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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소호(SOHO)’지역 일까
<도시를 보다>는 수많은 도시 가운데 뉴욕, 정확히는 뉴욕의 소호 지역을 선택하여 도시를 이해하는 코드를 추출한다.
왜 소호 지역을 선택했을까? 아마도 소호 지역의 드라마틱한 변화들이 그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소호’라는 ‘South Of Houston’의 줄임말로 휴스턴(Houston) 가(街)의 남쪽 지역을 일컫는다. 이 지역의 역사에 대해 저자는 “건축 붐이 이는 동안, 맨해튼의 유복해진 중산층은 소호의 부티크, 식료품점, 문화센터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그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했고, 소호에서 도시를 구성하고 있던 기초적인 조직들은 빠르게 해체되어 갔다. 그와 더불어 집값이 떨어지고 가난한 이주민 노동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많은 재계인사와 개발업자들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그들은 이곳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기 위해 금세라고 허물어질 것 같은 건물들을 공장 건물로 개조했다. 그 덕분에 과거 건축물의 파편적 구조들이 부분적으로 살아남게 되었고, 소호는 용도와 기능의 변화 속에서도 굳건히 그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다. 저임금 이주 노동자가 몰린 소호의 범죄율이 최고치에 달한 1958년, 맨해튼의 정치가들은 제품에 세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공장업자들은 공장을 버리고 소호를 떠났다. 그 버려진 공간에 예술가들이 하나 둘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그곳은 예술가의 거리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소호는 19세기 산업과 20세기 예술가의 피난처 역할을 했다.) [p. 44]” 하지만 변화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예술가의 거리로 명성을 날리면서 점차 임대료가 높아졌고, 이를 부담할 수 없는 예술가들이 소호를 떠나게 되었다. 그 결과 지금의 소호는 가장 비싼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명품샵과 유명 디자이너들의 개인 부띠크샵 등으로 가득 찬, 패션과 쇼핑의 메카가 되었다.
‘도시’ 를 읽는 법
“광장, 놀이터, 교차로가 작을수록 이웃과 친구를 만날 확률이 높아진다[p. 77]”라는 말로 시작하는 54번째 코드는 ‘작은 광장이 붐빈다.’이다. 이 코드는 이어지는 ‘교차로는 또 하나의 광장이다.’와 ‘사람들은 교차로에서 기다린다.’와 연결되어 도시의 교차로에 대해 설명하고, ‘핫도그 가판대는 교차로에 자리 잡는다.’라는 코드를 통해 노점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다른 예를 들어보면, 출입구는 안과 밖을 구분하고,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을 나누거나 합치는 공간이다. 따라서 출입구의 모양, 투명성, 크기 등에 따라 출입구는 보행자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고, 안내자가 될 수도 있다. 이를 저자는 ‘모든 건물에는 출입구가 있다.’ ‘똑같이 생긴 출입구는 없다.’, ‘출입구는 만남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출입구는 걸림돌이다.’라는 코드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저자는 100개의 도시를 이해하는 코드로 도시를 이해하는 지침서를 구성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는 뉴욕의 ‘소호’에서만 적용되는 것일까? 아니다. 일부 예외적인 코드도 있겠지만, 우리가 아는 도시 모두에 적용할 수 있는 코드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격자구조의 경우를 보자. “단조로운 격자구조에서도 유연성과 다양성을 추구한다. 격자구조는 단순하고 간결한 방향성을 주기도 하지만, A에서 B까지 가는 경로를 입맛대로 선택할 수 있게 한다. 이 선택권은 보행자에게 커다란 자유를 준다. 그리고 그것은 도시에 대한 인식을 높이며, 격자구조 안에서 자율적인 행동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그런 자율성 덕분에 우리는 도시 이미지에 쉽게 식상해하지 않고 늘 신선한 충격을 받는다. [p. 41]” 다소의 위화감은 있어도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도 적용이 가능하다. 