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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3월부터 5월 사이에 일곱 권이 재빨리 나왔던 <우리 마을 이야기>를 읽은 지 꽤 되었으나 일곱 권 모두를 놓고 쓰는 느낌글은 오늘 마무리를 짓는다. 느낌글 하나를 섣불리 쓸 수 없었기 때문에 내 몸으로 삭히는 대로 내 마음으로 걸러서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썼다. 6권 이야기를 쓴 뒤 7권 이야기를 쓰기까지는 꽤 오래 걸렸다. 그동안 책상맡에 이 만화책을 놓으면서 자꾸 들여다보고 생각하면서 이 만화를 바탕으로 우리 삶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하는 실마리를 풀어 보려 했다. 아무쪼록 이 만화를 제대로 읽어 삶을 슬기롭게 일구는 이웃들이 늘어나기를 빈다. 7권 : 우리 마을을 지키는 힘 (2014.8.23.) http://blog.yes24.com/document/7781570 6권 : 흙을 배우는 삶 (2013.11.6.) http://blog.yes24.com/document/7465531 5권 : 삶·교육·꿈을 흙과 함께 (2013.2.22.) http://blog.yes24.com/document/7102473 4권 : 함께 살아가는 땅 (2012.11.17.) http://blog.yes24.com/document/6907278 3권 : 따뜻이 품는 가슴 (2012.9.13.) http://blog.yes24.com/document/6765792 2권 : 10년 걸린 밭, 10년 흘린 밥 (2012.4.18.) http://blog.yes24.com/document/7602375 1권 : 나라를 생각해서 ‘당신은 죽으시’오 (2012.4.1.) http://blog.naver.com/hbooklove/601593163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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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363 우리 마을을 지키는 힘 ― 우리 마을 이야기 7 오제 아키라 글·그림 이기진 옮김 길찾기 펴냄, 2012.5.31. 얼핏 잠이 들려고 하다가 찍찍 하고 제법 크게 우짖는 새소리를 듣고 번쩍 눈을 뜹니다. 아, 새로구나, 새가 한 마리 나무에 앉아서 놀다가 가는구나. 이 새는 무엇을 생각하면서 나무에 앉았을까요. 이 새는 어떤 먹이를 찾아 우리 집 둘레 나무에 앉았을까요. 나무 한 그루는 천천히 자랍니다. 새가 앉았다가 가는 나무 한 그루는 천천히 자랍니다. 새 한 마리가 앉을 만한 나무라 한다면, 새 한 마리가 어른으로 큰 뒤 새끼를 낳아 새로서는 기나긴 삶을 모두 누리고 흙으로 돌아갈 만한 나날을 살았지 싶어요. 새 한 마리는 나무 한 그루가 갓 싹이 돋고 줄기가 오를 즈음부터 지켜보았을 테고, 흙을 돌아갈 무렵 나무 한 그루가 우람히 자란 모습을 보고는 빙그레 웃음을 지을는지 모릅니다. 새는 나무를 바라보며, 이만큼 잘 컸구나 하고 생각하겠지요. 나무는 새를 바라보며, 네 새끼들이 내 가지에 앉아서 쉬겠구나 하고 생각하겠지요. 우람하게 선 나무에 처음으로 새가 찾아와서 내려앉을 때부터 새와 나무 사이에 이야기 하나 태어납니다. - 정부는 강제수용이라는 공권력을 들이밀었지만, 땅굴로 기어들어 가고 요새의 울타리에 쇠사슬로 몸을 묶어서 저항하는 반대동맹 사람들에게 그 어떤 손도 쓸 수가 없었다. 그래도 공단은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는 듯이 우왕좌왕 요새 주변의 나무들을 베어 가져가거나 경호원들이 소년행동대에게 폭력을 휘두르거나 했고, 이른 아침에 출동한 불도저 앞에서 농성 하던 학생들을 기동대가 급습해 200명 넘는 부상자와 14명의 체포자를 내기도 했다. (5∼6쪽) - “실컷 상대방을 두들겨패 놓고 이제 와서 뭔 놈의 대화여. 우리 농사꾼들이 그렇게 물렁하지는 않다 이거여.” “자자, 그래도 이삼 일은 애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잖여. 밭일도 어느 정도 돌보고 요새도 보강하자구.” (10쪽)
