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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문학상 수상작가 박정애의 소설 『덴동어미전』. 무명의 조선조 여인이 쓴 내방가사 <덴동어미화전가>를 소설화한 것으로, 일 년에 딱 하루 허락된 여인들의 신명 나는 꽃놀이를 그리고 있다. 하루 동안 벌어진 화전 놀음을 기록한 가사에 작가는 저마다 사연을 지닌 상처 받은 여인들을 등장시키고 그들이 서로를 보듬는 대화를 통해 상처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덧붙였다. 모두가 즐거운 화전 놀음 날, 서방을 여의고 살 의지를 잃은 열일곱 청상과부 달실댁은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린다. 덴동어미는 그런 과부댁의 손을 잡고 자신이 지금껏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준다. 액자소설 형식으로 네 남편을 모두 잃고 홀로 덴동이를 키우는 엿장사 덴동어미의 억척스러운 삶이 펼쳐지는데….
모두가 즐거운 화전 놀음 날, 십칠 세 청상과부 달실댁은 먼 산에 시선을 못 박은 채,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 사연인 즉, 혼례를 올린 지 삼 년 만에 서방을 여의고 식음도 전폐하고 살 의지를 잃은 것이다. 그런 과부댁을 본 덴동어미는 덥썩 그녀의 손을 잡고 자신이 지금껏 살아온 삶을 한번 들어보기를 권한다. 그리고 액자소설 형식을 빌려 네 남편을 모두 잃고 홀로 덴동이를 키우는 엿장사 덴동어미의 억척스러웠던 삶을 풀어놓기 시작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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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를 국체로 삼고 남존여비사상이 사회적 분위기였던 조선시대에서는 여인들은 바깥으로 출입도 제한되고 오로지 한 남자와 자식들을 위해 자신의 자유와 이상을 맘껏 펼치지 못했던 시절이었다.시골에서든 도회지에서든 아기에게 젖먹이고 논과 밭으로 일을 나가고 집에 돌아오면 밥하기,빨래하기,어른 모시기,경조사 챙기기,궂은 일 하기 등으로 여인들은 청춘을 숨죽이고 중년과 말년은 병에 들어 골골하니 어느 세월에 바깥 출입을 하고 이웃들과 회포를 풀었을까.고작 밭메고 빨래하면서 앞집,뒷집 누구네 엄마와 이런 저런 신세타령이나 하고 살았으리라.
박정애작가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라 기대와 설렘이 교차했다.고향이 경북 청도이시고 이 글의 모태가 <소백산 대관록>의 필사본 시가집에 실린 <화전가>를 바탕으로 덴동어미가 등장하면서 여인들의 한많은 시간과 세월을 농밀한 경상도(영주.안동,경주.울산 일대) 사투리를 구성지게 풀어 놓으니 몇 십년 묵은 마음의 상처와 체증이 일소가 되는거 같다.
봄이 오지만 똑같은 봄은 아닐테고 다음해 봄까지 살아 있을 수 있을지 모르는 일이기에 하늘과 땅,산과 물이 봄빛으로 물들어가는 봄의 정취를 완상하러 덴동어미를 비롯한 안동댁,단양댁,달실댁,골내댁 등이 주고 받는 얘기는 조심스럽지만 화전 놀이날만은 해방의 공간이 되고 여인들이 물만난 물고기와 같이 생동감과 발랄함,구성짐이 자연스럽게 배어 나온다.
엿장수인 덴동어미의 구성진 노래가락은 듣는 아낙네들로 하여금 신명을 불러 일으키고 덩실덩실 춤사위까지 유혹한다.또한 일찍이 어린 남편을 여의고 홀로 살아온 청상과부들의 마음과 가슴 속에는 말도 형언할 수 없는 깊은 고독과 외로움이 묻어 나고,아낙네들이 준비해 온 갖가지 음식 재료로 솥뚜껑 위에 지저대는 화전의 향기는 진달래꽃과 어우러져 감미로운 화음을 연출하고 해가 질 무렵이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시절이었다.
막막하기도 막막하고 섧기도 서러웠지마는 해 뜨면 한 그릇 밥 나눠 먹고 해 지면 끌어안고 살 붙일 사람 하나 곁에 있으니 그 온기로 살 만했네. - 본문-
사회 구조가 여인의 몸과 마음을 구속하고 제한된 공간에서 일상을 일구어 나가야 하니 그 많은 시간과 세월의 응어리를 화전 놀이에서는 유감없이 마음껏 그 스트레스를 풀었으리라.화전 놀이가 여인들의 해방 공간이라면 사람구경,물건 구경하는 유일한 낙은 각고을마다 정례적으로 서는 장날일 것이다.안동장,풍산장 등의 벅작벅작한 시장터에 떡,국밥,방물,옷감,자반 장사가 있고 덴동어미는 평생 엿장수가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는 부분에서 굴곡진 삶이 언제 어느 시절에도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명 치마,무명 저고리를 입고 머리는 비녀를 꽂은 채 봄바람에 치마폭이 나폴거리고 바둑이도 함께 하는 화전놀이는 여인들이 족쇄에서 해방되는 날이었다.남자는 술로 회포를 풀고 여자는 수다로 회포를 푼다는 말이 화전놀이에서도 그랬을 것이다.별미는 작가가 풀어내는 본토박이 경상도 사투리를 잘 구성하여 읽는 내내 재미와 흥미를 몇 곱절 안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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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장편가사를 원형으로 하여, 저자에 의해 현대 소설로 다시 만들어졌다.
