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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총점 종이책
우리는 모두 결핍으로 점철된 존재이기에 꿈꾼다, 영원을...【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
"우리는 모두 결핍으로 점철된 존재이기에 꿈꾼다, 영원을...【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 내용보기
"우리는 스스로의 영혼을 하루에 0.35밀리미터씩 밖으로 밀어내면서 살아가는 존재들이야. 영혼에 새겨진 모든 걸 끌어안고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어. 슬픔이든, 악몽이든, 기쁨이나 추억같은 것들도 너무 무거워지면 인간을 짓눌러버리거든. 어쩔 수 없이 하루에 그만큼씩은 자신을 머리카락에 적셔서 밀어 내야해,"-29페이지     누군가를, 무엇을 간절히 원하고 바래본 적이
"우리는 모두 결핍으로 점철된 존재이기에 꿈꾼다, 영원을...【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 내용보기

 

"우리는 스스로의 영혼을 하루에 0.35밀리미터씩 밖으로 밀어내면서 살아가는 존재들이야. 영혼에 새겨진 모든 걸 끌어안고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어. 슬픔이든, 악몽이든, 기쁨이나 추억같은 것들도 너무 무거워지면 인간을 짓눌러버리거든. 어쩔 수 없이 하루에 그만큼씩은 자신을 머리카락에 적셔서 밀어 내야해,"-29페이지

 

 

누군가를, 무엇을 간절히 원하고 바래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안다. 결코 해피엔딩이 되지 않을 것에 기대는 인간의 나약하지만 견고한 벽으로 철저히 감싸고 있는 믿음이라는 덩어리를.  믿었기에 사랑했고 네가 나에게 손짓했기에 나는 달려갔지만 내가 달려갔을 때 너는 이미 저만큼 멀어져 버렸지. 신기루처럼 사라진 너를 하염없이 그리고 있으면서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던 나였어. 함께 한 시간이 너무 아팠기 때문에. 너에게 준 내 사랑은 모두 소모되었기 때문에. '안녕'이라고 말할 거야.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외로움이야말로 '사치'라고. 진짜 혼자라고 느끼는 사람에게는 고독이 진짜인 거라고. 외로움은 곁에 누군가가 있으면 희석될 수 있다. 하지만 고독은 철저히 혼자다. 내가 원해서, 자처해서 철저히 고립되길 원하는 나의 시간. 고독을 즐기되 사치스러운 외로움은 즐기지 마라. 인간은 누구나 고독한 존재. 고독감 속에서 살아가야 할 버텨내야 할, 신이 만들어낸 고독의 피조물.

 

겉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복잡하고 무섭고 빠르게 휙휙 지나가지만, 마음을 열고 자세히 바라다보면 느리고 아름답고 평화로운 부분이 분명히 실재實在한다. 그런 실재를 알기에 인간의 마음에는 미움의 방보다 기대와 희망의 방이 더 크게 자리하는 거라고 믿고 싶다. 영혼을 믿고 무서운 영상을 피하는 이유도 영혼이 아파한다는 근거 없을지도 모를 한마디에 더더욱 멀리하는 사람이 나다. 고통 속에서 해방될 때가 영혼이 숨통을 트일 때라고 굳게 믿고 그리 해주어야 한다고 믿는 연약함에 기대어 있는 사람 역시 나다. 왜 항상 인간은 나약한 존재로 묘사될 수밖에 없을까. 인간이 진짜 나약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그 어떤 무기보다도 강해질 수 있는 게 인간이다. 그래서 난 원초적으로 나약한 인간을 보면 그들을 다독여주는 이면에 깨워주고 싶다. 당신의 나약함에 굴복하지 말고 눈을 뜨라고...

 

소설은 현실에 바탕을 두고 있기도 하지만 때로는 심한 비약과 비현실이 공존하기도 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야기는 리얼리티를 추구한다. 그래서 그 속에서 우리는 헷갈려하며 허우적댄다. 가상의 리얼리티인 테스트 속에 숨은 리얼리티의 잔재를 마주할 때면 오감을 곤두세워서 무엇이 리얼이고 무엇이 페이크인지 알아내려는 아둔함을 발휘한다. 하지만 페이크fake면 어떻고 리얼이면 어떠랴. 어차피 인생이 한 편의 페이크일지도 모를 알 수 없는 생 그 자체인데.

 

"잊지마. 결핍이 사라지는 순간, 너도 사라져"-165페이지

"갖고 있지 않은 것은 가질 필요가 없는 것일 뿐인데.... 그걸 가지려고 애쓰니까..., 슬프겠지-176페이지

 

완벽을 추구하는 결핍 덩어리들. 그것이 인간이 아니겠는가. 상실을, 허기짐을 채우고 또 채우기 위해 아등바등 살아가며 사치스러운 외로움에 몸을 내맡기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존재들. 결여되지 않았다면, 하나의 완전체라면 보듬고 토닥여줄 필요조차 없는 이들. 그러니까 인간은 그런 거다. 결핍되어 있기에 손을 잡아 이끌어주고 어깨를 토닥여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줘야 하는 존재들. 류의 과거, 17살 극단 츠키(달)에 입단해서 뮤토(변화하는 자를 뜻하는 라틴어)로 활동하며 사람들의 머리카락을 통해 아픔을 치유해주던 시절을 회상함과 동시에 현재, 상실이 삼켜버린 적막한 바닷가 마을에서의 생활을 번갈아가며 보여준다. 현재는 류의 상실을 동일시해서 나타내는 모습이다. 과거에는 사람들의 결핍을 치유해주는 이었지만, 그 속에 숨은 심한 비약을 보고 거짓을 보고 진실이 무언지 알 수 없는 의문에 쫓겨 결국은 내동댕이치고 도망치듯 뮤토의 삶을 버렸다. 그리고 자신의 결핍을 돌아보며 스스로를 치유해 나가는 여정. 뮤토는 일종의 치유사라고 생각하면 된다. 인간은 누구나 스스로의 상처를 온전히 보듬지 못한다. 그렇기에 축적된 그 상처와 아픔을 마음속에서 지워주려, 치유와 동시에 각성시켜 주며 나의 본질을 한걸음 뒤에서 조명해주는 존재가 뮤토다. 짐이 가득 실린 수레를 끌고 높은 언덕을 오를 때, 혼자서 끌고 나아가려면 이 높이는 히말라야 산맥의 높이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험난한 고개일 것이다. 하지만 하나 둘 뒤에서 밀어주고 받쳐주는 이가 생겨날 때 육체의 땀방울은 비로소 온기가 된다. 그 온기가 모여 목적지에 도달할 때까지 서로의 허기짐과 고통을 나누어 가질 수 있는 넉넉함으로 채우는 손길. 그렇기에 우리는 서로 손 내밀고 잡아주고 이끌어줘야 한다. 당신, 내 손 잡을래요?

 

상실을 채워주고, 아픔을 치유해주며, 고통을 함께 희석시켜 주는 뮤토로서의 류같은 상대는 어쩌면 우리 모두가 바라고 있는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신은 견딜 수 없는 고통은 인간에게 주지 않는다 하지만, 순간순간 우리가 마주하는 인생은 매번 인내심을 시험하려는 것처럼 극악한 고통을 심어주며 이리저리 휘둘리는 인간을 조롱하듯 바라다본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결핍의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때 진정한 '나' 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억지로 노력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우리 모두가 다 결핍의 존재로 모여서 하나의 울타리 속에 옹기종기 모여 사는 이들이니까.

 

 

뭔가가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 오를 때, 절대 화가 난건 아니다. 그보다는 더 기분 좋은 기운이다. 여기서 더 끓어올라 끓는점을 지나고 나면 '펑'하고 터질 거 같아 더럭 겁이 난다. 그 정도로 구름 위를 걷는듯한 붕붕 떠 있는 기분. 소설은 중단편 두 편이 실려있고 판타지성을 띄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사실...'천사의 가루'는 싣지 않았으면 오히려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작가는 13년간 세계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집시로 살고 있다 한다. 마법을 믿고 기적을 꿈꾸는, 누가 봐도 비현실 주의자라고 못 박을 법한 여인이다. 하지만 그녀의 소설 속에서 나 역시 비현실 주의자가 된다. 이루어질 가능성이 없더라도 기적을 꿈꾸고 싶어지는 몽환적인 세상 속에서 나풀나풀 날아다니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에세이를 써왔던 사람의 첫 소설집이라니... 반감이 앞섰지만 그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그녀가 전하는 치유의 손길에 나는 속절없이 빨려 들어갔다. 무중력 상태의 우주공간에서 목적지를 찾지 못하고 표류하는 생물처럼, 구름 위를 사뿐사뿐 내딛는 다른 내가 되어... Healing writer가 괜한 말은 아닌 듯하다. 당신은 류에게서, 당신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작가의 온기로 치유되고 손 내밀 것이다. 그러면 전, 잡아줄게요 그 손.

 

 

단 하루를 살아도 즐겁게 살고 싶습니다.

혹자는 너무 가볍지 않나, 생각이 짧지 않나 하여도

전 즐겁게 사는 게 좋습니다.

그래서 벽이 나를 가로막을 때도 속으로는 끙끙 앓으면서도

겉으로는 태연자약하게 마주 섭니다.