어쩌면 내가 위화감을 느끼는 것은 이 책이 보행자를 중심으로, 아니 보행자의 관점에서 쓰여진 탓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일상, 삶의 터전에 대해 ‘왜’라는 의문을 던지고 다시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나의 도시를 보다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좀 더 살만한 터전을 이루기 위한 첫걸음이 될 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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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는 많은 이들이 산다. 그러나 대부분 도시를 그냥 산다. 어떻게 도시를 살아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상대적으로 적다. 도시를 주어진 것, 즉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니 도시기획은 자본과 권력의 편의와 (사적) 이익에 복무하는 경우가 잦다. 공공의 것으로 공동의 공간인 도시는 공익을 외면해선 안 된다. 농촌이라고 다를 바 없겠지만, 도시는 공공성의 확장이다. 도시를 제대로 보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내 사는 곳이 도시라면 더욱 그렇겠다. 『도시를 보다』는 도시를 사유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도시를 이해하는 100가지 코드’라는 부제는 흥미로운 지점을 제공한다. 물론 한계는 뚜렷하다. 서울과 같은 한국의 도시가 아닌 뉴욕의 소호를 다루기 때문이다. 소호의 도시생활을 구성하고 그런 생활을 토대로 도시의 코드를 구성하려는 시도라서 일부 괴리감도 있다. 그럼에도 소호에 초점을 맞춘 도시 코드가 마냥 이곳과 유리된 것은 아니다. 도시는 결국 사람이, 그것도 아주 많은 사람이 모인 곳이기 때문이다. 공동의 공간은 공통점을 지니게 마련이니까. 《도시 소공간의 사회적 삶》에서 윌리엄 화이트가 말했다는 “사람을 가장 많이 모으는 요소는 바로 사람”이라는 지적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책은 거기에 덧붙인다. “사람이 사람에게 끌리는 현상은 공공장소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그것은 도시생활의 기본적인 특징이자, 마을이나 도시에서 사회공동체가 형성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끌림은 개인의 매력이 아니라 사람들이 만들고 의지하는 경제·사회·전략·문화적 의존성에 따른 것이다.”(p.36) 책을 읽고 새삼 다가온 것은 도시와 사람의 관계다. 도시는 사람을 끌고, 사람은 사람을 끈다. 사람이 모여 도시를 만든다. 사람들로 북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 도시의 운명인 셈이다. 그리고 도시는 어떤 특정한 코드를 잉태한다. 많은 사람들이 살면서 형성할 수밖에 없는 규칙도 생긴다. 공공의 공간은 그렇게 유기체처럼 변화한다. 『도시를 보다』는 상업적 공간으로서의 소호 혹은 상업적 코드에 많은 이야기를 할애한다. 그것이 상업주의에 매몰된 도시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상업이 없으면 형성될 수 없는 도시의 DNA를 제대로 짚은 것이다. 그러하기에 의당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 또한 노동이다. 거칠게 말해, 도시는 노동을 먹고 자란다. 산업화 시대 이후 도시는 농촌 혹은 도시 주변부의 노동을 흡수하는 블랙홀이었다. 상업과 노동의 집산지가 도시였다. 이농을 부추긴 것도 도시가 아니라 도시의 상업이었다. 그리고 노동의 유입은 도시의 형태를 하나둘 바꿔나갔다. “도시는 ‘노동’을 필요로 한다. 삶과 노동이 얼기설기 엉켜 있다. 노점상은 활기찬 도시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한몫 거든다.”(p.34) 도시를 살면서 얻는 안정감의 일부에는 노동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먹고살기 위해 노동력을 팔고자 도시로 향하기도 하겠지만, 도시에서 행해지는 노동의 모든 현장이 도시를 살아있는 공간으로 만든다. 책은 또한 작업복 차림의 노동자가 지역 안전에 기여한다고도 말한다. 작업복에서 사람들은 안정감을 느끼고 그 안정감은 삶의 다양성에 무게를 실어 준단다. 틀리지 않은 말이라고 생각했다. 노동과 도시는 서로에게 기대고 있다. 노동과 삶(생활)도 서로에게 삼투한다. 내가 노동을 제공함으로써 누군가의 삶의 일부는 채워진다. 타인의 노동으로 내 삶의 조각도 완성된다. 결국 우리 모두는 도시의 퍼즐이다. 그것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지 않더라도 도시는 매일 같이 다른 퍼즐을 맞춰간다. 