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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열심히 읽겠다는 거창한 마음으로 시집 세트를 구매했다. 현대문학에서 나오는 핀 시리즈 세번째 한정판 박스 세트다. 읽어야지 하면서도 읽지 못하다가 리뷰 리워드 마감날이 가까워져서야 두 권의 시집을 읽었다. 물론 평소 시집을 읽을 때처럼 깊게 읽은 시집이 아니라 여행지에서 아주 잠시 들춰 본 수준이다.
내가 읽어 본 시집은 이제니와 신용목 시인의 시집이다. 이제니 시인의 <있지도 않은 문장은 아름답고>와 신용목 시인의 <나의 끝 거창>이라는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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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은 마음이 울적할 때 주로 펼치곤 하는데 문장이 깊게 응축된 시를 읽다보면 현실을 잊기 때문이다.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감성에 다다르고자 마음을 열고 시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게 때문일 것이다.
동생의 이사 때문에 몇 개월만에 통영을 방문하였다. 통영의 바다가 그립다고 말하는 동생은 바닷가 산책로를 하염없이 걸었고, 굳이 버스나 택시를 타지 않고 그렇게 통영의 바다를 바라보며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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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우리에게 주는 것이 무엇이던가. 수평선을 바라보며, 수평선 저 멀리에 있는 것들의 세계가 궁금하였던가. 바다에 떠있는 유람선, 그리고 작은 배들 사이에서 마음은 허공을 향해 유영하였다.
옮겨 적은 음들의 꼭짓점을 뭉개며 나아가는 길들이다. 주저하며 망설이며 나아가듯 되돌아가는 길들이다. 익숙하지 않은 배웅처럼 걸음과 걸음 사이에 문득문득 슬픔이 끼어들면서. 너를 나로서. 나를 나로서. 있는 그대로 그 자리로부터 올리면서 물들어가는. 어두운 밤이다. 밤의 노래를 듣고 있다. (이제니, 『있지도 않은 문장은 아름답고』, 48페이지, 「현악기의 밤」 중에서)
살다 보니 살아지더라. 호수의 둘레는 끝이 없어서 호수를 도는 일도 끝이 없는데, 이 도시에 살고 싶어, 그런 말을 하고 나면 쓸쓸해질 것이다. 발목 양말은 왜 자꾸 돌까. 걸으면 걸을수록..... 그리고 문득 깨닫게 된다. 한 바퀴를 돌 때의 아이와 두 바퀴를 돌 때의 아이와 세 바퀴를 돌 때의 아이가 다르다는 것을. (신용목, 『나의끝거창』, 74페이지, 「살아짐 사라짐」 중에서)
겨우 시 몇 편을 읽고 시에 대하여 말한다는 게 좀 그렇긴 하다. 더군다나 시인에 대하여 말한다는 것도 우습다. 그저 시에서 시인의 마음의 흔적을 찾으려 할 뿐이다. 시에서 풍겨 오는 삶의 방법을. 내가 생각지 못하였던 삶의 방식을 바라 볼 뿐이다. 무심코 지나쳤던 많은 풍경들에 대해서도 나는 그것들을 바라보는 방법들을 배우게 된다. 내가 살아오지 않았다고 하여 다른 삶의 방법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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