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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포천>이 극화체의 만화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무척 진중한 분위기의 만화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물론 이 <포천>은 결코 예사롭거나 가벼운 만화가 아니다. 더 나은 조선, 나아가 더 나은 세상을 염원하던 점술가와 그의 동료들이 펼치는 한편의 드라마는 어찌보면 조금은 가벼워보이는 분위기 안에 녹아있다고 할수도 있긴 하겠지만, 그 안에 이야기가 결코 가볍지 않음은 분명하다. 아마도 이 <포천>을 제대로 읽어본 독자들은 모두 공감하는 부분이리라.
이 얘기를 꺼낸 이유는, 얼마전 내가 이 <포천>을 읽는 것을 보고, 한 중년남성(되는분이 말씀하시길;) '재밌게는 생겼는데 그림체가 너무 개그스럽다' 라고 얘기했던 것. 내가 이 <포천>을 처음만났던건 작년 서울국제도서전 때 였다. 사려고 생각했거나(호시노 유키노부의 책과 같은) 크게 세일했던 책들은 부스에서 대부분 다 팔렸던지라, 얼결에 추천받아 산것이, <포천> 1막과 2막 이었다. 대부분 사극만화들은 극화체로 그려지며 분량도 꽤 많아서 아직 만화책을 본격적으로 다시 탐독하지 않았던 그때에(지금은 그 서울국제도서전 가서 '우라사와 나오키' 작가의 <몬스터>9권 세트를 한번에 지르고 온;) <포천>이 극화체였다면 구매를 재고했을지도 모르겠지만, 특이하게 SD캐릭터로 그려진 <포천>은 그 겉모습으로 인해 조금 가볍게(사실은 모으기에 부담되지 않겠지 하는 생각으로;) 생각하고 산게 맞을 것이다. 그때 몇권까지 나웠던지는 모르지만, 나는 이게 2막으로 끝나는 이야기인줄 알았다. 그리고 아마 2막까지 읽고 잠깐 그 존재를 잊고 있었으려나? 그랬던 것이, 이러구러한 계기로 다시 만화책을 본격적으로 보기시작한 올해, 얼마전에 출간된 <포천>5막까지 만나게 된 것이다.
왜 다시 이 개그스러운(!) 만화책을 다시 만나게 되었느냐. 하면 답은 간단하다. 재밌다. 그게 얼마나 재미있느냐면, 무릎을 칠 정도로 재밌다. 물론 그런 표현을 써가며 보고 읽는 것들이 종종 있다. 그런데 이 <포천>처럼 그 '무릎을 친다' 란 표현이 어울렸던 적이 있었나. 주인공인 이시경(위 사진)처럼 포천은 겉으로는 가벼운 모양을 지니고 있지만 속으로는 그렇지 않다.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하지만 칼이 아닌, 점술로 그 대업을 꿈꾸는 이들의 이야기는 조선 역사의 팩트위에 작가가 만들어놓은 픽션이 기막히게 조합되고, 거기다 현대의 상황들까지 치밀하게 이어맞춰 이야기를 끌어나감으로써 그 재미가 가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다.
그렇다면, 그 재미만 무릎칠만한가? 극화체가 아니라 역동적인 부분은 아무래도 부족할 수 있겠지만 그것을 상쇄시키고도 차고 넘칠, 이시경을 통해 우리가 보게되는 '인간사'에 대한 '깨달음'이야말로 진정 무릎을 칠만한 대목들이다. 조선시대에서 현대, 나아가 인간사 전체를 꿰뚫는 이 만화가 주는 깨달음들이 그 예상보다 훨씬 깊고, 정교하게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다. 물론 그것들이 늘 어떤 깨달음 앞에서 우리가 하게되는 '끄덕거림' 보다는 (아무래도) 그 배경이 늘 조선인지라, 갓 쓰고 선비처럼 앉아 무릎을 치는 그림이 가장 잘 어울리기도 할 터.