벽을 뛰어넘을 수 없다면 허물겠습니다.

그리고 그곳을 넘어설 겁니다.

그러니 저를 가볍다 섣불리 판단하지 마세요.

당신은 아직 저를 잘 모르잖아요?

 

곽세라 작가는 이렇게 말하지요.

'거짓말이든 정말이든, 네 얘기를 해봐' 라고....('영혼을 팔기 좋은 날' 中)

 

전, 정말(real, true)을 이야기 할 겁니다......

그렇게 꿈꿉니다. 진실된 영원을...

 

 

 

 

 



w*****8 2012.05.31. 신고 공감 22 댓글 22
리뷰 총점 종이책
외로움도 아픔도 견뎌내고 또 견뎌내면..-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
"외로움도 아픔도 견뎌내고 또 견뎌내면..-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 내용보기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상처란 누군가에게 위로 받는다고 아무는 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로 받을 때 그 때 뿐이고, 그것으로 상처가 치유되기 보다는 그렇게 누군가에게  기대어 아픔을 씻어내려고 의지하려드는 그런 나약함이 오히려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우스울지는 모르겠지만, '상처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
"외로움도 아픔도 견뎌내고 또 견뎌내면..-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 내용보기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상처란 누군가에게 위로 받는다고 아무는 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로 받을 때 그 때 뿐이고, 그것으로 상처가 치유되기 보다는 그렇게 누군가에게  기대어 아픔을 씻어내려고 의지하려드는 그런 나약함이 오히려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우스울지는 모르겠지만, '상처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아픈만큼 성숙해진다'는 유행가 구절이 절절히 와닿았다. 아플 만큼 아프고, 겪을 만큼 겪어내고, 바닥을 치면 다시 올라가게 돼 있다고, 그렇게 치유가 되는 거라고 어찌 보면 낙관적인 결론을 내린 셈이었다.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에는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과 '천사의 가루' 이렇게 두 편의 중편이 실려있는데, 힐링 노블을 표방하고 있는 작품이었다. 요즘 '힐링'이라는 말이 관심을 모으는 키워드로 부상 중인데,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는 힐링 노블을 표방한 작품답게 치유를 시도하는 소재로 펼쳐지고 있다.

 

극단 '츠키(달)'의 단장인 미나가 평생 씻지 못할 상처의 기억으로 혹은 이룰 수 없는 욕망으로 생기는 상실감을 지닌 이들의 의뢰를 받으면, '류'를 비롯한 뮤토들은 이들의 상처와 외로움을 달래주는 플레이를 펼치는 것인데..이들을 위로해주고, 뼈아픈 기억과 상처를 씻어주는 뮤토들 역시나 저마다 가슴 깊이 상흔이 있는 인물이다.

 

이 작품을 처음 읽을 때는 좀 정신 사답다는 느낌이 들기까지 했다. 여러 명이 수시로 등장하고 시공간도 현재로, 과거로 이 나라 저 나라로 자주 바뀌다 보니 이야기가 지그재그로 줄달음질 치는 것 같았고, 조각조각 나오는 이야기가 스카카토로 끊어서 연주되는 악기소리 느낌도 들고, 좇아가기가 벅찼다. 마치 여러 편의 단편을 한꺼번에 읽는 듯했다. 나같이 전통적인 전개 방식에, 서사구조를 지닌 소설을 선호하는 고전적인 독자들이라면 등장인물과 이야기를 놓치지 않는데 급급했을 것 같다. 

'천사의 가루' 는 끝까지 파편이 맞춰지는 감이 오지 않았지만 다행히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은 뒤로 갈수록 배경과 등장인물의 사연들이 점점 아귀가 맞춰졌고, 조각조각 파편처럼 보였던 이야기 전체의 윤곽이 잡혀졌다.

 

소재가 독특하고 흥미로웠다. 스릴러나 환타지 소재로도 꽤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얼마나  잊혀지지 않으면, 얼마나 외롭고 쓰라리면 플레이를 의뢰하는 것일까. 의뢰인들의 바로 그 순간, 바로 그 상황으로 돌아가, 잊고 싶은 순간, 되돌리고 싶은 순간, 갈망했던 상황의 상대 역이 되는 것이 뮤토의 역할이었지만, 의뢰인들에게 이 플레이는 아픔과 외로움의 매듭을 풀어내는 일종의 살풀이고, 해원굿이나 다름 없지 않았을까.

뮤토들도 의뢰인들의 상대역이 되면서 자신이 아닌 그 누군가가 되는 것으로  자신들의 상처를 달래가는가 싶었지만, 그것은 아니었다. 플레이 각본에서 벗어나거나, 혹은 각본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뮤토들도 플레이에 회의를 느끼거나, 플레이로서는 결코 결핍을 메꿀 수도, 진실을 대체하지도 못한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 것이다. 플레이는 오아시스라고 여겼지만 알고보면 신기루에 불과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갖고 있지 않은 것은 가질 필요가 없는 것일 뿐인데....그걸 가지려고 애쓰니까....슬프겠지.(176)

 

이 말을 믿고 싶었다. 그래서 공감했고, 이 말에서 나는 꽤 위로를 받았다.

 

'류'도 결국 뮤토 역할을 그만두게 되지만, 있는 그대로의 '류'로 사랑받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는 마무리 됐다. 다행이었다.

 

작가가 13년째 여행하며 마음과 영혼에 관한 글을 쓰고 있어서 그런지, 다양한 나라와 도시의 사람들과 사연들이 등장하고 있다. 외롭고, 아픈 사연들을 가슴에 품고 있는 사람들.. 떠나버린 남편에, 아기 아빠에 대한 애증으로 아기를 죽게 한 여인에, 자식이 사라져 버린 노부부에..그냥 어떻게 하다보니 지구 정 반대 편에서 그렇게 세상에 태어나게 된 인물에..

 

이 인물들이 털어놓는 사연과 속내를 보면, 아픔과 외로움은 결국 견딜만큼 견뎌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게 미안해지기까지 했다. 난 저렇게  혹독한 아픔을 겪어 보지 못했고, 세상엔 시간이란 약으로 치유되는 아픔만 있는 것은 아닌데, 그럼에도.. 앞에서 한 발언은 취소하지 않으련다. 상처없는 영혼이란 없다고, 이 작품은 어떻게 자신의 상처와 맞서 싸우는지, 혹은 다독거리면서 위안받아야 하는지를 담아낸 작품이라고 받아들이고 싶다.

 

남편과 아들을 거의 동시에 잃었을 때 박완서 작가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그 처절한 고통을 겪어내는 동안 그녀는 신을 죽였다. 그리고 다시 원망하기 위해 되살려냈고, 다시 신을 죽이고..어찌나 그 심정이 구구절절 와 닿던지, 읽으면서 그녀의 아픔에 공감하는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녀에겐 그게 다   치유의 아니 완전하게 치유할 수는 없겠지만 그 상처를 평생 안고 사는 것을 수용하게되는 과정이었으리라.

 

아무리 세차게 고개 저으며 현실을 부정해 봐도 발버둥쳐도 결국 외로움도, 아픔도, 그 상처도 내 몫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아프다면 아프다고, 외롭다고 마음껏 비명을 지르고 울부짖는 것도 휘청거리는 것도 자학하는 것도 치유로 가는 과정이 될 수 있다. 다만 그 아픔에 자신을 놓아버리거나 삶을 포기하지는 말 것이다. 무너지지 말아야 한다.

 

그 모두 내 삶의 한 부분이기에 이 악물고 피눈물 흘리며 견뎌내고 또 견뎌내다 보면 상처에 딱지가 앉고 아물 날이 오겠지. 더러 죽는 날까지 잊혀지지 않는 아픔도 있겠지만 처음에는 죽을 것 같이 고통스러웠던 것도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평생 안고가야 하는 상처라고 받아 들이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 상처와 흉터조차 있는 그대로의 나, 있는  그대로의 내 삶으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날이, 또 그런 모습으로 사랑받는 날이 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어떤 일이 닥쳐도 삶은 강처럼 흘러가고 나는 그 삶을 살아가야 할 존재라는 것..

 

 



리뷰 총점 종이책
너인 채로, 그대로 너를 사랑한다.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
"너인 채로, 그대로 너를 사랑한다.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 내용보기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이라. 곽세라의 힐링노블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이란 책 제목을 처음 본 순간,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을 저당 잡히고 지상의 쾌락을 선택한 파우스트를 연상시키는 소설이 아닐까 지레짐작을 했다. 영혼을 판다는 말의 어감은 아무래도 긍정보다는 부정적이다. 영혼이란 인간 본성의 원형으로 순수하고 신성한 인격의 상징인지라,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쾌락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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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이라. 곽세라의 힐링노블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이란 책 제목을 처음 본 순간,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을 저당 잡히고 지상의 쾌락을 선택한 파우스트를 연상시키는 소설이 아닐까 지레짐작을 했다. 영혼을 판다는 말의 어감은 아무래도 긍정보다는 부정적이다. 영혼이란 인간 본성의 원형으로 순수하고 신성한 인격의 상징인지라,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쾌락과 방탕을 좇아 선한 삶을 포기하는 스토리가 먼저 떠오른 것이다. 그런데 좋은 날이라? 바람 불어 좋은 날? 아하~ 여기서 생각은 급반전하여 얼굴없는 아티스트로 제법 알려져 있는 '피아노 포엠, Piano Poem'의 "영혼을 팔기에 좋은 계절"이 머릿속을 채운다. 혹시 저자는 이 음악에서 어떤 영감을 잡아챈 것은 아닐까? 뉴에이지 스타일의 피아노 선율과, 마음의 평안과 안정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는 힐링(healing)의 의미가 조화를 이룬다는 느낌을 가지면서 책을 펼쳤다.


