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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총점 종이책
《우리 마을 이야기》(오제 아키라) 일곱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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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3월부터 5월 사이에 일곱 권이 재빨리 나왔던<우리 마을 이야기>를 읽은 지 꽤 되었으나일곱 권 모두를 놓고 쓰는 느낌글은오늘 마무리를 짓는다.느낌글 하나를 섣불리 쓸 수 없었기 때문에내 몸으로 삭히는 대로내 마음으로 걸러서 하나씩 하나씩천천히 썼다.6권 이야기를 쓴 뒤7권 이야기를 쓰기까지는꽤 오래 걸렸다.그동안 책상맡에 이 만화책을 놓으면서자꾸 들여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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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3월부터 5월 사이에 일곱 권이 재빨리 나왔던

<우리 마을 이야기>를 읽은 지 꽤 되었으나

일곱 권 모두를 놓고 쓰는 느낌글은

오늘 마무리를 짓는다.


느낌글 하나를 섣불리 쓸 수 없었기 때문에

내 몸으로 삭히는 대로

내 마음으로 걸러서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썼다.


6권 이야기를 쓴 뒤

7권 이야기를 쓰기까지는

꽤 오래 걸렸다.


그동안 책상맡에 이 만화책을 놓으면서

자꾸 들여다보고 생각하면서

이 만화를 바탕으로 우리 삶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하는

실마리를 풀어 보려 했다.


아무쪼록 이 만화를 제대로 읽어

삶을 슬기롭게 일구는 이웃들이 늘어나기를 빈다.



7권 : 우리 마을을 지키는 힘 (2014.8.23.)

http://blog.yes24.com/document/7781570


6권 : 흙을 배우는 삶 (2013.11.6.)

http://blog.yes24.com/document/7465531


5권 : 삶·교육·꿈을 흙과 함께 (2013.2.22.)

http://blog.yes24.com/document/7102473


4권 : 함께 살아가는 땅 (2012.11.17.)

http://blog.yes24.com/document/6907278


3권 : 따뜻이 품는 가슴 (2012.9.13.)

http://blog.yes24.com/document/6765792


2권 : 10년 걸린 밭, 10년 흘린 밥 (2012.4.18.)

http://blog.yes24.com/document/7602375


1권 : 나라를 생각해서 ‘당신은 죽으시’오 (2012.4.1.)

http://blog.naver.com/hbooklove/60159316339



h*******e 2014.08.23.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우리 마을을 지키는 힘 (우리 마을 이야기 7)
"우리 마을을 지키는 힘 (우리 마을 이야기 7)" 내용보기
만화책 즐겨읽기 363우리 마을을 지키는 힘― 우리 마을 이야기 7 오제 아키라 글·그림 이기진 옮김 길찾기 펴냄, 2012.5.31.  얼핏 잠이 들려고 하다가 찍찍 하고 제법 크게 우짖는 새소리를 듣고 번쩍 눈을 뜹니다. 아, 새로구나, 새가 한 마리 나무에 앉아서 놀다가 가는구나. 이 새는 무엇을 생각하면서 나무에 앉았을까요. 이 새는 어떤 먹이를 찾아 우리 집 둘레 나무에 앉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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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363



우리 마을을 지키는 힘

― 우리 마을 이야기 7

 오제 아키라 글·그림

 이기진 옮김

 길찾기 펴냄, 2012.5.31.



  얼핏 잠이 들려고 하다가 찍찍 하고 제법 크게 우짖는 새소리를 듣고 번쩍 눈을 뜹니다. 아, 새로구나, 새가 한 마리 나무에 앉아서 놀다가 가는구나. 이 새는 무엇을 생각하면서 나무에 앉았을까요. 이 새는 어떤 먹이를 찾아 우리 집 둘레 나무에 앉았을까요.


  나무 한 그루는 천천히 자랍니다. 새가 앉았다가 가는 나무 한 그루는 천천히 자랍니다. 새 한 마리가 앉을 만한 나무라 한다면, 새 한 마리가 어른으로 큰 뒤 새끼를 낳아 새로서는 기나긴 삶을 모두 누리고 흙으로 돌아갈 만한 나날을 살았지 싶어요. 새 한 마리는 나무 한 그루가 갓 싹이 돋고 줄기가 오를 즈음부터 지켜보았을 테고, 흙을 돌아갈 무렵 나무 한 그루가 우람히 자란 모습을 보고는 빙그레 웃음을 지을는지 모릅니다.


  새는 나무를 바라보며, 이만큼 잘 컸구나 하고 생각하겠지요. 나무는 새를 바라보며, 네 새끼들이 내 가지에 앉아서 쉬겠구나 하고 생각하겠지요. 우람하게 선 나무에 처음으로 새가 찾아와서 내려앉을 때부터 새와 나무 사이에 이야기 하나 태어납니다.



- 정부는 강제수용이라는 공권력을 들이밀었지만, 땅굴로 기어들어 가고 요새의 울타리에 쇠사슬로 몸을 묶어서 저항하는 반대동맹 사람들에게 그 어떤 손도 쓸 수가 없었다. 그래도 공단은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는 듯이 우왕좌왕 요새 주변의 나무들을 베어 가져가거나 경호원들이 소년행동대에게 폭력을 휘두르거나 했고, 이른 아침에 출동한 불도저 앞에서 농성 하던 학생들을 기동대가 급습해 200명 넘는 부상자와 14명의 체포자를 내기도 했다. (5∼6쪽)

- “실컷 상대방을 두들겨패 놓고 이제 와서 뭔 놈의 대화여. 우리 농사꾼들이 그렇게 물렁하지는 않다 이거여.” “자자, 그래도 이삼 일은 애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잖여. 밭일도 어느 정도 돌보고 요새도 보강하자구.” (10쪽)




  나무가 있는 곳에서 사람이 살아갑니다. 나무가 없는 곳에서도 사람이 살아갈는지 모릅니다만, 사람은 으레 나무가 있는 곳에서 보금자리를 가꾸려 합니다. 섬에서든 뭍에서든, 이 나라에서든 저 나라에서든, 나무가 있을 때에 비로소 집이 섭니다. 그리고, 집이 한 채 선 뒤에 다른 집이 두 채 석 채 찬찬히 섭니다. 다른 집이 하나둘 새롭게 서면 어느새 마을이 섭니다. 서로 돕고 아끼면서 어깨동무를 하는 마을입니다. 한집 사람으로 지내는 마을입니다. 한마음이 되고 한몸이 되는 마을입니다. 기쁠 때에 함께 웃는 마을입니다. 슬플 때에 함께 우는 마을입니다. 서로 아끼면서 즐거운 마을입니다. 같이 도우면서 사랑스러운 마을입니다.


  이곳에 마을 하나가 서듯이 저곳에 마을 하나가 섭니다. 곳곳에 마을이 섭니다. 마을은 서로 가까운 자리에 서기도 하지만, 꽤 떨어진 자리에 서기도 합니다. 그러나 똑같은 마을은 없기 때문에, 마을마다 말이 다릅니다. 다만, 말이 아주 다르지는 않아요. 웬만큼 다릅니다. 이럭저럭 다르지요. 마을과 마을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지만, 스스로 제 마을에서 쓰는 말로 이야기를 해요.


  내 마을에서 쓰는 말이기에 더 낫거나 훌륭하지 않습니다. 이웃에서 지내는 마을더러 우리 마을에서 쓰는 말로 바꾸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웃에 있는 마을도 우리 마을더러 우리 마을 말을 버리고는 저희 마을 말을 쓰라 할 수 없습니다. 다 다른 마을은 저마다 다른 마을빛을 건사하면서 마을살이를 이룹니다. 다 다른 마을은 서로서로 아름답게 살림을 꾸립니다.



- “선생님! 그렇게 걱정이라면 같이 싸워 주세요!” “요새에 들어가서 함께 싸워요! 다칠 염려는 없어요. 우리가 지켜 줄 테니까!” 30분도 안 돼서 선생들은 도망치듯 돌아갔다. 주위에서 비웃음이 일었다. 선생들은 말로만 우리를 이해하고 동정했을 뿐, 결국 우리를 저버렸다. 아니, 우리가 선생들에 대한 기대를 버렸다. (12∼13쪽)

- “와타세 군. 그런 거 없어도 얼마든지 이길 수 있네. 젊은이들은 생각이 너무 과격해서 탈이란 말여.” “하지만 구와타 아저씨. 불도저로부터 어떻게 요새를 지킨단 말이에요?” “이 싸움은 무저항의 저항으로 간다. 그것이 동맹의 기본 방침이여. 놈들은 지금까지 요새 근처에도 못 왔어. 화염병 같은 걸 던져 봐라. 놈들한테 얼씨구나 공격의 구실을 주는 겨.” “구실이 있든 없든 곧 공격해 올 거란 건 불을 보듯 뻔해요. 그때 허둥대 봤자 이미 늦습니다.” “화염병이 날아다니게 되면 그건 진짜 전쟁이여. 우린 마지막까지 농민다운 싸움을 한다.” (16∼17쪽)




  집이 있고 마을이 있은 뒤에 고을이 있습니다. 비슷한 마을이 곳곳에 모여 고을을 이룹니다. 고을로 아우르는 마을은 저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서로 어깨를 겯을 만큼 살갑거나 가까운 삶입니다. 저마다 다른 삶터에 맞추어 저마다 다르게 삶을 가꿉니다.


  고을이 있으면, 고을을 지나 고장이 있습니다. 고장과 고장은 사뭇 다르다고 할 만합니다. 이를테면, 경상도와 강원도는 사뭇 다르고, 충청도와 전라도는 사뭇 다릅니다. 꽤 높다란 멧줄기가 고장과 고장을 가릅니다. 퍽 깊고 넓은 냇물이 고장과 고장을 갈라요.


  우리 마을과 우리 고을로도 넉넉하면서 즐겁기에 굳이 이웃 고장으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이웃에서도 괜히 우리 고장으로 넘어오지 않습니다. 서로서로 제자리를 지킵니다. 서로서로 제길을 걷습니다.


  바다가 너른 고장이라서 숲이 너른 고장보다 아름답지 않습니다. 멧골이 깊은 고장이라서 들이 넓은 고장보다 아름답지 않습니다. 어느 고장이든 저마다 아름답습니다. 겨울이 더 춥든 여름이 더 덥든, 고장마다 사랑스러운 삶이요 나날입니다. 굳이 여러 고장을 하나로 뭉뚱그려야 하지 않아요.



- “사실, 놈들은 그와 다를 바 없는 거대한 폭력을 앞세워 공항 건설을 추진해 왔다. 그것에 비하면 화염병 정도는 새발의 피지.” “음. 어떤 폭력적인 방법이라도 쓰고 싶을 만큼 열 받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하고 있는 나쁜 짓과 우리들의 폭력을 비교하면 우리 쪽이 훨씬 덜 하다고, 그렇게 생각함으로써 사람을 해치는 일을 정당화하는 것이 말이에요. 뭐랄까, 나 자신을 괴롭히는 일 같아서, 왠지 버거운 일 같아서.” (19∼20쪽)

- 기동대는 어른들의 머리를 방패로 계속해서 찍어 내리고, 아이들을 움켜쥐고 끄집어 내팽개쳤다. 제2요새는 지옥 그 자체였다. (40쪽)

- “잘 알겄다! 아주 잘 알겄어! 이거이 네놈들의 수법인 게여! 우릴 죽여도 상관없다는 것이여! 네놈들은! 오냐, 그렇다면 이쪽도 가만있지는 않을 것이여! 평생 기억해 주마! 오늘 일은!” (42쪽)




  스스로 즐겁게 살림을 가꾸는 사람은 ‘내 집’에서 모든 삶을 이룹니다. 맨 먼저 밥을 짓습니다. 남한테 기대지 않고 스스로 밥을 지어서 이룹니다. 다음으로 옷을 짓습니다. 남한테서 얻으려 하지 않고 스스로 옷을 지어서 이룹니다. 그리고 집을 짓습니다. 집을 지을 적에는 이웃 손길을 받을 수 있으나, 혼자서도 너끈히 집을 짓습니다. 다만, 혼자 집을 지을 때에는 퍽 오래 걸리지요. 그러나, 오래 걸린다는 생각을 할 일이 없어요. 스스로 날마다 새롭게 이루는 삶이니, 집을 천천히 지으면서 즐겁습니다. 조금씩 마무리를 짓는 집 모양을 살피면서 기쁩니다.


  스스로 즐겁게 살림을 가꾸는 사람이 ‘내 집’을 이루는 결대로 하나씩 모여 이루는 마을입니다. 그러니, 한 집만 있어도 이 한 집은 스스로 삶을 이룰 뿐 아니라, 스스로 삶을 이루는 집들이 모인 마을이니, 마을은 언제나 스스로 삶을 이루어요.


  모자랄 일이 없고 아쉬울 일이 없습니다. 집집마다 오순도순 지냅니다. 집집마다 사랑스러우면서 따사로운 노래가 흐릅니다. 노래가 흐르고 이야기가 태어나는 집이 모인 마을이니, 마을살이란 ‘온누리’라고 할 만합니다. 모든 것을 가장 넉넉하고 즐겁게 이룬 삶이니, 언제나 사랑을 길어올립니다.


  그러니까, ‘집’이라고 할 적에는, 스스로 모든 삶을 이루는 살림을 가꾼다는 뜻입니다. 나이가 찬 사람이 제금을 나서 지내는 터가 집이 아닙니다. 아파트 한 채나 다세대주택 한 자리가 집이 아닙니다. 모든 삶을 이룰 수 있는 데가 집입니다. 커다란 장비를 써서 수만이나 수십만 채 집을 똑같이 찍어내듯이 만들어야 집이 아닙니다. 집은 나라에서 지어서 줄 수 없습니다. 집은 장사꾼이 지어서 팔 수 없습니다. 나라가 짓거나 장사꾼이 파는 것은 언제나 ‘부동산’이나 ‘재산’입니다.



- “우리가 틀렸다고 말하는 거냐? 아무리 공단이라도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한 것이 잘못이었던 게냐. 놈들은 인간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라는 게냐.” (46쪽)

- “이놈들아! 사람이 올라가 있는 나무를 베면 어떻게 되는지 알면서 그러는 게여! 기동대! 네놈들이 그러고도 경찰이여! 어째서 저놈들을 살인죄로 체포하지 않는 거여!” (59쪽)

- 제1차 대집행에 성공한 적들은 앞으로 제2, 제3의 강제수용을 진행시킬 것이다. 거기에 우리 집이 있고 우리 밭이 있고 우리 마을이 있다. 부상자 1400명. 체포자 400명. 이 나라가 우리들의 땅을 빼앗아 간다는 건, 바로 이런 모습이었던 것이다. (74∼75쪽)

- “저주받을 게여, 반드시. 이 산리즈카를 지옥으로 만들었으니. 아무리, 콘크리트로 땅을 덮어 버린다 해도, 사람의 원한까지 묻어 버릴 수는 없는겨. 우리가 자자손손 이 한을 대물림할 테니께.” (76쪽)




 오제 아키라 님이 빚은 만화책 《우리 마을 이야기》(길찾기,2012) 일곱째 권을 읽었습니다. 첫째 권부터 일곱째 권까지 천천히 읽었습니다. 일본 산리즈카 시골마을 사람들이 일본 정부가 밀어붙이려 하던 나리타공항 때문에 얼마나 아프고 괴로웠으며 힘들었는가 하는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슬픔과 고단함이 듬뿍 묻어나는 만화책을 읽는 동안 내 삶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는 저 산리즈카 사람들처럼 공권력 때문에 두들겨맞지 않으니, 그럭저럭 지낼 만할까요? 그렇지만, 우리 식구가 지내는 전남 고흥은 군수와 군청 공무원이 포스코와 손을 맞잡고 화력발전소를 끌어들이려고 했습니다. 이태 앞서 이 싸움을 끝냈습니다만, 아직 불씨는 있어요. 게다가 고흥군 군수와 공무원은 다도해 국립공원 바닷가와 맞닿은 숲을 광주시 교육청에 강제수용을 해서 팔았어요. 그러고는 갑작스레 청소년수련원 공사를 밀어붙였지요. 아름드리 숲을 하루아침에 밀어 없앴습니다. 국립공원이던 곳을 조용히 풀더니 하루아침에 강제수용으로 팔았을 뿐 아니라, 숲도 바다도 몽땅 어지럽힙니다. 아름다운 바다라고 해서 해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전남 고흥 발포 바닷가를 찾아왔으나, 이제 아무도 발포 바닷가에 가지 않습니다. 청소년수련원 건물을 와장창 지으면서 숲과 바다를 모조리 어지럽히니, 사람들 발길이 뚝 끊어져요. 다른 고장 사람들뿐 아니라, 고흥사람인 나조차도 아이들하고 발포 바닷가에 안 갑니다. 무시무시한 짐차가 수없이 오가는 길이 안 좋기도 하고, 바닷물이 공사장 때문에 더러워져요. 이런 곳에 갈 까닭은 없습니다.


  일본 산리즈카에서 일본 정부가 ‘덜 민주스럽게’ 몰아붙였으면, 나리타공항은 짠하고 금세 태어났으리라 생각합니다. 한국 영종도와 용유도에서처럼 한국 정부가 ‘우악스레 강제수용을 해서 밀어붙’이면, 척하고 공항 하나 쉬 들어섭니다. 한국에서 어떤 사람이 얼마나 ‘인천공항 반대’를 외쳤을까요. 예쁜 갯벌을 없애고 예쁜 섬을 밀며 예쁜 소금밭을 망가뜨리면서 공항을 지었을 뿐 아니라, 용유와 영종에 깃든 시골집을 모조리 없애고 아파트로 바꿉니다. 한국이라는 나라에도 ‘민주’가 있을는지 모르나, 한국에서는 민주가 제대로 힘을 내지 않습니다. 아니, 한국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민주에 눈길을 둘 겨를이 없습니다. 모두들 제 코가 석 자입니다. 사람들은 제 코가 넉 자요 닷 자입니다.



