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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 몇 번 진다고 바다가 붉어지랴 // 중앙시장 부근 복국집에서 / 도다리쑥국을 먹으며 // 지난밤 봄눈 녹은 / 섬들의 안쓰러운 목덜미와 / 자주 트는 입술들이 아슴프레 / 쑥 향기로 떠올라 눈을 감는다 // 바다와 동백만큼 / 도다리와 봄 언덕만큼의 거리가 / 수평선을 빛나게 하는 것이라고 // 늘 사막을 그리워했던 / 당신의 옛이야기가 묻은 소주잔에 / 조심스레 또 한잔을 따른다 // - '통영' 전문 - 통영은 인연의 도시이다. 그리움으로 통영을 방문한 이가 어디 ‘백석’뿐이랴. 중앙동 옆 동호(東湖)엔 세월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 옛사랑의 흔적이 있고, 새벽 바다에서 건져 올린 도다리에 봄기운을 담은 쑥을 넣어 도다리쑥국을 먹던 시간도 통영에 머물러 있다. 서호시장의 복국, 명정골 정당의 동백... 그 길 어디쯤에서 추억의 그림자가 숨었다가 불쑥불쑥 얼굴을 내민다…. 얼마 전 통영에 갔을 땐 저녁 무렵 북포루에 올랐다. 멀리 거제와 한산섬이 석양에 물들고 나는 그 한때의 은혜로움에 빠져들었다…. 남도 동백은 그렇게 내 가슴에 남아 있다…. 산비둘기 울음 떨어지는 자리마다, 곡우 // 청보리 이삭 흔들리는 길을 가더라도, 곡우 // 꼭 다시 오마 하던 약속 같은 것은 너무 옛일이라, 곡우 // - '곡우((穀雨)' 전문- 곡우(穀雨)는 봄의 마지막 절기로 올해는 4월 20일(토)이며 이날에 비가 내리면 그 해는 풍년이 든다고 한다. 봄비(雨)가 내려서 백곡(穀)을 기름지게 한다는 의미라는데, 이즈음이 추운 겨울을 이겨낸 청보리가 파도처럼 넘실대는 시점이다. 시인은 산비둘기 울음소리 ‘꾸구~’와 곡우의 발음 유사성을 절묘하게 매치시켰다. 그리고 청보리 이삭 흔들리는 길 속에 약속의 허망함을 전설처럼 담았다. 단 3줄에 불과하지만, 운율이나 페이소스가 대단함을 느꼈다. 시인의 내공을 느낀 부분이다. 포도나무, 푸른 수세미 덩굴 끝에 / 그 여자의 집 // 하루 종일 대문 앞을 서성이던 빗줄기 / 몇 번이나 돌아보다 멀어지는 골목 // 마당에 자란 부추를 베어 / 오늘은 수제비를 끓일 거라고 // 안부를 묻는 말에 맥락도 없이 // 백일홍 젖은 귀밑거리, 물방울 떨어지는 / 그 여자의 저녁 // - '수제비' 전문 - 이 시를 읽다가 뜬금없이 영화 '하나식당'이 생각났다. 왜 그랬을까? 시가 영화의 한 장면 같았기 때문일까?... 그나마 남아있는 용기를 짜내어 무심한 듯 안부 전화를 하는 남정네나 수제비를 끓일 거라는 일상을 담담한 듯 말하는 여인의 내면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선이 풋풋하다. 이 감정의 정체는 당연히 사랑이다. 끌림에 속앓이를 해본 이들은 이 시의 행간을 읽는다. 어쩌면 '경험'이라는 먼 기억의 흔적을 아스라이 떠올리고 있을 것이다. 그 가슴앓이는 열병처럼 뜨거웠으므로…. 선을 넘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라는 듯이 / 애가 탈수록 더 붉어지는, 부풀어오르는, 단단해지는 / 머지않아 모든 핏줄의 폭발, 탄성처럼 / 그대 입술은 열리리, 하얀 이 눈부시리 // -'석류 2' 전문 - 석류는 여성에게 좋다는 과일로 알려져 있다. 한 미모한다는 양귀비도 좋아했다고 하고 클레오파트라도 즐겨 먹었다고 하니 상당히 매력적인 과일임이 분명하다. 붉고 단단한 껍질 속에 보석 같은 알갱이가 가득하다 보니 다산의 의미로 그림이나 장식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시인의 시를 음미하다 보니 이런 의미들을 포함하는 뭔가 색(色)스러움이 살짝 느껴졌다. 석류의 이미지와 그런 (불순한?) 