‘화전가’는 바깥출입이 자유롭지 못하던 시절, 진달래가 피던 봄철에 동네 부녀자들끼리 갔던 화전놀이에서 불리던 가사를 통칭하여 이른다.
지금까지 전해지는 화전가는 수 백편에 이르며, 대체로 화전놀이의 흥취와 시집살이의 설움을 포하는 내용이 주류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외형은 화전가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작품의 대부분이 덴동어미라는 여인의 신세한탄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는 이른바 서사가사이다.
흔히 ‘덴동어미전’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그 분량이나 덴동어미의 일생을 그린 서사가 웬만한 소설보다 더 장편이다.
지방 서리의 딸이었던 덴동어미가 4번의 결혼 끝에 늘그막에 남은 아들 덴동이와 함께 살아가는 삶의 역정이 서사의 주 내용이다.
아들 덴동이는 마지막 결혼 생활에서 얻은 아들로, 엿을 고아 팔다가 갑자기 집에 불이 나서 남편은 죽고 뜨거운 엿에 데어 붙여진 이름이다.
가사의 앞부분에는 일반적인 화전가가 이어지다가, 청상과부와의 대화 속에서 덴동어미의 신세한탄을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어지는 본문에서 덴동어미의 삶의 역정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뒷풀이에 해당한다고 하겠는데, 꽃놀이에 관한 내용 등이 이어지며 작품을 맺고 있다.
아마도 작가는 이러한 내용을 통해서 소설로 재구성하고 싶었던 것이라 생각된다.
재구성한 소설 작품은 본문에 해당하는 덴동어미의 삶을 작가적 상상력을 보태어 새롭게 꾸몄다.
소설로 만든 작품이 흥미롭기는 했지만, 나로서는 가사 작품이 지닌 흡인력이 더 뛰어나다고 생각되었다.
이 작품을 읽고, 가사 작품도 찾아 읽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차니)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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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만 가입할 수 있는 인터넷 카페에 가면 좋은 정보도 많이 있지만 신세 한탄에 시월드 흉보기도 그만큼 많다. 나도 시댁이 있지만 한편 시누이이기도 해서, 그런 흉보기에 적극 동참하기가 꺼려지는 게 사실. 요즘은 다들 분가해서 사는데 뭐 그리 힘들다고 그렇게들 말이 많은가 싶겠지만, 아마도 같이 안 살아 더더욱 남 같고 미운 정이나마 쌓을 수 없는 게 아닌가 싶다. 옛 여인들이 즐기던 화전놀이는 1년에 한 번, 그 서러움과 속앓이를 모두 씻어내는 그야말로 ‘힐링캠프’였던가 보다. <덴동어미전>은 경상도 순흥 땅 여인들이 봄맞이 화전놀이를 간 이야기이다. 시집온 지 1년 남짓한 새댁부터 환갑이 된 노인까지, 먹고살기 바쁜 일상은 잠시 미뤄두고 1년을 살아갈 에너지를 봄바람에서, 꽃전에서, 또 성난 마음 어루만져주는 동리 사람들에게서 얻는다. <덴동어미전>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어쩜 저렇게 삶이 고단할까 싶은 마음이 절로 인다. 그중 베스트는 단연 덴동어미. 날 때부터 인생이 고달팠던 것도 아닌데 열여섯에 첫 남편이 그네 타다 떨어져 죽은 후로는 팔자도 그런 팔자가 없다. 그런 인생을 살아낸 후에 어린 아낙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힘을 지닌다. 나도 모르게 이야기에 빠져 있다 눈을 들면, 화전놀이 온 여인들이 둘러앉아 덴동어미의 인생사를 듣고 있는 광경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남편 때문에 속상한 마음 달래려 ‘결혼 잘못한 것 같아요’라고 카페에 글 올리고 일면식도 없는 이들에게 뻔한 위로 받기 전에 이 책 먼저 읽어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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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나는 <덴동어미전>에 홈빡 빠져 있었다. 이름도 낯선 이 책은 '물의 말'로 2001년에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박정애라는 여자가 쓴 장편소설이다. 이 작품의 모태는 <덴동어미화전가>라는데 처음 들어 보았다. 여자들이 주인공이고, 여자들의 이야기이며, 여자들의 삶을 쓴 소설이라는 점 외에도 경북 북부지방의 사투리와 지명이 등장하는 특별한 이 소설을 나는 얼마나 흥미진진하게 읽었는지 모른다. 읽어 갈수록 빨려 들어가는 재미와 맛이 있다.