곽.세.라. 처음 들어본 작가다. 2개의 중편이 실린 이 책은 그녀의 첫 번째 책이라는데도 인간의 결핍을 참신한 발상으로 농밀하게 채워나가는게 참 마음에 든다. 여린 인간의 마음에 균열을 내는 상실, 그 아픔을 어루만져 치유해 주는 뮤토(Muto, 변화, 변하는 존재라는 뜻의 라틴어)란 캐릭터를 어떻게 생각해 내었을까? 가 참으로 신선하다.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하였을까? 저자의 이력을 보니 자유로운 영혼이 함께하는 분 같다. 13년째 여행하며 마음과 영혼에 관한 글을 쓰고 있는 '힐링 라이터'라는데, 삶을 부드럽게 꿰뚫는 시선과 독특한 사유의 힘을 지닌 메시지는 결코 간단하지 않는 울림으로 다가온다. 저자의 글은 묘하게 읽는 이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흡인력이 있다. 힌두철학과 요가명상의 여백이 필력으로 녹아들어 그런 건지 "Daum 문학, 3주 연속 최다 조회수 기록! 네티즌 독자들을 뜨겁게 달구었던 화제작!"이란 카피가 어색하지 않고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번 '나' 없이 살아볼 수 있을까. 나에게 사로잡히기 전의 시절로 돌아가, 차가운 북해도를 건너는 늙은 향유고래처럼, 아니면 들에서 태어나 사람과는 한 번도 마주치지 않은 순종 들고양이처럼 아무것도 그리워하지 않고, 자아 탐구 따위도 하지 않고, 농염하게 꼬리를 휘저을 순 없을까……. (79쪽)


책을 읽다가 '신들은 고양이들을 반드시 7층에서 던진다'는 의미에 필이 꽂혔다. 20층에서 떨어진 고양이가 5층쯤에서 떨어진 고양이보다 부상당할 확률이 훨씬 적다(66쪽)고 한다. 고양이가 '추락'을 알아차리고 뭔가를 예비할 수 있는 높이는 8층정도부터이기 때문이란다. 사람의 일이란 것도 그렇다.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땐 내가 이미 나여서, 어떻게 손쓸 도리가 없는 현실. 우리에게 내던져진 삶이란 게 자신의 처지를 알아차릴 시간도 없이 변덕스럽고 불완전한 존재로 시작된다. 결핍은 언제나 완성을 갈망하나 막상 완성되고 나면 더 나아갈 길이 없어 더 깊은 추락으로 빛이 바랠 뿐이다. 잠깐 스쳐가는 황홀한 소유의 감정은 허망하다. 어쩌면 충족되지 않는 사랑과 그리움에 끊임없이 허허로운 이 부족함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힘이 아닐까? 결핍은 우울을 낳기도 하지만 열정으로 '나'란 존재를 거듭나게도 하기에 하는 말이다.
이 책의 큰 줄거리인 뮤토의 역할도 딱 여기까지다. "우리가 하는 일은 그 갈망을 더 뚜렷하게, 더 강하게 색을 입혀주는 것뿐이야. 뻗으면 손에 닿을 듯 생생하게, 바로 눈앞에서, 딱 거기까지만! 거의 다 잡았던 월척을 놓친 어부는 절대로 바다를 떠나지 않아.(163쪽)"... "잊지 마. 결핍이 사라지는 순간, 너도 사라져.(165쪽)"...

 

결국 우리는 모두 삶을 좋아했던 것이 아닐까. 변덕스럽고, 난폭하고, 불친절한 이 세상의 순간들이 좋아서 어디로도 가지 못하고 가슴을 찢으며 자꾸만 자꾸만 그 장면 속으로 뛰어들었던 것이 아닐까, 추억보다 깊은 강, 사랑보다 뜨거운 노래를 느끼고 싶어서, 영혼을 팔아서라도……. (243쪽)


이 소설의 주요한 매개는 머리카락이다. 주인공은 평범한 소녀 류. 그녀는 군데군데 와인색에 가까운 붉은 보라색 머리카락이 1/10쯤 섞여 있다. 아이들은 마녀의 머리카락이라며 소곤거린다. 그녀의 어머니는 헤어드레서(Hairdresser)다. 어머니는 오랜 경험에 의해 단련된 민감한 손끝으로 손님의 머리카락 깊숙이 두 손을 집어넣어 슬쩍 한 움큼 쥐었다가 놓으면  모발과 두피의 상태를 읽어내곤 한다. 그 경이로움을 그대로 타고난 류 역시 상대의 머리카락에 담긴 기억을 감지해내는 능력을 발견하고 뮤토로 살아가게 된다.
"우리는 스스로의 영혼을 하루에 0.35밀리미터씩 밖으로 밀어내면서 살아가는 존재들이야. 영혼에 새겨진 모든 걸 끌어안고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어. 슬픔이든, 악몽이든, 기쁨이나 추억 같은 것들도 너무 무거워지면 인간을 짓눌러버리거든. 어쩔 수 없이 하루에 그만큼씩은 자신을 머리카락에 적셔서 밀어내야 해(29쪽)". 여성들이 어떤 결단이나 기분의 변화를 원할 때 왜 머리를 매만지는지 그 미묘한 감정의 흐름을 나는 이 글에서 잡아챈다. 머리카락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 외면하고 있는 것, 앞으로 일어날 것 모두를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머리를 자른다는 것은 묵직한 고통과 인연의 시간을 끊어낸다는 의미일 것이다. 류는 어느 바닷가 간이역에서 길고양이 스타일로 머리를 자른다. "네가 팔아버린 부분은 다 잘라낼게. 예쁘든, 예쁘지 않든, 너만 남도록……."

 

달은,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아니야. '달빛'이라는 건 없어. 무언가의 빛을 받아 반사할 뿐이야. 하지만 사람들은 햇빛보다 달빛에 더 감사할 때가 많지. 밤은 언제나 갑자기 찾아오고, 살다 보면 달빛에 의지하지 않고선 찾을 수 없는 길이 있거든. (32쪽)
달은,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아니야. 상대역이 없으면 우린 어떤 것도 될 수가 없어. 누군가가 되쏘아주어야 우리는 비로소 '그것'이 되지……. (228쪽)


분열과 회귀! 이 작품의 얼개를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극단 츠키('달'이라는 뜻)의 단원은 하나같이 부족한 영혼들이나 '뮤토'로서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 삶의 상처를 달래고 싶은 고객들의 갈망을 플레이(재현)하는 과정을 대하면서 나는 미완성 인간이 만들어내는 괴로움과 고통의 카르마를 발견한다. 인과와 업의 시련은 두터운 에고의 벽을 쌓게 하고, 그 에고는 우리의 영혼을 잠식하며 점점 신성의 빛을 흐리게 한다. 분열이다. 살다보면 이런 분열을 치유하기 위해 뮤토같은 존재에 의지하지 않고는 살아갈 길을 찾을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러나 뮤토 또한 달빛과 거울과 그림자가 없는 인간인 것을... 아니 그저 달빛에 불과한 존재인 것을... '넌, 너인 채론 아무것도 아닌' 존재인 것을...
상업적 대상인 뮤토에 회의를 느끼고 자신의 존재를 찾아 기차를 타는 류. 어둠에 쌓인 그림자의 마을에 내린 류는 왜 무인역 티켓박스에 열차표를 반쯤 넣다가 꺼냈을까? 이건 이 책을 읽을 독자들의 몫이다. 어쨌든 소설은 오오카게무라 마을에서 정식으로 등록되지 않은 길고양이 마냥 머물고 있는 류의 현재와 뮤토로서 과거의 류 행적을 좇으며 인간 본연의 영혼을 추구한다. 오오카게무라 마을에서 만난 리에와 카레, 그리고 네코마마. 그들은 달빛에 의존하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는 진테제(synthese)이며 순수로의 회귀인 것이다. 머리카락을 자른 류의 물음에 네코마마는 말한다. "너인 채로, 그대로 너를 사랑한다."고…….