- “농사꾼은 말이여, 마을이 있기 때문에 농사꾼인겨. 농사꾼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가 없는 겨. 마을사람들이 죄다 조건파가 된 그때 이미 이와야마는 할배가 살아갈 수 없는 땅이 된 겨. 할배는 말이다, 마을이 짓밟힌 거에 대한 분노로 지금까지 버틴 게여. 공단에 땅을 팔건 안 팔건 상관없는 겨. 이미 처음부터 빼앗긴 거였어. 하나부터 열까지 말이여.” (115쪽)

- 11명의 학생들이 올라탄 요새의 철탑이 크레인에 끌려 넘어졌다. 거기에 비축해 두었던 화염병에 불이 붙어 몇 사람이 불길에 휩싸였다. 기동대가 환성을 질렀다. 전장이 광기에 휩싸이고, 전쟁은 끝이 났다. (158쪽)

- 기동대는 우리에게 있어서 마을을 위협하는 냉철한 폭력장치일 뿐이었다. 그들과 부딪히면 반드시 몇 사람인가는 그들이 휘두르는 폭력에 상처입었다. 때문에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우리와 같은 가족이 있다거나 다정하게 아이들과 함께 놀며 즐거운 휴일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상상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들도 마찬가지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안은 채 산리즈카에 왔었다는 사실이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163쪽)




  경상도 밀양에서 송전탑 때문에 벌어지는 일을 보면, 한국에는 민주도 평화도 평등도 없는 모습을 잘 읽을 만합니다. 그런데, 밀양 송전탑에 앞서, ‘핵발전소’가 먼저입니다. 핵발전소를 처음 지을 적에 한국 정부는 어떻게 했을까요. 핵발전소를 처음 지을 적에 신문·방송은 무엇을 했을까요. 핵발전소를 처음 지을 적에 글쟁이와 교사와 교수 같은 이들은 무슨 말을 했을까요. 핵발전소를 처음 지을 적에 학교는 무엇을 했을까요.


  모든 언론과 학교는 중앙정부 권력을 등에 업고 ‘핵발전소는 깨끗하고 안전하며 돈이 적게 드는 전기’라고 떠벌였습니다. 가장 비싸며 가장 무시무시하고 가장 끔찍한 전기인 줄 가르친 학교는 없었다고 느낍니다. 핵발전소가 어떤 곳인지 낱낱이 밝히거나 알린 신문이나 방송은 없었다고 느낍니다.


  커다란 발전소를 짓고 송전탑을 박을 돈이라면, 집집마다 ‘자가 발전’을 하는 시설을 갖추고도 돈이 아주 많이 남습니다. 집집마다 전기를 스스로 만들어서 쓰도록 시설을 갖추는 데에 들이는 돈은 아주 적습니다. 게다가 쓰레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흙도 바람도 물도 더럽히지 않습니다. 공장이나 아파트나 큰 건물에서도 전기를 스스로 만들어서 쓰도록 하면 됩니다. 못할 일이란 없습니다. 집집마다 만들어서 쓰는 전기가 남으면 이를 모아서 큰 건물이나 공장이나 아파트에 보낼 수 있어요. 이런 장치는 어렵지 않습니다.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중앙정부는 이런 일을 안 했고 아직도 안 하며 앞으로도 안 할 듯합니다. 왜냐하면 오늘날 전기는 권력이기 때문입니다. 집집마다 스스로 전기를 만들어서 쓰면 ‘권력 통제’가 안 되어요. 커다란 발전소를 세워서 중앙정부가 ‘통제’를 해야 사람들을 마구 휘어잡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말을 안 듣는다고 하면 전기만 뚝 끊어도 돼요. 도시에서는 전기와 가스와 물을 뚝 끊으면 아마 도시사람 모두 며칠 만에 모조리 죽을 수 있어요.



- 할머니네 집은 흔적도 없이 무너지고 없었다. 비겁한 눈속임으로 치러진 대집행은 2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피붙이도 없고 아무런 힘도 없는 고독한 할머니의 자그마한 논과 집을 국가가 무력으로 뿌리째 뽑아 앗아갔다. 아니, 빼앗긴 것은 그냥 논과 집이 아니다. 그곳은 할머니에게 있어서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는 유일한 장소였다. 그 작은 생명을 지켜 주는 단 하나의 보금자리였던 것이다. 피곤할 때는 해님에게 인사하고, 빨래해 널고 목욕하고, 술 두 잔 정도 하고 자면……. (176∼177쪽)

- ‘나는 이제 더 이상 싸울 기력을 잃어버렸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공항을 분쇄할 때까지 온힘을 다해 주세요. 공항 문제가 없었다면 나는 지금쯤 어쩌면 결혼을 해서 훌륭한 농사꾼이 되어 있었겠지요. 그러나 나는 심지가 약해서 이 싸움을 더 이상 견뎌낼 수가 없네요. 보다 인간답게 살아 보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어째서 비인간적인 취급을 당해야 하는지, 정말로 국가권력이라는 것은 무섭네요. 살려고 발버둥치는 농사꾼의 생명을 빼앗고 때리고 짓밟으니까요.’ (194∼195쪽)




  권력이 싫어하는 것은 딱 하나입니다. 바로 ‘자급자족’입니다. 사람들이 스스로 밥과 옷과 집을 지으면서 삶을 가꾸는 일을 권력이 아주 싫어합니다. 사람들이 밥과 옷과 집을 스스로 지을 줄 알면, 권력은 아무 힘을 못 써요. 정치권력뿐 아니라 경제권력도 힘을 못 씁니다.


  사람들이 밥이며 옷이며 집을 ‘회사에서 번 돈을 써서 가게에서 사다 쓰도’록 사회 얼거리를 짜야, 비로소 정치와 경제와 문화와 교육과 행정과 과학을 비롯한 모든 권력이 힘을 얻습니다.


  사람들이 스스로 모시와 삼에서 실을 얻어 옷을 지어 입는다면, 옷공장이나 옷회사는 모두 무너집니다. 사람들이 스스로 숲을 가꾸어 숲에서 나무를 몇 그루 얻은 뒤 집을 지으면, 건설회사와 자동차회사와 석유회사 모두 무너집니다. 사람들이 스스로 제 터를 집숲으로 가꾸어 밥을 손수 지어서 먹으면, 식품회사와 약품회사와 병원과 백화점뿐 아니라 모든 도시 얼거리가 무너집니다.


  권력은 도시를 지키려고 사람들한테서 ‘자급자족’이라는 열쇠를 빼앗습니다. 권력은 도시를 키워 사람들을 바보나 노예나 부속품으로 만들려고 학교를 세웠습니다. 학교에서는 모든 아이들이 ‘도시에 가서 회사원이나 공무원이 되거나 전문직이 되거나 운동선수나 예술가 따위가 되어 돈을 버는 길’을 찾도록 이끕니다. 학교에서는 어느 누구도 밥·옷·집을 스스로 짓는 길을 안 가르칩니다. 교과서나 참고서나 문제집은 밥이나 옷이나 집에 아이들이 눈길을 못 두도록 가로막습니다.


  더 헤아려 본다면, 인문책도 사람들한테 길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어떤 인문책도 사람들한테 밥을 스스로 짓고 옷을 스스로 지으며 집을 스스로 지으라고 알려주지 않습니다. 어떤 인문학자와 철학자와 교육자도 사람들한테 밥·옷·집을 스스로 가꾸어 누리면서 살아가라고 말하지 않을 뿐더러, 말할 만한 슬기나 깜냥이 없습니다.


  이 땅에서 태어나는 인문책뿐 아니라 이웃나라에서 나오는 인문책도, 그저 지식조각입니다. 사람들이 머릿속에 새로운 지식조각을 채우도록 이끌 뿐입니다. 사람들이 머릿속에 지식조각만 가득 채워서 스스로 밥도 모르고 옷도 모르며 집도 모르게 내몹니다. 사람들이 그저 돈을 벌어 돈으로 밥과 옷과 집을 사서 쓰도록 이끌듯이, 모든 인문책은 사람들이 ‘자꾸 새로운 인문책을 사서 새로운 지식조각을 머릿속에 쑤셔넣도’록 살살 꼬드깁니다.



- “거기서는 화학비료도 농약도 쓰지 않고 훌륭한 수확을 거두고 있더라.” “그런 게 가능해요?” “가능하니까 신기한 게지. 아니, 신기할 것도 아니여. 나도 요 몇 년 논과 밭의 지력이 떨어진 원인이 뭔지 생각하고 있었다. 흙이 점점 모래처럼 되고 작물도 생생함을 잃고 있어. 농약을 써도 안 써도 해충이 줄어들 기미가 안 보여. 이러다가 논밭이 못 쓰게 되고 먹고살 수 없게 되면 투쟁이고 뭐고 다 소용 없는 겨 …… 그게 말여, 미생물농법이라던가, 유기농법이라던가, 퇴비 만들기부터 시작하는 손이 많이 가는 농사여. 보람이 있을 겨. 잘 봐둬라, 뎃페이. 내가 모두에게 이 농법을 전파시킬랑께. 산리즈카에서 공항 이상으로 가치 있는 농업을 만드는 거여.” (214∼215쪽)

- 그 후에도 투쟁은 끊임없이 계속되었고, 형들이 긴 재판 끝에 혐의를 벗은 것은 그로부터 15년이라는 시간이 흘러서였다. 그리고 정부가 무력으로 반대파를 탄압하는 것을 그만두고 그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한 것은 21년 후인 1993년이었다. (226쪽)




  우리 마을을 지키는 힘이란, 우리 집을 지키는 힘입니다. 우리 집을 지키는 힘이란 우리 삶을 스스로 지키는 힘입니다. 밥 한 술을 뜰 적에 남이 내 몫을 먹어 주지 못합니다. 내 몫을 남이 먹어서 배가 부르다 하면 그이가 배가 부르지 내가 배부르지 않아요. 옷 한 벌을 입을 적에 남이 내 몫을 입어 주지 못합니다. 내가 내 몸에 옷을 걸쳐야 따뜻합니다. 남이 내 옷을 그이 몸에 걸치면 그이가 따뜻하지, 내가 따뜻하지 않습니다.


  마을을 지키려면, 먼저 내가 스스로 내 집을 가꾸는 슬기를 찾아야 합니다. 내가 오롯한 삶을 가꾸는 집을 지켜야 합니다. 내가 이곳에서 튼튼하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보금자리 하나’로 있을 때에, 내 이웃은 이웃 나름대로 저곳에서 튼튼하고 씩씩하게 살아요. 내가 있고 네가 있어서, 서로 이웃이 되어서, 천천히 마을로 거듭납니다.


  마을이란 사랑입니다. 집집마다 다 다르면서 모두 새로운 사랑이 있을 적에, 이러한 사랑이 하나로 모여 마을이 됩니다. 마을이란 노래입니다. 집집마다 다 다르면서 언제나 새로운 노래가 흐를 적에, 이러한 노래가 하나로 모여 마을이 됩니다.


  만화책 《우리 마을 이야기》는 산리즈카라고 하는 아주 조그마한 시골마을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중앙정부 권력에 맞서면서 스스로 ‘집을 지키’고 ‘삶을 가꾸’며 ‘사랑을 노래했는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나리타공항 반대 투쟁기’가 아닙니다. ‘시골에서 삶을 찾고 깨달아 스스로 사랑이 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만화책 《우리 마을 이야기》입니다. 이 만화책을 읽는 분들이 마음을 따사롭게 덥히는 슬기를 얻을 수 있다면, 《아나스타시아》(블라지미르 메그레 씀) 여덟 권과 《람타 화이트북》(제이지 나이트 씀)을 나란히 읽으면서, 스스로 집숲을 가꾸는 길과 함께 마음길을 닦는 배움터로 찾아갈 수 있기를 빕니다. 스스로 집을 이루어야 스스로 삶을 엽니다. 4347.8.23.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h*******e 2014.08.2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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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사람 책읽기 003] 이 땅은 ‘대통령 것’ 아니다
"[시골사람 책읽기 003] 이 땅은 ‘대통령 것’ 아니다" 내용보기
이 만화책 느낌글은 한 권씩 따로 쓰지만, 시골 누리신문 <고흥뉴스>에 책소개를 하려고 4~6권에서 한 대목씩 뽑아서 새롭게 소개하는 글을 씁니다.   ..   이 땅은 ‘대통령 것’도 ‘군수 것’도 아니다[시골사람 책읽기 003] 오제 아키라, 《우리 마을 이야기 (1∼7)》(길찾기,2012)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은 ‘대통령 것’이 아닙니다. 우리 식구 살아가는 이곳 고흥 땅
"[시골사람 책읽기 003] 이 땅은 ‘대통령 것’ 아니다" 내용보기

이 만화책 느낌글은 한 권씩 따로 쓰지만, 시골 누리신문 <고흥뉴스>에 책소개를 하려고 4~6권에서 한 대목씩 뽑아서 새롭게 소개하는 글을 씁니다.

 

..

 

이 땅은 ‘대통령 것’도 ‘군수 것’도 아니다
[시골사람 책읽기 003] 오제 아키라, 《우리 마을 이야기 (1∼7)》(길찾기,2012)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은 ‘대통령 것’이 아닙니다. 우리 식구 살아가는 이곳 고흥 땅은 ‘군수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국회의원 것’도 아니요, ‘재벌 우두머리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은 ‘우리 것’도 아닙니다. 땅은 ‘아무개 것’이 될 수 없습니다.


  다만, 이 땅은 ‘이 땅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이 살아가는 보금자리’입니다.


  숲속에서 새들이 살아갑니다. 크고작은 짐승이 살아갑니다. 범이나 늑대나 여우나 이리는 모두 씨가 말랐다고 하며, 곰도 살아갈 만한 터가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숲속에 토끼가 살든 노루가 살든 고라니나 삵이 살든, 숲은 토끼 것도 노루 것도 고라니 것도 아니에요. 어느 누구 것도 아닌 숲이요, ‘숲을 사랑하고 아끼는 짐승으로서는 이녁이 살아가는 보금자리’일 뿐입니다.


  숲에서는 나무가 살아갑니다. 꽃도 풀도 살아갑니다. 돌멩이도 살고 벌레도 삽니다. 숲에서 흐르는 냇물에는 물고기도 살아갑니다. 저마다 제 보금자리를 예쁘게 누리며 삽니다. 또한, 사람도 숲에 나란히 깃들며 사람답게 보금자리를 곱게 일구어요.


  사람만 살겠다며 숲을 밀면, 사람을 뺀 다른 짐승은 그예 죽어야 합니다. 사람이 돈을 꾀하며 숲을 밀어 공장을 세우거나 고속도로를 놓거나 발전소를 짓는다면, 사람을 뺀 풀과 꽃과 나무는 몽땅 죽어야 합니다.


  사람만 남고 다른 짐승이 사라진다면, 사람만 있고 다른 푸나무가 없어진다면, 이러한 데는 사람 스스로 얼마나 살아갈 만할까 궁금합니다. 짐승은 소우리나 돼지우리나 닭우리에서 고기짐승으로만 키우면 될까 궁금합니다. 푸나무는 농장이나 과수원이나 비닐집에서 ‘먹는 풀과 열매’로만 심으면 될까 궁금합니다.


.. 불도저로 파헤쳐진 논밭과 삼림은 이미 공단이 매수한 땅이었지만, 그것은 우리들의 집과 논밭, 그리고 우리 마을과 이어져 있었다. 거칠게 파헤쳐진 붉은 땅을 보면, 우리의 땅이 투영되어 보였다. 우리들이 엄연히 여기 살고 있는데도, 이 나라에서 산리즈카는 이미 ‘공항 용지’일 뿐이었다 ..  (4권 162쪽)


  학교라는 곳에서는 수많은 아이들을 골고루 아끼고 사랑하며 가르쳐야 합니다. 어느 한 아이를 남달리 아낀다든지, 어느 한 아이한테는 등을 돌려서는 안 됩니다. 시험성적 잘 내는 아이들을 모아 특별반을 마련하는 일이란, 시험성적 잘 내는 아이들한테조차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학교는 시험공부를 하는 데가 아니거든요. 삶을 배우고 삶을 가르치며 삶을 누리도록 이끌거나 돕는 데가 학교예요.


  그러나,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학교는 스스로 학교 구실을 잃어요. 초등학교는 중·고등학교만 바라보고, 중·고등학교는 대학교만 바라봐요. 아이들이 초·중·고등학교 열두 해를 다니며 그저 대학바라기만 해요. 삶바라기를 하지 못해요. 사랑바라기나 꿈바라기하고는 아예 동떨어져요. 교사부터 스스로 삶과 사랑과 꿈을 키우지 못하기에, 아이들한테 삶과 사랑과 꿈을 보여주거나 들려주거나 알려주지 못해요.


  학교는 누구 것일까요. 학교는 ‘교장 것’일까요. 학교는 ‘이사장 것’일까요. 학교는 ‘교육감 것’일까요. 학교는 ‘학생 것’도 ‘교사 것’도 ‘학부모 것’도 아닙니다. 학교는 ‘삶을 배우고 나누며 즐기는 사람 스스로 보살피는 곳’입니다. 이 아이는 이 아이대로 삶을 누리도록 돕고, 저 아이는 저 아이대로 삶을 빛내도록 거들어야 비로소 학교라 할 수 있어요.


.. “그래요. 아무리 많은 사람이 편리해진다고 해도, 그것을 위해 단 한 사람이라도 불행해진다면, 공항 같은 건 만들면 안 돼요. 누군가가 희생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 그건 공항을 만드는 인간들이 지어낸 말이에요 ..  (5권 212∼213쪽)


  일본사람 오제 아키라 님이 그린 만화책 《우리 마을 이야기》(길찾기,2012)는 모두 일곱 권입니다. 1960∼70년대 일본에서 ‘나리타 공항’을 만들려 하면서 ‘산리즈카 시골 작은 마을’을 어떻게 망가뜨려서 없애려 했고, 산리즈카 시골 작은 마을 사람들이 ‘일본 정부 공권력 몽둥이와 언론조작’에 맞서 어떠한 슬기를 빛내고 싸우면서 이녁 보금자리를 지키면서 돌보려 했는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산리즈카 사람들 싸움이 어떻게 되었는가 하고 간추려 말한다면, ‘나리타 공항’이라는 이름처럼 공항은 들어섰습니다. 모진 몽둥이질과 꼬드김과 괴롭힘에 못 이겨 고향마을을 떠난 사람들이 많아, 이들이 떠난 자리에 공항 활주로가 몇 군데 섰어요. 그렇지만, 숱한 몽둥이질과 꼬드김과 괴롭힘에도 씩씩하게 맞서면서 시골살이를 아름답게 즐기는 사람들은 오늘도 산리즈카에 튼튼하게 남아서 살아갑니다. ‘나리타 공항’은 공항으로서 들어서기는 했지만, 처음 설계대로 공사를 마치지 못해요. 반쪽짜리 공항이에요.