'오늘도 사는 게 힘든 당신, 제 설움에 눈 멀어 '다른 길' '다른 풍경'은 통 못 보는 당신께'
라는 작가의 말은 옛 여인들이 화전놀이를 하며 펼쳐 내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저절로 드는 생각이다. 등장하는 여인들은 덴동어미 외에 안동댁, 풍산댁, 명호댁, 내앞댁, 달실댁, 단양댁, 청풍댁, 오록댁, 질막댁, 덕고개댁, 소리실댁, 계단댁.. 등 친정 지명을 따서 '~댁'이라 불리는 죄다 여인들이다. 당시 여인네들은 시집만 가면 친정 지명을 붙여서 '~댁'이라 부르니 아마 자기 이름도 잊으며 살았으리라.
불에 데어서 붙여진 아들 이름이 '덴동이'라 '덴동어미' 라 불리는 여인의 친정이 예천이고, 소설의 배경이 영주 순흥 사람이라 주로 영주와 안동 일대의 사투리로 썼다고 작가는 말했다. 문학작품에서 흔히 경상도 사투리로 경남 사투리를 자주 사용하는 걸 보면서 모두들 '경상도말=경상남도말'로 알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온전히 경상도 북부지방 사투리로 쓰인 작품은 아마 권정생의 <한티재하늘> 이후로 처음일 것이다. 다른 지역에서 과연 이해나 할는지 의아심이 들 정도로 완벽한 '안동-예천-영주' 말이다.
"어데 불편하신 데는 없으시껴?" "편안히 주무싰니껴?" "그래, 우리는 다 편타. 새아는 어떻노?"
며느리를 가리키는 호칭 '새아'는 아마 '새아가'의 준말인 모양이다. 예천 집에서 어릴 때부터 어른들이 올케를 '새아'라고 불러서 귀에 정답고 큰올케가 절로 떠오른다. 새아가인 올케는 시누이인 나를 오래도록 '애기'라고 불렀다. 사투리가 흔히 그렇듯이 소리 내어 읽지 않으면 그 지역 사람들조차 이해하기 힘들어 차라리 낭독을 하면 더 적절할 것 같다.
화전놀이를 한 번도 가 본 적도, 해 본 적도 없으나, 제삿날이나 추석에 간혹 꽃이나 이파리를 올려서 기름에 구은 떡을 먹어본 적은 있다. 그런데 집안에만 갇혀 지내던 100년 전의 우리 여인들에게는 유일하게 허용된 '집밖에서의 놀이'인 화전놀이라는 게 있어, 이들은 오직 이 날을 기다려 팍팍한 삶을 견디기도 한 모양이니 참으로 슬프고 기구한 'herstory'이다.
가장 어르신인 안동댁의 후덕함으로 펼쳐진 화전놀이에 참여한 수십 명의 여인들 중 네 번 결혼했으나 네 번 다 남편이 죽은 덴동어미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첫 번째는 그네 타다가, 두 번째는 괴질에 걸려, 세 번째는 홍수로, 네 번째는 화재로 남편을 잃고도 덴동이를 데리고 엿장사로 힘차게 살아가는 덴동어미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른 슬픈 여인들이 희망을 얻는다.
"시집을 가고 안 가고…. 세상천지 그 두 가지 길밖에 길이 없는 기 아니라요. 두 가지 길밖에 없다꼬 생각하마 두 가지 길밖에 안 븨니더. 이짝으로 가마 벼랑 끝이고 저짝으로 가마 깊은 계곡이라, 아이고 나 죽었네, 이래 생각하마 죽는 길밖에 안 븨지요. 딴 길이 있다꼬 믿고 딴 길을 찾어보소. 벼랑도 잘 찾어보마 덜 가파른 비탈길이 있을 게고 계곡도 잘 찾어보마 빙 둘러 니리가는 자드락길이 있을 끼래요.
달실아씨요, 재취 시집을 가느니 지성으로 핵교를 가소. 요새 영주 어드멘가 권학대(勸學隊)라 카는 기 와갖꼬 핵교 댕기라꼬 난리나니더. 재와주고 믝이주고 공책, 연필도 다 거저 준다니더.... 아씨는 인자 겨우 열아홉 살 홀몸인데 걸거치는 기 뭐가 있니껴? 공부 열심히 해가 선생도 하고 의사도 하소."
라고 '권학대'를 소개함으로써 죽고 싶은 마음밖에 없던 사람에게 살고 싶은 마음을 주어 재생의 길을 걷게 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안동댁 역시도 일찍이 자식 하나 없이 청춘과부로 모진 세월을 살아온 여인이지만, 벙어리 봄이를 수양딸로 기르며 전 여성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해 주며 위로하고 감싸안는 모습을 보여 준다. 그리고 매년 화전놀이를 주도하고, 덴동어미의 회고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는 양반 부인으로 여성적 사랑과 연대를 보여주니 이것이야말로 흐뭇한 자매애가 아닌가. 서로 돕고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것으로 마무리 짓는 이 결말이 과연 원작이 그러한지 아니면 작가가 덧붙인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전자라면 더할 수 없이 훌륭하고, 후자라도 고마운 일이다.
많은 여성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도서관에 두 권을 사 넣었다. 소개하면 분명 우리 여학생들 중 대출하고자 하는 이가 한두 명은 있으리라. 누구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