나무가 있는 곳에서 사람이 살아갑니다. 나무가 없는 곳에서도 사람이 살아갈는지 모릅니다만, 사람은 으레 나무가 있는 곳에서 보금자리를 가꾸려 합니다. 섬에서든 뭍에서든, 이 나라에서든 저 나라에서든, 나무가 있을 때에 비로소 집이 섭니다. 그리고, 집이 한 채 선 뒤에 다른 집이 두 채 석 채 찬찬히 섭니다. 다른 집이 하나둘 새롭게 서면 어느새 마을이 섭니다. 서로 돕고 아끼면서 어깨동무를 하는 마을입니다. 한집 사람으로 지내는 마을입니다. 한마음이 되고 한몸이 되는 마을입니다. 기쁠 때에 함께 웃는 마을입니다. 슬플 때에 함께 우는 마을입니다. 서로 아끼면서 즐거운 마을입니다. 같이 도우면서 사랑스러운 마을입니다. 이곳에 마을 하나가 서듯이 저곳에 마을 하나가 섭니다. 곳곳에 마을이 섭니다. 마을은 서로 가까운 자리에 서기도 하지만, 꽤 떨어진 자리에 서기도 합니다. 그러나 똑같은 마을은 없기 때문에, 마을마다 말이 다릅니다. 다만, 말이 아주 다르지는 않아요. 웬만큼 다릅니다. 이럭저럭 다르지요. 마을과 마을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지만, 스스로 제 마을에서 쓰는 말로 이야기를 해요. 내 마을에서 쓰는 말이기에 더 낫거나 훌륭하지 않습니다. 이웃에서 지내는 마을더러 우리 마을에서 쓰는 말로 바꾸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웃에 있는 마을도 우리 마을더러 우리 마을 말을 버리고는 저희 마을 말을 쓰라 할 수 없습니다. 다 다른 마을은 저마다 다른 마을빛을 건사하면서 마을살이를 이룹니다. 다 다른 마을은 서로서로 아름답게 살림을 꾸립니다. - “선생님! 그렇게 걱정이라면 같이 싸워 주세요!” “요새에 들어가서 함께 싸워요! 다칠 염려는 없어요. 우리가 지켜 줄 테니까!” 30분도 안 돼서 선생들은 도망치듯 돌아갔다. 주위에서 비웃음이 일었다. 선생들은 말로만 우리를 이해하고 동정했을 뿐, 결국 우리를 저버렸다. 아니, 우리가 선생들에 대한 기대를 버렸다. (12∼13쪽) - “와타세 군. 그런 거 없어도 얼마든지 이길 수 있네. 젊은이들은 생각이 너무 과격해서 탈이란 말여.” “하지만 구와타 아저씨. 불도저로부터 어떻게 요새를 지킨단 말이에요?” “이 싸움은 무저항의 저항으로 간다. 그것이 동맹의 기본 방침이여. 놈들은 지금까지 요새 근처에도 못 왔어. 화염병 같은 걸 던져 봐라. 놈들한테 얼씨구나 공격의 구실을 주는 겨.” “구실이 있든 없든 곧 공격해 올 거란 건 불을 보듯 뻔해요. 그때 허둥대 봤자 이미 늦습니다.” “화염병이 날아다니게 되면 그건 진짜 전쟁이여. 우린 마지막까지 농민다운 싸움을 한다.” (16∼17쪽)
집이 있고 마을이 있은 뒤에 고을이 있습니다. 비슷한 마을이 곳곳에 모여 고을을 이룹니다. 고을로 아우르는 마을은 저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서로 어깨를 겯을 만큼 살갑거나 가까운 삶입니다. 저마다 다른 삶터에 맞추어 저마다 다르게 삶을 가꿉니다. 고을이 있으면, 고을을 지나 고장이 있습니다. 고장과 고장은 사뭇 다르다고 할 만합니다. 이를테면, 경상도와 강원도는 사뭇 다르고, 충청도와 전라도는 사뭇 다릅니다. 꽤 높다란 멧줄기가 고장과 고장을 가릅니다. 퍽 깊고 넓은 냇물이 고장과 고장을 갈라요. 우리 마을과 우리 고을로도 넉넉하면서 즐겁기에 굳이 이웃 고장으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이웃에서도 괜히 우리 고장으로 넘어오지 않습니다. 서로서로 제자리를 지킵니다. 서로서로 제길을 걷습니다. 바다가 너른 고장이라서 숲이 너른 고장보다 아름답지 않습니다. 멧골이 깊은 고장이라서 들이 넓은 고장보다 아름답지 않습니다. 어느 고장이든 저마다 아름답습니다. 겨울이 더 춥든 여름이 더 덥든, 고장마다 사랑스러운 삶이요 나날입니다. 굳이 여러 고장을 하나로 뭉뚱그려야 하지 않아요. - “사실, 놈들은 그와 다를 바 없는 거대한 폭력을 앞세워 공항 건설을 추진해 왔다. 그것에 비하면 화염병 정도는 새발의 피지.” “음. 어떤 폭력적인 방법이라도 쓰고 싶을 만큼 열 받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하고 있는 나쁜 짓과 우리들의 폭력을 비교하면 우리 쪽이 훨씬 덜 하다고, 그렇게 생각함으로써 사람을 해치는 일을 정당화하는 것이 말이에요. 뭐랄까, 나 자신을 괴롭히는 일 같아서, 왠지 버거운 일 같아서.” (19∼20쪽) - 기동대는 어른들의 머리를 방패로 계속해서 찍어 내리고, 아이들을 움켜쥐고 끄집어 내팽개쳤다. 제2요새는 지옥 그 자체였다. (40쪽) - “잘 알겄다! 아주 잘 알겄어! 이거이 네놈들의 수법인 게여! 우릴 죽여도 상관없다는 것이여! 네놈들은! 오냐, 그렇다면 이쪽도 가만있지는 않을 것이여! 평생 기억해 주마! 오늘 일은!” (42쪽)