상상의 경계를 아주 잘 넘나들고 있는 듯하다. 이런 시는 짧아도 아주 인상적이다…. #1 '차니와 선이의 블로그'의 주인장 iseeman님께서 도서 증정 이벤트를 여셨다. 아마도 오랜 인연으로 맺어진 후배가 변홍철 시인(도서출판 한티재 편집장이며, 동국대 경주캠 국문과 출강도 하시는가 보다)이었던 모양이고, 변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사계』을 펴냄에 있어 님께서 발문을 써주셨는가 보다. 이런저런 사연이 모여 시집 선물의 마음을 내셨는데... 추천사를 문태준 시인이 썼다는 말에 그만 마음이 혹했다. 시에 문외한이면서도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신청을 하였더니... 고맙게도 이렇게 시집을 읽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2 시집은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목과 목차만 봐도 시를 계절별로 분류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읽은 느낌을 두어 가지를 적어보자면, 시인의 시 속에는 운율이 스려있어 리듬감이 있었다는 것과 많은 시에 현실과 관념이 묘하게 얽혀있었다. 이를 다르게 정의하면 변 시인의 시는 관조의 산물이라기보다는 관념의 함축적 표현이 많다는 생각을 하였다. 정제된 언어가 아니라 시의 형식(?)을 빌려 하고픈 말을 한다는 그런... 그래서 가끔은 시가 서걱거린다. 그런 경우는 감정선의 공유라는 면에서 거리감이 좀 있기도 했다. (시를 보는 안목이 떨어지는 이의 말이니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니다) #3 시에는 시인의 삶이 알게 모르게 투영되어 담겨진다고 평소 생각한다. 자연 친화적 삶을 사는 시인의 시에는 소박한 여유와 여백이 많고, 도회지에 사는 분은 건조한 일상을 자주 보이며, 머릴 많이 쓰는 시인은 왠지 시어(詩語)의 행간에 의미를 많이 두더라는 그런…. 이렇든 저렇든 "삶도 죽음도 // 얇은 입술에 담기에 얼마나 깊고 // 무거운 것이냐 // 그런 시를 쓸 수 있을까 // 장례식장에서 오랜만에 만난 벗들과 // 조용히 나누는 악수 같은 // 호들갑스럽지 않고 다만 // 굳은살 같은 // ('그런 시' 전문)" 시를 쓰고자 했던 시인의 마음만은 진솔하게 전해져 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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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재작년인가. 이해인 수녀님의 시집 <작은 기쁨>을 한 편씩 읽으며 감상을 적고 블로그에 올리며 닳고 무뎌진 마음을 갈아엎기를 바랐다. 그러다 <작은 기쁨>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시집은 도로 내 손에서 멀어져 갔고, 그 후 가끔 이웃님이 올린 시를 읽으며 그때를 떠올리고 부러워했다. <사계>는 얼마 전 친구 블로거에게 후배의 시집을 선물하겠다는 고마운 이웃님이 있어 냉큼 신청하고 받은 시집이다.
시집은 4부로 나누어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단상을 담았다. 날씨가 어떠냐에 따라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는 내 마음을 생각해보면 계절의 변화와 흐름에 민감한 한국인으로서 무척이나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일상과 추억, 아픈 현실 인식을 담은 시들이 어떤 시는 잔잔하게 어떤 시는 진지하게 다가온다. 그 중에서 내가 쉽게 공감한 시 두 편을 소개한다.
