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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다른 작품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혼자 가는 먼 집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너 없이 걸었다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박하 (..)
# 읽고 나서. 아틀란티스에는 미미라는 공주가 살았어요. 배가 가라앉는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미미공주는 혼자 아틀란티스를 다스려야 했지요. 그녀에게는 진실을 꿰뚫어보는 신비한 힘이 있었어요. 미미공주를 도와 나라를 다스리는 대신들에게 그녀는 진실을 꿰뚫어보는 눈을 나누어 주었어요. 하지만 그들은 거짓말하면 늘어나는 코와, 양심을 속일 때 털이나게 하는 벌칙도 함께 받아야 했어요. 그들은 공정하고 진실되게 나라를 다스렸고, 백성들은 행복했답니다.
초등학교 때 만 해도 장래희망에 '대통령'을 넣는 아이들이 많았다. 좋은 나라를 만들어 보겠다고. 그 아이들이 좋은 나라가 뭔지 알았을까? 아니, 그 아이들의 현재가 더 좋아질 가능성이 많은 나라라는 걸 알고 있었을까? 지금에 발목이 잡히지 않은 아틀란티스는 없다는데, 그 아이들은 무엇을 고치고 싶었을까?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꿈이 좀 있어야 할 거 아닌가베." "꿈?" "그래, 꿈." 용식이가 끙,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어. 날 한심스럽게 바라보더니 그랬어. "꿈이 뭔지 니, 아나?" "..." "우리 형님, 그 꿈 때문에 끌려갔다 아이가. 새 세상, 만들어보자고 데모하다가." "그라모 그게 니 형님의 아틀란티스다."
우리 집이 부자라서 남들처럼 학교 끝나고 학원도 여러 군데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집에도 피아노가 있었으면 좋겠다. '대통령'은커녕 나의 어린 시절 꿈은 그렇게 '남들처럼' 무언가 나도 갖고 싶다, 해보고 싶다에서 끝났다. 내 통장과 동생 통장, 엄마 아빠의 적금을 탈탈 털어서 산 피아노는 집에서 먼지가 쌓여가도 절대로 팔 수 없는 내 보물 1호가 되었다. 그렇게 꿈을 꾸고, 또 꾸고, 가끔 이루기도 하고, 포기하기도 하고들 한다. 경실이와 친구들을 보며 아팠던 건, 그 꿈조차 마음대로 꾸지 못하는 어른들과 아이들 때문이었다.
나는 말해, 나의 일기장아. 아틀란티스야, 잘 가, 라고. 만수씨 말대로 쓰바, 새날이 시작되니, 내 맘속에 오래 들어 있던 낙원을 보내고 새 낙원을 짓고 싶어. 옛 낙원처럼 부서져버리고 말지라도, 오해받을 낙원일지라도. 그 낙원 속에서 미숙이가 학교를 다시 다니고 우리가 다시 만몽호로 놀러 가는 세상. 사라진 그 섬의 세상. 그 낙원에서는 우리의 거짓말이 우리의 미래가 되지 않기를 나는 바라. 잘 가, 나의 아틀란티스야.
누구나 일기장 속에 혹은 마음속에, 머릿속에 낙원 하나는 품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낙원들에 대한 열망이 각자의 아틀란티스를 더 깊이 가라앉지 않도록 붙잡아주고 있다. 모두가 같은 열망을 가지고 있다면 그중 아틀란티스 몇몇 개는 바다 위로 떠오를지 모른다. 손에 잡히게 될지 모른다. 자꾸만 가라앉는 그녀만의 낙원을 보며 거짓말로라도 붙들어놓고 싶었던 경실이의 마음을 이해한다. 거짓말이 미래가 되지 않기를 나도 경실이와 함께 기도한다.
** 그 외 밑줄 쳤던 내용들. 지금의 경실이가 어떻게 살고 있든 그때의 경실이가 이룬 가장 큰 승리는 아마도 일기장 속의 아틀란티스가 아니었을까요? 혼자 몰래 지어보는 낙원에 대한 꿈... 경실이의 친구들도 마찬가지고요. 그리고 그 소녀의 패배는?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는 것, 이었을 테고요.
"가시나가 저리 뚱뚱해서 물 하겄노. 어디서 주워온 것도 아닌데 에미 애비 닮은 데라고는 한 군데도 없으니.."
"아무리 징해도 인생이라는 말이 없으면 몰라도 있는 바에는 생각이라도 한 번은 해야지예."
옛일을 잘 알아야 내일이 보인다는 걸 믿고 세계사를 공부했다. 사실은 더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집안 사정으로 사범대학엘 갔다.
"그래서 딸 하나 있능 거, 그리 뚱뚱하고 못생겼다꼬. 죄받는 거라꼬." 나는 고개를 숙였어. 차가운 바람이 목을 스치는가 싶더니 뜨거운 무엇이 목을 딱, 때리고 지나가는 것 같았거든. 그러니까, 나는 엄마가 죄를 지어서 못생긴 얼굴과 몸으로 이 세상에 나온 아이란 말이지.