 

 

덧붙임 : 두 번째 중편 <천사의 가루>는 사랑하는 남자를 불시에 보낸 한 여인의 망연자실한 기다림을 이야기 하고 있다.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처럼 결론은 힐링이다. 작가에 대한 판단은 짜임이 좀 더 얼기설기 얽힌 장편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이 중편(영혼을...)은 읽을수록 괜찮다. 두 번째 읽었을 때야 작가의 의도가 명백해 지는 것이 제법 숨겨진 의도가 있다는 거다. 그래도 이 책의 카피, 연금술사나 모모를 뛰어넘는 운운의 카피는 조금 과한 듯하다. 그녀만의 소설적 공간에서 뿜어내는 아우라는 신경숙이나 은희경의 초기작 못지않으나 힐링노블의 정형화된 틀로는 긴 호흡의 감동을 더 이상 이끌어내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별 넷과 다섯에서 오락가락 거리다가, 앞으로의 발전을 기대하며 별 넷을 주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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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한 켠의 빈곳을 가득 채워주는 치유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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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랬던 것 같다. 여자들이 머리를 기르는 이유는 기다림의 상징이라고.... 유독 인내심이 없어서 머리를 기르지 못하는데 이번에는 머리를 계속 기르고 있다. 쑥쑥 자라는 머리카락의 길이를 보며, 나는 아직도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하며 거울 속의 나를 닮은 이에게 물어보지만, 한 번도 대답을 들은 적이 없다.    한 소녀가 있다. 머리카락이 형광색이라 눈에 확 띄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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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랬던 것 같다. 여자들이 머리를 기르는 이유는 기다림의 상징이라고.... 유독 인내심이 없어서 머리를 기르지 못하는데 이번에는 머리를 계속 기르고 있다. 쑥쑥 자라는 머리카락의 길이를 보며, 나는 아직도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하며 거울 속의 나를 닮은 이에게 물어보지만, 한 번도 대답을 들은 적이 없다.

 

 한 소녀가 있다. 머리카락이 형광색이라 눈에 확 띄지만, 더 눈에 띄는 이유는 보라색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이름은 류, 그녀의 머리카락이 긴 이유는 영혼을 팔 때마다 스스로의 영혼을 하루에 0.35밀리미터씩 밖으로 밀어내게 되면서 자랐기 때문이다.

 

"영혼에 새겨진 모든 걸 끌어안고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어. 슬픔이든, 악몽이든, 기쁨이나 추억 같은 것들도 너무 무거워지면 인간을 짓눌러버리거든. 어쩔 수 없이 하루에 그만큼씩은 자신을 머리카락에 적셔서 밀어내야 해. 머리카락은 모든 것을 말해.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 외면하고 있는 것, 앞으로 일어날 것 모두를.”

연극을 해 보았다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자신의 영혼을 파는 기분을, ‘나’를 사라지게 하고 ‘또 다른 나’로 사는 경험을, 그 느낌을. 마치 달빛처럼 ...

 

달은,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아니야. ‘달빛’이라는 건 없어. 무언가의 빛을 받아 반사할 뿐이야. 하지만 사람들은 햇빛보다 달빛에 감사할 때가 많지. 밤은 언제나 갑자기 찾아오고, 살다 보면 달빛에 의지하지 않고선 찾을 수 없는 길이 있거든.”

‘츠키(일본어로 달)’라는 극단에서 뮤토(변하는 자라는 뜻의 라틴어)가 되고 싶었던 류, 이름처럼 달빛이 되고 싶었던 류의 꿈은  극단에서 뮤토가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뮤토는 오로지 남을 위한  ‘또 다른 나’로 탄생되야만 가능하다. 류는 꿈에 그리던 뮤토가 되지만,아픔과 상실이라는 결핍의 사람들을 위해 다시 태어나 그들의 상실을 채워주려고 하지만, 오히려 그들의 상처가 부메랑되어 자신의 살속으로 파고들자, 진정한 ‘나’가 사라지는 상실의 아픔을 겪게 된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완벽한 순간들은 거울 속에서만 존재해. 그것도 정확히 11초 정도만 고객에게 천국의 문을 보여줄 뿐이야. 11초란, 영혼이 치유되고 평생 매달려왔던 그 모든 것을 되돌리기에도 충분한 시간이지.”

  살아가면서 겪는 많은 아픔가운데 죽음이라는 깊은 웅덩이에 빠지게 되면 누구라도 그 웅덩이에서 빠져나오기란 힘이 든 법이다. 어느 한 의뢰인이 죽음의 상실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죽음을 재현하는 플레이를 제안하면 , 뮤토들은 의뢰인이 원하는 뮤토가 되어 죽음을 재현해낸다. 그러나 죽음이 아무리 예견되어 있었던 것이든, 우발적인 죽음이었든 죽음을 기억하게 하는 순간들은 모두에게 고통으로 다가온다. 뮤토에게도 의뢰인에게도,

 

뮤토였던 자, 뮤토인 자, 뮤토가 무엇인지 모르는 자. 그들은 뫼비우스의 점들처럼 서로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뮤토이기 때문에 매번 슬펐던 자, 뮤토이기 때문에 매번 두려워하는 자, 뮤토가 무엇인지 몰라 ‘그것’을 시작한 자 ….

결국 상처를 가득 안고 류는 무작정 기차여행을 떠난다. 우연히 내리게 된 간이역에서 사랑하는 이를 잃은 상실감에 넋이 나가 벤치에 앉아 있는 '리에'의 뒷모습에서, '카레(남자이름)'의 들척지근한 카레국물 위에서 어룽어룽한 그림자를 보고 느껴지는 상실의 아픔과 삶의 동질감은 류에게 진정한 ‘나’를 찾아주는데 , 영혼을 팔아서 조금씩 밀어낸 머리카락이 아닌 오롯이 자신의 머리카락만을 남기게 하는 용기를 준다. 누구든지 올곧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주기를.....

 

“ 너인 채로, 그대로 너를 사랑한다.”

 

진정한 ‘나’를 찾는 과정을 그린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은 이제껏 읽어왔던 소설과는 느낌이 다르다. 다소 몽환적인 느낌이기도 하면서 판타지스러운 느낌이기도 한데 실체가 뚜렷하게 다가오지 않아 주인공을 엉뚱하게 고양이로 상상하며 나혼자 키득거리곤 했다. 소설 속에 고양이이야기가 많이 등장하긴 하는데 조금 동화같이 읽어도 무관하지 싶다.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 영혼을 팔다보니 진정한 ‘나’는 사라져가는 상실감을 체득하며 성장해가는 과정을 무척 독특하고 매력적으로 묘사하였다.

 

이 책에는 두 개의 이야기가 실려있는데 개인적으로《천사의 가루》가 더 마음에 든다. 조금은 슬픈 이야기같다.  남자의 입장에서의 사랑과 , 여자의 입장에서 사랑을 무척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는데 , 왠지 애틋한 소설이다.  마흔 다섯 살에 찾아 온 사랑, 그것이 진실이고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라는 것을 죽어가며 깨닫는 남자가 자신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여자 라라를 떠올리며 첫 만나는 순간부터 죽기 전까지의 이야기와 남자가 오기를 기다리며 캐시미어 코트를 입고 매일 공항에서 기다리는 여자 라라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 누군가는 죽는다고 해서 없어져지지가 않는 것이다. 마음으로 의지하던 사람일수록 더욱 그렇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가끔은 통증을 동반한다. 그런 사랑의 통증과 죽음으로 인한 상실의 아픔을 라라와 요요를 통해 보여주는데 이들의 사랑도 약간 몽환적인 느낌이다. 마치 잠에서 덜 깨서 새벽안개를 맞는 느낌이랄까?  우리의 삶은 때론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가혹할 때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가는 것이라든지, 갑작스런 죽음이 찾아올 때라든지, 예측불허의 삶속에서 상실이 주는 의미를 되새겨보게 해주는 것 같다. 삶에서 상실은 언제나 찾아오지만, 그 상실을 이겨내는 것이 살아남은 자의 몫이다. 누군가의 죽음과 사라져간 것에 대해, 흐르는 강물은 구덩이를 채워야만 흐를 수 있듯이 그렇게 가슴 한 켠의 빈 곳을 가득 채워준다. 아주 간만에 만난 매혹적이고도 마법같은 이야기이다.



YES마니아 : 로얄 k********2 2012.05.31. 신고 공감 13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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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영혼을 조금씩 잃어가는 여행지 같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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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 그냥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이지만 굉장히 가까운 친구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겨우 몇 시간, 몇 일 인데도 스스럼없이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고 친해질 수 있는 것. 여행지라서 가능한 게 아닐까 싶다. 마음이 한없이 여유로우면서도 진한 외로움이 느껴지는 게 여행이 아닐까 싶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과 몇 십년 인연을 이어가기도 하는 것처럼 우리는 여행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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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

그냥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이지만 굉장히 가까운 친구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겨우 몇 시간, 몇 일 인데도 스스럼없이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고 친해질 수 있는 것. 여행지라서 가능한 게 아닐까 싶다. 마음이 한없이 여유로우면서도 진한 외로움이 느껴지는 게 여행이 아닐까 싶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과 몇 십년 인연을 이어가기도 하는 것처럼 우리는 여행할 때 모든 마음의 문을 여는 것 같다. 이 책은 어딘가를 여행하는 기분이 들게 했다. 한없이 외로운 사람, 또 한없이 여유로운 마음을 가진 사람. 그들이 있는 여행지.

 

 

책의 제목을 중요시 하는 편인데 이 책의 제목은 마음속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이라니, 영혼을 팔기도 하는 것일까. 영혼은 우리 마음속 저 깊은 심연에 자리할텐데 그걸 어찌 판다는 말일까. 그런 의문을 가지고 책을 펴 읽기 시작하는데 이런 말이 있었다.