스스로 즐겁게 살림을 가꾸는 사람은 ‘내 집’에서 모든 삶을 이룹니다. 맨 먼저 밥을 짓습니다. 남한테 기대지 않고 스스로 밥을 지어서 이룹니다. 다음으로 옷을 짓습니다. 남한테서 얻으려 하지 않고 스스로 옷을 지어서 이룹니다. 그리고 집을 짓습니다. 집을 지을 적에는 이웃 손길을 받을 수 있으나, 혼자서도 너끈히 집을 짓습니다. 다만, 혼자 집을 지을 때에는 퍽 오래 걸리지요. 그러나, 오래 걸린다는 생각을 할 일이 없어요. 스스로 날마다 새롭게 이루는 삶이니, 집을 천천히 지으면서 즐겁습니다. 조금씩 마무리를 짓는 집 모양을 살피면서 기쁩니다. 스스로 즐겁게 살림을 가꾸는 사람이 ‘내 집’을 이루는 결대로 하나씩 모여 이루는 마을입니다. 그러니, 한 집만 있어도 이 한 집은 스스로 삶을 이룰 뿐 아니라, 스스로 삶을 이루는 집들이 모인 마을이니, 마을은 언제나 스스로 삶을 이루어요. 모자랄 일이 없고 아쉬울 일이 없습니다. 집집마다 오순도순 지냅니다. 집집마다 사랑스러우면서 따사로운 노래가 흐릅니다. 노래가 흐르고 이야기가 태어나는 집이 모인 마을이니, 마을살이란 ‘온누리’라고 할 만합니다. 모든 것을 가장 넉넉하고 즐겁게 이룬 삶이니, 언제나 사랑을 길어올립니다. 그러니까, ‘집’이라고 할 적에는, 스스로 모든 삶을 이루는 살림을 가꾼다는 뜻입니다. 나이가 찬 사람이 제금을 나서 지내는 터가 집이 아닙니다. 아파트 한 채나 다세대주택 한 자리가 집이 아닙니다. 모든 삶을 이룰 수 있는 데가 집입니다. 커다란 장비를 써서 수만이나 수십만 채 집을 똑같이 찍어내듯이 만들어야 집이 아닙니다. 집은 나라에서 지어서 줄 수 없습니다. 집은 장사꾼이 지어서 팔 수 없습니다. 나라가 짓거나 장사꾼이 파는 것은 언제나 ‘부동산’이나 ‘재산’입니다. - “우리가 틀렸다고 말하는 거냐? 아무리 공단이라도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한 것이 잘못이었던 게냐. 놈들은 인간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라는 게냐.” (46쪽) - “이놈들아! 사람이 올라가 있는 나무를 베면 어떻게 되는지 알면서 그러는 게여! 기동대! 네놈들이 그러고도 경찰이여! 어째서 저놈들을 살인죄로 체포하지 않는 거여!” (59쪽) - 제1차 대집행에 성공한 적들은 앞으로 제2, 제3의 강제수용을 진행시킬 것이다. 거기에 우리 집이 있고 우리 밭이 있고 우리 마을이 있다. 부상자 1400명. 체포자 400명. 이 나라가 우리들의 땅을 빼앗아 간다는 건, 바로 이런 모습이었던 것이다. (74∼75쪽) - “저주받을 게여, 반드시. 이 산리즈카를 지옥으로 만들었으니. 아무리, 콘크리트로 땅을 덮어 버린다 해도, 사람의 원한까지 묻어 버릴 수는 없는겨. 우리가 자자손손 이 한을 대물림할 테니께.” (76쪽)
오제 아키라 님이 빚은 만화책 《우리 마을 이야기》(길찾기,2012) 일곱째 권을 읽었습니다. 첫째 권부터 일곱째 권까지 천천히 읽었습니다. 일본 산리즈카 시골마을 사람들이 일본 정부가 밀어붙이려 하던 나리타공항 때문에 얼마나 아프고 괴로웠으며 힘들었는가 하는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슬픔과 고단함이 듬뿍 묻어나는 만화책을 읽는 동안 내 삶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는 저 산리즈카 사람들처럼 공권력 때문에 두들겨맞지 않으니, 그럭저럭 지낼 만할까요? 그렇지만, 우리 식구가 지내는 전남 고흥은 군수와 군청 공무원이 포스코와 손을 맞잡고 화력발전소를 끌어들이려고 했습니다. 이태 앞서 이 싸움을 끝냈습니다만, 아직 불씨는 있어요. 게다가 고흥군 군수와 공무원은 다도해 국립공원 바닷가와 맞닿은 숲을 광주시 교육청에 강제수용을 해서 팔았어요. 그러고는 갑작스레 청소년수련원 공사를 밀어붙였지요. 아름드리 숲을 하루아침에 밀어 없앴습니다. 국립공원이던 곳을 조용히 풀더니 하루아침에 강제수용으로 팔았을 뿐 아니라, 숲도 바다도 몽땅 어지럽힙니다. 아름다운 바다라고 해서 해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전남 고흥 발포 바닷가를 찾아왔으나, 이제 아무도 발포 바닷가에 가지 않습니다. 청소년수련원 건물을 와장창 지으면서 숲과 바다를 모조리 어지럽히니, 사람들 발길이 뚝 끊어져요. 다른 고장 사람들뿐 아니라, 고흥사람인 나조차도 아이들하고 발포 바닷가에 안 갑니다. 무시무시한 짐차가 수없이 오가는 길이 안 좋기도 하고, 바닷물이 공사장 때문에 더러워져요. 이런 곳에 갈 까닭은 없습니다. 일본 산리즈카에서 일본 정부가 ‘덜 민주스럽게’ 몰아붙였으면, 나리타공항은 짠하고 금세 태어났으리라 생각합니다. 한국 영종도와 용유도에서처럼 한국 정부가 ‘우악스레 강제수용을 해서 밀어붙’이면, 척하고 공항 하나 쉬 들어섭니다. 한국에서 어떤 사람이 얼마나 ‘인천공항 반대’를 외쳤을까요. 예쁜 갯벌을 없애고 예쁜 섬을 밀며 예쁜 소금밭을 망가뜨리면서 공항을 지었을 뿐 아니라, 용유와 영종에 깃든 시골집을 모조리 없애고 아파트로 바꿉니다. 