.. “텔레비전 따위 안 봐도 돼. 신문 따위 읽지 않아도 돼. 너희들, 한 번만이라도 우리 마을이랑 공사현장에 와 봐. 공항 만드는 곳에 민주주의나 주권재민 같은 건 요만큼도 없어. 있는 건 기동대의 폭력뿐이다! 우리는 가족이 총출동해서 3일 동안 싸웠어. 공단은 측량을 전혀 못 하고 돌아갔어. 하지만, 아무리 날림으로 한 측량이라도, 이게 끝나면 다음에 오는 건 강제수용이야! 땅을 빼앗는 거란 말이다! 강제수용이란 건!” ..  (6권 114∼115쪽)


  곰곰이 살피면, 민주주의 나라에서 정부 공권력이 ‘폭력 주먹질’이 되어 날아듭니다. 공항을 지으려 하든 발전소를 지으려 하든 고속도로를 지으려 하든 골프장을 지으려 하든 관광단지를 지으려 하든 우주기지를 지으려 하든, 무엇을 지으려 하든, 공무원과 건설업자와 재벌기업은 ‘책상머리에서 펜대를 굴리며 서류를 꾸밉’니다. 지도를 책상에 쫙 펼치고는 금을 그으면 ‘정책이 만들어집’니다.


  고흥은 ‘고흥 군수 것’일까요. 한국은 ‘대통령 것’일까요. 아니, 고흥은 ‘고흥 공무원 것’일까요. 한국은 ‘정부 공공기관 공무원 것’일까요. 시골마을 고흥에서 나고 자란 분들은 왜 당신 아이를 학교에 넣어 ‘공무원이나 회사원 되는’ 교육을 시킬까요.


  대통령 한 사람이 꾀해서 밀어붙이는 4대강사업이 아닙니다. 대통령부터 여러 장관과 공무원이 똘똘 뭉치고 건설업자와 재벌기업이 손을 맞잡으며 함께하는 4대강사업입니다. 4대강사업을 꾀하며 밀어붙이는 일꾼 가운데에는 ‘고흥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있어요. 서울에서 나고 자란 사람, 밀양에서 나고 자란 사람, 원주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있을 테지요. 다들 돈을 벌 생각으로 이 나라 이 땅을 저희 것이라도 되는 양 망가뜨리며 무너뜨립니다.


  논밭에는 왜 농약을 쳐야 할까요. 바다에는 왜 염산을 뿌려야 할까요. 이 땅은 누구 것일까요. 이 바다는 누구 것일까요. 농약은 땅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가 됩니다. 염산은 물고기가 마시며 다시 우리 밥상에 오릅니다. 항공방제를 하며 뿌리는 농약이 댐에 가둔 물에 스며들어 수도물에 섞입니다.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매연이나 자동차가 내뿜는 배기가스는 빗물과 섞여 숲과 논밭으로 떨어집니다. 이 땅은 누구 것일까요. 이 땅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어떤 마음으로 무슨 일을 하는가요. 대통령과 군수가 ‘바보짓’을 한다지만, 우리들은 우리 보금자리에 어떤 ‘사랑짓’이나 ‘꿈짓’을 하면서 삶을 빛내는지 돌아보아야지 싶습니다. (4345.11.1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2 - 시골사람 책읽기)

 

h*******e 2012.11.16.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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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게 삶으로 028 이웃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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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게 삶으로 028 이웃한테     《우리 마을 이야기 1》 오제 아키라 지음 이기진 옮김 길찾기 2012.03.20.     ‘코로나19’라는 돌림앓이에 걸리고 낫던 하루가 한참 오래된 이야기 같다. 처음 《우리 마을 이야기 1》를 읽던 즈음에는 드디어 돌림앓이가 나았다고 여겨서 풀려났다. 막내아들하고 끙끙거리듯 서로 갇혀서 힘겹게 혼자 지내야 했는데, 그때 이 만화책을 읽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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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게 삶으로 028 이웃한테

 

 

《우리 마을 이야기 1》

오제 아키라 지음

이기진 옮김

길찾기

2012.03.20.

 

 

‘코로나19’라는 돌림앓이에 걸리고 낫던 하루가 한참 오래된 이야기 같다. 처음 《우리 마을 이야기 1》를 읽던 즈음에는 드디어 돌림앓이가 나았다고 여겨서 풀려났다. 막내아들하고 끙끙거리듯 서로 갇혀서 힘겹게 혼자 지내야 했는데, 그때 이 만화책을 읽으면서 깜짝 놀라기도 했고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우리 마을 이야기》는 일본에서 ‘나리타 공항’을 닦으려 하면서, 일본 정부가 ‘나리타 시골마을’을 어떻게 갈라놓으면서 사람들끼리 다투도록 불씨를 심다가 땅을 빼앗았는가 하는 줄거리를 들려준다. 우리는 쌀밥을 먹고, 무와 배추를 먹고, 수박과 참외를 먹는다. 모든 먹을거리는 땅한테서 얻는다. ‘땅’이라고 했지만, 그냥 땅이 아닌 ‘논밭’이다. 논밭이 있기에 우리가 서울에서 살든 시골에서 살든 밥을 먹고 몸을 살찌운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일본에 공항을 늘려야 한다면서 ‘경제발전’과 ‘관광수입’을 내세워 갑작스레 시골마을을 큼지막하게 통째로 밀어서 없애려 했단다. ‘나리타 공항’을 일본 정부가 마구잡이로 지으려 할 적에 시골사람이 어떻게 맞서고 부딪혔는지, 그때 시골 아이들하고 어른들이 무엇을 했는지 낱낱이 들려주는 《우리 마을 이야기》를 두근두근하면서 읽었다.

 

내가 나고자란 시골인 경북 의성에도 공항이 들어선다며 시끄럽다. 왜 의성 같은 깊은 멧골에까지 공항을 세워야 할까? 우리는 비행기를 그렇게 많이 타야 할까? 이미 있는 공항도 많은데, 왜 자꾸 공항을 세운다고 할까?

 

일본 나리타 산리즈카 시골마을에 공항을 밀어붙이려고 하던 즈음은, 우리 집은 오빠가 태어난 해이다. 내가 태어나기 두 해 앞서이다. 산리즈카 시골마을 사람들은 맨손으로 돌을 고르고 거름을 내어 드디어 기름진 논밭을 얻었고, 논밭에서 거두는 푸성귀와 쌀과 남새로 오순도순 살아왔다고 한다. 아주 넉넉하지는 않으나, 아이들이 자라면 큰고장 대학교에 보낼 돈을 이럭저럭 마련할 수 있을 만한 논밭살림이었단다.

 

아직 의성 시골마을을 통째로 갈아엎지는 않았지만, 이 만화책을 보면서 우리 옛마을이 이렇게 통째로 사라지겠구나 하고 느끼니 가슴이 시리다. 늙은 할머니인 우리 엄마는, 우리 엄마처럼 늙은 할머니인 이웃은, 이제 흙으로 돌아간 우리 아버지이지만 우리 아버지 같은 늙은 할아버지인 이웃은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 만화책에서도 말하는데, 나리타 산리즈카 시골마을 사람들은 공항에 가서 비행기를 탈 일이 없다. 내가 나고자란 의성 멧골마을 이웃들도 공항에 가서 비행기를 탈 일이 없지 않을까? 나는 이제 대구로 나와서 살아가고, 어쩌면 앞으로 공항에 가서 나라밖으로 나들이를 다닐는지 모르나, 난 아직 비행기를 타고 일본이나 다른 곳으로 나들이를 가 본 적은 없다.

 

‘공항은 공항으로 세울 곳에 땅을 내주어야 하는 사람들은 쓸 수 없는 시설이라면, 공항을 왜 시골에 지어야 할까?’

 

들과 밭에서만 살던 우리 아버지가 몸을 내려놓자, 우리 엄마는 논밭을 일구는 일을 줄였다. 흙을 일구기에는 이제 엄마 나이에 벅차다. 나리타 공항을 반대하는 마을과 달리, 내가 태어난 의성에서는 마을마다 서로 공항을 끌어들이려고 한다. 좀더 욕심을 부린다고 할까.

 

《우리 마을 이야기 1》를 읽다가, “땅은 말이여 원래 누구 것도 아니란다. 이 땅은 우리 것도 공항 것도 아니여. 옛날부터 그저 여기 있었을 뿐, 하지만 누구 것도 아닌 땅을 일구고 갈고 씨앗 뿌려서 비옥한 흙으로 만든 사람은 바로 나여. 그냥 땅바닥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니지만 이 흙은 우리가 만들어 내고 매일 이 흙과 이야기를 나누며 살아온 게, 만져 봐라, 흙은 참말로 부드럽고 따뜻하다. 이건 그냥 땅바닥이 아니여.” 같은 시골 할아버지 이야기를 곱씹어 본다. 흙을 사랑하지 않고는 마흔 해를 싸울 수가 없겠지. 온몸으로 흙하고 하나가 되어 살아왔기에, 공항이 아닌 시골과 숲과 흙을 말할 수 있겠지.

 

의성을 다시 생각해 본다. 흙으로 돌아간 우리 아버지뿐 아니라, 이제 의성 멧골이나 시골에는 순 할머니 할아버지이고, 다들 곧 흙으로 돌아간다고 여길 수 있다. 그런 시골에 공항이 들어선다고 하면, 땅값이며 집값이 올라갈 꿈을 꾸는 젊은이가 있을 만하다. 마을마다 서로 공항을 받아들이겠다고 다툴 만큼, 하루아침에 목돈을 거머쥐면서 마을을 살릴 수 있겠다는 꿈을, 아니 욕심을, 헛바람을 품을 수 있으리라.

 

땅이 팔리면 나무는 어떻게 될까? 주머니에 돈을 두둑히 채워 주고 자취를 감출까? 아직 흙을 일구는 어른들 마음은 어떨까?

 

파리가 날린다는 새 공항이 나라 곳곳에 많다는데, 의성에 짓는다는 공항은 어떨까? 우리는 비행기를 띄우고 내려야 돈을 잘 벌까? 쌀을 거두고, 마늘을 거두고, 수박과 참외를 거두고, 감과 능금을 거두어서는 돈을 못 벌까? 눈물이 난다.

 

 

2023.09.09.숲하루

 

 

#숲하루, #이웃한테, #우리마을이야기1, #오제아키라, #이기진, #길찾기, #작게삶으로

j******8 2023.10.1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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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456 우리 마을 이야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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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2023.2.8. 만화책시렁 456   《우리 마을 이야기 3》  오제 아키라  이기진 옮김  길찾기  2012.3.31.       삽질하는 무리가 떼돈을 벌면서 떵떵거리는 나라는 죽음길로 치닫습니다. 우리나라가 꼭 이 꼴입니다. 옆나라 일본도 먼나라 미국과 유럽도 삽질로 떼돈벌이를 일삼았고, 이동안 들숲바다를 마구 망가뜨렸습니다. 집을 짓자면 삽질을 할 때가 있을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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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2023.2.8.

만화책시렁 456

 

《우리 마을 이야기 3》

 오제 아키라

 이기진 옮김

 길찾기

 2012.3.31.

 

 

  삽질하는 무리가 떼돈을 벌면서 떵떵거리는 나라는 죽음길로 치닫습니다. 우리나라가 꼭 이 꼴입니다. 옆나라 일본도 먼나라 미국과 유럽도 삽질로 떼돈벌이를 일삼았고, 이동안 들숲바다를 마구 망가뜨렸습니다. 집을 짓자면 삽질을 할 때가 있을 테지요. 그러나 쇳덩이(자동차)를 더 빨리 달리려고 삽질을 한다면, 구경터·놀이터(관광단지·리조트)를 자꾸 늘리려고 삽질을 한다면, 이때에는 사람들 스스로 죽음터를 쌓는 셈입니다. 《우리 마을 이야기》는 모두 일곱 자락에 걸쳐 ‘죽음삽질’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일본 ‘나리타 산리즈카’ 마을 이야기인데, 우리나라는 ‘인천 영종·용유섬’에 이 죽음삽질을 해댔어요. 곰곰이 보면 경기 김포도 죽음삽질로 망그라진 마을입니다. 하늘나루(공항)가 나쁠 까닭은 없으나, ‘하늘나루를 어떻게 짓느냐’를 돌아볼 노릇입니다. 왜 들숲바다를 파헤치면서 하늘나루·부릉길·놀이터를 때려지어야 할까요? 왜 논밭을 까뒤집고서 잿더미를 들이부어야 할까요? 풀꽃나무가 자라고 새가 노래하고 풀벌레·벌나비가 꽃가루받이를 하던 들숲에 무언가 지으려 한다면, 아주 천천히 보금자리부터 다 옮기도록 하고서 조용히 할 일입니다만, 꽃삽질은 없이 막삽질만 판치는 눈먼 나라입니다.

 

ㅅㄴㄹ

 

“지난 2년 동안 당신들은 이해를 구하기만 하고, 땅을 빼앗기고 쫓겨날 판국에 있는 농민을 이해하려고 한 적은 한 번도 없어!” (66쪽)

 

‘마지막까지 결국 이야기해 주지 않았다. 선생님은 우리를 불쌍히 여길 뿐이었다. 문제의 본질에서 애써 눈을 돌린 채 그저 동정을 보낼 뿐이었다 … 우리가 정말로 가르쳐 줬으면 했던 것, 정말로 배우고 싶었던 것, 우리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회문제를 다뤄주는 것을, 끈질기게 피하기만 했던 그 학교에 나는 그날, 작별을 고했다.’ (75, 78쪽)

 

“동생을 대학에 보내지도 못한다면, 꿈이나 생활을 희생해야만 한다면, 이 싸움에 의미는 없다! 차라리 땅을 팔아버리는 게 나아.” (165쪽)

 

“오오, 해가 떨어진다. 참 좋다. 이 시간이 경치가 젤로 좋당께. 피곤할 때는 해님한테 인사하고, 빨래 마치고 뜨거운 목욕통에 들어가서, 술을 홀짝 두 잔 정도 마시고 곯아떨어지면, 천국이 따로 없당께.” (185쪽)

 

“우리가 논밭을 망가뜨리면 어쩌자는 거예요. 우리의 적은 조건파가 아니에요. 우리 농사꾼을 조건파와 반대파로 분열시킨 놈들이야말로 우리의 적이라구요” (207쪽)

 

 

#ぼくの村の話 #尾?あきら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h*******e 2023.02.1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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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권] 27. 오제 아키라 《우리 마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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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금자리 곁에 둘 한 가지[내 사랑 1000권] 27. 오제 아키라 《우리 마을 이야기》  공항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발전소가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군청이나 시청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대학교가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기차역이며 고속도로가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 모두를 알맞게 쓰거나 나누려는 뜻이라면 무엇이든 있을 만하지 싶습니다. 그렇다면 어느 곳에 어떻게 두어야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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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금자리 곁에 둘 한 가지

[내 사랑 1000권] 27. 오제 아키라 《우리 마을 이야기》



  공항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발전소가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군청이나 시청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대학교가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기차역이며 고속도로가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 모두를 알맞게 쓰거나 나누려는 뜻이라면 무엇이든 있을 만하지 싶습니다. 그렇다면 어느 곳에 어떻게 두어야 좋을까를 깊이 살펴야지 싶어요. 밀어붙여서 때려짓는 길이 아닌, 두고두고 살펴서 앞으로 오백 해이건 천 해이건 ‘무슨무슨 마을’이 될 수 있는 길로 가야지 싶습니다.


  멧골을 끼며 멧마을입니다. 냇물을 끼며 냇마을입니다. 깊이 우거진 숲에 있어 숲마을이고, 바닷가에 바닷마을입니다. 공항마을이든 발전소마을이든 군청마을이나 시청마을도 생길 만합니다. 다만, 어떤 시설이나 공장 때문에 사람들이 밀려나서는 안 될 노릇입니다. 어우러질 수 있도록, 누릴 수 있도록, 새롭게 지을 수 있도록 기틀을 닦을 노릇입니다.


  모든 것은 땅으로 돌아가고 하늘로 날아갑니다. 묵직한 것은 땅에 깃들어 땅을 물들입니다. 어느 것은 땅에 깃들며 새로운 흙이 될 테고, 어느 것은 땅심을 빼앗거나 더럽힙니다. 어느 것은 온 하늘에 싱그러운 꽃내음으로 퍼질 테고, 어느 것은 매캐한 바람이 되어 우리 목을 죕니다.


  만화책 《우리 마을 이야기》는 일본 나리타 공항이 들어설 적에 시골마을을 어떻게 괴롭히고 망가뜨리려 했는가를 낱낱이 보여줍니다. 이때에 시골마을 사람들이 보여준 모습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공무원하고 교사하고 대학생은 어떤 모습이었는가를 꾸밈없이 보여줍니다.


  한 마을에 온갖 사람이 살았어요. 착한 사람, 상냥한 사람, 따뜻한 사람, 고운 사람이 있고, 궂은 사람, 차가운 사람, 메마른 사람, 눈먼 사람이 있어요. 우리 스스로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서 마을빛이 바뀝니다. 우리 보금자리에 무엇을 두고, 보금자리 곁에 무엇이 있어야 하는가를 얼마나 헤아리느냐에 따라 마을살림이 바뀝니다. 2018.3.26.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넋)



h*******e 2018.03.2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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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살림'입니까, '막삽질'입니까?
"'마을살림'입니까, '막삽질'입니까?" 내용보기
이 만화책을 놓고 일곱 차례에 걸쳐서 느낌글을 쓴 적이 있어요.오늘 이 일곱 권 <우리 마을 이야기>를 놓고 곰곰이 되새기면서일곱 권에 나오는 '가슴에 새길 대목'을 새로 뽑아서새 느낌글 하나로 간추려 봅니다.대통령 후보뿐 아니라, 여느 공무원과 우리 스스로이 만화책을 제대로 눈여겨보면서마을살림을 되새길 수 있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 +'마을살림'입니까, '막삽질'입니까
"'마을살림'입니까, '막삽질'입니까?" 내용보기

이 만화책을 놓고 일곱 차례에 걸쳐서 느낌글을 쓴 적이 있어요.

오늘 이 일곱 권 <우리 마을 이야기>를 놓고 곰곰이 되새기면서

일곱 권에 나오는 '가슴에 새길 대목'을 새로 뽑아서

새 느낌글 하나로 간추려 봅니다.


대통령 후보뿐 아니라, 여느 공무원과 우리 스스로

이 만화책을 제대로 눈여겨보면서

마을살림을 되새길 수 있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 + +




얼핏 잠이 들려고 하다가 찍찍 하고 제법 크게 우짖는 새소리를 듣고 번쩍 눈을 뜹니다. 아, 새로구나, 새가 한 마리 나무에 앉아서 놀다가 가는구나. 이 새는 무엇을 생각하면서 나무에 앉았을까요. 이 새는 어떤 먹이를 찾아 우리 집 둘레 나무에 앉았을까요.