엄마가 시집가서 제 엄마를 배신한 이모 집에 살려고 온 정우보다 내가 더 불쌍하지 않니?
"그러게 말이다. 뜻대로 안 되는 게 인생 아이가? 글고 정우야, 경실이가 너 이복동생이라 캤나?"
"내 현실을 생각하모 너무 슬프니께. 엄마랑 헤어질 때 울지도 않았데이. 엄마가 새로 얻은 남자는 엄마가 날 데리고 갈까봐 얼매나 겁을 냈는지. 사실은 말이데이, 나는 진짜로 엄마 따라가고 싶었데이. 난, 아버지가 딱 싫었제. 1년에 두 번, 아니모 세 번 우릴 만나러 와서는 돈만 딱 탁자에다 올려놓고 물 한 잔도 안 마시고 가는 사람이 아버지였데이"
그런데 시청 다니는 공무원으로 살면서 저 책들을 왜 없애지 않았는지 몰라. 아버지는 가슴속에 과거에 꾸었던 꿈들을 한 쪽에 담고 살아왔을지도 모르는 일.
나는 그때 이 거짓말을 끝내버리고 싶었지만 거짓말이라는 건 참 묘하더라. 거짓말을 한 번 하면 그 거짓말을 지키기 위해 또 거짓말을 해야 하고 또 거짓말을 해야 하고. 하지만 나는 다짐했어. 한 번 나간 김에 끝까지 나가보자...
"보라 카이. 시장통에 그런 비밀이 있다니. 그러니 사라진 왕국 아틀란티스에는 얼마나 비밀이 많았겠냐고."
"아니. 난, 미미가 불쌍해지는 게 딱 싫어. 짝사랑은 그렇다 치더라도 소가지가 밴댕이 같은 여자가 선생님 애인이라니, 좀 그렇다 아이가. 좀 더 멋진 이야기를 만들자니께. 글고 조금 더 신비한 거, 뭐냐, 좀 이국적인 맛이 풍기는 이야기를 좀 집어넣자."
그래도 거짓말 자꾸 하지 말라고? 일기장아, 네 말이 맞아. 하지만 미미가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니잖아. 경실이가 거짓말을 하고 그리고 네게 비밀을 다 털어놓으니 괜찮지 않을까?
못된 아이, 그게 나야...
기가 차네. 이 독서클럽에 있으면 어려운 현실 따위는 잊어버릴 줄 알았는데 어디를 돌아봐도 지옥이야. 다들 지 이야기를 하고 난 뒤 아이들은 일제히 나를 바라보았어. 너는? 하는 눈으로.
내가 울고 있는지 그냥, 마음이 너무 아파. 이건 뭐람, 독서클럽 아이들한테 한턱내겠다고 엄마 지갑에서 돈을 훔치는 나는 내가 그렇게 미워했던 아버지나 엄마 보다 나을 게 하나도 없었어
"니한테는 아무 걱정 없다 해도 그렇제, 아틀란인가 뭔가 하는 거, 지금 그런 소리가 나오나?"
사라진 마을 이야기가 아니네. 되레 앞으로 올 미래에 대한 이야기네. 어떤 사람에게는 과거가 낙원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미래가 낙원인가봐. 하지만 지금이 낙원인 사람은 없을 거야.
만일 정우가 아틀란티스를 믿는다면, 진짜로 어떤 낙원을 믿는다면...정우는 슬퍼하지 않을 거야.
아틀란티스가 어디 있는지 아세요? 아틀란티스는 어디에도 없답니다. 그저 내 마음에 있을 뿐이에요. 국숫집이 아마도 나의 아틀란티스는 아니었을까요? 선생님이 매일 저녁 국수를 먹으로 오던 그 국숫집이. 엄마가 있고 국수가 끓는 솥도 있는 그곳이요. 만일 그곳이 나의 아틀란티스라면 나는 그곳을 잃어버리고 만 거지요.
"권력이라는 거, 참 괘안은 거데이. 오데를 가더라도 대접받제, 돈 생기제. 글고 무슨 짓을 해도 다 묻어주는 게 권력, 아이가."
지금에 발목이 잡히지 않은 아틀란티스는 없나봐.
믿을 곳이 이 세상에 없다면 내 머릿속이 믿을 곳이야.
진짜를 보면 슬그머니 피하고 싶은 이 마음, 나는 언제부터 가지게 되었을까?
"아버지가 사는 세상은 니가 사는 세상하고는 다른께. 울 엄마가 사는 세상, 울 엄마 새 남편, 그리고 이모가 사는 세상은 다 다른 기라. 니 아직도 몰랐나? 세상은 하나라도 그 세상 안에 얼마나 많은 세상이 있는지."
우리 언제 같이 별을 바라보자. 너는 예쁘게 생겼으니 너랑 같이 별을 바라보면 별도 나에게 조금 눈길을 줄지도 모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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