그래서 도시의 삶을 매일 같이 똑같다고 말하는 건 도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가령, 같은 번호의 버스를 타도 그 안에 타고 있는 사람의 구성은 달라지기 마련이니까. “생활과 노동의 관계란 타인의 노동으로 삶을 영위하고 자신의 노동을 타인에게 베푸는 것이다. 그 결과적 관계와 상호의존성 때문에 우리는 환경과 상호작용한다.”(p.66) 무엇보다 ‘도시를 보’는 나의 시선을 확장시켜준 것은 공유공간으로서의 도시에 대한 코드였다. 책이 인용했듯, 크리스토퍼 알렉산더는 《건축도시 형태론》를 통해 “공유지가 없으면 어떤 사회 시스템도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내 보기엔 100개의 코드 모두가 아주 넓게 보면 ‘공유’라는 개념을 품고 있다. 물론 산업화 이전 공유지는 저절로 존재했으므로 공유지를 강조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도시는 공유를 강조해야 하며 자연스레 스며들어 있다. 사유지가 많을수록 도시는 죽는다. 그곳에 발을 디디는 사람이 줄 것이기 때문이다. 공유는 한편으로 네트워크를 조장한다. 이웃과 친구를 만든다. 광장, 놀이터, 교차로 등이 필요한 이유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장소를 만들고 싶다면 음식을 제공하라는 윌리엄 화이트(《도시 소공간의 사회적 삶》)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건 내가 커피를 만들고 음식에 관심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보며 우리는 도시(의 속성)를 너무 모르고 있음을 새삼 확인했다. 알아야 진짜 사랑할 수 있는 법이다. 무엇보다 도시의 모든 속성 가운데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이 공공성임을 확인할 수 있었던 책이다. 함께 살고 있으므로.
“공공장소 개발을 위해 무엇보다도 필요한 주요 조건은 차량보다 사람이 우선시되는 시설, 사회적 조화를 위한 긴밀한 네트워크, 인간의 욕구를 해결할 수 있는 환경, 따듯한 햇볕을 쬐거나 그늘에서 쉴 수 있는 공간, 한적한 곳을 찾아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장소, 그리고 예측할 수 있는 가능성과 뜻밖의 놀라움이 공존하는 미묘한 균형의 조화다. 그럼으로써 거리의 풍경 속에 다양한 활동을 담을 수 있다.”(pp.92~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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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보다'는 부담없는 두께로 한 손에 들고 읽기 좋은 책이다. 지하철 출퇴근시간에 읽어도 좋을법직한 책이기도 하다. 처음에 목차를 보고 흥미롭다고 생각했었다. '사람은 어둠을 두려워한다', '출입구는 걸림돌이다'처럼 그 챕터를 아우르면서도 호기심을 자아내는 제목들이 아니던가. 챕터마다 하나씩 자리잡은 일러스트는 깔끔한 편집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뉴욕 소호의 도시풍경을 보여주지만 꼭 소호에만 한정된 것은 아닐 것이다. 거리에 있는 요소들의 존재가 그저 우연이 아니라 이유 있는 것이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가령 노점상들의 위치 선점에 대한 룰이라던가, 노점상과 상점은 공생관계라던가 (노점상의 제품에 끌린 소비자는 상점의 제품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와 같은, 그저 지나가기 쉬우면서도 한번 더 생각해보면 아하! 하고 무릎을 치게 만드는 요소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건물의 출입구도 사람이 단순히 드나드는 것으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공적인 공간과 사적인 공간을 구별하고 만남의 장소가 되는 여러가지 측면이 있다. 상품을 전시하는 쇼윈도의 또다른 역할 또한 재미있었다. 상점을 지나치다가, 물건이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보기도 하지만 자신의 모습이 비치는 것을 거울 대용으로 보기도 하는데 그러다가 또 상품에 흥미를 가지게 되어 구매로 이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쇼윈도는 사람들을 자기자신의 모습으로 끌어들여 쇼핑으로 인도한다. 회사 동료가 휴가 때 뉴욕에 다녀왔는데, 사람들이 참 빨리 걸어서 놀랐다고 한다. 이 책에서도 볼 수 있듯이 출퇴근길 사람들의 걸음은 바쁘지만 관광객의 걸음은 여유롭고 느리다. 꽉 찬 공간에서 사람들은 급한 용무를 처리하고, 빈 공간에서 휴식을 취한다. 적절한 빈 공간의 중요성을 이 책은 역설하는데 때로는 텅 빈 장소가 꽉 차기도 하고, 밀집된 공간이 비기도 한다는 점을 집어준다. 