봄눈 2
쑥버무리 백설기 곱게 간 빙수가 먹고 싶다고
지난 겨울 푸른 배추 잎사귀 위에 나리던 소금처럼 녹아들던
머언 기다림 하얗게 분粉으로 핀 곶감, 메주 걸린 토방土房가
까만 숯 띄운 간장독 위에 두고두고 쌓이는
그대 한숨 엿듣다 들킨 눈부신 고요
결혼하기 전 친정 엄마가 집에서 해주던 맛있는 쑥버무리와 설 때면 방앗간에서 따끈하게 쪄온 백설기에서 모락모락 하얀 김이 나는 모습이 떠오른다. 또 여름이 시작될 무렵이면 팥빙수를 팔던 떡볶이 가게에 동생과 함께 가 커다란 얼음이 사각사각 갈리며 빙수기 아래로 떨어져 투명 그릇에 소복소복 쌓이는 모습을 재밌게 바라보던 어릴 적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시골에선 간장을 담은 간장독 위에도 빙수 같은 눈이 쌓였나 보다. 간장독 위에 두고두고 쌓이는 눈을 '그대 한숨'으로 들은 시인의 마음이 남다르다. '그대 한숨'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가까운 사람의 한숨을 들을 수 있는 예민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로 이루어진 사회라면 지금보다 우리 사회가 훨씬 살기 좋은 사회였으리라.
그 방에서
차벽은 광장에만 있는 게 아니다
읽지 않고 꽂아둔 책들이 너무 많은 내 방의 책꽂이는 얼마나 뻔뻔스러운가
줄 세워진 소유의 욕망 정돈된 비평의 질서
하나도 위험할 것 없는 낡은 혁명과 식어빠진 노래들의 무덤이 혈육 없는 헌법 조문처럼 서글프다.
이끼 한뼘 끼지 않고 색조차 바래지 않는 수치를 모르는 저 묘석들 위로
늦가을의 햇볕이여, 내 생의 나태를 용서치 말라
불태워 버려야 할 것은 저 차벽 너머에만 있는 게 아니다.
읽지 못하고 책꽂이에 꽂아둔 책들이 내게도 십수 권 있다. 아마도 시인의 책꽂이에는 나보다 훨씬 더 많은 책들이 꽂혀있지 않을까. 까맣게 잊고 살다가 이 시를 만나고 뜨끔했다. 그러한 책들은 시인의 말대로 '뻔뻔스러운' '줄 세운 욕망'을 나타내기도 하고 '수치를 모르는 묘석들'로 전락한 지 오래기도 하다. 현실적으로는 나의 '나태'를 상징하고 있으나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으니 적은 밖에만 있지 않고 내 안에도 있음을 일깨워준다. '낡은 혁명'과 '식어빠진 노래들의 무덤'을 통해서는 제대로 혁신하지 못하고 지나온 역사적 시간의 무게를 느끼는 슬픔이 전해진다. 하지만 시인은 감상적인 슬픔에 머물지 않고 '불태워 버려야 할 것'으로 인식한다. 강한 의지가 엿보이는 시가 마음을 단단히 잡아준다. 슬픔과 분노를 딛고 부정의한 현실을 바꾸는 힘은 먼저 올바른 현실 인식에 있음을 배운다.