 

 

우리는 스스로의 영혼을 하루에 0.35밀리미터씩 밖으로 밀어내면서 살아가는 존재들이야. 영혼에 새겨진 모든 걸 끌어안고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어. 슬픔이든, 악몽이든, 기쁨이나 추억 같은 것들도 너무 무거워지면 인간을 짓눌러버리거든. 어쩔 수 없이 하루에 그만큼씩은 자신을 머리카락에 적셔서 밀어내야 해.  (29페이지 중에서)

 

 

아,, 이런 말이 있었구나. 우리는 영혼을 조금씩 그렇게 밀어내며 살고 있나보다. 저 깊은 심연에 자리잡고 있다가 우리가 죽으면 나오는 게 아니었나 보다. 하루에 그렇게 조금씩 밀어내고 있었나 하며 생각하게 되었다.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던 류가 달이라는 극단에 있다가 뮤토(변화, 변하는 존재라는 뜻의 라틴어)가 되어 그 사람의 깊은 기억속에 들어가 그 사람을 어루만져주는 플레이를 한다는 내용을 다룬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 그 사람이 부재했을때 느끼는 상실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천사의 가루」. 이 두 중편소설을 묶어 낸 글이다.

 

 

작가가 여기저기 여행을 하고 다양한 삶을 산다고 했던가.

일본과 한국을 오가는 생활을 하는 두 작품속 주인공들의 이야기들이 공기 속을 부유하는 느낌이 들었다. 작품속 주인공들이 여기저기 떠돌며 누군가를 치유하며 자신도 치유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내 감정까지도 여기저기 부유하고 있었다.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사람들처럼.

 

 

산다는 것은 여행지에 있는 것과도 같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고 또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 뮤토에게 내 슬픈 기억들을 치유받고 또 상대방에게 때로는 위로를 건네줄 수도 있는 것. 따뜻한 말 한 마디에 울음을 터트릴수도 있는 것.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2012.06.08. 신고 공감 8 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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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상처가 남긴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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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허구다. 소설을 우리의 일상과 견주어봐도 좋지만. 그것은 환상이며 현실일 수 있는 것이기에 매력이 있는 것 아닐까? 치유와 사랑을 주제로 한 두 편의 소설. 인간의 근원적인 의문과 나는 누구인가? 도대체 지금의 나는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그 속에서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평이함 등으로 이어지지만, 왜 인간에게는 유독 상실의 아픔이 많이 남을까? 기쁨과 사랑도 많이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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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허구다. 소설을 우리의 일상과 견주어봐도 좋지만. 그것은 환상이며 현실일 수 있는 것이기에 매력이 있는 것 아닐까? 치유와 사랑을 주제로 한 두 편의 소설. 인간의 근원적인 의문과 나는 누구인가? 도대체 지금의 나는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그 속에서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평이함 등으로 이어지지만, 왜 인간에게는 유독 상실의 아픔이 많이 남을까? 기쁨과 사랑도 많이 있었는데 그것들은 다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인지. 그리고 이런 상처와 아픔을 치유해야만 하는 것인지, 그것은 우리의 생에 새겨진 조각 같은 것이 아닐까? 그것도 우리의 일부로 받아들여 차곡차곡 채워야 할 것 같다.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

좀 도발적인 제목.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팔지? 그러기에 좋은 날이 있을지? 그런 사랑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기력을 소진한 유정이 한적한 바닷가 시골마을 카레집에 앉아 맛없는 카레를 먹는다. 그녀의 상처는 무엇일까 

 

엄마와 나, 그리고 성장하면서 만난 미나(극단 여주인), 연극 극단은 무엇을 표현하는 것일까? 극단 사람들과 함께 하는 날이 좋아배우라는 것이 쉽게 다가왔다. 그리고뮤토’(변화, 변하는 존재, 치유하는 사람?)라는 것과 뮤토의 플레이는 무엇을 하는 것일까?

 

나는 존재하지만, 나는 모른다. 누구 나인지를 “그냥 이게 내 이름이 맞는 것 같아요.” 그리고 나의 기억 속이곳에 없는 사람, 그 시절 “나는 이 시절이 끝나버릴까 봐 마음이 저렸다., 지금은 모든 것이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오랜 시간 공을 들인 이 망각의 장치는 결국 아무것도 잊게 해주지 못했다.

 

어떻게 보면 성장드라마이고, 상처의 이야기이다. 사람들은 모두 상처를 가지고 살아간다. 그것은 극복한다는 것과 그것을 친구처럼 평생을 함께하면서 그냥 살아갈 뿐인 것 같다. 이 글에서 말하는 플레이라는 것, 마치 약물의 환상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심리치료에서 말하는 역할극과 유사한 의미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다만 헤어드레서인 유정이 그 역할을 맡는다는 것이 특이하다. 하지만, 진정으로 누가 누구를 치료할 수 있을까? “완벽한 예상, 완벽한 마법 그것이 왔다.”는 허상이 아닐까? 단지 스스로 치유하게 도와주는 존재. 이 존재 또한 상처받기 쉬운 존재인 것을… 자신의 상처는 누가 치료하는가? 스스로 아니면 타인이? 상처와 치유의 반복 속에서 상처는 더 깊어만 가는 것 아닐지. 인생이란 희로애락이 반복될 뿐이다. 

 

또 다른 나 “내 삶이 이런 순간을 가졌다는 걸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 간직하고 싶다.”와 “내가 나인 채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는 없다. 단지 그것은 자신의 보고 싶어하는 신기루 같은 것. 거울이 없는 마을, 스스로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존재가 없었다. 우리는 그저 보이는 대로 서로의 모습을 보고 그렇게 살아왔다. 그러다 문뜩 나를 발견한다. 나는 변한다. 그것이 나의 성장이다. 삶이 좋아지고 너를 너인 채로, 그대로 너를 사랑한다.

 

천사의 가루.

40대의 노총각 요요와 젊은 숙녀 라라의 사랑과 상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 그것은 타인의 눈을 통해 자신을 다르게 바라보는 길이 아닐까 

 

이상형과 사랑을 찾기 위해 고독하게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 “난 평범한 행복보다 고독을 택했고, 결국 나의 삶이 작품이 되기를 원해요., 이런 사람에게 “사는 건 꿈이잖아. 어차피 꾸는 꿈이라면 좋은 꿈을 꾸고 싶을 뿐”, 좋은 꿈은 왔다. 하지만 꿈이란 그 잠시의 환상이 아닐까? 중년의 노총각에게 결혼을 하고 싶을 때가 왔다. 물론 그녀가 그에게 왔기 때문에, 하지만, 행복은 잠시. “그의 부재는 그의 존재보다 더 날 강하게 움켜쥐고 지배하려 든다.” 세상에는 희극보다는 비극이 많은 법, 사랑에서 있어서는 더 큰 시련과 상처를 남긴다. 하지만, “망각은 기억보다 위대한 창조자”, 인간이 만든 상처는 인간으로 해결된다. 왜 그녀를 망각으로 이끌었는지 모르겠다. 그것이 사랑일지, 연민일지 아니면 순수한 희생일지는.

 

인생에서 사랑과 상처, 우리가 다 짊어지고 살아가는 추억과 기억, 우리는 존재하기에 가끔 그 기억이 추억과 상처로 다가오지만, 우리에게는 생각할 거리가 너무나 많고, 수 많은 기억들이 우리의 좁은 마음과 머리를 채우기에 하나 하나씩 희미해지고, 사라진다. 우리의 삶은 항상 현재로만 존재한다. 그러다 문득 과거를 돌아보는 것 같다.

 

* 소녀적 환상을 담뿍 담은 글인 것 같다.

* 편집의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내용에 비해 너무 긴 페이지(?).

* 책은 글을 쓴 사람의 표현이고 받아들이는 사람의 느낌이라는 생각이 든다.

* 옥의 티: p. 26. 7째줄, 동네 피아도 선생=> 피아노 선생



p*******t 2012.06.01. 신고 공감 8 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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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의 삶을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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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늘 우리에게 묻는다. 무엇을 하면서, 무엇을 추구하면서 어떻게, 어떠한 삶의 모습을 지니고 오늘에 서 있는가? 우리는 우리의 삶에 부끄러움이 없는가?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런 물음에 대해 스스로 답을 내리고, 자위하면서 더러는 타인에게도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면서 살아갔고, 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하나도 정답은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무척이나 개별성을 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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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늘 우리에게 묻는다. 무엇을 하면서, 무엇을 추구하면서 어떻게, 어떠한 삶의 모습을 지니고 오늘에 서 있는가? 우리는 우리의 삶에 부끄러움이 없는가?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런 물음에 대해 스스로 답을 내리고, 자위하면서 더러는 타인에게도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면서 살아갔고, 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하나도 정답은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무척이나 개별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이런 개별성을 지닌 삶 중에서도 특별한 것은 많은 타인들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자들의 것이리라. 이 글 속의 뮤토, 배우들의 삶이리라

 

이 책은 두 편의 이야기로 되어 있다.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천사의 가루가 그것이다. 처음 글을 읽으면서 나는 천일야화를 떠올렸다. 그것은 주인공 류가 걸어가는 뮤토의 삶을 통해서 다양한 인간들의 이야기를 풀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늙은 야쿠자의 이야기, 세계적인 요리사 이야기, 인디언 할머니 사연, 스쿠버다이빙 강사의 사연, 자책감으로 똘똘 쌓인 어느 할머니 이야기 등 모두가 뮤토의 대상자들 이야기다. 이야기들이 혼란스러울 정도로 환상적이다. 현실과 거리감을 가지고 다가오는, 그러면서도 슬픔의 진한 느낌이 스멀거리며 다가오게 만드는 이야기들이다. 이야기들이 가슴 아리게 만들면서 다가온다. 이야기의 기저에 슬픔이 녹아 있다.