나무 한 그루는 천천히 자랍니다. 새가 앉았다가 가는 나무 한 그루는 천천히 자랍니다. 새 한 마리가 앉을 만한 나무라 한다면, 새 한 마리가 어른으로 큰 뒤 새끼를 낳아 새로서는 기나긴 삶을 모두 누리고 흙으로 돌아갈 만한 나날을 살았지 싶어요. 새 한 마리는 나무 한 그루가 갓 싹이 돋고 줄기가 오를 즈음부터 지켜보았을 테고, 흙을 돌아갈 무렵 나무 한 그루가 우람히 자란 모습을 보고는 빙그레 웃음을 지을는지 모릅니다.

새는 나무를 바라보며, 이만큼 잘 컸구나 하고 생각하겠지요. 나무는 새를 바라보며, 네 새끼들이 내 가지에 앉아서 쉬겠구나 하고 생각하겠지요. 우람하게 선 나무에 처음으로 새가 찾아와서 내려앉을 때부터 새와 나무 사이에 이야기 하나 태어납니다.

▲ 겉그림.
ⓒ 길찾기

▲ 겉그림
ⓒ 길찾기



"아버지 말이야. 전에는 공항이 지역발전에 도움될 거라고, 도미사토 마을의 공항 반대 서명을 거절했잖아." "그, 그거야." "남의 땅이라면 찬성해도 우리 땅엔 안 된다, 라니. 좀 그렇잖아?" (1권 59쪽)

"헤헤헤, 찬성도 반대도 아니라고요? 바보같이!" "겐지." "태평스럽게 그런 말 하고 있을 때, 불도저가 와서 학교를 싹 쓸어버릴걸요! 어때요, 선생님. 그렇게 돼도 찬성도 반대도 아니라고 할 거예요? 이런 학교 부서져 버리라지!" (1권 154∼155쪽)

"뎃페이. 도모노 지사는 말이다, 여기를 공항으로 만들어도 좋겠습니까, 라고 우리에게 물어 보러 오는 게 아니여. 이미 결정된 것이니까 이해해라, 협력해라, 땅을 팔아라, 이거여." (1권160쪽)

"히로시. 땅은 말이여, 원래 그 누구의 것도 아니란다. 이 땅은 우리의 것도 공단 것도 아니여. 옛날부터 그저 여기에 있었을 뿐. 그것을 인간이 제멋대로 선을 긋고 제것이라고 우기기 시작한 거여. 우리도 마찬가지여. 하지만 말이다, 누구의 것도 아닌 땅을 일구고 갈고 씨앗을 뿌려서 비옥한 흙으로 만든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우리여." (1권 184쪽)

▲ 1권 속그림
ⓒ 길찾기



나무가 있는 곳에서 사람이 살아갑니다. 나무가 없는 곳에서도 사람이 살아갈는지 모릅니다만, 사람은 으레 나무가 있는 곳에서 보금자리를 가꾸려 합니다. 섬에서든 뭍에서든, 이 나라에서든 저 나라에서든, 나무가 있을 때에 비로소 집이 섭니다. 그리고, 집이 한 채 선 뒤에 다른 집이 두 채 석 채 찬찬히 섭니다. 다른 집이 하나둘 새롭게 서면 어느새 마을이 섭니다. 서로 돕고 아끼면서 어깨동무를 하는 마을입니다. 한집 사람으로 지내는 마을입니다. 한마음이 되고 한몸이 되는 마을입니다. 기쁠 때에 함께 웃는 마을입니다. 슬플 때에 함께 우는 마을입니다. 서로 아끼면서 즐거운 마을입니다. 같이 도우면서 사랑스러운 마을입니다.

이곳에 마을 하나가 서듯이 저곳에 마을 하나가 섭니다. 곳곳에 마을이 섭니다. 마을은 서로 가까운 자리에 서기도 하지만, 꽤 떨어진 자리에 서기도 합니다. 그러나 똑같은 마을은 없기 때문에, 마을마다 말이 다릅니다. 다만 말이 아주 다르지는 않아요. 웬만큼 다릅니다. 이럭저럭 다르지요. 마을과 마을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지만, 스스로 제 마을에서 쓰는 말로 이야기를 해요.

우리 마을에서 쓰는 말이기에 더 낫거나 훌륭하지 않습니다. 이웃에서 지내는 마을더러 우리 마을에서 쓰는 말로 바꾸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웃에 있는 마을도 우리 마을더러 우리 마을 말을 버리고는 저희 마을 말을 쓰라 할 수 없습니다. 다 다른 마을은 저마다 다른 마을빛을 건사하면서 마을살이를 이룹니다. 다 다른 마을은 서로서로 아름답게 살림을 꾸립니다.

"도깨비가 우리 편이면 든든한데!" "도깨비뿐만이 아냐. 숲 속에 사는 원령들과 나무와 물의 정령들, 부엉이, 하늘다람쥐, 뱀들도 모두 우리 편이다." (2권 72∼73쪽)

일본은 그 전쟁(베트남전쟁)에 가담하고 있어. 이 나라도 가해자란 거지. 그러니까, 이 나라에 태어나서 살고 있는 우리도, 베트남의 어린이들을 죽인 가해자라고 할 수 있을지 몰라. 이 전쟁에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일본인 모두가 B52에 폭탄을 채워 넣고 있는 건지도." (2권 169∼170쪽)

"공항은 어른들 문제다! 애들은 공부나 해라! 그런 소리 이제 지긋지긋해요! 하지만, 공항이 생기면 사라지는 건 우리 집이라고요! 우리 마을이라고! 우리 학교라고요!" (2권 39쪽)

"근데, 우리 마을, 우리 집, 우리 밭이 사라진다고, 빼앗겨 버린다고 생각하니, 지금까지 대수롭지 않던 우리 보리밭이랑 땅콩밭들이 굉장히 소중하게 느껴지더라고. 그렇게 싫어했던 밭일도 더는 싫지 않고. 이 싸움이 논밭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 그 땅을 일구고 씨를 뿌리고 비료를 주고 잘 키워서 수확하고, 하는 것이 가장 커다란 반대운동이 아닐까 생각했어. 땅에 대한 애착이나 그런 건 아직 모르겠지만, 내가 지켜야 할 것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다면 이 싸움은 의미가 없지." (2권 130∼131쪽)

▲ 2권 속그림
ⓒ 길찾기



오제 아키라 님이 빚은 만화책 <우리 마을 이야기>(길찾기 펴냄) 일곱 권이 있습니다. 저는 이 만화책을 여러 차례 읽었고 이웃님한테 이 만화책을 읽어 보시라고 곧잘 이야기합니다. 군수님이나 시장님도 읽어 보기를 바라고, 여느 공무원도 읽어 보기를 바라며, 대통령 후보로 나오는 이들도 읽어 보기를 바랍니다.

이 만화책에는 일본 산리즈카 시골마을 사람들이 일본 정부가 밀어붙이려 하던 나리타공항 때문에 얼마나 아프고 괴로웠으며 힘들었는가 하는 이야기가 깃듭니다. 오늘날 우리는 일본 나리타공항이 그냥 그렇게 덩그러니 있는 줄 여기기 쉽지만, 아직도 나리타공항 옆에 있는 산리즈카마을에서는 '공항한테 오랜 터와 땅과 보금자리를 빼앗길 수 없다'면서 맞서는 시골지기가 있다고 합니다.

가만히 돌아봅니다. 저는 산리즈카 사람들처럼 공권력 때문에 두들겨맞지 않으니, 그럭저럭 지낼 만할까요? 하루아침에 난데없이 땅도 집도 모두 빼앗긴 채 다른 고장으로 쫓겨나야 하는 일이 없으니, 이냥저냥 살 만할까요?

우리 식구가 지내는 전남 고흥을 되새겨 봅니다. 고흥 군수와 군청 공무원은 포스코와 손을 맞잡고 엄청나게 큰 화력발전소를 끌어들이려고 했습니다. 이 무시무시한 화력발전소는 마을사람 힘으로 막아냈습니다만, 예전에는 엄청나게 큰 핵발전소를 고흥에 끌어들이려고 했어요. 지난해에는 폐기물발전소를 고흥에 끌어들이려고 했지요. 이 모두 마을사람이 막아냈습니다.

그런데 고흥군은 다도해 국립공원 바닷가와 맞닿은 숲을 광주시 교육청에 강제수용을 해서 팔았어요. 여러 해 된 일입니다. 이러고는 갑작스레 청소년수련원 공사를 밀어붙였지요. 아름드리 숲을 하루아침에 밀어 없앴습니다. 국립공원이던 곳을 조용히 풀더니 하루아침에 강제수용으로 팔았을 뿐 아니라, 숲도 바다도 몽땅 어지럽혔어요. 아름다운 바다라고 해서 해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전남 고흥 발포 바닷가를 찾아왔으나, 이제 발포 바닷가에 가는 발길은 뚝 끊어집니다. 청소년수련원 건물을 와장창 지으면서 숲과 바다를 모조리 어지럽히니, 사람들 발길이 뚝 끊어져요. 다른 고장 사람들뿐 아니라, 고흥사람인 저희조차도 아이들하고 발포 바닷가에 안 갑니다. 무시무시한 짐차가 수없이 오가는 길이 안 좋기도 하고, 바닷물이 공사장 때문에 더러워져요. 이런 곳에 갈 까닭은 없습니다.

일본 산리즈카에서 일본 정부가 '덜 민주스럽게' 몰아붙였으면, 나리타공항은 짠하고 곧장 태어났으리라 생각합니다. 한국 영종도와 용유도에서처럼 한국 정부가 '우악스레 강제수용을 해서 밀어붙'이면, 척하고 공항 하나 쉬 들어섭니다. 한국에서 어떤 사람이 얼마나 '인천공항 반대'를 외쳤을까요. 예쁜 갯벌을 없애고 예쁜 섬을 밀며 예쁜 소금밭을 망가뜨리면서 공항을 지었을 뿐 아니라, 용유와 영종에 깃든 시골집을 모조리 없애고 아파트로 바꾸었어요.

▲ 3권 속그림
ⓒ 길찾기



"정부가 우리를 대등하게 보지 않는 것에는 우리들에게도 책임이 있어. 농업 보호의 미명 하에 정권은 농민들을 꼭두각시로 삼아 왔다. 농민들도 그걸 받아들이고 오랜 시간 의지해 왔던 거지." "윗대가리들이 지들 마음대로 우리를 죽이고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여. 여태 우리가 알아서 기었잖여." "여기까지다! 권력자들의 그런 생각을 부숴 버리는 건 우리가 정권에 의지하는 모습을 버리고 자립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렸다. 그건 어쩌면 공항을 저지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일지도 몰라.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투쟁하는 농민이다!" (3권 85∼86쪽)

'우리 마을에 공항이 들어선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6년 동안 늘 자상하고 따뜻하게 우리를 대해 주었던 선생님은, 마지막까지 결국 이야기해 주지 않았다. 선생님은 우리를 불쌍히 여길 뿐이었다. 문제의 본질에서 애써 눈을 돌린 채, 그저 동정을 보낼 뿐이었다 …… 우리가 정말로 가르쳐 줬으면 했던 것, 정말로 배우고 싶었던 것, 우리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회 문제를 다뤄 주는 것을 끈질기게 피하기만 했던 그 학교에, 나는 그날, 작별을 고했다.' (3권 75, 78쪽)

한국이라는 나라에 '민주'가 있을까요. 한국에서는 '민주'가 어느 만큼 힘을 낼까요. 한국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민주'에 얼마나 눈길을 둘 겨를이 있을까요. 저마다 제 코가 석 자는 아닐까요.

집이 있고 마을이 있은 뒤에 고을이 있습니다. 비슷한 마을이 곳곳에 모여 고을을 이룹니다. 고을로 아우르는 마을은 저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서로 어깨를 겯을 만큼 살갑거나 가까운 삶입니다. 저마다 다른 삶터에 맞추어 저마다 다르게 삶을 가꿉니다.

고을이 있으면, 고을을 아울러 고장이 있습니다. 고장과 고장은 사뭇 다르다고 할 만합니다. 이를테면 경상도와 강원도는 사뭇 다르고, 충청도와 전라도는 사뭇 다릅니다. 꽤 높다란 멧줄기가 고장과 고장을 가릅니다. 퍽 깊고 넓은 냇물이 고장과 고장을 갈라요.

우리 마을과 우리 고을로도 넉넉하면서 즐겁기에 굳이 이웃 고장으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이웃에서도 괜히 우리 고장으로 넘어오지 않습니다. 서로서로 제자리를 지킵니다. 서로서로 제길을 알뜰살뜰 가꾸는 살림을 짓습니다.

바다가 너른 고장이라서 숲이 너른 고장보다 아름답지 않습니다. 멧골이 깊은 고장이라서 들이 넓은 고장보다 아름답지 않습니다. 어느 고장이든 저마다 아름답습니다. 겨울이 더 춥든 여름이 더 덥든, 고장마다 사랑스러운 삶이요 나날입니다. 굳이 여러 고장을 하나로 뭉뚱그려야 하지 않아요.

▲ 4권 속그림
ⓒ 길찾기



"(조건파는) 왜 일부러 집을 부수고 가는 거야?" "나도 잘 모르는데, 자기 집을 부수고 가는 게 조건이래. 여기에서 더 이상 사람이 살지 못한다는 증거로." (4권 20쪽)

1969년 9월 9일. 426㎡나 되는 면적으로 공항 용지의 40%를 차지하는 고료목장의 나무 10만 그루에 대한 벌목이 시작됐다. 그것은, 수령 200년의 고목을 매일 천 그루씩 베어내는 작업이었다. (4권 124쪽)

"시끄러운 공항 문제를 축제 분위기로 덮어버리려는 속셈이야.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고 아무 생각도 없는 치들이 분위기에 휩쓸리겠지.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들떠서 웃고 춤추고 노는 사이에, 나라는 개차반이 되는 거다." (4권 44쪽)

불도저로 파헤쳐진 논밭과 삼림은 이미 공단이 매수한 땅이었지만, 그것은 우리들의 집과 논밭, 그리고 우리 마을과 이어져 있었다. 거칠게 파헤쳐진 붉은 땅을 보면, 우리의 땅이 투영되어 보였다. 우리들이 엄연히 여기 살고 있는데도, 이 나라에서 산리즈카는 이미 '공항 용지'일 뿐이었다. (4권 162쪽)

스스로 즐겁게 살림을 가꾸는 사람은 '우리 보금자리'에서 모든 삶을 이룹니다. 먼저 밥을 짓습니다. 남한테 기대지 않고 스스로 밥을 지어서 이룹니다. 다음으로 옷을 짓습니다. 남한테서 얻으려 하지 않고 스스로 옷을 지어서 이룹니다. 그리고 집을 짓습니다. 집을 지을 적에는 이웃 손길을 받을 수 있으나, 혼자서도 너끈히 집을 짓습니다. 다만 혼자 집을 지을 때에는 퍽 오래 걸리지요. 그러나 오래 걸린다는 생각을 할 일이 없어요. 스스로 날마다 새롭게 이루는 삶이니, 집을 천천히 지으면서 즐겁습니다. 조금씩 마무리를 짓는 모습을 살피면서 기쁩니다.

스스로 즐겁게 살림을 가꾸는 사람이 '우리 보금자리'를 이루는 결대로 하나씩 모여 이루는 마을입니다. 한 집만 있어도 이 한 집은 스스로 삶을 이룰 뿐 아니라, 스스로 삶을 이루는 집들이 모인 마을이니, 마을은 언제나 스스로 삶을 이루어요.

모자랄 일이 없고 아쉬울 일이 없습니다. 집집마다 오순도순 지냅니다. 집집마다 사랑스러우면서 따사로운 노래가 흐릅니다. 노래가 흐르고 이야기가 태어나는 집이 모인 마을이니, 마을살이란 '온누리'라고 할 만합니다. 모든 것을 가장 넉넉하고 즐겁게 이룬 삶이니, 언제나 사랑을 길어올립니다.

그러니까 '보금자리·집'이라고 할 적에는, 스스로 모든 삶을 이루는 살림을 가꾼다는 뜻입니다. 나이가 찬 사람이 제금을 나서 지내는 터가 집이 아닙니다. 아파트 한 채나 다세대주택 한 자리가 집이 아닙니다. 모든 삶을 이룰 수 있는 데가 집입니다. 커다란 장비를 써서 수만이나 수십만 채 집을 똑같이 찍어내듯이 만들어야 집이 아닙니다. 집은 나라에서 지어서 줄 수 없습니다. 집은 장사꾼이 지어서 팔 수 없습니다. 나라가 짓거나 장사꾼이 파는 것은 언제나 '부동산'이나 '재산'입니다.

▲ 5권 겉그림
ⓒ 길찾기



"교장 선생님, 당신네 학교는 방음교사의 건설이 예정돼 있지요?" "소음으로부터 아동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그게 어째서 아이들을 지키는 일입니까? 왜 교육환경을 파괴하는 공항 건설에 반대하려고 하지 않는 겁니까? 바깥 공기가 차단된 방음교사에 아이들을 가둬 놓는 것은 차별이 아니란 말입니까? 공항 건설이 진행되면 등교길이 끊겨서 아이들은 먼 길을 돌아서 다니거나 전학을 해야 해요! 이건 차별 당하지 않는 평등한 교육입니까?" (5권 82∼83쪽)

"똑똑히 봐 두는 거여, 뎃페이. 여기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죄다." "할아버지." "그리고 잘 생각해 보는 겨. 네 할애비랑 아버지, 어머니가 여기서 살아온 세월을. 흉작에 울고 풍작에 웃으면서 조금 조금씩 쌓아 온 이 마을의 역사를. 그것들이 죄다, 이 땅과 함께 콘크리트 밑으로 묻혀버릴지도 모르는 지금 이 사태를 말이여." (5권 21∼22쪽)

"선생님은 기동대를 본 적이 있나요?" "응? 아니." "기동대한테 맞거나 발로 차이거나 체포되거나 해 본 적 있어요? 우리 부모님과 형처럼요. 지금 저의 의무는 투쟁에 참가하는 거예요. 전 산리즈카 소년행동대장이니까요. 전 가 보겠습니다!" (5권 26∼27쪽)

"공항 문제는 정치도 사상도 아니오. 우리들의 생명에 관한 문젭니다. 친권 남용이라고요? 그거 당연한 거 아닙니까? 농가가 바쁠 때는 어린 애들에게도 하루 종일 일을 시켜요! 아이들을 투쟁에 끌어들이지 말라고? 강도가 집을 빼앗아 가려고 하는 마당에,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부모가 어디 있답디까? 그렇게 우리 자식들이 걱정된다면……." (5권 84∼85쪽)

"그래요. 아무리 많은 사람이 편리해진다고 해도, 그것을 위해 단 한 사람이라도 불행해진다면, 공항 같은 건, 만들면 안 돼요. 누군가가 희생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 그건 공항을 만드는 인간들이 지어낸 말이에요." (5권 212∼213쪽)

경상도 밀양에서 송전탑 때문에 벌어진 일을 돌아보면, 한국에는 민주도 평화도 평등도 없구나 싶은 모습을 잘 읽을 만합니다. 그런데 밀양 송전탑에 앞서, '핵발전소'를 보면, 또 수많은 막개발을 보면, 또 4대강을 망가뜨린 막삽질을 보면 이 나라가 얼마나 반민주에 반평화 반평등인가를 알 만합니다.

