2019.05.02. 신고 공감 3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