 

주인공 류는 머리칼을 만지는 사람이다. 헤어드레서란 말이다. 머리칼을 만지면서 그 머리 정리를 통해 영혼을 변화를 이뤄내는 뮤토의 역할을 한다. 손님의 상대역이 되어 그들이 원하는 무엇을 줄 수 있는 배역을 완수해 내는 일을 하는데, 그들은 그것을 플레이라 한다. 손님들은 그 요구하는 것이 많을수록 많은 양의 재화를 지불한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다. 한 할머니의 집에 가는데 그것에서 할머니를 젊은 여자로 환생시키는 뮤토 역할을 하고, 다른 남자 뮤토는 그의 젊었을 때 아기가 되어 연기를 하면서 할머니의 사장된 욕구를 드러내게 하고, 충족시켜 나간다. 그녀의 아픔을 재현하면서 현장으로 그녀를 데리고 간다. 그렇게 하여 그 아픔을 치유해 나가는 변화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작품 속의 주인공은 츠키()이라는 극단의 배우다. 그곳에 소속된 배우들의 삶은 애매하다. ‘미나라는 연출가가 지시하는 대로 배역을 맡고 연기를 하도록 되어 있다. 그들은 길고양이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것은 길들여지지 않는 그러나 소속감을 지닌 존재를 말할 것이다. 그들이 무엇을 어떻게 사는 지에 대해 잘 인지되지 않는다.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기에 무엇이 진짜인지도 모른다. 애매하고 혼란스러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뮤토에 관한 이야기다. 뮤토는 변화하는 존재란 의미로 알고 있다. 주인공은 어느 날 헤어드레서인 어머니 대신 배우를 프랑스와 사강으로 꾸미다가 그 능력을 인정받는다. 그리고 미나로 부터 뮤토를 제안 받는다. 뮤토는 말 그대로 의뢰자를 완벽하게 변화시켜 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배우다. 그는 헤어드레서와 뮤토의 역할을 공유한다.

 

그러면서 여러 의뢰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인생의 일부분이 되어 준다. 그들의 삶의 많은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역할을 한다. 삶의 재생자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다. 그들 이야기의 공통점은 비극적인 정조다. 슬픔이 가득히 묻어나고, 슬픔 한가운데 현기증 나는 좌절을 만날 수 있게 한다. 그들의 삶 속에 뮤토 역할을 하는 주인공과 츠키 배우들은 그렇기에 개인적인 삶이 없다. 늘 의뢰자들의 삶을 살아간다. 그 뮤토의 일이 대본에 따라 말하고, 대본에 따라 움직이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 대본에서 벗어날 때 의뢰자와 배우 모두가 공멸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음을 말한다. 그러다 결국 주인공은 자신을 찾겠다고 나선다. 그리고 배우의 모든 것을 버린다. 그러면서 길을 떠나 어느 간이역에 표도 없이 내린다. 그곳에서 맛없는 카레를 파는 카레를 만나고 마을 촌장을 만나면서 이름 없는 주민으로 산다. 우리는 그런 그를 이야기의 부분 부분에서 만난다. 그러면서 이 책은 보잘 것 없을 지라도 우리들의 삶을 타인의 삶과 비교 생각해 보도록 만든다.

 

이야기가 매우 환상적이다. 현실감이 많이 떨어진다. 전체 줄거리는 별로 선명하게 나타나지도 않고 액자 속의 이야기는 아라비안나이트처럼 다양하다. 이야기가 분리되었다 합쳐졌다 하고 있다. 배경도 그렇게 선명하지 않다. 몽환적인 느낌이 드는 이유다. 두 번째 이야기도 같은 선상에 있다. ‘천사의 기루는 위의 야화 중 하나를 자세하게 풀어내고 있다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사랑의 문제, 사랑의 감정과 상대의 죽음 그리고 기다림 등이 주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죽음 속에서 참된 사랑을 만나고, 기다림 속에서 감정의 진지한 다스림과 절제가 이루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옆의 짝사랑도 그리고 있다. 사랑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빛깔을 모호한 언어적 마술에 의해 그림으로 만들고 있는 듯하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삶의 문제를 풀어내는 방식에 동조하면서 따라갔다. 결국 우리는 모든 삶을 좋아했던 것은 아닐까? 변덕스럽고, 난폭하고, 불치절한 이 세상의 모든 순간들이 좋아서 어디로도 가지 못하고 영혼을 팔아버린 것이 아닐까? 인간들의 잡다한 이야기들이 가득히 그려져 있다. 현실의 삶 속에서 꾸역꾸역 살아가는 모습들이 언어에 밀착되어 날개를 단 것이 이 소설이 아닐까 생각을 해볼 수 있게 만드는 위의 문장이다. 개인의 모습은 거울 뒤로 감추고, 거울로 보는 세상의 또 다른 나의 모습, 그것이 이들 문장이 우리에게 내놓은 수수께끼일 것이라 여겨진다. 우리는 그 물음에 스스로 답을 찾아가면서 영혼의 여행을 떠나 그 종착역에 이를 수 있도록 한 길을 보여주는 이야기라 여겨진다. 글을 읽으면서 나도 어느덧 자신에게 뮤토가 되고 있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히면서 읽었다.



j****3 2012.06.22. 신고 공감 7 댓글 10
리뷰 총점 종이책
달에서 연극을 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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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거나, 자신이 기존에 하던 일과는 전혀 동떨어진 다른 직업의 세계로 홀홀히 뛰어드는 사람들을 보면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어짜피 한 번 뿐인 인생이기에 스스로가 즐길 수 있는 일을 하고 살며 일상적 행복 수준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널린 책이며, 매체들이 한결같이 이야기하고 있지만, 우연일지도 모르는 어떤 계기에 이끌려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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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거나, 자신이 기존에 하던 일과는 전혀 동떨어진 다른 직업의 세계로 홀홀히 뛰어드는 사람들을 보면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어짜피 한 번 뿐인 인생이기에 스스로가 즐길 수 있는 일을 하고 살며 일상적 행복 수준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널린 책이며, 매체들이 한결같이 이야기하고 있지만, 우연일지도 모르는 어떤 계기에 이끌려 지금의 이 일이 적성에 맞는지 아닌지도 제대로 모른 채 그저 그것이 운명이려니.. 하고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쩐지 그 말은 빛 좋은 개살구요, 남이사 처럼 들리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 곽세라씨의 이력이 아주 재미있었다. 어쩌면 내겐 소설이 주는 감흥보다도 더. 광고회사의 카피라이터를 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인도 유학을 결심한 점이나, 이후 클럽매드의 요가 매니저를 하면서 글도 쓰고, 강연도 하고, 가끔은 방송 진행도 한다는 이력이 다 그랬다. 사실은 무서울 뿐이면서, 가정을 꾸려나가는 문제를 핑계대고, 배운 도둑질이 이것 뿐이라는 둥, 지금 이 나이에 무슨 새로운 일로 빛을 보겠냐는 둥 이리저리 변명과 핑계거리를 찾고 있는 나같은 겁쟁이들에겐 더욱 그렇다. 누군가가 나를 가르켜 하는 '겁쟁이' 라는 말에 유난히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생각해보면 내 스스로가 겁쟁이란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물론 겉으로는 결코 드러내려하지도, 드러내고싶지도 않지만.

 

'힐링노블'이라고 해서 읽으며 무슨 치유의 경험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건 지나친 기대였을까..? 난 이 소설에 붙은 수사 '힐링'의 의미를 책을 다 읽어나가는 순간까지도 이해하지 못했다. 분명 두 편의 소설 모두 사랑을 바탕으로 한 기억과 그리움, 그리고 상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는 대부분의 소설이 다루는 주제요, 김형경 작가가 주로 사용하는 상담을 통한 형식적 치유의 과정조차 포함되지 않은 이 소설들에 '힐링'이라는 단어는 솔직히 조금 의아스럽다. 그래도 이야기 자체는 흥미로와 꽤 읽을만했던 편.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을 읽으면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취(文臭)가 연하게 느껴졌다. 과거의 기억과 상처를 만나거나 미래의 자신과 만나는 '플레이'를 한다는 묘한 설정과 어딘지 모호한 묘사로 독자 개개인이 자신의 선호와 경험에 기반한 유니크한 이미지를 호출(Invoke)시키는 방식이 무척 유사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혹, 과거 작가가 하루키의 작품을 접하곤 '나도 이런 글들을 쓰고싶다..'거나 '이런 글은 나도 쓰겠다..'라는 생각을 해본 것은 아닐까 싶다. 소재도 특이하고 이야기의 전개방식도 몽환적이어서 읽는 순간보다는 읽고나서 더 기억에 선명하게 새겨지는 작품이다.