내게 이 <포천>은 이미 이 모습으로 충분하다. 당연히 다른 모습으로 존재했을수도 있겠지만, 그것에 대한 필요성을 정말 단 한번도 느낀적이 없다. 물론 새삼 생각해보니 극화체로 이야기가 펼쳐지면 어떤 분위기일까 궁금하기도 하다가.. 단행본 뒤에 실린 축전들을 생각해보니... 그냥 <포천>은 지금 이대로가 어울린다. 겉으로는 속세에 약간 찌들어있게도 보여지는, 하지만 정말로 원조 '딸 바보'인 이시경의 지금 모습이 좋다.
혹시 정말로, 이 만화의 그림체를 갖고선 외면하는 이가 있다면,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다. '무릎 치며' 볼 수 있을만큼 대단한 만화라고. 충분히 볼 가치가 있다고.
이제 5권에 대해서 짤막하게 이야기 해보겠다.
지금까지 정가의 협박으로 인해 팔도를 돌아다니며 스승 전우치를 찾으려 했던 이시경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된다. 전우치, 그리고 그 이전에 화담 서경덕 선생 아래서 함께 수학했던 사형들과 뜻을 모아서 정가의 반란에 본격적으로 맞서게 된 것! 4권까지 읽은 독자라면 정가 파 와 이시경 파 가 제대로 맞붙는 5권을 무척 기다렸으리라
활빈당의 힘을 등에 업고 정가와 대립한 이시경, 하지만 역시 정가는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밀고 밀리는 격전 끝에 최후/최고의 꾀를 내고, 그들이 결코 예상할 수 없는 인물이 등장한다. 과연 이 둘 세력의 싸움에서 '얻는 자'는 누구일까? 어쨌든 그리 호락호락 끝날성 싶지는 않은데.
.. 이시경이 진정한 깨달음을 얻으며 그 행보의 변화를 꾀하는, 그 와중에도 여전히 역사 인물들과 한데 어우러지는 <포천>의 강점이 여전한, 5막이올시다!
민초들을 선동하거나 혹은 착취하여 사욕을 챙기려는 놈은 정가뿐만이 아닐 터. 재주를 가진 넌 이를 알고도 모르쇠 놓을 테냐! 되고 안되고는 하늘의 뜻이라지만, 하고 안하고는 자신의 뜻이겠지. (105)
머리를 치는 스승의 이 말에, 되고 안되고를 떠나, 하고 안하고를 선택했던 백만석 을 떠올리는 이시경. 정가와의 싸움은 다시한번 제대로 몰아붙을 것이지만 이시경은 이제 어제와는 다르다. 붓을 잡을 결심을 한 이시경과 정가의 이야기는 어디로 흘러가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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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표지가 유난히 마음에 들어 자세히 봤더니 정가놈이다. 이런. 정가라서 다시 싫어질판. 표지의 주인공답게 이번 5막의 핵심 역시 정가다. 구법사에서 한바탕 일을 벌이려던 정가를 이시경과 그의 무리들(?)이 훌륭히 막아내지만, 정가는 도망가고 또 다시 이시경과 정가의 대치상황이 이어진다, 가 이번 5막을 간단히 줄인 것. 하지만 이 간단히 줄인 내용 안에 얼마나 감동적이고 멋진 인물들이 많은지 모른다. 일단, 정가를 무찌르기 위해 나타난 전우치다. 전노사를 보니 어찌나 반갑던지, 이시경이 그렇게 찾아헤맸는데 드디어 등장했다!! 그 외에도 죽은 줄 알았던 사람들이 등장해 정가는 당황하면서 어쨌거나 패배. 하지만 쥐새끼같이 잘도 빠져나갔다. 쳇. 하지만 비록 정가의 편에 서서 싸웠지만 구법사에서의 전투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사람은 백두령이라 불리던 백만석. 정가가 하는 일이 옳은 일이 아님을 깨닫고 과감히 돌아서는 모습에서, 장렬히 전사하는 모습에서 찡했다. 이런 의인이 있나! 여하튼 정가를 무찌르고 이시경에게 전노사가 한 말은 정말 이시경도, 이 책을 보는 독자도 띵하고 울리는 말이었다. "재주를 가진 넌 이를 알고도 모르쇠 놓을 테냐! 되고 안 되고는 하늘의 뜻이라지만, 하고 안 하고는 자신의 뜻이겠지."(p105) 이건 비단 이시경에만 해당되는 말일까. 조선이 아닌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일에도 적용가능하지 않을까. 못 본척하는 것도 모자라 외면하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말이다. 