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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에 때가 있다고 한다면, 모든 책에도 때가 있다고 할 것이고, 그렇다면 <무민 골짜기의 11월>은 당연히 11월에 읽어야 할 것 같지만, 정작 내가 처음 읽은건 7월이었고, 11월에 다시 복기하고 있다. 나도 참, 도대체 무슨 소리를 끄적거리고 있는건지. 이렇게 주절주절 하고 있는건 이 책의 영향도 없다고 할 수는 없는데, 무민 동화에 정작 무민 가족이 나오지 않고, 객식구들이 무민네 집을 차지하고 있는데다, 이 객식구들이 어디 한 군데 또는 여러 군데가 뒤틀려 있는데, 그 배경도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사뭇 스산한 계절인지라, 마치 미치광이들의 한바탕 우울한 소동극을 보는 듯해서, 정감 가는 동화를 기대했던 이에게는, 이거 참, 반전 동화가 되는 지경에 이른다. 근데 말이다. 그게 바로 북유럽 '필'이라고 누가 주장한다면, 그리고 그에 대해 딱히 반박을 할 힘도 없다면, 응, 이런게 북유럽인가 하고, 겨울로 접어드는 이 마당에 따뜻한 이불 안에서 읽으며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 와서, 딱히 헬싱키 중앙역 앞 호텔방에서, 감기 기운을 가라 앉히려 Finrexin Neo를 따뜻한 물에 태워 먹으며 침대를 벗어나지도 못한 채 이 책을 읽었던 기억이 굳이 생생하게 떠오르지도 않지만, 그래도 이상하리만큼 쉽사리 읽혀내려가지 않아서 자주 손에서 책을 놓게 되던, 그리고 그 방 창문을 통해 변해가는 하늘을 바라보던 그 장면은 남아 있고, 아마도 그 배경에는 반드시 이 책이 있을 게다.
둘은 흩날리는 눈발 속으로 사라졌어요. 그 뒷모습에는 헤어질 때 흔히 볼 수 있는 쓸쓸한 그림자와 안도감이 감돌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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