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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자랐지만 그곳의 맛을 잘 몰랐다. 힘들게 일하는 엄마와 아버지를 안쓰럽게 여겼지만 그곳에서 먹는 거친 밥과 된장찌개 같은 시골 음식에 쉽사리 적응하지 못했다. 몸이 강건하지 못한 탓이 있었으리라. 밥보다 떡, 떡보다 전, 전보다 다식 같은 주전부리를 좋아했다. 어쩌다 맛보게 되는 빵도 밥보다 더 즐기지 않았나 싶다. 간단하게 먹을 수 있고 먼저 혀끝에 착 감기는 먹을거리를 좋아했다. 진아는 시골의 맛을 모르는 아이다. 마루에 놓인 밥상을 들춰 보고 실망한다. 흙탕물처럼 뿌연 된장국이 차려져 있기 때문이다. 한숨이 나온다. 날씨가 더워져 입맛이 똑 떨어졌다. 개다가 매일 똑같은 된장국이니 입맛이 달아난다. 엄마 아빠는 벌써 논으로 일하러 나갔는지 집 안팎이 고요하다. 시골에선 일손 찾기가 어려운 데다 요새 날이 가물어 엄마 아빠는 더 바빠졌다. 진아는 아침을 굶고 다른 날보다 일찍 책가방을 메고 집을 나선다.
학교 가는 길 시장통에 들어선 진아 코에 어디선가 고소한 냄새가 흘러들어온다. 고소하면서도 달콤한, 침이 꼴딱꼴딱 넘어가는 그 냄새는 새로 생긴 빵집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간판에 써져 있는 빵집 이름은 ‘봉쥬르 베이커리’다. 우아한 드레스 위에 하얀 앞치마를 눈부시게 차려입은 아줌마가 빵을 팔고 있다. 개업 기념 빵을 맛본 진아는 빵의 달콤함에 자꾸만 빵이 먹고 싶어져 엄마 아빠에게 하루 이틀 용돈을 받아 빵을 사 먹는다. 진아는 그날도 하굣길에 빵집으로 간다. 빵집이 보이자 방향을 틀어 빵집 뒤쪽 화장실로 먼저 간다. 학교 끝나기 직전 친구들과 공놀이를 하고 손을 씻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곳에 빵집 주인인 우아한 아줌마가 빵을 집는 집게로 등을 긁으면서 도시에서 망하고 왔다는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깜짝 놀란 진아는 먹지도 않는 빵이 목구멍으로 올라올 것만 같다. 부리나케 달려온 집 대문 앞에 아빠가 서 있다. 아빠 손에는 밭에서 갓 뽑은 싱싱한 총각무가 들려 있다. 햇볕에 그을린 아빠의 울퉁불퉁한 팔뚝이 작고 매끄러운 총각무와 대조적으로 보인다.
“여름무 첫 수확이다.” 아빠가 한 입 베어 문 하얀 무가 몹시 시원해 보였다. 흙 묻은 바지를 입고 있는 아빠의 모습이 어느 때보다 든든해 보였다. “나도 한 입만!”
진아는 아빠가 내민 무를 덥썩 깨문다. 무에서 퍼져 나온 달달 시원한 즙이 진아 목구멍으로 꿀꺽 넘어 간다. 아빠 덕분인지 시원한 무즙 덕분인지 진아의 속이 편안해진다. 그날 저녁 엄마 아빠와 먹은 된장국은 여전히 흙탕물 색이지만 흙냄새가 나는 것도 같다. 진아는 처음으로 된장국을 남기지 않고 다 먹는다. 진아는 청국장도 아무 말 없이 뚝딱 잘 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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