한국이라는 나라에도 ‘민주’가 있을는지 모르나, 한국에서는 민주가 제대로 힘을 내지 않습니다. 아니, 한국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민주에 눈길을 둘 겨를이 없습니다. 모두들 제 코가 석 자입니다. 사람들은 제 코가 넉 자요 닷 자입니다. - “농사꾼은 말이여, 마을이 있기 때문에 농사꾼인겨. 농사꾼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가 없는 겨. 마을사람들이 죄다 조건파가 된 그때 이미 이와야마는 할배가 살아갈 수 없는 땅이 된 겨. 할배는 말이다, 마을이 짓밟힌 거에 대한 분노로 지금까지 버틴 게여. 공단에 땅을 팔건 안 팔건 상관없는 겨. 이미 처음부터 빼앗긴 거였어. 하나부터 열까지 말이여.” (115쪽) - 11명의 학생들이 올라탄 요새의 철탑이 크레인에 끌려 넘어졌다. 거기에 비축해 두었던 화염병에 불이 붙어 몇 사람이 불길에 휩싸였다. 기동대가 환성을 질렀다. 전장이 광기에 휩싸이고, 전쟁은 끝이 났다. (158쪽) - 기동대는 우리에게 있어서 마을을 위협하는 냉철한 폭력장치일 뿐이었다. 그들과 부딪히면 반드시 몇 사람인가는 그들이 휘두르는 폭력에 상처입었다. 때문에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우리와 같은 가족이 있다거나 다정하게 아이들과 함께 놀며 즐거운 휴일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상상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들도 마찬가지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안은 채 산리즈카에 왔었다는 사실이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163쪽)
경상도 밀양에서 송전탑 때문에 벌어지는 일을 보면, 한국에는 민주도 평화도 평등도 없는 모습을 잘 읽을 만합니다. 그런데, 밀양 송전탑에 앞서, ‘핵발전소’가 먼저입니다. 핵발전소를 처음 지을 적에 한국 정부는 어떻게 했을까요. 핵발전소를 처음 지을 적에 신문·방송은 무엇을 했을까요. 핵발전소를 처음 지을 적에 글쟁이와 교사와 교수 같은 이들은 무슨 말을 했을까요. 핵발전소를 처음 지을 적에 학교는 무엇을 했을까요. 모든 언론과 학교는 중앙정부 권력을 등에 업고 ‘핵발전소는 깨끗하고 안전하며 돈이 적게 드는 전기’라고 떠벌였습니다. 가장 비싸며 가장 무시무시하고 가장 끔찍한 전기인 줄 가르친 학교는 없었다고 느낍니다. 핵발전소가 어떤 곳인지 낱낱이 밝히거나 알린 신문이나 방송은 없었다고 느낍니다. 커다란 발전소를 짓고 송전탑을 박을 돈이라면, 집집마다 ‘자가 발전’을 하는 시설을 갖추고도 돈이 아주 많이 남습니다. 집집마다 전기를 스스로 만들어서 쓰도록 시설을 갖추는 데에 들이는 돈은 아주 적습니다. 게다가 쓰레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흙도 바람도 물도 더럽히지 않습니다. 공장이나 아파트나 큰 건물에서도 전기를 스스로 만들어서 쓰도록 하면 됩니다. 못할 일이란 없습니다. 집집마다 만들어서 쓰는 전기가 남으면 이를 모아서 큰 건물이나 공장이나 아파트에 보낼 수 있어요. 이런 장치는 어렵지 않습니다.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중앙정부는 이런 일을 안 했고 아직도 안 하며 앞으로도 안 할 듯합니다. 왜냐하면 오늘날 전기는 권력이기 때문입니다. 집집마다 스스로 전기를 만들어서 쓰면 ‘권력 통제’가 안 되어요. 커다란 발전소를 세워서 중앙정부가 ‘통제’를 해야 사람들을 마구 휘어잡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말을 안 듣는다고 하면 전기만 뚝 끊어도 돼요. 도시에서는 전기와 가스와 물을 뚝 끊으면 아마 도시사람 모두 며칠 만에 모조리 죽을 수 있어요. - 할머니네 집은 흔적도 없이 무너지고 없었다. 비겁한 눈속임으로 치러진 대집행은 2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피붙이도 없고 아무런 힘도 없는 고독한 할머니의 자그마한 논과 집을 국가가 무력으로 뿌리째 뽑아 앗아갔다. 아니, 빼앗긴 것은 그냥 논과 집이 아니다. 그곳은 할머니에게 있어서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는 유일한 장소였다. 그 작은 생명을 지켜 주는 단 하나의 보금자리였던 것이다. 피곤할 때는 해님에게 인사하고, 빨래해 널고 목욕하고, 술 두 잔 정도 하고 자면……. (176∼177쪽) - ‘나는 이제 더 이상 싸울 기력을 잃어버렸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공항을 분쇄할 때까지 온힘을 다해 주세요. 공항 문제가 없었다면 나는 지금쯤 어쩌면 결혼을 해서 훌륭한 농사꾼이 되어 있었겠지요. 그러나 나는 심지가 약해서 이 싸움을 더 이상 견뎌낼 수가 없네요. 보다 인간답게 살아 보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어째서 비인간적인 취급을 당해야 하는지, 정말로 국가권력이라는 것은 무섭네요. 살려고 발버둥치는 농사꾼의 생명을 빼앗고 때리고 짓밟으니까요.’ (194∼195쪽)