본 것을 외면하고 못 본척 하고 없는 것처럼 만드는 일을 떠올리니, 뒤늦게서야 며칠전에 읽은 '도가니'가 떠오른다. 읽는 내내 화도 나고 슬프고 재판까지 갔을 땐 감동하고 그러면서 본 책이었다. 하지만 책 읽는 내내 가장 지배적인 감정은 화.슬픔.무기력.우울. 이런 감정이 아니었을까 한다. 아동 성추행,성폭력,폭력을 뻔히 보면서도 못 본척 하고 감싸고 위증하는 모습이 정말 이 사회는 썩어빠졌구나,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외면하고 위증할 게 따로 있지, 이것들은 기본적인 개념조차 없나, 싶은 것이 얼마나 화가 나고 무기력하게 느껴지던지. 에휴. "스승님, 보고도 못 본 척. 알아도 모르는 척. 허물 많은 저는 눈물만 흐릅니다."(p108) 하지만 또 인상깊었던 대사는 화담스승님의 말이다. "두 눈을 감은 채. 판수의 길을 걸으면서 난사람으로 살지. 두 눈을 뜨고. 구원의 길을 걸으면서 된사람으로 살지는 네 선택이지." 두 눈을 감은 것도, 그렇다고 뜬 것도 아닌 애꾸눈 이 시경은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런 질문을 던져주는 좋은 대사였다. 그리고 그는 생각한다. "그간 구법사까지 달려오면서 수많은 이들이 피를 흘리고 목숨을 잃었다. 그 난리통에 나는 고작 무능하게 뒷전에 물러나 있다 도망친 게 다구나. 내가 마음 고쳐먹고 점괘라도 하나 뽑아 앞장섰다면 그날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텐데 말이지."(p129) 그리고 그는 자신이 예언서를 쓰면 세상이 더 나아질까 싶어 쓰기로 결심한다. 이렇게 결심하는 부분에서 드디어(!) 이시경이 멋져보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예언서를 쓰며 마지막 여행을 떠나는 이시경과 그의 딸 초희. 비록 친딸이 아님은 밝혀졌지만, 친딸 못지 않게 초희를 사랑하는 그의 모습에 왠만한 친부모보다 낫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초희가 배워오는 이상한 노래나 단어들은 제외하더라고 말이다. (웃음) 정가는 세 유학자들을 본보기로 죽이려 드는 상황에서 마무리 된 5막. 마지막 여행이라하니 이제 이시경의 여행도 얼마 남지 않았나보다. 어쩐지 벌써부터 아쉬움이 생긴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가랑 대치하는 상황을 계속 보고 싶은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여하튼, 정의 구현이라하면 너무 거창해보이지만, 이시경이 예언서 작성을 통해 자기 자신의 내면에 있는 무언가를 실현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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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나온 신간까지 매 권을 1~5막으로 표기한 것도 나름 독특해서 좋았다. 가히 '범인'이라 할 수 있는 이시경 선생의 이야기가 더없이 드라마틱하고 비현실적이라, 어떻게 보면 또 의외로 현실적인 것 같고. 영화로 만들어지면 참 좋을것 같단 생각도 했다. 책 속에선 이런 이시경을 만들어 낸 화담 서경덕 선생의 캐릭터도 아주 멋지게 그려진다. 서경덕이란 인물에 제대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드라마 <황진이(리뷰)>를 보던 스무살 때 였는데, 이후로 만나는 어떤 이야기에서도 그의 인품은 항상 고매하고, 필부들과는 사뭇 다른 존재로 그려져있어 기회가 닿으면 그의 생애를 면밀히 공부해 보고 싶단 생각이 들 정도였다. 블로거 목탄M(mtothej.tistory.com)님의 포천 팬아트. 어엌..이시경이 남자로 보인다 ;ㅅ; 조선 중기 이후를 배경으로 하는 시대 속 풍운아 이시경. 만약 이런 사람이 실제로 존재했다면 '당시 사회는 그를 어떻게 주목했으며, 어떤 기록으로 남았을까' 하는 궁금증이 책을 읽는 내내 불쑥불쑥 들었다. 