재작년 이후 오랜만에 읽은 시집이다. 그만큼 마음도 뇌도 단단하게 굳어있다는 걸 느꼈다. 빈곤한 상상력도 시에 다가가는 데 어려움을 더하는 것 같다. 이제부터라도 시 한 편씩 읽고 감상하는 여유있는 생활을 하고 싶다. 언젠가 나도 나만의 '사계'를 갖게 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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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디 모든 아픔은 나에게로 // 부디 모든 아픔은 나에게로 // 먼지만 쌓인 겨울강의 딱지를 뜯어내듯 // 메마른 입술, 굳어버린 혀를 깨물어 // 다가갈 수 없는 그대 창에 불이 켜지기를 - <무언곡> 일부
안녕, 나 다이어리야! 1월 9일에 출연했으니, 세달만에 다시 왔네? 나를 기억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까마득히 잊어버린 사람도 많겠지? 그동안 나의 신상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지. 우선, 그 지긋지긋하게 질척거리던 환상의 그녀를 떼어내 버렸어. 있잖아, 내가 등장할 때마다 등장했던 "너"라는 환상 말이야. 아, 그 환상의 그녀를 생각하면서 나는 생각하곤 했지. 부디 모든 아픔은 나에게로 주라고 말이야. 그래, 이젠 나는 그녀의 환상을 버리고 온전히 홀로 설 수 있게 되었어. 축하할 일인지, 위로할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리고 나는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바쁜 삶을 살아가고 있지. 불안하던 일자리가 해결되어가고 있거든. 물론, 아직 100프로 해결된 건 아니야. 그러나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나의 미래는 하나님께서 책임져 주실 거란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어. 그래서, 나 몹시 기뻐! 2. 무엇을 보았느냐고 / 행여 그대가 묻는다면 // 새들의 발자국 같은 긴 문장이 / 허공 가득히 뒤척이더라고 // 저물어도 온통 울먹인다고 - <순천만>일부
그래 누군가 묻겠지, 내가 본 환상의 그녀는 누구냐고!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 때로는 그녀가 꿈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그녀가 나를 위로해 주는 사람이 되기도 했지. 그녀는 가끔 내가 방황하는 모습을 보면서 울기도 했어.
그대가 나를 외면하듯 해 저물고 // 꽃잎이 꽃잎과 섞여 길을 잃어도 / 분분한 추락과 탄식을 두려워하지 않는 - <벚꽃 아래에서> 일부
결코 나를 외면하지 않는 그녀 덕분에 나는 추락과 탄식을 두려워하지 않았지. 그렇게 힘든 시절을 버틸 수 있었어. 하. 그녀가 대체 뭐길래.
3. 어느 날 저 번쩍이는 갈증의 씨앗이 / 산불로 번진대도 이상할 것이 없다 // 생각해 보면 / 목마른 자에게는 / 서 있는 자리가 다 바닥이고 사막이다 - <대서> 일부
그래. 나는 이제 그녀를 떠났어. 더 이상 환상이란 틀에 얽매여 나를 가두고 싶지 않아서. 조금 이해하기 힘들지? 다이어리의 삶이 그래. 원래 이해하기 좀 힘든 삶이었어. 지금의 다이어리도도 이해할 수 없었던 내가 있었기에 다이어리가 될 수 있었던 거야. 이상할 것이 없지. 산불로 번진대도 말이야. 목이 마르니, 그곳이 다 바닥이고 사막이었지. 지금 겪고 있을 고통, 앞으로 겪어갈 고통. 그 모든 것이 이해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언젠가 다이어리가 다이어리를 이해하는 그날이 올 거란 믿음으로 오늘을 살고 있어.
4. 꽃 한 송이 핀 세계는 / 그 꽃 피기 전 세계와 다르고 // 나뭇잎 하나 떨어진 후 세계는 / 그 잎 지기 전 세계와 다르리 - <단풍> 일부
그래 맞아. 다이어리의 세계는 예전과 확실히 달라졌어. 어떤 계기가 있었지. 그 계기를 설명하기 위해선, 다이어리가 쓴 글들과 하신다가 쓴 글들과 신통한 다이어리가 쓴 글을 다 읽어야 돼. 다 같은 사람 아니냐구? 미묘한 뉘앙스 차이랄까. 그런 게 있으니, 유심히 보고 싶은 사람은 보는 게 좋을 듯. 그러니까, 나는 여기서 그 계기가 있었다는 것만 밝혀둘게.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삶의 변화는 챌을 읽으면서 시작되었다는 것. 그것만은 밝힐 수 있지! 계기 중 하나야!