핵발전소 하나만 놓고 생각해 봐요. 이런 시설을 처음 지을 적에 한국 정부는 어떻게 했을까요. 핵발전소를 처음 지을 적에 신문·방송은 무엇을 했을까요. 핵발전소를 처음 지을 적에 글쟁이와 교사와 교수 같은 이들은 무슨 말을 했을까요. 핵발전소를 처음 지을 적에 학교는 무엇을 했을까요.

모든 언론과 학교는 중앙정부 권력을 등에 업고 '핵발전소는 깨끗하고 안전하며 돈이 적게 드는 전기'라고 떠벌였습니다. 가장 비싸며 가장 무시무시하고 가장 끔찍한 전기인 줄 가르친 학교는 없었다고 느낍니다. 핵발전소가 어떤 곳인지 낱낱이 밝히거나 알린 신문이나 방송은 없었다고 느낍니다.

커다란 발전소를 짓고 송전탑을 박을 돈이라면, 집집마다 '자가 발전'을 하는 시설을 갖추고도 돈이 아주 많이 남습니다. 집집마다 전기를 스스로 빚어서 쓰도록 시설을 갖추는 데에 들이는 돈은 아주 적습니다. 집집마다 전기를 스스로 빚어서 쓰면 송전탑을 세울 까닭마저 없어요. 대형발전소가 없어도 될 뿐 아니라, 이 나라를 아주 깨끗하게 가꾸는 길을 열지요.

게다가 쓰레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흙도 바람도 물도 더럽히지 않습니다. 공장이나 아파트나 큰 건물에서도 전기를 스스로 빚어서 쓰도록 하면 됩니다. 못할 일이란 없습니다. 집집마다 빚어서 쓰는 전기가 남으면 이를 모아서 큰 건물이나 공장이나 아파트에 보낼 수 있어요. 이런 장치는 어렵지 않습니다.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중앙정부는 이런 일을 안 했어요. 아직도 안 하며 앞으로도 안 할 듯합니다. 오늘날 전기는 '권력'이기 때문입니다. 집집마다 스스로 전기를 만들어서 쓰면 '권력 통제'가 안 되어요. 커다란 발전소를 세워서 중앙정부가 '통제'를 해야 사람들을 마구 휘어잡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말을 안 듣는다고 하면 전기만 뚝 끊어도 돼요. 도시에서는 전기와 가스와 물을 뚝 끊으면 아마 도시사람 모두 며칠 만에 모조리 죽을 수 있어요.

▲ 6권 겉그림
ⓒ 길찾기



"아빠가 말했어요. 땅을 지키는 것은 바로 저를 지키는 것이기도 하다고. 나는 계속 아빠하고 함께 싸워 나갈 거예요! 공항에 비교하면 우리 밭 같은 건 상대가 안 되겠지만, 하지만 그것이 나를 지금까지 키워 준 걸요. 엄마 아빠의 소박한 농사꾼의 마음이 거대한 공항이라는 괴물을 이길 수 있다면 정말 좋을 텐데." (6권 7∼8쪽)

"우리 학교는 도쿄의 한가운데 있어서 나무나 풀도 없고 하루 종일 자동차 소음과 배기가스 냄새에 휩싸여 있어요. 공항이 만들어지면 여러분의 학교도 이렇게 되겠지요. 저는 산리즈카의 어린이들과 친구가 되고 싶어요." (6권 13쪽)

"근데 말야, 도쿄에서는 선생님이 공항에 대해 얘기해 주신다는데, 아이들도 우리에 대해 잘 알고 있는데 말야, 왜 우리 학교에서는 아무도 관심을 가져 주지 않는 걸까? 공항은 도쿄가 아니라 여기, 우리 마을에 만들어지는데." "맞아." "우리 선생님은 찬성도 반대도 아닌 중립이라고만 해." (6권 14쪽)

"하하핫! 까불고들 있어! 농사꾼 두들겨패고 땅 빼앗고, 임산부의 배를 걷어차면서 대체 뭘 하겠다는 거여! 국제공항이라고 했냐! 웃기고들 있네! 농사꾼이 땅을 지키고 체포당하는 거라면 얼마든지 해 주지! 여보! 죽어도 밭을 내주면 안 돼!" (6권 80∼81쪽)

"교장선생님, 선생님이 만약 우리들의 입장이라면, 선생님의 부모가 피투성이가 되어 기동대한테 붙잡혀서 유치장에 갇힌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무척 슬픈 일입니다. 그러나, 입장이 공무원이다 보니." "……. 공항이 들어서면 이 학교도 당연히 방음교사가 됩니다. 선생님은 하루 종일 창문도 열 수 없는 어두운 교실에 들어가고 싶습니까?" "아니, 들어가고 싶지는 않지요. 학생들을 들여보내고 싶지도 않아요." "그러면 공항에 반대하시는 거네요? 중립이 아니라. 방음교사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면 어째서 반대하지 않는 건가요? 왜 싸우지 않는 건가요?" "그러니까, 공항이 만들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요." "교장선생님! 학생들을 방음교사에 가두고 싶지 않다고 하시면서 공무원이기 때문에 공항을 반대하지 않는다든 건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이래도 되는 겁니까? 선생님! 선생님은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정부가 하라는 대로 하는 것뿐이에요. 그것이 교육자로서 올바른 자세라 할 수 있습니까?" (6권 177∼179쪽)

만화책 <우리 마을 이야기>는 오랫동안 '자급자족'을 하던 조용한 시골마을 사람들한테 들이닥친 막삽질이 무엇인가를 똑똑히 보여줍니다. 시골사람은 처음에는 '나라가 시킨' 일이니 고분고분 따라야 한다고 여깁니다. 이러다가 이 일이 '시골을 모두 등지거나 버리고 쫓겨나야' 하는 일인 줄 깨닫고는 처음으로 들고 일어섭니다.

권력이 싫어하는 것은 딱 하나이지 싶습니다. 바로 '자급자족'이에요. 사람들이 스스로 밥과 옷과 집을 지으면서 삶을 가꾸는 일을 권력이 아주 싫어합니다. 사람들이 밥과 옷과 집을 스스로 지을 줄 알면, 권력은 아무 힘을 못 써요. 정치권력뿐 아니라 경제권력도 힘을 못 씁니다.

시골사람은 대통령 이름이나 군수 이름을 굳이 알아야 하지 않아요. 예부터 시골사람은 임금 이름을 몰라도 흙살림을 일구며 모두 스스로 지어 스스로 얻으며 이웃하고 나누었어요. 권력자 자리에 선 이들은 스스로 지을 줄 모르기 때문에 세금을 걷으며 시골사람한테서 집도 옷도 밥도 얻어다가 누렸지요.

정치나 사회나 경제 얼거리를 보면, 사람들이 밥이며 옷이며 집을 '회사에서 번 돈을 써서 가게에서 사다 쓰도'록 틀을 짜야, 비로소 정치와 경제와 문화와 교육과 행정과 과학을 비롯한 모든 권력이 힘을 얻습니다.

사람들이 스스로 모시와 삼에서 실을 얻어 옷을 지어 입는다면, 옷공장이나 옷회사는 모두 무너집니다. 사람들이 스스로 숲을 가꾸어 숲에서 나무를 몇 그루 얻은 뒤 집을 지으면, 건설회사와 자동차회사와 석유회사 모두 무너집니다. 사람들이 스스로 제 터를 집숲으로 가꾸어 밥을 손수 지어서 먹으면, 식품회사와 약품회사와 병원과 백화점뿐 아니라 모든 도시 얼거리가 무너집니다.

권력은 도시를 지키려고 사람들한테서 '자급자족'이라는 열쇠를 빼앗습니다. 권력은 도시를 키워 사람들을 바보나 노예나 부속품으로 만들려고 학교를 세웠습니다. 학교에서는 모든 아이들이 '도시에 가서 회사원이나 공무원이 되거나 전문직이 되거나 운동선수나 예술가 따위가 되어 돈을 버는 길'을 찾도록 이끕니다. 학교에서는 어느 누구도 밥·옷·집을 스스로 짓는 길을 안 가르칩니다. 교과서나 참고서나 문제집은 밥이나 옷이나 집에 아이들이 눈길을 못 두도록 가로막습니다.

더 헤아려 본다면, 인문책도 사람들한테 길을 보여주지 않지 싶어요. 어떤 인문책도 사람들한테 밥을 스스로 짓고 옷을 스스로 지으며 집을 스스로 지으라고 알려주지 않습니다. 어떤 인문학자와 철학자와 교육자도 사람들한테 밥·옷·집을 스스로 가꾸어 누리면서 살아가라고 말하지 않을 뿐더러, 말할 만한 슬기나 깜냥이 없지 싶어요. 학자는 학문을 할 뿐이거든요. 학자는 '자급자족'을 하지 않아요.

이러다 보니, 이 땅에서 태어나는 인문책뿐 아니라 이웃나라에서 나오는 인문책도, 그저 지식조각이기 일쑤입니다. 사람들이 머릿속에 새로운 지식조각을 채우도록 이끌 뿐입니다. 사람들이 머릿속에 지식조각만 가득 채워서 스스로 밥도 모르고 옷도 모르며 집도 모르게 내몹니다. 사람들이 그저 돈을 벌어 돈으로 밥과 옷과 집을 사서 쓰도록 이끌듯이, 모든 인문책은 사람들이 '자꾸 새로운 인문책을 사서 새로운 지식조각을 머릿속에 쑤셔넣도'록 살살 꼬드깁니다.

▲ 7권 겉그림
ⓒ 길찾기



"선생님! 그렇게 걱정이라면 같이 싸워 주세요!" "요새에 들어가서 함께 싸워요! 다칠 염려는 없어요. 우리가 지켜 줄 테니까!" 30분도 안 돼서 선생들은 도망치듯 돌아갔다. 주위에서 비웃음이 일었다. 선생들은 말로만 우리를 이해하고 동정했을 뿐, 결국 우리를 저버렸다. 아니, 우리가 선생들에 대한 기대를 버렸다. (7권 12∼13쪽)

할머니네 집은 흔적도 없이 무너지고 없었다. 비겁한 눈속임으로 치러진 대집행은 2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피붙이도 없고 아무런 힘도 없는 고독한 할머니의 자그마한 논과 집을 국가가 무력으로 뿌리째 뽑아 앗아갔다. 아니, 빼앗긴 것은 그냥 논과 집이 아니다. 그곳은 할머니에게 있어서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는 유일한 장소였다. 그 작은 생명을 지켜 주는 단 하나의 보금자리였던 것이다. 피곤할 때는 해님에게 인사하고, 빨래해 널고 목욕하고, 술 두 잔 정도 하고 자면……. (7권 176∼177쪽)

"거기서는 화학비료도 농약도 쓰지 않고 훌륭한 수확을 거두고 있더라." "그런 게 가능해요?" "가능하니까 신기한 게지. 아니, 신기할 것도 아니여. 나도 요 몇 년 논과 밭의 지력이 떨어진 원인이 뭔지 생각하고 있었다. 흙이 점점 모래처럼 되고 작물도 생생함을 잃고 있어. 농약을 써도 안 써도 해충이 줄어들 기미가 안 보여. 이러다가 논밭이 못 쓰게 되고 먹고살 수 없게 되면 투쟁이고 뭐고 다 소용 없는 겨 …… 그게 말여, 미생물농법이라던가, 유기농법이라던가, 퇴비 만들기부터 시작하는 손이 많이 가는 농사여. 보람이 있을 겨. 잘 봐둬라, 뎃페이. 내가 모두에게 이 농법을 전파시킬랑께. 산리즈카에서 공항 이상으로 가치 있는 농업을 만드는 거여." (7권 214∼215쪽)

우리 마을을 지키는 힘이란 우리 집을 지키는 힘입니다. 우리 집을 지키는 힘이란 우리 삶을 스스로 지키는 힘입니다. 밥 한 술을 뜰 적에 남이 내 몫을 먹어 주지 못합니다. 내 몫을 남이 먹어서 배가 부르다 하면 그이가 배가 부르지 내가 배부르지 않아요. 옷 한 벌을 입을 적에 남이 내 몫을 입어 주지 못합니다. 내가 내 몸에 옷을 걸쳐야 따뜻합니다. 남이 내 옷을 그이 몸에 걸치면 그이가 따뜻하지, 내가 따뜻하지 않습니다.

마을을 지키려면, 먼저 내가 스스로 내 집을 가꾸는 슬기를 찾아야 합니다. 내가 오롯한 삶을 가꾸는 집을 지켜야 합니다. 내가 이곳에서 튼튼하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보금자리 하나'로 있을 때에, 내 이웃은 이웃 나름대로 저곳에서 튼튼하고 씩씩하게 살아요. 내가 있고 네가 있어서, 서로 이웃이 되어서, 천천히 마을로 거듭납니다.

마을이란 사랑입니다. 집집마다 다 다르면서 모두 새로운 사랑이 있을 적에, 이러한 사랑이 하나로 모여 마을이 됩니다. 마을이란 노래입니다. 집집마다 다 다르면서 언제나 새로운 노래가 흐를 적에, 이러한 노래가 하나로 모여 마을이 됩니다.

만화책 <우리 마을 이야기>는 산리즈카라고 하는 아주 조그마한 시골마을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중앙정부 권력에 맞서면서 스스로 '집을 지키'고 '삶을 가꾸'며 '사랑을 노래했는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나리타공항 반대 투쟁기'가 아닙니다. '시골에서 삶을 찾고 깨달아 스스로 사랑이 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만화책 <우리 마을 이야기>입니다.

부디 작은 이웃님을 비롯해서 여느 공무원도 군수나 시장도 대통령 후보도 이 작은 만화책을 곰곰이 읽어 볼 수 있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우리가 함께 어깨동무를 하면서 나아갈 길은 '경제발전'이나 '일자리 만들기'가 아닌 줄 느낄 수 있기를 빕니다. 우리가 서로 아끼며 걸어갈 길은 '마을살림'이요 '집살림'이라는 대목을 헤아릴 수 있기를 빕니다. 돈을 들이는 개발사업이나 개발정책이 아니라, 스스로 짓고 스스로 나누며 스스로 사랑하는 '마을살이'를 바라볼 수 있어야 마을도 작은 집도 나라도 함께 살아나리라 생각합니다. 마음을 따사롭게 덥히는 슬기를 바라 마지 않습니다.

덧붙이는 글 | <우리 마을 이야기 1-7>(오제 아키라 글·그림 / 이기진 옮김 / 길찾기 펴냄 / 2012.)




h*******e 2017.03.26.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10년 걸린 밭, 10년 흘린 밥 (우리 마을 이야기 2)
"10년 걸린 밭, 10년 흘린 밥 (우리 마을 이야기 2)" 내용보기
10년 걸린 밭, 10년 흘린 밥 [만화책 즐겨읽기 142] 오제 아키라, 《우리 마을 이야기 (2)》     해 떨어진 저녁나절, 시골마을은 조용하고 어둡습니다. 깜깜한 밤에 빛나는 별을 올려다보며 개구리 우는 봄날을 누립니다. 시골자락 밤나절, 멀고 가까운 멧자락에서 맑으며 그윽한 멧새 소리가 울려퍼집니다. 이른저녁부터 깊디깊은 밤을 거쳐 이른새벽까지 맑으며 그윽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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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걸린 밭, 10년 흘린 밥
 [만화책 즐겨읽기 142] 오제 아키라, 《우리 마을 이야기 (2)》

 


  해 떨어진 저녁나절, 시골마을은 조용하고 어둡습니다. 깜깜한 밤에 빛나는 별을 올려다보며 개구리 우는 봄날을 누립니다. 시골자락 밤나절, 멀고 가까운 멧자락에서 맑으며 그윽한 멧새 소리가 울려퍼집니다. 이른저녁부터 깊디깊은 밤을 거쳐 이른새벽까지 맑으며 그윽한 멧새 소리는 그치지 않습니다. 나는 이 멧새 소리가 궁금하지만 마땅히 여쭐 어른이 없습니다. 혼자 여러 해 끙끙 앓습니다. 멧새 소리가 들릴 때에 이웃 어른이 함께 있으면 여쭐 만하지만, 이렇게 밤을 함께 보낼 길이 없으니 그저 답답합니다. 이러다가 아주 뜻밖인 곳에서 밤에 우는 멧새 소리를 압니다. 일본만화 《게게게의 기타로》를 만화영화로 새로 빚은 작품을 보다가 이 멧새 소리를 들었어요. 만화영화에 나오는 기타로와 동무들이 ‘아름답다 하는 소리를 갈무리해서 찬찬히 즐겨듣는’ 대목에서 소쩍새 울음소리가 나왔고, 만화영화에 나오는 기타로와 동무들이 ‘부엉이 소리’라 말하기에 곧바로 알아챘습니다.


  그렇구나, 소쩍새 소리였구나. 이때부터 밤마다 멧새 소리를 귀기울여 다시 듣습니다. 한겨레 옛사람은 소쩍새라 하는 이름을 ‘솥쩍다 솥쩍다’라느니 ‘소쩍 소쩍’이라느니 하고 운대서 소쩍새라 지었다고 했어요. 참말 그런가 하고 귀를 기울이니까, ‘소쩍 소쩍’ 하는 소리하고 딱 들어맞습니다. 다만, 내 귀에는 ‘소쩍 소쩍’보다는 ‘소소쩍 소소쩍’이지 않나 싶어요.


  아마 2004년이나 2005년이 아닌가 싶은데, 처음으로 소쩍새 모습을 보았습니다. 멧길을 걷다가, 전깃줄에 앉은 소쩍새를 아주 가까이에서 보았어요. 소쩍새는 사람 삶터 가까이로는 안 온다 했는데, 아주 드물게 볼 수 있던 셈이었어요.


