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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인식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지식융합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 사이언스 저널리스트의 독보적인 존재로 어린이에서부터 어른까지 쉽게 읽을 수 있는 과학 저서를 다수 집필했다.
이 책《자연은 위대한 스승이다》는 그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사이언스의 뷔페라고 보면 좋겠다. 다양한 스펙트럼과 폭넓은 영역을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것 하나 빈 죽정이가 없이 알차다. 이는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탁월한 글쓰기에서 비롯된 덕분이다.
책은 크게 다음과 같이 두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파트1 자연의 지혜를 배운다 1_ 자연을 본뜬 위대한 발명 2_ 자연중심적인 기술
파트2 청색기술이 희망이다 1_ 자연을 본떠 만든 물질 2_ 생물을 모방하는 로봇 3_ 인체 부품을 보완한다 4_ 인공생명 5_ 집단지능 6_ 자연에서 배우는 건축
저자는 마치 '지식융합'이란 어떤 것인지 직접 보여주겠다는 듯이 산업공학, 환경공학, 생명공학, 유전학, IT․인터넷 등 전자공학, 로봇공학 그리고 건축공학까지 두루두루 아우른다.
이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모방, 영감, 지능 등 3가지다. 저자는 이 키워드를 활용하여 생물과 자연 그리고 인공 분야에 적용한다. 구체적으로는 생물모방, 생물영감, 집단지능 등이 되겠다.
생물모방을 통한 인류문명 '생물모방'의 뜻을 지닌 바이오미미크리(Biomimicry)는 1982년부터 사용되었으나, 1997년 재닌 베이어스의《생체 모방》(Biomimicry)(시스테마, 2010)이 주목을 받으면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러한 생물모방을 통해 나온 상품 중 대표적인 것을 들자면 벨크로와 나노패스33이다. 벨크로는 도꼬마리 씨앗에 수없이 달린 갈고리를 본떠서 발명된 것으로 옷, 신발, 가방, 장갑 등에서 두 짝을 한데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다. 나노패스33은 모기의 바늘을 본떠 만든 주삿바늘이다. 모기가 사람에게 아무런 고통도 주지 않고 피를 빨아먹는다는 사실에 주목하여 모기 주둥이의 모양을 본떠 끝이 점점 가늘어지는 주삿바늘을 만들게 되었다. 날마다 주사를 맞아야 하는 당뇨병 환자나 소아 환자에게 인기가 높다고 한다.
내가 특히 흥미있었던 부분은 거미실크로 만든 옷이다. 미국 자연사박물관에서 황금무당거미 100여 만 마리로부터 거미줄을 얻어 80여 명이 4년에 걸쳐 만든 황금빛 천이 전시된 적이 있었다. 또한 영국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에서 거미실크로 만든 어깨 망토도 전시되었는데, 두 전시 모두 대단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거미실크로 만든 어깨 망토 (위키피디아)
이외에도 인류가 생물모방을 통해 문명의 진보를 이룬 것으로 비행기(새), 초음파(박쥐), 템스터널(좀조개), 전화기(귀), 수정궁(수련)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자연을 활용한 청색경제 '청색경제'(The Blue Economy)는 녹색경제와 다른 것이다. 녹색경제가 환경을 보존함과 동시에 동일한 수준이거나 심지어 더 적은 이익을 성취하기 위해 기업과 국민에게 더 많은 투자와 소비를 요구해 온 반면에 청색경제는 단순히 환경을 보존하는 차원을 넘어 지속가능성의 쟁점을 제기하며 '재생'을 약속한다.
2008년 스페인에서 열린 세계자연보전연맹 회의에서 '자연의 100대 혁신기술'이라 불리는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이 보고서는 생물로부터 영감을 받거나 생물을 모방한 2,100개 기술 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100대 혁신기술을 선정하여 수록한 것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본문 55~60쪽을 참고하시라.
자연을 활용한 청색경제 사례로는 나노 접착제(도마뱀붙이), 습식접착제(홍합), 접착물질(담쟁이덩굴), 자기정화 물질(연잎), 물 생산(풍뎅이), 탈것(물총새, 펠리컨, 거북복), 전신수영복(상어, 돛새치), 고무 단백질(벼룩, 잠자리), 장갑차(전복 껍데기), 구조색(모르포나비, 오팔), 운동복(솔방울), 풍력발전(혹등고래), 인공 광합성(인공 나뭇잎), 지혈제(흡혈 동물) 등이 있다.