권력이 싫어하는 것은 딱 하나입니다. 바로 ‘자급자족’입니다. 사람들이 스스로 밥과 옷과 집을 지으면서 삶을 가꾸는 일을 권력이 아주 싫어합니다. 사람들이 밥과 옷과 집을 스스로 지을 줄 알면, 권력은 아무 힘을 못 써요. 정치권력뿐 아니라 경제권력도 힘을 못 씁니다. 사람들이 밥이며 옷이며 집을 ‘회사에서 번 돈을 써서 가게에서 사다 쓰도’록 사회 얼거리를 짜야, 비로소 정치와 경제와 문화와 교육과 행정과 과학을 비롯한 모든 권력이 힘을 얻습니다. 사람들이 스스로 모시와 삼에서 실을 얻어 옷을 지어 입는다면, 옷공장이나 옷회사는 모두 무너집니다. 사람들이 스스로 숲을 가꾸어 숲에서 나무를 몇 그루 얻은 뒤 집을 지으면, 건설회사와 자동차회사와 석유회사 모두 무너집니다. 사람들이 스스로 제 터를 집숲으로 가꾸어 밥을 손수 지어서 먹으면, 식품회사와 약품회사와 병원과 백화점뿐 아니라 모든 도시 얼거리가 무너집니다. 권력은 도시를 지키려고 사람들한테서 ‘자급자족’이라는 열쇠를 빼앗습니다. 권력은 도시를 키워 사람들을 바보나 노예나 부속품으로 만들려고 학교를 세웠습니다. 학교에서는 모든 아이들이 ‘도시에 가서 회사원이나 공무원이 되거나 전문직이 되거나 운동선수나 예술가 따위가 되어 돈을 버는 길’을 찾도록 이끕니다. 학교에서는 어느 누구도 밥·옷·집을 스스로 짓는 길을 안 가르칩니다. 교과서나 참고서나 문제집은 밥이나 옷이나 집에 아이들이 눈길을 못 두도록 가로막습니다. 더 헤아려 본다면, 인문책도 사람들한테 길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어떤 인문책도 사람들한테 밥을 스스로 짓고 옷을 스스로 지으며 집을 스스로 지으라고 알려주지 않습니다. 어떤 인문학자와 철학자와 교육자도 사람들한테 밥·옷·집을 스스로 가꾸어 누리면서 살아가라고 말하지 않을 뿐더러, 말할 만한 슬기나 깜냥이 없습니다. 이 땅에서 태어나는 인문책뿐 아니라 이웃나라에서 나오는 인문책도, 그저 지식조각입니다. 사람들이 머릿속에 새로운 지식조각을 채우도록 이끌 뿐입니다. 사람들이 머릿속에 지식조각만 가득 채워서 스스로 밥도 모르고 옷도 모르며 집도 모르게 내몹니다. 사람들이 그저 돈을 벌어 돈으로 밥과 옷과 집을 사서 쓰도록 이끌듯이, 모든 인문책은 사람들이 ‘자꾸 새로운 인문책을 사서 새로운 지식조각을 머릿속에 쑤셔넣도’록 살살 꼬드깁니다. - “거기서는 화학비료도 농약도 쓰지 않고 훌륭한 수확을 거두고 있더라.” “그런 게 가능해요?” “가능하니까 신기한 게지. 아니, 신기할 것도 아니여. 나도 요 몇 년 논과 밭의 지력이 떨어진 원인이 뭔지 생각하고 있었다. 흙이 점점 모래처럼 되고 작물도 생생함을 잃고 있어. 농약을 써도 안 써도 해충이 줄어들 기미가 안 보여. 이러다가 논밭이 못 쓰게 되고 먹고살 수 없게 되면 투쟁이고 뭐고 다 소용 없는 겨 …… 그게 말여, 미생물농법이라던가, 유기농법이라던가, 퇴비 만들기부터 시작하는 손이 많이 가는 농사여. 보람이 있을 겨. 잘 봐둬라, 뎃페이. 내가 모두에게 이 농법을 전파시킬랑께. 산리즈카에서 공항 이상으로 가치 있는 농업을 만드는 거여.” (214∼215쪽) - 그 후에도 투쟁은 끊임없이 계속되었고, 형들이 긴 재판 끝에 혐의를 벗은 것은 그로부터 15년이라는 시간이 흘러서였다. 그리고 정부가 무력으로 반대파를 탄압하는 것을 그만두고 그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한 것은 21년 후인 1993년이었다. (226쪽)