5. 삶도 죽음도 // 얇은 입술에 담기에 얼마나 깊고 // 무거운 것이냐 // 그런 시를 쓸 수 있을까 // 장례식장에서 오랜만에 만난 벗들과 // 조용히 나누는 악수 같은 // 호들갑스럽지 않고 다만 // 굳은 살 같은 - <그런 시> 전문
호들갑스럽지 않고 단단하게 흔들림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사계』를 읽으면서 나타난 마음의 동요. 오랜만에 내 마음의 환상에서 사라졌던 그녀를 다시 떠올려 봤어. 여전히 환상속의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거 아니냐고? 그러기엔 내가 포기해야 하는 게 너무 많은 거 같아서. 그러지 않으려고. 환상은 환상일 뿐이잖아. 이젠, 마음 편하게 환상 속의 그녀를 보내주려고 해. 누구 마음 편하자고? 물론 내 마음이겠지. 다이어리의 마음 말이야. 환상 속의 그녀가 준 마음이 너무도 강렬해서 가끔 기억은 나겠지만, 이제 나도 마음을 비우고 보다 열심히 나의 삶을 살아갈 때란 생각이 들었어. 언젠가 천국에 가면, 혹시라도 환상 속의 그녀가 내 앞에 떡 나타나 나를 책망할지도 모르지만, 그때 일은 그때 생각하고.
허허허. 여전히 내가 무슨 얘기하는지 모르겠다는 분도 보이는군! 걱정 마. 이해할 필요는 없어. 그냥, 가끔 툭툭 던지는 시의 구절들이 그대 마음에 와 닿길 마음으로 내 얘길 주저리주저리 해 봤을 뿐. 핵심은 나의 말이 아니라, 시라는 거! 잊지 마시길~ 그럼 오늘 다이어리의 얘기는 이쯤 끝내지!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나는 또다시 온다! 그때까지 모두들 잘 지내고! 안녕! 웃으며 나를 보내줘~~ (이게 누구의 노래였더라? 허허...)
- 이 리뷰는 한티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iseeman님의 이벤트로 받을 수 있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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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시를 잘 읽지 않는 편이다. 내가 아는 시라고는 학창시절 배운 시들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인이 선물한 시집도 그냥 책꽂이 꽂혀 있을 정도니 말이다. 변명을 하자면 아직 시를 읽기에는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짧은 시에서 시인이 말하고자하는 함축적 의미들을 내 짧은 식견에 다르게 해석하거나 이해를 못 한다면 시를 쓴 시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 이웃 블러거인 iseeman님의 시집 이벤트로 만난 변홍철 시인의 "사계"를 읽으며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깊이 있는 시인의 감성을 다 이해하지 못해도... 내 나름대로 해석하는 나름의 재미를 느꼈다. 변홍철 시인의 사계는 때로는 관조적이고 때로는 뜨겁다.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안타까운 우리 역사에 대한 뜨거움, 어머니에 대한 애뜻한 마음, 계절에 대한 사색 등 힘겹지만 그래도 희망을 말하고자 하는 시인의 모습을 보게 된다.