  말로만 듣던 소쩍새를 두 눈으로 바라보던 이날 밤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샛노랗게 눈부신 꾀꼬리를 두 눈으로 바라보던 날에도 밤잠을 이루지 못했어요. 얼마나 곱고 얼마나 빛나는지 몰라요. 소쩍새나 꾀꼬리는 이녁 모습으로도 내 가슴을 한껏 부풀려요. 이를테면, 몇 백 해를 살아온 우람한 나무를 바라보다가는 살며시 끌어안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몇 만 몇 십만 몇 백만 해를 고이 이어왔을 들판 풀숲에 드러눕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 ‘아버지고 어머니도 형도 우리 집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는 거다. 그래서 쓸쓸해도 견딜 수는 있지만, 왜 우리는 싸워야 하는 걸까? 마을도 목장도 학교도, 나는 다 너무 좋은데.’ (11쪽)
- “도깨비가 우리 편이면 든든한데!” “도깨비뿐만이 아냐. 숲 속에 사는 원령들과 나무와 물의 정령들, 부엉이, 하늘다람쥐, 뱀들도 모두 우리 편이다.” (72∼73쪽)

 


  ‘부엉이’라는 새는 없습니다. ‘수리부엉이’라는 새는 있으나, ‘부엉이’는 없습니다. ‘부엉이’는 갈래만 있어요. 그러나, 여느 도시사람은 ‘부엉이’라는 새가 있는 줄 잘못 압니다. 올빼미라든지 소쩍새라든지 여러 새들을 아울러 ‘부엉이’라고만 할 뿐이에요.


  생각해 보면, 새이름 하나 잘못 아는 일은 대수롭지 않은 오늘날입니다. 둘레에서 새 한 마리 보기 어려운 삶터잖아요. 소쩍새이든 올빼미이든 두 눈으로 본다든지, 이 새들이 우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데, 이름만 훤히 헤아리지 못합니다. 이름을 알더라도 제대로 안다 할 수 없습니다.


  이름도 모르고 소리도 모르는 오늘날 도시입니다. 이름이든 소리이든 삶이든 하나도 모를 뿐 아니라 눈길조차 두지 않는 오늘날 도시입니다. 그래서, 도시에 보금자리를 마련해 시골 땅뙈기를 갈아엎거나 파헤치는 건설업체 일꾼들은 아무렇지 않게 국립공원 멧자락에 구멍을 뚫거나 케이블카를 놓으려 합니다. 아무렇지 않게 한강·영산강·낙동강·금강 둔치나 모래밭이나 갈대밭을 삽차로 파헤치고는 시멘트를 들이부어 반듯하게 쭉쭉 폅니다. 냇물에서 어떤 목숨이 살아가는지 헤아리지 않거든요. 물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살피지 않거든요.


  나라에서 하는 일에 붙이는 이름부터 생각해 봐요. ‘4대강 살리기’라 했다가 ‘4대강 사업’이라고 해요. 냇물에 시멘트를 들이부으면서 ‘살리기’라고 속였어요. 구비치는 냇물을 반듯하게 펴면서 ‘사업’이라고 내세워요.


- “아버지나 너한테는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 우리 반에서 공항부지 내에 사는 건 나뿐이야. 다들 동정해 주지만, 그렇지만 그뿐, 사실은 선생님도 친구들도 다 공항이 들어서길 학수고대하고 있어.” (21쪽)
- 일본은 그 전쟁(베트남전쟁)에 가담하고 있어. 이 나라도 가해자란 거지. 그러니까, 이 나라에 태어나서 살고 있는 우리도, 베트남의 어린이들을 죽인 가해자라고 할 수 있을지 몰라. 이 전쟁에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일본인 모두가 B52에 폭탄을 채워 넣고 있는 건지도.” (169∼170쪽)

 


  개발은 없다고 느낍니다. 허울좋게 ‘개발’ 이름을 붙일 뿐, 언제나 ‘돈벌이’ 한 가지만 할 뿐이라고 느낍니다. 돈벌이를 할 생각이면서, 겉으로는 삶터를 나아지게 한다(개발)고 입발린 말을 내놓습니다.


  돈을 버는 일이 나쁘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돈을 벌어 즐겁게 쓸 수 있다면 나쁠 까닭이 없습니다. 오직 돈만 벌려 하거나 그저 돈만 쌓아두려 할 때에는 나쁘며 슬프기까지 하다고 느낍니다. 이웃하고 어깨동무하는 돈벌기가 아닐 때에는 나쁩니다. 이웃을 괴롭히는 돈벌기가 되면 슬픕니다.


  한미자유무역협정이든 군부대를 새로 만들려 하는 움직임이든 모두 나쁘며 슬프구나 싶어요. 이웃하고 어깨동무하는 한미자유무역협정이 아니거든요. 삶터를 나아지게 하는 군부대 새로 만들기도 아니에요. 그저 돈을 더 많이 벌려 하는 움직임입니다. 오로지 돈만 바라보는 몸부림입니다. 서로 사랑하는 길을 살피지 않으니 나쁘고 슬픕니다. 서로 따사로이 보듬는 길하고 어긋나기에 괴롭고 아픕니다.


  사랑하며 살아야 즐거울 하루예요. 믿으며 어깨동무해야 아름다운 삶이에요. 밝은 꿈을 이루면서 기쁜 빛을 누려야 좋은 이야기를 빚어요.


- “공항은 어른들 문제다! 애들은 공부나 해라! 그런 소리 이제 지긋지긋해요! 하지만, 공항이 생기면 사라지는 건 우리 집이라고요! 우리 마을이라고! 우리 학교라고요!” (39쪽)
- “이런 시국에 부모가 하는 일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로 키우고 싶지 않네. 농사꾼은 늘 가족이 함께여. 농번기에는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아이들도 총출동해서 일하지. 그렇게 몸으로 일을 배우는겨.” (81쪽)

 


  길을 닦는다고 내 삶이 더 좋은지 잘 모르겠습니다. 자동차가 드나들기에 좋고, 자전거가 달리기에 괜찮으니 내 삶이 더 나아지는지 알쏭달쏭합니다.


  맨발로 아스팔트길을 오 킬로미터 남짓 달렸습니다. 시골마을 면 잔치가 열렸고, 이 잔치날 체육대회에서 오래달리기가 있어, 우리 마을에서 젊다 하는 내가 달리기에 나갔습니다. 나는 늘 고무신을 신으니 고무신 차림으로 달리는데, 처음 달리기를 하려 하다 보니 자꾸 벗겨집니다. 문득 생각하니 내 고무신은 꽤 닳아 달리기에는 알맞지 않습니다. 나는 따로 달리기를 하지 않으며 살아가니 달리기를 할 때에 신이 벗겨지는 줄 몰랐습니다. 아이들하고 천천히 걷고, 아이들을 수레에 태워 자전거를 달릴 뿐이었으니, 맨몸으로 훅훅거리며 아스팔트길을 달릴 때에 고무신이 얼마나 잘 벗겨지는 줄 몰랐어요.


  어기적거리며 뒤뚱뒤뚱 달리다가 신을 벗습니다. 길 한쪽에 고무신을 놓습니다. 맨발로 아스팔트길을 달립니다. 이 길이 아스팔트 아닌 흙이었으면 얼마나 느낌이 좋았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봄을 맞이해 새 풀 한껏 돋은 숲길이나 들길이었으면 얼마나 기뻤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맨발로 아스팔트 바닥을 달리며 자꾸자꾸 생각합니다. 왜 마라톤이든 육상이든, 숲길을 맨발로 달리는 일은 없을까요. 운동경기라서? 기록경기라서? 1등을 가려야 해서? 여러 회사한테서 돈을 받아야 하니까? 운동화를 광고하고 무엇무엇을 홍보해야 해서?


  아스팔트 바닥에 뒹구는 자잘한 알갱이가 발바닥에 닿습니다. 따끔합니다. 아프기도 합니다. 갓난쟁이가 맨손으로 시멘트 바닥을 기어다닐 때에 손바닥이 어떤 느낌일까 하고 생각합니다. 갓난쟁이들이 마음껏 기어다니며 냄새를 맡을 수풀이 도시나 시골에 얼마나 넉넉히 있나 생각합니다. 시골에는 수풀이 있다지만, 자꾸 풀약을 치니 논둑이나 풀섶에조차 아이들을 풀어놓기 힘들지 않나 하고 생각합니다.


- 2천 명의 기동대가 동원되어 세 군데에 말뚝이 박히고 콘크리트로 덮였다. 경비가 지키고 서 있지 않았다면 거기에 말뚝이 있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이제 확실해졌어. 이게 바로 정부의 수법이다. 마지막엔 역시 힘으로 밀어붙이기. 힘으로 눌러 버리는겨.” (112쪽)
- “뭐가 대성공이여. 겨우 세 개 박는데 일곱 군데에 기동대 부대를 보내서는, 반대하는 사람들을 완력으로 떠밀어내고, 그러고서는 대성공이라 떠드는 짓은 아주 악질적인 깡패들도 안 하는 짓이여! 나는, 평생 이런 억울한 일을 당하긴 처음이여!” (118쪽)

 


  따끔거리는 발바닥을 생각하다가, 아스팔트 밑에 깔린 흙바닥을 떠올립니다. 아스팔트가 아니던 흙바닥은 어떤 삶일까요. 아스팔트가 위에 덮은 다음 온갖 자동차가 싱싱 달리며 내리누르는데, 밑에 깔린 흙바닥은 어떤 느낌일까요.


  지구별은 어떤 느낌일까요. 지구별은 아스팔트 바닥을 좋아할까요. 아스팔트가 깔리며 크고작은 자동차가 끝없이 달리며 눌러대는데, 지구별은 어떤 느낌일까요. 게다가, 자동차마다 내뿜는 배기가스 때문에 지구별이 앓습니다. 건물을 우람하게 세우며 지구별에 큰못을 박습니다. 시멘트와 쇠기둥으로 엮은 큰못을 지구별에 끝없이 박습니다. 지구별 살갗에 시멘트와 아스팔트를 두껍게 덮습니다.


  지구별은 숨을 못 쉽니다. 지구별은 온몸이 멍듭니다. 지구별은 슬퍼 웁니다. 지구별은 끙끙 앓다가 죽을 판입니다. 자잘한 ‘아스팔트 조각’ 하나 내 발바닥에 닿을 때마다 따끔하면서 아프듯, 사람들이 이룩했다는 문명으로 지구별을 뒤덮을 때에 이 지구별은 얼마나 아프고 괴로우며 슬플까 하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무슨 짓을 벌이는가요.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하는가요. 사람들은 무슨 삶을 꾸리는가요. 사람들은 스스로 가장 좋아하며 가장 빛나고 가장 슬기로운 꿈을 펼치는 나날인가요.


- “근데, 우리 마을, 우리 집, 우리 밭이 사라진다고, 빼앗겨 버린다고 생각하니, 지금까지 대수롭지 않던 우리 보리밭이랑 땅콩밭들이 굉장히 소중하게 느껴지더라고. 그렇게 싫어했던 밭일도 더는 싫지 않고. 이 싸움이 논밭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 그 땅을 일구고 씨를 뿌리고 비료를 주고 잘 키워서 수확하고, 하는 것이 가장 커다란 반대운동이 아닐까 생각했어. 땅에 대한 애착이나 그런 건 아직 모르겠지만, 내가 지켜야 할 것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다면 이 싸움은 의미가 없지.” (130∼131쪽)
- “논, 밭, 숲, 개울, 그리고 목장. 8킬로의 여정이 참 즐거웠어. 이런 시골에서 데모한 건 처음이야.” (172쪽)
- “미안. 별로 도움이 안 되지?” “뭐, 괜찮아. 당근 뽑는 게 그렇게 재밌니?” “처음이니까. 밭에 들어오기는 처음이야. 흙이 이렇게 부드럽다는 것도 처음 알았어.” (229쪽)

 


  오제 아키라 님 만화책 《우리 마을 이야기》(길찾기,2012) 둘째 권을 읽습니다. 책을 덮으며 한 가지가 떠오릅니다. ‘10년 걸린 밭에, 10년 흘린 밥이로구나.’ 하고 떠오릅니다.


  누군가는 밭 한 뙈기 일구려고 열 해에 걸쳐 땀을 흘립니다. 누군가는 밥 한 그릇 사다 먹거나 얻어 먹으며 아무렇지 않게 반찬이나 밥을 남겨서 버립니다.


  누군가는 쓰레기 흘리거나 버리지 않는 삶이요, 누군가는 끝없이 쓰레기를 내놓는 삶입니다.


  공항을 왜 지을까 생각해 봅니다. 비행기를 타고 어디를 찾아가야 하니까 공항을 지을까요.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고 돌아다니도록 하면 큰돈 벌이가 되니까 공항을 지을까요. 문화와 문명과 개발이 되니까 공항을 짓는가요. 공항을 짓느라 논과 밭과 들과 메와 내를 모두 갈아엎으면서 큰돈 벌이가 될 뿐 아니라, 건설업이 크게 발돋움하니까 공항을 짓는가요.


  고속철도는 왜 놓여야 할까요. 고속도로는 왜 생겨야 할까요. 전남 고흥에서 서울까지 가야 할 까닭이 있을까요. 충남 아산에서 강원 강릉까지 가야 할 까닭이 있을까요. 여행은 무엇이고 관광은 무엇이며 문화와 문명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어떤 여행을 할 생각인가요. 사람들은 어떤 관광이 즐거운가요. 나라와 정부와 지자체는 어떤 문화와 문명을 일굴 생각인가요.


  우리 집이 있을 때에 우리 마을이 있습니다. 우리 마을이 있을 때에 우리 나라가 있습니다. 우리 나라가 있을 때에 우리 지구별이 있다 할 텐데, 찬찬히 돌이키면, 나라나 정부는 없어도 됩니다. 우리 마을은 서로서로 어깨동무할 만한 크기이면 넉넉합니다. 몇 천 몇 만이 바글거리는 커다란 도시가 될 까닭이 없습니다. 알맞춤한 작은 마을에, 알맞춤한 작은 보금자리이면, 밥과 옷과 집이 흐뭇합니다. 앞으로 백 해 땀을 들일 밭입니다. 앞으로 천 해 깃들어 꿈을 피울 집입니다. 앞으로 만 해 뿌리내려 우리 아이들이 새롭게 태어나 새롭게 사랑할 마을입니다. (4345.4.18.물.ㅎㄲㅅㄱ)


― 우리 마을 이야기 2 (오제 아키라 글·그림,이기진 옮김,길찾기 펴냄,2012.3.31./8800원)

 

(최종규 . 2014)

 

h*******e 2014.02.27.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흙을 배우는 삶 (우리 마을 이야기 6)
"흙을 배우는 삶 (우리 마을 이야기 6)" 내용보기
만화책 즐겨읽기 280   흙을 배우는 삶― 우리 마을 이야기 6 오제 아키라 글·그림 이기진 옮김 길찾기 펴냄, 2012.5.31.     우리 집 아이들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다니지 않습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배울 만한 대목을 안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이 나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아이들이 아이답게 그림을 그리도록 북돋우지 못하고, 아이들이 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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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280


 

흙을 배우는 삶
― 우리 마을 이야기 6
 오제 아키라 글·그림
 이기진 옮김
 길찾기 펴냄, 2012.5.31.

 


  우리 집 아이들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다니지 않습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배울 만한 대목을 안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이 나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아이들이 아이답게 그림을 그리도록 북돋우지 못하고, 아이들이 장난감 없이 흙과 모래와 물을 만지며 놀게 이끌지 못하며, 아이들이 한국말 슬기롭게 익혀서 쓰지 못하는 나이에도 일찌감치 영어 노래와 영어 만화영화를 보여줍니다. 아이를 아이답게 마주하지 않고, ‘예비 대학입시생’이라도 되듯이, 어릴 적부터 ‘시험공부’에 길들도록 내모는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아이들 집어넣어 아이들 마음과 생각을 망가뜨릴 수 없습니다.


  어릴 적에 신나게 뛰놀지 못한 아이들은 몸이 튼튼히 자라지 못합니다. 어릴 적에 마음껏 뛰놀지 못한 아이들은 마음이 씩씩하게 크지 못합니다. 놀며 자라지 못한 채 어른이 되면, 참말 놀 줄 몰라요. 놀며 자라지 못한 사람이 어른 되면 술담배만 할 뿐, 스스로 즐거운 놀이를 찾지 못합니다. 참말 오늘날 어른들이 누리는 놀이란 무엇일까요? 어른들은 무슨 놀이를 하나요? 어른들이 부르는 노래란 어떤 노래인가요?


  옛날 사람들은 모든 노래를 스스로 지어서 불렀습니다. 이른바 ‘일노래(노동요)’나 ‘이야기노래(전통노래)’입니다. 밥을 짓건 베틀을 밟건 모를 심건 피를 뽑건 나물을 캐건 빨래를 하건 방아를 찧건 콩을 털건 아이를 재우건 바느질을 하건, 늘 노래를 불렀어요. 요즈음 사람들은 일하며 노래를 부르지 않아요. 라디오를 틀거나 대중노래를 틀어요. 스스로 노래하지 않고, 스스로 노래가 샘솟지 않아요. 즐겁게 하는 일이 아니라, 오직 돈을 벌려고 하는 일이기에, 노래가 흐르지 않아요.


  삶에서 노래를 길어올리지 않는 오늘날인 터라, 모든 대중노래는 ‘젊은 남녀 짝짜꿍 노닥거리’에 파묻힙니다. 이 틀을 벗어나는 노래는 대중노래가 되지 못합니다. 삶에 일이 없고, 삶으로 누리는 일이 즐겁지 않으며, 오로지 돈바라기만 해야 하는 회사일이 되고 보니, 이러한 삶에서 노래가 솟아나지 못해요.


  대통령은 대통령답게 노래를 짓고, 의사는 의사답게 노래를 지으며, 교사는 교사답게 노래를 지을 수 있어야 합니다. 저마다 제 일자리에서 노래가 흐를 수 있어야 아름답습니다. 내 삶을 나 스스로 노래로 지어 부르지, 누가 내 삶을 노래로 지어서 불러 줄 수 있겠습니까. 오늘날 사회는 ‘내 삶’이라 할 만한 이야기가 아주 사라져, 모두 톱니바퀴 된 채 쳇바퀴로 구르다 보니 ‘삶 아닌 삶’을 궁둥이 들썩이며 노닥거리는 노랫가락에 담을밖에 없습니다.


