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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다만 나의 우물을 더 깊이 파서 더 많은 우물물을 길어 내는 일은 타자의 몫이다. 나에게는 그저 땅을 팔 곡괭이만 있으면 족하다. 황무지라도 가보지 못한 미지의 땅이 있으면 된다. 한번도 가보지 못한 땅이 나를 유혹한다. 비록 그곳이 모래땅이라고 하더라도 그 밑에 파란 수맥이 있을 것이라는 환상, 그 모래의 밑바닥에 이르기 위해서는 더 심한 갈증이 나의 목을 태워야 한다. 그것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유이고 아직도 곡괭이를 든 손을 놓지 못하는 욕망이다. 언젠가 내가 판 우물물에서 시원한 물줄기가 솟고 그 물을 이 글을 읽어 주실 여러분과 함께 마시는 기적같은 날들이 찾아오게 될는지, 그때가 되면 우물을 파는 사람이 아니라 우물물을 마시는 사람으로 변신해 곡괭이보다는 빈 표주박을 들고 생명수를 마시기 위해 여러분이 늘어서 있는 긴 줄 뒷자리에 서 있을는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