<설거지>에서 등 굽은 어머니의 웃음과 애써 눈가를 훔치며 광대뼈에 다시 힘을 주고 웃어 보는 저녁을 통해 시인의 과거 궁핍했던 시절에 대한 관조와 깊은 통찰이 느껴진다. 나도 아주 어릴 적에 아버지께서 하시는 가게 안에 달린 방에서 가족이 함께 살 정도로 넉넉하지 않게 산 적이 있었다. 많이 부족하고 불편했던 삶이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절 나름 행복이 가득했던 시기이기도 했다. 아마도 궁핍이 가족을 더욱 끈끈하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시인은 시장에서 2,900원짜리 잔치국수를 사 먹는 평범한 우리 이웃들이 선거 때가 되면 지역을 위해 일할 인물 등을 전혀 보지 않고 무조건 특정정당만 찍는 세태를 <잔치국수의 보수성>이라는 시로 해학적으로 꼬집고 있다. 내 주위의 평범한 지인들도 최근에 있었던 우리 역사의 부끄러운 시기 전까지는 선거철만 되면 무조건 특정정당만 찍으실 때가 있었다. 내가 봐도 상대 후보가 훨씬 인물이나 경력으로 보나 나은 사람이고 4년 동안 일할 지역 일꾼을 뽑는 중요한 일인데도 평범한 그 지인들은 무조건 특정정당만 찍었다. 결국 무조건 특정정당만 찍을 경우 결국 피해는 우리가 본다는 걸 알게 되신 후 최근에는 좀 더 성숙하게 투표하시려고 노력하고 계신다.
시집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시 <그런 시>는 시인 변홍철이 앞으로 어떤 시를 쓰겠다는 나름의 작가의 다짐을 시로 마무리하고 있는데 이 시집을 통해 이미 시인이 그런 시를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사계가 저자의 2번째 시집이라고 한다). 리뷰에 옮긴 시 외에 <통영>, <부드러운 가시>, <로드킬>, <그 방에서>, <우리의 비무장지대는> 등도 기억에 남는 시들이었다.
시집 "사계"를 통해 호들갑스럽지 않고 다만 굳은살 같은 변홍철 시인의 다음 시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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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eeman님의 이벤트로 인해 내품안으로 들어온 한권의 시집이다. 지금까지도 '시'는 단어 하나 하나에 함축되어 있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암기하고 정해진대로 해석해야만 하는 공부의 대상으로 자리잡고 있는듯 하여 시에관한 해설이 없는 시집은 나도모르게 움추려든다. 해답없는 문제집을 사는 느낌과 같을까?? 많은 다양한 도서를 접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시와 나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번기회에 그 벽을 조금 허물어보고자 한다.
1년이란 시간의 흐름을 한권의 책안에 담아놓은듯했다. 익숙한 절기의 이름들과 계절이 나의 긴장을 조금이나마 풀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눈에 딱보이는 현실적이고 명확한 무엇인가가 있어야만 편안하게 읽을수 있는 나의 매마른 감성을 갖고있는 탓이다. 무심코 지나갔던 절기들, 저자의 기억속엔 절기마다 크나큰 의미가 부여되어 있는듯 하다. 나에게 언제있었던 일이냐 물으면 날짜를 대답할텐데 저자에게 여쭈면 절기를 대답해주실듯하여 다채롭다. 설거지 1. 낡은 집 마당 감나무 새잎이 방금 또 하나 살그머니 손을 폈다 안방에서 혼자 테레비를 보던 등 굽은 어머니가 웃음을 터뜨릴 때였다 시원찮은 잇몸처럼 덜컹대는 살림에도 피는 흐른다, 아직 이 빠지지 않은 밥그릇들이 달그락거리며 애써 눈가를 훔치며 광대뼈에 다시 힘을 주고 웃어 보는 저녁이다 저 나무는 벌써 몇 해째 열매 한번 맺 지 못했다 2. 