공원이나 공터같은 장소는 도시의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교차로의 핫도그 장사 얘기도 재미있었다. 교차로는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렸다가 빨리빨리 이동해야 하는 장소이기에, 맛있는 냄새가 풍겨오면 더더욱 자극적이다.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심리 덕분에 교차로엔 핫도그 가판대가 꼭 있기 마련인 것이다. 조명으로 환하게 밝혀진 밥거리도 사람들의 심리에 기인한 것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어둠을 두려워하기에 밝은 공간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활동성을 부여받는다. 이로 인해 낮이 연장되고 구매활동 또한 촉진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데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덜컹대는 지하철에 몸을 기대고 읽다 보니 도시에서 도시에 대한 글을 읽는것이 재미있기도 했다. 소호의 이야기지만 이것은 우리가 사는 그 어떤 도시의 이야기도 될 수 있는 것이다. 비교적 얇은 두께의 책이었지만 그저 환경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왜'인지 생각하지 않았던 이전에 비하면 많은 것을 다시 보게 되었고 생각할 관점을 제공받았다. 야외 혹은 이동공간에서 보는 것을 추천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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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안내서란 어떤 것에 관한 설명을 간단하고 명료하게 적어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그라픽스의 도시 시리즈 <도시를 읽다>에 이어 두 번째로 접하게 된 <도시를 보다>의 첫인상은 안내서였다. A5 보다도 작은 판형에 얇은 두께 때문에 가볍게 떠올린 생각이었는데, 책을 완독한 뒤에도 첫인상의 느낌은 바뀌지 않았다. <도시를 보다>는 도시를 바라보는 안내서였다.
<도시를 보다>는 세계 유명한 도시 중에서 뉴욕의 소호를 선택했다. 70년대 병든 도시에서 지금의 이미지를 가지게 된 소호는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소호로 바뀌어 냈을까. 이러한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들며 시작한 첫 번째 챕터는 사람들은 햇살 아래에서 걷기를 좋아한다 이다.
도시가 만들어지는 중심은 사람이다. 사람들이 모여 부락을 이루고, 마을을 이루고, 도시를 만든다. 도시는 어둠 속에서 만들어지지 않았다. 사람과 사람이 모여 외부의 적과 내부의 공존을 위한 빛 속에서 만들어졌다. 도시를 만드는 사람은 빛 아래에서 움직이며 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 <도시를 보다>에서, 빛 아래에서 걷기를 좋아한다는 점을 첫 번째 챕터로 삼았다는 점은 나에게는 안전을 유지하려는 인간의 본능을 말하는 것 같이 느껴졌다. 햇살 아래에서 걷기를 좋아한다는 것은 어두웠던 주변을 환하게 밝힘으로 자신의 시아로 주변을 파악하는 것이 쉽다는 말 아닌가. 설령 어두워진 저녁이라 할지라도 거리에 사람들이 붐비는 이유는 상점의 화려한 불빛이 거리를 환하게 밝혀주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을 유지하려는 인간의 본능은 햇살 아래만 존재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도시가 구성하면서 만들어진 길에 보여지는 특징(가게, 표지판, 신호등, 가로수 등)들은 하나의 데이터로서 각인되고, 이후에 같은 공간에 들어서게 되면 보다 여유롭게 주변을 둘러보게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새로운 길을 걷더라도 여기저기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의 유니폼을 보게 된다면 낯설었던 느낌이 반감되었던 걸 생각해 본다면 도시 안에 사람과 안전에 대한 연결고리가 재밌게 보인다.
사람이 안정을 취하면 그 다음으로 나타나는 것은 소비다. 소비는 무엇인가를 먹고 마시며 보고 즐기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이러한 소비가 사람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나타남에 따라 특색있는 지역이 형성되고, 사람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힘에 의해 규모는 점점 커지게 된다. 평범한 커피숍이 유동인구가 많아지면서 거대자본에 입각한 새로운 커피숍으로 생겨나는 것은 이제 당연한 일로 비춰지는 것은 책에도 나타나는 바로 더욱더 씁쓸하게 느껴진다.