우리 마을을 지키는 힘이란, 우리 집을 지키는 힘입니다. 우리 집을 지키는 힘이란 우리 삶을 스스로 지키는 힘입니다. 밥 한 술을 뜰 적에 남이 내 몫을 먹어 주지 못합니다. 내 몫을 남이 먹어서 배가 부르다 하면 그이가 배가 부르지 내가 배부르지 않아요. 옷 한 벌을 입을 적에 남이 내 몫을 입어 주지 못합니다. 내가 내 몸에 옷을 걸쳐야 따뜻합니다. 남이 내 옷을 그이 몸에 걸치면 그이가 따뜻하지, 내가 따뜻하지 않습니다. 마을을 지키려면, 먼저 내가 스스로 내 집을 가꾸는 슬기를 찾아야 합니다. 내가 오롯한 삶을 가꾸는 집을 지켜야 합니다. 내가 이곳에서 튼튼하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보금자리 하나’로 있을 때에, 내 이웃은 이웃 나름대로 저곳에서 튼튼하고 씩씩하게 살아요. 내가 있고 네가 있어서, 서로 이웃이 되어서, 천천히 마을로 거듭납니다. 마을이란 사랑입니다. 집집마다 다 다르면서 모두 새로운 사랑이 있을 적에, 이러한 사랑이 하나로 모여 마을이 됩니다. 마을이란 노래입니다. 집집마다 다 다르면서 언제나 새로운 노래가 흐를 적에, 이러한 노래가 하나로 모여 마을이 됩니다. 만화책 《우리 마을 이야기》는 산리즈카라고 하는 아주 조그마한 시골마을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중앙정부 권력에 맞서면서 스스로 ‘집을 지키’고 ‘삶을 가꾸’며 ‘사랑을 노래했는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나리타공항 반대 투쟁기’가 아닙니다. ‘시골에서 삶을 찾고 깨달아 스스로 사랑이 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만화책 《우리 마을 이야기》입니다. 이 만화책을 읽는 분들이 마음을 따사롭게 덥히는 슬기를 얻을 수 있다면, 《아나스타시아》(블라지미르 메그레 씀) 여덟 권과 《람타 화이트북》(제이지 나이트 씀)을 나란히 읽으면서, 스스로 집숲을 가꾸는 길과 함께 마음길을 닦는 배움터로 찾아갈 수 있기를 빕니다. 스스로 집을 이루어야 스스로 삶을 엽니다. 4347.8.23.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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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책 느낌글은 한 권씩 따로 쓰지만, 시골 누리신문 <고흥뉴스>에 책소개를 하려고 4~6권에서 한 대목씩 뽑아서 새롭게 소개하는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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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은 ‘대통령 것’도 ‘군수 것’도 아니다
(최종규 . 2012 - 시골사람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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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게 삶으로 028 이웃한테
《우리 마을 이야기 1》 오제 아키라 지음 이기진 옮김 길찾기 2012.03.20.
‘코로나19’라는 돌림앓이에 걸리고 낫던 하루가 한참 오래된 이야기 같다. 처음 《우리 마을 이야기 1》를 읽던 즈음에는 드디어 돌림앓이가 나았다고 여겨서 풀려났다. 막내아들하고 끙끙거리듯 서로 갇혀서 힘겹게 혼자 지내야 했는데, 그때 이 만화책을 읽으면서 깜짝 놀라기도 했고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우리 마을 이야기》는 일본에서 ‘나리타 공항’을 닦으려 하면서, 일본 정부가 ‘나리타 시골마을’을 어떻게 갈라놓으면서 사람들끼리 다투도록 불씨를 심다가 땅을 빼앗았는가 하는 줄거리를 들려준다. 우리는 쌀밥을 먹고, 무와 배추를 먹고, 수박과 참외를 먹는다. 모든 먹을거리는 땅한테서 얻는다. ‘땅’이라고 했지만, 그냥 땅이 아닌 ‘논밭’이다. 논밭이 있기에 우리가 서울에서 살든 시골에서 살든 밥을 먹고 몸을 살찌운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일본에 공항을 늘려야 한다면서 ‘경제발전’과 ‘관광수입’을 내세워 갑작스레 시골마을을 큼지막하게 통째로 밀어서 없애려 했단다. ‘나리타 공항’을 일본 정부가 마구잡이로 지으려 할 적에 시골사람이 어떻게 맞서고 부딪혔는지, 그때 시골 아이들하고 어른들이 무엇을 했는지 낱낱이 들려주는 《우리 마을 이야기》를 두근두근하면서 읽었다.
내가 나고자란 시골인 경북 의성에도 공항이 들어선다며 시끄럽다. 왜 의성 같은 깊은 멧골에까지 공항을 세워야 할까? 우리는 비행기를 그렇게 많이 타야 할까? 이미 있는 공항도 많은데, 왜 자꾸 공항을 세운다고 할까?
일본 나리타 산리즈카 시골마을에 공항을 밀어붙이려고 하던 즈음은, 우리 집은 오빠가 태어난 해이다. 내가 태어나기 두 해 앞서이다. 산리즈카 시골마을 사람들은 맨손으로 돌을 고르고 거름을 내어 드디어 기름진 논밭을 얻었고, 논밭에서 거두는 푸성귀와 쌀과 남새로 오순도순 살아왔다고 한다. 아주 넉넉하지는 않으나, 아이들이 자라면 큰고장 대학교에 보낼 돈을 이럭저럭 마련할 수 있을 만한 논밭살림이었단다.