- “오히려 내가 너희들한테서 배우는 게 많아.” “선생님이 우리한테서 배운다고요?” “그러엄. 너희들 정말 멋있어. 모두 신념을 갖고 있잖니.” (5쪽)
- “아빠가 말했어요. 땅을 지키는 것은 바로 저를 지키는 것이기도 하다고. 나는 계속 아빠하고 함께 싸워 나갈 거예요! 공항에 비교하면 우리 밭 같은 건 상대가 안 되겠지만, 하지만 그것이 나를 지금까지 키워 준 걸요. 엄마 아빠의 소박한 농사꾼의 마음이 거대한 공항이라는 괴물을 이길 수 있다면 정말 좋을 텐데.” (7∼8쪽)

 

 


  우리 식구는 시골에서 살아갑니다. 시골 가운데에서도 서울이나 도시하고 가까운 시골이 아닙니다. 아침 일곱 시에 길을 나서도 낮 두 시 반쯤 되어야 비로소 서울에 닿을 만한 시골입니다. 섬은 아니지만 섬과 같은 시골입니다. 더욱이, 읍내하고도 멀찌감치 떨어진 시골입니다.


  우리 식구 이렇게 ‘도시와 멀리 떨어진’ 시골에서 지내고 보니, 내 어버이도 옆지기 어버이도 그닥 반기지 않습니다. 그럴 수 있으리라 느끼지만, 도시에서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 길이 아주 막히는데, 이럭저럭 회사원 되어 돈만 벌고 지낼 수 없습니다. 사람은 숨을 쉬고 물을 마시며 밥을 먹어야 살아갑니다. 바람과 물과 밥이 싱그럽지 않다면 살아갈 길이 없습니다. 밥이야 도시에서도 생협 회원이 되어 좋은 곡식과 푸성귀와 열매를 제값 치러 받으면 된다지요. 그러면 바람과 물을 어쩌지요. 시골바람을 도시로 끌어들일 수 있나요. 시골물을 페트병에 담아 도시로 가져오면 되나요.


  요즈음은 좀 달라진 듯한데, 내 어릴 적에 둠벙이나 못에서 잡은 물고기를 ‘수도물’에 담그면 모두 죽었어요. 어릴 적에 둠벙이나 못에서 잡은 물고기를 기르려면, 수도물이 아닌 ‘둠벙물’이나 ‘못물’을 날마다 길어와서 부어 주어야 살았습니다.


  이무렵부터 물을 다시 보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어릴 적에 내 어버이는 늘 수도물을 끓여서 보리차로 마셨지, 수도물을 날로 마시지 않았어요. 텔레비전 방송에서도 학교에서도 ‘수도물을 끓여서 먹으라’고 가르쳤어요. 그래, 물은 끓여서 먹어야 하는구나 하고 어렴풋이 길이 들 즈음이었는데, 물고기들이 수도물에 죽는 모습을 보니 이런 생각이 깨지더군요. 아니, 물고기는 끓인 물이 아니라, 흐르는 냇물에서 살잖아. 사람은 왜 끓인 물을 마시나. 사람 또한 흐르는 물을 마셔야 하지 않나. 사람들이 수도물 끓여서 마시니, 하나같이 몸이 아프고 병원을 드나들어야 하지 않나.


  초·중·고등학교 열두 해 다니는 동안 학교에서 물을 옳게 가르친 일이 없습니다. 대학교에서도 물을 슬기롭게 가르치지 않습니다. 회사라고 다르지 않아요. 어른 나이 되어 시집장가를 가서 아이를 낳으면 스스로 깨우칠까요. 갓 태어난 아기한테는 어떤 물을 마시게 해야 아이가 튼튼히 자랄까요. 물을 물답게 마시지 못하는 채 오늘날 사람들은 어떤 삶을 누리는가요.


- “우리 학교는 도쿄의 한가운데 있어서 나무나 풀도 없고 하루 종일 자동차 소음과 배기가스 냄새에 휩싸여 있어요. 공항이 만들어지면 여러분의 학교도 이렇게 되겠지요. 저는 산리즈카의 어린이들과 친구가 되고 싶어요.” (13쪽)
- “거, 거긴 내 밭이여! 왜 남의 밭에 함부로 들어가는 게여! 이 땅 도둑놈들아!” (50쪽)
- ‘기동대는 우리들이 여름 동안 열심히 김을 맸던 밭을 군화발로 짓밟았다. 그곳은 곧 수확을 앞두고 있는 밭이었다.’ “이놈들, 다시는, 다시는 밥을 먹지 마라! 이 천벌 받을 놈들!” (60쪽)
- “내 몸에 말뚝을 박아라!” (62쪽)
- “여긴 우리 밭이야. 우리 목숨이야! 말뚝을 박으려면 어디 우리 모녀를 꼬치 꿰서 해 봐라!” (76쪽)

 

 


  어제 아침에 이웃 할매와 할배가 고구마밭에서 고구마 캐는 모습을 보고는 일손을 거듭니다. 우리 집하고 돌울타리를 사이에 둔 밭이니, 할매와 할배가 등이 잔뜩 굽은 채 쉬엄쉬엄 일하는 모습을 훤히 내다봅니다. 구경만 할 수 없어 호맹이를 들고 밭흙을 함께 쪼아 고구마를 캐서 자루에 담습니다.


  이제는 늙어 영양제도 듣지 않는다고 하는 할배는 “집이는(자네는) 왜 이런 시골에 왔나. 서울 가서 살아야제.” 하고 말씀합니다. “시골엔 아무것도 읎어. 얼른 서울로 가. 옆에서 어찌 사나 싶어 짠하네. 고흥으로라도(고흥 읍내로라도) 가.” 하고 덧붙입니다. 나는 “여기에서 잘 살면 되지요.” 하고 말씀합니다.


  고구마를 캐는 동안 하늘빛 마알갛습니다. 한여름이라면 땡볕일 테지만, 늦가을이기에 햇볕이 포근합니다. 늦가을 들일은 이렇게 햇볕 드리우는 때에 해야 더 즐거우며 기운이 날 만합니다. 가끔 구름 몇 조각 흐르고, 멧새는 쉴새없이 날아다니며 노래를 부릅니다. 참새도 딱새도 까마귀도 멧비둘기도 까치도 동박새도 직박구리도 저마다 노래 한 가락 흘리며 지나갑니다.


  바람이 붑니다. 맑은 바람 한 줄기 살풋 지나갑니다. 바람노래와 새노래는 경운기와 짐차 더러 지나가는 소리에 사그라들지만, 경운기도 짐차도 이내 지나가니, 다시금 바람과 새가 들려주는 노래가 그득그득 넘칩니다. 우리 집 두 아이는 꽃삽으로 흙을 콕콕 쪼면서 온몸이 흙투성이 됩니다.


  그려, 너희는 이렇게 꽃삽질 조물조물 하면서 나중에 호미질도 익숙하게 할 수 있어. 손으로 만지고 몸으로 느껴야지. 이 흙이 바로 우리 밥을 낳는 숲빛이고, 이 흙에서 우리 숨을 낳는 풀과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지. 예부터 우리 겨레는 누구나 흙빛 얼굴에 흙빛 살결이었어. 임금님이나 신하나 양반들은 흙을 안 만지고 햇볕도 안 쬐니 허여멀건 얼굴이요 살결이었지만, 미국사람도 독일사람도 일본사람도 중국사람도, 권력하고 등을 진 채 시골에서 흙을 만지던 사람들은 모두 흙빛이었어요. 흙내음 마시고 흙노래 부르면서 흙밥을 먹었지. 흙밥 먹는 사람은 아픈 일 없었고, 흙밥 먹는 사람은 날마다 서로 돕고 아끼면서 살가이 노래를 불렀지.


- “근데 말야, 도쿄에서는 선생님이 공항에 대해 얘기해 주신다는데, 아이들도 우리에 대해 잘 알고 있는데 말야, 왜 우리 학교에서는 아무도 관심을 가져 주지 않는 걸까? 공항은 도쿄가 아니라 여기, 우리 마을에 만들어지는데.” “맞아.” “우리 선생님은 찬성도 반대도 아닌 중립이라고만 해.” (14쪽)
- “하하핫! 까불고들 있어! 농사꾼 두들겨패고 땅 빼앗고, 임산부의 배를 걷어차면서 대체 뭘 하겠다는 거여! 국제공항이라고 했냐! 웃기고들 있네! 농사꾼이 땅을 지키고 체포당하는 거라면 얼마든지 해 주지! 여보! 죽어도 밭을 내주면 안 돼!” (80∼81쪽)

 


  아이들이 도시에서 자란다면, 아이들은 자동차 이름을 배웁니다. 도시에서 크는 아이들이라면, 교통신호를 배우고 버스와 전철을 배웁니다. 도시 아이들은 광고와 상품과 가게를 배웁니다. 도시 아이들은 돈과 은행을 한결 빨리 배웁니다. 도시 아이들은 ‘아버지는 돈을 벌러 새벽같이 나가서 밤 늦게 술에 절어 돌아오는구나’ 하고 배웁니다. 아직도 남녀평등 또는 여남평등은 머나먼 딴 나라 일 같은 한국이기에 도시 아이들은(시골 아이들도 똑같은 듯한데) ‘어머니는 집에서 밥하고 빨래하는 사람이구나’ 하고 배웁니다.


  도시에서 살아야 하는 아이들은 놀거리가 없습니다. 이제 도시는 거의 다 아파트요, 아파트 아니어도 여러 층으로 된 다세대나 빌라인 만큼, 신나게 뛰지 못합니다. 구르지도 못합니다. 달리지도 못합니다. 집에서도 못 달리고, 골목에서도 못 달려요. 골목은 온통 자동차로 꽉 차고, 오토바이가 무시무시하게 내달립니다. 학교에 가면 달릴 만할까요? 교실이나 골마루에서 뛰거나 달리면 교사들이 꿀밤을 먹입니다. 흙으로 된 운동장을 거의 걷어치우니, 플라스틱 가짜 잔디 박은 운동장에서 뛰다 넘어지면 피가 줄줄 흐를 만큼 다칩니다. 그런데, 도시 아이들은 뛰거나 달리며 놀 줄 몰라요. 뛰거나 달리는 놀이를 다 잊어버리고 빼앗겼기 때문입니다.


  흙운동장이 있어야 흙바닥에 돌로 금을 그리고는 이렇게 달리고 저렇게 뛰는 놀이를 즐깁니다. 고무줄놀이를 하건 다른 어떤 놀이를 하건, 흙바닥 운동장이어야 비로소 무언가 할 수 있어요.


  도시 아이들은 어디에서도 흙을 못 만집니다. 흙이 없으면 벼도 콩도 밀도 보리도 안 나지요. 흙이 없는데 능금이나 배나 수박이나 딸기를 어디에서 얻겠습니까. 그런데, 도시 어른과 아이는 흙 한 줌 없어도 마트에서 모든 곡식과 푸성귀와 열매를 돈으로 사다 먹어요. 흙을 몰라도 되는 도시요, 흙하고 동떨어져도 살 수 있는 도시요, 흙을 잊어도 걱정없다는 도시입니다.


  그런데, 참말 이래도 될까요. 아이들이 흙을 잊고 흙을 안 만지며 커도 될까요. 아이도 어른도 흙하고 등을 진 채 밥을 먹어도 될까요.


- “공단이 기동대를 앞세우고 온 건 측량이 목적이 아니여. 우릴 겁주려고 그런 게지. 그 녀석들도 지금쯤 황망하겄지. 겁주기는커녕 우리한테 자신감만 잔뜩 심어 줘 버렸응께!” (111쪽)
- “텔레비전 따위 안 봐도 돼. 신문 따위 읽지 않아도 돼. 너희들, 한 번만이라도 우리 마을이랑 공사현장에 와 봐. 공항 만드는 곳에 민주주의나 주권재민 같은 건 요만큼도 없어. 있는 건 기동대의 폭력뿐이다! 우리는 가족이 총출동해서 3일 동안 싸웠어. 공단은 측량을 전혀 못 하고 돌아갔어. 하지만, 아무리 날림으로 한 측량이라도, 이게 끝나면 다음에 오는 건 강제수용이야! 땅을 빼앗는 거란 말이다! 강제수용이란 건!” (114∼115쪽)
- “저, 선생님. 저, 조금 더 뎃페이의 얘기를 듣고 싶은데요.” “저도.” “저도요.” “선생님, 전 지금까지 공항이 생기면 편리해서 좋겠다고만 생각했어요. 반대하는 사람들도 언젠가는 납득하고 떠날 거라고 생각했고요. 하지만, 이 3일 동안 티브이를 보면서, 우리와 같은 학년의 친구가, 같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필사적으로 싸우는 것을 보면서, 내가 공항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걸 깨달았어요. 지금은 그것이 정말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시자카 군. 좀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줘.” (118∼119쪽)

 


  오제 아키라 님이 그린 《우리 마을 이야기》(길찾기,2012) 여섯째 권을 읽습니다. 일본 나리타공항을 지을 적에 일본 정부와 경찰이 얼마나 끔찍하게 시골마을 망가뜨리면서 괴롭혔는가 하는 이야기가 낱낱이 흐릅니다. 더군다나, 조용한 시골마을에 갑작스레 공항을 짓겠다 하면서, 초·중·고등학교 교사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됩니다. 공무원이기에 정부가 하는 일을 놓고 아무 말을 할 수 없다 말하는 교사들 가운데 ‘시골내기’는 없습니다. 나라에서 주는 돈을 받으면 될 뿐인 교사입니다. 교사들은 흙을 안 만집니다. 시골마을 학생은 어버이가 모두 흙지기입니다. 흙을 만지는 농사꾼입니다. 농사꾼을 가르치는 교사는 도시에서 대학교를 다닌 지식인이자 공무원입니다. 지식인이자 공무원인 시골마을 교사는 시골을 송두리째 밀어 없애는 나리타공항을 짓는 일에 ‘중립 탈’을 씁니다. 학교 옆에 공항이 들어서면 방음벽 높고 두껍게 대느라 깜깜한 감옥에 갇힌 듯한 모습이 되는데, 이렇게 되거나 말거나 ‘공무원 일자리 빼앗길 수 없는 신분’이라는 핑계를 대면서 한 발 아닌 두 발 석 발 뒤로 뺍니다.


- “요시코, 들었다. 썩은 수박을 공단 놈 면상에 던져서 깨부쉈다면서. 또 밭에 몸을 던져서 말뚝을 못 박게 막았다고! 상상이 안 되네. 너 같은 조신한 문학소녀가 말야.” “오빠. 여기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매일 일어나잖아.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슬픈 일도, 기쁜 일도.” (123∼124쪽)
- “교장선생님, 선생님이 만약 우리들의 입장이라면, 선생님의 부모가 피투성이가 되어 기동대한테 붙잡혀서 유치장에 갇힌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무척 슬픈 일입니다. 그러나, 입장이 공무원이다 보니.” “……. 공항이 들어서면 이 학교도 당연히 방음교사가 됩니다. 선생님은 하루 종일 창문도 열 수 없는 어두운 교실에 들어가고 싶습니까?” “아니, 들어가고 싶지는 않지요. 학생들을 들여보내고 싶지도 않아요.” “그러면 공항에 반대하시는 거네요? 중립이 아니라. 방음교사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면 어째서 반대하지 않는 건가요? 왜 싸우지 않는 건가요?” “그러니까, 공항이 만들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요.” “교장선생님! 학생들을 방음교사에 가두고 싶지 않다고 하시면서 공무원이기 때문에 공항을 반대하지 않는다든 건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이래도 되는 겁니까? 선생님! 선생님은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정부가 하라는 대로 하는 것뿐이에요. 그것이 교육자로서 올바른 자세라 할 수 있습니까?” (177∼179쪽)

 


  지난날 한국에서 김포에 공항을 지을 적에 어떤 일이 있었을까 궁금합니다. 인천 앞바다 영종섬과 용유섬을 메워서 공항을 지을 적에 이곳 시골사람은 ‘땅값 껑충 뛰어 헤헤 웃으며’ 고향을 버렸을는지 궁금합니다.


  비행기가 하늘 가르며 지나갈 때에 얼마나 소리가 크게 울리는지 들어 보았나요? 고흥 시골 하늘 찢는 비행기가 가끔 있는데, 여섯 살 세 살 우리 집 두 아이는 “무서워!” 하면서 마당에서 놀다가 헐레벌떡 집안으로 달려듭니다. 비행기를 모는 이들은 땅에서 시골사람이 하늘 찢는 소리 때문에 얼마나 시달리는가를 못 느끼는구나 싶어요. 어쩌면, 땅에서 흙 만지는 늙은이와 어린이를 놀래키려고 일부러 낮게 날며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구나 싶기도 해요.


  공항 곁에서는 이런 소리를 날마다 끝도 없이 들어요. 그리고, 공항뿐 아니라 전철과 기차 지나가는 옆마을도 이와 같습니다. 고속철도 지나가는 곁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은 여름에도 창문을 못 엽니다. 귀가 아프거든요. 도시에서는 전철 지나가는 옆에 가난한 사람들 쪽집이 많아요. 돈이 없으니 전철길 옆 값싼 땅에다 집을 짓고 살아가는데, 아주 고달프지요.


- ‘그때 나는 끓어오르는 의문과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었다. 끈질기게 공항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외면하는 우리의 선생님들은, 우리를 가르치고 이끄는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를 괴롭히는 공단·기동대와 한편인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 (160쪽)

 


  흙을 모르는 도시사람이 스스로 삶을 무너뜨리는 길을 걷습니다. 사람 적게 사는 시골이라 여기며, 시골에다가 핵발전소나 화력발전소 아무렇게나 때려지으면, 도시사람은 전기 펑펑 쓸 텐데, 시골흙 더러워지면 바로 ‘도시사람이 사다 먹을 곡식과 푸성귀와 열매가 더러워지는’ 셈입니다. 시골에 쓰레기 파묻으면 시골에서 거두는 곡식과 푸성귀와 열매가 더러워질밖에 없습니다. 시골이 땅값이 싸대서 시골에 공장을 짓고 골프장 닦으면, 시골에서 일굴 곡식과 푸성귀와 열매가 아주 더러워지지요.


  사람은 누구나 배워야 합니다. 도시사람도 시골사람도 흙을 배워야 합니다. 어제 아침 이웃 할매와 할배 고구마밭 일손을 거드는데, 할배가 문득 “저번 해에 비료와 거름(농협에서 소돼지 똥으로 만들어서 파는 거름)을 썼더니 감저(고구마)가 아주 맛이 없어. 맛이 없는걸 어떻게 먹어. 올핸 비료와 거름을 하나도 안 썼어. 올해에는 맛이 어떨까 몰라. 맛이 좋겠지?” 하고 한말씀 합니다. 아무렴요, 화학비료와 화학거름(화학사료 먹은 소돼지가 눈 똥이나 화학똥이지요)을 뿌리면 겉보기로 알이 굵게 나올 테지만 얼마나 맛없겠어요. 빗물과 햇볕과 바람을 먹으면서 곱고 보드라운 흙에서 자란 고구마라야 맛있지요.