여기서 <도시를 보다>의 안내 덕분에 나누고 싶은 흥미로운 관점이 있다. 상점과 노점상은 서로 돕는 공생 관계라는 것이다. 노점상은 상점 앞에서 임대료 없이 장사를 하고 상점은 노점상에 모인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는 공간이 된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노점상은 거리의 활력을, 노점으로 인해 좁게 형성된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는 소비를 불러 일으키는 역할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골목에 대한 이해도가 적어 사라지게 만드는 분위기에서 이제는 다시 살리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떠올려 보면 자연스럽게 형성된 문화를 인공적으로 바꾼다는 것이 참으로 어리석은 일같이 느껴진다. 이점에 있어서 현재 노점상을 무작정 몰아내는 계획을 과연 얼마나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지 사뭇 걱정이 된다.
이런저런 이야기로 짧게 논해본 도시를 바라보는 안내서 도시를 보다. 안내한다는 것은 짧고 명료하되 그 뒤에 덧붙일 이야기를 독자의 몫이다. <도시를 보다>를 통해 우리 주변의 사례를 읽어내는 것만 아니라 그 뒤에 이야기도 읽어 나가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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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보다' 의 리뷰를 쓰기 앞서, 파랗고 얇은 이 책을 어떻게 느끼셨는지 다른 분들의 리뷰를 먼저 읽어보고 왔습니다. 책을 읽고 글한편을 쓴다는게 모두 같을 수가 없지만, 특히나 '도시를 보다' 는 우리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까닭인지 다른 때보다 개인의 경험이 녹아 들어가 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는 '도시를 보다' 를 처음 받았을 때, 얇고 작은 책에 약간 실망했습니다. '도시를 보다' 의 책소개만 보고 너무 많은걸 기대했나 봅니다. 그러나 내용이 길고 무겁지 않고, 타이틀마다 작은 그림이 함께 들어가 있는게 가볍게 읽기 좋아서 다른분께서 올려주신 리뷰의 '안내서'라는 표현이 와닿는 책입니다. 이 책으로 도시의 매력을 흠뻑 느끼고 싶다면, 다소 능동적으로 키워드를 생각하는 태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 책의 배경과 우리나라의 비슷한 곳을 꼽자면 제가 가본곳으로는 명동과 가로수길, 홍대거리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큰 의류 브랜드 매장과 곳곳의 개인샵들 중간중간 있는 노점상들, 끊임없이 오가는 사람들을 떠올리면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한결 쉽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읽으면서 주 생활 지역(한적한 동네)도 다르고 작가와 다른 의견도 있어 몇몇 부분은 와닿지 않는 곳도 있었습니다. 저는 읽으면서 도시 설계가 그리드를 짜고 유닛을 배치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격자구조의 패턴, 빈 공간, 벤치를 두는 장소, 교차로, 등의 이야기가 그리드 안에서 보는 이가 어떻게 느낄 지 생각하며 하나하나 유닛을 배치하는 디자이너 같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흥미로운 부분은 쇼핑백에 관한 이야기 인데 '쇼핑백은 쇼핑백을 든 사람의 신분을 나타낸다.' 라는 문장을 보고 예전 기사를 떠올리게 됐습니다. 내용이 중고 거래에서 명품 가방이 아닌 명품 쇼핑백까지 몇만원씩 거래된다는 얘기가 충격이였고, 오직 명품을 구매해야 받을 수 있는 쇼핑백을 구매함으로써 마치 자신이 그 명품을 구매한 것 처럼 느껴져 구매한다는 인터뷰가 허영심의 극단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였는데 새삼 이 책의 키워드로도 써있는걸 보니 우리나라에만 드러나는 모습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들었습니다. 처음 받기 전의 기대감은 만족시키지 못했지만 항상 같았지만 깨닫지 못했던 것들, 우연이 아닌 규칙들을 새로이 발견할 수 있어 도움이 된 '도시를 보다' 읽기 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