생물을 모방한 로봇 생물과 인간을 모방한 로봇은 전쟁, 산업 그리고 인류를 위해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이인식은 이 분야에서도 해박한 지식으로 로봇 개발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사람 크기의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과 관련해서 살펴보면, 세계 최초로 와봇(와세다로봇) 1호에서부터 혼다의 P1 시리즈, 아시모, 베토벤 5번 교향곡을 지휘한 큐리오, 코그, 다양한 표정을 짓는 키스멧, 얼굴 로봇 사야, 야구장에 등장한 아미, 휴보, 국악 공연을 함께 한 에버 등이 있다.
이외 비행 로봇, 뱀 로봇 곤충 로봇 아틸라, 거리 화성 탐사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는 로봇 리머와 단테, 수중 기뢰를 탐색하는 로봇 게 에어리얼(인어공주 이름), 물고기 로봇, 긴팔원숭이를 모방한 브래키에이터, 파리지옥 로봇, 에코봇2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나는 특히 빅 도그, 개스트러놈과 박테리아 로봇에 관심이 쏠렸다. 빅 도그는 개처럼 네 발로 걷는 로봇으로 최대 160kg의 짐을 지고 비탈길이나 얼어붙어 미끄러운 길을 기어 올라갈 수 있다. 구호품이나 군수품을 위험한 지역에서 운반하는데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개스트러놈의 경우는 인류의 상상력이 끝이 없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되지 않을까? 이 로봇은 각설탕을 주입하면 미생물로 소화(분해)하여 전자를 방출, 배터리를 충전하는 자가동력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박테리아 로봇은 나노공학의 하이라이트가 아닌가싶다. 사실 나노로봇의 개발에 있어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는 로봇을 움직이도록 하는 동력(모터)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박테리아를 이용한다. 가령 박테리아가 잘 붙는 폴리스티렌을 공 모양으로 만든 다음 겉면에 박테리아를 붙여 포도당 용액에 집어넣으면 박테리아는 편모로 폴리스티렌 공을 초당 15μm의 속도로 이동시킨다. 세포 활동을 모방한 분자 모터(분자 프로펠러) 개발도 한창이다.
분자모터와 비슷한 원리로 고래 심장을 모방하여 사람 심장에서 생성되는 미세 전기를 활용한 전지 없는 심장박동기(페이스메이커)도 개발에 성공했다. 상용화되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집단지능 제임스 서로위키의《대중의 지혜》는 집단지능의 우수성을 잘 보여준다. 2001년 필리핀 에스트라다 대통령을 실각시킨 엄지족, 1991년 처음 모습을 드러낸 WWW, 개미·흰개미·꿀벌·장수말벌 등 사회적 곤충의 떼지능(swarm intelligence). 떼지능은 전쟁터를 누비는 무인 지상차량이나 암세포와 싸우는 나노 로봇 전사를 개발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고 한다.
동물을 본뜬 건축 다르시 톰프슨은《성장과 형태》에서 코끼리, 낙타, 기린, 캥거루, 족제비, 나무늘보, 공룡 등의 형태를 기계공학 측면에서 분석하여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형태를 소개하고 있다. 거미집, 북극곰과 펭귄, 얼룩말 무늬, 흰개미집 등을 모방한 건축물은 미학적 아름다움 외에도 에너지절감 등 효율적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네 아파트 문화는 상상력의 빈곤이다. 획일적인 사각형 콘크리트 건물이라 개성도 거의 없고, 에너지 활용 면에서도 낙제점이다. 가령 흰개미집을 응용한 짐바브웨의 이스트게이트센터 아파트는 보통 아파트에 비해 에너지 사용량이 10%에 불과하다고 한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많은 영감과 아이디어를 얻었다. 우리의 상상력을 키우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우선 관찰과 모방이 첫걸음일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이 책은 내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 주었다. 본문에 소개된 재닌 베이어스의《생체 모방》과 스티븐 제이 굴드의 여러 저작들을 더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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