  도시사람은 도시에서도 텃밭을 짓고, 시멘트를 차츰 걷어내어 흙땅을 넓힐 노릇입니다. 도시 골목길이 주차장 되도록 해서는 안 됩니다. 도시 골목길은 아이들 놀이터요 어른들 쉼터가 되어야 합니다. 도시사람도 철마다 시골로 들일 하러 말미를 낼 수 있어야 합니다. 대통령도 청와대에서 텃밭을 일구어 이녁 먹을거리를 손수 거두어야지요. 시골 군수도 군청 앞 주차장 모두 없애고 이 자리를 텃밭으로 삼아 손수 푸성귀를 일구어 먹어야 ‘시골 군수’다운 행정을 펼칠 수 있지요. 도시에서도 시골에서도 교사들은 학교로 자가용 끌고 나오지 말고, 주차장이 되는 그 터를 텃밭으로 일구어 교사들 스스로 푸성귀를 얻어야지요. 시골에서는 더더구나 아이들 어버이가 모두 흙지기인데, 시골 교사 스스로 흙일을 새로 배우고 새로 깨닫는 하루를 누려야, 시골 아이한테 참삶 가르칠 수 있지요.


  흙을 배우는 삶일 적에 사랑을 배웁니다. 흙을 배우는 삶이 될 적에 이웃을 아끼고 돌보는 길을 배웁니다. 흙을 배우는 삶으로 나아갈 적에 즐거이 어깨동무하며 두레와 품앗이를 하는 웃음꽃 피웁니다. 4346.11.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h*******e 2013.11.06.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함께 살아가는 땅 (우리 마을 이야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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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땅 [만화책 즐겨읽기 192] 오제 아키라, 《우리 마을 이야기 (4)》     이 나라는 대통령 아무개 것이 아닙니다. 누구라도 이 대목을 알리라 생각합니다만, 뜻밖에 이 대목을 모르는 사람은 아주 많습니다. 이 대목을 너무 모르는 나머지 대통령뽑기에 지나치게 눈길을 두고 말아요. 대통령 한 사람 누구를 뽑든 삶도 사회도 나라도 달라지지 않거든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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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살아가는 땅
 [만화책 즐겨읽기 192] 오제 아키라, 《우리 마을 이야기 (4)》

 


  이 나라는 대통령 아무개 것이 아닙니다. 누구라도 이 대목을 알리라 생각합니다만, 뜻밖에 이 대목을 모르는 사람은 아주 많습니다. 이 대목을 너무 모르는 나머지 대통령뽑기에 지나치게 눈길을 두고 말아요. 대통령 한 사람 누구를 뽑든 삶도 사회도 나라도 달라지지 않거든요. 이 나라가 대통령 것이 아닌 만큼 대통령 한 사람 잘 뽑는대서 나라가 나아지지 않습니다. 대통령 하나 잘못 뽑았기에 나라가 무너지지 않아요.


  국회의원 한 사람이 마을 하나를 거머쥐지 못합니다. 정치권력이라는 이름이 있고, 국회의원이 법을 만든다고 하는데, 법이 있대서 나라가 튼튼하지 않아요. 법이 있기에 나라가 아름답거나 사랑스럽지 않습니다. 법이 없으니까 나라가 기울 일이 없습니다. 법이 없대서 나라가 어지럽거나 어수선하지 않습니다.


  곰곰이 생각하면, 대통령이 있어서 나라가 어지럽습니다. 국회의원·시장·군수가 있는 탓에 나라가 어수선합니다. 수십만 공무원과 수십만 교원이 있는 나머지 나라가 기울어집니다.


  옛말에도 있듯이, ‘가장 바르고 아름다우며 훌륭한 정치’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정치’입니다. 백성을 가르치거나 이끌지 않는 정치가 가장 바르고 아름다우며 훌륭하다고 일컫습니다. 백성한테서 돈을 얻어낸다든지(세금), 백성 품을 빼앗는다든지(부역·군대), 백성 목숨을 앗는다든지(전쟁), 백성 등골을 휘게 한다든지(부자들 소작제도) 하는 모든 ‘정치’가 나라를 어지럽히거나 흔드는 밑뿌리입니다.


  대통령이 할 일도, 국회의원이 할 일도, 시장이나 군수가 할 일도, 공무원이 할 일도, 교사가 할 일도 하나 없어요. 세무사가 있을 까닭이 없어요. 경찰과 군인이 있어야 할 까닭이 없어요. 이들은 모두 군식구입니다. ‘일을 안 하면’서 떵떵거리는 술꾼이나 노름꾼이라 할 만합니다.


  사람들은 스스로 생각해야 합니다. 대통령이 무슨 정책을 꾀하는가요. 다른 나라하고 무역을 해서 우리 나라한테 도움이 되는 일이란 무엇인가요. 제도권 울타리에서 참교육을 외치며 힘쓰는 분들이 있습니다만, 대학바라기 밑틀을 뜯어고치거나 없애지 않으면서 시험공부만 시키는 흐름을 그대로 두는 땀방울이라 한다면, 참교육이 될 수 없어요. 군대가 무엇을 하고, 경찰이 어떤 일을 하는가요. 법정이나 교도소가 있어야 할 까닭이 있는지 생각해야 해요. 그야말로 있을 까닭이 없는 제도권 톱니바퀴가 지나치게 많은 줄 알아차려야 해요. 이 땅에서 슬기로운 한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길을 찾고 느끼며 누려야 해요.


- “뎃페이, 사실 나 책상 같은 거 필요없어! 전학 가기 싫어! 고료목장이 없어지는 것도 싫어!” “무슨 소리 하는 거야. 고료목장이 왜 없어져.” “없어진대. 아버지가 그랬어. 올해부터 공사가 시작된대. 이제 말도 양도 돼지도, 벚꽃도 볼 수 없대. 공단 사람이 그렇게 말했다고.” “안 없어진다니까! 그런 말 다 거짓말이라고!” (12쪽)
- “왜 일부러 집을 부수고 가는 거야?” “나도 잘 모르는데, 자기 집을 부수고 가는 게 조건이래. 여기에서 더 이상 사람이 살지 못한다는 증거로.” (20쪽)

 

 


  이 땅은 함께 살아가는 곳입니다. 이 나라는 ‘서울사람 것’이 아닙니다. 대통령 것이 아닌 이 나라인 한편, 서울사람 것도 아닌 이 나라입니다. 서울과 경기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온갖 편의·공공시설을 가장 많이 누린다 할 텐데, 서울과 경기도에서 편의·공공시설을 누리도록 하려고, 이 나라 골골샅샅 시골마을이 무너집니다. 값싼 먹을거리를 대주느라 웬만한 시골마을마다 온갖 농약과 비료와 항생제를 뿌려대느라 땅이 썩고 바람이 매캐합니다. 제대로 된 먹을거리인 ‘똥오줌 거름(유기농)’으로 마련한 곡식과 열매를 거두는 시골마을은 김매기와 흙살리기를 하느라 매우 바빠 등허리가 휩니다. 서울과 경기도에는 원자력발전소도 화력발전소도 짓지 않아요. 서울 둘레와 경기도 언저리에는 몇 군데 있다지만, 모두 한갓지고 정갈한 시골마을에 발전소를 지어요. 쓰레기를 파묻는 곳도 시골이요, 서울과 경기도에서 쓰는 온갖 자원을 퍼다 날라야 하는 곳도 시골입니다. 서울 옆 김포이든 인천 귀퉁이 영종도이든 조용한 시골이었으나 공항으로 바뀌어 온갖 공해로 멍들어야 합니다. 정작 공항을 짓고 싶으면 서울 한복판에 지을 노릇일 텐데, 꼭 시골을 무너뜨립니다. 서울 못지않게 커다란 도시인 부산을 북돋우는 나라 정책은 ‘서울-부산’ 잇는 기찻길과 고속도로를 잔뜩 뚫습니다. 모두 시골마을을 가로지르거나 시골 논밭을 파헤치거나 시골 숲을 무너뜨립니다.


- ‘우리가 함께 공을 가지고 놀았던, 널찍한 마당이 있었던 그 집은, 순식간에 사람이 살 수 없는 폐허가 되었다.’ (25쪽)
- “산리즈카는 농업의 고장이에요. 앞으로 더욱더 풍요로운 고장이 될 거구요.” (36쪽)
- 1969년 9월 9일. 426㎡나 되는 면적으로 공항 용지의 40%를 차지하는 고료목장의 나무 10만 그루에 대한 벌목이 시작됐다. 그것은, 수령 200년의 고목을 매일 천 그루씩 베어내는 작업이었다. (124쪽)


  경상남도 밀양 시골마을 송전탑 말썽거리가 여러 해째 이어집니다만, 밀양 시골마을까지 우람한 송전탑을 세우는 까닭이 무엇이겠어요. 바로 서울이나 부산이나 대구나 인천이나 광주 같은 커다란 도시 때문이에요. 커다란 도시가 온 나라를 무너뜨리거나 망가뜨려요. 대통령 한 사람이 나라를 망가뜨리지 않아요. 재벌 우두머리 몇 사람이 나라를 무너뜨리지 않아요. 바보스러운 정치꾼 몇몇 무리가 나라를 뒤흔들지 않아요. 정규직 노동자이건 비정규직 노동자이건, 서울이나 도시에 깃들어 톱니바퀴처럼 달삯쟁이로 일하는 ‘여느 사람’이자 ‘여느 이웃’이 이 나라를 무너뜨려요. 무슨 말인가 하면, 서울사람이 서울에서 살며 전기를 쓰고 싶으면, 서울 한복판 내 집 옆에 원자력발전소나 화력발전소를 지어야 해요. 서울에 발전소 안 짓고 시골에 발전소 짓도록 하는 짓은 가장 어리석고 못난 ‘지역이기주의’예요.


  아파트를 지으려고 돌이나 시멘트나 모래를 어디에서 파올까요. 아파트를 새로 짓는다며 허문 ‘옛 아파트 쓰레기’는 어디로 가져가서 파묻을까요. 아파트를 끝없이 지은 다음, 아파트 사람들 쓰는 물은 어느 시골마을을 퐁당 가라앉힌 커다란 댐에서 끌어올까요. 아파트 사람들 쓰는 전기는 어느 시골마을에 발전소를 지어서 끌어들일까요. 아파트 사람들 모는 자가용에 넣는 기름은 어느 시골마을에 정유공장 지어서 퍼올까요.


  우리 이웃집 할머니와 할아버지 두 분이 사흘에 걸쳐 고구마밭 고구마줄기를 걷으면서 고구마를 캡니다. 두 어르신이 고구마밭 일을 모두 끝낸 오늘밤부터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립니다. 참 용하지요. 아니, 오랜 나날 시골에서 살아가며 흙을 만지셨으니, 날을 미리 내다보며 비 내리기 앞서 일을 마치셨구나 싶어요. 그러나저러나, 들쥐와 두더쥐가 많이 파먹어 굵은 고구마가 얼마 없다고 말씀합니다. 나이가 무척 많이 든 두 어르신은 당신 먹을 몫이랑 아이들한테 보내줄 몫만 심어서 거둡니다. 어디에 내다 팔 만큼 심거나 거두지 않아요. 그러니 이 고구마밭에는 풀약 한 번 깃들지 않습니다. 식구들 먹을 만큼 조그맣게 돌보는 밭자락에는 풀약도 비료도 항생제도 스며들지 않아요.


  이와 달리 바깥에 내다 팔려고 퍽 널따란 자리에 심는 다른 푸성귀나 곡식에는 풀약도 뿌리고 비료도 하고 항생제도 쓰곤 합니다. 서울이나 도시 사람들은 때깔 좋거나 굵다란 열매 아니라면 아예 손을 안 대니까, 서울이나 도시 사람들 바라는 대로 곡식을 거두자면 풀약·비료·항생제는 반드시 써야 하고, 꽤나 많이 써야 합니다.

 


- “시끄러운 공항 문제를 축제 분위기로 덮어버리려는 속셈이야.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고 아무 생각도 없는 치들이 분위기에 휩쓸리겠지.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들떠서 웃고 춤추고 노는 사이에, 나라는 개차반이 되는 거다.” (44쪽)
- “오빠, 나도 요시자카 집안의 일원이야. 나도 이 마을에서 태어나고 고료목장에서 뛰어놀며 자랐어. 여기 산리즈카가 앞으로도 더욱 풍요로운 고장이 될 때까지, 나 이곳을 떠나지 않을 거야.” (65쪽)
- “말도 안 돼요! 콘크리트로 메워졌던 땅에서는 무 한 뿌리도 못 나요! 할아버지가 그랬어요! 제대로 된 땅이 되는데 10년은 걸린다고!” (210쪽)


  한국땅 시골마다 도시로 떠난 사람 아주 많아 빈집이 참으로 많습니다. 오래도록 빈집은 스스로 무너져내립니다. 스스로 무너져내린 흙집에서 돌과 시멘트와 쓰레기는 걷은 다음 밭으로 바꿉니다. 한 해 두 해 차근차근 건사하며 기름진 밭으로 바꾸어요. 도시로 가지 않고 시골에 남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천천히 이 일을 맡습니다.


  시골집에서 아이들이랑 가을비를 구경하다가 곰곰이 생각합니다. 그리 멀지 않던 지난날, 이 시골마을 ‘빈집 허물어진 터에 들어선 밭’마다 밭 아닌 살림집 있었을 때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았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참 많은 어른과 아이가 살았을 텐데, 예전에는 갯벌을 메워 논밭을 만들지도 않았고, 높은 멧자락까지 파들며 밭을 일구지 않았으니까, 오늘날보다 ‘일굴 논밭’이 매우 적어요. 그런데 모두들 먹고살았어요. 숲에서 나무를 해서 나무를 때며 살았어요. 흙과 숲이 참으로 많은 이들을 씩씩하고 튼튼하게 먹여살렸어요.


  오제 아키라 님 만화책 《우리 마을 이야기》(길찾기,2012) 넷째 권을 헤아려 봅니다. ‘도시사람들 문화·시설 누리도록 시골사람이 바쳐야 하는 땅’이 아닌 ‘누구나 사랑스레 어울리며 함께 살아가는 땅’을 지키려는 사람들 목소리를 듣고 얼굴을 봅니다. 만화책 하나에 아주 많은 이야기가 깃듭니다. 시골에 공항이 들어서지 못하도록 가로막으려는 움직임이 아닌, 시골이 어떠한 곳인가를 밝히고 시골에서 아름다운 두레와 품앗이를 누리는 사람들 꿈을 읽습니다. 참말 ‘우리 마을 이야기’예요. 너희 마을이 아닌 우리 마을이에요. 너희 나라가 아닌 우리 나라예요. 일본 시골마을 이야기 아닌 우리 시골마을 이야기예요. 오순도순 얼크러지고 알콩달콩 사랑을 꽃피우며, 쓰레기 하나 없이 흙하고 한몸이 되어 푸른 숨결로 살아가던 사람들 이야기예요.


- 불도저로 파헤쳐진 논밭과 삼림은 이미 공단이 매수한 땅이었지만, 그것은 우리들의 집과 논밭, 그리고 우리 마을과 이어져 있었다. 거칠게 파헤쳐진 붉은 땅을 보면, 우리의 땅이 투영되어 보였다. 우리들이 엄연히 여기 살고 있는데도, 이 나라에서 산리즈카는 이미 ‘공항 용지’일 뿐이었다. (162쪽)
- “새참 시간에는 늘 밝은 모습으로 엄마를 위로해 줬어. 당신들 농사도 바쁠 텐데, 모두들. 마을 아주머니들이 돌아가면서 와 주셨어. 다들 너무 훌륭하셔. 그치 오빠? 마을사람 수는 점점 줄고 있지만,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지만, 그럴수록 다들 강해지고 있어. 단단하게 서로 결속하고 있어.” “그건 품앗이야. 옛날부터 있었던 마을 공동체의 관습이지.” “응. 마을의 미풍양속이 새롭게 되살아난 거네. 마을이 무너지려고 하는 지금에 와서.” (192∼193쪽)

 

 


  도시에서 살고픈 이는 도시에 남고, 서울에서 살고픈 이도 서울에 남을 노릇이에요. 그런데, 도시에서 살든 서울에서 살든, ‘사람으로 살아가’려는 마음이라면 내 먹을거리는 내가 내 밭에서 거두어야지 싶어요. 도시에서도 집 곁에 밭을 일구어야지 싶어요. 서울에서도 집과 집 사이에 밭이 있어야지 싶어요.


  사람들이 스스로 ‘내 밥을 내 손으로 심어 거두지’ 않으니 바보가 되는구나 싶어요.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시장도 법관도 의사도 검사도 교수도 교사도 몽땅 스스로 밭을 일구어 이녁 먹을거리를 이녁 손으로 돌보며 거두어야지 싶어요.


  스스로 흙을 만지지 않으면 아무것도 몰라요. 스스로 곡식을 거두지 않으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금을 그으며 서로 등지게 만드는 도시 문명 사회가 왜 자꾸 커지는가를 깨닫지 못해요. 내 손으로 냇물을 떠마실 만큼 정갈한 시골 숲을 누리지 못하면, 자동차가 이 나라를 얼마나 끔찍하게 짓밟는가를 느끼지 못해요.


  도시사람도 ‘페트병에 담긴 먹는샘물’ 맛이랑 냇물에서 흐르는 물맛이 얼마나 다른가를 느낄 수 있어야 해요. 서울사람도 자동차 배기가스가 넘치는 서울 바람맛이랑 국립공원 이름까지 붙는 시골마을 바람맛이 어떻게 다른가를 깨달을 수 있어야 해요.


  먼 옛날 맹자 어머니는 아이를 가르치려고 ‘도시로 가지’ 않아요. 오늘날 어머니와 아버지도 생각해야 해요. 아이들을 사랑스럽게 돌보고 아이뿐 아니라 어른 스스로 아름답게 살아가자면, 삶터와 보금자리를 어디에 어떻게 마련해서 무슨 일을 하며 어떤 꿈과 사랑을 키워야 하는가를 생각해야 해요. 함께 살아가는 땅을 생각해야 해요. (4345.11.17.흙.ㅎㄲㅅㄱ)

 


― 우리 마을 이야기 4 (오제 아키라 글·그림,이기진 옮김,길찾기 펴냄,2012.5.31./8800원)

 

(최종규 . 2012)

 

 

h*******e 2012.11.1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