그릇과 도구들이 물기를 머금은 말간 얼굴로 제자리에 돌아가고 수돗물 소리가 멈추고 조용해지면 비로소 다시 보이는 가난의 가장자리들 비가 샌 천장의 얼룩 때 묻은 벽지 조금씩 들고 일어나는 바닥장판 아내의 손길과 시간의 자부심이 비치는 낡은 싱크대와 찬장의 윤곽이 한숨과 다툼과 깨진 접시의 날카로운 모서리를 기억하는 손가락과 영장과 청구서의 역사가 정연하고 의젓하게 제자리를 잡는 이 애틋한 순간 비 그치고 둥지와 깃털 젖는 새들이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로 다시 노래하는 숲 가장 마음에 드는 시이다. 이시를 쓸당시 시인은 어디에서 무얼하며 쓰고있었을까? 궁핍한 생활과 어려운살림 안에서도 피어나는 작은 희망적인 모습을 감나무새잎으로 표현하였고 등굽은 어머니가 웃음을 터뜨릴때 라는 부분이 어느때와 다르지 않는 반복되고 평범한 일상이지만 편안하고 따뜻한 어느가정의 모습과도 같은 가족의 안정감을 느낄수있었다. 항상 그곳에서 자리하고 계신 어머니의 존재만으로도 튼튼한 보호막이 쳐진 안전지대같은 그 기분을 알기때문이다. 때묻은 벽지를 통해 얼마나 오랜세월을 그집에서 보냈는지 가늠해본다. 예전 할아버지댁에 가면 할아버지께서 기대어 앉으시던 그 자리 그곳엔 할아버지의 그림자인냥 세월의 흐름이 때묻은 벽지로 항상 그자리에 자리잡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도 그 벽지를 보며 생전 할아버지의 모습을 회상하곤 했었는데... 대서 능선의 나무는 이 가뭄에 계곡의 나무, 강가의 나무보다 더 목마를까? 마음 거칠어진 나무들에게 쫓겨난 지렁이와 민달팽이들이 어두운 숲길에 뒤척이고 이따금 우듬지 부러지는 소리 바람 한점 없는 숲에 몸을 던진 깨진 달빛 조각들마다 갈증은 날카롭게 번식한다 어느 날 저 번쩍이는 갈증의 씨앗이 산불로 번진대도 이상할것이 없다 생각해보면 목마른 자에게는 서 있는 자리가 다 바닥이고 사막이다 대서라는 절기는 한해중 가장더운시기를 뜻하고있다 알고있는데 검색을 해보니 대서에는 염소뿔도 녹는다는 속담도 있을정도로 가장 심한 더위를 표현하고 있다. 이때 먹는 수박이 한해중 가장 맛좋은데... 이야기가 산으로 갔다. 자자는 더위와 극으로 대조되는 축축한 습기를 머금어야 살수있는 지렁이와 자기몸 숨길데 없는 껍질없는 민달팽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는데 있어서 겉으로 보이는 밝고 강한것들의 존재를 떠나 그 세상의 다른면에 고통받고 고난받는 여린 존재의 삶을 생각해냈다는점이 인상깊었다. 저자가 언급하고 있는 갈증의 씨앗이란 뭘뜻하는지 아무리 고심해봐도 모르겠다. 낮잠 먼 데 꿩이 비를 피하는 소리에 깨었다. 다듬어진 고구마 줄기가 수북하였다. 저렇게 허리 굽은 어머니가 살아 계셔서 다행이었다. 낮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곁에 어머니가 계신다. 내기억에 엄마가 있는 집에서 낮잠자고 일어나는 그 분위기는 평화롭고 행복하고 근심걱정 없었던 그저 엄마의 존재만으로의 행복했던 세상의 전부였던것 같다. 먼 데있는 꿩이 비를 피하는 소리... 세상이 얼마나 한가롭고 조용했으면 꿩의 날갯짓에 잠에서 깨어났을까 싶어 정말 한적하고 인적이드문 산골이 아닐까 싶다. 수북히 쌓인 고구마줄기로 어머니의 부지런함과 살아계심을 절실히 느끼는 저자의 마음에 공감할수 있었다. 차근차근 시 한편 한편 꼼꼼히도 읽었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왠지 모르게 쓸쓸하고 애틋하지만 가족을 사랑하는 따뜻한 감정또한 잔잔히 담겨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등굽은 어머니의 모습에서 한평생 가족을 위해 자신의 몸을 헌신하시고 애써오신 이세상 모든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먹먹해진다. 어머니라는 단어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들어도 목이 메인다. 나도 나이가 들었나보다. 