더불어, 나는 어린시절 이런 재밌는 만화나 드라마, 영화 등을 보며 역사 공부에 대한 꿈과 흥미를 키웠는데 요즘 어린 친구들은 과연 어떠할지. 가능하다면 이런 콘텐츠들이 지루하고 고리타분한 수십종의 역사 교과서와 학습지보다 훨씬 더 유용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이어서 할 수 있었다. 아직 그의 이야기가 완전히 끝을 맺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뭐라 장담할 순 없지만, 항상 이렇게 '시대의 보편을 거스르는 인물'이 흥미를 돋구는 원천이 되듯, 가능하면 이후의에도 이시경이 가급적 더 대담하고 더 파격적이게 활약해줬음 하는 바람이 들었다. 아빠&음식바보인 우리 초희는 철이 촉흠.. 아주 촉흠만 들었음 언니가 더 바랄게 없겠고 (ㅜ.ㅜㅋ) 그사이 나는 웹툰 정주행 고고싱 예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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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고 안 되고는 하늘의 뜻이라지만, 하고 안 하고는 자신의 뜻이겠지. (108쪽)
"운명이 어떻게 결정되든지 그것은 운명 자체의 문제이고, 인간은 최선을 다한 후 주어진 운명을 맞아들이는 것."
(151쪽)
포천은 정말 별 다섯 개가 아깝지 않다. 재미는 물론 역사 지식은 물론 어휘까지 늘려주는 만화가 어디 또 있나요? 난 처음 봤는데! 픽션과 팩트가 그야말로 절묘하게 섞인 포천의 주인공은 가상의 인물인 '이시경'이다. 1막에서 이시경이 남긴 예언서를 '김정호'가 발견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서막에서부터 시작된 등장인물들의 이야기, 현재와 과거, 사실과 허구의 어우러짐은 5막에 와서도 바래지 않는다. 여전히 이마를 탁! 치게 만들 정도.
5막에서는 드디어 '정가'가 본격적으로 나라를 훔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군사를 이끌고 위화도로 떠난 '백만석'은 정가 패거리들의 성격에 의심을 품고, 과연 정가가 백성을 위해 모반을 일으키는 지에 대해 의심을 하게 된다. 결국 이끌고 가던 군사들을 흩어지게 하고 다시 정가가 있는 구법사로 돌아가는데 그 곳에서는 이시경과 '산진두령'이 이끄는 활빈당과 '김복손', '백중치'가 이끄는 부보상들이 패를 나누어 정가의 패들과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정가 일당과 대결하게 된 이시경들은 정가를 겁주기 위해 꾀를 쓰지만 그 속임수가 들통이 나 위기에 몰리게 된다. 그 때 등장한 정가와 이시경의 스승인 '전우치' 덕분에 위기를 모면한 시경은 전우치와 얘기 끝에 결국 예언서를 쓰기로 하고 다시 길을 떠나는데!! ㅇ<-<
4막을 읽으면서 '정가 이 나쁜 놈! 이런 삼부리!!' 하고 부글부글 끓었던 터라 5막은 엄청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근데 처음부터 이시경 꿈에 '강현응'이 나와서 이시경한테 호패를 던져줘서 울컥ㅠㅠ 아오, 삼부리놈! 거기다 누가 악당 아니랄까봐 꼼수도 얼마나 잘 쓰든지... 뒷통수 치기의 정석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_T 내가 저 놈들 벌 받는 거 보고 말거야! 권선징아아악!!!!!!! 하고 읽었기 때문에 나름 속이 시원한 결말이 났는데...ㅋㅋ...ㅋㅋㅋ... 애들 싸움도 아니고 전부 다 살 수는 없는 거지만... 알긴 하지만... 아우들도 울고, 이시경도 울고, 나도 울었다. 마무리 된 후에는 시경의 점치는 능력이 제대로 발휘되는 에피소드들이라 흥미롭게 읽었다. 사소한 상황 하나하나, 말 하나하나가 딱딱 맞는 거 보면 허구라는 걸 알면서도 와! 하게 된다니까. '생불하생귀' 때는 '정희량'의 능력 때문에 오! 했고, '목대감 중매' 에피소드는 흥미로운데 신랑 때문에 살짝 멘붕. 그래도 뭐 나머진 다 잘된 거니까 좋은 게 좋은 거지! 라고 생각하고 넘기긴 했는데 여전히 찝찝해....