 

<천사의 가루>는 표제작보다는 약간 적은 분량으로 쓰여진 중편소설이다. 이름도 참 특이한 요요와 라라 두 사람의 사랑을 두 사람과 주변 지인들의 짤막한 일기 형식의 글들을 번갈아 나열하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한 두 페이지 분량의 매 장(章)마다 화자와 관점이 달라 이야기가 산만하게 다가오는 감은 있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순차적으로 배열해 금방 적응이 가능하고 익숙해지고나면 별다른 산만한 느낌 없이 자연스럽게 읽어나갈 수 있다.

 

두 작품 모두 다소 몽환적이며 모호하게 느껴지는 무국적성을 공통으로 지녔다. 등장인물들의 언동 어느 하나도 정상적인 사람의 그것처럼 보여지지 않는다는 단점에도 불구 그러한 배경설정에 힘입어 그 단점마저도 묘한 매력으로 되살아나는 느낌이 드는 작품이다. 인생을 절대 심각하게 살 용의가 전혀 없다는, 스스로를 12년차 집시라고 칭하는 매력적인 작가의 세계관과 인생관이 잘 배어난 탓이리라.  이 소설을 읽으면.. '인생을 심각하게 만드는 것은 사랑이다. 그렇지만, 끝내는 벌을 받고야 말 그 심각함을 벗어낼 수 있는 것 또한 사랑을 통해서다..' 라는 생각이 든다.



p***i 2012.06.08. 신고 공감 7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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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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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팔기 놓은 날? 언뜻 듣기에 무슨 뜻인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대하는 법을 단순히 나누면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해서 생각하고 궁리하는 것 둘.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 세상은 첫번째가 정답이라고 가르치는 듯하다. '할 수 있다', '하면된다'라는 새마을 운동 시대 운동 구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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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팔기 놓은 날? 언뜻 듣기에 무슨 뜻인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대하는 법을 단순히 나누면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해서 생각하고 궁리하는 것

둘.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

세상은 첫번째가 정답이라고 가르치는 듯하다.

'할 수 있다', '하면된다'라는 새마을 운동 시대 운동 구호가 언제적 일이라며, 이야기하면서도,

'다 포기하지마' 라는 노래의 가사를 이야기하면서 우스게 소리를 하면서도,

지금도 사람들은 '노력해라', '끈기를 가져라' 고 쉽게쉽게 내뱉는다.

 

왜, 우리는 할 수 없을 때, 그럼 이젠 그만둬 라고 편하게 말할 수 없게 되어 버린 것일까?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은 할 수가 없다면, 그냥 거기에 내버려 두라고, 나에게 이야기하는 듯하다.

책을 읽으며 들었던 음악

Please don't tell her _ Jason Mraz

The sad cafe _ The eagles

Blues Latino _ Santana

My all _ Mariah Carey

Babe I'm Gonna Leave You _ Led zeppelin 

비오는 거리 _ 이승훈

잠을 깨고 나니 오랜만에 개운함을 느꼈다. 오랜만의 휴일, 늦잠을 자지 않아도, 푹 잠을 잔 느낌. 이런 오랜만의 기분좋음. 이내 곧 피곤이 다시 몰려온다해도, 지금 이 순간 이런 청량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해 보았다.

 

책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쓰였있다.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

'천사의 가루'

다른 제목의 두 이야기 이지만, 그들이 전해주는 느낌은 한 목소리를 내는 것 같다. 글은 편안하게 다가왔다. 마치 누군가가 써놓은 일기처럼... 일기란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것이다. 때론 담담하게, 때론 화가나서, 때론 슬픔에 젖어서, 그래서 일기는 글쓴이의 그때그때의 감정이 진실하게 녹아 있다. 그런 느낌이 있다. 그래서 일기란 마음의 흔적이고, 기억의 잔상이며, 어슴프레하게 기억나는 꿈과도 같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완벽한 순간들은 거울 속에서만 존재해. 그것도 정확히 11초 정도만 고객에게 천국의 문을 열어 보여줄 뿐이야. 11초란, 쿠키를 두어 개 집어먹고 입가에 묻은 가루를 터는데 걸리는 시간이지만, 치유를 원하는 영혼이 칭되고 평생 매달려왔던 그 모든 것을 되돌리기에도 충분한 시간이지

- Page 166 -

인생은 가까이서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보면 한편의 희극이다. -찰리채플린-

요즘에는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이 편하게만 들리지 않는다. 어떤 한 인물의 흥망성쇠가 너무나도 뻔히 만천하에 드러나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마치 삼류영화처럼 오늘 만인의 연인이었던 이가, 내일은 온 세상 질타와 질시를 받는다. 인생의 찬란한 순간은 마치 쿠키를 먹고 입을 터는 11초와 같은 한 순간에 불과한 것일까?

웅덩이에 가라앉아 버린 기억은 이제 아무리 애를 써도 객관화되지 않는다. 자기 안에서 분열하고, 각색되고, 그것이 끝없이 연속 상영되어서 현실을 백일몽으로 만들어버린다. 해를 가린 달처럼

- Page 190 -

아니면, 우리는 우리가 몸을 담고 있는 일상을 미쳐 보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햇볕에 가려 보이지 않는 낮달처럼, 우리 앞에 있고, 우리를 비추고 있지만, 그것의 소중함을 미처 눈치채지 못한 것은 아닐까? 언젠가 남의 인생을 강요 받아 화려하지만 억지 인생을 살아야 했던 어느 소설의 주인공처럼 극단적이지는 않더라도, 우리는 우리가 진정 원하는 삶, 인생을 망각한 채, 어디선 가 누군가 툭던진 '공부해야지'라는 말이라던가, 어딘가 TV에서 보았던 화려한 삶에 이끌려 스스로의 인생을 연기하고, 무대 위에서 내려오는 순간 항상 힘들어 하는 인생을 살아온 것은 아니었을까?

 

마임의 핵심은 '여기 사과가 있다고 상상하는것'이 아니라, '여기 사과가 없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것'이라고." 망각은 기억보다 위대한 창조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 Page 369 -

천사의 가루는 사랑했던 한 남자의 부재를 망각해 버린 여자의 이야기이다.

'아름다운 기억은 남겨두고, 좋지 않은 추억은 모두 잊어버렸으면..' 하고 생각한 경험은 누구나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록 더욱 기억은 아련해진다. 이미 그런 기억은 부정할 수 없이 과거지사가 되어 버린 까닭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그 기억을 지워버리면 어떨까? 과감히 안녕? 하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우리의 기억은 억지로 좋은 기억만 남겨두려고 노력하지 않더라도 더욱 아름다운 기억으로 가득해질 수 있지 않을까?



t********n 2012.05.28. 신고 공감 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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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안에 누구나 상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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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와 제목에 대한 느낌>  긴 머리를 풀어헤친 소녀같은 모습의 그녀는 눈을 감고 있다. 제목은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 이란다. 게다가 낯익지 않은 저자 이름. 일순 거부감이 들었음을. 읽어가면서 읽고 나서도 제목이 저보다 더 좋을 순 없겠군. 앞전에 읽었던 사랑도감 겉표지를 벗기면 양장본에다 싱그러운 연두색이요 북끈이 있었다. 이 책도 겉표지를 벗기니 노란색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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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와 제목에 대한 느낌>

 긴 머리를 풀어헤친 소녀같은 모습의 그녀는 눈을 감고 있다. 제목은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 이란다. 게다가 낯익지 않은 저자 이름. 일순 거부감이 들었음을. 읽어가면서 읽고 나서도 제목이 저보다 더 좋을 순 없겠군. 앞전에 읽었던 사랑도감 겉표지를 벗기면 양장본에다 싱그러운 연두색이요 북끈이 있었다. 이 책도 겉표지를 벗기니 노란색 양장본에다 북끈이 있다. 파스텔톤의 양장본이 트렌드인가 싶네.

<이책은>

서평 제의를 쪽지6통으로 정중히 해주신 출판사의 선물 도서다.

<저자는>

 저 : 곽세라 ---발췌하다

작가이자 방송진행자이며 인기강사로 활동하고 있다...세상에서 가장 활짝 웃는 여자, 약속도 일정도 없이 여행가방만 꾸리면 어디로든 나비처럼 훨훨 날아다니는 자유로운 여자, 곽세라...그런 그녀의 이름 앞엔 ‘사설 독립마녀’, ‘세상에서 가장 활짝 웃는 여자’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붙는다. 최근에는 ‘12년차 집시’, ‘인생을 절대로 심각하게 살 용의가 없는 사람들의 모임 회장’이라는 독특한 명함이 더 추가되었다...