아니 철이 들었다고 해야하는게 맞겠구나싶다. 제목이 사계인 만큼 시의 제목에 사계와 관련된 용어가 자주 등장함으로써 시인이 시를 쓰신 시간적배경을 가늠해볼수 있어 시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 시를 읽어 내려갈때마다 시인의 마음이 전해지는 느낌이다. 그래서 시의 매력이 조금씩 보인다. 시를 쓴다는건 이런건가보다. 시인의 보이지 않는 감성에 글자라는 옷을 입히는 행위가 아닐까? 시 한편을 쓰기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무단히도 했을지 나로썬 상상할수가 없다. 시인의 감성을 담을수 있는 몇개의 단어를 찾기 위해 얼마나 많은 애를 썼을까?아무리 두꺼운책도 마음만 먹으면 하루면 다읽는다. 시집은 읽는 시간보다 느끼고 생각해야할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 그래서 한권을 다 읽었어도 완벽하게 읽었다고 말할수가 없을것만 같다. 요즘처럼 바쁜 일상에서 시를 접한다는건 시를 읽고 감성을 읽어야 하는 내 마음의 여유를 찾아나아가는 것과도 같다는 느낌이 든다. 나의 외삼촌께서도 시를 참 많이 쓰셨었다. 시인과 수필가 그리고 서예가로 활동하셨던 그때 당시 난 너무 어렸고 신기해서 그런 외삼촌의 모습을 그저 우러러볼수밖에 없었지만 어른이된 지금 다시한번 외삼촌의 책을 꺼내 읽어 봐야겠다는 용기가 생겼다. 그럼 멀고 어렵게만 느껴졌었던 외삼촌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려볼수 있지 않을까... 너무 늦었지만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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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노래책시렁 106 《사계》 변홍철 한티재 2019.3.25. 어디에 놓고서 못 찾는가 헤매던 꾸러미를 아주 쉽게 찾았습니다. 그 꾸러미를 그곳에 둘 적에 ‘여기에 두면 이내 찾겠지’ 하고 읊던 혼잣말이 생각났어요. 그 꾸러미를 한동안 잊었고, 뒤늦게 그 꾸러미를 찾아서 쓰려니 도무지 떠오르지 않더군요. 《사계》를 손에 쥘 적에 네 철이 흐르는 이야기를 만나려나 싶었으나 막상 네 철 이야기는 만나지 못합니다. 끝까지 읽고서 마당에 맨발로 서서 해바라기를 했습니다. 책이름에 ‘철’을 넣는다고 해서 철 이야기를 줄줄이 써야 할 까닭은 없습니다. 아직 철을 모르기에 철이 없이 지내는 삶을 쓸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철을 알고 싶어 부러 철이라는 낱말을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요즈음은 시라고 하는 글을 이렇게 쓰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철을 알아가고 느끼며 나누는 길을 글로 밝히기보다는 머리로 말을 엮는 글을, 삶이 피어나서 철철이 새롭게 자라는 기쁨을 절로 노래하는 길을 글로 옮기기보다는 머리로 말을 엮어 멋부리는 글을, 시라고 하는구나 싶습니다.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학교에서 시험공부로 배우고 외워야 하던 옛 시조도 이런 느낌이었어요. ‘배꽃’ 아닌 ‘이화’를, ‘달빛’ 아닌 ‘월백’을 읊던 길에서 몇 걸음이나 나아갔을까요. ㅅㄴㄹ 가령 새벽 세 시 넘어 만취해 들어왔다고 잔소리를 시작하려는 어머니에게 기술을 걸어, 골목 끝 민속식당에 같이 가서 해물칼국수를 먹고는 계산은 어머니가 하시도록 만든다든가. (작업의 기술/26쪽) 아이들 찾아오지 않은 지 오래된 / 놀이터 귀퉁이에서, 담배 한 대 / 피우며 하루를 돌아본다 (붉은 달/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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