아직 의성 시골마을을 통째로 갈아엎지는 않았지만, 이 만화책을 보면서 우리 옛마을이 이렇게 통째로 사라지겠구나 하고 느끼니 가슴이 시리다. 늙은 할머니인 우리 엄마는, 우리 엄마처럼 늙은 할머니인 이웃은, 이제 흙으로 돌아간 우리 아버지이지만 우리 아버지 같은 늙은 할아버지인 이웃은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 만화책에서도 말하는데, 나리타 산리즈카 시골마을 사람들은 공항에 가서 비행기를 탈 일이 없다. 내가 나고자란 의성 멧골마을 이웃들도 공항에 가서 비행기를 탈 일이 없지 않을까? 나는 이제 대구로 나와서 살아가고, 어쩌면 앞으로 공항에 가서 나라밖으로 나들이를 다닐는지 모르나, 난 아직 비행기를 타고 일본이나 다른 곳으로 나들이를 가 본 적은 없다.
‘공항은 공항으로 세울 곳에 땅을 내주어야 하는 사람들은 쓸 수 없는 시설이라면, 공항을 왜 시골에 지어야 할까?’
들과 밭에서만 살던 우리 아버지가 몸을 내려놓자, 우리 엄마는 논밭을 일구는 일을 줄였다. 흙을 일구기에는 이제 엄마 나이에 벅차다. 나리타 공항을 반대하는 마을과 달리, 내가 태어난 의성에서는 마을마다 서로 공항을 끌어들이려고 한다. 좀더 욕심을 부린다고 할까.
《우리 마을 이야기 1》를 읽다가, “땅은 말이여 원래 누구 것도 아니란다. 이 땅은 우리 것도 공항 것도 아니여. 옛날부터 그저 여기 있었을 뿐, 하지만 누구 것도 아닌 땅을 일구고 갈고 씨앗 뿌려서 비옥한 흙으로 만든 사람은 바로 나여. 그냥 땅바닥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니지만 이 흙은 우리가 만들어 내고 매일 이 흙과 이야기를 나누며 살아온 게, 만져 봐라, 흙은 참말로 부드럽고 따뜻하다. 이건 그냥 땅바닥이 아니여.” 같은 시골 할아버지 이야기를 곱씹어 본다. 흙을 사랑하지 않고는 마흔 해를 싸울 수가 없겠지. 온몸으로 흙하고 하나가 되어 살아왔기에, 공항이 아닌 시골과 숲과 흙을 말할 수 있겠지.
의성을 다시 생각해 본다. 흙으로 돌아간 우리 아버지뿐 아니라, 이제 의성 멧골이나 시골에는 순 할머니 할아버지이고, 다들 곧 흙으로 돌아간다고 여길 수 있다. 그런 시골에 공항이 들어선다고 하면, 땅값이며 집값이 올라갈 꿈을 꾸는 젊은이가 있을 만하다. 마을마다 서로 공항을 받아들이겠다고 다툴 만큼, 하루아침에 목돈을 거머쥐면서 마을을 살릴 수 있겠다는 꿈을, 아니 욕심을, 헛바람을 품을 수 있으리라.
땅이 팔리면 나무는 어떻게 될까? 주머니에 돈을 두둑히 채워 주고 자취를 감출까? 아직 흙을 일구는 어른들 마음은 어떨까?
파리가 날린다는 새 공항이 나라 곳곳에 많다는데, 의성에 짓는다는 공항은 어떨까? 우리는 비행기를 띄우고 내려야 돈을 잘 벌까? 쌀을 거두고, 마늘을 거두고, 수박과 참외를 거두고, 감과 능금을 거두어서는 돈을 못 벌까? 눈물이 난다.
2023.09.09.숲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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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2023.2.8. 만화책시렁 456
《우리 마을 이야기 3》 오제 아키라 이기진 옮김 길찾기 2012.3.31.
삽질하는 무리가 떼돈을 벌면서 떵떵거리는 나라는 죽음길로 치닫습니다. 우리나라가 꼭 이 꼴입니다. 옆나라 일본도 먼나라 미국과 유럽도 삽질로 떼돈벌이를 일삼았고, 이동안 들숲바다를 마구 망가뜨렸습니다. 집을 짓자면 삽질을 할 때가 있을 테지요. 그러나 쇳덩이(자동차)를 더 빨리 달리려고 삽질을 한다면, 구경터·놀이터(관광단지·리조트)를 자꾸 늘리려고 삽질을 한다면, 이때에는 사람들 스스로 죽음터를 쌓는 셈입니다. 《우리 마을 이야기》는 모두 일곱 자락에 걸쳐 ‘죽음삽질’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일본 ‘나리타 산리즈카’ 마을 이야기인데, 우리나라는 ‘인천 영종·용유섬’에 이 죽음삽질을 해댔어요. 곰곰이 보면 경기 김포도 죽음삽질로 망그라진 마을입니다. 하늘나루(공항)가 나쁠 까닭은 없으나, ‘하늘나루를 어떻게 짓느냐’를 돌아볼 노릇입니다. 왜 들숲바다를 파헤치면서 하늘나루·부릉길·놀이터를 때려지어야 할까요? 왜 논밭을 까뒤집고서 잿더미를 들이부어야 할까요? 풀꽃나무가 자라고 새가 노래하고 풀벌레·벌나비가 꽃가루받이를 하던 들숲에 무언가 지으려 한다면, 아주 천천히 보금자리부터 다 옮기도록 하고서 조용히 할 일입니다만, 꽃삽질은 없이 막삽질만 판치는 눈먼 나라입니다.