<책내용 맛보기>

출판사 리뷰中에서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의 주인공은 평범한 열일곱 소녀 류. 1/10쯤 섞인 신비로운 보랏빛 머리카락 덕분에 조금은 특별한 아이 취급을 받는다. 극단 ‘츠키’(‘달’이라는 뜻)에 우연히 들어가면서 류는 스스로도 몰랐던 ‘특별한 재능’, 즉 ‘뮤토’의 재능을 발견한다. ‘뮤토’는 ‘변화하는 자’라는 뜻의 라틴어로, 상대방의 머리카락에 담긴 기억 속으로 들어가 그의 과거와 미래를 ‘플레이’할 수 있다.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뮤토에게 플레이를 의뢰하는 사람들은, 류의 도움으로 그립고 아픈 과거로 돌아가고, 갈망하던 미래와 조우하는데…. 류는 인생의 어느 모퉁이에서든 마주칠 수 있는 눈물과 거짓말, 아픔과 그리움을 마주하며 심오한 생의 물음과 비밀들을 알게 된다. 

 

두 번째 소설 ‘천사의 가루’는 사랑의 기억보다 강렬한 사랑의 부재에 관한, 상실에 관한 지독히 아름다운 다큐멘터리다. 자동차 사고로 고속도로 아스팔트 위에 피를 흘리며 누워 있는 한 남자, 그리고 공항에서 마중 나와 있을 그를 기다리는 한 여자. 두 사람이 만나서 사랑하고, 남자의 죽음으로 맞이하게 되는 이별과 상실의 과정을 감각적으로 스케치했다. 잘 편집된 CF 영상처럼, 혹은 짧고 강렬한 다큐멘터리처럼, 두 연인을 둘러싼 여러 인물들의 시점에서 기록된 그들의 사랑, 그리고 끝내 연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처연한 이별 이야기를 감각적으로 담고 있다.  

<책 읽은 소감>

서평 제의를 받았을때는 미리보기 검색을 통해 내가 읽기에 편한 글풀어냄인지, 내용은 대충 어떤식의 전개인지를  먼저 살펴볼 것이고 선택할 것이다. 대부분은 적절한 선택인데 간혹 빗겨가 곤혹스런 경지가 있다. 이 책은 그런면에서  오류발생였다고나 할까. 쉬워 보이는 문장였는데 읽어낼수록 읽어갈수록 그 깊이있는 심오한 뜻들을 쓰윽 지나가 버리기엔 무게감이 상당했다. 그 상황에 가장 적절할 것 같은 표현들도 무척 참신했으며 내가 읽어낸 책들중에서 쉬이 접하지 않은 표현 문구들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라.

 

쉬이 읽히는 책들에서 빈번히 쓰이는 표현 문구들(가령, 수음을 하다 들킨...씨실과 날실이 교차하는...)이 많이도 식상할때 그 책 전반에 참신성이 떨어짐을 여러 번 경험한 터라 책 위엔 형광펜이 죽죽 그어지면서 왠지 모를 희열이 자리했다. 처음 접하는 듯한 귀절들이 살아 있는 생동감으로 통통 튀어 올랐다. 그 문구의 숨어있는 혹은 숨겨진 의미를 파악하느라 가뜩이나 느려터진 내 글읽기는 점점 더 느려졌다. 그럴수록 신간이기에 마음은 무척 불편한 가운데 리뷰들은 점차 올라오고, 애초 약속대로 6월초엔 작성하겠다는 마음이 오늘에 이르렀다.

 

이 책은 재미와는 거리가 좀 멀다. 생각을 많이 하면서 읽어야 한다. 독특한 소재들로 구성이 된다. 난해한 것 같으면서도 편안하다. 있을법하지 않은 일들임에도 사실같이 느껴짐이 또 놀랍다. 분명 한국소설임에도 자꾸만 일본책을 읽는 것 같은 느낌에서 벗어나질 못해 몇번이나 표지를 확인해야 했다. 왜냐면 일본소설을 번역해 놓은 책처럼 일본지명이며 이름들, 나아가 스시집의 메뉴까지도 일본말로 나온다. 친절한 괄호안의 한국설명이 있다. 나는 이게 참 거슬리더라. 따라서 스윽 읽히는 책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고르는데 신중하기를...음미하면서 재료도 관찰하고 천천히 먹어가는 음식처럼 그 맛은 정갈하고 담백하다.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이란 제목이 딱이네 그런 생각을 한건, 플레이를 할때마다 영혼을 파는 행위로 해석이 되었다. 유정이자 류짱으로 불리게 된 그녀는 아버지를 모른다. 헤어 디자이너인 엄마는 고가의 봉사료를 책정했는데  그 중 극단 '츠키'의 극단장이 단골이기에 잔심부름만을 하다 시간이 많이 흐른 어느날 뮤토로 선택된다. 그녀 자신에게 흐르는 헤어 디자이너의 끼는 엄마가 만지지도 못하게 했건만 자체발광을 하며 플레이를 한다. 저마다의 독특한 사연들에 맞는 플레이는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진행되는게 아닌 늘 장소가 바뀐다. 소재가 다르니 장소의 소품과 세트 역시 다양하고, 그런 삶들에 뮤토로서의 직분에 충실하면서 자신이 살아있음과 자신도 필요한 존재임을 깨닫는다. 허나, 플레이 하던 도중에 오류도 생기고...

 

마음 실린 봉사를 하며 진정한 선행을 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자신이 더 많은 걸 그걸 통해 배웠노라고. 자신이 더 많이 받았다고. 뮤토로서의 삶에 충실하다는건 극단장의 요구에 전적으로 순종하여야 함. 저절로 그렇게 되도록 만드는 힘이 극단장의 파워이자 저력이다. 허나 인간은 영적인 존재이자 생각하는 존재, 나아가 감정의 동물이다 보니 때론 기계적으로만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하고야 만다. 인간이기에, 나약한 인간이기에 당연한 일이지만 그 결과는 치명상일 때가 있다. 따라서 특정 직업에서는 인간이 감정사용에 있어서 때론 기계적으로 보여지는 상태를 유지함이 맞을 것 같다. 

 

천사의 가루는 한마디로 죽은 사람의 유골이다. 따라서 아프다. 그 아픔이 격정적 슬픔을 자아낸다기 보다는 아련하게 그 아픔을 지켜보면서 조금씩 이해하는 경지라고 해야나.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의 영원한 부재는 견딜 수 없는 괴로움이자 깊은 슬픔이다. 사랑이 영원하다는 전제하에 준비없는 이별을 한다면 그 막막함과 허허로움은 어쩌누. 그의 영원한 부재중을 도저히 납득이 안되는 라라는 캐시미어 코트를 입고서 겨울부터 봄에 이르는 같은 시간대에 공항에서 요요를 기다린다. 나오는 사람을 기다리는 포즈가 아닌 다른쪽에다 시선을 두리번거리기를 두 달째 한다. 요요가 늘 먼저와 라라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걸 지켜보는 공항 직원은 사연이 있음은 짐작하지만 늘 그 시간의 그녀가 염려스럽다. 항상 같은 차림새의 그녀가 걱정스럽다.

 

요요는 치과의사로 매우 나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요, 보통 사람의 시선으로 보면 절대 가정적일 수 없음으로 보이는 라라와 찰떡궁합였나 보다. 이 둘의 시선에서 글은 짤막하게 기술되면서 같은 상황을 둘의 관점서 묘사하니 조금은 헛갈리기도 했다. 그러다 다른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저마다의 상처를 가진 사람들로 요요와 연관된 직원들 혹은 안사람의 구성이요, 그 들 입장서 요요와 라라를 보는 시선도 펼쳐지고...참으로 부조화로 보이는 사람들이 정작으로 그렇게 어울리는 한 쌍일 수도 있구나 싶고...그러자니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잣대로 재단함이 얼마나 편견인지 싶기도 했다. 다름을 인정하자는 말들을 어느새 사람들은 양념인양 잘도 들먹인다. 정작으로 다름을 인정하기가 쉬운 일인지 일상에서 일에서 부닥치다 보면 프레임을 깨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구나 싶다.

 

둘이 서로를 변함없이 아껴주고 사랑한다는 행위는 정신과 육체에 바탕을 둬야 조화로울게다. 어느 한쪽만 치우친 사랑도 가능하겠으나 개개인의 정도의 차는 있으나 조물주의 의지로 탄생된 인간은 그 둘이 적절할때 그 사랑이 오래가지 싶다. 서로의 마음과 몸의 세포들이 기억하는 그 순간이 되풀이 되고 그게 삶이고, 생활일진대 그런 사람을 잃는다는건 세상이 무너지는 고통이리라. 그 고통이 얼마나 깊고 깊은지 천사의 가루는 담담하게 머물러 있는듯 침잠한 슬픔을 그렸다. 너무 기막히면 감정 표현마저 마비가 되는 경지. 라라는 그렇게 두 달을 자신과의 안간힘으로 끌다가, 라라를 지켜보는 요요의 직원에게 천사의 가루를 받고...요요의 직원도 요요의 빈 자리를 라라를 바라보며 지켜주는 것으로...그 직원의 아내도 남편의 행적을 조사하면서도 묵묵히 인내하며...라라의 평온을 바라는 스시집 주방장하며...세상은 자신도 모르는새에 얽혀진 인간관계도 있구나...바라지 않아도 자연스레 도움을 주는 관계도 분명 있구나...심오한 책을 만난 느낌은 특별함이었다. 일상에서 빈번한 소재가 아닌 치유의 힘으로 풀어내는 글맛. 그건 처음엔 조금 질리는 듯 하지만 깊은 맛이 났다.



k******5 2012.06.10. 신고 공감 5 댓글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