어쨌든 결론은 재밌게 읽었는데 6막은 언제 나와요? 인 것 같다... 너는 왜 맨날 다음 권만 찾니? 라고 물어보면 그럴 수 밖에 없다고 대답하겠음ㅇㅇ... 아니 그럴 수 밖에 없어 진짜ㅋㅋㅋㅋ 끊기 신공이 장난이 아니야 책들이... ㅠㅠ... 포천 기다리면서 한섬세대를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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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꾸눈 점쟁이가 눈물점 있는 어린 딸을 데리고 스승을 찾아 조선 땅을 헤맨다. 스승을 찾는 과정에서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던 그는 한 스승 밑에서 동문수학하던 동료가 나쁜 마음을 먹고 나라를 뒤집으려 하는 것을 막기로 결심한다. <포천>의 기둥 줄거리는 이렇다. 시간과 공간을 널뛰듯이 넘나드는 이 만화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으려면 이 기둥 줄거리를 아는 것은 꽤 중요하다. 국사 공부를 열심히 했든 안 했든, 역사에 관심이 있든 없든, 그런 것을 다 떠나서 <포천>은 신기할 정도로 재미있다. 듣도 보도 못한 옛날 말들 덕분에 한 페이지에 하나 이상은 꼭 주석이 붙어 있고, 어디까지가 역사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구분도 가지 않아 자칫하면 미로에서 길 잃듯 책 속에서 갈피를 잃고 헤매기 십상인데도 말이다. ![]() [본문과 관계없는 이야기 #1] 집사람이 없으면 밥도 못 해 드시는 화담 선생님. 21세기에 태어나셨으면 구박 엄청 받으셨을 듯. ㅋㅋㅋㅋ 점쟁이와 도인들이 잔뜩 등장하는 만큼 이미 지나간 일들을 앞으로 다가올 일들처럼 능청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은 작가의 배짱일 것이다. 작가가 사는 시대는 2012년임을 알면서도 그 예언들이 실현되는 장면에서 깜짝깜짝 놀라니 말이다.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부터 시작해서 온갖 고전 속 이야기들을 베틀로 정갈하게 짜낸 이 이야기는 작가의 내공을 느끼게 한다. 만화 속 어디에서도 작가의 힘겨움이 느껴지지 않으니 말이다. 원래 있던 이야기를 그대로 베끼기라도 한 것처럼 자연스럽기 그지없다. ![]() [본문과 관계없는 이야기 #2] 깨알같은 말장난은 이 책을 읽는 큰 재미 중 하나. 남자는 산진두령, 여자의 이름은 설레이다. 여자의 이름을 몰랐던 산진두령이 마음에 봄바람 든 것을 표현하려 한 말이 야한 농담이 되어버린 순간이다. 국사 교과서에서 제목은 한번쯤 다 보았지만 읽어본 적은 없는 사람이 더 많을 책들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것도 이 만화의 미덕이다. 이 작품 속에 나온 고전들만 찾아 읽어도 마음의 깊이가 한뼘쯤은 더 깊어지지 않을까 싶어 욕심이 난다. ![]() [본문과 관계없는 이야기 #3] 작가의 센스에 감탄 또 감탄 한자의 뜻과 모양을 활용하여 웃는 소리와 상대방에 대한 비아냥을 동시에 담아낸 한 컷. 박수라도 치고 싶었다. <포천>은 역사 만화가 아니다. 국사 공부 어려우니 만화로 쉽게 하세요~하고 권해주는 작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지고 공부하기에는 그리 친절한 구성도 아니고. 하지만 씹을수록 은은한 단물이 배어나오는 이 작품,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시원한 수정과 한 사발 옆에 놓고 읽으면 장마철의 눅눅함 따위는 한순간에 날아가 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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