ㅅㄴㄹ
“지난 2년 동안 당신들은 이해를 구하기만 하고, 땅을 빼앗기고 쫓겨날 판국에 있는 농민을 이해하려고 한 적은 한 번도 없어!” (66쪽)
‘마지막까지 결국 이야기해 주지 않았다. 선생님은 우리를 불쌍히 여길 뿐이었다. 문제의 본질에서 애써 눈을 돌린 채 그저 동정을 보낼 뿐이었다 … 우리가 정말로 가르쳐 줬으면 했던 것, 정말로 배우고 싶었던 것, 우리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회문제를 다뤄주는 것을, 끈질기게 피하기만 했던 그 학교에 나는 그날, 작별을 고했다.’ (75, 78쪽)
“동생을 대학에 보내지도 못한다면, 꿈이나 생활을 희생해야만 한다면, 이 싸움에 의미는 없다! 차라리 땅을 팔아버리는 게 나아.” (165쪽)
“오오, 해가 떨어진다. 참 좋다. 이 시간이 경치가 젤로 좋당께. 피곤할 때는 해님한테 인사하고, 빨래 마치고 뜨거운 목욕통에 들어가서, 술을 홀짝 두 잔 정도 마시고 곯아떨어지면, 천국이 따로 없당께.” (185쪽)
“우리가 논밭을 망가뜨리면 어쩌자는 거예요. 우리의 적은 조건파가 아니에요. 우리 농사꾼을 조건파와 반대파로 분열시킨 놈들이야말로 우리의 적이라구요” (207쪽)
#ぼくの村の話 #尾?あきら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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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금자리 곁에 둘 한 가지 [내 사랑 1000권] 27. 오제 아키라 《우리 마을 이야기》 공항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발전소가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군청이나 시청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대학교가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기차역이며 고속도로가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 모두를 알맞게 쓰거나 나누려는 뜻이라면 무엇이든 있을 만하지 싶습니다. 그렇다면 어느 곳에 어떻게 두어야 좋을까를 깊이 살펴야지 싶어요. 밀어붙여서 때려짓는 길이 아닌, 두고두고 살펴서 앞으로 오백 해이건 천 해이건 ‘무슨무슨 마을’이 될 수 있는 길로 가야지 싶습니다. 멧골을 끼며 멧마을입니다. 냇물을 끼며 냇마을입니다. 깊이 우거진 숲에 있어 숲마을이고, 바닷가에 바닷마을입니다. 공항마을이든 발전소마을이든 군청마을이나 시청마을도 생길 만합니다. 다만, 어떤 시설이나 공장 때문에 사람들이 밀려나서는 안 될 노릇입니다. 어우러질 수 있도록, 누릴 수 있도록, 새롭게 지을 수 있도록 기틀을 닦을 노릇입니다. 모든 것은 땅으로 돌아가고 하늘로 날아갑니다. 묵직한 것은 땅에 깃들어 땅을 물들입니다. 어느 것은 땅에 깃들며 새로운 흙이 될 테고, 어느 것은 땅심을 빼앗거나 더럽힙니다. 어느 것은 온 하늘에 싱그러운 꽃내음으로 퍼질 테고, 어느 것은 매캐한 바람이 되어 우리 목을 죕니다. 만화책 《우리 마을 이야기》는 일본 나리타 공항이 들어설 적에 시골마을을 어떻게 괴롭히고 망가뜨리려 했는가를 낱낱이 보여줍니다. 이때에 시골마을 사람들이 보여준 모습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공무원하고 교사하고 대학생은 어떤 모습이었는가를 꾸밈없이 보여줍니다. 한 마을에 온갖 사람이 살았어요. 착한 사람, 상냥한 사람, 따뜻한 사람, 고운 사람이 있고, 궂은 사람, 차가운 사람, 메마른 사람, 눈먼 사람이 있어요. 우리 스스로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서 마을빛이 바뀝니다. 우리 보금자리에 무엇을 두고, 보금자리 곁에 무엇이 있어야 하는가를 얼마나 헤아리느냐에 따라 마을살림이 바뀝니다. 2018.3.26.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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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책을 놓고 일곱 차례에 걸쳐서 느낌글을 쓴 적이 있어요. 오늘 이 일곱 권 <우리 마을 이야기>를 놓고 곰곰이 되새기면서 일곱 권에 나오는 '가슴에 새길 대목'을 새로 뽑아서 새 느낌글 하나로 간추려 봅니다. 대통령 후보뿐 아니라, 여느 공무원과 우리 스스로 이 만화책을 제대로 눈여겨보면서 마을살림을 되새길 수 있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 + +
덧붙이는 글 | <우리 마을 이야기 1-7>(오제 아키라 글·그림 / 이기진 옮김 / 길찾기 펴냄 / 20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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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걸린 밭, 10년 흘린 밥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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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280
흙을 배우는 삶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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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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